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부원 명부: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65135 설정: https://url.kr/n8byhr 뱅크: https://url.kr/7a3qwf 웹박수: https://url.kr/unjery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4%88%EB%8A%A5%EB%A0%A5%20%ED%8A%B9%EB%AA%A9%EA%B3%A0%20%EB%AA%A8%EC%B9%B4%EA%B3%A0%20R2 저지먼트 게시판:https://url.kr/5wubjg 임시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4057 에피소드 다이제스트: https://url.kr/tx61ls
"스텝을 싸움 내내 뛰면 체력이 금방 떨어져요. 강한 체력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체력을 분배하느냐도 중요하답니다. 이 스타일을 몸에 제대로 익히려면 연습하고 또 많이 싸워봐야 해요."
'킥도 가르치려고 했지만.. 주먹보다 더 많은 숙련도를 요구하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커서 생략했지만..'
다음 스킬아웃은 그 전의 스킬아웃보다 더 균형 잡히고 확실히 격투기를 배운 자세였다. 한양은 아지에게 말했다.
"본격적으로 아지군에게 적합한 방식을 강의할게요. 잘 보고 기억해두세요."
"기억하긴 뭘 기억해? 너 크게 착각했어. 싸움은 복싱 하나만 믿고 하는 게 아니거든."
스킬아웃의 기존의 오소독스(오른손잡이) 자세에서 왼발을 뒤로 빼며 사우스포(왼손잡이)로 스위치 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바로 틀어지는 오른발을 보고서 단순히 스위치가 아닌 오른쪽 옆구리를 돌려차기로 강타하는 왼발 미들킥이었다는 걸 예측했고, 그 예측은 맞았다.
스텝을 뒤로 뛰어서 거리를 벌림으로써 킥을 피했고, 스킬아웃이 자세를 다시 잡기 전에 한양은 방금 전의 싸움보다 더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근접했다. 차이점이라면 아까는 타격이 가능한 거리 만큼 줄였다면 지금은 상대와 아예 밀착했다. 한양은 낮은 자세로 양손으로 스킬아웃의 어딘가를 잡는데, 바로 무릎 뒤 오금이었다. 그대로 오금을 잡아당겨서 중심을 잃게해서 스킬아웃을 바닥으로 쓰러지게 한다.
"아지군에게는 그래플링이 적합해요. 강한 근력으로 넘어뜨리는 방식이 아닌,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의 중심을 잃게 해서 넘어뜨리는 방식으로요. 이 태클은 허리부터 발목까지 다양하게 잡아서 쓸 수 있고 밀어서 넘어뜨리는지와 당겨서 넘어뜨리는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쓸 수 있어요. 주의할 점은 가까운 거리에서 기습적으로 사용할 것. 멀리서 시전하면 반격당해요."
이 스킬아웃은 한양보다 키와 덩치가 확실히 컸지만 체구가 더 작은 한양은 빠르게 스킬아웃의 오금을 잡아당겨서 중심을 잃게한 것이다. 그대로 쓰러진 스킬아웃에게 올라탄다. 힘의 중심인 허리에 무게를 실고 앉아서 힘을 못 쓰게 제압한다.
"넘어뜨렸다고 끝이 아니에요. 빨리 올라타서 허리를 제압하고..."
"존X 패세요."
그대로 두 주먹으로 스킬아웃의 안면을 연타한다. 스킬아웃은 그나마 양손으로 가드를 하지만 한양은 가드가 빈 부분을 찾아때리면서 기절시킨다. 한양은 일어나서 다시 설명을 이어간다.
"하지만 아지군이 항상 이렇게 상위 포지션에 있다는 상황만 가정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바로 보여주죠. 아지군이 강한 사람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요."
다음 스킬아웃이 이어서 덤비기 시작한다. 한양은 무슨 생각인지 그대로 누우며 스킬아웃을 도발하고, 스킬아웃은 방금 한양이 마운트를 타고 파운딩을 친 방식처럼 한양에게 올라타려고 한다. 하지만 스킬아웃이 상위 포지션이 됐지만 막상 아무것도 못한다.
"하위 포지션이라고 무조건 불리한 상황은 아니에요. 상대가 완전히 올라타기 전에..이렇게 양 다리로 상대의 허리를 끌어안아서 당기면 오히려 저에게 유리한 상황이죠. 힘의 중심축을 제압했으니깐요. 지금 이 상대가 주먹을 날리려고 해도 오히려 중심만 잃어요. 자세가 무너지죠."
스킬아웃은 당황했지만 무모하게 주먹을 날리지 않고, 허리를 감은 한양의 양 다리를 풀려고 한다.
"어딜."
오른손으로 스킬아웃의 멱살을 잡아서 오른쪽으로 당긴다. 이미 두 다리로 허리를 당기고 있기에, 이 힘까지 더 해져서 상위 포지션인 스킬아웃은 자세가 무너지고..그대로 손 쉽게 몸을 유연하게 뒤짚으며 역으로 상위 포지션을 가져가고 방금 제압한 스킬아웃처럼 상대의 상체에 올라탄 상태가 되었다. 그대로 이어지는 암바.
"아지군에게 가장 적합한 스킬은 적은 힘으로 체격이 큰 상대를 제압하는 관절기에ㅇ..어어?"
스킬아웃은 암바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암바를 건 한양을 그대로 들고 일어나버린다. 보통 힘이 아닌지 그대로 바닥에 찍으려고 하지만.
"힘 엄청 세네. 근데 어쩌라고."
왼손으로 스킬아웃의 목덜미 그리고 오른손으로 스킬아웃의 어깨를 잡아서 암바를 풀더니, 이번에는 스킬아웃의 뒤에서 마치 업힌 것과 비슷한 자세로 양 다리로 또 스킬아웃의 허리를 감아서 잡는다. 그대로 두 팔로 스킬아웃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절해버린 스킬아웃.
"아무리 힘세고 맷집 좋아도 목 졸리면 끝이지. 상대가 힘이 강해도 중심을 지배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지군."
이렇게 덤벼드는 스킬아웃 셋을 하나하나 제압하며 아지에게 그래플링이라는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꺼림찍한 행동을 보이던 남학생에게 생각도 전에 다짜고짜 달려들던 자신의 부원들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일리가...있어!" 맞아 굳이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행동대장은 자신의 조원들이 잘 해줄것 같다는 굳은 믿음이 생긴 아영은 번쩍, 번개 치듯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짓는다.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응답을 한다.
"수강이 말대로 역시 합을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아!" 어쩜, 말하지 않는 우리 조 상황까지 알고 똑똑해라. 뭔가 잘못된 결론을 얻었지만 행복하게 된 아영은 쭉 기지개를 켜면서 수강의 말을 듣는다. 응응, 돌이나 쇠같은 걸 떨게 한다고? 진동쪽 능력인가? 아니면 땅속성인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알게 되겠지~
"움...내 능력은 이미 보여줬고. 수강이 설명만 들어서는 꽤 범위가 큰 능력같은데, 그러면 저기 위에 돌도 떨게 할 수 있어?" 손가락으로 한 10m 떨어진 곳의 살짝 크기 있는 돌덩이를 가르킨다.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로 판의 제목으로 백색광귀를 할까 했었는데 적색투기는 나름 태진이의 능력과 연결성이 있는 것 같아서 채택. 녹색섬광도 어떻게 보면 은우의 능력과 연결성이 있는데... 백색광귀는 아무리 연결을 지어보려고 해도 청윤이의 능력과는 연결성이 전혀 없는지라...
결국 머리를 굴려서 나온 것이 초압탄환이었다는..그런 아무래도 좋은 비하인드 이야기가 있어요!
>>0 매지컬 리리컬 프리즈마 세이크리드 빔!!! 아무도 없는 공터. 메리제인 구두에 하얀 양말, 레이스 원피스까지 걸쳐입으니 기분이 마치 마✨법⭐소🎇녀 같아졌다. 그만큼 환상적이라는 뜻이지! 역시나 원피스와 깔맞춤 하여 하얀 레이스 머리끈으로 한 쪽 머리를 묶고서 고전적인 주문까지 외니 제법 마법소녀 같았다. 낭랑18세, 모든것이 재밌고 유치해질 나이. 카와이하게 별 모양으로 빔 포를 쏘려는 노력을 하면서 열심히 달린다. 아이고야 힘들어.
이 모든 것은 아영 자신의 빔 포도 광자의 운동이니 거울에 반사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 전에 거울을 깨먹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사실은 귀엽게 까먹어 버렸다~⭐. 어차피 레벨 1의 빔이니까 잘만 조절하면 되지 않을까? 역시 별모양을 보고 싶은데~
거울을 깨지는 않았지만 금이 가는 바람에 빛이 난반사 되어서 자신의 빔포를 피해다니게 된건 비밀이다.
만사에 기대하지 않게 된 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다. 입학할 무렵, 내 태생으로부터 잔혹한 말을 들었음에도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참 열심히도 살았었다. 지금의 나는 상상도 못 할 시기였다. 주변에 차츰 레벨이 오르거나 계수가 변하는 또래들을 보고 나도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날이 늘어갈수록 전혀 차도 없는 계수와 변치 않는 레벨에 차츰 현실을 깨달으며 서서히 무너졌었다. 결국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레벨 1조차 달성하지 못 하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졸업과 입학 어느 순간에도 오지 않는 연락에 세상이 캄캄해졌었다. 내 안에서 의지와 의욕이란 것이 있었다면 그 때 꺾였을 것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기대하는 법과 희망을 품는 것도 잊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사진이 있느냐며 물었지만 있기를 바라진 않았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음 말고 였다. 의미 없는 바람은 설령 부정의 대답이 돌아와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경의 반 동급생들에게는 있을 지 모르나 이경에게는 없다는 사실로 충분했다. 그런가, 없구나, 하는 의미로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그 반에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잘라버렸다.
찍을 시간이 없었다는 이경의 말에 다시 돌아보았다. 체육복을 입긴 했지만 여전히 장난의 흔적이 여실했다. 그 차림으로는 자리를 벗어나는게 고작이었을 법 했다. 돌아본 김에 체육복이 잘 맞는 것을 확인했다. 아직 눈썰미가 망가지진 않았구나 생각했다. 포토샵으로 필터를 먹인 듯한 얼굴과 투박한 체육복이 되려 이질적인 이경을 멋대로 훑어보다가 보여줄 수 있다는 말에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어떻게요?"
그렇게 묻고 나서 생각났다. 이전, 폐허로 출동했을 때, 이경이 여학생의 머리에 손을 댔던가. 명단에 있던 걸 되짚어보면 아마 기억이나 인상을 조작하는 능력이었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아지가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대답이 돌아오기 전에 덧붙였다.
"가능하다면요."
할 수 있는 대로 해보란 듯 이경을 향해 돌아섰다. 타인을 대한다는 사실에 무의식중에 내 팔로 나를 감쌌지만, 딱히 숨기진 않았다.
>>0 가끔은 숨을 돌린다거나, 발상의 전환을 한다거나 그럴 필요가 있었다. 한손에 하나씩 컨트롤러를 잡은 것도 모자라 발로 큐브까지 굴리고 있다니, 그야말로 코미디 쇼나 다름없었을까?
애초에 이런것도 기예로 쳐줄진 의문이지만... 간식으로 쥐어준 당근을 먹기는 커녕 제 집사를 닮아간다는듯 배 위에다 올려놓고 굴리는 오레오도 남들이 보기엔 우스워보일만했다.
서당개가 3년동안 풍월을 읊어 월월거리는 사이, 그녀의 토끼는 드럼통마냥 당근을 굴리는 법을 배웠으니 어쩌면 성장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보더 나아진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 는 것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던 그녀다. 그동안은 그걸 이루는게 너무 힘들었으니까...
"그래서 말임다 오레오, 2인 코옵겜을 혼자서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심까?"
-흥-
"왜 그런거 있잖슴까? 둘이서 하면 생각이 다르다보니 자꾸 서로 패턴이 얽히고 꼬여서 실수도 많아지고, 그래서 서로 투닥거리다가 결국엔 서로 방해하기도 하고, 그게 바로 '함께 한다.' 라는 뜻 아님까? 하지만 컨트롤러를 두개 잡고 다른 사람에 빙의해서 한들 결국엔 행동이 똑같아짐다. ...왜 자아는 의기투합을 그렇게 잘하는 걸까여..."
-흥-
"오레오한테 기대한 즈가 바보인 걸까여... 그냥 토깽이인뎅..."
-흥-
나중에 심리학 전문인 다른 학생이나 이런쪽의 능력을 가진 학생에게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는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아쉬워하는 것일까. 이경은 혜우의 반응을 보고 으음, 앓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에게는 건낼 방법이 존재한다.
"능력을 이용하는건데.. 음, 기억을 조금 만질 수 있거든, 나."
과거보다 레벨이 올랐고 계수도 천천히 줄어드는 시점이다. 최이경의 능력 사용은 항상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 허나 이런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아주 조금 들었다. 룸메이트가 자고 있는 나를 보고 죽은 줄 알아서 난리를 피웠던 기억을 넘겨주면 나 지금 되게 부끄러울 거 같아. 하지만 동시에 이경은 직감했다. 상대가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는 오히려 쉬울 것이라고.
"그저 조금 기억을 넘겨주는 일이야."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이경은 납득하였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지. 그 아이는. 아침 조깅에서 숨을 헐떡이면서도 끝까지 해내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어느새 다시 부스스함을 되찾은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며 아주 조심스런 걸음으로 혜우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주머니에서 꺼낸 검은 장갑이 그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 하얀 소년의 검은 손이 조심스럽게 그의, 그리고 그녀의 이마를 차례대로 두드린다. 아주 가볍게.
하얀 학이다. 그것이 기억을 싣고 허공을 건너간다. 검은 손가락 끝으로 그어진 길을 건너.
잿빛의 아이가, 얼굴이 화사하나 너무 과하지 않게 꾸며진 채로 리본으로 올려 묶어진 사과머리를 하고 있다. 사근사근 잠든 채로. 깨어났을 때의 반응은 없다. 거울을 보고 좀 놀라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어렴풋한 장면이나 흉내 같은 것이 아니라 생생한... 그것을 정말 자신이 보았었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선명한 기억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류화는 불량 학생들의 비밀스러운 거래 현장을 급습했던 것이니, 몸수색에서 샹그릴라 한 알을 또 얻게 되었을까. 그 자리에서 파기하는 대신 제가 약을 습득 했음을 숨기고 나면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한 알을 삼키고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아직은 유의미하게 효과가 느껴지진 않지만. 조금은 무언가 달라지고 있음이 느껴졌을까. 부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들키지 않았으면 바라는 것이다.
암부 '그림자'라는 이들이 저지먼트를 조롱한 그 날로부터 꽤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그때까지 저지먼트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샹그릴라를 추적하거나, 혹은 몰래 먹거나 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월광고와 합동 순찰을 돈 탓일까. 적어도 아직까지 위협을 가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밤 늦게까지 에어버스터와 웨이버가 함께 순찰을 돌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아무튼 각자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단톡방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늘은 긴급은 아니지만 일단은 소집이에요.] [시간은 00시까지.] [바쁘면 안 와도 상관은 없는데, 가능하면 와주세요]
이번엔 저번처럼 긴급 소집은 아닌 모양입니다. 어쨌든 저지먼트 부실의 자동문을 열고 들어오면 각자의 자리마다 쟁반 한 가득, 색색의 고양이 쿠키가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버터쿠키인지 버터향도 솔솔 나고 있네요.
들어오는 이들마다 세은이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인사를 했을테고, 은우는 자신의 자리에 와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겁니다.
대충 답장을 보낸 이경은 오늘도 활과 화살을 챙겼다. 사람에게 쏠 일이 저번에는 다행히도 없었으나 오늘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림자'라는 불치병성 중2병 환자의 사상이 어떻든, 상황은 썩 좋지 않았으므로. 무엇보다 가지고 다니면 자체적으로 경고도 가능했다. 좀 아플 것이라는.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확인한 부실은, 음, 고양이 모양 버터쿠키가 가득했다. 저번에도 과자를 받았는데. 최이경은 단것을 좋아했으므로, 방싯방싯 웃으면서 과자를 우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건빵을 양손에 쥔만큼 건방진 그림자인가 뭔가 하는 존재 때문에 잠자리가 영 불편한 감이 있었을까, 괜시리 옛날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도 싫었는데... 한번 손을 뺀 이상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 도시에선 양립한다는 선택지 따윈 없으니까,
"...별일임다?"
그러잖아도 찝찝한 기분이 들어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던 차에 소집명령, 저지먼트 활동을 위해서도 안 갈 이유가 없는 그녀는 한달음에 부실까지 도달했다.
"코뿔소 인증! 열려라 주근깨!"
이전에 받았던 코뿔소 카드키로 열고 들어온 부실은 처음부터 쿠키의 버터향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꽤 정성스런 고양이모양 쿠키들이 각자의 자리에 한접시씩, 세은과 은우, 각자의 인사에 답하며 늘 익숙한 적당한 곳에 앉아있던 그녀는 마치 쿠키의 성분조사를 눈으로 하려는듯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샹그릴라라고 했던가, 계수를 올려준다고 하던 약. 난 그런 거에 관심도 없고 레벨 올리기에 절박한 것도 아니라서 신경 완전히 끄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약물 복용은 멋지지 않잖아! 아무튼 단톡방의 메시지를 받고 나는 저지먼트 부실로 향했다. 긴급도 아니고 그냥 소집이면 좀 여유로우려나? "안녕~" 인사하는 부장 동생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안녕~" 부장에게도 마찬가지로 인사한다. 마련된 자리로 가서 앉으니 이게 왠걸 맛나보이는 쿠키가.
"와, 쿠키당."
나는 실실 웃으면서 고양이 버터쿠키를 하나 집어먹었다. 어디서 샀지? 직접 만든건가? "안녕~" 쿠키를 우물거리면서 들어오는 모두에게 인사한다.
그 날 이후, 나름 샹그릴라 회수에 전념하고 레벨도 2로 올라 드디어 (따끔거리는 수준의) 공격을 날릴 순 있는 청윤이었지만, 왠지 마음이 심란한 건 여전했다. 그 '그림자'라는 녀석이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걸까? 앞으로도 꽤나 까다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기숙사 침대에서 책을 읽으면서 연거품 한숨을 쉬던 청윤은 메세지가 날아오자 핸드폰을 봤다.
[소집 요청]. 이번에는 긴급은 아닌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안 갈 이유도 없었다. 청윤은 금방 가겠다고 메세지를 보내고 외투와 완장을 챙긴 뒤 부실로 향했다. 부실에는 고양이 모양 쿠키가 가득했다.
'누가 고양이를 좋아하나? 부장은 아니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아예 먹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하나를 들곤 자리에 앉아 조금 깨어물었다. 버터맛. 그래도 역시 단거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순찰 중 아무런 소득이 없는 한 명(낙조는 워낙 요란하게 순찰을 돌아서인지 샹그릴라는 커녕 일반 학생들까지 피했다) , 낙조는 때마침 저지먼트 부실로 향하던 중이었다.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듯 싶으나 그래도 찍어보는. 즉 결투를 하자고 땡깡- 이 아니라, 명예롭고 정정당당한 혈투를 부리자며 저지먼트 부실을 처들어갈 속셈이었다. 아쉽게도 소집 명령이 내려졌으니 그냥 얌전히 들어가 쿠키나 계속 까먹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집어먹는 꼴을 보아 순식간에 거덜 낼 듯싶다.
긴급 소집은 아니지만 소집이라는 연락이 왔다. 시간도 정해져 있고, 바쁘다면 오지 않아도 좋으나 가능하다면 와달라는 말.
"...가야겠구만."
이건 그래도 중차대한 일임에 틀림없다,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랑은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번에 받아둔 카드키 덕분에 자동으로 열리는 문을 지나가 자리에 앉는다. 버터향이 솔솔 나는 쿠키를 빤히 쳐다보다가, 마스크를 내리고 쿠키를 입 안에 집어넣는다. 냠.
드물게도 오후가 텅 비는 날이 있었다. 커리큘럼은 예정에 없던 일로 취소가 되고, 시내에 나갈 일도 없으며, 저지먼트 순번도 아닌 날이었다. 모처럼이라고는 하나 그런 날일 수록 더 빨리 기숙사로 돌아갔다. 혼자 쓰는 방으로 들어가, 암실과 같은 침대에 앉아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고 있으면, 마치 내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시간이 편안했다. 폰이 울리기 직전까지는.
저지먼트 단톡방의 알림은 꺼두었지만 몇 가지 키워드는 알림을 걸어뒀었다. 예를 들면 집합, 소집, 확인, 시간 등이었다.
단절의 시간을 깨는 알림에 폰을 집어 내용을 보자 긴급은 아니나 올 수 있는 사람은 와달란 내용이었다. 올 수 있는 사람에 나도 포함인 걸까.
고민한 끝에 암실에서 벗어났다. 아직 교복 차림이고, 부실이면 멀지도 않고, 무엇보다 저지먼트의 일이니까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천천히 걸어 되돌아간 학교, 그 안의 저지먼트 부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강렬한 버터향에 순간 내가 부실을 잘못 찾았나 착각했지만, 눈에 익은 면면들이 있는 걸 보고 아닌 것을 확인했다. 그대로 안에 들어가 멀찍이 빈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 자리 책상에도 잘 구운 쿠키가 소복히 쌓여있었다. 고양이 모양의 쿠키를 눈으로만 바라보았다. 곧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저지먼트의 일을 하러 온 것이지, 쿠키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잠자코 기다렸다.
>>217 오늘은 새벽에 하지 못한 수련을 방과 후에 하는 날이다. 도장에서 혼자 진검으로 볏짚을 베고 있는 한양. 세 번의 베기로 볏짚을 깔끔하게 3등분으로 베어낸다. 다음 볏짚을 베기 위해서 자세를 잡는데.. 휴대폰의 알람소리를 듣고는 잠시 진검을 칼집에 넣어두고, 휴대폰을 보기 시작한다.
"소집인가..."
예정된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 다음 타임에 수련을 할 다른 이들을 생각해서 먼저 수건으로 바닥에 흘린 땀을 닦는다. 그 뒤에 샤워를 하고, 도복에서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지금 갈게]
단톡방에 문자를 남긴 뒤에 자전거를 타고 출발한다. 5분이 지난 후에 부실에 도착한 한양. 자리에 앉고나서 자리에 버터쿠키가 있는 걸 보았지만 먹진 않았다. 목이 애매하게 마른 상태에서 도장에서 출발해가지고 지금 쿠키를 먹으면 목이 막힐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조용히 가방에서 포카리 페트병을 꺼내서 반 정도 마신 뒤에 은우가 무슨 말을 할지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조롱을 하긴 했지만 금세 잊을 수 있었다. 인간들 중에서는 누군가를 욕되게 하여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자가 있다고들 하니, 무엇보다 배덕한 자에겐 관심조차 없었다. 희야는 등에 대충 큐대가 든 가방을 챙기고 팔랑팔랑 부실로 걸어갔다.
"어라-?"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리마다 놓인 쿠키에 희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웬 쿠키지? 직접 만든 건가? 고소한 냄새에 희야는 자리에 앉아 쿠키를 하나 집어 이리저리 살펴보다 한 입 베어물었다. 파스스 부스러지는 식감에 희야의 눈이 둥글게 뜨인다. 그리고 야금야금, 씹어 삼키지 않고 하나를 잇새로 파삭파삭 베어물고는 볼에 빵빵히 채웠다.
"그 쿠키는 내가 직접 구운거야. 이상한 것은 안 넣었어. 요즘 베이킹에 조금 재미가 들어서 말이야. 전에 이레와 저지먼트에 한 번 대접해주기로 약속했거든.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구워볼게. 쿠키일진 모르겠지만."
약통을 주는 것에 세은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대답했고, 쿠키가 뭔지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은우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어쨌든 슬슬 다 모였다고 판단한 은우는 게시판으로 간 후에 어느 특정한 포스트잇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아무도 없어서 메시지 남깁니다. 전에 분석을 요청했던 샹그릴라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차후에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에어버스터.
-J-
"이 메시지. 읽은 사람도 있겠지? 여기서 말하는 J는 세은이의 커리큘럼을 담당하는 전문 연구원이야. 바이오키네시스 계열 연구 중에서는 나름 손가락에 꼽히는 능력자야. 그래서 내가 이 연구원에게 찾아가서 전에 회수한 '샹그릴라'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했거든. 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분석을 해주겠다고 했어. 여기까지만이라면 굳이 소집할 이유는 없었지. 문제는 이거야. 세은아."
"알았어."
이어 세은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화면을 조작했습니다. 그리고 허공 위에 커다란 홀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컴퓨터로 작성해서 프린트한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가 담긴 A4용지였습니다.
[멋대로 비밀을 밝히고, 그것을 공표하려는 자는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자이기에 연구단지인 인첨공에선 필요없는 존재다. 그 대가를 치루게 해주겠다. 한재이]
"여기서 한재이가 바로 그 J라는 사람이야. 이 사람은... 제 3학구의 광명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이기도 해. 대피하려고 했지만 오늘 꼭 치료를 해야만 하는 긴급 환자가 있어서 지금은 어떻게 숨을 수도 없어서 지금은 종합병원에 있어. 나는 약의 성분을 들으러 가는 김에, 그 사람이 무슨 해를 당하지 않도록 오늘 하루 같이 있으면서 경호할 생각이야. ...김에 너희들은 어쩔건지 물어보려는 거야."
"물론 따라오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뭔가 사태가 벌어진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재이 연구원님만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그리고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덧붙여서 안티스킬 쪽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어. ...뭐랄까. 지금 대부분의 병력이 4학구로 향했거든. ...듣자하니, 거기서 레벨 4 능력자 중 하나가 죽은 상태로 신호등에 걸렸다는 것 같아. 그것도 매우 위험한 스킬아웃 집단에 의해서. 일단은... 그렇다보니 최우선 순위는 그쪽이라는 모양이야."
같이 와주면 좋겠지만, 내키지 않는다면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은우는 어쩔 꺼냐는 듯이 모두를 바라봤습니다. 자. 이제는 여러분들이 답할 차례입니다.
이경은 탄성을 내뱉었다. 대체로 헛소리와 농담과 장난과 헛소리로 가득한 게시판에서 유독 공적인 쪽지라서 기억에 남아있었다. 레벨5의 인맥이라면 저 정체불명의 약물을 조사해줄 사람도 있구나. 다만 역시 일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풀리지는 않았다. 커다란 종이를 보며 이경은 입을 벙긋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좀 유치하지 않나.."
정말로 유치하지 않나... 이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협박장을 바라보았다.
"따라갈게요."
이경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 와중에 4학구에서는 또 큰일이 발생했네. 어째 이 도시는 조용한 날이 없는가. 그것은 이 도시의 업이 깊어서이겠지.
나는 부장과 부장 동생의 설명을 가만히 들어본다. 그러니까 한재이라는 연구원이 샹그릴라를 분석하다가 누군가에게 찍혔다는 말! 안티스킬 쪽에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렇다고 이 일을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게 맞나? 근본적인 불만이 떠올랐지만 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
"당연히 가야지~ 일단 들이박아보는거야!"
나는 쿠키를 먹다 말고 검지손가락을 펴 내밀어보인다. 씨익 웃으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람 앞에 나타나는 구원자들! 멋지지 않을 수가 없잖아!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용지에는 협박문이 쓰여있었다. 리라의 얼굴이 대번에 찌푸려진다. 이런 짓 하는 애들은 어디 학원에서 쪽집게 강의라도 듣고 오나? 기분 나빠.
"물론 가야죠. 안티스킬의 지원도 없다는데 손이 하나라도 많으면 좋잖아요."
흔쾌히 동참하겠노라 말했지만 구겨진 얼굴은 풀릴 줄 모른다. 협박장도 협박장이지만 이어진 소식이 다분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체를 신호등에 걸어놨다고? 제정신인가? 아니지. 제정신이 아니니까 그런 짓을 했겠지. 위험한 족속들이 섞여있다곤 해도 그래봤자 양아치 집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단순 양아치 수준은 넘어섰잖아. 자기들이 마피아야?
"협박장 보낸 사람이 그냥 입만 산 겁쟁이였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죄질이 충분히 나쁘고 음침하기 짝이 없지만, 누가 진짜 다치는 것보다야."
4학구 쪽에서 능력자가 사망, 그것도 레벨 4 수준의 능력자. 능력자를 상대하는 법을 아는 놈들인 모양이군, 안티스킬과의 전면전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만약 스킬 아웃의 홈그라운드라면 적잖은 피해는 각오해야 되는 거겠지, 지금은 그쪽으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로 안심해야 하나.
"뭐어, 지금 수준이라면 어느 쪽에 가든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
레벨 0, 믿을건 몸 뿐이니 능력으로 지원하는 모양새는 안 나온다. 따라오는 것 자체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긴 했다. 상대가 누구일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숫자는 보통 많은 편이 좋지. 저지먼트 전부가 가는 건 또 아닐 테니, 목화고 내의 순찰이나 관리는 문제 없을 거다.
청윤은 오늘 소집을 한 이유를 보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J가 정확히 누군가 했는데 세은이의 커리큘럼을 담당하는 연구원이었구나란 새로운 사실은 둘째치고 이 약 성분의 분석을 막겠다고 공격한다고? 마치 자신을 신과 같이 묘사한 자라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었다. 남은 쿠키를 입안에 넣고 바로 삼켜버린 청윤은 말했다.
"경호 임무라는거죠..? 저희가 방해가 안된다면야.. 바로 가야죠."
저들이 과연 본인들의 타깃만 노릴까? 아마 여러 사람이 휘말릴 것이다. 저 녀석의 능력에 세뇌당하든, 앞 뒤 안가리고 공격하는 녀석들에게 같이 공격당하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윤이로썬 가는 게 당연했다.
[아무도 없어서 메시지 남깁니다. 전에 분석을 요청했던 샹그릴라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차후에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에어버스터.]
'이 메모.. 나도 봤어. 원래는 수거해서 버리려고 했지만... 이 J라는 사람이 세은이의 담당연구원이었군. 혹시 몰라서 안 버리기를 잘했어. 이 연구원이 샹그릴라를 연구하기 시작했구나.'
한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멋대로 비밀을 밝히고, 그것을 공표하려는 자는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자이기에 연구단지인 인첨공에선 필요없는 존재다. 그 대가를 치루게 해주겠다. 한재이]
"......"
'한재이가 J..그런데..암부는 J의 행동을 어떻게 알고 저런 거지?!'
"조심해..은우..세은아..아무래도 J 저분 주변을 감시하거나 스파이인 사람이 이미 있는 거 같아. 아무리 암부여도.. 은우 너하고 J 끼리의 소통을 알아차리고 저렇게 정확히 지목하는 건.. 병원에도 이미 암부의 편이 있을 수도 있어. 이미 암부들은 J가 병원에 있다는 걸 알 확률이 높아."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 긴급환자.. J를 병원으로 유도하기 위한 암부의 작전일 수도 있어.. 어서 빨리 가야 해, 은우."
한양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다들 가겠지.. 하지만 나는 부부장. 부장 너가 현장으로 아이들과 같이 가니깐, 난 너를 대신해서 지금 이 주변을 지키고 있을게."
"4학구에 안티스킬이 몰려 있고, 녀석들은 J에게 위협하는 편지를 보내서 마치 병원을 습격할 것처럼 말했지만 다른 곳을 치려는 위장전술일 수도 있어. 그 일을 대비해서 내가 여기 남아 있을게. 그리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깐..그 도움이 필요하면 당장 나에게 연락하고."
샹그릴라의 이야기가 나오면 류화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서 꾸역꾸역 쿠키를 입에 집어넣을 뿐이다. 약의 성분에 대해서 듣는다면, 부작용이나 혹은 이것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건지 알 수 있겠지. 당연히 따라갈 생각을 하던 류화는 레벨 4 능력자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서 살짝 눈가를 구긴다. 그만한 사람이 죽었는데, 신호등에 걸어놨다니.
퍽 고전적인 살해협박이 아닐 수 없다. 투박한 말투며, A4 용지에 남은 여백이며... 촌스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혜승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고등학교 동아리원들이 여럿 간다고 경호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필요 없는 것들에게는 너무 박한 세상이다. 하물며 개개인의 쓸모를 들먹이며 살해 협박까지 하는 이곳에서, 스스로의 쓸모를 고민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는가. 혜승은 마음을 다잡는다. 대답까지의 텀이 있을지언정,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좋습니다. 따라갈게요. 이런 불안한 상황에 누구라도 도움이 되겠지요."
최근 흉흉한 소문이 자주 들려왔다. 뭐든지, 선의보다는 악의가 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도무지 안전하게 놔주지를 않는구나. 짧게 한숨을 내쉰다.
보통의 학생이라면 소소하게 용돈벌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제안이지만 상대는 레벨 5였다. 지원금이 많이 나오니 용돈이 필요 없겠지만 그게 무슨 대수일까! 맛있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노동의 값을 정당히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쿠키를 하나 더 집어 한 입 더 깨문 희야는 포스트잇을 보고, 홀로그램을 한 번 더 보았다.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자이기에 필요없는 존재다.
"병원."
환자, 경호, 위험. 희야의 귀는 필요한 단어를 하나씩 골라 듣고는 결론을 유추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인질이 될 수 있고,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위험한 일이지만 인간의 삶이란 원래 위험을 부담해야 할 때가 있다. 반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희야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수긍하고 있었다. 평범한 삶을 바란 것이라면 바깥에서 살아야지, 새장과 커리큘럼이 당연시 되는 어딘가 엇나간 장소에 들어와서는 안 됐다.
"어라-"
희야가 쿠키를 씹던 입을 멈추던 것은, 신호등에 걸린 시체에 관한 이야기가 들릴 때였다. 생각에 잠긴 듯 씹는 입이 느려지다 목울대가 움직이고, 남은 조각을 입에 던져 넣는다. 스킬아웃인지 이단인진 몰라도 유행 지난 걸 하고 있네. 사람 하나 매다는 건 그때가 끝일 거라 생각했는데. 희야는 뜻 모를 생각을 하며 눈을 가늘게 휘었다.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일까? "희야는 갈래요." 그런 존재도 구원할 수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한 건지. 희야는 다시금 쿠키를 집어 들었다. 벌써 3개 째지만, 물리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가겠다는 의견을 하며 은우는 가만히 머릿속으로 계산했습니다. 이 정도 인원이 간다면 만일의 경우, 안티스킬만큼은 아니어도 최악의 사태가 아닌한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어쨌든 다들 기본적인 훈련은 받았고, 그 정도의 체력 및 실력이 있기에 저지먼트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단순히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들여보내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 기본적인 실력과 자격, 그리고 훈련을 기반으로 하고 자신이 커버를 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나도 남을게. 연구원님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빠와 저렇게 많이 가면 적어도 문제가 크게 터지진 않겠지. 그리고... 내가 안 가는 것이 오빠로서도 조금은 마음이 놓을 듯 하고."
"그건 그렇지."
피식 웃어보이면서 은우는 솔직하게 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물론 그게 다른 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과보호를 하는 오빠의 모습? 오빠에게 응석을 부려서 슬쩍 빠지는 동생? 뭐라고 하더라도 은우나 세은이 무슨 말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차례입니다.
[병원 조] 은우를 따라 병원에 온 이들은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얼추 잡아 높이는 15층 높이의 건물. 그 중 그 연구원은 13층에 있는 입원실 라인에 있는 자신의 개인실에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곳에서 환자를 직접적으로 빠르게 보고, 가벼운 연구를 하는 모양입니다. 마침 긴급 수술도 끝이 났다고 하니 만나러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13층에 도착하자 이미 연락이 되어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문이 열렸습니다. 우선 은우는 거기까지 멤버들을 데리고 온 모양입니다. 가만히 병실을 바라보다보면 여러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김하늘, 신계후, 오진오, 강수연. 어라. 뭔가 낯이 익은 이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어 은우는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나는 바로 재이 연구원님의 개인실로 갈 거야. 따라올 이들은 따라오고, 근처에서 쉴 이들은 휴식해줘.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 말고."
말 그대로 따라올 이는 따라오고, 근처에서 대기를 할 이는 대기를 하라는 모양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지는 자신의 자유입니다.
[학교 조] 남아있는 세은은 슬며시 기지개를 켜면서 가만히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특별히 무슨 소식이 들리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남아있는 한양을 잠시 바라보긴 했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아. 소리를 내면서 세은은 입을 열었습니다.
"바쁘지 않다면, 1학년 E반에 있는 민은영이라는 학생에게 가주실 수 있어요? 별 건 아니고... 얼마전에 그 완전, 만신창이가 된.. 그러니까 전신 골절에 장기까지 파열된 애 있잖아요.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 애가 오늘 겨우 안정이 되었거든요. 전에 복수를 하겠다고 샹그릴라를 파는 곳까지 오려고 했었다고 했잖아요? (C조 아이) 조금 안심시켜주셨으면 해서요."
>>425 청윤이는 당연하겠지만 반대쪽이에요! 청윤이의 논리는 샹그릴라를 먹어서 강해진다는 소문이 퍼진다 → 부작용 없는 샹그릴라가 진짜로 퍼지며 전체의 행복도가 증가한다 → 강력한 능력이 제한 없이 마구 돌면서 결과적으로 행복도가 더 떨어진다는 논리라 공리주의적으로도 반대한다고 할거랍니다!
의사 선생님은 협박을 당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그 그림자..인가 하는 것이겠지. 중요한 것은 어떻게 알았느냐. 그 능력은 썩 대단해보였지만 그렇다고 만능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의사가 직접 누군가에게 말했을 수도 있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지는 않으니 아주 가볍게 그런 부탁을 받았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찌되었든, 내부의 정보가 바깥으로 간 것이다.
"..뭐 알아봤자 당장에 달라지는 건 없으려나."
지금 중요한 건 위기에 대한 대처다. 어떤 위기가 올 지 모른다. 이경은 태연한 얼굴로 창밖을 보았다. 창가에 서서, 창밖을 감시했다.
>>428 학교에 남기로 결정한 이들이 생각보다 적어서, 랑은 마음을 바꿨다. 병원조를 배웅하고 부실로 돌아와 보니 몇 명 되지 않는다, 딱히 명확하게 할 게 없는 상황이니 다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자니 세은에게서 민은영이라는 학생에게 가줄 수 있겠냐는 말이 들려와 눈을 떴다.
"...알겠다."
문제는 말재주는 이쪽도 없다, 그치만 한양도 있었고, 다른 사람이 잘 해주겠지 하는 생각인 듯, 랑은 의자에서 일어나 부실을 빠져나갔다. 운동장에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으니, 운동장으로 나가보자.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서며 부장의 뒤를 따라 간다. 얘기대로라면 아마도 그 재이라는 연구원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것이겠지. 아영도 일어나서 병원에 갈까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세은의 얘기를 들어보니 남는게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수에는 복수가, 전쟁에는 전쟁이, 분란과 다툼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휘말린 사람들을 끝없이 고통받게만 한다. 음, 역시나 한 번 만나보는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원래도 만나보고 싶었으니까.
"응.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세은아 같이 갈거지?" 생각은 길지만 보이는 행동은 단순하다. 조금 고민하는 것처럼 고개를 기웃하다가 이내 금방 웃으면서 말을 건다.
"지금 나 말고도 여기 부부장님도 있고 또 저기 다른 분도 계시니까 다 같이 과자라도 사들고가서 얘기하면 좋을것 같아." "육상부면 평균적으로 운동을 많이 하니까 요깃거리가 필요할테고, 분명 좋아할거야."
청윤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향하며 청윤은 긴장한 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병원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과연 오늘은 인명 피해 없이 끝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어느새 도착하였다.
"..그럼 따라가도 괜찮겠죠?"
이곳에 있어도 되고 아니면 따라가도 된다는 말에 청윤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은우를 따라가기로 했다. 어떤 사람일지 일단 얼굴은 봐두는 게 좋지 않겠나 싶나도 있지만, 샹그릴라의 성분 조사가 얼마나 되었나를 알고 싶다는 점이 더 궁금했다. 일단 현재로썬 가장 큰 문제가 그 샹그릴라인 상황이니.
청윤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곤 옆을 보았다. 자신과 함께 은우를 따라가기로 한 대원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언갈 만지작 거리는 것 같았다. 이름이.. 여로였던가?
여기서 일이 터지면 꽤나 곤란할 것이라고. 미리 비상구의 입구와 구조를 살피던 류화는 은우의 말에 다른 이들을 살핀다. 흩어지고, 남아서 기다리려는 이들. 자신은 뭐든지 좋으니 샹그릴라에 관해 작은 내용이라도 듣고 싶어 왔던지라. 류화는 은우쪽을 보다가, 그 뒤를 따르며 말한다.
부원들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팔뚝을 주물거나 운동화 앞코를 바닥에 툭툭 치는 등 몸을 풀었다. 선택지는 두 갈래였지만 낙조에게는 하나뿐인 거나 다름없다. 자신이 교실에 가만 앉아서 하염없이 연락만 기다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너무도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부장의 뒤를 따라나섰다.
블레이저 재킷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미지근한 낯으로 눈만 데굴 굴리자 병실 명패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낯이, 익나? 고개가 기우뚱 기울어지려던 찰나, 깊게 고민하는성정은 아닌지라 싱겁게 고개를 돌려버리곤 은우의 뒤꽁무니를 좇으며 조잘대기 시작했다.
“재이인지 뭔지가 위협받는 댔으니 이쪽으로 오겠지? 응? 빨리 부숴버리자. 목표는 완전 승리.”
[병원-연구실] "따라올 이들은 얼마든지 따라와도 돼. 그리고 말해두지만 부숴버리면 안돼. 전치2주 이내야."
언제나 그렇듯이 전치 2주를 강조하면서 은우는 따라오는 이들을 가만히 바라봤습니다. 하나하나. 하나하나. 그러다가 여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습니다. 특별한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들이 샹그릴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진 모르겠고, 솔직히 나 몰래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내 부원이야. 나중에 혹시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숨기지 말고, 나에게는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해."
평소의 가벼운 분위기가 아니라 조금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이내 저편에 보이는 개인실에 도착했습니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세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어 문을 여니 그 안에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붉은색 단발머리 여성.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연구원의 모습입니다.
"그러면 재이 선배. 손님이 온 것 같으니까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약 연구... 조심하고."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그 여성은 꾸벅 고개를 숙인 후에 저지먼트 멤버들을 스치면서 먼저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제야 책상에 앉아있는 남자 연구원이 눈에 보였을 것입니다. 안경을 끼고 있고, 뾰족뾰족한 머리가 상당히 특징적인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입니다.
"안녕하세요. 연구원님. 이쪽은 저와 함께 오늘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온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원입니다. 이 아이들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고요. 얘들아. 이쪽이.. 세은이의 담당 연구원이자 바이오키네시스 연구자의 권위자 중 한명인 재이 연구원님이야."
"후훗. 안녕하세요. 여러분! 하아. 정말 갑자기 약을 분석해달라고 해서...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솔직히, 그 약에 대해서는 다들 조금 분석을 꺼리는지라..저도 조금 고민을 하긴 했는데, 세은이도 그렇고, 에어버스터도 그렇고.. 어찌나 조르던지. 결국 해주기로 했는데... 일단 자세한 데이터는 제 컴퓨터로 오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우선 간단하게 알 수 있었던 것만 이야기를 하자면..."
이어 재이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건 마약의 일종이에요. 물론 마약 그 자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성분이 들어있었어요. 만약 계속해서 이걸 섭취하게 된다면... 중독되고 금단현상이 오거나.. 몸에 이상이 오게 되겠죠. 덧붙여서 원리 자체는.. 아무래도 약의 어떤 성분이 AIM.. 그러니까 연산을 하는 뇌 자체에 크게 영향을 줘서 강하게 증폭시키는 그런 원리인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약의 효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결국 반복되면 뇌에 큰 데미지를 주게 되겠죠. 일단은 이게 간단한 원리에요. 일단...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에,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해주시겠어요?"
[병원-연구실 밖]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특별히 기다리긴 했지만 아직 특별한 반응은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창밖으로 보고 있던 이경은 높은 위치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검은색 차량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높이가 높이라서 아직 정확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지금까진 특별히 무슨 일은 없었습니다. 차라리 이대로 끝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한편 희야는 수연의 병실에 들어섰습니다. 그 안에서 수연은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아마 자세히 들어보면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공 장기나.. 의수, 의족을 달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하지만... 왜 나에게..."
"내가 대체 뭘 했다고..."
아무래도 풀이 상당히 죽은 모양입니다.
한편, 수강은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엘리베이터는 2층, 3층, 4층. 차례대로 멈추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모양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복도에 있던 제이, 태진, 철현, 리라, 혜승은 각각의 위치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 상하의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남성 2명, 여성 1명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각각 흩어져있었지만, 옷은 전부 똑같은 부류였습니다.
단순한 우연일까요?
[학교 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타이밍 좋게 오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조사해볼게요. 얼마나 알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이 중에서 한재이와 연관이 있는 이는 자신 뿐이었기에 세은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이어 그녀는 아영을 바라보며 조금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으니 같이 가긴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매점에 잠깐 갔건, 혹은 바로 갔건 어쨌든 운동장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은영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전에 그녀와 만난 이라면 충분히 누군지 알 수 있었을테고,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때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모여서 조사를 받았으니 안면은 있었을 것입니다.
일단 그녀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습니다. 마치 어두운 생각을 버리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는 듯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긴장이 감도는 현 상황에선 위화감으로 다가오기 십상이다. 복도를 왔다갔다 돌아다니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검은색 옷의 남녀. 총 인원은 셋. 단순히 색상만 같은 게 아니라 맞춘 듯 구성이 유사하다. 사람이 많은 공간은 그만큼 패션의 다양성이 두드러지기 마련인데 저런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더군다나 병원에서 검은색이라.
가족도 아닌 것 같고, 친구? 동료? 근데 그래도 이상하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던 리라는 검은 옷을 입은 여성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저기요."
그리고 태연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병문안 오셨어요? 저도 병문안 왔는데, 미리 말하고 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양해를 구하긴 했는데 잘 될 것 같진 않아요. 아아~ 헛걸음 했나. 원래 큰 병원은 면회 시스템이 이렇게 복잡한가요?"
"앗, 아쉽지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나중에 과자를 사오겠다 종알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부장과 거친 인상의 키가 큰 여학생, 그리고 낯선 얼굴의 부원이 몇몇 보인다. 매점에 들러서 여기 있는 사람들 몫의 과자랑 음료수를 사오려면 좀 시간이 걸리려나. 이 때 만큼은 자신의 능력이 신체 강화와 관련된 것이었으며 좋겠다 바래보며 서둘러 움직인다.
환한 빛을 두른 하늘 아래 적당히 소란스러운 운동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젠가 아영 자신도 성공한다면 이 운동장 만한 정원이 딸린 집을 ㄷ얻을 수 있으려나. 역시 무리이려나. 이런 저런 생각과 공상을 하면서 저지먼트 부원들이 삼삼오오 이동하는 곳을 바라보니 영상으로 보아 익히 아는 모습의 여학생이 달리고 있었다.
"저기!"
일단 크게 부른다.
"나 혼자는 힘들어서 그런데, 이거 같이 먹을래?!" 높이 올린 손에 든 봉지를 살짝 흔들면서 웃어본다.
"딱히 취조하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기도 하고, 실례되지 않는다면 잠시 그냥 대화하고 싶어. 어쨌든 많이 힘들었잖아." "아 참, 나는 2학년 담아영이야. 음...그리고 여기는 나와 같은 부원 사람들. 앗, 저지먼트는 맞는데 얘기했다시피 잘잘못을 가리거나 그러려는 건 아니야. 정말로 걱정되서 온 거야. 혹시 아이스티 좋아하니? 이거 마실래?"
'분명 여로를 좀 더 오래 바라본 것 같은데. 은우 선배도 뭔가 이상한 걸 알아채신건가..?'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일단 떨쳐버리기로 했다. 물증도 없이 동료를 의심하다니, 말도 안돼.
이후 연구실에 들어온 청윤은 연구원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곤 들려온 샹그릴라에 관한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마..약.."
청윤은 그렇게 나지막이 읊조렸다. 마약이라니,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다. 확실히 강력하고, 그렇게까지 약을 먹는 걸 보면 의존성이 있는 약이었던건가.. 그렇게 잠시 생각하던 청윤은 이전에 봤던 영화, 리미트리스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분명 그 영화에서도 뇌의 활동량을 100%까지 끌어낼 수 있어서 먹은 동안에는 기분 상승과 천재가 되는 장점이 있었지만 끊을 시 반동으로 뇌에 데미지를 입고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약이 나왔었다.
"..마약도 해독제 같은 게 있던데 이것도 나올 수 있으려나요?"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한 질문이었다. 한편, 얼마나 먹어야 중독이 안될지 물어보는 여로의 말을 들으며 눈쌀을 조금 찌푸리게 된 청윤이었다.
그, 그럼 어느 정도로 싸워야 하는 거지? 미간을 찡그린 채 심각한 낯으로 웅얼거리던 낙조. 손가락을 하나씩 접는 시늉을 하다 뇌 회로가 꼬인 듯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를 벅벅 쓸었다가 숫자 세던 손을 두어 번 흔드는 것으로 (제 기준)복잡한 상념을 털어냈다. 모르겠다, 기절만 안 시키면 되겠지. 시원한 결론을 내린 그가 후련한 듯 상쾌한 미소를 싱긋 지었다. 이어진 은우의 말에 곧장 사라졌긴 했지만.
“그런 거 먹고 싸워봤자 재미없어.”
입이 댓 발 나와 부루퉁한 것을 보아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신이 오해 받았을 거란 생각보다 그저 약 자체가 성에 안 차는 것이다.
개인실로 들어가는 낙조의 등 뒤로 투덜거림이 따라붙었다.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에게 향하던 시선이 이내 보호 대상에게로 무사히 도달했다.
“뭐야, 먹어봤자 결국 말짱도루묵이네. 약(여기서 약이란 마약에 한정한다)같은 건 무조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라니까.”
설명을 듣던 낙조가 여전히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채 말하더니 그 뒤로 침묵을 유지했다.
2주, 확실하게 기억했다. 희야는 가벼운 걸음으로 병실에 들어섰다. 노크는 필수라고 배웠으니 똑똑 두드리며 들어가는 것이 옳았다. 풀죽은 모습에 희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기울였다. 인공 장기, 의수, 의족. 그만큼 사건이 심각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심각성이 아니었다. 희야는 다시금 노크하며 한 걸음씩 걸어와 근처의 의자를 끌어오려 했다.
"안녕. 목화고 저지먼트예요."
잘 모르겠다. 풀이 죽을 이유도, 사람은 언제나 큰 고통을 수반하고 그게 당연한 건데, 마음의 상처인 걸까? 어쩌면 평생이고 자신의 몸이 아닌 것으로 대체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으니 그것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는 걸까? 새로운 것이,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운 걸까? 자신에게 그런 일이 몇 번이고 더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두려워 하는 걸까? 희야의 새하얀 원반과도 같은 눈동자가 수연을 향했다.
은우의 그런 말은 날카롭게 마음을 찌르고, 파고드는 것인데. 속이고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나, 그 죄책감보다는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더욱 큰 것이었으니. 미안하다는 의미 없을 말만 속으로 중얼거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성과, 남성. 고갤 살짝 숙이며 인사하고서 오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마약의 일종이라는 말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다, 만다. 뇌에 영향을 주는 마약. 결국 다시 원래로 돌아온다는 것은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류화는 손을 들며 묻는다.
(여로) "만약 계속해서 먹는다면 언젠간 뇌가 파괴되고 말겠죠. 횟수는 알 수 없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까요."
(애린) "연구에 따라서 가능성은 있지요. 이를테면 호르몬을 다루는 초능력자의 경우, 그 능력을 토대로 약을 만들면 성별조차 바꿔버릴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걸 떠나서도 인첨공에서는 초능력을 기반으로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많거든요."
(혜우) 붉은 머리 여성은 문을 조금 열어두고 나갔습니다. 그대로 복도를 꺾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연구실 안인만큼 거기까지 정확하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청윤) "성분만 제대로 분석한다면... 조금 완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현단계에서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물론 해독제만 만들어진다면 어떻게든 되기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그 부분은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낙조) "바로 그거예요. 부작용이 있기 나름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이 약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진 않는답니다."
낙조의 말에 공감하듯, 재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류화) "이 약을 정말 정식으로 만들겠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할테고, 자연히 많은 이들의 뇌가 파괴되겠지요."
각자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을 들으며 은우는 조용히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 쪽에서 그렇게 물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연구를 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준 적이 있나요?"
"네? 그야 뭐 에어버스터에다가 세은이에다가, 친한 동료 2~3명에겐 알려준 적이 있죠. 아하하. 아무튼 이제 본격적으로 약의 데이터를 보도록... 응?"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창밖에서 뭔가가 번쩍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벽에 있던 창문에서 쨍그랑 소리가 울렸고, 뭔가가 빠르게 연구실 안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저 편에 있는 연구용 컴퓨터를 명중시켰습니다. 당연히 컴퓨터 내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병원 내부에서 비상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열려있는 약간의 틈을 통해 '노란색 연기' 같은 것이 모락모락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뭐, 뭐야?! 이건?!"
은우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일단 모두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지시했습니다.
[연구실 밖 조] 이경은 비상 계단을 통해 8층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비상계단을 통해서 노란색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속도는 느리긴 하지만, 확실한 건 위를 향해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라가 있는 곳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은 리라를 바라봤지만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보란듯이 무시하며 그녀는 근처에 있는 소방벨 스위치를 주먹으로 치면서 강제로 울렸습니다. 그리고 상의 품 속에서 방독면을 꺼내서 썼고, 또 품 안에서 병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땅에 집어던졌습니다. 그녀를 중심으로 노란색 연기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제이가 있는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상벨이 울리자 품 속에서 방독면을 꺼내 썼고, 품 안에서 병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땅에 집어던졌습니다. 사내를 중심으로 노란색 연기가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사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강수연'이라는 이름이 있는 방으로 향했습니다.
수강은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는 13층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14층, 그리고 15층에서 또 한번씩 멈췄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 편에서 노란색 연기가 모락모락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모카고 저지먼트. 아.."
한편 수연은 희야의 말에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습니다.
"아니에요. ...애초에 제 관계자도 아닌걸요. 상황...모르겠어요. 갑자기 두들겨 맞고, 제 팔도, 다리도 쓸 수 없고 장기도 망가져서... 대부분을 인공으로 바꿔야한대요. 그렇게 수술을 해야만 한대요. 있잖아요. 저는 대체 뭘 잘못한 거예요. 왜.. 갑자기 두들겨맞아야 했던 거예요? 레벨이 1이 되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죄인 거예요?"
딱히 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도 잠시였습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온 이는 수연이라는 이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 바로 그 사내였습니다. 그 사내는 희야를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꺼져라."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어느새 팔에 완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검은색 까마귀' 문양이었습니다.
[학교 조] 은영은 아영과 한양이 말을 걸자 잠시 뛰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둘을 바라봤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는 혜성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은영은 순식간에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아영과 한양이 말을 걸자 멈춰서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랑은, 생각보다 잘 풀리겠거니 싶어 말없이 사탕을 꺼내 물었다. 대화는 아마 저 둘이 알아서 하겠지, 대화에 소질이 있지는 않으니까 여기선 굳이 말하지 않고 기다리는게 낫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뭐야."
눈에 보인 것은 은영의 머리 위쪽에서 왔다갔다하는 붉은 빛의 점, 랑은 상황 판단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사람이 있는 쪽으로 달려들어 은영을 잡아채 쓰러트리려고 했다, 저게 뭔진 몰라도... 저 점이 왔다갔다하는 게 멈추는 순간이 오면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는 와중에 붉은 머리 여성이 문을 조금 열어두고 간 것이 보였다. 어째서일까. 저 틈이 신경 쓰여 닫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할 얘기 또한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되니까. 그래서 닫으려고 잠시 무리를 이탈해 문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상황은 순식간에 전개되었다.
제일 먼저 연구실 창문이 깨졌다. 창문을 깬 무언가는 컴퓨터를 부순 듯 했다. 그 다음은 비상벨의 점화, 곧 온 병원 내에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밖으로 탈출 해야 하는가 싶었으나 가까이 간 문에서 노란 연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갈 수 없다. 빠른 판단 아래 문을 닫고 근처에서 의자나 테이블 아무거나 끌어와 문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행동 이후 힙색에서 삼단봉과 수갑을 꺼내 양 손에 쥐었다. 봉은 펼치지 않고, 수갑은 너클처럼 쥔 상태였다. 일단은 문 근처에서 대기하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로 했다.
한편, 급하게 울린 폰을 꺼내보고 이경의 연락을 확인했다. 나 또한 거기에 상황을 간략히 남겼다.
>>654 은영과 이야기를 나누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혜성은 은영의 표정을 보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거두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친구가 깨어났다는 것에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정말 걱정했나봐. 미소를 지은 채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혜성은 아주 잠깐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
저게 뭐야? 혜성은 눈을 잠시 가늘게 뜨고 은영을 주의깊게 바라봤다. 머리에 붉은점? 저건 꼭.. 생각을 마무리 짓기도 전에 혜성은 재빨리 서있던 자리를 박차고 은영에게로 뛰었다.
일체의 동요도 없는 무시에 머릿속 경고등이 켜졌다. 이거 쎄하다. 뭐 있다. 백 퍼센트. 여성이 소방벨 스위치를 치는 순간 리라는 여성에게 팔을 뻗으며 달려들었다. 비록 병을 깨뜨려 노란 연기가 퍼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으나 몹시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니 앞이 보이든 그렇지 않든 손끝에 닿지 않을 리 만무하다.
"콜록, 당신 뭐야? 테러범이야?"
잡아 넘어뜨릴 수 있었다면, 리라는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게 몸 위에 앉아 어깨를 눌렀을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었더라도 끈질기게 옷자락이든 무엇이든 붙잡고 늘어지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셋을 켜서 외쳤다.
검은 안광이 번쩍이는 불빛과 맞부딪혔다. 호기심과 경계가 뒤섞인 눈알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창밖, 창문, ‘무언가’가 들어오는 궤적과 끝내 폭발이 일은 컴퓨터에게로. 낯빛이 차게 변하고, 즉시 몸을 틀어 주변에 있던 저지먼트 부원 몇과 재이가 있는 부근에 손을 들어 구석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소수에게만 알려줬는데 어떻게 알고 널 위협하고 있는 건데? 그리고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데이터는 백업해뒀지?”
눈치껏 옷소매로 비구 부근을 막고 재이에게 서둘러 묻는다. 동시에 제2의 출입구를 찾다가 깨진 유리창이 시야 안에 들자마자 창밖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적이 있을까, 이쪽으로 도주는 불가능?
13층에서 안멈췄다..? 마지막 예측이 실패함과 동시에 누가 봐도 불길해 보이는 노란색 연기가 다가오는 모습이 수강의 눈에 보였다. 지금 당장 수건도 없고 물을 구하기에는 화장실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방벨소리.
'이거 불이야 라고 외쳐야 하는건가요??'
당황하여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돌아보지만 할 수 있는게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빨리 환자를 대피시켜야 하나, 아니면 혼자라도 탈출해서 구조를 요청해야 하나. 여기서 내린 결정은
"창문.. 창문부터 열어서 빼는 겁니다..! 후으읍!"
연기가 가까워지기 전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마쉬며 창문을 열기 위해 몸을 낮추어 달려간다. 지금 이 사태를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도 겪고 있을테니 주머니에서 낡은 스마트폰을 꺼내 부원들의 연락을 확인도 해본다. 분명 부장이 에어로키네시스 쪽 능력이었으니 이야기가 끝나고 도착할때까지 버티는게 최선이었다
친한 동료 2~3명... 그렇담 더불어 그 붉은 머리의 여성도 수상하게만 느껴질 상황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언가가 날아와 연구소의 컴퓨터를 말 그대로 박살내버렸고 그것에 맞추듯 비상벨까지 울리고 있었다. 게다가 아닌게 아닌 저 수상한 노란색 연기까지...
"이야... 저거 딱 봐도 수상한 연기지 말임다?"
그녀는 버룻처럼 혹시모를 천장의 스프링클러를 찾아보려 했다. 일단은 가스도 가스일 뿐더러 혹시 모를 창가에서 날아올 다음 것에도 대비해야 하니까,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터뜨릴수 있는지도 시도해볼 것이고, 뭣도 안된다면 최대한 빠르게 J씨를 보호하며 자리를 떠야 할테니까,
어? 응응, 그래그래. 밝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이스티를 건내고 있는데 저 멀리서 검은 머리의 여학생이 소리를 치고 키가 큰 여학생이 마구 달려오는 게 보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은영이를 보호하라고?
그제서야 아영은 두 사람의 눈길이 어디로 가 있는지 따라가다 은영의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이런! 다들 엎드려!1" 소리를 치면서 아영은 제빨리 랑이 자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뒤로 한 두 걸음 물러섰다. 발랄함과 단순함으로 무장했던 노란 동공이 예기를 띠고 손 끗에 빛나는 작은 구체가 몰려 하나의 형체를 형성해 가, 금방이라도 사방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빛줄기로 완성되어간다.
"내가 엄호할테니 다들 주변을 살펴줘!"
비록 미약할지라도 시야를 막을 수는 있을테니 방해공작 정도는 되겠지. 빛무리가 몇몇의 광선이 되어 은영의 주위를 둘러싸고 나아간다.
청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일이었다. 이제야 겨우 성분을 밝혀냈는데 그걸 해독할 해독제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일거고, 만든다고 해도 대량 제작에도 시간이 걸리겠지. 그렇게 연구원의 답변을 듣던 중, 갑자기 뭔가가 연구실 안으로 날아오더니 컴퓨터에 부딪혔고 비상벨이 울렸으며 노란색 가스가 문 틈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청윤은 당황하며 일단 문을 막으려는 혜우를 도우려고 뛰어 같이 가구를 옮기려고 했다. 그 뒤론 은우 뒤에 서서 급히 입고 있던 외투를 벗고 한손에 들었다. 혹시나 가스를 제대로 피하지 못할 상황이 생긴다면 뒤집어쓰든 다른 누구에게 씌우든 어떻게든 써보기 위해서였다.
모든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몹시 당황한 건 혜승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우선 순위가 있는 법. 귓전에 울리는 심장소리를 진정시키며 혜승이 상황을 살폈다.
환자가 있는 쪽으로 달려간 사람 하나. 소방벨을 누르고 독극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던진 사람 둘.
특정 환자 쪽으로 노골적으로 움직였다면, 그 의도 역시 수상하다. 혜승의 기억이 맞다면 환자 쪽에 위치한 저지먼트는 단 한 명. 혜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이미 연기에 대해서는 창문을 열고 있고, 수상한 이들과 대처할 사람도 있어보인다. 그렇다고 무작정 흘러나오는 틈을 금속으로 다 막자니, 사람들의 도주 경로를 막는 셈이 되어버린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낸 혜승이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혜승은 방향을 틀어 '강수연'이라는 이름이 적힌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어찌되었건 환자의 안위가 가장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활기차게 답하는 모습에, 그래도 걱정이 약간 덜어진다. 뭐 마실거? 좋지,라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덮쳐 쓰러진다. 그 이유는. 나도 보았기 때문에, 어리버리했던 그때와 다르게, 빠르게 반응한다. 먼저 주위에, 능력을 사용해 강하게 방어막을 형성한다. 총알에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두는게 좋겠지. 그리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검은 락카통을, 가방에서 꺼내 터트린다. 터트리자 마자 강하게 뿜어져나오는 잉크는, 순식간에 방어막에 덮어씌워져 그 안을 아무도 볼 수 없게 만든다.
"...다들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점점 방어막 넘어의 수증기를 멀리 퍼트려 수상한 인기척을 찾는다. 저렇게 선명하게 레드닷이 보일정도면 멀진 않을거야. 그리고 우리의 시점에서, 이마 정면에 찍힌 점이니까, 반경은 저 아이의 정면 180도 내외. 빠르게 능력을 전개하자. 반드시 잡아야해.
저번에 말했던 그 [그림자]녀석들, 그리고 오늘 아침 내걸린, 나와 같은 레벨4의 시체라면...
약에 중독되어, 뇌가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약효가 끝났을 때 원래로 돌아간다면, 더 먹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중독과 그 부작용 역시 리스크가 큰 것인데. 류화는 살짝 돌아서서 자신의 엄지손톱을 깨문다. 그렇지만, 많이 섭취하지 않고, 그 약효가 남아있는 동안에 결과를 낸다면. 원래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남는 것이 있지 않을지. 생각하던 때. 데이터를 확인하려 하면 사건이 터진다. 갑작스러운 공격과, 비상벨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고, 들어오는 노란색 연기를 보고선 은우의 말을 따라 뒤로 물러난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생화학 테러? 나는 급한대로 방독면 쓴 사내를 쫓아갔다. 매캐한 가스가 코를 찌르는 감각에 기침 몇 번 하면서. 난 사내를 쫓아들어간 병실에서 다른 저지먼트 부원과, 강수연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팔에 까마귀 완장을 찬 사내도. 잠깐만 머리를 굴려보자. 저 사내는 강수연을 해치려고 이곳에 들어온 건가? 본래 임무는 한재이 연구원의 호위지만 그쪽은 부장을 따라간 부원들이 잘 해결해줄 거고. 당장 위험해질 수도 있는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나몰라라 할 수 없다! 그건 멋있지 않으니까! 나는 곧바로 진압용 삼단봉을 꺼내들어 사내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갈기려 했다. 무능력자라서 물리로 제압할 수밖에 없어!
들었다. 그렇구나, 불시에 당한 것이니 많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희야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들에게 목적이 있을까, 목적이 없다면 같지 않으리라. 천천히 다독여주려는 손길이 어색하지 않다. 이런 일을 많이 해봤다는 듯.
"괜찮아요, 무서웠죠?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고, 시선에 적응해야 하는 그 순간이 두렵겠죠, 하지만 괜찮아. 레벨 1이라고 해서 죄인은 아니고, 사람들이 그 순간의 결과를 보며 죄인이라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그들이 이단일 뿐이야. 그 인간의 뜻이 숭고하지 못했을 뿐이고, 끔찍한 일은 자연과도 같이 청천벽력으로 다가와 나와 누군가의 구분이 없지요. 하지만 말이에요, 아무리 밉다고 해서 마음을 불태우는 건 네가 할 일이 아니랍니다. 구원 받지 못할 자에게 어찌 손을 대려고 하나요. 괜찮아. 그 존재는, 우리의─"
문이 열렸다. 희야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사내 하나가 이야기하는 것에 눈이 서서히 접힌다. 가느다란 금빛 색채가 일렁였다.
"아하, 그렇구나."
희야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습격과는 달리 느긋한 모양새였고, 침대 앞을 막아서며 눈을 정확하게 마주하려 드는 시선은 여유롭기까지 했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병실의 빛에 희미한 금빛 기운마저 사그라들고, 새하얀 원반만이 상대를 향하려 들었다.
"인간아."
손에 든 큐대 끝으로 냉기가 서렸다.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부원들의 위험 경고가 귓전을 때리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의미를 알지만 이해하지 않는다.
"너의 욕망이 무엇이느냐? 나는 듣고 싶구나. 나의 뒤의 생명을 끄는 것이라면, 부름 받은 것이느냐? 혹은 그만한 의미가 있느냐?"
지금 당장 저 존재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는 심히 궁금하다, 희야는 이 상황이 심히 궁금하다 못해─
[병원 조] - 공통 이경은 어떻게든 문자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갑자기 '전파가 수신되지 않는 위치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려고 해도 전화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어셋 근접 전파 수신은 되는지 그것으로 이야기는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다시 13층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수강은 빠르게 창문을 열었습니다. 숨을 참고 창문까지 뛰어가는 것은 좋았으나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온 몸이 찌릿찌릿 거리는 감각이 올라왔고 마비된 듯이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숨을 쉬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단순한 가스가 아니라 마치 온 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철현 여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긴 했으나 이내 연기에 닿자마자 팔이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찌릿찌릿 거리는 감각. 가스를 들이마시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닿는 순간, 몸이 제 말을 듣지 않는 감각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내는 피식 웃으면서 철현을 걷어차려고 했습니다. 이어 태진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연기에 닿는 순간, 들이마시지 않아도 온 몸이 찌릿찌릿거리며 말을 듣지 않고 컨트롤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이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가스를 뚫고 나아가는 와중, 온 몸이 찌릿찌릿 거리면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숨도 점점 쉬기 어려워졌습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의식은 분명히 있는데 몸만 제 말을 듣지 않는 느낌입니다. 당연히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것조차 불가능했습니다. 그저 톡 치는 느낌만이 날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스킬아웃 '블랙 크로우'. 고작 그런 테러범과 비교를 안했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아무 것도 못하겠지만."
리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깨 위를 누르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숨도 쉬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은 아주 쉽게 빠져나왔습니다. 바닥의 감각은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마취가 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여성은 이내 피식 웃으면서 그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한편 혜승도 어떻게든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노란 연기에 접촉한 탓인지 몸이 찌릿거렸습니다.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한편 희야는 안에 있었기에 연기를 마시진 않았습니다. 이어 그는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고, 사내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스킬아웃 '블랙 크로우'. 어차피 죽을 녀석이니까 말해줘도 되겠지. 그래. 그 뒤의 여자에게 조금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어차피 우리야 할 일만 하면 되거든. 그게 보스의 지령이다."
네가 뭘 할 수 있냐는 듯이 사내는 피식 웃었고, 뒤의 수연은 겁에 질렸는지 파들파들 떨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왜 저에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온 몸이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도망칠 수도 없이 그녀는 그저 침대 위에서 파들파들 떨 뿐이었습니다.
한편 개인실 안은 개인실 안대로 긴장이 가득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 등을 통해 문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노란 연기는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오며 방을 가득 채우려고 했습니다. 혜우는 그 와중에 상황을 남기려고 했지만 이내 그녀의 핸드폰 역시 전파가 닿지 않는 위치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적어도 지금부터는 핸드폰을 쓰기 힘들 것 같습니다.
"클라우드에 자동 전송은 되었을 거예요. 아마도지만!"
낙조의 물음에 대한 답이 나오자 낙조는 창가를 바라봤습니다. 그러자 아래로 천천히 착지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비행 능력자인걸까요? 확실한 것은 여기서는 뭘 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13층. 여기서 뛰어내려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입니다. 당연하지만 여로 역시 이곳에 왔지만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밖에서 뭔가를 쏜 이가 있으니, 여기로 탈출했다가는 또 뭔가에 맞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한편 애린은 천장에서 스프링쿨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자신의 능력을 쓰면 조종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바로 그녀는 능력을 썼습니다. 하지만 방 안에만 물이 뚝뚝 떨어질 뿐이었습니다.
청윤 역시 가구를 옮겨 문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가스가 한번에 훅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뒤로 향하는 류화를 잠시 바라보던 은우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연기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단번에 이 연기를 날려버릴 생각인 모양입니다. 일단 문 너머로 팔을 뻗던 은우는 순간 큭! 소리를 내면서 손을 치웠습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봤습니다. 주먹을 쥐었지만 연산이 되지 않는지, 아니 정확히는 손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왼손으로 구체를 만들었고 연기에 닿지 않게 구체를 던졌고 이내 터트렸습니다. 노란색 연기는 순식간에 빠르게 바람에 날려 사라졌습니다. 그 상태에서 은우는 밖으로 나가 구체를 여러개 만들어서 계속해서 쏘았습니다. 덕분에 밖에 있는 연기도 창문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었고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이들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릿지릿 거린 것도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노출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바람에 흽쓸렸다가 벽에 부딪치기라도 한 것일까요? 검은 옷을 입고 있던 여성이 문 근처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까마귀 완장을 확인한 은우는 표정을 찌푸리며 이어셋을 통해 얘기했습니다.
-저지먼트! -검은 까마귀 완장을 하고 있는 이가 있어. 이 녀석들.. 위험도 별 4개 반. '블랙 크로우'야! -이 녀석들이 바로 제 4학구에서 시체를 신호등에 걸었던 그 녀석들이야! -14층과 15층은 내가 맡을테니까 너희들은 최대한 이 녀석들과 직접적으로 교전하지 말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빠져나가! 빨리!
이어 은우는 창가로 간 후에 자신의 양손에서 여러 구체를 생성해 집어던졌습니다. 밖에서 여러 번,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울렸고 그 풍압은 창문조차 깨뜨려버리며 순식간에 안에 차 있는 노란색 연기를 없애버렸습니다. 탈출하려면 바로 지금입니다.
[학교 조] 붉은 점을 발견한 혜성은 있는 힘껏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그에 맞춰서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랑은 은영을 넘어뜨렸고, 아영은 빛나는 작은 구체를 형성한 후에 은영을 보호하려고 했습니다. 여차하면 광선을 발사해서 공격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정하는 방어막을 설치하고, 검게 물들여서 안이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이어 수상한 기척을 찾던 와중, 학교 옥상 부근에서 뭔가가 있는 것. 정확히는 길쭉한 총 모양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분자의 움직임으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양 역시 자신의 능력을 써서 보호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이내 저 앞에서 3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각각 '검은 까마귀' 모양의 완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코뿔소 완장. 저지먼트로군. 꺼져라. 너희들에겐 볼일이 없다. 우리는 거기에 있는 그 계집에게 볼일이 있으니까."
위치상, 가리키는 것은 틀림없는 은영이었다.
/으아! 길었다! 오늘자 반응레스는 여기까지에요!! 다들 반응레스를 작성해주세요! 이제 노란색 연기는 사라졌고 마비된 분들도 움직일 수 있어요! 덧붙여서.. 은우의 이어셋은 병원에 있는 이들은 다 들을 수 있답니다!
덧붙여서.. 딱 1명. 정말로 딱 1명은 은우의 백업으로 같이 갈 수 있어요. 다만 이쪽은 하드 루트이며.. 경우에 따라선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답니다. 그 점.. 꼭 감안하셔서.. 은우의 백업으로 가고 싶은 이는 캐입으로 얘기해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하드 루트이며 부상을 당할 수 있어요. 물론 아무도 안 가도 된답니다!
기이한 경험이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숨이 막힌다. 숨이. 숨이 막혔다. 리라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빠져나가는 자의 바짓단이라도 붙들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극도로 가려진 시야에 호흡곤란, 사지의 불능, 요란한 주변의 소리 따위가 지독하게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리라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이윽고 몸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결에 연기가 걷힌 다음에도 리라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정체불명의 연기가 가져다 준 모든 부작용은 점차 사그라들었지만 그는 그 찰나에 갇혀버린 것처럼, 몸 위로 깨진 유리조각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못했다.
>>790 넘어트리는 데 성공해서, 은영을 아래에 둔 채로(넘어지면서 다치지 않도록 받치긴 했지만) 랑은 고갤 들어 상황을 살폈다. 다들 혜성의 외침에 반응해 주변을 확실히 보호하고 있어서, 랑은 몸을 낮춘 채로 잠시 기다렸다.
"가만히 있어라."
괜히 움직이는 것보다는 가만히 있는 쪽이 보호하기가 편했기 때문에, 아래에 있을 은영에게 그리 속삭였을 때, 저만치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까마귀 모양의 완장을 하고 있는 3명의 남성, 까마귀 완장... 쯧, 혀를 저절로 차게 된다, 이 놈들은... 스킬 아웃이었을 때 마주쳤던 적이 있다... 과격하기가 그 때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아마 이 놈들인 모양이군."
사람의 숨통을 끊어서 매단 놈들. 랑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은영을 감싼 채로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창문을 여는것 까지는 좋았으나 숨참는 것도 무색하게 마시지도 않고 그저 닿았을 뿐인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은채로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여전히 울리고 있는 화재경보소리. 들어가지도 않는 힘을 어떻게든 주려고 하는 사이에 부장에게서 이어셋을 통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진짜 큰일이잖아요!"
잠시 후 날아오는 돌풍에 연기가 창문을 깨고 완전히 사라지며 몸에 감각이 돌아오면서 외친다. 위험도가 몇점 만점인지는 모르지만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에 뭔가 잘못됐다는걸 알고 남아있던 환자들을 대피시키기로 한다.
허리에 차고 있던 삼단봉을 꺼내어 휘두른다. 곧바로 최대길이로 늘어난 삼단봉을 한손으로 빠르게 회전시키며 병실 여기저기 돌아보며 환자들을 보고 대피하라고 다급하게 알린다
"목화고 저지먼트입니다! 지금 병원에 계시면 위험합니다! 지금 바로 병원 바깥으로 대피해주세요! 진짜 중요한거 빼고 다 놓고 빠져나와야 합니다!!"
같은 말을 몇번씩이나 병실을 돌아다니며 외쳐댄다. 좀전의 연기때문에 숨을 제대로 못쉬어서 그런지 점점 헐떡거리기 시작한다.
그럼 됐어! 제이의 말에 대꾸하곤, 창밖을 내려다봤다. 여기 루트는⋯ 안되겠다. 말끔히 포기한 낙조는 착지 중인 인영을 보고 눈썹을 찡그리더니 조금 길게 관찰하다가. 은우의 외침에 퍼뜩 정신 차리곤 문을 박찼다. 잠시 문고리를 잡아 손을 휘저으며 빨리 나가라는 손짓을 하곤 혀를 찼다. 칫. 나도 싸우고 싶었는데. 말⋯ 듣지 말까?
“아오오 진짜. 말 들으면 나랑 싸워주는 거다, 부장!”
급박한 상황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답답하다는 양 발을 구르더니 은우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통보만 툭 내던진 채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죽기 싫음 얼른 뛰어. 빨리. 저쪽이야.”
복도를 가로지르며 뒤처지는 사람들 옷깃을 덜컥 들어 일어세우거나, 냅다 병실 문을 열어젖히고 아이가 있으면 안고 달리려 했다.
다행히 스프링쿨러를 찾을수 있었고 어떻게든 조작까지도 가능했지만 기껏해야 지금 이 공간이 최대였다. 그래도 대비하지 않는 것보단 나았으려나, 게다가 탈출을 위해 문 너머로 팔을 뻗다 바로 손을 거두는 은우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그의 능력 덕택에 어떻게 도주로는 확보되었지만...
"기회라면 지금뿐인 검까..."
은우는 위로 올라간다는 이야기와 함께 길을 텄고 이제 남은건 문제의 그 J씨와 병원의 사람들이었다. 도구가 없다면 혹시나 맞닥뜨릴 스킬아웃에게 대처할만한 능력이 따로 없는 자신이지만... 과거의 자신이 따랐던 길이 어떻게든 할 것이다.
학교 옥상에서 수상한 무언가가 파악되었다. 거리로 보아 마취제를 저기까지 옮기긴 힘들다. 가다가 전부 날아가고말거야. 단, 저 길쭉한 '무언가'의 앞을 막을 순 있겠지. 총구...같은것의 앞을 물로 강하게 틀어막는다.그리고 나서... 앞의 남자들의 인기척 쪽, 방어막의 색을 치운다. 까마귀모양 완장...?
"응. 저지먼트다. 군사. 경찰 다음으로, 사건이 일어난다면 사고처리의 우선순위는 우리가 인계받는다. 능력 조사 결과, 살인 미수로 판단되니, 만약 꺼지라고 할거면, 이쪽이 할 말이야. 무력 행사등의 사안이 발생할시. 우리도 같이 반격할 수 있는점 미리 고지한다."
그리고 부부장을 향해서 눈을 약간 돌린다. 어찌되던 명령은 한양이 주도해야하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가 할 수 있는건 할 수 있겠지. 마취제의 뚜껑을 몰래 공개하고, 앞 세 남자쪽으로 옮길 준비를 한다, 위협이 되는 즉시, 기절시킬 수 있도록.
은우의 유리창마저 깨질 수준의 강력한 풍압에 틈새 사이로 새어들어오던 가스는 바깥으로 날아갔다. 까마귀 완장을 보곤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청윤은 연구실 바깥으로 나가 병원을 둘러봤다. 계속해서 울리는 비상벨 때문에 귀가 아파왔다. 사람들이 대피하는 아수라장, 이 모습은 그 때 같았다. 청윤이 경찰이라는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그 때. 청윤은 손을 쥐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새하얘지도록 강하게.
사람들은 대피했고 저지먼트는 대피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청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청윤은 다른 층들을 보며 리본을 고쳐매곤 옷깃을 바로 잡았다.
"은우 선배."
청윤은 건물 안에 남아 있을 스킬 아웃, 블랙 크로우를 소탕하려는 은우에게 말했다.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은우 선배의 백업으로써 돕고 싶어요."
청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서가 아니었다.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강렬했다.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레벨4도 살해할 수준의 스킬아웃이라면 마주쳤을때 어떻게 될 지 몰라. 크게 다칠 수도, 죽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람들을, 그것도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는 병원을 이렇게 공격한, 스킬아웃들은 전체의 행복을.. 떨어트리는 요인이잖아.'
'만약 정말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어도 막아야만 해. 설령, 그게 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해도.'
>>886 >>887 >>891 >>895 모두 응원 감사합니다.. >>889 아마 개인 이벤트로 풀.. 것 같네요. 그렇지만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890 기대하고 있을게요! >>892 아.. 태진주.. 사실 태진주도 백업을 하고 싶다고 쓰셔서 잠깐 고민했었는데..
근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은우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백업으로 돕고 싶다라.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본 그녀라면 그렇게 말을 하지 않을까 예상하긴 했었고, 그 예상이 참 안 좋은 의미로 적중했다는 것에 그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당연하지만 은우로서는 그리 허락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이건 자신의 3학년 동기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방해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법이야. 돕겠다면 방해될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
그 목소리는 조금 엄격했다. 아마 평소 가볍게 웃으면서, 혹은 이전에 연습실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을 것이다. 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청윤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내 백업으로 오겠다고 했지? 그렇다면 지켜준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백업은 지킴받는 존재가 아니라 같이 하는 존재니까. ...하지만 무리는 하지마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네가 하고... 네가 할 수 없는 것은 내가 할테니까."
이어 그는 후우, 숨을 내뱉은 후에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계단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가자. 둘 다 안 죽고 살아나가야지."
/이것만 살짝 이어주기! 내일 청윤주가 참석하게 되면.. 청윤이는 다른 루트로 따로 진행됩니다.
첫 소집 때 받은 명단에는 다수의 능력명이 적혀있었기에 그 후 뱅크를 열어 하나하나 찾아봤었다. 모든 능력을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몇몇 인상적인 능력이 있었다. 이경의 능력도 그 중 하나였다. 메모리 매니페스테이션. 기억을 바꾸거나 지우거나 혹은 주고 받을 수 있는, 쉽게 말해 기억 조작이었다.
참 편리하겠구나 생각했다. 내게 나빴던 순간을 그 때 그 때 지운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러면 지금의 나도 조금은 나았었을 지도 모르는데.
이룰 수 없는 생각이었다.
가능하다면 해보라 말하고 이경의 설명을 잠자코 들었다. 뱅크의 설명과 본인이 직접 하는 설명은 또 다를 수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무색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라 그저 그렇구나, 싶기만 했다.
건네주는 방법은 아마 손을 대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정말로 그랬다. 이경의 검은 손이 그의 이마에 닿고 내 쪽으로 올 때 반사적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몸을 감싼 팔과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이마를 두드려지자 순간적으로 잇새를 꾹 물었지만, 곧 머릿속에 들어온 기억에 모든 긴장이 풀렸다.
마치 내가 그 앞에서 본 것처럼 생생한 기억이었다. 잠든 채 누워서 이것저것 꾸며진 아지 얼굴이 내 눈 앞에 있는 것 같았다.
무의식중에 손을 뻗을 뻔 했다. 눈 한 번 깜빡이자 앞에 보이는게 이경의 체육복이 아니었다면 허공을 휘저었을 것이었다. 그러진 않았지만, 나를 감싼 팔은 풀어져 다시 무방비하게 늘어졌다.
"...체육복 값은 이걸로 받은 걸로 하죠."
받은 기억에 대해 가타부타 하지 않고 그것만 말했다. 언젠가 주겠다던 도움을 이것으로 받은 셈 치자는 의미기도 했다. 무심코, 다른 말을 할 뻔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잠시 아래를 응시하다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그럼, 안녕히."
나도 이경도, 더는 서로에게 할 말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 돌아보지 않고 내 갈 길을 갈 수 있었을까.
귓가에 스미는 목소리가 일만 리 밖에서 들리는 것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는 것보다야 나았다. 몸이 일으켜지고,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오자 가위라도 눌린 듯 옴짝달싹 하지 못하던 몸이 손가락 끝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리라는 혜우가 씌워주는 마스크를 얌전히 쓰고 잡아당기는 대로 옮겨졌다.
"—...라 양. 정신 차리—... 내 말 들려요? 이 리라 양. 모카고 저지먼트 이 리라 학생." "허억!"
단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릴수록 무거운 수면 속에서 빠르게 끌어올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의 실루엣이 조금씩 뚜렷해지다가 비로소 눈 앞 사람의 얼굴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신이 돌아온 순간 리라는 막혀있던 호흡을 거칠게 뱉는다.
"아, 아, 아... 아아..."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공포 탓에 단어도 되지 못하는 신음소리를 흘리던 리라는 남은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아 혜우의 지시를 따랐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아, 헉, 하아, 하아아, 흐아..."
막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로 마스크의 표면이 조금 젖은 게 느껴진다. 리라는 눈 앞의 혜우를 초점 맞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통나무라도 된 듯 뻣뻣해진 팔을 조심스레 뻗어 혜우를 붙잡듯이 끌어안았다. 그 이후로 호흡이나 지나치게 빨리 뛰는 심장 박동은 조금씩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진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겠지만.
안에서 난리가 났지만 희야는 기묘하리만치 평온했다. 스킬아웃, 죽을 녀석, 지령……. 희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섞여 있었다. 희야는 자신의 한쪽 볼을 톡톡 두들겼다. 어금니가 있을 부분을 살갗 너머로 톡톡 두들기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눈만 휘었다. 금세 색깔을 찾는 눈동자가 금빛 색채를 흩뿌리듯 길쭉한 호선을 그었다.
"그렇구나, 죽는구나…….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있죠- 그쪽은 죽어본 적 있어요? 아니면 각오해본 적은요? 시도해본 적은요? 혹시 자신의 죽음도 각오하지 못하면서 남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존재인가요?"
진짜? 내가 죽는 걸까? 죽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논하는 죽음에 희야의 미소가 짙어진다. 숨결이 떨린다. 공포에 젖은 떨림이 아니다. 기대다. 나, 어떻게 죽을까?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은 얼마나 될까? 보통은 아니겠지마는 찰나의 순간이나 다름이 없을까? 그렇다면 다시금 찾을 수 있을까? 혹시 내가 하는 행동, 누군가를 위한 숭고함일까? 그러면 손 뻗어줄까?
"희야가 생각하기론 후자거든요- 왜냐면 당신, 살아있잖아요. 살아있음으로 인해 증거를 남기는 사람이니까…… 어라- 무서워 말아요, 괜찮아. 여기 저지먼트가- 하나, 둘, 셋이네요! 그러니까 괜찮아."
아마 그럴 리가 없을 거야. 저런 사람들에게는! 길쭉한 호선이 점차 가늘어진다. 한 뺨을 두들기던 소매가 더듬거리며 뺨을 온전히 부여잡는다. 상황과 맞지 않는 환한 미소와 함께, 큐대로 바닥을 내리 찍었다.
"멍청해요, 한심해, 허접하고 최악이에요- 으응, 싫다. 당신 손에 죽으면 희야는 구원도 못 받을 것 같아!"
바닥을 얼려버리려 시도한 희야는, 그대로 큐대를 잡고 미끄러지듯 다가와 남성을 큐대로 후려치듯 밀쳐 넘어뜨리려 시도했을 것이다. 공격이 닿지 않아도 어차피 바닥은 미끄러울 테니 피하려다 쉬이 넘어지겠지. 부디 그러길 바랄 뿐이다.
>>947 그 부분에 대해서는 태진주가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처음부터 저는 시트를 30개만 받겠다고 선언했고.. 그 순서에 늦은 것이 태진주의 잘못은 아니지요. 그리고 뭘 하면 좋을지 잘 모를 땐...그냥 한번 질러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그러면 또 뭔가 판정이 나오니까요! '잘 해야한다'가 아니라 내 캐릭터라면 여기서 '뭘 할까'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거든요. 태진이라면 저 상태에서 블랙 크로우와 마주하는 것을 각오하고 시간을 끈다거나 싸움을 잘하니까 때린다거나, 혹은 능력을 써서 뭔가 파괴해서 길을 막는다거나 할 수도 있을테고요.
너무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태진이가 할법한 행동.. 단순해도 좋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토닥토닥)
그보다 어딜 도망가려고요. 지금 은우의 몇 안되는 동기인데 도망간다고요? (빤히)(끌려감)
목화고 저지먼트의 부원들 스스로의 인식을 이해해주는 아영에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외치며 능력 설명을 마저 한다
"목표물을 향해서 진동시킨 적은 없었어요. 통지표에도 주변이라고만 되어있어서 범위를 정하는게 되는지조차 모르고.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까.. 시도해보고 싶어지는데요?!"
아영이 가리킨 방향은 10미터 쯤 떨어진 돌덩이. 크긴 크다. 수강은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바닥에 놓여져 있는 자갈 중 하나를 들어올려 손에 쥐고 큰 돌덩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으... 으윽.......으으으으으....."
돌에 진동을 가하고자 온 집중을 쏟아내본다. 이를 악 다물고 있음에도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고 조금씩 몸 여기저기에 땀도 흐르는게 느껴진다. 그러나 돌을 쥔 손만 부들부들거리고 있었고 주먹에 있는 자갈마저 떨릴 생각을 안했다. 결국 포기하고 자갈을 획 집어던진다. 자갈은 돌덩이에 맞고 통 하고 딴 방향으로 튕겨져나갔다.
내 딴에는 힘껏 삼단봉을 휘두른 거 같은데 별 타격은 없어보였다. 가스를 들이마신 탓일까?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턱 막혀온다.
"윽... 이거 뭐야..."
귓가에 부장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고위험도의 스킬아웃이니 최대한 교전을 피하라는 지시. 하지만! 하지만 강수연을 두고 갈 순 없다. 저렇게 겁에 질려있는데! 여기서 도망치면 저 여자애는 분명... 싫어 싫다고 내 눈앞에서 누가 다치는 건 이제 싫어 나는 한참동안이나 바르작대다가 가스가 사라지자 그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마침 강수연 옆의 동급생도 스킬아웃 사내를 제압하려 들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코뿔소 돌격이다!
>>947 솔직하게 말하자면! 희야주 꼰대라서 막 이상한 말 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람
신입이 못 들어왔어도 캡틴이 이미 인원 제한을 말해둔 상황인데 그게 태진주 잘못은 아니지, 자리 축낸다고 생각하지 말았음 좋겠어~
그리고 진행 때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면, 일단 질러봐! 아니면 정 아니다 싶을 때 경진주랑 상의를 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가져와도 좋고.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보다 본인이 생각하고 행동하기 좋은, 속칭 '손에 고삐 착착 감기는' 캐릭터를 일컫는 거지 진행 때만 캐해 똑바로 잡을 수 있는 진행 특화형 캐릭터 내라고 하는 건 아님... 무엇보다 그런 거에 신경 쓰면 옛날 캐 떠올라서 머리 박박 붙잡다가 ㅜㅜ 나 이 캐릭터로 돌아갈래 하는 상황 나오고 그렇게 점차 갱신 일수 적어지고 결국 죄송합니다 머리박 시트 내리기 해버리는 경우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아무리 단문이라도, 상황을 관조한다! 그런 느낌이라도 나는 태진주가 할 수 있는 가장 편한 행동, 편한 모습, 편한 캐릭터를 찾아가길 바라. 참고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민폐야... 이런 생각도 하지 말고
창작자에게는 늘 고통이 함께 하는데 그 이름이 '내 새끼는 왜 맨날 개지랄을 떨어서 나와 늘 의견대립을 하는가 내가 조금 더 잘 했으면 얼마나 좋아 그렇지만 남들도 잘 하는데 에휴 *발'이니까... 당연한 거임 ㅇㅇ...
아침 조깅. 아지는 이경과 발을 맞춰 뛰고 있었다. 분명히 발을 맞춰 뛰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이경이 자꾸만 뒤로 간다. 오감이 생경하게 느껴지고 정신이 기이하게 맑은 그 때의 그것이다. 아지는 순간 미친듯이 달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저 끝까지라도 한달음에 달려나갈 수 있을 듯한 기분. 그것이 두렵다.
갑자기 우뚝 멈춰선 소년. 자신의 숨소리가 천둥소리만큼이나 크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다. 시야 안에 드는 것들이 모두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바닥을 보고 있지만 모래의 알갱이 한 알 한 알이 징그러울 정도로 자세히 들여다보인다.
몇초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무표정인 아지는 얼굴을 쓸어내리고 다시 웃는 표정으로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