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다. 모르는 아저씨의 트럭에 들어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도 어지간히 큰일이긴 한데, 그보다 더 큰일이 있다! 불꽃놀이 보려고 놀러 나온 건데! 조금 있으면 불꽃이 터질 시간이 가까워가건만 금방 온다던 주인 아저씨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이 정도로 늦는다는 부분에서 솔직히 조금 불만이 생기기도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이 오늘 같은 날에 매출을 소홀히 할 리도 없는데……. 이 정도로 늦으니 불안하기도 하다. 갑자기 무슨 사고라도 나신 걸까? 그런 딴생각이 빼꼼 고개를 들라치면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와 바쁘게 꼬치를 담아 내어 준다. 어쩐지 점점 손님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거 기분 탓 아닌 것 같아……. 놀러가던 중에 스카우트…… 아니 알바로 납치당해 버린 상황이라, 유카타를 차려 입은 상태로 바쁘게 꼬치를 포장하고 계산하느라 바빴다. 한참을 부지런히 일하다가 겨우 숨 돌릴 틈이 생겼다. 잠시 뻐근한 어깨를 기지개 켜며 풀고 있던 중, 또다시 주문이 들어온다. "네에, 매콤한 맛이요!" 사미다레는 이제는 반사적으로 빠릿하게 대답을 했다가 현타를 맞고 말았다…….
어라, 그런데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마주쳐버릴 줄이야!
"어, 아, 아니요. 그. 알바 아닌데, 사연이 좀…… 있어서요……."
'모르는 아저씨의 가게를 얼떨결에 맡았다가 꼬치를 대신 팔아주는 상황'을 설명하기엔 다소 부끄럽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아는 사람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것도 만만찮게 부끄럽고! 사미다레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러면서도 손은 성실하게 매콤한 맛 닭꼬치를 꺼내 얕은 종이상자에 내어 준다.
>>0 (불꽃놀이) >>480 불꽃놀이는 정말로 중요하지 않았다. 폭죽보다 더 눈부신 사람이 눈 앞에 있었다. 폭음 소리에도 상관없이 미즈호는 코우의 어깨에 양 손을 얹곤는. 서서히 까치발을 들며 높이를 맞추려 하였다. 아, 지독하게 달디 단 복숭아 맛이다. 조금이라도 더 지속되길 원하고 싶을 만큼 달콤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째 이렇게 많은 것을 얻고도 좀 더 갈구하기를 바랄 만큼 사람을 탐욕적이게 만드는 것일까? 부족해, 아직도 부족하다. 당신이 부족해. 완전히 깊이 잠겨버리고 싶을 만큼...... 그렇게 한참을 지속하고 있었을 무렵에야, 부드러이 눈꼬리를 휘며 미즈호가 말을 꺼내려 하였다.
”……아무래도, 미소시루는 짐 푸는 대로 바로 만들어 드려야 겠네요? ” “코우 씨가 이렇게 많이 기대하고 계시니까 말이에요. “
원하는 만큼 모든 것을 당신에게 바칠게요. 나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니까요. 가볍게 팔짱을 끼려 하며, 미즈호가 코우에게 물어보이려 하였다.
“짐, 내일 당장 풀어버리러 갈까요? “ “역시 너무 오래 기다리시는 건, 코우 씨도 싫으시지요? “
하루 빨리 같이 있고 싶은 건,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짐은 완전히 다 챙겼으니 이제 남은 것은 옮기는 일 뿐.
>>485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 있긴 했지요? " "후후, 좋은 말씀 감사드린답니다. 히로카미 트레이너님. "
집을 합칠 준비를 하고 있다던가, 같은 사적인 이야기는 피리카에게 먼저 꺼내지 않았다. 담당 우마무스메에게도 거처를 어디로 옮기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야, 당연하다. 이제부터 파자마파티 같은 건 열지 못한다 같은 걸 말했다가 어떤 후폭풍이 들이닥칠지 모르니까.....그런 생각을 하며 책꽂이에서 파일 몇개를 꺼내 피리카에게 건네보이려 하였다.
뭐랄까, 특별히 힐난 받은 것도 아닌데 물끄러미 바라보는 표정이 왠지 아프다……! '안 믿기지만 믿어는 드리겠습니다' 같은 표정이다. 아니나다를까 곧바로 똑같은 말이 돌아왔다.
"손님이었는데요……. 사장님이……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맡기고 가서요……. 저도, 꼬치 먹고 싶었는데……. 저어, 그 꼬치 맛있나요?"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일까지 하니 서럽다. 게다가 이대로면 불꽃놀이도 못 볼 것 같고……. 여러모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피리카가 얼마나 매운 걸 먹었는지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잔뜩 시무룩해져서 시들시들하던 차에 저 멀리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또 손님인가 해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아까 그 아저씨의 아내분이시라고 한다! 아저씨는 달려가던 중 축제 분위기에 들뜬 우마무스메의 빠른걸음에 치여 넘어져 버려 이렇게 늦었다고……. 다행히 우마무스메의 전속 달리기가 아니라 '툭 친 정도'로 치인 거라, 그리 크게 다친 건 아니시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1일 알바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어쩌다 보니 대신 가게를 맡아준 데 대한 수당까지 받았다! 내내 시무룩해져 있던 사미다레는 이제서야 활짝 낯빛이 폈다. 핫, 근데 마냥 좋아만 하고 있을 틈은 없다. 불꽃놀이 보러 갈 자리 찾아야 하는데! 사미다레는 황급히 푸드 트럭을 뛰어내리듯 내려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구르다 아직 떠나지 않은 피리카에게 물었다. 표정이 제법 간절하다.
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 라고 대답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사미다레 양, 사실 좋은 아이었구나... 이걸로 풍기위원으로써의 나냐의 이미지를 잘 지켜낼 수 있었다. 거기에, 지금 놀림을 받는다는 아주 부끄러운 상황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 가히 쾌재를 부를만한 상황이었으나...
“...에..?”
너는 눈을 반짝거리며, 내 유키무라 식을 칭찬해오기 시작했다. 이 기술의 진가를 알아보고 칭찬을 듣는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기술을 본 사람들은 전부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일까....(*아닙니다) 어쩐지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헤헤,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이야, 칭찬을 들으니까 부끄럽네에...”
“사미다레 양도, 무술 쪽에 관심이 있는거야?”
흠흠, 하고 일부러 헛기침을 몇번 하고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가상의 적을 상정해두고는 조금 네 옆으로 다가가, 네가 내 자세를 잘 볼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사실 특별한 자세랄것도 없었다. 편하게 뛸 수 있을법한, 흔히 보이는 자세였기에.
“그러면... 내가 독자적으로 (격투만화를 보며 시행착오를 통해) 개발한 유키무라식을 살짝만 알려줄까... 이야, 이런거 이야기하는것도 처음이라 정말 부끄럽지만...”
나는 느릿하게, 자세에서 그대로 왼다리를 쭉 뻗어, 자신과 키가 비슷한 상대라면, 명치 정중앙에 닿을법한 높이로 발을 들었고.
“이게 ‘유키무라 1식 - 공성추’ ... 가드를 내리거나, 자세를 흐트러트리거나, 다음 발차기로 넘어가는 등 기본이 되는 초식이라고 할수 있지.. 밀어차듯이 앞으로 다리를 쭉 뻗는 기술.”
그 다음에는, 왼다리를 쭉 당겨옴과 동시에 땅에 단단히 내딛었고, 그대로 허리를 틀어 오른발을, 자신과 키가 비슷한 사람의 뒷통수에 닿을 법 하게 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꾹, 하고 누르듯 천천히, 땅에 발을 딛었다.
”그리고 이게 ‘유키무라 4식 - 쌍룡 떨구기’ ... 뒷통수에 발을 걸어 그대로 쾅, 하고 넘어트리는 기술인데. 먹히지 않으면 하이킥으로 틀어도 되니까 유연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이지. 이걸 응용하면...“
절반으로 깔끔하게 잘린 의자에 발을 걸어 공중으로 가볍게 띄웠고.
”...핫!!!“
그대로 이전에 보여준 유키무라 4식을 사용해, 의자를 대각선으로 깔끔하게 잘라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 허접무스메. 금술로 봉인해두었던 정말 무시무시 우시무시한 기술을 망설임없이 히다이에게 사용했던가!!! 악독무스메다!!!! 시범을 마치고는, 코 밑을 쓱 닦아내면서 의기양양한 태도를 취해보였다.
너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얼굴은 홍당무보다도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너를 보며, 나는 두 손을 모으고는...
”최고로 귀여웠어... 잘먹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아, 실컷 웃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어, 온 문자를 확인했고.
“하아... 이 아저씨, 오사카에서 술먹는다고 내일 온대. 가게 문 대충 닫아놓으라는데... 아까 말한것처럼, 같이 축제 구경하러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