※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학교의 수업은 일반적인 과목들 말고도 커리큘럼에 대한 이야기도 잔뜩이다. 그리고 방과 후 활동도 잔뜩이고, 자습도 잔뜩이다. 즉 지금은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서 아무런 일이나 하는 시간, 다르게 말하면 동아리 활동을 하러 분주히 돌아다니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그런 건 아니고, 교실에 남아서 그저 자신의 일에 열중하거나 서로 수다를 떠는 아이들도 있으니, 랑은 그 무리와 함께 교실에 있었다.
정정하겠다. 무리와 함께 있었지만 무리 속에 속한 건 아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상태, 랑은 누구도 말을 걸지 않는 상황에서 조용히, 그리고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명확히 뭔가 보고 있다기보단 공기를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좋게 말하면 사색 중이던 차에 갑자기 교실이 소란스러워져서 랑은 턱을 괴던 손을 고개와 함께 틀었다.
갑자기 왜 소란스러운 걸까, 뭐 벌이라도 들어왔나 싶어 돌려본 시선이 닿은 건 교실의 문 쪽, 거기에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벌 같은 건 아닌가 보군, 만약 그렇다면 벌써 난리법석을 치며 흩어졌을 게 분명해서, 그럼 뭐지 하는 생각으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학생들 틈에서 슬슬 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리라 좌우명 제 1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2번.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된다! 이 두 가지는 항상 먹혀드는 불변의 법칙이라고 칭하기엔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법칙 또한 아니었다. 때문에 리라는 끈질겼다. 예나 지금이나 웬만해선 결과를 봐야 했고, 그 결과가 가급적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랐다. 랑을 향해 쏘아보내진 수많은 러브콜은 그런 노력에 포함되어 있었고 그건 오늘도 다를 바 없다.
"안녕! 저기. 사람 찾으러 왔는데 잠시만 안쪽 좀 볼 수 있을까? 고마워! 흐음. 어디어디, 어디 보자아~"
리라는 문간에 몰린 수많은 학생들을 능숙하게 상대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처음에는 사람의 몸으로 가려졌던 내부도 조금 기다리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데굴데굴 구르던 눈동자는 머지않아 창가에 앉은 랑과 마주친다. 아. 찾았다.
"랑 언니이이~ 나 랑 언니~!"
또렷한 목소리로 랑의 이름을 정확히 부른 리라는 밝은 미소를 두른 채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흔든다. 한없이 친근한 호칭을 곁들이면서.
"나 잠깐만 들어가도 될까? 고마워! 조용히 있을게~"
어떻게 어떻게 인파를 가르고 기어코 교실에 발을 들인 리라는 성큼성큼 걸어와 랑이 앉은 책상 앞에 쪼그려 앉는다. 턱은 책상 끝에 걸친 채로.
가끔 장난을 칠 때 포스트잇을 쓴다는 여로의 대답을 듣고서, 한양은 게시판에 누군가 장난성이 짙은 포스트잇을 올린 사람이 여로임을 알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장난성이 짙지만 짖궂지는 않은..그저 귀여운 장난수준으로 보이기에 뭐라고 나무라지는 않았다.
"마피아 게임 좋아하시는구나. 저는 그 게임에서 정치인을 잘 했는데."
한양도 마피아 게임이 생소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잘 안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밤에 자기 전에 가끔 두세 판은 플레이하고 잠에 들고는 했다.
"자..이제 붙였다. 수고했어요, 여로군. 이제 여로군 일 봐요. 저는 오늘 일찍 나가보려니깐."
그냥 얼굴만 확인했을 때 엎드릴 걸 그랬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더니(?). 문간을 보다가 아예 리라와 눈이 마주쳐버려서, 그리고 아주 또렷하게 랑의 이름을 부르며 리라가 손을 마구 흔드니 주변의 시선이 꽂힌다. 시선 자체는 상관이 없었지만, 그 직후 인파를 뚫고 기어코 교실에 들어와서 책상 앞에 쪼그려 앉는 리라를 랑은 빤히 내려다보았다.
"...아니, 바쁘진 않은데."
사실이 그랬다. 이럴 때 바쁘다고 말하고 싶긴 했지만 리라라면 그렇구나 하고 포기하기보단 구체적으로 뭐 때문에 바쁜지, 그럼 도와줄테니 이것저것 이야기하려고 할 확률이 높겠지. 그러니까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다. 게다가 조용히 있는다고 하긴 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그다지 조용하지 않다, 옆에 바짝 서는 건 아무래도 랑 때문에 무리인 것 같지만 그래도 주변에 잔뜩 자기들끼리 모여 있는 걸 보면 구경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랑의 예측은 정확하다. 실제로 바빴다고 말했다면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류의 논리를 내세우며 흔쾌히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려 들었을 것이기에... 어느 쪽을 택했던 눈치 좋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다행이다! 때맞춰 잘 왔네요~"
속 편하게 좋아하며 웃어보인 리라지만 사실 그 또한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아주 신경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적당히 거리를 띄우고 지켜보고 있긴 하지만 자기들끼리 모여 여러가지 말을 소근거리는 소리가 귀에 속속들히 날아와 박힌다.
"응? 언니 보고싶어서?"
농담 같지만 진담이다. 안 보고 싶었을 리가 있나? 이 귀중한 인재를. 리라는 가볍게 소리내어 웃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것도 그렇고 하고 싶은 말 있는데. 여기는 사람이 좀 많아 보이고— 매점 가실래요? 제가 음료수 쏠게요!"
'하고 싶은 말'이라 함은 간단히 요약해 입부해라! 너 내 동료가 되어라! 의 연장선에 불과했고 그건 사실 여기에서 말해도 상관 없긴 했지만, 먼젓번에 했던 말도 진심인 만큼 여기서 언제나 그랬듯이 제안과 거절만 주고받고 싶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봤으니까 잡담도 좀 하고, 그럴 수도 있잖아?
그러나 역시 바쁘다고 말이라도 해 볼걸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라고 하지만, 그저 아주 높은 확률로 실패할 거라고 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인데, 지금은 어쨌든 리라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로 고정되어 버렸으니까. 때맞춰 잘 왔다며 웃어보이는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역시 예쁘구나 싶다. 이 정도로 예뻐야 아이돌인가 뭔가 하는 건가. (응? 그렇게 생각하면 저지먼트에는 꽤 그런 애들 많은 거 같기도 하고)
"...그러냐."
왜 왔냐는 질문에 언니를 보고 싶어서 왔다는 말이 나와버리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왜? 라든가, 그런 말은 뭔가 맥락이 안 맞는다는 걸 랑도 알았으니까. 꼭 이유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듯 리라가 말을 잇기도 했고.
"가자."
결국은 또 댄스부에 입부하여라! 라는 말이겠지만, 여기서 시선을 다 받아내고 있기도 좀 그렇고. 음료수랑 과자도 산다니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랑은 별 반응이 없다가. 음료와 과자를 사겠다는 리라의 말에 드르륵 하고 의자를 밀어내며 일어섰다.
"어이, 비켜."
그리곤 나갈 길을 막고 선(고의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무리에게 고갤 까딱이면, 우물쭈물하긴 해도 길을 터주는 것이다. 그 와중에 리라에게 사인을 받고 싶어하거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그런 걸 일일히 상대하다간 하루가 모자라겠지, 그런 면에서 리라는 꽤 능숙했던 것 같다. 당장 처음에 교실에 들어올 때도 그러지 않았는가.
리라는 랑이 일어나자 마음 속으로 조용히 만세~ 를 외치며 따라 일어난다. 반응이 딱히 없어서 실패인가?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 역시 고등학생에게 간식이란 가장 훌륭한 협상 카드라니까. 랑의 뒤를 따라가는 동안은 무리에 막혀 발걸음을 멈추어야 할 일이 없다. 물론 비켜주면서도 말을 걸어오거나 종이를 은근슬쩍 내미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전자는 무난히 대응하면 그만이었고 이 상황에 종이까지 가져오는 준비성이 갖춰진 아이들은 소수였으며 리라의 손은 수많은 팬사인회 그리고 한정 앨범의 커버에 그려넣었던 사인들로 탄탄히 다져져 있었기에 몇 장 정도는 이동에 무리없이 건네줄 수 있었다.
"반겨줘서 고마워, 다들! 다음에 또 봐?"
문을 나서며 아예 다음에 또 오겠다고 선포해버린(.....)리라는 발걸음을 재촉해 랑의 곁에 섰다.
"있잖아요, 언니. 이번에 축제에서 공연 할 건데~ 평소에 하는 여돌 댄스 커버랑 기본기 베이스로 하는 창작 안무에 더해서 수트 입고 하는 남돌 댄스 커버 공연 추가할 거거든요. 그래서 요즘 의상 샘플 디자인 미리 보고 다녔는데— 응? 이게 웬걸? 딱 언니가 떠오르더라고요."
여기 봐요. 어느새 핸드폰을 켜서 갤러리를 연 리라는 베스트와 흰 셔츠, 슬랙스로 이루어진 블랙 수트 사진을 랑에게 보인다.
리라가 알아서 다가오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동안 인파를 돌파한 두 사람. 뒤에서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하는 리라의 목소리에 또 소란스럽게 하겠다는 의미인가 생각해 보는 랑이다. 뭐... 명확한 시간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하니 상관없나. 어느새 곁에 서서 함께 걷던 리라가 어느새 핸드폰을 켜서 수트 사진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축제 때 할 공연에서 입는 복장이란다.
"내가, 왜?"
두 가지 의미가 담긴 대답. 왜 그런 의상을 보고 자신이 떠올랐냐는 것과, 왜 굳이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유 정도야 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리라가 찾아올 때면 이런저런 말이 있었어도 중심적인 용건은 하나다, 댄스부에 입부하라는 것. 그치만 랑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나를 진득하니 할 만한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있을 거 아냐."
잘 찾아보면 길쭉길쭉하고 잘생긴 여자애들이야 있겠지, 얼굴 한 쪽이 화상 자국인데다, 덩치가 큰 자신이 꼭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절대 안한다고는 말하지 못한 것이, 리라 쪽에서 강제성을 띄지 않고 있기 때문이리라.
[병원 조] 태진은 바로 비상 계단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12층에서 올라오려고 하는 '블랙 크로우' 일당 중 한 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태진을 바라보며 사내는 피식 웃었습니다. 넌 뭐야. 죽고 싶냐. 그런 말을 내뱉으며 그는 단번에 달려들어서 태진의 머리를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딱히 무기는 없었지만 얼핏 봐도 힘이 강하다는 것은 금방 짐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히 스킬아웃이건만, 그의 손에는 스파크가 튀고 있었습니다.
한편 그 위의 13층에선 각각의 활약으로 인해 환자들이 하나둘 빠져나오고 있었고, 재이 역시 그 뒤를 따라서 어떻게든 나오고 있었습니다. 수연 역시 제이의 도움으로 나올 수 있었고, 리라는 혜우가 깨웠으며, 희야는 병실에 들어온 블랙 크로우 일당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낙조가 바쁘게 움직이고, 철현, 그리고 애린까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움직이며 어떻게든 13층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개였습니다. 비상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 13층의 환자는 총 8명이었고 그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혼란 상태였습니다. 적어도 13층은 정리가 되었지만 여기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각자의 자유였습니다. 한편, 재이는 가만히 벽에 묻어있는 노란색 가루를 바라보며 옆에 있는 저지먼트의 이어셋을 빌려서 이야기했습니다.
"이걸로 하면 들리는 거 맞죠? 확실하진 않지만... 이건 한때 바이오키네시스 관련 연구시설에서 연구중이었던 '패러사이트'라는 물질로 보여요. 패러사이트는 피부와 호흡기로 흡수되며 독성은 없지만, 몸 내부 신경에 붙어 뇌에서 전달되는 전기신호를 차단하고 흡수해요. 특히 제일 빨리 흡수되는 것은 '연산을 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 즉. 제 생각이 맞다면... 이건 대능력자용 병기에요. 분명히 연구되다가 전량 폐기처분되었을텐데... 어째서 이게?!"
아무래도 생각보다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요.
[학교 조] 이상합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핸드폰, 그리고 스마트워치가 먹통입니다. 이곳은 분명히 학교 한복판인데 전파 수신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핸드폰을 본 이들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하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3인방은 방독면을 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더니 앞에 있던 이가 말했습니다.
"말했을텐데. 그 계집을 내놓으라고. 귀찮으니까 이렇게 하도록 할까."
이어 3명은 각자의 품에서 병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방을 향해 집어던졌습니다. 노란색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단번에 앞으로 스윽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저 연기에 흽싸이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붉은 점이 이번에는 혜성의 뒷통수에 살며시 닿으려고 했습니다. 뒤를 보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것을 눈치채진 못했겠지만... 누군가는 뭔가를 느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드 루트] 청윤은 은우와 함께 14층으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상당히 조용합니다. 정말로 이 위가 괜찮은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아니. 더 나아가 환자들과 간호사등의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바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너무나 텅 비어있는 공간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리고 청윤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이 현장."
일단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조금 대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뭔가 행동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은우의 눈치를 굳이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생각이 있을테니까요.
목이 타들어가게 외쳐가며 대피를 유도했지만 그가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은 병실 안에 있는 환자들이 전부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 화재경보는 실제로 불이 나지 않았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엘리베이터를 움직일수 있다!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고는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버튼을 누르며 이어셋을 통해서 아직 이곳에 있는 부원들에게 말했다.
"엘리베이터 잡을게요! 못걷는 분들 먼저 침상에 실어서 보내주세요!"
"걸으실수 있는 분들은 비상계단 문을 열게요!"
그 목소리가 누군가한테는 닿기를 바라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할때까지 기다린다 (만약 1층부터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면 직접 환자가 누워있는 침상을 찾아서 엘리베이터로 밀려고 한다)
한양은 음성메세지가 전파가 안 되어서 당황을 했지만 곧바로 녀석들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그리고는 녀석들이 방독면을 쓰자, 방독면을 보고 녀석들이 화생방 공격을 할 것임을 예상하고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소산해!!!!!!!! 누군가가 은영양 챙기고!!"
한양은 큰 소리로 소산(=현재 위치에서 흩어지다)을 외쳤다. 상대는 방독면을 썼다는 것에서 화생방 공격임을 예측했고, 현재 이를 극복할 장비가 없기에 일단은 현재의 위치에서 다들 흩어질 것임을 외쳤다. 싸움은 한양이 맡아서 하기로 한다.
녀석들이 병을 던지자, 한양은 연기가 완전히 본인들에게 오기 전에 염동력으로 녀석들의 방독면을 강제로 벗기고 가져와서 본인이 쓰려고 한다. 무슨 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맡아서 좋을 연기는 아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방독면을 쓴 것을 보면..녀석들에게도 이로운 연기는 아닐 터.
쾅, 쿠당탕, 탕! 병실 문이 연쇄적으로 열리며 요란스러운 소음을 냈다. 날렵한 몸짓으로 아직 도망치지 못한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있는지 서둘러 탐색하다가 비상계단 쪽을 한 번, 엘리베이터 쪽을 한 번 시선을 던진다. 일순간 뇌리를 스치는 토막 상식이라고 적혀진 글귀가 떠오른다. 화재 발생 시 엘리베이터 말고 비상계단을 이용하세요⋯⋯. 낙조는 즉시 외쳤다. 어-이!
아직 여파가 남아있었지만 혜우의 적절한 처치로 리라는 정신줄을 붙잡고 이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팔다리는 아직 좀 떨려서 과연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다. 지금 이 수라장을 봐라. 손 하나가 절실한 상황에서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도와야 마땅하다고.
"패러사이트...?"
대능력자용 병기라니. 리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럼 지금 이 연기를 마신 모두는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나? 아니면 이젠 연기가 빠져나갔으니 사용할 수 있나? 리라는 주머니에서 포스트잇과 볼펜을 꺼내고 야구공을 하나 그린다. 이건 맞으면 엄청 아픈 야구공이다, 엄청 아픈 야구공... 될까?
성공했든 아니든, 리라는 다시 숨을 가다듬고 혼란 상태의 환자들을 인솔하러 다가갔다.
"몰리지 말고 한 줄로 서서 이동해주세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부축해주시고, 급하게 움직이다가 넘어지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려요!"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최대한 또렷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가 좋을 수도 있지만 이미 가스 살포 같은 짓을 해버린 걸 보면 더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이 경우엔 가는 길이 좀 길더라도 계단이 나을 것 같은데. 근데 계단이 안전한가? 먼저 좀 보고 와야겠어. 리라는 비상 계단으로 향한다.
그렇게, 청윤은 은우의 뒤를 따라 14층을 향해 올라갔다. 청윤의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두렵다기 보단 각오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긴장했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14층은 눈에 띄게 조용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사람조차 없는 모습에 청윤은 간단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능력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가스까지 사용하는 스킬아웃들이라면 아무래도 함정, 부비트랩 같은 걸 준비했겠죠?"
모두가 질서를 맞춰서 도망쳤다면 모를까, 가스에 당해서 정신을 못차리거나 혹은 가스를 퍼트린 스킬아웃이라도 있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 사실상 노골적인 함정 같다, 청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청윤은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은우 선배께서 한번 약하게 능력을 날려보시는게 어떨까요? 최소한 저 녀석들이 실 같은거라도 설치했다면 그걸로 들킬태니까요. 그게 아니여도 누군가 숨어있다거나 했을때도 최소한의 동요는 줄 수 있을태니까요."
실이라, 잠시 생각해보니 그때 사람들을 조종하던 실이 생각났다. 지금의 자신의 능력으로 그 실을 끊을 수 있을까.
더 있으면 위험하다! 아까의 마취가스, 능력 연산을 방해한다는 점은 그걸 중점으로 싸우는 다른 부원들에게 큰 요소로 다가온다. 능력 사용이 전투력에 비교적 덜 크게 와 닿는 사람으로선 큰 체감 없을 테지만. 환자를 들쳐업고 계단 쪽으로 향해야 할까? 아까 형 목소리 울리던걸 듣자하니 계단 쪽 상황도 좋지 않던 것 같으니, 그 생각은 떠오른 것과 동시에 굳게 접혀버린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고 혜성은 판단했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은영의 앞으로 걸어가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방독면을 낀 사람들을 바라봤다.
노란색 연기. 방독면을 낀 사람들. 이건 위험하다. 혜성은 코와 입을 막은 뒤 상황을 살핀다. 할 수 있는 일은 몇개 없는데, 일단 은영을 챙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소리침이 아니었다면 눈치도 채지 못했을테지만 혜성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랑의 목소리에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굳어있었다.
"어?"
쓰러트려지기 직전까지 상황을 알 수 없었어도 랑이 금방 일어나지 않도록 잠깐 붙잡았을 것이다. 조금 상황이 지나갔을 때 놓아줬을 것이고.
같은 저지먼트 부원, 안희야의 제압으로 스킬아웃 녀석이 쓰러졌다. 나는 강수연의 병상으로 다가가 등을 내보였다. 침대 째로 끌고 가 엘리베이터를 타도 되겠지만 영화나 게임 같은 거 보면 꼭 엘베가 위험하더라.
"일단 업혀! 탈출하자!" "얘들아, 엄호 부탁해!"
다른 두 부원들에게 그렇게 말해두고서, 강수연이 내 등에 업혔다면 나는 곧바로 병실을 벗어나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을 것이다. 한편 이어셋으로 연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킬아웃 따위가 그런 화학병기를 운용하고 있다고? 도대체 블랙 크로우라는 놈들은 어떻게 되먹은 양아치들이야?
원래, 가장 광기에 차거나 잃을 게 없는 사람은 자신 또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법이다. 자신을 중직(=중요한 직업)이라 속인 마피아가 자신에게 총을 쏘고 그걸 의사가 치료해주는 것처럼. 그렇게 되면, 밤에 스스로에게 총 쐈던 마피아는 습격 받은 시민으로 위장하고. 그게 가장 빠르게 의심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거든. 여로가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엘리베이터를 잡고, 환자들을 챙기며 빠르게 움직이는 아이들. 샹그릴라에 관한 내용으로 머리가 복잡했으니, 상황을 뒤늦게서야 따라간다. 왜 폐기처분이 된 것이 이곳에 있었는지는 나중에 알아봐야 할 것이다. 류화는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다, 엘리베이터를 확인한다. 방금 전까지 문틈으로 들이닥쳤던 것이 가스 형태였던 것인데. 이 아래층 전부에 그 가스가 깔려있는 것은 아닐지. 다른 아이들을 따라 비상계단으로 달려간 류화는 계단 사이 틈으로 아래층에 가스가 깔려있지 않은지 확인하려 시도한다.
희야는 넘어져 일어서지 못하는 스킬아웃 잔당을 내려다 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본능에서 비롯된 객기였다. 중간에 도와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지, 이것도 없었다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웠겠지! 그래도 괜찮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면 괜찮다. 쭉정이 같아서 가치를 기대하긴 어려웠겠지만.
"순수한 연구원들은 폐기처분만 하면 되는 줄 알지요."
어찌 되었든 개조까지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원을 매수했거나, 연구원이 핵심인물일 가능성도 있겠지. 희야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 업히는 걸 도와주려 하고는, 엄호를 위해 앞으로 나서며 큐대 끝을 소매로 슥슥 문질렀다. 초크가 없었지만 단순한 버릇이다.
머리를 노리는 주먹을 피하고 태진은 박치기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사내도 바보가 아닌지 그대로 태진의 몸을 잡았습니다. 아마 둘은 같이 계단에서 굴렀을 것입니다. 혹은 태진이 어떻게든 버텼다면 블랙 크로우 멤버만 굴렀을 것입니다. 설사 굴렀다고 해도 그나마 높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소동 때문인지, 12층에서 블랙 크로우 3명이 더 비상계단 쪽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이게 무슨 일일까요? 13층의 비단 계단 쪽에서도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래도 저지먼트 멤버들이 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겠죠. 이내 박치기를 당한 사내는 혀를 차더니 다시 태진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새로 온 사내 중 하나가 품 속에서 수류탄을 꺼냈습니다.
"혼자서 설치는 모양이고, 누군가가 오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일단 저쪽부터 처리해볼까?"
"애초에 넌 뭐하러 혼자서 여기서 설치는거냐. 너 혼자서 뭐가 가능하지?"
"생각없이 달려드는 바보놈 같으니라고."
박치기를 당한 사내가 노리는 곳은 배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그 뒤의 사내는 수류탄을 13층의 문쪽으로 던지려고 합니다. 이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요.
/1명이니까 딱 10분. 8시 30분까지만 시간 드립니다. 이번 턴. 계단 쪽에 있는 태진주만 반응해주세요.
[병원조] 수강은 엘리베이터를 잡았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지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일까요.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블랙 크로우 1명입니다. 순간 움찔하던 블랙 크로우 여성은 손에 쥐고 있던 검은색 쇠방망이를 수강에게 휘두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주변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던 낙조와 혜우의 눈에도 보였을 것입니다. 딱 쇠방망이를 휘두르려고 하는 모습이 말이지요.
한편 다른 이들은 일단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특히 철현은 식당이나 방독면을 찾으려고 했고 간호사 스테이션 쪽에서 4개의 비상용 방독면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류화가 확인한 결과, 연기가 올라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태진은 다리를 펴고 앞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온 몸을 던져 수류탄을 꺼내든 이와 몸통박치기를 하는데 성공했고 그 덕분에 아직 안전핀을 뽑지 않은 수류탄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곧, 블랙 크로우 일원들 한복판에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건방진 자식이!"
"이렇게 한..이상 죽을 준비는 되어있겠지?"
당연히 태진은 넘어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블랙 크로우 일원들은 각자 쇠방망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휘두를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비상계단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혼자서 설친 어리석음을 죽음으로 갚아라."
아마도 그대로 두면 결국 얻어맞게 되겠죠. 아니. 잘 보니 못이 박힌 방망이도 있습니다. 죽을 수도 있겠군요.
[학교 조] 뭔가를 느낀 것일까요. 랑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라는 말을 혜성에게 날렸습니다. 그리고 혜성은 건물 안으로 들어갈 것을 제의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안전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아마 혜성의 눈에는 영문을 모를 상황인 은영이 파들파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검은색 알약. 그것은 틀림없는 샹그릴라입니다. 어디서 챙긴 것일까요.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며 그것을 먹으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한편 한양은 자신의 능력을 써서 방독면 하나를 벗겨냈습니다. 아마 자신이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방독면을 뺏긴 이는 칫.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서서 노란 연기에 흽쓸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하는 자신의 능력을 써서 방독면을 적셨고 필터를 망가뜨렸습니다. 방독면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남은 둘도 방독면을 벗어던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여성은 피식 웃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한들...뭐가 달라질거라고 생각해? 패러사이트는 이미 너희들 코앞인데!"
어느 순간 패러사이트가 코앞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번에는 붉은 점이 한양의 뒷통수를 노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절묘한 사각입니다. 물론 이 또한 느낄 수 있는 이는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드 루트]
"나도 그렇게 생각해."
청윤의 말에 은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구체를 생성한 후에 앞으로 던졌습니다. 이내 실 같은 것이 살짝 흔들렸고 여기저기서 작은 연쇄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만약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면 필시 저 폭발에 휘말렸을 것입니다. 작다고는 해도 아마 손이나 발이 부상당하기에는 딱 좋았을 것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그제야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부비트랩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입니다. 병실 문 한 쪽이 열리더니, 할머니 한 분이 살려달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살려줘...살려줘.. 제발... 살려줘어..젊은이."
밖으로 나오진 않고 안에서 손을 흔드는 그 모습은 청윤의 눈에 확실히 보였을 것입니다. 이미 트랩은 처리되었고, 일직선으로 뛰어가면 금방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못이 박힌 방망이를 발견한 리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떻게 하지? 그냥 뛰어내려? 아, 야구공... 야구공.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자 손안에 동그란 공이 잡혔다. 됐다. 다행이다. 구현됐어. 성공이야. 그래봤자 고작해야 레벨 1이고, 이거 하나로 저들을 다 처리할 순 없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여긴 나 혼자가 아니니까.
"건드리지 마!"
일단 막아야지! 리라는 못이 박힌 방망이를 든 블랙 크로우의 머리를 겨누고 온 힘을 다해 야구공을 던진다. 맞으면 엄청나게 아프다는—거의 벽돌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는 통증을 느낄—야구공을.
계단도 상황은 여의치 않는지 뭔가 소리가 나는거 같지만 지금은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환자들을 데리고 탈출해야 할 일이니까, 혼자면 몰라도 여럿일 수록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문이 열린 비상계단에서 혹시모를 상황을 살펴보려 하던 찰나, 블랙크로우인지 어둠까마귀단일지 모를 정체로 추정되는 일원들과... 어딘가 익숙한 차림새를 한 학생이 한복판에 있었다.
상황을 봐선 당장이라도 어찌 할거 같은데...
"어디서 비겁하게 여럿이서 덤빔까!!!!"
계단에서 방망이를 든 무리들이 있는 곳까지 그대로 몸을 던져 한명 정도는 떨어뜨리려 했다. 곧 몰아닥칠 다른 부원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쪽이 여럿이서 덤비는거 같지만...
띵동 13층입니다. 대피하려고 부른 엘리베이터에는 전혀 마주치면 안되는 적이 보이고 말았다. 그것도 무장한 스킬아웃이.
"으. 어.. 에??"
이건 진짜 예상못했는지 순간적으로 입에서 아무 소리가 튀어나오는 사이에 상대 스킬아웃의 몽둥이가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고,
"으.. 으와아!"
저지먼트에서 교육받은 내용을 순간 떠올려 몸을 숙이고 그대로 스킬아웃을 향해 힘껏 돌진한다! 누가 같이 싸우고 있었으면 피했겠지만 뒤에는 환자들이, 주변에 가까운 부원이 눈에 띄지 않아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 그도 모르게 다행이었던 점은 지금 이 스킬아웃의 공격태세를 주변의 다른 부원들이 봤다는 것이었다 //테이크다운!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곤 청윤은 다행히 저 부비트랩 안으로 걸어들어가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높은 레벨을 상대하기 위해 다양한 치밀한 수를 짜뒀지만 어떤 의미로는 그런 치밀한 수들을 짤 것이라고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할머니로 보이는 한분이 병실에서 손만 내밀어 구해달라는 모습을 보고 청윤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평상시였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가서 문을 열어주고 할머니를 대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과 장소는 스킬아웃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써, 혹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데리고 위장해 도움을 요청하는 척 하다가 기습하기에도 좋은 상황이었다. 목소릴 변조할 수도, 할머니를 인질 삼아 붙잡아두고 협박하고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란 뜻이다.
"..은우 선배, 일단 구하러 가요."
이런 고민과 걱정을 하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만약 방심하다가 당해버리면 자신은 그저 짐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도 그대로 기다리는 것도 자신이 방해물이 되는 행동일 것이다. 자신의 말을 들은 은우가 앞서가든 아니든 청윤은 한손에는 외투를 두르고, 다른 손에는 삼단봉을 들고 병실을 향해 달려갔다. 만약 추가 부비트랩이라도 있다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흉기로 공격당했다고 해도 막기 위해 내린 보잘 것 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강수연을 업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여기저기서 다른 부원들도 모여서는 비상계단으로 진입하는데.
"어어?"
온갖 흉기로 무장한 깡패 녀석들 사이에 내던져진 부원 한 명. 어떡하지?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아버린다. 아니야 괜찮을 거야, 다른 부원들도 있으니까... 왜 나는 도움이 되지 못할까? 이렇게 가만히 서서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 환자를 업고 있기도 하니 섣불리 나설 수도 없어.
한 손으로 병실 문을 턱하니 잡고 고개를 기울여 살피는 그때였다. 동그란 눈이 인상적인 한 명(금 수강)이 문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잡다가 기습 받기 직전이었다. 초면이나 명명백백한 저지먼트 부원. 시선이 닿고, 블랙 크로우를 마주하자마자 결심했다. 저거, 잡아야겠다. 낙조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더니 곧 날쌔게 뛰쳐나갔다. 도중 거리상 늦는다는 걸 알아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낙조는 불쑥 허리를 굽히더니 바닥에 굴러다니던 속 빈 음료 캔 하나를 들어올려 블랙 크로우 머리를 향해 있는 힘껏 던진다.
서둘러 챙긴 방독면 4개를 환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4명은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젖은 수건으로 버티면서 추가적인 방독면을 찾아봐야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탈출이 우선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재 가스는 없다. 그러나 언제 추가적인 가스 공격이 올지 모르기에 환자들에게 대비를 철저히 하라 말한다.
비상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을 때, 철현은 블랙 크로우에게 린치를 당할 위기에 처한 태진을 보았다. 철현은 환자들 중 최고령자를 뽑아 대피를 부탁하고 주변의 소화기를 하나 집었다.
"미안, 여기는 가스 집이지 죽집이 아니거든?"
그들에게 달려가며 소화기의 핀을 뽑고 놈들을 향해 발사했다. 태진이 누워있고 놈들은 서 있다. 놈들은 다수고 우리 팀은 한명이다 놈들은 무기를 들고 있고 우리팀은 맨손이다. 그렇다면 서로 사이 좋게 시야를 가려버린다면 최소한 우리 팀보다 적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다.
다행히 뭔가 일어나기 전에 혜성을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다, 방금 봤던 붉은 점은 온데간데 없다. 적어도 지금은 그 점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어째서 계속해서 머리가 울리지? 랑은 청각도, 시각적 정보도 아닌 미지의 자극에 관자놀이 부분을 꾹 눌러대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는 와중 눈에 들어온 붉은 점, 포기할 생각은 없는지 한양의 뒤통수를 노리는 붉은 점에 랑은 다시 땅을 박찼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양을 밀쳐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어이, 부부장."
그 붉은 점이 쏘아져 오는 방향을 똑바로 노려보며, 한양의 곁에 발을 딛고 속삭인다.
"뒤다, 내 시선을 봐. 저 끝에 있을 거다."
여차하면 그대로 한양을 잡아당길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으로썬 저격수를 견제할 수 있는 쪽은... 말이 끝나자 마자, 가능하다면, 견제가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았든. 정하와 한양을 붙잡고 아영의 빛이 검은 까마귀들에게 혼란을 주는 동안 학교로 내달리려고 했다.
"패러사이트가 뭐? 난 이미 방독면 썼다. 여기서 멀쩡히 나갈 생각은 하지마. 쓰러지고나서 공손하게 존댓말 해라."
'전치 2주 못 지키겠다. 미안하다, 은우야.'
"너네들 쇄골."
"전부 가져가주마."
한양은 녀석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 쇄골을 부러뜨리려고 한다. 단순히 무력화가 아니다. 진짜로 원턴으로 부러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멈춰버렸다. 저격수가 한양을 노리고 있다는 랑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듣자마자 한양은 저격수의 조준 포인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이드로 두 발짝 스텝을 뛰었다.
"칫, 알았다. 정하양이 다들 제압해주세요. 저는 저격수부터 처리할 테니깐."
그리고 정하는 한양에게 저격수의 위치를 알려줬고, 랑의 추가 피드백으로 자세한 위치까지 알게 되었다. 한양은 총구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양은 즉시 염동력으로 녀석의 총기를 뺏어서...
"돈까스 고기는..."
"존X 패면서 다지는 거지!!!!"
기절할 때까지 그 총기로 무자비하게 구타를 하려고 한다. 머리,몸통,하체 전부 상관없이 마치 돈까스 고기 다지듯이 무력화가 될 때까지 패려고 한다.
저렇게 한 가운데로 떨어졌으니, 폭발을 일으키기도, 불을 일으키기도 곤란한 것이라. 아니었다면 한 방에 다 쓸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 현 상황에 입술을 잘근 깨물던 류화는 그나마 태진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블랙 크로우를 노려본다. 그 서있는 바닥에 에너지를 모아서, 화염으로 터트리려 시도 한다.
적진 한복판에 떨어진 인영 확인 후, 눈 크게 뜨여 동공이 저릿히 떨린다. 화들짝 놀란 표정 하나 관리 못 한 채, 떨리는 목소리 굳게 다잡고선 대피시키던 환자들 쪽으로 팔을 내지르고선 앞을 가로막는다.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레벨 1; 능력자들 상대였어도 도움 될까 말까 할 정도인데 하물며 상대는 자신의 능력에 일절 피해 없을 무능력자 집단. 있는 무기라곤 삼단봉 뿐, 계단이라는 지형상 경진이 내려가더라도 형한테 도움은 커녕 발만 꼬이게 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은 이 상황에 뭘 하면 좋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아까까지 하던 시덥잖은 걱정 집어치운 채, 달려나가 잡고 있던 삼단봉에 악력 가해 까마귀단 한명의 관자놀이를 노려 휘두르려 했다.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희야는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듯 걸었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여유로운 발걸음이며, 소란스러운 소리가 허상인 것처럼 현실감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계단에 도착했을 때, 눈에 담긴 광경은 대단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장면이라.
"어라-?"
희야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 고개를 기울였다. 빠른 속도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근처에서 상황을 목격한 부원들이 제각기 공격에 나서는 것을 보고, 눈을 질끈 감는 부원도 모조리 눈에 담았다.
"멋진 무채색 친구, 잘 업고 있어요. 놓치면 안 돼."
희야는 제이에게 종알종알 얘기하고 큐대를 통해 방향을 만들었다. 위에서 아래. 마침 소화기 분말도 있겠다, 미미하긴 해도 주변을 얼려보고자 시도했다. 정확히는 미끌거리기 시작할 바닥을 먼저, 그리고 몸에 묻은 분말까지.
[병원 조] 갑자기 튀어나온 블랙 크로우 여성에게 수강은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습니다. 원래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낙조가 음료 캔을 머리를 향해 힘껏 던졌고 그 때문에 여성에게서 살짝 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통 박치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걸 맞고 쓰러질 일은 없었으며 여성은 다시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넘어지면서 방망이를 놓친 모양입니다. 이내 방망이는 데구르르 굴러가고 있고 여성은 그것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대로 두시겠나요?
한편 혜우는 환자들 앞에서 방어를 하겠다는 듯이 두 팔을 벌렸습니다. 일단 다행히도 그녀 쪽까지 오진 않겠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13층에서 기절했을 블랙 크로우 여성. 정확히는 개인실 근처에 있던 여성이 머리를 붙잡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낙조의 뒷편입니다. 손에 쥐고 있는 서바이벌 나이프로군요. 그리고 위치상 그 모습은 혜우에게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편 비상 계단에 들어온 철현은 소화기를 분사했습니다. 덕분에 그곳에 하얀 연기가 가득 찼고 블랙 크로우의 움직임은 순간 멈칫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태진을 제외한 이들은 반층 정도 위에 있었기에 제대로 위치가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라는 야구공을 던졌습니다. 그 야구공이 사내의 머리에 맞자 퍼억! 소리가 나며 크악! 소리와 함께 사내가 방망이를 놓쳤습니다. 이내 그림은 사르륵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태진의 주먹이 그 사내의 명치에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부들부들거리면서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을 것입니다. 이어 애린이 다른 하나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몸이 명중하긴 했지만 넘어지진 않았고, 그대로 그 사내는 애린을 내리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 경진이 삼단봉으로 그 사내의 관자놀이를 내리쳤습니다. 덕분에 균형을 잃고 완전히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것입니다.
한편 희야는 바닥을 일부 미끄럽게 만들었고, 여성 한 명을 바닥에 넘어지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맨 뒤에서 뭔가를 던지려고 하던 남성을 향해 류화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폭발 소리와 함께 바닥에 금이 갔고, 이내 그 사내는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콰앙!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하지만 그 순간이었습니다. 뭔가 상당히 윗층에서 커다란 폭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넘어졌던 블랙 크로우 중 한 명이 칼을 꺼내들었고 그것을 집어던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입니다. 칼을 던진 방향은 협박을 받은 재이가 아닙니다. 저지먼트 부원인 '제이'를 향해서 던졌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뒷부분에 있는데 굳이 그곳으로 던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왜 제이를 노리는 것일까요? 그 한명만이 아니었습니다.
"타깃을 놓치지 마라."
다른 여성도 나이프를 꺼내들었고 그것을 제이에게 던졌습니다. 제이가 타깃인걸까요? 어째서?
어쨌든 지금 이대로 있으면 12층 문을 통해서 또 다른 이들이 올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학교 조] 아영은 다시 한 번 빛을 터트렸습니다. 다시 한번 블랙 크로우의 시야가 가려졌고 또 다시 빈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아영이 설득을 하고, 이어 혜성 역시 은영을 설득했습니다. 넌 죽지 않는다. 그 말을 들으며 은영은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몸을 떨었습니다.
"알겠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제발!"
살려달라고 이야기를 하며 은영은 혜성과 함께 학교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안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은영을 향해 불꽃이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것은 이전, 실로 조종당했던 것으로 추정되던 남학생(A조)였습니다.
"미안하지만 널 잡아야겠어. 협력하면 샹그릴라를 준다고 했거든. 난 그게 더 필요해. 더. 더. 더. 에어버스터를.. 내 친구를 스킬아웃에 연행한 그 에어버스터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더 강한 힘이 필요해!"
한편 한양은 총기를 뺏는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격수는 가볍게 총기를 놓으면서 단번에 퇴각하듯 몸을 피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때리진 못한 것 같지만, 저격이 날아오는 위험은 사라진 모양입니다.
그리고 한양에게 저격이 날아오는 것을 가르쳐준 랑은 능력을 써서 블랙 크로우 3인방의 수분을 증발시키면서 고통을 주고 있던 정하와 한양을 데리고 학교로 달렸습니다. 블랙 크로우 3인방은 크게 비명을 질렀지만 그 중 한 명. 가장 앞에 있던 남성은 이를 악물고 주머니에서 '샹그릴라'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걸 꿀꺽 삼켰고 손가락을 앞으로 향했습니다. 그 손가락 끝에선 빛이 반짝였습니다.
"놓칠 것 같으냐!"
그는 그것을 랑에게 발사하려고 했습니다.
[하드 루트] 할머니를 모르는 척 할 수 없었는지 청윤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에게 구하러 가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은우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리고 잠깐...이라고 외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청윤은 병실까지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할머니는 피식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스위치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이 젊은 여성의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바이바이. 코뿔소."
"칫!"
이어 은우는 구체를 만든 후에 그 사이로 집어던졌습니다. 풍압이 청윤을 밀어냈겠지만, 이내 커다란 폭발소리와 함께 위에서 천장 파편들과 일부 잔해들이 무너져내렸습니다. 말 그대로 은우와 분단되었습니다.
그녀가 지금 갈 수 있는 곳은 1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일까요. 저 벽 너머에서 뭔가가 쾅, 쾅.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파편 사이에서 노란색 연기가 희미하게 올라오지만 이쪽으로 크게 넘어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퍼스트클래스를.. 잡아볼까 했지만, 의외의 인물이 따라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래. 넌 어디서 뭐하는 녀석이냐. 응?"
이내 계단 쪽에서 발소리의 주인공이 보입니다. 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장발머리에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며, 오른쪽 눈에 흉터 자국이 있고, 담배를 입에 물고 있으며 팔에 왕관을 쓴 검은 까마귀 문양이 있는 완장을 차고 있는 이였습니다.
"아니. 누군진 상관없긴 한데 용기가 꽤 가상하네. 넌 왜 올라왔냐. 여기에. 퍼스트클래스의 부관이냐? 그러니까.. 뭐였더라. 아. 모르겠네. 아무튼 널 죽이면 퍼스트클래스도 없어지냐?"
/10시 15분까지! 하드 루트의 이유는 하나. 은우와 분단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혼자서!
맞았다! 공격이 먹혀들어간 걸 소리로 확인한 리라의 얼굴이 조금 밝아진다. 뒤이어 다른 부원들의 공격이 속속들이 먹혀들어가는 것을 보며, 넘어졌던 태진이 일어난 것을 보며 한층 안심한 그는 다시 펜과 포스트잇을 손에 들었다. 일단 능력이 발동되는 걸 확인했으니 성공하든 말든 생각나는 대로 그려서 지원하자. 이런 상황이라 머리가 잘 안 돌아가긴 하지만...
—그 순간, 리라는 우연찮게 눈을 돌린 자리에 넘어져 있던 테러범이 제이가 서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것을 목격한다. 그는 불길함을 감지하고 손을 움직였다. 손에 들린 칼날이 보인다. 그릴 것은 정해져 있다.
"제이 선배, 조심하세요!"
그림을 실체화시킨다. 날아오는 칼은 총 두 개. 막을 수 있겠지? 리라는 검은색의 커다란 진압방패로 제이에게 날아오는 칼들을 쳐내려고 한다.
은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학교로 달리며 혜성은 잠깐 뒤를 돌아본다. 아직 학교로 들어오지 못한 랑과 정하, 한양을 돌아봤지만 뛰는 걸 멈추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학교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날아드는 불꽃에 아영의 손목을 잡아서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려하며 불꽃의 범위에서 벗어나게 하려한다.
"복수를 위해서 여자애를 잡아가겠다는 말이야?" "아니면 그냥 그런 이유를 변명이라고 가져다붙히는 거야?"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혜성은 삼단봉을 꺼내 펼치고 남학생을 견제하며 상냥한 어조로 나긋하게 질문을 던졌다. 샹그릴라라면 방금 은영이에게서 얻은 게 자신에게도 있으니까 여차하면 던져줄까.
다친덴 없나? 그런 생각으로 눈쌀 찌푸리고선 애린과 태진의 몸을 급하게 훑어본다. 칼을 던져드는 두 여성의 모습에 고개를 제이 쪽으로 돌리려다가 도중에 그걸 멈춰, 다리에 힘 싣고 난간을 넘어 계단에서 뛰어내린다. 발 헛디뎌 무게중심 못 잡을 뻔한 것은 12층 문으로 달려나가면서 겨우 다잡는다.
일단 환자들 앞으로 나서 여파를 받아내려 했으나 다른 저지먼트 부원으로 인해 여기까지 여파기 미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덕에 아주 잠깐, 여유를 갖고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것이었다. 낙조의 뒤에서 접근하는 블랙 크로우의 여성을.
여성은 손에 서바이벌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 분명한 살상용이었다. 상황을 앞 선 부원들에게 알리기엔 앞 쪽의 상황도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판단과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촤르륵, 소리가 나며 삼단봉이 펼쳐졌다. 다른 손에 수갑을 쥐고 있긴 했으나 접근이 가능할지 몰랐다. 삼단봉의 사정 거리에 우선 접근하는게 목표였다.
무장이라곤 삼단봉과 수갑 뿐이고 몸을 지킬 어떤 수단도 없었다. 그것만으로 적을 방심시킬 수단이 되어주길 바랐다. 부원들에는 상황을 고지하지 않은 채 뒤에서 접근 중이던 블랙 크로우의 여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바이벌 나이프와 여성의 팔의 리치 안으로 과감히 뛰어들며 삼단봉을 휘둘렀다. 내 시선은 여성의 목을 확실히 노리고 있었다. 휘두르는 순간, 기존 것보다 단단히 제작된 삼단봉의 끝에서 찰칵 하고 메스의 날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칼날은 육신을 베는 것에 최적화된 물건이었다.
삼단봉으로 선공을 갈긴 후, 내게 어떤 위협이 가해지든 상관치 않고 수갑 쥔 손을 휘두르려 했다. 턱의 측면을 후려 기절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한양은 뺏은 총기를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한다. 이걸 그냥 두고 가면 녀석들이 다시 쓸 수 있기에 탈취한 무기는 철저히 저지먼트가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놈들 총 좋은 거 쓰네.."
랑은 한양과 정하를 데리고 학교로 대피하려고 하고, 한양도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가려고 했다. 그렇게 같이 뛰던 도중에 놓칠 것 같냐는 녀석의 말을 듣고 뒤를 돌아봤다.
"랑아, 조심해. 지그재그로 달려."
한양은 손 끝에서 무언가 모아서 쏘려고 하는 녀석의 팔을 세게 잡아서 하늘로 올리게 하려고 한다. 이러는 목적은 조준점을 랑이가 아닌, 하늘로 강제로 바꾸어서 랑이를 보호하려는 목적. 두 번째 목적은 '어그로'. 저 녀석의 공격이 하늘로 올라감으로써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직각함고..세은 역시 이를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마무리로 녀석의 팔을 꺾고나서 다시 랑과 같이 학교로 대피하려고 한다.
원래는 조준점을 저 녀석의 동료로 바꾸어서 자신의 손으로 동료를... 어쨋든 그럴까 생각했지만 아무리 상대가 악당이어도 한양은 그 정도 불한당은 아니었다. 게다가 전자의 효과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도 했고.
뭔가, 제압을 하고있던 와중, 뒤로 휙하고 끌려간다. 한창 집중중이던 탓에 능력이 흔들린다. 그리고 끌려가는 와중에, 뒤에서 날아오는 빛을 바라본다. 빛? 빛? 빛은 굴절된다. 순수한 빛일경우지만. 침을 퉤 뱉고, 그 침으로 빛을 산란시키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나서, 샹그릴라를 삼킨 남자의 위... 위? 안에 있는 위액을 빠르게 꺼내, 약을 역류시키려고한다. 이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선배!"
이제 끌려간 뒤, 자세를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 가스들, 역시 성가셔. 여기 근처에 물을 뿌릴만한곳이 없을까?
"선배! 이 주변에 소화전 있어요? 아니면 상수도나, 아무튼 물 뿜을 수 있는거!"
랑 선배의 주도에 따라 달리는 거라, 이 주변의 기물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학교 설계도를 봐두는건데!...아니야, 그건 너무 의미없는말이야.
청윤이 입으로 직접 내뱉진 않았지만 지금 상황을 표현하긴 가장 좋은 말이 아닐까 싶다. 이러니 무리하게 달려들지 말아야 했는데. 결국 자기 때문에 트랩에 걸리고 말았구나. 자책하면서 청윤은 잠시 뒤를 봤다. 잔해들 때문에 완전히 막힌 것 같다. 은우 선배의 능력 덕분에 큰 부상 없이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이젠 15층에서 내려온 스킬아웃과 1대1로 대치하게 되었다. 청윤은 뒤로 잠시 물러나더니 잔해에 대고 말했다.
"은우 선배, 혹시 듣고 계시다면 전 괜찮으니까 15층에서 만나요."
폭발 소리나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이 약간 불길했지만 청윤은 은우 선배쯤 되는 사람이 고작 이 정도로 위기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위기에 빠진 건 자신이었다. 이 상황을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냥 단순한 후배일 뿐이야."
자신을 퍼스트클래스의 부관이냐고 물어보며 자길 죽이면 퍼스트클래스도 없어지냐는 알 수 없는 스킬아웃의 말에 답하며 청윤은 최대한 목소리의 떨림을 감추려고 했다. 하지만 과거 스킬 아웃 4명에게 둘러 쌓였을때나 6명이 달려들었을때보다도 훨씬 강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청윤은 용캐도 떨어뜨리지 않은 삼단봉을 잡곤 반대손에 묶었던 외투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곤 스킬아웃의 눈을 향해 능력을 발사했다. 만약 맞는다면 최소한 시야 방해와 고통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손으로 막히더라도 잠시 동작을 흐트러트리기엔 충분할 것이다. 그러곤 삼단봉을 빼든 뒤 머리를 노리며 앞뒤 안가리고 스킬아웃에게 달려들었다.
폭발에 바닥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되면 아래로 못 내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드는 것도 잠깐이다. 나이프가 날아옴에 류화는 그 방향을 보고, 다른 이들이 막아주는 것을 보고선 안도하며 잔뜩 화가 난 표정이 된다. 이번에도 동료와 조금 거리가 있을 블랙크로우의 바닥을 폭파시켜 떨어트리려 한다.
호불호가 가장 극심히 갈리는 음식은 뭘까? 경진의 기준으로는 자신이 익숙치 않은 향신로로 도배된 것들이다. 커민, 고수, 타힌, 터메릭,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앞의 예시들로 이것 하난 명확하다: 이국적인 향은 토종 한국인에겐 호불호 극심히 갈린다.
재료의 합은 곧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 준다. 그렇기에 자기주장 강한 재료는 무엇과 같이 합하느냐가 중요하다.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서로 어우러지는 것이 이상적이며, 한 가지 맛만 나는 음식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 매운 맛은 감칠맛이 있어야만 손이 가고, 짠 것은 단 후식과 합하는 것이 이상적인 것처럼.
단언컨대 화합이 중요한 것이다. 한 가지 재료의 목소리만 나서는 이상적인 깊이 없는 맛만 날 것이다. 주된 재료 있더라도 그 외 다른 것들 없이는 맛 없는 요리 가득 있는 것처럼.
경진은 감겨오는 눈 비비적대며 달궈진 프라이팬 위 계란을 뒤집개로 긁어본다. 큰 수고 없이 떨어져 나온 계란은 뒤집개 위에 흰자를 늘어뜨린 채 허공에 붙들려 있다. 찬장 문을 연 손은 아직 잠이 덜 깨 감겨오는 것 저항 못하는 눈의 부재로 인하여 그 안 내용물 손으로 더듬어 보다가도 예상한 매끈한 접시의 촉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제서야 눈이 떠져 손 끝으로 시선이 집중된다.
아무것도 없어 텅 빈 찬장을 보고 당연한 이치인 것 마냥, 눈알 싱크대로 또록 굴러간다. 이번엔 예상한 오감대로 싱크대에 그득히 차 있는 접시가 덜 깬 정신을 밝혀준다.
은영은 혜성이 챙겨 이미 학교로 들어갔다, 저격수는 사라진 모양이고, 정하의 공격은 성공적으로 거의 무력화에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단 한 명, 한 명이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며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걸 랑은 정확히 볼 수 없었다, 무언가 계속해서 소름끼치는 감각은 있었으나 그게 무엇인지는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지금의 랑이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기에.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마."
한양에게 뒤를 맡기곤, 아까와 같은 감각에 집중한다, 중요한 순간에 맞아 쓰러지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곤 자신이 보는 방향을 향해 있는 힘껏 내달릴 뿐. 그러던 와중 정하에게서 상수도가 있냐는 물음이 들려오자, 랑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운동장 주변에는 항상 팔다리와 얼굴을 씻을 뿐만 아니라, 음수대 역할도 하는 장소가 있는 법. 랑은 근처에 있는 상수도를 가리킨다.
[병원 조] 여성은 쇠방망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수강이 몸으로 막아냈고, 수강은 쇠방망이를 뒤쪽으로 날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낙조는 그 쇠방망이를 잡긴 했지만, 그것을 창밖으로 던졌습니다. 예상도 못핸 행동에 그 여성은 벙찐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어이가 없었는지 빈틈을 그대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혜우는 또 다른 여성을 발견하고 그 여성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메스 날이 달려있는 삼단봉을 이용해 여성의 목을 공격했습니다. 갑자기 공격해온 것에 여성은 깜짝 놀라 뒤로 피했으나 그 때문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습니다. 뒤이어 턱의 측면에 수갑을 찬 손을 휘둘러 명중시킬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강한 공격인지 여성은 이를 꽉 악물었습니다.
한편 제이를 향해 칼이 날아오자 리라는 검은색 진압방패를 그려 실체화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레벨이 조금 약한 탓일까요? 튕겨내진 못하고 비슷하게 밀리고 미는 듯한 느낌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제이의 뒤에 있는 수연은 파들파들 떨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해.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태진은 방망이를 뺏었고 다시 칼을 던지려는 남성을 막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남성은 칫 소리를 냈으나 이내 갑자기 씨익 미소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철현이 던진 소화기에 맞고 그대로 털썩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으로 보아 역시 아마추어는 아닌 모양입니다.
한편 애린은 삼단봉을 투창처럼 던져 방패가 막고 있던 나이프를 튕겨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류화는 또 뒤에 있는 이에게 능력을 사용했고 바닥을 박살내면서 또 아래로 추락시켰습니다. 으아아아악! 하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입니다. 한편 희야는 칼을 던진 여성을 향해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그 발 밑이 미끄러졌고 그 여성은 그대로 머리를 제대로 박았습니다. 그리고 여로가 아마 기절한 그 여성에게 다가갔을 것입니다.
한편 경진은 12층으로 향했습니다. 그러자 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성이 못이 잔뜩 박힌 방망이를 위에서 내리치려고 했습니다. 피하지 않거나, 혹은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명중했을 것입니다.
한편 교전하고 있던 블랙 크로우 중 한명은 씨익 웃으면서 자신들의 이어셋에 이야기했습니다.
"임무는 달성했습니다. 퇴각하겠습니다. 보스." "그래. 이쪽은 조금 더 있다가 가도록 하지."
그 순간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은 물론이고, 남아있는 이들도 모두 일제히 품 속에서 병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일제히 땅으로 던지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들은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하거나, 계단을 통해서 내려가려고 하는 등, 퇴각하려는 모습을 보였을 것입니다.
병이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 여기저기서 또 패러사이트가 퍼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임무 달성이라니. 대체 뭘 달성했다는 것일까요?
[학교 조]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당신이 뭘 알아! 나는 내 친구를 에어버스터에게 뺏겼단 말이야!"
혜성의 말에 시끄럽다는 듯, 남학생은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리고 손 위에 불꽃을 화르륵 태웠습니다. 그리고 혜성을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목소리가 떨리고 있군요.
"안 비켜?! 안 비키면 선배고 뭐고 다 태워버릴거야! 난 그 약을 먹었어! 어지간한 이들보다 강하단 말이야!"
한편 아영은 자신의 능력을 써서 빛을 쏘려고 하는 블랙 크로우 사내의 눈을 향해 쏘았습니다. 갑자기 날아오는 빛 공격 때문에 사내는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양의 능력이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빛은 하늘 높게 발사되었고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그리고 랑은 피하려고 하면서 방금 막 능력을 써서 위액을 역류시켜서 한창 고통을 주고 있는 정하의 물음. 근처에 물을 뿜을 수 있는 곳이 있냐는 것에 대답했습니다. 근처를 보면 음수대가 있고 수도꼭지도 있고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한편 학교에 가까워지자 이어셋을 통해서 세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금 전에 통신이 연결되어서 월광고등학교의 부장. '웨이버'에게 연락을 보냈어요. 마침 근처라서 3분 후에 도착한다고 해요. 조금만 버텨주세요.
[하드 루트] "그러니까 널 죽여도 퍼스트클래스에겐 1도 영향이 없단 말이지? 뭐야. 하긴 이런 곳에 같이 올린 없나. 뭐 좋아. 그냥 넌 죽어라."
단순한 후배라는 말에 사내는 재미없다는 듯이 혀를 찼습니다. 이내 그녀가 눈을 향해 능력을 발사하고 달려들었겠지만 이내 그 사내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그것은 일순이었습니다. 절대로 평범한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입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바로 뒤쪽입니다.
"어딜 노리나. 응?"
이내 너클을 낀 주먹이 청윤의 바로 근처에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만약 피하지 못한다면... 굉장히 아플 것입니다. 어쩌면 다칠지도 모르지요.
-15층에서 만나자고 해도 이쪽에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어. -혹시 벽에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구멍을 낼 수 없을까? -내가 이걸 날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네가 휘말릴 수 있어.
일단 은우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할지는 청윤의 자유입니다. 애초에 구멍을 내서 더 상황이 악화될수도 있고, 차라리 이대로 15층으로 도망쳐서 따돌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되겠지요.
삼단봉은 미스, 수갑은 직격, 이었으나 여성은 뒤로 넘어지면서도 나름대로 신체의 단련이 되어있는지 버텨냈다. 내 주먹이 그리 강하지 않지만 수갑은 철제 금속이니 제법 타격이 있었을 텐데, 그걸 버티다니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그래서 힘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이를 뿌득 갈았다.
곧장 다음 타격을 날리기 위해 몸을 비트는데 여성이 품에서 작은 유리병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 직전에 웃는 것도 보았다. 저걸 깨게 두면 안 된다는 강한 직감이 머릿속을 꿰뚫었다.
그대로 쓰러진 여성의 복부로 무릎을 찍으며 내리눌렀다. 일어나지 못 하게 막으며 삼단봉의 메스로 유리병 든 손을 찍으려고 했다. 몸과 손의 제압 후에 유리병을 빼앗으려 시도했다. 병을 빼앗을 수 없다면 수갑 든 주먹을 얼굴 직격으로 휘둘러 기절시키려 들었다.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될 때까지.
이래서 스킬아웃들은 음침하다니까, 라고 속으로 되뇌이던 그녀는 한눈에 봐도 수상쩍은, 패러사이트인가 싶었던 그것을 던져 깨려 하는 모습이 보이자 다시 달려들어 병을 잡아내려 했다. 저게 또 퍼지거나 하면 보통 골치아픈 일이 아닐테니까 그 사이에 저들이 도망친대도, 그걸 쫒으려다 되려 이쪽의 퇴로까지 차단되는건 사절이다.
그나저나 임무 완수라니...
"진짜 이 건물 무너지거나 벌집마냥 된다면 죽도 밥도 안되는 건데 말임다... 아니면 환자들이..."
칼날과 방패가 맞부딪히며 소름끼치는 마찰음이 귀를 찔렀다. 끼긱. 끼긱. 리라는 온 힘을 다해 방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제이에게 말을 건다.
"제이 선배님, 괜찮으세요? 다친 데는요? 환자분도... 환자분? 강수연 환자분?"
패닉인가? 진정시켜야 하는데 앞에서 밀고 있는 이 흉기를 생각하면 거기까지 할 여력은 없다. 리라는 다시 정신을 방패에 집중한다.
"윽."
팔에 힘이 모자라. 아까 한번 정신을 놨더니 최대치의 근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이대로는—... 아?
"고, 고마워요! 애린 후배님!"
삼단봉으로 칼날을 튕겨주자 압력이 사라졌다. 리라는 방패 너머로 애린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다행이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대로 류화의 능력으로 일어난 폭발에 무너진 곳을 바라본다. 바닥이 무너져 아랫층이 꽤 잘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있는 경진과, 경진을 향해 못이 박힌 몽둥이를 든 남성도.
"경진 후배님!!! 위에요!!! 이거 받아요!!!"
받... 을 수 있겠지? 그렇다고 저걸 봤는데 가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주자. 리라는 경진이 방패를 잘 받기를 바라며 아랫층으로 방패를 던졌다.
아영의 엄호 덕에 한양의 능력이 제대로 들어갔다. 녀석의 공격은 하늘로 감으로써 공격은 완전히 빗나갔다.
'제발 이 공격을 누가 봐라..'
한양은 랑과 정하와 함께 학교내부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저 세 녀석을 그대로 두고 가기에는 마음이 걸렸다. 그런데 통신이 다시 연결된 것일까? 이어셋에 세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웨이버'에게 연락을 했다는 희소식. 3분을 버텨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알았어. 운동장에서 녀석들은 내가 맡고 있을게. 그리고 총은 내가 뺏었지만.. 옥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는데, 학교내부에 녀석이 있을 수 있어. 권총이나 대검으로 무장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깐 조심해.]
자신을 죽이려들 것이란 것 쯤은 예상했다. 이미 사람을 죽인 녀석들이니 한명 정도 더 죽인다고 별반 차이는 없다고 하겠지. 청윤은 이를 꽉 깨물었다. 청윤은 능력을 날리고 공격하려고 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훨씬 빨랐다. 인간의 속도가 아니었다.
'저게 스킬아웃이라고..? 샹그릴라를 먹은건가?'
은우 선배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추측과 함께 지금은 별 의미가 없었다. 일단 잔해를 치우기 위해 능력을 썼다가 휘말릴 가능성이 컸고, 저 녀석의 능력을 보면 아무리 봐도 싸움을 회피하며 15층으로 올라가 휘말리는 것을 피하는 것도 힘든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청윤에게 지금 당장 너클을 낀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해야한다? 잔해에서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청윤은 도박이었지만 스킬아웃이 공격하려는 손목을 붙잡았다. 머리에 정통으로 날아오는 공격이라 그대로 맞을 수도 있는, 말 그대로 도박이었다. 빗겨 맞았든 아슬아슬하게 맞지 않았든 청윤은 은우에게 말했다.
"선배! 구멍을 뚫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그 대신 제가 능력을 써달라고 할때 써주세요!"
스킬아웃의 팔을 잡은 청윤은 삼단봉으로 팔과 머리 공격을 시도하며 스킬아웃을 잔해 쪽으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dice 1 2. = 1 1. 빗겨 맞았다! 2.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리라 후배의 조심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난 그제서야 눈을 떴다. 날아오던 칼은 어느새 생겨난 방패에 가로막혀있었다. 다른 칼도 누가 던진 삼단봉에 맞고 튕겨나갔고.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무섭다!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환자를 업고 있으니 그럴수도 없었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있다가 까마귀 녀석들 중 한명이 말하는 것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임무 달성이라고? 강수연을 해치는게 목표가 아니었어? 곧 다시금 병을 꺼내 던지려는 녀석들. 저게 아까의 그 패러사이트겠지!
"어디서 수작질 부리려고!"
나는 급한대로 한쪽 팔을 뻗어 떨어져있는 삼단봉을 줍고, 병을 꺼내든 녀석들 중 한명의 얼굴을 향해 힘껏 던졌다. 제발 맞아라!
아영과 한양, 두 사람을 믿은 건 대성공이었다. 어떠한 방해도 없이, 그대로 학교 안으로 뛰어들어간 랑은 눈 앞에 혜성과 은영, 그리고 두 사람과 대치한 채로 위협하고 있는 남학생을 확인했다. 동시에 세은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온 것으로, 통신 기능이 회복되었음을 알아챈 랑은 바로 정하와 한양에게 말을 전달했다.
"교내에 샹그릴라 복용자가 있다, 지금 제압 시도할 테니까 실패하면... 뒤처리 좀 부탁하마."
교내에 발을 디디고, 남학생의 뒤쪽으로 달리던 랑은 땅을 강하게 내딛으며 몸을 틀었다
"어이. 꼬맹아."
짧게 부르는 말과 함께, 디딘 발을 회전축 삼아, 허리로부터 오르는 힘을 실어 남학생의 턱을 노린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다.
"부장님, 돈 많죠? 레벨 5니까? 스킬아웃 지원금 아꼈다가 어디에 쓰겠어요...응. 괜찮을거야 아마."
일말의 양심을 챙기자. 응. 괜찮을거야. 그리고 약간 이를 꽉 깨문다. 이미 이렇게 망가져버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원인을 제공한. 자칭[그림자], 그리고 앞에 있는. 이 불한당들.
"3분."
앞으로 버텨야할 시간, 아니. 내가 깽판을 칠 수 있는 시간. 잘됐어, 물이 있다면 난.
꽤 강하니까.
"선배님들, 앞으로 3분, 여긴 저한테 맡기세요."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리고 인이어로 꽃히는 혜성선배의 말에 사망플래그 같은 대사를 하지만, 뜻은 정 반대다. 오히려, 선배님을 신경쓰느랴 저 짜증나는 녀석들 얼굴에 펀치 한대씩 갈기고싶은걸 참는 중이니까. 후배된 도리로, 들어온지 얼마 안됐는데 이런 모습을 보일 순 없지.
"두분 다.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그야."
손가닥을 까딱이며 검은 옷을 입은 3명을 향해 돌아선다. 넘실거리는 노란색 가스는, 아까전, 흩뿌린 물에 어느정도 침전되는걸 확인했다. 소화용 상수도, 음수대, 수도꼭지, 모두 삐걱거리더니, 하나 둘 뽑히고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응, 역시 좋은학교라 그런지, 수압이 빵빵해. 마음에 들어.
"레벨 4니까요. 나름."
능력도, 사람한테 쓰는게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결론은 항상 하던, 비살상 제압의 연장인거잖아? 그것도 능력 테스트처럼 최상의 조건으로. 쏟아져나오는 물안개로 촉촉해진 머리를, 굳이 말리진 않는다. 이것도 나름 시원해서 기분 좋으니까. 상쾌한 봄바람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만끽한다.
"이 꽉깨무세요. 정신 안차리면 다칩니다."
점점 미세하게, 작아지는 물줄기, 어느새 운동장, 적어도 정하와 3인이 맞서는 그 공간만큼은. 뭉게구름처럼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미세한 연기의 향연이 되었다.
밑으로 휘둘리는 흉기의 압박감과 흐릿한 동체시력을 공감각적으로 되살려주는 그 흉흉한 바람 가르는 소리가 귀를 찌른다. 고개를 퍼뜩 돌려 보면 이미 늦었다; 못 박힌 것과 얼굴이 너무 가깝다. 멍해져서 크게 뜬 눈으로 자신 앞에 놓인 상황만 관전하다가 이름이 들리면 그 몽롱한 패닉도 금방 깨진다.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눈 주변 살 푹 패이는 감각 생생하니, 방패를 잡아 받는 오른손에 처절함이 더해진다. 그 궤도가 안면에 더 깊이 파고들기 전, 방패의 무게와 떨어지는 가속도에 힘 입어 남성의 얼굴 쪽으로 휘둘렀다. 그 힘에 겨우 자신을 향한 공격을 빗겨맞춰, 치명상은 면했다. 병과 그 내용물의 행방은 경진의 시점에선 모르는 것이다; 죽다 살아났는데 그런 것까지 살필 여력이 없어 아쉽게 되었다.
"어딜."
숨을 훅 들이쉬더니, 남성이 도망치려 한다면 혼신의 힘으로 멱살을 잡아 바닥으로 패대기 치려 했을 것이다. 흐르는 피 탓에 한쪽 눈 질끈 감아 시야가 애매하다.
막긴 했지만 무언가 일이 쉽게 끝났다. 희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끝이 살짝 올라간 큼직한 눈이 두어 번 깜빡였다. 깜빡일 때마다 금빛 색채가 일렁이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퇴각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임무를 달성했다면서 왜 죽지 않는 걸까? 죽는 것이 옳지 않나? 지금껏 누구나 그래왔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증거를 남기는 거고, 육신에 얽매이는 것으로 하여금 인간은 불행하다고 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껏 자신이 했던 말이니까.
"아하하, 허접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희야는 저런 존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뜻 하나 모르고 도망치려는 존재들. 그렇게 언젠가 비참한 삶에 놓이게 되면, 자신들이 해왔던 일은 뒷전으로 두고 살려달라 비는 녀석들. 배신의 싹. 희야는 타인들이 알아서 퇴각하는 잔당과 패러사이트를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는지 제이가 있는 곳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무서웠죠,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요."
목표를 달성했노라, 샹그릴라를 먹이겠노라. 희야는 떠올렸다. 더 많은 사람을 현혹하는 방법은 결핍된 곳을 건드리는 것으로 시작하노니…….
"……있죠, 네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인첨공의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때 아닌 불운도 아니에요. 그들이 악하기에 벌어진 일이에요. 악한 것이 잘못이에요. 약한 것이 잘못이 아니랍니다. 레벨 1이기 때문에, 약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도 아니고, 우리 또한 레벨 0과 1로 이루어졌지만 어떻게든 싸워서 너를 지키고자 했잖아요. 그러니까요."
너는 선수를 쳐라.
"오늘은 맘껏 울어도 돼요. 우리가 계속해서 지켜줄게요. 지금은 낫는 것에 집중하자. 응?"
[병원 조] 혜우는 성공적으로 매스로 손을 찌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리병을 뺏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얼굴을 직격으로 공격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입에서 피를 뱉긴 했지만요. 이어 그녀를 밀쳐내려고 하면서 자리에서 그녀는 일어섰습니다.
"잘도 했겠다..."
이어 그녀는 근처에 있는 쇠방망이를 들고 혜우를 향해 공격을 날렸습니다.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입니다. 역시 아마추어가 아닙니다. 단순히 혜우가 힘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상대는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스킬아웃 집단. 그만큼 강합니다. 하지만 피를 흘리고 있는 만큼, 상당히 지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요.
낙조는 앞에 있는 여성에게 덤벼들었습니다. 바닥으로 밀어넘어뜨려지긴 했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어 그녀는 빠르게 허리를 올린 후에 주먹질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녀는 낙조를 향해서 발차기를 날리려고 했습니다. 궤도는 턱 쪽입니다.
한편 리라는 경진을 향해서 방패를 집어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방패는 경진이 제대로 잡았습니다. 물론 공격을 당하긴 했지만 치명타는 피했습니다. 병은 방패 덕분일까. 땅에 떨어지지 않고 그저 미끄러질 뿐이었습니다. 이어 사내는 칫 소리를 내며 못이 박힌 방망이로 다시 한번 경진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한편 애린은 빠르게 움직여서 병을 잡아낼 수 있었고 제이는 삼단봉을 이용해서 공격하는 것에 성공해서 다른 병이 깨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병은 그저 데구르르 구를 뿐이었습니다. 철현은 소화기에 맞았던 남성의 방독면을 벗겨냈습니다. 그리고 턱을 향해 공격했지만 사내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철현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손에 너클을 낀 후에 철현의 뺨을 향해서 그것을 날렸습니다. 한편 수연은 리라와 희야의 말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희야를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나에게만..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요.." "그런데..그런데.. 왜.. 왜 계속 이런 일을..." "아무것도 안했는데. 난 아무 것도 안했는데!! 어째서! 어째서!!" "으아아아아아앙!!"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저... 저.. 더는 제 잘못이라고 생각안할테니까..그러니까..도와주세요!" "고마워요...고마워요..."
"칫!"
그 목소리를 들은 블랙 크로우 멤버 중 한 명이 빠르게 달려들었습니다. 저지먼트 멤버들을 스쳐 지나가고, 그대로 빠르게, 정말로 빠르게 나이프를 꺼낸 후에 수연의 팔을 베려는 듯, 아니 정확히는 잘라내려는 듯,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재이가 달려들었고 그 손을 두 손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뺨을 살짝 베이긴 했습니다.
"뭐가 목적인진 모르지만... 이미 다친 환자는 적당히 노리시죠. 저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아까부터! 대체 목적이 뭐인겁니까?!"
"글쎄. 알아서 상상해보시지. 아니면..너도 죽을테냐."
명백하게 그들은 수연을 노리고 있습니다. 어째서?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여로가 몸을 뒤져봤지만 수연에게선 딱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샹그릴라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학교 조] "뭐야. 선배는 뭔데! 왜 안 쪼는건데! 이 힘 앞에서 왜! 대체 왜!!"
오히려 강경하게 나오는 혜성의 모습에 남학생은 당황했는지 뒤로 자신도 모르게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그때 바로 랑이 도착했습니다. 이어 랑은 남학생의 턱을 주먹으로 휘둘렀습니다. 으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남학생은 그대로 뒤로 물러났고 불꽃은 단번에 꺼졌습니다.
하지만 아직입니다. 계단 쪽에서 마찬가지로 검은색 까마귀 완장을 달고 있는 이가 두 명 더 나타났습니다. 앞에 있는 이는 혀를 차면서 은영을 노려봤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바로 나이프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뒤에 있는 이가 발차기를 했고, 나이프를 걷어찼습니다.
"뭐야! 너! 배신한거야?!"
"....글쎄. 어흠."
갑자기 내분이라도 일어난걸까요? 뒤에 있는 남성은 헛기침 소리를 냈습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블랙 크로우 남성은 칫 소리를 내며 다시 나이프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한편 남학생은 천천히 일어나려는 모양입니다. 제압을 하려면 지금입니다.
한편 한양은 3인방의 쇄골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역시 한번에 눌리진 않았습니다. 그 중 한 명. 샹그릴라를 먹은 이는 다시 팔을 움직여서 빛을 겨냥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노란색 연기는 더욱 퍼져나갔고 이제 슬슬 닿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정하는 물줄기를 모두 뿜어져 나오게 했습니다. 이어 주변을 물안개로 만들었다. 그 때문일까. 순식간에 노란색 안개는 씻겨져 내려갔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이내 물안개는 서서히 사라지더니 어디론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교문 쪽을 바라보면 하얀색 모자와 하얀색 교복. 정확히는 월광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분홍색 단발머리 여성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고 씨익 웃고 있는 그녀는 오른손을 위로 들고 있었습니다.
"좋아. 늦지 않았네! 월광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장. 퍼스트클래스 제 6위. 통칭 '웨이버'인 신아라님! 등장! 그럼.. 너희들이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란 말이지. 그리고 이 물 분자. 헤에. 꽤 실력 좋은 하이드로기네시스 능력자가 있나보. 그러면... 지금부터 도와줄래? 너희들도?"
모인 물분자들은 이내 하나가 되어 그녀의 오른손 위에 거대한 물 결정체가 되어 모여 있었습니다. 이어 그녀는 그 상태에서 팔을 휘둘렀습니다. 그 물 경체는 땅에 추락했고 아주 거대한 파도가 되어 후방에서 3인방을 흽쓸어버리며 밀어버렸습니다. 점점 그 3인방은 한양과 정하와 가까워져왔을 것입니다.
[하드 루트] 너클 공격은 청윤의 머리 부분에 빗맞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클입니다. 상당한 데미지가 갔을 것입니다. 피가 흐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내는 피식 웃었습니다.
"뭘 꾸미는진 모르지만... 헛수고야.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 공격을 몇 대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응? 마음만 먹으면 네 공격은 다 피하고.. 널 이렇게 때려눕힐 수도 있지. 이렇게 말이야."
이내 사내의 모습은 다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팟하고 청윤의 바로 앞까지 왔습니다. 제로 공격을 가할 생각인걸까요. 이번에 노리는 곳은 배입니다. 허나 이내 청윤은 그 팔을 붙잡았고 삼단봉으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피식 웃으면서 사내는 그 공격을 가볍게 반대편 손으로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내 잔해까지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어 사내의 등은 잔해 부근에 닿았습니다. 그 상태에서 사내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이야기했습니다.
"퍼스트클래스가 있다면 모를까. 너 혼자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지? 이렇게 나를 벽에 밀어넣으면 뭐가 달라지지?"
"그래. 발버둥이라도 계속 쳐봐. 그래야 재밌지. 차라리 동료랑 같이 왔으면 승산이라도 있을 것을.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거냐. 우리 블랙 크로우가 어떤 집단이라고 생각하는거냐!"
오늘의 훈련. 지금까지는 손에 잡고있는 물건들의 날을 세워 베는데에 주력했었다. 물론 훈련에는 도움이 되지만, 되도록이면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익혀두는게 좋을것 같단 말이지. 다만 투척했을 때도 능력이 유지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많이 해봐야 알것같긴 한데... 오늘은 더미인형이 평소와 조금 다른 관계로 비살상으로 던지는 훈련만 진행할 것이다.
" 근데 왜 하필 더미인형이 나야? " " 아니 그게, 지금 더미인형이 다 부서져서 제작중이라고 하더라고. " " 그래서 그 대용품이 왜 나냐고 미친 동동이자식아. " " 너의 그 언행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다 불경한 자식. " " 크아아아악!!!! 날 풀어!!!!!!!!! "
레벨이 오르며 능력을 좀 더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소소하게 생긴 이득이 있다. 이를테면 식사 시간. 식탁 위에는 포장 용기에서 막 꺼낸 생두부가 놓여있다. 조리는커녕 간장 소스조차 곁들이지 않아 새하얀 상태 그대로. 하지만 두부의 비린 맛 같은 건 느끼지도 못할 테니 굳이 시간 들여 요리를 할 필요가 없다. 이레는 숟가락으로 두부를 떠서 입에 넣었다. 입에 닿자마자 뭉개지는 특유의 식감은 두부가 맞지만,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은 완전히 다르다. 결코 두부에서 날 리가 없는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아. 그러니까 식사 중에 스스로에게 능력을 사용해서 미각을 건드렸다는 말이다. 능력 연습도 되고, 시간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 식비도 굳고. 그야말로 일석사조! 그렇게 생각하며 이레는 열심히 두부를 먹었다.
잘 안 보여. 괜찮나? 아래에서 방패를 받은 것 같긴 했지만 어떤 상황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비명소리 같은 게 들려오거나 하지 않은 걸 보면 최악은 피해갔다고 봐도 되겠지. 리라는 비어버린 손에 다시 포스트잇과 볼펜을 쥔다. 그대로 선을 그린다. 이번엔 진짜 벽돌이다. 리라는 아래층을 바라보며 신중하게 경진을 공격하려는 남자를 겨눴다.
"내가!!! 건드리지 말랬지!!!"
벽돌을 힘껏 던진 후 뒤에서 들려오는 수연의 울음소리와 희야의 모습에 리라는 한결 안도했다. 희야 선배님이 잘 말해주셨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한시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블랙 크로우 하나가 달려들어왔다. 리라는 재이가 손을 붙잡고 있는 동안 포스트잇에 빠르게 그림 하나를 더 그려낸다. 바로 펄펄 끓는 물이 들어있는 양동이다!
왜 쫄지 않냐는 남학생의 말에 혜성은 고쳐쥔 삼단봉 끝을 남학생을 향해 겨누면서 흔들림없이 웃어보였다.
"무서워할 이유가 없으니까야."
배짱을 부리고 있을 뿐, 혜성은 굉장히 겁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여기서 시간을 끌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강경한 스탠드를 취하는 중일 뿐이다. 근데 진짜 정말 공격하면 화상을 입는 건 감안해야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혜성은 랑의 공격에 남학생이 쓰러지는 것과 계단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사람들의 등장에 은영을 보호한 채 몸을 틀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분을 보자마자 한숨 돌리던 혜성은 다리에서 힘이 풀리는 바람에 서있던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아버렸다.
"....우와..무서웠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목소리에 완전히 긴장이 풀려버린 모양이다. 작게 중얼거리는 혜성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흔들렸다.
신나게 녀석들을 압박하고 있을때, 어느순간 물의 제어권이. 나한테서 사라진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주도권을 쥐어보려고 약간 노력해보지만, 내 주변 극히 일부분의 물만이, 나에게 호응한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건.
"쳇, 예정보다 일찍오셨네요.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목화고 저지먼트 소속 1학년, 진정하입니다."
절대적인 강자, 혼자서 한개의 군단과 견줄 수 있다는, 퍼스트 클래스. 가볍게 경례를 하고 긴장을 푼다. 이제 내가 경계를 하건 말건은 큰 문제가 아니니까.
약간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네. 혀를 찬다. 저녀석들을 직접 패는건 어쩔 수 없이 실패야.
아쉬운것과는 별개로, 레벨5의 지원은 든든하니까. 이미 몰려온 물안개가 그녀의 곁에서 커다란 파도가 되자, 망할 3인방이 허둥대며 휩쓸려온다.
...대능력자도 별거 없네, 저런거 상대로 애먹다니. 스스로의 무력함이 밀려들어온다. 그거랑 별개로...협력? 그건 나한테도 한대정도는 먹일 수 있다는거지?
물의 수증기화시, 부피 변화는 1680배. 즉, 빠르게 기화시킨 공기는.
파-앙
부스터처럼 쓸 수 있다.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가, 세명을 물로 엮어선 파도 위로 올라탄다. 마치 숙련된 서퍼처럼 물 위를 달린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레벨 5가 약간 주도권을 건네준 물들은, 검은옷의 사내들을 한 데 묶어 고정 한 뒤. "까마귀"들의 발 밑에서. 최대한 압축되었다가. 그 압도적인 물들이 전부 기화되어
마치, 물로켓처럼 까마귀들을 발사시킨다.
......저번에 운동장에서 했던 뻘짓이 도움도 되는구나. 역시 훈련은 하고 볼 일이야. 점점 높게 떠오르는 3인방들, 5미터, 10미터...15미터...20...3..? 잠깐, 이렇게 높게 쏠 생각은 없었는데? 슬슬 능력제어가 되지 않는 범위까지 쏘아올려진 3인방.
이제서야 병의 존재가 눈에 각인된다. 경진은 아직 건재한 한쪽 눈을 부릅뜨더니 몸을 숙여 방패를 제 앞으로 위치하고 땅을 박차 방패의 면적으로 남성의 스텐스를 파훼하려 달려들었다. 성공하였다면 그대로 벽에 찍어 누르려 하는 움직임. 방패 굳건히 잡은 양 손 탓에 병은 어쩔 도리 없다. 때문에 심기 굉장히 불쾌하고 뇌가 팽팽히 당겨진 양 심박수만 들려온다.
살아있는 몸을 찔러본 것은 처음이었다. 인조 모형처럼 그저 푹 찌르고 빠지는 감각이 없었다. 제대로 숨 쉬며 펄떡이는 근육의 감각이 삼단봉을 통해 전해졌다. 이게 손이 아니었다면, 저 목이었다면, 숨을 끊을 수도 있었다.
내 손으로 생명을 앗을 수 있어.
그러나 유리병의 회수가 먼저였다. 재빠르게 유리병을 빼앗아 힙색에 넣고 가방의 지퍼를 잠갔다. 적어도 이 안에 넣어두면 깨져도 밖으로 새는 가스의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이었다.
유리병을 빼앗았으니 무리한 제압에서 벗어나 뒤로 물러섰다. 여성은 내게 당한 것이 분했는지 분노를 표하며 근처의 쇠막대를 집어들었다. 내게 휘두르며 분을 표출하려 했다.
공격을 막을지 피할지 갈림길에서 막으며 달려들기를 택했다. 나는 아직 체력이 체력이 상당했고 여성은 지쳐있었다. 팔로 막으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과감하게 여성이 휘두르는 쇠방망이의 간격 안으로 뛰어들었다. 눈은 똑바로 여성을 보았고 내 표정엔 한 치의 공포도 없었다. 단지 이 적을 제압해야 한다는 목표 만이 충실했다.
쇠방망이 쪽으로 한 팔을 올려 막으며 나머지 한 팔을 여성에서 뻗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도 닿을 수 있는 삼단봉 쪽이었다. 여전히 위협적인 메스가 달린 삼단봉으로 여성의 얼굴 특히 턱 아래에서부터 찍어올리려 하며 더욱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처음으로 무릎을 치켜들어 하복부를 강하게 타격하는 것까지 시도하려 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너클을 낀 주먹을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청윤은 어떻게든 빗맞긴 했지만 너클에 맞아버렸다. 청윤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마인지 머리인지가 찢어졌는지 피가 흘렀다. 마치 그때, 배트를 맞았던 때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청윤의 눈은 그때와 달랐다. 청윤은 스킬아웃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어떻게든 주먹을 잡아내자 청윤은 삼단봉으로 다시 한번 내려치려고 했으나 또 다시 공격은 막히고 말았다. 이제 방법은 별로 없었다. 삼단봉마저 손에서 떨어뜨리곤 스킬아웃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곤 이를 악물고 스킬아웃을 잔해 쪽으로 밀어붙였다.
"퍼스트클래스는 여기 있어."
스킬아웃의 등이 잔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네 등 뒤에."
청윤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똑같이 휘말리겠지만, 지금으로썬 이게 최선인 것 같았다.
쿵! 가속을 받아 힘이 실린 주먹이 여성에게로 닿지 못하고 있는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 고스란히 팔을 타고 올라온 충격에도, 뒤이어 곧장 따라붙은 턱 부근의 타격에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가 드러나게 웃었다. 송곳니가 유난히도 뾰족했다.
턱을 가격 당해 꺾인 머리를 두어 번 털어내더니, 다시금 주먹을 내지른다. 공격을 하면 하는 대로 피할 생각 없이 족족 맞으면서도, 자신 또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려 했다. 타격 중엔 자연히 거리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고, 방어가 풀리는 때는 공격 중일 때가 확률이 가장 높으니.
그래봤자 고작 재작년에 일어났을 일이지만... 던져진 작은 토끼를 몸을 던져 받았을 때의 아찔함과 안도감일까... 그것을 일련의 감정으론 받아들이기 힘들대도 본능은 알아차리고 있었을 것이다. 병이 깨지지 않게 무사히 받아들었지만...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중요하다곤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하는 환자를 기어코 죽이려 하는, 애초에 우리가 이곳까지 온 목적이었던 J보다도 더 죽을듯이 노리면서!
"설마, 저 환자 학생이 죽으면 그 약에 대한 것도 오리무중이 되는 건 아니겠지여~"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어찌되었건 J씨가 가까스로 제지했어도 뒤이어 학생까지 공격하려는 블랙크로우 멤버의 뒤를 빠르게 따라가 무릎을 노리고 발로 차내려 했었다.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도 조인트를 맞고 움찔하지 않는 사람은 없댔다.
모두가 상대와 가까이 붙어 싸우고 있음에 류화는 답답함을 느낀다. 이래서는 폭발이나, 화염으로는 같은 부원들이 휘말릴 수 있어 공격을 망설이게 되는 걸까. 그러니 류화는 혹시 도망치고 있는 상대가 있는지, 아니면 이미 싸우고 있을 부원들에게 추가로 붙는 블랙 크로우가 있는지 찾고. 그런 이들이 보이면 이번에는 에너지가 적은 폭발로 상대를 제압하려 한다.
'하..아무리 레벨 3이라도 세 명을 다 누르기는 조금 빡세네.. 이거 아무래도 목검을 들어야겠는 걸..이상한 노란 연기가 점점 다가온다. 난 방독면을 써서 괜찮지만 이게 학교내부로 들어가면 곤란해진다. 방법을 생각하자...방법을..'
하지만 정하가 능력을 써서 물안개를 만듦으로써 패러사이트는 전부 씻겨졌음에 안심을 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증원병력이 안 도착했고, 녀석들도 완전히 무력화가 안 되었다.
"정하양, 혼자서 가능하죠? 나는 내부로 들어가서 남은 저격수를 처리할게요."
'믿고 맡긴다. 우리 중에서 제일 강하니깐.'
그렇게 맡기고 가려는 순간에 한양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안개가 한 쪽으로 모인다..모이는 방향을 보니...
"돌아왔구나, 신태식이!!!!"
웨이버의 등장에 안심하기 시작하는 서한양. 웨이버의 손에는 안개들이 모여서 구체가 되기 시작했고...웨이버는 그 구체를 땅에 던졌다. 그것은 파도가 되어 블랙크로우 3인방을 제압했으나..
"어..어..아라야!! 우리는 적이 아니야!! 너네 편이라고 너네 편!!"
'아..그래도 정하가 수습했다..다행..다행이 아니잖아!!'
"잠시만 기다려봐!!!! 이번에는 빡집중 해야 된다고!!!!"
이번에는 아예 사살을 하기 직전인 위기. 한양은 이마에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직 레벨 3이라서 본인의 체중이상은 못 들어올리지만... 위에서 떨어져내려오는 녀석들은 잠시 잡아낼 수 있다.
한양은 공중에 있는 녀석들을 한 곳으로 뭉치게 한 뒤에 한양이 앞에 추락하게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뭉친 세 녀석을 한 번에 잡아서 한양 본인의 앞으로 다치지 않게 천천히 떨어지게 만드려고 한다. 들어올리지는 못하지만 내려오는 녀석들을 잡아서 급감속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본다.
희야는 가만히 눈을 마주했다. 원반 같은 눈동자로 말가니 쳐다보고 있자니, 더듬더듬 이야기를 뱉어내기 시작한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자신의 속을 알아주는 자에게 서서히 마음을 연다. 아닌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허심탄회하게 당연한 것을 두고 괜찮노라 속삭이는 순간부터 천천히 감정의 날을 무디게 한다.
"응, 너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속상했죠, 이해해요. 너의 잘못도 아닌데 일부 사람들은 너의 잘못이라며 손가락질하고, 혼자 고립되고. 외로웠을 거야. 그러니까."
희야의 눈이 야살스러운 호선을 그린다. 금빛 색채 환해지는 순간, 습격에 고개를 돌렸다.
"삿된 존재의 말을 믿지 마요." 희야도 마찬가지고. 대화 때문에 희야가 지척에 있었다. 큐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냉기를 싣고, 습격한 남성의 복부를 끄트머리로 찍어내려 하며 희야가 고개를 돌렸다.
"저지먼트가, 학생의 죄를 사할 테니까요."
그리고 희야는 재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음- 바이오키네시스의 연구 정수가 담긴 의수, 아이의 복수심을 통한 샹그릴라의 유통 및 확산. 어떤 답을 바라나요? 원하는 것이 정말 학생의 목숨은 아닐 것 같은데요."
희야는 눈을 굴렸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새롭게 진화한다고들 하지요. 의수와 인공장기가 대표적인 예고. 학생 자체가 훌륭한 샘플인데 누가 침만 흘리고 있겠어요? 저쪽이 암부와 관련이 있고, 희야였다면 아이를 이용해서 굴려먹고, 써먹고, 쓸모 없으면 기술만 빼먹고 죽였을 거야."
모두가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블랙 크로우와 맞서 싸웠습니다. 물론 압도적으로 싸우기보다는 비슷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게 정말로 이들의 진짜 실력인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요. 지금은 밀린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12층에서 빠져나와서 11층으로 도망가려던 블랙 크로우 일원조차도 류화의 폭발에 흽쓸려서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세요.
한편 희야의 말에 블랙 크로우 남성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적중한것일까요? 아무래도 이들은 처음부터 재이를 노릴 생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진짜 목적은.. 그리고 학교에 있는 이들 역시 진짜 목적은...
어쨌든 학교에서도 하나하나 해결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블랙 크로우 일원 중 하나는 변장한 세은이인 모양입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남학생도 붙잡혔고요.
한편 14층에서 청윤은 어떻게든 사내를 잔해에 붙이는데 성공했습니다. 팔까지 붙잡았고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움찔했습니다.
"설마..너 이 자식! 제 정신이냐!! 코뿔소의 퍼스트클래스의 능력은 분명히... 죽고 싶은거냐! 너도!"
"......"
은우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요. 하지만 이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풍압에 의해서 밀려났습니다. 사내는 물론이고 청윤 역시 그 풍압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풍압을 가르며 은우가 뛰어들었습니다. 이어 청윤의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했습니다. 청윤이 얼마나 힘이 남아있을진 모르겠지만 팔만 잡혀서 섰을 수도 있고, 아예 확 끌려왔을 수도 있겠지요. 박살난 파편 너머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블랙 크로우 일당들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마 청윤은 몸이 상당히 아팠을 것입니다. 파편이 튀면서 여기저기가 베였을 수도 있고, 몸 부분이 상당히 아팠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풍압을 제대로 맞은 것이니까요. 정확히는 팔 한 쪽 부분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무모한 것도 정도가 있잖아. 너 말이야. 그리고 미안해."
"칫!! 핫..하하하..하하하하핫! 그래. 너희들은 그런 녀석들이지! 레벨이 높기에, 낮은 레벨의 고충 따윈 생각도 하지 않지. 지금도 너랑 같이 온 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이런 공격을 날렸으니 말이야. 우리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누가 뭐라고 해도 너희들의 존재다! 퍼스트클래스!"
"....."
"작전은 실패한 모양이군. 칫. 뭐 좋아. 어차피 돈벌이 방법이야 여럿 있으니 말이야. 또 너희들과는 부딪히게 되겠지! 모두 철수시켜!"
그 순간이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이들도, 학교에 있는 이들도, 블랙 크로우 멤버들의 몸 주변에서 하얀색 빛이 번쩍였습니다. 그리고 일제히 워프하듯이 사라졌습니다. 그건 방금 전 풍압으로 날아가서 크게 데미지를 입었을 사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병원의 환자들은 어떻게든 겨우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다친 이는 없었으며, 관계자들 역시 부상자나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목화고등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라는 이건 빚으로 나중에 에어버스터에게 받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손을 흔들면서 사라졌습니다. 이내 스킬아웃이 도착했고 뒷수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불을 쏜 남학생을 연행했습니다.
"...다들 수고했어." "정말로 다들 고생했어."
그런 은우의 메시지가, 아마 다시 전파를 제대로 수신하게 된 핸드폰, 그리고 이어셋 등으로 들려왔을 것입니다.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샹그릴라는 퍼지고 있고, 어쩌면 이후엔 블랙 크로우 역시 샹그릴라와 관련해서 움직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허나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조금 쉬어도 좋지 않을까요?
/오늘 스토리는 여기까지! 다들 수고했어요!! 사실 하드 루트로 아무도 오지 않았다면 은우가 아마 1:1로 싸웠을테고.. 그 이야기는 아마 제대로 공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뭐 그런 이야기! 저 캐릭터도 아마 나중에야 공개되었을테고요.
개요:수분을 진동시켜 파장을 만들어내는 능력. 가볍게 수면이 흔들리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커다란 파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단 파장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줄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낸 파도 역시 오직 한 방향으로만 향하게 되고 중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분이 없으면 사실상 쓸모가 없는 능력이지만, 수분이 충분하다면, 이론상 수분을 끌어모아서 거대한 쓰나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왜냐고? 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랑을 마주본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내놓을 답변은 많았다. 그때 본 춤선에서 얼마나 함께 부활동을 하고 싶을 만큼의 가능성이 엿보였는지, 외적으로 얼마나 그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부합했는지 따위의 공적 이유부터 친해지고 싶어서 또는 계속 거절하는 랑을 반드시 입부시키고 싶다는 이상한 오기 같은 사적 이유까지.
"다른 사람으로 되면 언니한테 이렇게 안 매달리죠~ 그래 뭐, 비주얼적으로 되는 사람은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비주얼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희귀하다고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줄다리기 자체에 재미를 붙여버린 탓도 있었다. 거절하면서도 객관적으로 귀찮게 구는 리라 자신을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따돌리지도 않고 말을 걸면 지금처럼 받아주는 게 나름대로 좋았다. 친해지는 느낌이잖아. 사실상 지금은 저지먼트라는 공통분야가 새로이 생겨났기에 굳이 이 집요한 주제를 끌고 가며 대화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지만, 이미 주기적으로 입부 권유를 하지 않으면 허전해진 이상 이 끈덕진 짓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물론 불쾌해 하거나 정말 질려하면 괴롭히는 게 되니까 물러나야겠지. 그래서 리라는 언제나 강제하지 않는다. 그건 원하는 바와 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리스크가 너무 크기도 하고, 무엇보다 굳이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딱 이 정도가 좋아.
"그리고 그때 댄스부실 왔었잖아요! 시설 좋지 않았어요? 부원이면 아무때나 가서 써도 되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난방 틀면 따뜻하고~ 그리고 이건 비밀이지만, 제가 담당 쌤 몰래 담요랑 쿠션도 갖다 놨거든요. 학교에 얼마 없는 누울 수 있는 쉼터인데?"
댄스부실은 신을 벗고 들어가는 깨끗한 나무 마룻바닥과 거울로 둘러싸인 벽으로 구성된 공간이었고, 그곳은 부원들이 잦은 청소를 해서 항시 청결한 상태를 유지했다(그렇지 않으면 운동하는 공간의 특성상 더러워지기 쉽기도 하고.). 안무를 크게 보기 위해 설치된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도 있고, 자비로 사다 둔 주전부리도 존재했다. 여기서 같이 놀면 좋을텐데! 김에 공연도 서고!
한참 조잘거리는 사이 매점에 도착했다. 리라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티 한 병을 꺼내고 랑을 돌아본다.
"언니는 무슨 음료수 좋아해요? 전 요즘 이거. 레몬민트 맛인데 원래 있던 복숭아 맛보다 깔끔하고 괜찮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