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응. 역시 귀여워. 세은의 투덜거림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영은 여전히 눈을 반짝거리면서 생기발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계속 회의를 들으면서 생각했던, 심중에 담아둔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뱉어냈기에 그 민망함에 얼굴에 은은한 홍조가 깔렸지만, 이 상황이 즐거워서 얼굴이 상기된 것도 맞았다.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원래라면 즐거운 일이어야 했는데. 응 한동안 잊어먹었더니 되찾은 지금이 역시 너무 기뻤던 모양이다. 그러니 역시 잘 지내봐야겠다, 마음먹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주말에 같이 쇼핑도 가고 그러자!. 마침 세은이한테 잘 맞을 것 같은 옷을 봤는데 나한테는 색깔이 맞지가 않아서 아쉬웠거든 잘됐다!"
하하! 당신에게는 피할 곳이 없다. YOU 담아영의 쇼핑 동료가 되어라! 고데기처럼 부담스럽다고 거부한다면 여기서는 아쉬워하며 물러날 생각이지만 계속, 심심할때, 혹은 생각날때, 혹은 그냥, 확 연락해서 세은을 꾸밀 생각이 만만이다. 그나저나 오빠는 소개시켜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응? 오빠가 있어?" 아영이는 아직 단호해 보였던 부장선배가 세은의 오빠인지 모르고 있다. 오히려 자신도 아래에 동생이 있다며 얘기할 거리가 생겨 반가워 보인다.
호오, 헤에, 새침하게 그리고 야무지게 하나 하나 논리를 전개하가며 똑 부러지게 아영의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세은을 눈을 동그랗게 하며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활짝 웃는다.
"우리 세은이는 말도 정말 똑부러지게 잘 하는구나!." 칭찬세례를 이어갈것 처럼 씨익 웃다가 더 이상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 모양인지 한 번 눈을 감고 언제 방방 뛰었냐는 것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답한다.
"그래 내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렇기에 서로를 도우며 정보를 제때 제때 주고 받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 물론 이건 저지먼트 사람들 뿐만 아닌 다른 모카고 학생들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야. 내 말에 대해 정성스럽게 생각하고 의견을 말해줘서 고마워. 많은 힘이 될것 같아."
그러니까 역시
"그러면 앞으로 우리 후배님한테 조금 도움을 요청해도 될까?" 부드럽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자는 손모양을 만든다.
1. 「연극과 영화. 선호하는 것은 어느 쪽?」 연극은 무대와 관객석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관객의 반응을 극을 진행하는 사람이 볼 수 있고 사람인 이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나는 음, 연극이 좋아! 영화는 아무리 가까이 닿아도 결국 닿지 못하잖아.
2.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반가운 척을 한다면?」 어른: (혹시 빚쟁이인가) 또래: 응? 누구야?? 미안한데 내가 이름을 까먹은 것 같아.
3. 「인간을 믿는 편인가, 믿지 않는 편인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믿는다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말 끝을 흐리면서 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자신의 심장 부위가 있는 곳을 손으로 만졌다. 하지만 스스로도 놀랐는지 그녀는 화들짝 손을 내려놓았다. 작은 목소리로 혼자서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는듯 했지만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알아듣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귀를 기울이면 그나마 '니스'라는 말은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어 그녀는 살짝 몸을 틀어, 저 편에서 노트북을 바라보며 자판을 치고 있는 은우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어 후우 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홱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면 그다지 지금은 자신의 오빠를 볼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배. 평소에도 그렇게 다른 이들 칭찬하고 그래요?"
이내 또 칭찬이 나오자 세은은 도끼눈을 뜨고 아영을 빤히 바라봤다. 이쯤 되니 부끄러운 것도 적어지고, 그냥 이런 사람인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단계에 들어갔는지, 그녀는 방금 전처럼 당황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세은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순수하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기에.
"도와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요. 1학년이고, 능력도 막 공격적인 능력은 아니고, 그저 다른 이의 DNA를 복사해서 변신하는 능력인지라 저보다는 다른 이가 좀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상관없다면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세은은 아영의 악수를 받아들이면서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손을 흔들거나 하진 않았다. 자고로 악수란 연상이 팔을 흔드는거지, 연하가 팔을 흔드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뭐, 이번 출동 땐 저는 오빠랑 같이 가야하니까 당장 뭘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할게요."
저지먼트에 입부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그간 보왔던 것과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리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그건 인첨공으로 가기고 결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물론 어떤 일이 생길지 미리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적도 있다. 하지만 현실이 상상보다 더하다고 했든가. 불법 약물이라니.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어쩐지 싱숭생숭하다. 불법 약물, 계수, 증폭. 알듯 말듯한 연결고리 사이에서 결론이 나오는 일은 없다.
그렇게 잡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로 멍하니 걷고 있던 이레는 문득 걸음을 멈춘다.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가 고개를 드니 익숙한 문패가 보인다. 저지먼트 부실. 최근 계속 교실과 부실, 기숙사 사이만 왔다갔다 했더니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곳으로 걸어온 모양이다. 습관이란 참 무서운 법이다. 기왕 온 김에 들어가볼까 하는 마음과 괜히 다른 이와 마주쳐 어색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하던 이레는 결국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할 일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실례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문을 반만 열고 안을 들여다본다. 예상 외로 부실을 고요하다. 아무도 없다고 판단하고 다시 문을 닫으려는 찰나 홀로 서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아마 부부장이었던 것 같다. 솔직하게 아직도 부원들 이름을 모두 외우진 못했지만, 최소한 외워두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해질 할 것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저절로 외울 수밖에 없었다.
1.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의 이름을 말하라고 하면?」 정하 : 음....너? 농담이야(웃음) 가장 친한친구따윈 없어. 그래도 요즘 자주 다니는애들이면... 세나언니나 세은이정도일까?
2.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가?」 정하 :아ㅏㅏㅏ.......보통 늦게다니는편이라 대답이 힘드네, 그냥 자리에 서서 핸드폰이나 하지않을까?
3. 「다른 사람을 포기하고 자신만 구할 수 있다면?」 정하 : 게임에선 가차없이 손절. 즐기려고 하는거니까! 만약 현실이라면...레벨 4가 그런상황이 나올까? 나 맨날 까먹겠지만 나름 레벨 4니까. 나온다면, 진짜 싫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몰라도... 응 생각하기도 싫네, 이런걸 왜 물어보는거야 대체!
>>37 믿을 사람은 믿고, 안 믿을 사람은 안 믿지. >>45 한양이 싱어게인 같은 감성 좋아해서 그런 것들 많이 봐 :3 아이돌..잘 안 보긴 하는데 뉴진스 민지 같은 스타일 되게 좋아함..은우..당연히 믿지! >>46>>49 정신연령 19세는 절대 안 나올 듯 ㅋㄲㄱㅋ
고데기를 언급했을 때 실례를 할 수는 없다며 바로 뒷걸음칠 것만 같은 반응을 했던 것에 비해 생각해볼게요는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 여기며 양 손바닥을 마주쳐 가볍게 짝 소리를 낸다. 후후후, 브레이디드 번을 위한 리본을 꼭 골라봐야지. 물론 그에 맞는 옷차림 패션 쇼는 덤이다. 담아영은 언제나 귀엽고 트랜디한 패션에 진심이다. 왠지 상대는 살짝 놀란 것 같긴 했지만 아주 부정적인 반응은 아닌것 같아 아영은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단순히 과한 액션에 놀랐다고 하기에는 조금 미묘한 반응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걱정하기에도 살짝 묘했다.
"응 부장님이 오빠구나." 응? 부장님이 오빠라고?
"어어어...어? 어!!" 무심코 입을 벌렸다가 조금 시간이, 한 몇 초정도 지나서야 자신이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합, 하고 다문다. 그러고 보니 둘이 머리색도 닮았고 얼굴 생김새도 은근히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왜 몰랐지. 더 뭔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세은의 반응을 보아서는 그닥 좋은 반응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부장이 오빠일수도 있고 그렇겠지. 아하하. 순간 인생이 피곤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영은 알잘딱깔센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그건 나도 세은이한테 귀엽다고 칭찬받기도 했고, 서로 서로 칭찬하면 기분이 좋잖아? 그래도 이런걸로 거짓말은 안해. 안한다구." 정말 그때 그때 느끼는 대로 얘기하는 거야. 살짝 뿌루퉁하게 입을 내밀다가 작게 투덜거리는 것처럼 말한다. 그래도 전처럼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얘기하는 게 보기 좋아 결국 작은 미소를 짓게 된다. 그나저나 누군가의 유전정보를 복사해서 변신하는 능력이면 상당히 그 변이 과정이 복잡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능력은 낭만적인 마법같은것이 아니라서 변화에 맞추어 신체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래도 한 명만 있는 것 보다는 둘의 머리를 맞대는 것이 더 나을거라 생각해." 때로 사람은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 힘을 얻을 때가 있다고 아직은 그렇게 생각했다. 세은이 손을 내밀자 스스럼 없이, 하지만 거칠지는 않게 적당한 힘으로 잡고 가볍게 두어번 흔든다.
"사실 느긋하지 못해서, 라기보단... 그냥 되는대로 집히는대로 막 먹는 스타일이라서 그런거에 가깝지만. 어찌됐든, 먹어볼까!"
단 것도, 달지 않은 것도 다양하게 차려진 테이블을 보고 뭔가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고선, 후배가 손수 뜯어준 초코식빵부터 집어 한입 씹어 삼킨다. 그러더니 엄지와 검지로 콧등을 잠깐 짚더니, 큰일이 났다는 투로 이야기한다.
"이거 진짜 큰일인데... 여기 자주 오게 될거같다."
따끈따끈한 식빵은 쫄깃하면서도, 녹아 있는 초콜렛 칩의 쌉쌀한 달콤함이 혓바닥 위에서 녹아내린다. 이 외에도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다른 물건들도 카페라떼와 잘 어울렸다. 평소엔 탄산음료와 매점 고로케 내지는 샌드위치 같은것만 먹고 살았던 녀석이... 고칼로리 음식은 좋아하지만 육류와 튀김 등의 식사에 집중했던 녀석이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는 느낌이랄까.
"오길 잘했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커피잔을 한번 들어올린 뒤, 다시 한 모금 마신다. 올해가 되어서야 이런데를 발견하다니, 나도 참 협소한 시야로 살았구나.
한양은 이레를 첫 소집이나 이번 샹그릴라 소집 외에는 본 적이 없지만, 이레의 고민하는 행동을 보고 성격을 어림잡아 판단했다.
'내가 아무래도 사이비포교 대상 1순위인 비주얼이라.. 이걸로 처음 보는 사람의 성격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나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은 친절한 사람인지 속이 구린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강약약강 개X끼인 걸 알 수 있지. 아, 금랑이 너 말고. 저렇게 나한테도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편하게..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대해야겠네.'
"부원들 고생한다고 떡을 사왔는데..다들 바빠서 그런지 부실에 없네요. 이거 지금 먹어야 맛있는데.. 혹시 이레양 먹어볼래요? 아, 싫으면 안 먹어도 괜찮아요."
"불쾌해도 어쩔 수 없어요- 학교도 가기 싫은데 가야 하는 것처럼요." "싫어!" "담배라도 있어요-?" "없어, 그러니까, 그게, 난 거절할 권리가 있어." "정말요?"
희야는 자신과 함께 순찰을 나온 다른 고등학교 저지먼트에게 눈짓했다. 누구더라, 아, 그래. 월광- 고등학교. 시선을 자신도 모르게 피한 저지먼트는 만약의 상황에서라도 제압은 자신이 할 테니 일단 들어나 보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발언권이 주어졌답니다." "그야- 소지품 검사는 인권침해잖아."
희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희야 치고는 제법 드문 반응을 뒤로 침묵이 이어졌다. 뭐라도 말을 했으면 좋겠을 정도의 침묵 뒤로, 학생들이 서로 불편한 기색으로 눈을 굴리기 시작할 무렵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 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핫-!! 아하하하!! 흐- 흐흐, 으흐흐…… 흐흑."
조그마한 웃음은 점차 박장대소가 되더니, 뒤집어질 듯 깔깔 웃던 희야는 학생의 뺨을 덥석 양손으로 잡았다.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학생은 손에 꾹 쥐던 것을 놓쳤고, 검은 알약이 담긴 투명한 봉지가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회수하기 바쁜 저지먼트 하나, 희야를 보며 놀란 학생 하나, 그리고 눈 마주치는 희야 하나. 환장할 상황 속에서 학생은 자신의 뺨이 점차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미세하지만, 천천히 기온이 낮아지고 있었다.
아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진 알 수 없었으나 세은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움찔했다. 특별히 아영에게서 무슨 말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이런저런 일을 꾸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더욱. 물론 사람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ㅡ그렇다고 무작정 믿는 것은 또 아니었다.ㅡ 뭔가 모를 분위기를 느끼면서 그녀는 빤히 아영을 바라봤으나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알지만... 그러니까 나쁘다는 말이 아니고... 그냥, 그냥, 그냥... 완전 밝아보여서... 그냥 그런 거예요."
그녀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서로서로 칭찬하면 기분이 좋은 법이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방금 말한대로 그녀의 눈에 아영은 상당히 밝은 이였다. 역시 저지먼트에서 조만간에 친하게 지내는 이도 많아지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납득하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신도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말은 굳이 꺼내지 않으며.
"그건 그렇긴 해요. 다른 이는 또 다른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까 저도 도움이 필요하면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할게요. 그러니까... 머리스타일 관리하는 법이라던가. 어디까지나 내키면이지만."
아주 살짝, 그녀의 시선이 아영의 헤어스타일로 향했다. 역시 자신도 조금 웨이브를 넣어볼까 싶지만 지금의 스타일이 또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이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그녀는 마음 먹었다.
아영이 손을 두어번 흔들자 자연스럽게 세은 역시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손을 놓은 후에 세은은 작게 피식 웃었다.
"별 탈 없이 이번 출동을 마무리지으면 연락할게요. 제 연락처는 비상연락망에 있으니까 확인해주세요. 혹은 단체 채팅방에서 따로 톡을 보내줘도 상관없고요."
자신은 대체로 그렇게 한다고 이야기를 하며, 굳이 세은은 아영에게 연락처를 요구하지 않았다.
서로 솔직하게 서로의 좋은 점에 대해 대화 할 수 있다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다. 아영의 눈에 세은은 묘하게 방어기제가 강해보였지만 그렇다고 속에 음험한 생각을 품고 사는 부류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음험한 생각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대했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반응하거나, 혹은 뒷말이 찜찜한 구석이 있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상대도 자신을 믿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는 별개의 문제, 왠지 모르게 자신의 퍼펙트-미소녀 만들기 프로젝트를 눈치챈 것 처럼 또 뒤로 물러나는 듯한 기색에 아영은 살짝 슬퍼졌다. 흑흑.
"머리스타일??" "완전 대환영이야!" 살짝 발을 구르면서 부탁을 받은 본인이 더 기뻐 얼굴을 붉히고 응, 언제든지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좋아 얘기해줘라고 속사포로 덧붙인다. 그러다가 찔렸는지 이미 난리부르스를 친 후에 머슥한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가 내린다.
"응. 그래 꼭 확인할게. 달달한 건 다 좋아하는 편인데 왜? 하나 줄거야?" 기쁜지 베실베실 웃으며 세은을 바라본다.
사실 이 불량배들이 혜승을 건들지 않은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혜승은 돈이 없어 보인다. 평소 입는 교복이라면 몰라도 저 후즐근한 녹색 추리닝이며 헤진 신발을 보아라. 실제로 돈이 없었으니 억울하지도 않겠다. 둘째로 초능력이 난무하는 인첨공에서는 여자와 아이, 노인을 조심해야하는 법이다. '어? 이 녀석 왜 당당하지?' 라는 의문이 들면 조심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섭리라는 거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혜승의 블러핑ㅡ본인은 블러핑이 아니라 생각하지만ㅡ이 몹시 잘 먹히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음? 말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었나요?"
평소 한양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면, 좋게좋게 말로 끝낼 줄 알았다. 엉거주춤 팔짱을 푼 혜승이 쓰러진 불량배들을 발로 툭툭 친다.
"과연 무소의 뿔처럼 가차 없으십니다."
평소 능력의 향상과 더불어 신체의 단련 역시 중요하다 주장하는 혜승에게 인상깊은 싸움이었나보다. 목화고 저지먼트의 임원이 되려면 이정도는 해야겠구나! 오늘부터 훈련 강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혜승이었다.
"...저는 구경만 해서 다친 곳 하나 없습니다."
질끈 자신의 손을 쥐고 말을 이었다. 화이팅 넘치는 자세와는 별개로 머뭇거리다 말한 인상이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게 맡겨주시죠. 저도 이제 어엿한 2년차 저지먼트 부원인걸요."
끝까지 자신도 할 수 있다 어필하는 거다 이거... 아마 자신을 막아세운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방금 한양의 활약에 열정에 불이 붙은데다 슬슬 자신감 붙을 시기니 아량 넓은 한양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실제로라면 허접 1레벨따리 능력도 못쓰고 어버버거리다 얼굴에 한 두방 맞았을거다. 요점은, 제압은 했을 거란 소리다.
"물론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실제로 선배가 아니었으면 어디 하나 둘 다쳤을지도 모르고요. 그렇지만 저지먼트가 안 다치고자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성인이 되지 못한 어리숙한 미성년자들이 할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지먼트 활동이란게 그랬다. 굳이 저지먼트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인첨공에 살아가는 초능력자들 태반은 고통에 익숙해져야하는 상황에 있었다. 자칫 씁쓸해질 것 같은 분위기를 깨며 혜승이 웃었다. 고른 치아가 드러나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이 성인이 되지 못한 자의 풋풋하고 멋쩍은 웃음에 가까워서...
"다음에 같이 정찰 한 번 해요. 그때까지 열심히 훈련해서 깜짝 놀래켜드릴테니 각오하십시오."
치기 어린 장난처럼 들렸다. 혜승이 약속이라도 하자는 듯 주먹을 내밀었다. 피스트 펌프를 기대하고 한 행동이다.
1. 「명백한 힘 앞에서 굴복할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 굴복하길 바라나요? 왜요-? 힘으로 누를 정도라면 그만큼 성장할 가치를 봤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런 취향을 가지고 계신가요? 누군가에게 가학적인 행위로 쾌감을 받지만 마땅히 풀 존재가 없어 푸는 건가요? 그런 취향이라면 어울릴 수는 있답니다. 하지만 남에게 너 그런 취향이니? 같은 시선을 가질법한 취미를 함부로 드러내고 다니면 사회적 시선도 좋지 못할 뿐더러 구원도 못 받아요-?
이러다가 제일 먼저 본보기로 죽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요...
2. 「자신의 요구와 타인의 요구가 있을 때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 타인의 요구! 하지만 간식은 안 돼! 내 요구가 먼저야! 브이콘! >:3 이래~
아무래도 이 선배는 꾸미는 것이라던가 그런 것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도 포함해서 다른 이를 꾸미는 것도 좋아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세은은 아영을 가만히 바라봤다. 확실히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인상일 뿐, 실제로 그런진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이어 세은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졌다. 나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꾸미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손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사탕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배시시 웃는 아영을 바라보며 세은은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1번째 서랍을 열더니 거기서 분홍색 사탕을 꺼내서 내밀었다. 체리맛 막대사탕이었다.
"단 것은 긴장을 풀기 좋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긴장하지 말라고요. 긴장했다가 그러니까... 임무 수행중에 망치면 안되니까."
대충 그런 의미에요. 살짝 새초롬하게 말을 하면서 세은은 자신도 슬슬 다른 준비를 해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바로 돌아가진 않으며, 아영을 바라보더니 세은은 이내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 더 할 수 있게 다치지 말고, 무리도 하지 말아요. 팀이니까, 모두가 함께 하는 거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충분하다는 듯이, 그녀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내 세은은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돌아갔다.
>>133 부장님은 엄친아가 아니니까요! 차분한 것은 맞긴 하지만? 아무튼 아영이도 상당히 귀여웠답니다!
>>134 은우와 세은이는 둘 다 딜러랍니다.
>>135 그렇지요.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세은이는 남을 위해서 죽어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목숨을 희생해야하는 상황이 된다면 가혹하고 이기적이겠지만 남의 목숨을 대신 희생시키려고 할 것 같아요. 그로 인해서 손가락질 받아도 어쩌겠나요. 자신은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153 공격용으로는 쓰지 못하고, 복사한 이의 운동신경을 이용해서 싸우거나 하는 편이에요. 인격이나 성격이나 버릇 이런 것은 고치지 못하지만 그 당시의 신체정보는 모두 복사해서 자신의 것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근력이나 유연성도 포함해서요. 혹은 익숙한 이로 변신한 후에 방심하고 있을때 기습을 해서 기절시키거나 하는 등으로도 사용하는 편이에요.
>>155 그렇구나 그러면 세은이도 기본적으로 운동을 좀 하겠네? 아무리 몸을 가져왔다해도 기본적인 움직임은 익혀놔야하니까 익숙한 이로 변신 후에 방심 << 강연금에서 가족 얼굴로 변신해서 상대방 머뭇거리게 만든 장면 떠올랐어........ 나쁘게 쓸 수 있으면 한없이 나쁘게 쓸 수 있는 스킬 같아
>>157 오~ 확실히 강력해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 갑자기 시야가 안보이게 한다거나 헛것을 보게 한다거나..... 좀 다른 이야기지만 학교 축제에서 공포의 집 하면 잘 하겠다 d=(´▽`)
>>15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훼이크 호오오 -> 이거 너무 이세계 물 같잖아 ㅋㅋㅋ 어랏?! 고양이상 미소녀가 자 호오~ 해준다고?! 그 다음에 바로 매도라는 점에서 더 좋아.
>>161 엇. 나도 사실 전투 묘사 엄청 못할 예정인데.... ^///^ 아잉. 괜찮아 많이 능력 쓰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사실 초반에 시트에 질문했던거 데어데블 생각나서 좀 설랬어 초음파로 주변 보는거 멋지잖오...
>>166 의외로 전투시 BGM은 ASMR쪽 아닐까 싶어요 (흠) 방울이라는 매개를 이용해 음파를 만들어 초음파로 변화시키니까 방울소리가 들어간 ASMR?
>>168 저희 전투 묘사 못하는 사람끼리 하파하죠:> 익숙해졌으면 좋겠는데 당장 내일이 출동인데 어쩌지? 하며 조마조마해요:< 그래도 응원받았으니 화이팅합니다! 혜승주도 같이 화이팅하자구요(찡긋) 그쪽에서 모티브를 얻은 건 아니지만..그런 칭찬 받으니까 머쓱하고 그러네요 허허
>>177 앗...! 놓쳤나보네 그러면 또 궁금한거.... 세은이가 동료들한테 피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올까? 급할때 적의 피를 쓰기는 힘드니까... 아니면 혹시 피를 저장해두고 그러려나?
>>182 하파하파~! 뭐 어쩔 수 없죠 혜성이에 드롭킥으로 시작하면 되는 일. (안됨) 아니었단...말이야? 난 눈은 안 보이지만 초음파를 이용해 주변을 탐지하는 뭐 그런 설정인줄 알았는데...! 그러면 실제로 모티브는 어디서 얻어온거야? 없을 시 초기 설정이라두,,, 히히
>>189 음. 그에 대해서 아마 동료들에게 피를 달라고 요청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세은이는 어느 특정한 개인의 혈액은 따로 보관하고 있어요. 물론 잠입할 땐 은우의 도움을 받아서 미리 복사할 이를 붙잡은 후에 피를 일부 뽑아내긴 하지만 그건 특수한 경우가 평소에 보관하고 있는 혈액은 어느 특정한 개인의 것 뿐이에요.
>>191 그런 경우에는 저는 이런 느낌의 목소리다...라는 식으로 묘사를 하는 편이에요! 아무튼 참고하도록 하겠어요!
'돈 안 준다니깐 빠따부터 휘두르려고 보는 이 미친놈들에게는 말로 해결하고 싶어도 못하지.'
말로 좋게 해결하려고 하는 한양이어도 선빵은 못 참았다. 말로 해결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도 말로 해결하려고 나올 때야 할 수 있는 거지, 덤비려는데 말로 해결하려고 하면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사실 한양도 이렇게 사람을 때리는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당할 수는 없었다.
"네, 다음 기회가 온다면 말이죠."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저지먼트가 안 다치려고 하는 일은 아니라는 말에 한양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안 다치려고 하는 일은 아니죠. 후배를 다치게 하기 싫어서 그랬어요. 겨우 한두 살 차이지만 제 눈에는 다 금이고 옥이니깐요. 혜승양이 목화고에 없었을 때 저는 선배들이 제가 다치든 말든 신경을 안 써서 서러웠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이해해줘요. 그리고요...."
한양은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안 다치는 게 좋잖아."
저지먼트는 안 다치기 위해 하는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안 다치는 게 좋잖아.
"네네, 알겠어요. 각오, 아니..기대하고 있을게요. 항상 노력하는 후배님이니깐 강해질 거라고 믿어요. 그때는 참견 안 하고 지켜볼게요."
이레는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들어간 후 다시 양손으로 문을 닫았다. 고작 몇 센티밖에 안되는 작은 틈이지만, 그마저도 단절되니 한층 더 적막해졌다. 이 넓은 공간에 소리를 내고 있는 게 단둘밖에 없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저벅저벅. 의자에 앉기 위하여 걸어가는 동안의 발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바로 떡을 먹진 않고 잠시 쌓여 있는 모습을 감상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뽐내고 있는 게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 모양을 흐트러트리기가 아까울 정도다. 하지만 예쁘다고 이대로 방치하면 언젠가 썩겠지. 그건 그다지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닐 거다.
손을 뻗어 앙금떡을 하나 집는다. 새하얀 피의 중앙은 안에 있는 팥소가 비쳐 검다. 한입 베어 물자 떡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달달한 팥 맛이 한데 어우러진다. 오랜만에 먹는 떡은 여전히 기억 속 그대로 맛있다. 사실 좋아한다고 했었지만, 떡을 먹는 게 꽤 오랜만이었다. 변명 같지만, 요즘은 달고 자극적인 디저트가 차고 넘치니 떡은 거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진짜 맛있어요! 부부장님도 얼른 먹어보세요."
만족스러운 맛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며 접시를 살짝 밀었다. 잠시 떡을 직접 건네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바로 앞에 있으니 그럴 필요까진 없을 성 싶었다.
"오토바이? 글쎄... 몇 번 타보긴 했는데, 그만뒀어. 인명피해가 너무 심할거 같더라고."
생각보다 모범적인 대답이다. 그야, 나라고 해서 아무나 치고 다니기 좋아하는 사이코는 아니니까. 그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오토바이로 누군갈 치게 된다면 일이 귀찮아지기 마련이기도 하고...
"과거가 화려하니 어쩌니 해도, 난 싸움 걸러 오는것만 상대했지 불량한 놈들이랑은 안 어울려 다녔어. 떼지어 우루루 다니면서 한심한 짓 하고 다니는건 취향도 아니었고."
몇몇은 지멋대로 형님, 형님 하면서 지들 편할 때 쓸 싸움꾼으로 쓰려고 하던데... 그 속셈 뻔히 보이는걸 알아채고, 흠씬 두들겨 패고 그랬지.
"사실, 그 어떤것보다 내가 오토바이를 정말 더럽게 못 타. 진짜 못 타. 매번 사고가 나더라고."
언제부터인가 오토바이는 원래 지멋대로 한쪽 바퀴만 들고 타며, 자신은 그 위에서 균형을 잡는게 아니라는것을 깨닫게 된 이후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교통안전을 위하여 그냥 대중교통을 선호하기로 했다. 혹은 그냥 뛰어다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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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확실히... 운전 잘 못하시면, 타기 힘들긴 하죠..."
하지만 익숙해지려면 금방 익숙해질텐데,그러기도 힘든사람은 있지.그러다가 문득, 내가 굉장히 무례한 발언을 했다는걸 깨달아, 황급하게 변명한다. 사람한테 과거가 화려했다고 들었다니. 정말 실례인 말이잖아. 기분 나빴으면 어떡하지? 일단 사과를 하자!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그냥 오토바이 탈 줄 아세요? 라고 물으면 너무 뜬금 없을것같아서!!" 그렇게 두세어번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올린다. 그러다가 화려한 과거에대해서 묻는
"으음... 확실히 그럴것 같긴 해요. 선배님을 잠깐 봤지만, 그렇게 호전적이라던가 시비를 걸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것 같아서요."
크게 어울린건 아니지만. 나도 불량한 친구들을 여럿 봐왔으니까. 호승심과 호전적은 엄연히 다르다. 그도 그럴게, 걸려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어하고, 지기 싫어하는건 그냥 성격 차이라 쳐도. 그냥 아무렇게나 시비나 싸움을 걸고다니는건 좀...그렇지?
"...좀 배워보실래요?"
아니, 사람이 어떻게 매번 사고가 날 수 있지? 그건 진짜 뭔가... 또다른 재능의 영역 아냐? 어떻게보면 "페달을 밟는다"라는 과정이 없어지니까. 자전거보다 쉽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별건 아니고, 이렇게 맛있게 드셔주시니까. 다른 맛집도 이곳저곳 같이 가고싶은데, 저는 스쿠터를 타고다녀서 걸어서는 가기 미묘한데가 많거든요. 진짜 그게 다에요! 불쾌하게 들으셨다면 죄송해요!"
느슨~하게 사려면. 먼저 모든 규칙을 알아야한다. 그래야지 불법이고,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남들이 뭐라 할 수 없는 일탈이 가능해지니까.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려면, 먼저 그런부분부터 빠삭해야지. 요령없는 애들이 성실하게 살다가. 규칙 모르고 일탈하는 바람에 문제아 낙인 찍히고 그런거라구.
심지어 가봐야겠다는 긍정적인 표시까지 보이는데 어찌 그것에 화답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그녀는 색다른 즐거움에 누군가가 함께할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색이 돌만했다.
게다가 시종일관 하이텐션인 그녀의 반응과 행동에도 크게 거부하는 반응이 없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질만 했다. 보통은 자신의 기에 눌려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대다수였으니까,
"오... 유구한 역사... 아니, 그정도는 아닌가? 역시 짬에서 묻어나오는 바이브네여."
중학교 때도 저지먼트를 했었다는 정하의 말에 놀란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중학교 언제부터 시작했건, 무슨 원인으로 시작했건 거기까진 자세하게 알지 못해도 일단 선행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아닌가.
예전처럼, 차가운 바닥에 눕고나니 그제서야 자신을 되짚어볼수 있었다. 저 여학생에 비하면 그녀 자신은 무엇을 하며 이때껏 여기서 살아왔는지,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도 지금은 전부 잊어버린것 같다.
"괜찮슴다. 거친 세상에 뛰어든 것은 즈니까여. 암오케."
ok사인이 따봉으로 바뀌고, 일으키려 할 새도 없이 스스로 비적거리며 일어나던 그녀는 삭삭, 하고 조금 커다란 보폭으로 정하에게 걸어가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가 사탕 하나가 떨어졌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는 건지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확실히 요즘것이 아닌 구식 폴더의 형태를 하고 있는 외형이었다.
"소녀, 마음 속으로 이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려왔사옵니다. 허나... 이 미천한 소녀가 감히 아씨의 번호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요?"
만만한 타겟인 아지에게서 무언가 뜯어내려다가 뒤를 다르는 랑을 보고 포기한 누군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짧게 단답으로 이어지는 말에도 아지는 배실배실 웃는 것이다. 어딘가 혜우 같기도 했다. 나쁜 뜻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는 의미다.
"나 랑 선배~! 기억했습니다아"
이름을 알게 되었다!! 기쁘다!! 자신도 특이한 이름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데 이름이 무려 나 랑이라는 이 선배는 이름으로 놀림깨나 당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첫인상은 무서워 보였지만 알고 보면 정의롭고(글쎄) 다정하고(그런가) 그런 사람이니까 친구들에게 장난스레 불려진 적도 있었지.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당장 말을 꺼내진 않지만 언잰가 이것을 주제로 이야기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으음~ 저도 소집 외에 부실에 온 건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요오~" "소집 때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답니다~ 우리 부실, 40명까지는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까요~"
랑의 질문에 아지의 시선이 천장으로 갔다가 돌아온다. 2학년이지만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것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것에 2년 전부터 저지먼트 소속이었다는 아지의 추리같지도 않은 추리가 무너지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 아까 몸 쓰셨으니 쉬세요오~ 여기에 간식 상자도 있고 의자도..."
헤실헤실거리며 간식 상자와 의자를 차례차례 가리킨 아지는 자신이 의자 중 하나에 다가가 앉는다.
"그럼 저는 실례해보겠습니다아~"
A4용지를 반듯하게 놓고 펜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한아지예요 X 신입부원 한아지 X 후배 한아지 X 부장님~ O 오늘은 돈을 뺏기고 있는 우리 학교 학생을 만났습니다~ X 오늘 우리 학교 학생을 만났는데 돈을 빼앗기고 있었어요~ O 그래서 도와주려고 했지만 저도 같이 시비 걸려서~ X 맞기도 해서~ X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X 그래서 2학년 나 랑 선배의 도움을 받아 O 사태를 일단락지었습니다~ X 도와주었습니다~ O 사과도 받았습니다~ ...O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고민이 많다. 그리고 또 뭘 써야 할까~ 펜의 버튼 쪽을 턱 쪽에 갖다대며 고민에 빠지는 아지다.
2. "안희야? 아- 걔랑 연락하던 애들이 있긴 했지. 그런데 걔네는 걔네끼리만 놀았어. 우리랑은 안 어울리고. 왜, 있잖아. 자기들끼리만 꽁꽁 뭉쳐다니는 애들. 그래서 연락 끊기면 서로가 아니면 남들은 전혀 모르는 그런 거. 고3 되니까 다 차라리 취업한다고 자퇴하던데……."
3.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호버 택시를 훔쳐 몰아, 상가 유리창을 들이받은 뒤 사제 폭탄을 터뜨리는 테러가 벌어져 현장에서 범인을 포함한 아홉 명이 숨지고 다섯 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오늘, 3학구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10대 학생 2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두 사건의 범인은 모두 같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차일드 에러였습니다. (중략) 연고지 없는 아이들, 이른 바 '차일드 에러'로 이루어진 집단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안티스킬 당국에서 수사에 나섰습니다…….
"어라-?" "……응?" "저거, 꿈을 이루고자 했던 우리 형제들의 이야기가 아닌가요?" "그런가요? 아, 그렇군요. 확실히 알겠어요." "tv에도 나오나 보다. 우리의 형제는 한때 매체에 나오기를 간절하게 바라였으니 평생 원하던 꿈을 여기서 다 이루었군요. 부디 좋은 곳에 가야 할 텐데……."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안괜찮은것같은데. 본인이 괜찮다는데 어쩌겠어. 응. 더이상 신경쓰지 말자. 저런 친구를 몇몇 둬봐서 안다. 저런친구를 상대할때 가장 에너지를 보존하는 좋은 방법은. '더이상 신경쓰지 않기'다. 그리고 또 하나. '그냥 받아들이기' 이 두가지를 명심한다.
응, 그냥 저런 친구인거야.
그녀의 폰을 받고, 몇년만에...? 아니 근 십년이 넘게 본적 없던 "진짜" 폴더폰을 보고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우와...진짜야?"
아니, 진짜가 아닐게 뭐가 있겠어. 당연히 진짜겠지. 요즘엔 정말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그런 물건인데, 용캐도 저런걸 구해다니는구나... 아니 그것보다, 진짜 저걸 왜 들고다니는거지...? 왜? 인첨공이 하이 테크놀러지 도시라곤 해도, 이건 그거랑 전혀 상관 없는 부류의 녀석이잖아 그냥 밖에서도 안쓰는거잖아????? 뭐지?
"...핸드폰 하나 사줄까?"
그렇게 정말 순수한 선의로 말하다가. 번호를 받는다는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받아. 번호를 찍어준다. 그래. 원래 이러려고 했었지. 너무나 신기한 나머지, 애린의 특이한 대사에 태클을 걸 정신조차 없어져 버렸다. 여러모로 정말 특이한 소녀다.
... 아니야. 정신을 차리자. 이제 슬슬 학교 밖으로 나가야해. 으음... 슬슬 이젠 진짜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어. 가게 폐점이 가깝다. 번호를 전부 입력하고, 내 전화로 전화를 걸어 오는걸 확인하 오? 진짜 걸리네? 통신대역때문에 안될줄 알았는데? 아무튼. 전화가 오는걸 확인한 뒤, 폰을 돌려준 다음. 앉아있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려고 한다.
"...혹시 머리를 묶어야할것같은데 괜찮아? 안묶으면...응 걸어가야 될 것같은데."
솔직히 저 머리길이로는, 반으로 접어도 스쿠터를 타기 힘들수도 있을것같은데... 몇센티지? 솔직히 내 키보다 쟤 머리가 길어보여...
"하긴, 저도 안경 쓰기 전에, 잘 놀게 생겼다던가. 인상 나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한번 보실래요?"
항상 쓰던 동그란 안경을 벗고, 표정을 굳힌다. 한 3초정도 유지했을까? 다시 표정을 풀고 헤실헤실 웃으며 밤식빵을 뜯어 먹는다. 으음! 이건 초코보단 약간 덜달아도 고소해서 맛있어! 약간 식감이 살아있는 포슬포슬함과 텁텁함이 하나 없는 촉촉한 밤이 기분 나쁘지않은 달콤함을 준다.
"그런데, 그 소문 넘어서, 저랑 친해진 애들은 다 저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일면식 없는 사람의 막연한 이미지보단, 이게 좋은거 아닐까요?"
그래. 진짜 중요한건 친해진 사람들의 말이다. 모르는 사람의 말같은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게 마음 편하지.
진짜냐며 놀라는 정하의 반응에 잠깐 의문을 가지던 그녀였지만 그 감탄의 주제가 무엇인지 금방 깨달았기에 마치 당연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폴더폰이나 마찬가지임다. 생각보다 오래되진 않았슴다? 오히려 그동안 휴대폰이 너무 많이 바뀐거에여. 인첨공 대다내~"
사실 몇가지 기능만 제외하곤 요즘 쓰는 것들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그녀가 요즘시대의 물건을 쓰지 않는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 기능들도 줄줄이 꿰차고 있으니까, 단지 그녀에겐 딱 이정도가 안성맞춤이었을 뿐이다.
"에엥~ 농담이라도 괜찮슴다~ 폰 살 돈 정도는 있으니까여. 그냥 요즘세상 살려면 필요한거 같아서 어쩔수 없이 들고다니는 정도임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어떻게든 연결은 되니까. 제대로 입력이 되었고, 신호도 확실하게 받은걸 확인한 그녀는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판을 이리저리 토닥거렸다.
그나저나 단순히 순찰을 나가려던 시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져서 그런지 어째선지 모르게 서두르게 되는 상황이 생겨버린 모양이다.
"안묶으면 걸어가야 한다구여? 혹시 드라이브라도 할 생각이심까? 우와, 데이트든 산책이든 순찰이든 뭐든간에 되게 본격적이네여."
보통 산책, 순찰을 뭔가 타고 하는 건가? 만년 뚜벅이인 그녀에겐 다소 생소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서두를 채비를 보이는 정하에게 부담을 쥐어줄순 없으니... 담요를 개키듯 끌어온 머리카락을 팔에 감아 착착 정리하던 그녀가 팔을 교차시키고선 휙, 하고 뒤로 넘기자 허리춤까지 적당하게 짧아진 정도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한층 더 두꺼워져 마치 머리에 쿠션이라도 달고 다니는 꼴이 되었지만,
...어우 약빨 죽여주네. 겨우 일어났다. 의료진의 말에 의하면, 모든 바이탈사인은 정상이였으며, 5분정도의 지속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 했는데도 이렇게 쓰러지다니... 빠르고 위험해. 한 3초정도밖에 안지난것같은데.
...그건 그렇고, 저번에 부장이 이야기한 샹그릴라라는 녀석... 그녀석도 특성분을 알 수 있다면, 조금 다루기 편할텐데... 화학식 분석의뢰라도 해볼까?
아무튼, 내가 자고 일어났던 그 바닥에서, 안전함을 확인한 연구자들을 상대로 곧바로 2차 3차 실험이 일어났고(솔직히 안전한거 확인한 다음 자기들 몸에 한게 괘씸하긴 하지만.). 연구소에서의 의뢰를 끝마친 뒤, 연구소에서 나왔다. 응. 능력을 기르고 돈도 벌다니. 역시 최고야.
근데 마지막으로 쓴 마취약. 프로포폴아니였나? 유난히 개운한 얼굴로 연구원들이 일어나던데... 아니야. 다크서클이 그만큼 내려왔는데, 한숨 자서 개운했던거겠지.
"응...뭐 하긴, 어플리케이션을 적용하지 못할뿐이라고 치면, 통화. 계산기. 문자만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꽤나 있는편이니까." ...아 그래서 저지먼트 단톡방에는 없으려나...? 그건 좀 불쌍하네, 가끔 귀여운 동물짤같은것도 올라오는데.
"그런데, 그동안 세상이 바뀌었다는것 치곤... 스마트폰은 우리 어렸을때부터 있지 않았어?"
순수하게 나온 년도만 따지면, 201X년부터 스마트폰은 있었으니까. 최소한 우리가 X살때는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태어나기 전부터 비슷한게 있었을수도 있고.
"아, 돈이 없을거라는 뜻은 아니였어. 나도모르게 무심코."
응, 조금 기분 나빴을수도 있겠네. 이부분은 깔끔하게 인정하자.
"응, 오늘 가려는데는 좀 먼데거든. 거의 옆학구랑 맞닿아있는 곳이니까."
여기서 한 15분에서 20분정도는 스쿠터를 타고 가야한다. 그러고보니 스쿠터를 타고간다는 이야기는 안하긴 했는데...뭐 괜찮으려나? 휙휙 머리를 넘겨 묶는 그녀를 보자...신기한 마음밖에 없다. 이젠 뭘 해도 안놀랄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놀람의 연속이야.
"응...개쩔어... 사극에서 본것같아 이거."
나도모르게 그녀의 전위예술적인 헤어를 보고 박수를 쳐버린다. 사극에서만 봤던것 같은데... 그런데 그것도 보통 가발이잖아. 역사적으로나 실제 소품으로나. 저게....저게 되는거구나...
그렇게 부실을 나와, 자전거 보관소 한켠에 있는 스쿠터를 꺼낸다. 눈대중으로 본 그대로, 두명이 타기에 큰 무린 없을것같다. ...아마도 그 전에 헬멧을 써야겠지. 스쿠터 옆에 부착된 가죽가방에서, 흰색 락카를 꺼내. 머리에 슥슥하고 뿌린다. 그렇게 한번 쭉 뿌려진 락카는, 놀랍게도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들어가. 머리카락을 흰색으로 물들이다. 하나의 헬멧같은 모양을 만든다. 군데군데 머리카락이 보이지만. 놀라울정도로 헬멧이다.
"음... 헬멧을 못쓸테니까. 이렇게 해야할것 같은데 괜찮아?"
물론 머릿결엔 어떤 상해도 없다. 그냥 헬멧 안썼다고 트집잡히기 싫어서 만든거니까. 물론방호성능도 출중해. 머리에 강하게 락카 캔을 휘두르자. 헬멧 표면에 자그마한 일렁임이 생길뿐, 깡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머리카락은 멀쩡할거야. 응 내가 보장할게."
그렇게 말하며 능력으로 만든 헬멧을 공중에 날려보내자. 머리카락은 그새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어떤 색깔도, 머릿결의 손상도 없이. 살짝 촉촉해져 머릿결을 부각시킬 뿐, 어떤 이상도 없다.
락카를 왼손으로 애린이 쪽으로 내민 뒤, 오른손으로 슥슥하고 머리에 뿌리는 제스쳐를 한다.
>>0 벗어나고 싶다, 바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 아프더라도 무너질 수가 없다. 훈련장 타겟을 향해 두 눈을 뜨겁게 들이밀면, 섬광이 일고 폭발이 이어진다. 불이 커지기 전에 소화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보고서, 류화는 머리가 끓는 것만 같아 관자놀이를 꾹 눌러댄다. 샹그릴라. 그 약을 생각하면 더 머리가 아파올까. 나약한 것들 중에서, 용기도 없고, 해낼 의지도 없는 것들만 손이 댈 불법적인 약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렇지만, 그 약을 먹는 것 한 번으로 성공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생각하면 망설이게 되는 것이었으니. 잡념을 지워내려 류화는 다시 훈련에 집중한다.
아니 의외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간식 정도야 부실에 있을 법도 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심호흡하던 혜성은 쿠키봉투를 잠깐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평화롭게 지나가길 바라는만큼 혜성은 의심이 없다고 해도 좋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쿠키봉투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었다. 고마워 하고 부드럽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인첨공 내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들을 섭렵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보니 봉투를 열었을 때 이 봉투 속에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는 쿠키들 색깔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리는데 금방이였다. 누가 여기서 벌칙 게임이라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굉장한 쿠키들이었으니까. 이거 진짜 먹어도 괜찮겠지? 이 애가 장난을 칠리는 없을테고. 음..뭐 괜찮겠지. 혜성은 봉투 속에서 제일 괜찮아보이는 쿠키를 집어 입에 넣으려다가 옆에서 거침없이 넣은 쿠키의 색깔을 발견했다.
"어, 잠깐만 그거..."
색깔이 심상치 않은데! 행동을 말려보려 했지만 이미 한발 늦어버려서 혜성은 자기가 고른 쿠키를 입에 넣으며 안색을 살핀다. 다행히 고른 쿠키는 평범한 초콜렛 쿠키여서 혜성의 표정이 평소보다 더 느슨하게 풀렸다. 음! 맛있다! 수젠가? 아니 이게 아니지. 고개를 가로저으면 허리께의 방울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고 혜성은 조심스레 시선을 건넸다.
정의롭고(불량배의 코를 깨고 돈과 담배를 빼앗음), 다정한(단답으로 일관하며 틱틱거림) 사람으로 인식된 줄은 잘 모른 채로, 첫 소집 때의 이야기를 듣던 랑은, 몸을 쎴으니 쉬라는 말에 별다른 대답 없이, 별 생각 없이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는다.
"......"
할 게 없다. 애초 저지먼트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거지, 매번 마주치면 시비 걸렸던 기억밖에 없어서 잘 모르겠다. 첫 소집 때도 없었으니 별 얘기는 못 들었고, 망망대해에 혼자 있는 무인도마냥 반쯤 누운 자세로 의자에 기대, 방 안에 있는 유일한 다른 사람인 아지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거, 뭐 하는 거냐."
맞은편이라 글씨가 뒤집혀 보여서 명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잔뜩 고쳐쓴 흔적이 보여서 대체 뭘 하는가 조금 궁금해졌다. 저게 보고서라는 걸 알면 또, 이 녀석은 보고서를 이렇게 써낼 셈인가 하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대답이 돌아오기 전, 간식 상자의 뚜껑을 열어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집어넣은 뒤 포장지를 구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부실 안에 퍼졌다.
>>509 ???:가을 야구 재밌지 않았어? 어. 그런데 너 뭐 들어? 와. 너, 그런 거 듣니? 아. 아니야. 취향은 중요하니까. 그런데 말이야. 나 전에 밴드 영상을 봤거든. 거기에 나오는 것 중에서 난 줄 4개 달린 기타가 좋더라. 너도 연주하면.. 아. 그런데 키가 좀.. 아냐. 그냥 넘겨.
커튼 다는거 도와드리려다가 점심까지 먹고 와버린 청윤주.. >>441 >>442 청윤: 공리주의자가 많아진다면야 미인계도 쓸 수 있는거지(농담) >>465 딱히 그럴 일은 없을거에요! 공리주의가 결과론적인 주의지만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것부터 최대 다수라는 것에서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청윤이가 이전에 언급했던 극단적인 소극적 공리주의라면 situplay>1596969085>404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렇게 된거 다른 여성진에게 걸어볼 수밖에 저지먼트의 여성진들아 남장에 힘을 보내줘(??)
TMI 시간?인가? 랑이 스킬아웃이나 불량배들한테 불리던 별명은 펜리르나 흐로드비트니르 말고도 몇 개 후보군이 더 있었는데... 알파도 있었고, 혼자 다녔을 땐 오메가라고 불렀다거나... 스킬아웃 시절 같이 있던 집단은 울프팩으로 비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야차나 나찰 정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 별명 중학생 때는 나름 좋아했을지도 몰?라(그 병) 지금은 너무 싫어하는데, 자주 입는 스카잔 두 벌 중 하나가 늑대로 범벅이 되어있어서 좀 아이러니하긴...하지? 별명이 싫은 건 둘째치고 늑대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라. 나머지 하나는 연꽃이랑 우담바라가 수놓아져 있는 거!
>>535 에 추가해서... 만약 이게 가능했고, 모카고 애니 오프닝이 있다면 캐릭터 한명씩 비추는 테이크에서 점례시 휴대폰 들고 깔깔거리는 장면에 잠깐 노이즈가 생기더니 손에 들고있는게 기폭장치로 바뀌어있는 그런 것도 생각했으니깐, :3c
>>534 일했음 먹어야지! 그게 마따! 오... 과연... 그런 의견도 제시되었다보니 아얘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구나? 비록 사장된 케이스라곤 해도... 🤔 그럼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이미 죽었고,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외신과 계약을 맺고 자기들 영혼을 조금씩 떼어줘서 죽었던 사람을 살려내는 대신 인간으로서의 형태를 잃어버리고 살아움직이는 마스코트들이 되는 건요? (개꿈 등판)
오오 반에 말벌 같은 게 들어왔을 때인가... 맨 뒷자리까지 안 오면 무반응으로 있지 않을까? 알아서 잡아주겠지... 같은 느낌이려나. 오히려 그냥 엎드려 자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이러다 보면 말벌이 왠지 랑 쪽 창문에 박치기하고 있을 것 같고, 고개 들면 다 랑이 주변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로 말벌 보고있고... 그러면 왜 시선이 쏠렸지 하고 당황하다가 상황 파악하고 창문을 열겠지... 쏘이면 아프기때문에 말벌이 예상치 못하게 움직이면 움찔거리긴 할거 같네!
하얀 소년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흐아아암, 하는 하품을 대강 손으로 가리며 내뱉은 그는 나른한 얼굴로 교내를 걷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일찍 와야 하는 건 달라지지 않네. 물론 꼭 일찍 와서 뭔가 할 필요는 없지만, 나름 저지먼트가 아닌가. 치안을 담당하는 학생조직으로써 어느 정도의 모범은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소년에게는 있었다. 엄지 손가락으로 눈가를 눌러 눈곱을 떼어내던 그가 담 근처를 지나치던 무렵,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위에서?
슬그머니 시선을 들자 소년의 눈에 누군가가 비췄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검은색이었다. 온통 하얀 소년과 대비되는 검은색. 머리색과 눈색, 피부마저 어두운 그 자를 소년은 알았다. 입학식 날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 있는 줄도 몰랐던 지름길을 질주하는 것을 따라간 것 뿐이지만.. 일단은.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저지먼트였다.
"....."
저지먼트라고 해서 꼭 일찍 올 필요는 없었다. 아니 그래도.. 소년의 눈이 가늘어졌다.
//착지한 뒤에 발견한 것도, 담 위에 있는 것을 발견한 것도 되...앨검다. 자유롭게 이어주십셔!
시간이 늦었다. 이미 교문은 닫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문을 지키는 녀석들도 곧 있으면 돌아가겠지. 그럼 그 때까지 기다려? 그랬다간 지각 확정이다. 제때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귀찮게."
뭣하면 그냥 째버려도 되지만, 이미 한 번 유급당한 이상 그 이상은 안 된다, 아마 지독하게도 귀찮게 굴 게 뻔했다. 시간이 애매할 때마다 애용하던 지름길을 지나 도착한 학교의 담 앞에 서서 랑은 저만치 보이는 교문 쪽을 쳐다봤다. 슬슬 들어갈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랑은 긴 치마의 윗단을 몇 번 접었다. 어쩔 수 없이 무릎 살짝 위까지 드러났지만 담에 걸려 찢어지거나, 착지했을 때 바닥에 쓸려 더러워지는 것보단 낫다.
"흡."
짧고 작은 기합과 함께 담을 붙잡고 뛰어올라, 다리를 공중으로 있는 힘껏 차올려 포물선을 그리면서 담을 스치듯 넘는다. 그 와중에 예전에는 없었던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건드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뭐 어때. 윗단을 접어 짧아진 치마가 펄럭이긴 했지만 개의치는 않는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사히 담 너머에 착지하고 나서 후, 하고 숨을 내쉬던 랑의 눈에 이경이 들어왔다. 뭐냐, 이 새하얀 건.
"......"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런 말 없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치마의 윗단을 돌려놓아 다시 롱스커트로 만든다.
사실 어제 누워서 생각한건데 만약 약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어제 이벤트에서 처음 들은 청윤이라면 먹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동안 해온 말이 있어서 못먹었지만 도움이 되고 싶어서 + 자신을 실험체 삼아 섭취하는거죠! 약이 피해를 줬어도 무기가 사람을 해치는데 쓰였다고 그 무기를 아예 쓰지 않진 않는것처럼요..!
situplay>1596971073>911 그런 암울한 설정이 있었다니 그런거면 경진이 들이대는거 이경이 배설붕괴 하는거 아닐까 쫌 미안한데ㅠ 혹시라도 이경이 설정에 안 맞는다면 언제든 선관 캇 해도 갠차나
(그치만 완전 오케이라면) 경진이 화합중시자지만 지가 이경이 일에 나서기엔 지 주제 아닌거 알아서 그냥 떨떠름하되 남들이 꺼려하는 건 뭐 딱히 나서주진 않을거 같고(미안...) 동생땀시 멘붕 온건 자기도 가족문제 있음남이라 뭐라 말해줘야 할까 옆에서 가만히 있어주다가 네 잘못 아닌데 위축되면 억울하잖아< 같은 발언 할듯 해 이게 이경이 입장에서 위로일지 모르겠지만...
모두 안녕 갱신할게~~!! 그리고 한참 위에 메이드 집사카페 얙기 나왔어서 한 숟갈 얹자면 애들 모에모에큥 하는거 보고싶어 뭔가 혼파망 될거 같지만... ㅋㅋㅋ
무슨 말을 해야할지. 소년은 눈이 마주쳤음에도 태연하게 스커트를 정리하는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무감각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어울렸던 소년의 표정에 곧 미소가 피어났다. 미소라고 할 지, 곤란하다는 느낌이 여실히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일단 시간을 확인하고, 조금 늦장을 부려도 수업에는 크게 늦지 않는다고 판단을 끝낸 소년이 말을 걸었다.
"..저지먼트 선배님이죠?"
그는 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 사실을 입에 담았다. 일단 같은 저지먼트인 이상 알음알음 얼굴 정도는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입학식 날에 뵌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에 남은 적이 많지는 않아서, 소년은 눈을 내려떴다. 이름 한 번 나눈 적 없었고, 같은 원 안에 있지만 결국은 타인이니. -소년은 어떤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외롭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허나 그런 마음은 미소 너머로 숨기고 그저 태연자약하게 휴대폰을 확인했다.
>>583 오히려 누군가 친하게 지내주던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 밝은 모습을 꾸며내는 것에도 개연성이 더 확보되고. 그리고 당시 이경이라면 특별한 말 보다는 그냥 곁에서 잊어주지 않는 것만으로 기뻐할 것 같아서. 이렇게 설정이 되면 어쩌면 지금 지내는 모습은 경진이를 조금 흉내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자신에게 다가올 정도로 친밀한 성격이 경진이었으니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하는 것에 말문이 막혔는지, 아니면 단순히 담을 뛰어넘어 오는 상황에 당황했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했다. 스커트를 정리하고, 미리 던져서 덤불에 놓인 가방을 대충 집어들 때가 되어서야 선배님이냐는 물음이 들려와서, 랑은 잠시 이경을 쳐다보았다.
"아."
그 때 그 녀석인가. 저지먼트다 아니다 대답하기 전에 입학식 날 본 적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 기억을 조금 뒤져본다. 확실히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도와줬다는 느낌으로 이경은 기억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때 나눈 짧은 대화는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냥 뭐 하냐고 물어보고, 입학식에 가야 하는데 길을 헤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냥 지름길로 냅다 달렸을 뿐이다. 기억을 좀 더 확실히 더듬기 위해 랑은 그대로 무시하고 교사 쪽으로 향하려던 몸을 돌려 이경 쪽으로 바짝 다가가 선글라스 너머로 얼굴을 살폈다. 희미한 느낌이긴 하지만 기억에 있다.
"그 때 입학하는 학교 가는 길도 모르던 녀석인가."
좀 말이 심한 느낌이 들지만 그 느낌만 빼고 본다면 일단 랑 입장에선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라. 어쨌든 입학식이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닌만큼 기억이 나서, 적당히 말하다가 가야겠다 생각했으나 휴대폰을 확인하며 하는 말에 교실 쪽으로 향하던 시선이 다시 이경 쪽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급해 보였나?"
일단은 지각할 것 같아서 넘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조급하게 생각하고 있진 않았는데. 여유가 없게 보였나 생각하며 사탕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내렸다.
>>598 곁에서 집적대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다니 상처남 허들 너무 낮아서 눈물나...퓨ㅠㅠㅠㅠㅠ 그런 설정 되면 좋다 맛있어.. 경진이는 이경이 성격 꾸며내는거 보면 별 말은 안 하고 여전히 칭긔칭긘데 내심 이게맞나... / 본인이 좋으면 맞는 거겠지..? 싶어할거 같아
선관 받아줘서 고마워~~~!! 이렇게 깊고 쩌는 선관 생길줄은 예상도 못했는데 너무 좋음 히히,,,
경진 모모큥..? 카페에 요리할 사람 한두명 있어야지 요리부놈 힘 쓸게 열심히 오므라이스 💕 만들게()
>>600 네그게보고싶었옹ㅅㅠ ㅜㅎ 갠찮아 청윤아 네가 그러면 다수가 행복하니까 공리주의녀라면 자부심 가져도 되지 않을까
소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배려없는 표현에 상처를 입은 모습은 아니었고, 조금 기뻐보이기도 하였다. 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 넣어 쭉 뻗은 소년은 하얀 눈으로 검은 사람을 살폈다. 소년보다 키가 크고, 몸 선도 더 두꺼웠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느낌은 아니었고- 다소, 소설에서나 보이는 상투적인 표현이나 유연한 짐승 같기도 하고. 그는 어쩐지 검은 늑대가 생각났다. 늑대는 무리짓는 생물이라지만 어쩐지 외따로 떨어진 느낌이었고.
"그야, 담까지 넘으셨으니까요?"
무얼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문을 통과하지 않고 담을 뛰어넘은 시점에서 여유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물 건너 갔다.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지각 처리는.. 당했을 수도 있겠다. 적어도 벌점은 먹었을 것이고. 이쪽에 시선을 주는 사람이 없으니 잘 되었다. 아니, 애초에 상대가 이런 걸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첫날부터 그랬으니까..
하긴, 저지먼트 톡방에 들어와있어도 소집때 말곤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읽고 넘기는게 대부분이었을까, 거의 있는듯 없는듯 드물게 반응했으니까 자주 소통하는 성향의 부원들이라면 헷갈릴만도 할 것이다.
"아, 참고로 그 동물짤들 즈가 다 손민수 해버렸슴다. 근데 아마... 개중에는 우리 오레오 사진도 있을 거에여."
콕콕콕콕. 열심히 자판 두드리는 소리, 요즘식인 화면 터치도 좋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이런 꾸욱 눌렸다 돌아오는 키감을 즐겼던 것 같다.
"아, 그건 그렇슴다. 그래도 최초의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이래저래 테스트용 휴대폰들이 나왔으니까여. 이것도 아마 그중 하나일 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화소경쟁, 기능경쟁이 낳은 산물인 리얼 최신폰이 아니고서야 소위 말하는 '피쳐폰'의 근방에 있던 플래그십들은 그리 크게 차이나진 않았으니까여. 기능도 비슷하고,"
자연스레 쏟아져나오는 이야기들, 언젠가 이런 모델도 완전히 없어져 정말 박물관에서나 보게 된다면... 그때는 이런 이단아같은게 아닌 남들처럼 제대로된 스마트폰 같은걸 쓰겠지.
아이고..늦어버렸네. 이미 먹어버린 건 어쩔 수 없고.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혜성은 이미 입안으로 반쯤 사라져버린 수상한 색깔의 쿠키와 여로를 번갈아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빙그레 웃어보인다.
"색깔이 이상해서 먹지말라고 하려 했거든. 누가 여기서 벌칙게임이라도 한 모양인가봐."
짜다는 여로의 말에 혜성은 눈을 깜빡이며 약간 어쩔 줄 모르는 미소를 짓고 들고 있던 쿠키봉투를 잠시 내려놓으며 잠깐 있어볼래? 마실 게 있을 수도 있어. 하는 말을 덧붙혔다. 곧장 마실걸 찾으러 가려던 혜성이 걸음을 멈춘 건 쿠키를 골라달라는 부탁 때문이였다. 응? 내가? 하는 물음 대신 혜성은 한손으로 자신을 가리켜보인다.
"응! 알았어. 어디보자.."
곤란해보이는 사람에게 손 내밀어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보니 혜성은 방금 보였던 행동과 다르게 여로의 부탁을 상당히 자연스럽고 당연스레 받아들였다. 쿠키 봉투를 들여다보고 잠시 고뇌에 빠져있던 것도 길지 않았다. 자신이 먹었던 쿠키와 똑같은 색깔을 띈 쿠키를 꺼내 혜성은 여로의 손이 아닌 여로의 입 앞으로 가져다댔다.
지도앱은 현대 기술의 보배다. 무엇보다 사실 소년은 본래 그리 길 눈이 어둡지 않았다. 그저 당시에는 첫 날부터 정신이 어지러워 길을 잃었을 뿐이다. 많은 걱정과 다양한 고민이 그를 집어삼켰던 무렵이, 그 날이었다. 얼굴이 본래부터 하얘 창백함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좋은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스럽게도 도움을 받았었다.
"그렇죠? 아, 선생님."
고개를 끄덕이던 소년이 그녀의 뒤를 보며 갑자기 선생님을 불렀다. 물론, 아무도 없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이런 장난 한 번 쯤은 쳐보고 싶었단 말이지. 통할 거 같은 인상은 아니지만.
"랑이 선배네요. 이름이 어울리세요."
한자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리'가 떠오른다는 점에서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다. 분명 사탕인 걸 봤는데 저 사람이 물고 있으니, 어째서 막대 끝자락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것 같을까.. 이경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걸 쓸 줄 아는 녀석이 헤맸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와중 선생님을 부르는 말과 함께 시선이 자신의 뒤로 향하자, 깜짝 놀란다기보다는 뭐가 왔냐는 느낌으로 느릿하게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어서 다시 되돌아왔지만.
"너...헛것이라도 보는 체질이냐?"
무슨 목적으로 한 건지는 모르겠다, 장난인 것 같긴 한데 너무 뜬금없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 장난 자체가 원래 뜬금없긴 한데... 선생님이란 존재에 크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만큼 반응 자체는 심심하다. 저 녀석도 어지간히 심심한가보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작게 한숨을 쉰다.
"...뭐, 고맙다."
네 쪽도 잘 어울린다거나, 그런 말을 주고받는 게 정상이지만 딱히 이름과 어울린다는 게 뭔지 몰라서 그만둔다. 애초에 이런 칭찬 비슷한 걸 듣는 것도 낯간지럽고.
"그랬겠지... 신경 꺼, 실없는 소리다."
생각했던 대로 아닌 게 확실해 보였다. 아니더라도 잡아떼는 걸 어떻게 알겠는가. 이미 루트를 알려준(알려준 건 아니다) 전적도 있으니 어디쯤에서 뛰어내릴지 알아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과거의 업인 셈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죽여도 되는 상황인가 보군."
어쩌다 보니 대화를 지속하고 있긴 한데, 시간이 넉넉한 건 아니었다. 그건 이 녀석도 마찬가지 아닌가? 왜 이렇게 여유로운 것 같지.
뭔가... 상상속 점례는 되게 차분하고. 조용한 친구였는데... 오히려 충격이야... 하긴, 이름이 점례인게 말이 안되긴 하지. 업무이야기가 오가는 단톡방에 이름을 실명으로 해두지 않는것도 나름 참신하다고 해야할까... 에초에 그때 알아봤어야 했어.
"오레오...?"
톡방에서 가끔 올라오던 점례의 톡을 떠올린다 분명... 진짜 오레오처럼 얼룩덜룩한 토끼였었나... 귀여웠지.. 한품 가득안고 얼굴을 부비고 싶을정도로. 응. 역시 얘는 좋은 친구야. 아니 분명 그럴거야. 동물도 키우잖아. 동물 키우는건 어지간히 좋은사람 아니면 못한다구!
수다를 떨면서 스쿠터 앞까지 가자, 뭔가 그릇된 착각을 하고있는 애린이 눈에 띄인다.
저지먼트로서의 의무감... 물론 있기야 하지만...으으음...이걸 교정해야할까... 라멘먹으러 가는건데... 아, 딱히 교정 안해도 되려나? 어차피 가게 앞에 가면 알게될테니까. 하지만 저 순진 무구한 눈동자를 보면 사람을 뭔가 속이는것같아서 가슴 한켠이 뒤숭숭해진다.
"그래...? 나는 무리겠네, 나름 땋아봤자. 턱 밑까지밖에 안오니까. 너처럼 되려면...으으음...한 10년은 더 길러야되려나?"
에초에 불편해서 장발을 유지할 생각도 없지만. 능력측정을 받을땐 보통 물 안에 들어가서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이리저리 걸리적거리는게 귀찮다. 그 디자인 구린 머리망이랑 수영모? 그걸 쓸바엔 혀깨물고 죽을거야. 진짜. 안예쁘고, 불편하고, 귀찮아.
"으음 글쎄..."
점례가 락카를 받은 뒤, 머리에 능숙하게 스프레이를 뿌리자. 머리에 닿지 않게 능력을 이용해 두부 근처의 물을 조종한다. 뭐야, 저렇게 균일하게 뿌리기 힘든데... 얘도 그래피티좀 했나?...신기하네, 내가아는 벽그림쟁이는 나 말고는 스킬아웃을 통틀어도 10명 내외였는데...
"벽에 낙서좀 했었어? 손목이 남다르네. 다 쓰면 저기 오른쪽 가죽가방에 넣어줘"
그렇게 말하며 시동 버튼을 눌러 스쿠터의 시동을 건다. 스쿠터 한 구석에 달려있는 우퍼스피커에서 재생되는 배기음이, 꽤나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내연기관 특유의 매연이나 진동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리고 스프레이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는 애린이에게. 내가 없을때 머리에 뿌릴까봐 진심으로 걱정되어, 오해를 풀 말을 한마디 보탠다.
"근데...이거 그냥 락카다? 지금 그 헬멧은 능력으로 만든거니까, 나 없을때 머리에 뿌리면 안돼? 머리카락 아깝잖아."
응, 충전은 97퍼. 당연하지 아침에 등교할때 충전해놨으니까. 스쿠터 뒷쪽에 덩치가 큰(실례일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실제로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가까이서 올려보면 목이 아플정도로.)애린이 앉을 수 있도록, 최대한 앞쪽에 당겨 앉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때부터 클 기미가 없는 이 몸뚱아리는. 아담한 편이라서 이정도면 덩치가 커도 충분히 앉을만 할 것 같다.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도대체 이 하얀 소년의 안에서 랑의 이미지는 어떻게 되어있는 것일까? 어쩌면 웹툰 속 물리학도(사람의 두개골은 힘을 가하면 깨진다)를 연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냥 농담을 하는 것 뿐이지만.
"뭘요!"
칭찬에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경은 그냥 배시시 웃고 있었다. 아마 이 시점에서.. 감이 좋다면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 아마 미래를 예상하는 능력도 있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아요!"
이건 배려심인가. 아니면 확인사살인가. 지극히 높은 연상능력으로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능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떠올린 소년이었다.
"저는 조금 늦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온 거라서요."
소년은 자신이 매고 있는 저지먼트 견장을 살짝 당겼다. 그러니까 그는, 방금까지 저지먼트로서 업무를 하다 온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성실하게 다니는 신입생이니 한 번 늦는다고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너무 늦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기척에 대해 표현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는 거 같은데. 그의 장르는 어딘가 다른 거 아닐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이경은 뭔 소리냐는 랑의 말에 조금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그래도 진지한 생각은 아니어서 곧 아무렇지 않아졌다. 어쩌면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던 것일 지도 몰랐다.
"알아주셔서 다행임다-"
아주 다르지는 않지만. 정확히는, 비슷하게 할 수는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기억대로 활동하는 경향이 있으니.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고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 앞에서 예언가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힘들지만. 레벨이 오른다면.. 그래도 소년은 그런 장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잠입을 위해 비슷한 짓 정도는 할 수 있다만.
"음.. 잠시만요."
곤란한 기색인 랑을 보고서 이경이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잠시 화면을 톡톡 두드리던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선생님에게 연락은 해뒀슴다. 저지먼트 일 관련해서 선배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했으니까, 아마 좀 늦어도 괜찮으실듯?"
소년이 보여준 화면에는 나랑에게 도움을 받았고, 선배가 연락을 못하는 상황이니 선생님께서 선배 담임께 나중에 설명 해주실 수 있냐는 매우 정중한 어투의 대화가 띄워져 있었다. 이경의 담임은 알겠다며 답신을 보냈고.
그에게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나는 듯 하다. 하얀 소년은 거센 기세의 늑대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투명할 정도로 하얀 눈이 그 자의 검은 눈 마주하고 있다가, 부드럽게 접혔다.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듯 앳된 기색의 목소리가 말한다. "에이, 왜 그러심까~" 그 모습은 정말, 능글맞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다만 선글라스 너머로 나누었던 시선에서, 소년의 것은 색채가 없었다. 여러모로.
"...음."
위험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웃는 낯을 지우지 않은 채 사탕 막대를 포장지로 감싸는 모습을 보았다. 방금 보여준 모습은 스킬아웃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나웠다. 하지만 무서운 사람이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대로 버리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쓰레기 처리를 하는 모습이나.
"앗, 알겠슴다!"
떠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도움을 주려는 모습까지. 별로 위험한 일은 아니지만, 역시 선배가 있는 편이 좋다며 소년은 재잘거렸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장난스런 목소리가 빙글빙글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일이 길어지면 1교시 빠지게 되겠네- 소년은 별로 아무래도 좋다고 결론을 내리며 앞서 걸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않은 봄. 하얗고 검은 점이 멀어져간다.
안정성면에서도 그냥 잡는것보단 차라리 안는 편이 낫겠지. 특히나 신장 차가 있다면, 뒤에 타는쪽이 큰편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먼저 타고서 출발할 채비를 마친 정하에 따라 슬쩍 뒤에 탔던 그녀는 갑자기 나온 라멘이라는 말에 '오' 하는 감탄사를 먼저 돌려주었다.
"그러고보니 라멘도 오래간만이네여. 즈는 뭐든 좋지 말임다?"
먹는 것보단 같이 먹는 사람을 더 중요시하는 그녀인만큼, 누군가의 취미 공유에 함께 어울리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다.
"엥, 무섭슴까? 그건 몰랐슴다. 그래도 타보면 아는 거셌져."
물론 일반 차량은 엄밀히 따지면 안에 들어가있는 거니 직접적으로 바람을 맞을 리가 없겠지만, 이런 스쿠터같은 것들은 아니니까.
슬 어두워질 채비를 하는 적당히 노을진 하늘, 바람을 그대로 만끽할수 있는 속도감, 드라이브의 꽃이라 할수 있는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이 언뜻 그리운듯 싶다가도 새롭게 와닿았다. 별 생각 없이 팔을 둘러 안은 모양새지만 사람의 감촉이란게 참 이상도 하지, 어딘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편안한 느낌이 든 나머지,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은 불안한 생각이 은연중에 지나갈만큼
솔직한 감상으로 토끼한테 오레오 맥 플러리. 아니 플러피라니, 그거 x도날드 스무디 아냐?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니지. 정확히는 플러피니까. 조금 다르려나, 하지만 그쪽으로 옮겨지는 사고의 흐름을 억지로 멈춰세우기 힘들다. 그거 사람 이름으로 치면 그거잖아. 아이수 씨라던가. 막하롱 씨라던가, 계익후씨같은거. 도저히 지을만한 이름이 아니지 않아....? 아니야. 사진 보니까 걔도 행복해보이던데, 그런 사소한부분은 괜찮겠지.
인첨공이라고 해봐야, 도시 한개정도, 차로 타면 5시간도 안돼서 한바퀴 모두 돌 수 있으니까. 막상 같은 취미를 가진(그것도 마이너한)사람이라면 적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나랑 접촉한 적 없는 크루쪽이라면 몰라도.
"...커먼 센스야. 라멘이 좋다니 다행이네."
날보며 지니어스? 이렇게 장난스레 묻는 그녀에게, 나 또한 영어를 섞어가며 장난스레 말한다. 에초에 뒤에서 괜히 어깨만 잡고 있다가, 이리저리 휘둘리는것보단, 꽉 잡아주는게 무게중심을 잡기도 편하다.
목 뒤로 나를 부드럽게 감싸는 팔의 온기를 느끼며. 저번에 친구가 뚫어준 라멘집으로 간다. 걔도 나름 입맛이 깐깐한데 나한테 추천해준걸 보면, 보고 손해볼일은 없겠지.
요즘들어 뒤에 누군가를 태우고 운전하는 일이 잦다. 옷 위를 건너 느껴지는 체온, 그리고 그와 반대로 앞에서 불어오는 약간 쌀쌀한 봄바람은 안정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제 사람들을 태우고 복귀하는 차량들 사이, 자연스레 끼어서 도로위를 달린다. 어른이 적은 도시 답게, 도로는 퇴근 시간대인데도 주말만 아니면 나름 쾌적하게 제한속도를 좀 더 넘어 밟을 수 있고 교통체증같은건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 이런점은 맘에 든다니까. 이 망할도시.
"...법적으로 2인승이긴 해. 일단."
이것저것 잔뜩 달아놔서 2명이 타기엔 약간 힘든 감이 있지만. 일단 무리는 아니다. 한창때 고등학생 둘을 태우고 80까진 태우고 있으니까. 좀더 밟을 만도 한거 같기도 하고... 어? 그러고보니, 옆학구로 가는길엔 고가 고속도로가 있던가. 거긴 시속제한이 좀더 풀렸지? 그쪽으로 가보자.
"좀더 빨라진다? 꽉잡아!"
오른손으로 최대기어를 조정해, 평소에는 갈 일 없는 6단까지 기어비를 끌어올린다. 위이잉하는 모터음이 스피커의 음악소리를 뚫고 들릴정도로 엔진이 돌아간다. 음, 2명태우고 100정도는 거뜬하네. 역시 큰돈 주고 사길 잘했다니까. x00만원이였으니까. 스쿠터주제에 조금더 밟아봐야겠다. 제한이 120이니까. 140km까지는 합법이잖아? 이따가 내리막에서 한번 쭈욱 밟아봐야지.
그렇게 정신없이 15여분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라멘가게 코앞까지 접근해있다. 걸어서 3분정도. 이미 15분밖에 안됐는데 괜히 어둑어둑해져 가로등이 켜진 도로 가쪽에 스쿠터를 주차해 놓고서는 가볍게 스쿠터에서 뛰어 내린다.
"응! 생각보단 빨리왔네! 원래 20분정도 생각했으니까, 5분정도 일찍온건가?"
오랜만에 쭈욱 밟은 라이딩 덕분일까. 상쾌한 기분에 내리자마자 기지개를 쭈욱 편다. 내 헬멧을 벗어 스쿠터 옆 수납공간에 던져두고, 뒤에 탄 동승자를 바라본다. 아 헬멧 벗겨줘야지. 능력 풀어야겠다.
"괜찮아? 중간에 기분좀 내버렸는데, 생각보단 재미있지?"
그렇게 말하며 지도 어플을 켜본다. 그러고보니 실적이 조금 필요하겠지? 이 근처, 스킬아웃 아지트(라고 하기엔 조금 자그마하지만)가 어디있는지 생각해본다. 이 부근이면...분명 xx고 근방이던가. 응. 그러면 어차피 라멘가게 들르는 쪽이니까. 이렇게 가면 되겠다.
"이쪽이야!"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뒷골목. 가로등조차 닿지 않는곳으로. 나는 걸어 들어간다. 무슨일이 있어도, 안전하다는 자신감이지. 이미 보이진 않지만. 나랑 애린이 주변엔, 갑옷같이 "수분"이 고정되어있으니까. 총같은걸 맞지 않는 이상. 실제로 안전할거야. 아니면...
이레는 만족스럽게 입 안에 든 떡을 우물거렸다. 다른 이에게서 받았다는 이유로 버릇처럼 하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맛이 괜찮았다. 게다가 오랜만에 먹었기 때문인지 어딘가 그리운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인첨공 바깥에서 가족과 함게 살 때는 이보다 떡을 먹을 일이 더 잦았던 것 같은데.
백설기가 언급되자 이레는 새하얀 떡이 포슬하게 갈라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알록달록한 앙금떡이 비하면 생김새도 맛도 훨씬 단순한 느낌. 그래서 싫어하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다만 더 다채로운 떡들 사이에서 굳이 그것을 고르지는 않을 것 같달까. 적어도 이레는 그랬다. 누군가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취향 또한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했든가. 오늘도 그 말을 통감하고야 말았다.
마지막 한입까지 삼켜버린 이레는 다시 앙금떡 구경에 들어갔다. 알록달록하니까 고르는 재미가 있다. 어차피 색에 따라 맛의 차기 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다양하게 고르는 게 좋다. 잠시 살펴보던 이레는 방금 골랐던 하얀색을 피해 옆에 있는 초록색을 집어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거... 다 같이 먹으려고 가져오셨다고 했죠. 좀 남겨놔야...?"
떡을 먹으려던 이레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다시 팔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고는 접시 위에 남아있는 떡을 본다. 쌓여있어서 정확한 수는 모르겠다만, 소집 때 봐서 알다시피 부원 수가 적지 않은 건 확실히 안다. 만약 제가 하나를 더 먹는 것으로 못 먹는 사람이 생기면 어떡하지? 그런 우려가 생기는 것이었다.
>>0 샹그릴라, 그 약을 압수하는 게 저지먼트의 목적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 청윤도 저지먼트로써 4인 순찰을 다니고 있었다.
"야.. 약 하난 진짜 많네. 뭐 어쩌려고, 중간 판매책이라도 하려고 했나?"
약통을 반절은 채운 샹그릴라들에 청윤과 같이 순찰하던 멤버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 다 먹고 텅 빈 종합 비타민 통에 약을 채웠지만 묘하게 어색해 보인다는 점에서 결국 꼬리를 잡혔다.
"기다려봐, 이름이 뭐냐. 팬 좀 꺼내줘."
"이 팬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여기 스프링이 빠져있잖아.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하지만 이름을 적기 위해 팬에 정신이 팔린 잠깐의 틈을 타 강력한 초능력을 난사하며 약의 주인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에 다른 대원들이 급히 쫓기 시작했지만 청윤은 굳이 따라가지 않았다. 첫째로 도주하면서 약들이 쏟아졌고, 둘째로 고작 레벨 1이라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순찰하면서 떨어진 약 같은 게 있다면 자기가 회수하기로 미리 말을 해뒀기 때문이다. 자신과 비슷하게 레벨 0인 멤버와 쏟아진 약을 마치 헨젤과 그레텔처럼 하나하나 줍던 찰나, 앞에서 약을 줍는 손이 보였다. 청윤은 급히 달려가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뭐 하는 거죠? 그 약 때문에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못 보신 건가요?"
"...이 약을 잘못 사용한 사람들이 문제지 이 약에는 딱히 잘못이 없잖아? 어디가 나쁜 건데?"
"부작용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정말 감당하실 수 있겠나요?"
청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곤 점점 학생을 압박하듯 다가가며 물었다. 말투는 평범했지만 청윤의 눈에선 매우 강렬한 감정이 느껴졌다.
"지금으로썬 알 길은 없지만, 후유증 때문에 그동안 훈련한 능력 계수가 무의미 해진다거나, 급 노화해 버린다거나, 정신적으로 광폭해지면 기껏 강력해진 게 무슨 의미겠나요? 그리고..."
"정말로 퍼스트클래스가 당신을 진압하는걸 보고 싶으신건가요?"
학생은 잠시 어버버거리더니 알약을 넘겨줬다. 청윤은 다시 샹그릴라를 하나하나 주우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약을 먹을 수 있겠냐? 라고 물어본다고 해도 전 아니라고 할 거예요. 공리주의를 생각해 봐도 결과가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가 폭주라면..'
굳이 두 번에 걸쳐서 부르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알아서 부르라는 듯 이야기한다. 보통은 나랑이라고 부르면 평소에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어서 대부분 그냥 랑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보고?"
보고서를 쓰고 있었단 말인가, 그럼 초고라고 보면 되나. 그렇게 계속 지웠으니 그대로는 못 내겠지, 아마 제대로 쓰기 전에 내용을 고르고 있었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뭐라고 적혔을까 조금 궁금하긴 하면서도, 애초 호기심은 많이 사그라들어서 볼 생각이 점점 사라지던 차에 괜찮은지 봐달라며 보고서를 돌려놓으니...
"......"
어쩔 수 없이 몸을 살짝 앞으로 당겨 보고서라고 하는 A4용지를 내려다본다. 빨간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A4용지는 온통 새빨간데, 그 와중에서도 진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고쳐 쓰려고 지워둔 흔적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걸... 보고서로 낸다고."
저지먼트는 원래 보고서 양식 같은 게 없나? 아무렇게나 그냥 써서 넘기면 그만인 건가. 스킬 아웃으로 분류되던 때에도 보고를 개판으로 해오면 푸닥거리를 했는데, 이걸 그대로 보고서로 올릴 수 있는 건가.
"...조금 더 다듬어라."
차마 다시 쓰라고 말은 못하고(만약 처음 보는 사람이라거나 했다면 이딴 걸 누가 보고서로 쓰냐고 말하며 귀찮은 듯 치워버렸을 것이다.) 아지 쪽으로 다시 A4용지를 돌려놓는다.
>>821 점례와 애린이 공존하는(이중인격 아님)... ㄴㅇ0ㅇㄱ 울 애가여? 와이? 그래도 그말인 즉슨 칭찬! 오오! 칭찬은 점례를 팝핀추게 한다! 물론 아지도 푹신몽글한 남자애니까! 멋져브러! 라기보다... 동물학대로 잡혀가...? 오, 세상에 더 죄질이 쎄자너. 또 잡혀갈순 읍다... 아지도 지키고 점례도 지키는 방법은 점례가 어태커가 되는 것뿐!
이경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느 때처럼 웃고 있긴 한데 한심해 하는 기색이 숨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진지하다. 아무리 해도 암기 과목이 안풀린단 말이야! 나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이경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한숨을 폭 내쉬었다.
"무리지." "왜?!"
아주 완벽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레벨이요." "아."
납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나는 입을 다문 채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주 포기할 수는 없어서, 훈련인 셈 치고 교과서를 기억에 박아넣긴 했는데.. 안되더라고... 좌절하는 내 모습을 보고 이경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며 하하 거리며 웃었다. 다만.. 별로 웃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고 조금 고민하다가 활짝 피어나는 웃음꽃과 함께 재차 불러본다. 이름만 부르는 쪽이 더 친근하니까!!
"네에~ 보고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녹음본도 이 안에 있고~"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약간은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는 소리를 하며 헤헤 웃는 것이다. 머리에 심은 칩이라는 의미로 가리킨 것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보고서로 낼 거냐는 랑의 되물음에 아지는 눈에 물음표를 띄운다. 양손을 겹치고서 그제야 뭔가 깨달았다는 목소릴 한다.
"아~ 그런가요~ 보고서로 내야 하는 건가요~" "그냥 메시지로 보낼까 했거든요오~ 확실히 보고서가 좋겠어요~"
방실방실 웃으며 좋은 제안을 해준(사실 딱히 해준 것은 아니다.)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서 더 다듬으라는 말에 여느 때처럼 네에~~ 하고 다시 앞에 놓인 종이에 집중한다.
...어떻게 다듬으면 좋지?
도움 요청을 하려는 듯이 랑을 흘끗 보았지만 더이상 도움을 바라는 것도 폐일 듯 싶어 다시 종이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끄응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는 것이 시험기간 공부하는 것과도 같다.
원래였다면 평범한, 일상 같은 순찰이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샹그릴라, 그것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고, 이를 소탕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나서부턴 샹그릴라를 복용한 능력자와의 교전이 비교적 흔해졌다. 대부분 컨트롤 부족으로 금세 진압되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레벨3, 4의 공격이니 위험했고, 컨트롤이 부족한게 오히려 더욱 일반 학생들까지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 될 수 있었기에 전혀 좋다고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4명이서 다같이 순찰을 돈다고 하지만.. 수상한 학생들을 쫓다보면 금세 갈라지곤 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청윤이와 수강이의 상황도 그랬다. 월광고에서 온 2명은 급하게 도주한 복용자를 잡기 위해 자리를 비웠고, 청윤이와 수강이는 뒤에 남아 회수한 약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던 중 청윤이 먼저 말을 꺼냈다.
"샹그릴라란 약 말야, 참 골치 아픈 일 아닐까?"
그렇게 샹그릴라에 대해 말하던 청윤이었지만 오히려 더 큰 일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큰 일이란건 약을 소지하고 있는 학생이 저지먼트가 앞에 있다는 점 때문에 몸을 덜덜 떨면서 다가가고 있다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청윤이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하다. /어 잠깐만 왜 수경이로 적었지 캡틴 혹시 >>855 하이드 가능할까요?
자세를 고쳐앉는 랑이다. 열심히 다듬을 생각이었는데 불현듯 떨어진 얘기에 고민하던 얼굴이 한층 밝아진다.
"그래도 될까요~? 으음~ 좋아요~" "잠깐 메시지 좀 보내겠습니다아~"
그리고 잠시 시간을 녹이다가 (가만히 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나 머릿속 칩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낼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보고서에 쓰여있는 내용을 읽기 시작한다. 읽을 때도 싱글벙글하는 것이 미소가 전달될 것만 같다.
"부장님 화이팅~!! 입니다아~"
방싯방싯 웃으며 마지막 문장까지 살짝 고쳐 보내고는 기지개를 켜며 부르르 떠는 것이다.
"끝났다아~ 덕분에 금방 끝났어요~ 에헤헤~" "첫 보고라 떨렸거든요~"
양쪽 손가락을 맞대며 그렇게 털어놓는 것이다. 앞으로 보고하게 될 일은 종종 생기겠지만 어쨌든 처음은 어려운 법이다.
"랑 선배는 올해에 새로 들어오신 거죠~?" "보고나 순찰 같은 것 혹시 해 보셨어요~?"
그리고 상대에 대해 알아갈 자세를 갖추기 시작한다.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었다면 계속해서 여러 이야기를 이어 나갔을 것이다. 랑 선배와 친해지고 싶어!!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2년 전 그 때는 인첨공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던가 그 전에는 바깥에서 휠체어를 탔다거나 지금은 걸어다닐 수 있어서 편하고 행복하다던가 여러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말없이 아지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가만히 있다가 그저 보고서를 읽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을 보다가, 입 안에 넣은 사탕이 다 녹자 입맛을 다셨다. 그리곤 기지개를 켜고서 덕분에 일찍 끝났다는 말에 됐다는 듯 느릿하게 한쪽 손을 까딱이고, 다시 의자에 파묻히듯 반쯤 눕는다. 등받이가 눕는 각도에 따라 넘어가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자 탁 멈춰서, 그 자세로 천장을 쳐다보다가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아래로 내려 자신을 쳐다보고 대화 준비 만반인 아지를 확인한다.
'되게 끈질기네.'
딱히 하지말라고 한 적이 없으니 끈질긴 것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아무래도 조용히 앉아서 사색하는 타입은 아닌 모양이라서. 랑은 하는 수 없이 짧게짧게만 대답했다.
"응."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스킬 아웃 때 했던 순찰 경험은 있지만, 저지먼트와는 다르겠지 싶어 그리 대답한 것이다. 보고도 마찬가지고. 하마터면 엉뚱하게 보고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메시지 보내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랑은 직접 무언가를 이야기하기보단,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 가는 아지의 이야기를 반쯤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거나, 스무고개하듯 짧게만 대답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아지는 생각보다 많은 걸 알아내지는 못했을 것 같지만, 적어도 19살에 2학년이라 유급생이라는 건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막레! 수고했어 아지주! 사교성 떨어지는 아이인데 아지가 거침없이 말 걸어줘서 이만큼이나 대화할 수 있었네... 역시 대단 그거랑 별개로... 헤헤 아지... 귀엽따... 헤헤...
평소에 비해 긴장감도는 순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정체를 모르는 알약을 먹은 학생들을 상대할 걸 예상하고 다니는 순찰이었기 때문이다.. 레벨3, 아니 2만 되는 부원들이라면 그 상대가 능력을 서투르게 사용하는 점을 간파해서 빠르게 수습하겠지만 지금 수강의 상태로는 보자마자 싸움의 가능성이 보이면 도망칠 궁리를 해야 될 상황이다! 다만 지금은 옆의 다른 저지먼트 부원도 있고 하는 것도 회수한 이 천장에 매달리는 반짝거리는 거대한 등같은 이름을 가진 약을 지키는 정도라 약간 안심이었다
일단 지금 얘가 샹그릴라라는 이름을 잊어버리고 있던 것은 넘어가자.
지금은 특별히 뭔가를 하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나지 않아 주고가는 말이 없이 지나가려던 그때, 옆의 저지먼트 부원(순찰할때 이름을 들은바 있다)이 먼저 말을 꺼내자 잠시 생각하더니 답변했다.
"그렇습니다! 뒷감당을 각오하고 먹어서 한다는게 웬수를 때리는 수준이라니.."
간장종지만도 못한 통이군요..라고 말을 맺으려다 심심풀이로 한손으로 붕붕 돌리던 삼단봉을 떨어뜨릴 뻔하고 급하게 다른 한 손으로 잡아낸다. 그러던 참에 그의 눈 앞에 왠지 모르게 몸을 떨면서 다가오는 학생이 눈에 보였다. 누가 온거 같다는 표정으로 청윤과 학생쪽으로 고개를 번갈아 돌린 뒤 반사적으로 메뉴얼(??)대로 외쳤지만 앞의 학생의 모습이 수상쩍어보이길래 천천히 접근하며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878 ㅋㅋㅋㅋㅋㅋㅋ 아닛... 그걸 눈치채다니!! 그런데 어디까지나 수치화로 하기 위한 거니까요.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게 올라요. 그리고 딱 그 정도가 아무래도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시트캐들이 특별한거지. 어지간한 이들은 레벨0일때 평생 훈련을 해도 레벨0를 못 벗어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하고요.
뭐, 사실 계수 계산식에 대해서는 조금 할 말이 있다면.. R 시리즈는 기존의 모카고 시리즈와는 조금 다르게 제가 저레벨일때는 좀 빠르게, 고레벨일때는 꾸준히 해야 강해질 수 있도록 설정을 해둔건지라...
원래 기존 계수 식의 경우는 레벨0일때 5%, 1~3일때는 3%, 4일때는 2%+@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 너무 레벨업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말이 계속 나온지라.. R1때부터 제가 고쳤고 R2도 레벨0에서 2까지는 빠르게, 레벨3~4부터는 좀 천천히...라는 느낌으로 계산했답니다. 사실 원래는 초기 계수도 25만이 아니라 250만이 하향선이기도 했고..(옆눈)
어쩌다가 자신의 토끼에게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고작 2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잊어버린듯 하다. 그래도 그런쪽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려동물이 있잖은가, 아마 돼지 이름이... 크리스. P. 베이컨이었나? 의외로 그런 이름들을 붙인 동물들이 꽤 끈기있게 산다던데...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아, 그래피티 활동을 자주 하는 크루라면 들어본거 같슴다. ㄷ... 지인중에도 그런 애들이 있지 말임다."
아주 잠깐 말이 헛나간듯 웅얼거리던 그녀는 태연하게 지인을 언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 그래피티는 보통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이 더 많으니까, 정작 몇번 즐겨보지 못한 취미생활이라 할수 있겠지. 그나저나 그런 취미가 있다니, 처음 정하를 봤을 때는 그냥마냥 성실해보이는 저지먼트부원인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털털하다 해야할지, 아니면 화끈한 면이 있는 건지...
뭐,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으엑, 커먼 센스임까? 어메이징 인첨공."
아니, 이런 경우엔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이겠지. 이렇게까지 사람을 가까이 해본적은 많지 않았으니까,
"오...? 오??"
첫번째 반응은 일단은 2인승이니 합법이라는 것에 대한 놀람, 두번째 반응은 꽉잡으라는 말과 함께 좀 더 빨라진 스쿠터의 속력.
"허버버버버버법브브..."
심호흡을 거꾸로 하는 바람에 잠깐 숨이 턱 막혔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괜찮아졌다...? 라기보다 무언가 다른 감각, 마치 뚫려있는 고속도로처럼 팽팽하되 자꾸만 진동하는 의식의 끈 같은 느낌이었다.
롤러코스터보단 덜 쏠리지만 그런 상쾌한 감각을 15분씩이나 느꼈으니, 목적지에 도착했을즈음엔 이미 머릿 속이 하얘져있던 그녀였다. 다시금 정신을 차린건 생각보다 재밌지 않냔 물음, 한동안 맹한 표정으로 정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에 생기가 돌자 임시헬멧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머리카락도 다시금 풀려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쩔어!! 개재밌슴다!!"
스쿠터에서 비적비적 내리던 모습과는 다르게 두 손을 높이 뻗으며 그렇게 외쳤다.
"플라잉 동파육이 된거 같았슴다!!"
...의미를 알수 없는 감탄사였다.
좌우지간 장소를 아는건 정하니 얌전히 따라가는 그녀였지만 눈은 이미 골목 여기저기를 훑고 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해보이는 뒷골목, 빛이 제대로 닿는지조차, 누가 숨어들어있는지조차 모를 환경만큼은 정말로 스킬아웃 패거리들을 제압하러 출동한 저지먼트 같은 기분었을까?
"오... 역시 맛집은 이런데에 있는게 진리임까?"
정말 설마하는 생각이지만, 스킬아웃이 튀어나와서 어찌저찌 해결한다면 그 뒤엔 뭘 먹어도 맛있게 먹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망상이었다.
>>886 "그래.. 세상을 더 좋게 만드려면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사람 한둘로도 부족한데 오히려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드는데 일조하다니, 참 질 나쁜 사람이야."
청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옆에서 삼단봉을 휘두르자 손을 들었다.
"그렇게 휘두르다 다른 사람이 맞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오늘 처음 벌점 매긴 사람이 같은 저지먼트 부원이 아니면 좋겠는데.."
청윤이 나름의 경고 방식이었다. 그렇게 휘두르다가 떨어뜨릴 뻔 하자 본인도 놀라 황급히 잡으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게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라고 하려고 했지만 몸을 떨면서 지나가려고 하는 학생이 지나가려 한다고 수강이 청윤이에게 말하자 청윤도 이제야 그 학생을 알아챘다. 청윤도 그 학생이 지나가지 못하게 앞길을 막으며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떨고 있어? 괜찮아?"
학생은 청윤이 말을 걸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어갔다.
"그..그러니까.. 응..! 좀 안좋아서.."
청윤은 자신을 또 무서워 하는거냐며 그냥 보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상황이 좋진 않으니 어깨에 손을 올리고 평소 순찰할때의 딱딱한 목소리보단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몸수색 좀 해도 괜찮다는거지?"
...그렇다, 이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괜히 자기가 몸을 만지면 어색해질 것 같아서 조심히 수강이에게 자기 대신 몸 수색 좀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