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9 메이사 더 마른 것 같다는 말에는 부드러이 웃어보이며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 라 말한뒤, 공손히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번에는 정확히 90도로 허리를 숙인 상태다. 공손히 허리를 숙인 채로 두 손을 모으고, 니시카타 미즈호는 사과의 말을 꺼내려 하였다.
".....오늘은, 사과의 말씀을 전해드리러 왔답니다. " "당신 스스로를 [ 덤 ] 으로 생각하게 만든 것에 대한, 그리고 당신을 이와시캔에서 혼자 외롭게 한 것에 대한 사죄의 말씀을 전해드리러 왔어요. " "그 날 이후로 정말 죄스럽게 생각하여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답니다...... "
숨이 가빠져 온다, 말이 서서히 떨려 오기 시작한다. 몸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어째서? 어째서 떨리고 있는가? 분명히 1착을 했을 터인데,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된다. 망치면 안된다. 강박이 머릿속을 다시 휘감는다. 망치면 안된다.망치면 안된다.망치면.....
"저, 다른 것은 모르겠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 "이적을 말씀하신 그날, 당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서 미안해요. 정말로, 정말로....죄송해요. "
천천히 고개를 드는 얼굴은, 한 눈에 봐도 겁에 질려 있는 표정이다. 분명히 1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니시카타 미즈호는 무엇 때문에 겁에 질려있는가? 애써 미소를 지으려 하며 미즈호는 메이사를 향해 묻는다.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지금 이자리에서는 무리겠지요? " "시간이 된다면 나중에, 프러시안 부실을 찾아오도록 해요. 궁금한게 있다면 다, 다 말해드리겠어요. "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니시카타 트레이너의 모습,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니시카타 트레이너와 유우가를 번갈아 봤다. 이, 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더, 덤이라고 한 것도 반쯤은 자조적인 말이었고. 이와시캔 때는 좀 섭섭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이렇게까지 사과받는 걸 바란 게 아닌데....
"아, 알았으니까 일단 일어나. 나 참... .....덤이라고 했던건 그냥, 내가 그렇게 말한거고... 사실이기도 했잖아. 마-사바가 들어와서 나도 따라들어왔던 거니까." "이와시캔은, 솔직히 좀 섭섭하다고 할까... 그랬긴한데. 아무튼 우마그린이 대신 와주기도 했고... 이, 이렇게까지 사과할 일은 아니지 않나..? 그냥 미안하다고만 하면 되는 걸 뭘 또... 그렇게 막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너 어른이잖아...."
"......그 날은, 그래. 그땐 진짜로 덤 취급 받는 느낌이 들어서 더 섭섭하고, 화났어." "하지만 그만큼 나도 말을 심하게 했었으니까. ...미안해."
그래, 이적 이야기를 하러 갔을 땐 정말로 그랬다. 하지만 결국 나도 일부러 말을 세게 해서 기어코 울게 만들고 나와버렸으니까. 쌤쌤인걸로 하자. 연거푸 사과하면서 고개를 든 니시카타 트레이너를 보며 괜찮다고 하려다가- 그만 멈칫했다.
왜...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이야...?
"니시카타 트레이너, 표정이 왜... ...뭐야..? 설마 이거 억지로 협박받아서 사과하는거야..?!" "하아? 뭐야 그게. 그냥 여기서 말해. 무슨 일 있었어?"
야 너 설마... 하는 얼굴로 슬쩍 유우가를 본다. 너, 너 뭐.. 협박했어? 뭐야..? 얘 왜 이러는데..????
메이사에게 고개를 살살 저어보였다. 협박이라도 한 거처럼 보지 마. 조금의 경고는 했지만 딱 그 정도지, 협박은 안 했다고. 담당을 뭘로 보는 거야 이 녀석! 그러니까 다시 말해, 지금 하는 말은 다 니시카타가 자기 의지로 하는 말이다. 더도 덜도 하지 말라곤 했지만 이 정도의 진심쯤은 용인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지금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단 낌새만큼은 나도 아니까. 나는 가볍게 준비만전👍 시그널을 해보였다.
유우가는 고개를 살살 젓고 있었다. 음, 뭐, 그렇겠지. 그럴 사람은 아닐테니까. 저쪽도 뭔가 느낀게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준비만전이라는 듯한 신호를 보내길래 일단, 나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다시 니시카타 트레이너 쪽으로 돌린다. 으음, 근데 왜 이렇게 떠는거야 그럼...
"아- 맞다 그런 말도 했었지." "트로피룸 보고 나왔을때였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어쩐지, 서로 엇나가는 느낌은 그래서였구나."
협박받아서 하는 사과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떨면서 하는 거야.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건데? 대체 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유우가를 무서워하는 기색은, 확실히 아니다. 오히려 저쪽으로는 눈길도 안 주고 신경도 안 쓰는 느낌. 밖에 있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아니, 그러면 문 쪽으로 한 번이라도 시선이 갔을텐데... 그것도 아닌거같고.
그럼 하나밖에 없잖아. 대기실 안에 있고, 계속해서 니시카타 트레이너의 시선이 향하고 있고, 대놓고 공포의 감정을 보이고 있는 대상. —나?
"저기, 그것까지 미안할 건 없잖아. 서로 생각이 다를 뿐인데..." "근데, 그... 왜 그렇게 떠는 거야...?"
왠지 기습 공격을 당한 것만 같아 다시금 두 뺨을 슬그머니 감싼다. 그렇지만 이번엔 금방 떼어내고선 볼을 긁적였다. 이윽고 유키무라의 살벌한 선언이 들려온다. 사미다레 역시 이에 지지 않는다는 듯 굳센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 오시죠……. 받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미다레의 기세는 .dice 1 100. = 49 정도 되었을 것이다.
"어, 어어. 동, 생이요……?"
갑, 갑자기……? 영문을 모르겠어 눈을 깜빡인다. 그런데 동생은 없고, 본인이 동생인 입장이라서 허접동생 취급이 그렇게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사미다레는 어렸을 적부터 언니와 사이가 좋았던 희귀종 자매인지라……. 유키무라 씨는 동생을 가지고 싶으셨던 걸까?
"그, 머리는, 지금도 만지셔도 되는데……."
소심하게 힐끗 눈치를 보다 이런 대답을 한 건 그런 생각 때문이다. 물론 머리 만져도 괜찮다는 부분도 사실이고.
"ㄴ, 네. 당연하죠. 저는 소설을 좋아하는데요……. 그, 그래서, 뭔지 알 것 같고……."
그래서 백합소설 중고거래까지 하게 되었다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은 닥치지 않은 일이다 보니 그저 좋은 화제에 반가워하고만 있지만. 사미다레는 유키무라의 손짓을 따라 몸을 뒤로 돌려 멀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으음……. 토끼?정확히 무슨 가게인진 몰라도 흥미만큼은 확실하게 끌렸다. 사미다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키무라의 옆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