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인첨공은 바깥과는 차원이 다른 과학 기술의 발전을 도모했고, 그 중심에는 2학구가 있었다. 그는 지금 2학구에서 한 섹터에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었다. 오늘을 위해 구두를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닦았고, 머리카락이 한 올도 뻗치지 않게 세심하게 포마드를 발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혹시라도 백의에 이물질이 묻을까 싶어 이곳에 도착하기 전 클리닝 서비스까지 받았다. 덕분에 그는 멀리서 보아도 깔끔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가끔은 연구에 찌들어 씻지도 못하고 게으름에 빠지고 싶을 때가 자주 있지만, 오늘만큼은 그러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손목에 달린 시계를 확인한 그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의 건물을 웅장한 신전을 보듯 경외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자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그의 꿈이 눈앞에 있다. 지금까지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가 인첨공에 처음 왔을 때부터 키워오던 꿈이 있었다. 데 마레와 함께 하는 것이다. 하이드로키네시스 연구로는 가장 역사가 깊고, 그 위상이 굳건한 꿈의 연구소. 인첨공이 아직 개발 단지일 때부터 설계도에 함께 있었고, 한때 큰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있지만 15년의 역사를 괜히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는 듯 다시금 우뚝 일어선 2학구의 연구소 중 하나에 그 또한 함께 하고 싶었다. 막연한 감정은 그의 진로를 정했고, 누군가는 그의 꿈을 보며 허황된 꿈이라고 코웃음을 쳤지만, 그는 그런 사람들을 어리석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꿈을 향해 달렸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면 교우관계까지 모두 내팽개치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길을 선택한 자신을 채찍질했다. 비록 데 마레의 일원이 되진 못했지만, 데 마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연구소의 일원이 되었고, 그는 오늘 막중한 임무를 성사시킬 수 있는 존재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것도, 스물여덟이라는 연구원 치고는 아주 어린 나이에!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문 앞의 보안요원들이 질문하자 그는 가슴을 쭉 폈다. "C 구역 오션스에서 왔습니다. 오늘 미팅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잠시 확인 절차가 있겠습니다. 연구원증을 볼 수 있을까요?" "여기 있습니다." 그가 연구원증을 꺼내자 보안요원 하나가 스캐너를 가져다 댔다. 그는 그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조치임은 알고 있지만, 내심 마음이 상했다. 자신을 못 믿는 건가? 장치는 삑 소리를 내며 녹색 원을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위조한 연구원증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자 보안요원은 그를 친절히 맞이했고, 그는 어깨를 으쓱이다가 의기양양한 태도로 안으로 들어섰다. 드디어 시작이다. 그는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노라 다짐하며 가슴을 쭉 폈고, 마침내 연구소장이 있을 방의 문을 정중히 두드렸다. "그런 이유라면 오션스와 연구를 같이 할 생각은 없습니다." "네?" 그의 다짐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무너졌다. 방금 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불과 25분 하고도 10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눈앞에서 자신의 우상을 마주하며 간단한 다과와 함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데 마레의 연구소장, 안승환이다. 오션스의 연구소장과 달리 그의 우상은 배불뚝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연구소의 사람들처럼 머리가 벗어진 것도 아니었다. 한때 스치듯 보았던 그 모습에서 세월만 조금 더해졌을 뿐이다. 희끗한 기운이 있는 머리는 단정한 가르마를 탔고, 둥근 은테 안경과 턱수염은 지적인 면모를 더했다. 거기다 세월의 흐름을 맞이하기 시작한 얼굴에 깊게 팬 주름은 그야말로 멋들어진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질문했을 때 표정을 일그러뜨린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어째서인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저희는 학생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고, 오션스의 커리큘럼 방침은 저희와 맞지 않기 때문이고, 저희로서는 해당 연구의 강도를 묵과하기 매우 힘듭니다." "하지만 발전이 눈앞에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에서 가져온 자료를 보신 뒤 재고해 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들도 모두 인첨공에 들어올 적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견디겠다 서명을 합니다!" "당신은 지금 이 일에 서명할 것 같습니까?" "네? 무슨 소리입니까, 전 연구원입니다!" "그리고 서명하는 건 아이지요. 연구원의 머리를 가진 게 아닌 평범한 바깥의 아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인첨공은 발전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학생들의 커리큘럼의 강도는 가끔 보는 자신도 괴로울 때가 있지만, 그만큼의 성과가 있지 않은가! 그는 지금껏 개화한 수많은 학생을 생각했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도. 이미 책임을 지겠다고 한 아이들의 몫이 아닌가? 절박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들에게 왜 저렇게 관대한 걸까! 아무리 데 마레가 여타 연구소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해도 결국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인데, 자신의 연구소가 뒤처지는 것을 개의치 않는 걸까? 그는 점차 감정적이게 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우상이 망가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치기 어린 감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 어떠한 사실을 떠올렸다. 연구원이라면 도무지 모를 수 없는 사실을. "소장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말씀하십시오." "혹시 데 마레는 혹시 연구기밀 유출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겁니까?" "뭐라고 하셨습니까?" "분명 과거에는 데 마레도 강도 높은 커리큘럼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달칵.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동시에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이제 막 잠에서 깬 것처럼 하품을 하며 부스스한 머리를 가진 조그마한 몸집의 학생과, 그 뒤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연구원 하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는 조그마한 아이를 보며 갑작스러운 짜증을 느꼈다. 아무리 이 연구소가 학생 친화적이라고 해도 그렇지, 노크도 없이 중요한 곳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이 묵인되는 것인가? 그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아이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연구원이 제지하지 않는 걸 보니 다른 사람들도 들어가지 말라고 막지 않았겠지! 무례하기 짝이 없다! "깼니?" "응." 그는 승환을 휙 쳐다봤다. 살벌하던 분위기 속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는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자신을 환영할 때도 저렇게까지 친절하진 않았다! 아이는 눈을 비비더니 다시금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시끄러워서 와 봤는데, 좋은 얘기가 나오는 건 아닌가 봐요." "소장님,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기, 있잖아요." 그는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내쫓기 위해 고개를 더 올렸다가, 몸을 우뚝 멈췄다. 어느새 다가온 아이가 그를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소장님이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데 마레의 소장이고 연구원이고 싸고도는 아이가 있는데, 그 녀석 눈만 마주치면 그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없다고. 그는 그 아이가 누굴 말하는 건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아무리 인첨공의 학생들이 커리큘럼을 거쳐서 휘황찬란한 외모를 가졌다고 해도, 이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아까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요. 그렇구나, 응." 어떻게 사람이 저런 눈을 가질 수 있지? 새하얀 원반 같은 눈동자는 금빛 기운만 희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물론 새하얀 눈이라면 인첨공에 널렸다. 하지만 그 궤를 달리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느다란 웃음이 아이의 얼굴을 덮었다. 야살스러운 호선을 그리며 길게 뻗은 속눈썹이 안구에 그림자를 드리우자, 금빛 색채가 점차 짙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양광이 되어 눈 주변에 부서지듯 색채가 산산이 흩어져 온전한 금안金眼이 되었을 때, 그는 깨달았다. "너는 목표가 아닌 시야를 더 넓게 보라. 너는 자신을 고작 한 큐빗에 담고 있으며, 한 큐빗이 전부인 줄 알고 있으니, 네가 보는 만큼 행하였을 때 사람들이 잠잠하였더니 그들이 너와 같은 줄 아느냐?"
저건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키는 눈이다.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무언가가 만들어낸 것으로 인식하는 제3의 존재와도 같은 시선이다. 저 아이는 절대 떠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시선을 마주하며 대화를 했다간 미팅이고 뭐고 성황리에 끝날 보장도 없었다. 그는 심리적인 불쾌함을 느끼며 시선을 피하더니, 연구 자료를 주섬주섬 그러모았다. "……미팅은 나중에 다시 와도 괜찮겠습니까?" "소장님께 저희 측에서 직접 연락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배웅도 해주지 않는 못돼먹은 사람 같으니! 그는 씩씩거리며 바깥으로 나선 뒤, 다시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나서, 고개를 돌리기가 무섭게 깨달았다. 아이가 건물 안 창 너머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이 마주치자 그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40 저는 그럭저럭인 밤을 보내고 있답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신입이 막막 들어와. 헤헤!
Q.그럼 대체 오버리미트와 인핸스드 스트렝스의 차이는 뭔가요? A.둘 다 강력한 힘을 내는 능력이긴 하나, 오버리미트는 힘만이 아니라 모든 신체능력이 전부 강화되는 것이고, 인핸스드 스트렝스는 근력만 강화된답니다. 그리고 오버리미트는 신체능력을 키우면 키울수록 더더욱 그 능력이 강해지고요. 대신 시간제이고, 휴식기도 필요하며 그 반동으로 체력도 많이 소비되지요. 하지만 인핸스드 스트렝스는 시간제가 아니며, 체력이 많이 소비되지도 않는답니다. 그래도 물론 기본적인 체력은 필요하지만요!
지긋지긋한 이론 공부라도 하루라도 빠트릴 순 없는 법. 공부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고, 능력 개발에 관심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저를 믿어주는 이를 실망시키는 건 언제나 두렵다. 그렇기에 오늘도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자리에 앉게 되는 거다.
"오늘은 시청각 자료야. 지난번에 준 책은 꽤 일기 힘든 것 같아 보였지?"
"그, 그렇진 않았어요! 열심히 읽으려고 했는데... 음..."
정곡을 찔렸다. 웅얼거리는 변명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연구원은 그저 등을 보인 채 영상을 재생시킬 뿐이다. 이레는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단조로운 목소리를 들으며 최대한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번엔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스읍, 숨을 들이켠다. 눈가는 찢어질 듯 확장되고, 동공은 짐승의 것처럼 수축된다. 긴장으로 인해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카본 섬유가 단단하게 딛고 선 발과 부푼 대퇴근, 웅크린 등을 타고 올라간다. 모든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는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발 끝에 힘을 준다.
팽! 하고 박차고 달려나가, 훈련을 위해 구비된 콘크리트 벽에 들이박혔다가. 데구르르. 뒷구르기를 한 바퀴 돌며 탄소 섬유를 벗는다. 하아. 한숨을 내쉬더니 시원찮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뜬다. 이번엔 될 줄 알았는데.
“낙조, 너. 또 능력 뺐다.” “뭐? 진짜?”
혀를 차며 중얼거린 아쉬운 한 마디에 곧장 날아온 연구원의 피드백에 눈을 크게 뜨며 누워있던 허리를 벌떡 일으킨다.
“아직 능력이 익숙하지 않다는 건 알겠는데, 슬슬 적응 좀 하자. 매번 맨몸으로 싸울 순 없잖아.” “끄응.” “넌 너무 겁대가리가 없어. 그러니 능력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어도 냅다 맨주먹을 콘크리트 벽에 꽂는 거겠지.”
윽. 뚱하게 조언을 듣던 낙조가 확인 사살을 당하며 화살이라도 맞은 듯 작게 신음을 흘린다. 그리곤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선다. 먼지를 털던 손등에 핏기가 비친다.
후우... 간만에 하는 풀파워 테스트. 약간 긴장이 된다. 가장 기본적인 수영복을 입고 3X3X3미터 정도의 수영장안, 가득 채워진 물 안으로 잠수한다. 인이어셋으로 들려오는 연구원의 목소리.
[3초 뒤, 테스트가 시작됩니다] [3] [2] [1]
수영장에 가득 찬 물이, 순식간에 연기로 변하기 시작한다. 습도는 이미 100퍼센트를 넘어, 안개처럼 자욱히 물이 뿌려진다.
[기록. X.X초, 전회기 대비 0.0X초 감소. 다음 시험 들어갑니다.]
지잉 하는 소리에 맞춰, 수영장 안으로 드론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드론의 소리보다 빠르게, 주변에 자욱히 깔린 안개가 드론의 위치를 알려준다. 주변 연기를 드론 안으로 침투, 빠르게 과열시켜 격추한다. 한기, 1시쪽에 한기. 6시 방향 두기. 12시방향과 3시 동시에 한기.
총 8개. 2개가 남아있다. 위치는...?
... 아오, 저기 유리창 바로 앞이네, 지들 창문 영향 안받고 할 수 있나 보자고? 그래도 내가 레벨 4인데?
오냐 해줄게.
드론 두개를 조금 거칠게 부수고, 그 파편을 압력을 이용해 유리창에 한번 던졌지만. 그래도 왠지 열이받아, 한방 먹여줘야겠다.
강화유리를 강하게 압박한다. 물론 대능력자 전용으로 강화한 유리인 만큼, 쉽게 부서지지 않겠지만. 계속 어떤 모양으로 물분자를 진동시켜 가열시키고, 빠르게 기화열로 약간 식혀주면.
[빠직]
...엿먹이기 정도는 가능해. 어딜 사람을 그정도로보고.
[지직 지지직,이봐, 진정하학생. 진정하게, 재물손괴로 신고당할 수 있어. 그것도 이런 모욕적인 문양으로!]
유리에 금을 가게 하자마자, 들려오는 무전, 시끄러워 인이어를 거칠게 빼면서 공기중 연기를 고정시켜, 계단을 만들어 수영장에서 걸어 밖으로 나온다. 몸에 묻은 잔물기는 빠르게 몸에서 떼어낸다.
"...아아, 이번달 지원금 줄겠네..."
욱하는성격좀 줄여야하는데... 짜증나게...
그래도 기록은 저번달보다 줄었으니 만족해야하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정하에게 최적화된 환경이라면 이런것까진 가능하지 않을까? 하면서 썼습니다. 나아름 레벨 4기도 하고?...적당히 오버파워면 캡틴이 짤라주겠죠 뭐~
이곳 인첨공에서 내가 그나마 잘 하게 된 것이 있다면 듣는 걸 빠르게 정리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로 넘쳐나는 세상에 살면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익혀야 하는 재주였다. 무능한 내가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을 들였는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추측컨데 부부장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부부장이 맞았다. 이름은 서한양. 머릿속에 기억해둔 명단에서 찾아냈다. 그의 능력과 레벨도. 3학년이라는 그의 학년보다 0레벨과 3레벨이란 격차에 속이 시리다. 지금껏 1레벨도 각성하지 못 한 나는 아마 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친절했다. 옷 정리하는 걸 기다려주었으며, 첫 소집에서부터 말을 편히 하던 부장과 달리 줄곧 깍듯한 화법을 쓰고 있었다. 군데군데 배려를 해주는 것이 보이지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겨우 준비를 마친 내게 그도 잘 부탁한다고 했다. 허리춤에 걸린 목검에 눈이 갔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대로 함께 학교를 나왔다.
순찰 업무의 내용 자체는 단순했다. 맡은 구역의 순회와 구역 내 발생한 사건사고의 대처 및 대응. 굳이 메모를 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라 머릿속에만 담아두며 그의 뒤를 따라 정해진 구역을 돌고 있던 중이었다.
진행 중인 구역 내에서 거친 쇳소리가 연달아 울리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딱 봐도 불량해보이는 사람 여럿이 모여 불법적인 도구를 들고 관리로봇과 주변 기물을 파손 중이었다. 그들이 만드는 소음은 확실히 주변에 민폐였으며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언제 피해를 끼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여섯 명 정도 무리 지은 그들은 저지먼트의 완장을 봤음에도 긴 쇠막대 같은 것을 들고 다가와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온갖 조롱과 비아냥을 해대며 언제 폭력을 휘두를지 모르는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메뉴얼적인 대응 뿐이었다.
"저지먼트입니다.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세요."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갔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나 싶어 한양의 눈치를 슬쩍 살필 수 밖에 없었다.
여섯 명의 스킬아웃으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쇠막대로 로봇이나 각종 기물들을 파손하고 있었다. 첫 날부터 운이 무지하게 좋은(?) 한양과 혜우. 혜우가 정석적인 방법으로 그들에게 투항을 권고할 때 들리는 소리는 몇 번 정도 울리는 휴대폰 카메라음이었다.
"자, 다 찍었습니다. 얼굴 다 사진에 있으니깐 얌전히 투항하시죠. 어차피 여기서 빠져나가도 안티스킬한테 잡힙니다."
"여기서 안 잡히고 나중에 잡히면 가중처벌이니깐 순순히.."
"아아-- 안경찐따가 뭐라는 거야?!"
'뭐이 ㅆ.. 안경찐따?!'
한 녀석이 건들거리며 한양에게 망설임 없이 파이프를 휘두르려고 한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스킬아웃은 쇠파이프를 손에서 놓치고, 휘청거리면서 잠시 기절했다.
"후배님? 무능력자의 기준으로 스킬아웃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려드릴게요. 아무 능력도 안 쓴다는 가정으로요."
방금 기절한 녀석.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힘을 주기 위해서 팔과 어깨를 뒤로 당겼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타격을 위해 휘두르려는 순간 한양이 한 스텝만으로 거리를 좁혀서 손바닥으로 녀석의 턱을 강타한 것이다. 즉, 녀석의 어깨의 움직임을 보고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일단 본격적인 가르침에 앞서서.. 주먹보다는 이 손바닥..장타를 적극적으로 쓰세요. 주먹보다는 리치가 짧지만 힘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거든요. 사용자의 부상위험도 적고요. 여성의 신체로 건장한 남성 스킬아웃에게 데미지를 입히려면 주먹은 생각보다 강한 무기가 아니거든요. 의심되면은 손바닥 밑부분으로 본인의 얼굴을 살짝 쳐봐요."
물론 장타는 외상이 아닌 내상을 입히기에 적절하게 위력을 조절해야 된다.
" 자, 후배님. 무기를 든 다수와의 스킬아웃을 상대하는 법. 첫 번째."
"바로 안티스킬에 연락하세요. 레벨 0 한두 명이서 연장질로 다구리 치는 녀석들을 무슨 수로 이겨?"
곧바로 왼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내서 안티스킬에게 연락하는 한양.
"안티스킬 호출절차에요. 보고 기억하세ㅇ..여기는 섹터 OOO 스킬아웃으로 추정되는 6명이 기물파손 및 특수폭행 중. 긴급지원 바람. 다시 한 번 알림. 여기는 섹터 OOO 스킬아웃으로 추정되는 6명이 기물파손 및 특수폭행 중. 긴급지원 바ㄹ..."
한양이 전화를 끝내기도 전에 다른 녀석이 쇠막대를 마치 검처럼 대각선으로 휘두른다. 그럼에도 여유롭게 반대 사이드로 슥 피하는 한양. 양손으로 움켜진 파이프, 오른쪽 대각선으로 쭈욱 올라가려는 양쪽 어깨의 움직임을 보고나서 공격을 예측하고 피한 것이다. 녀석이 자세를 다시 잡기 전에 한양은 빠른 발로 녀석과의 거리를 좁혀서 턱에 오른쪽 주먹을 스트레이트로 꽂아서 기절시킨다. 왼손으로 전화를 하면서 말이다.
"아, 저는 그래도 아직 주먹이 더 편하네요."
방금 장타를 설명해놓고 주먹을 쓰니깐 본인 딴에는 뻘쭘하다고 느낀 듯하다.
"야야..저 녀석 검 들기 전에 조져--!!"
"당신들 무언가 착각하는데요..제가 검을 쓰면요. 당신들 다 죽어."
네 명 정도 남은 스킬아웃. 하지만 방금의 교전으로 쉽게 한양에게 덤비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기 시작한다.
"자, 후배님. 이렇게 안티스킬에게 지원요청을 하면 됩니다. 곧 올 거니깐 우리가 여기서 좀 잡아두자고요." ---------------------- 좋은 전개다-!
송 낙조, 넌 되지도 않는 짓 그만하고 이미지 트레이닝부터 해. 화창한 날에 불쑥 날벼락이 떨어졌다. 여기서 날벼락이란 단연 선생의 저 한마디였고. 낙조는 그 즉시 반발했다. 그런 지루한 걸 몇 시간 동안이나 하라고? 선생, 미쳤어? 곧 정수리로 날아오는 L자 파일. 이게 틈만 나면 버릇없이 굴지. 고언과 함께 머리를 가격 당한 낙조는 아픈 기색 하나 없이 투덜대며 입을 삐죽였다. 간다, 가.
호밀풀을 불만스레 질겅이며 이미지 트레이닝 실로 들어간 낙조는 비치된 의자에 풀썩 앉아 둥글고 차가운 버튼 서너 개를 눌러 조작했다. 시야가 암전 되었다가 이내 가상 풍경이 펼쳐지면, 시시하다는 가상훈련을 수행한다. 한한 방향으로 밖에 질주하지 못하는 능력 특성상 급 커브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제1 목표. 그러나 낙조의 머릿속은 이러한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제 3학구 14번 도로 구석진 골목길 안에는 얼핏 봐도 질 나쁜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불량배들은 옹기종기 모여 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습니다. 서로 속닥속닥 중얼거리지만 뭐라는지는 가까운 거리까지 가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곳을 향해서 키가 180 정도 되어버리는 험상궂게 생긴 사내 한 명이 다가갔습니다. 그 사내가 가까워지자 불량배들은 뒤로 돌아 그 사내를 확인했습니다.
"어. 왔냐? 오늘은 조금 늦었네?"
"아니. 조금 일이 있어서. 어흠."
사내는 반갑게 맞이해주는 안경을 낀 사내의 말에 헛기침을 하면서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음담패설, 퍼스트클래스에 대한 욕, 그리고 그냥 잡다한 이야기까지. 정말로 다양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안경을 낀 사내가 손을 내밀었고, 험상궂게 생긴 사내의 손에 뭔가를 쥐어주려고 했습니다.
"뭐야? 뭘 주는건데?"
"뭐긴 뭐야. 늘 먹는 거 있잖아. 그거야. 마법의 약."
"마법의 약? 미안. 내가 오늘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이게 무슨 약이었지?"
"아. 너 바보야? 어떻게 그걸 잊어? 이걸 먹으면 능력이 강화된다니까! 이것만 있으면 말이야. 레벨4건 레벨5건 하나도 두려울 거 없어!"
"그렇단 말이지?"
이어 사내의 목소리가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여성의 목소리. 불량배들이 알고 있는 사내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바뀐 목소리에 불량배들은 깜짝 놀라 사내를 바라봤습니다.
"뭐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하아. 변신한 보람은 있었네. 정말 다행이야. 이딴 녀석으로 변신까지 직접 해줬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으면 엄청 짜증날 것 같았거든."
이내 사내의 전신이 꿈틀거렸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쨉싸게 뒤로 유연하게 세 번 덤블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팟하는 느낌과 함께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거기에 서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최세은'. 최은우의 동생이었습니다.
"너, 너, 너?! 뭐야! 민철이가 아니었잖아! 민철이 어디있어?!"
"최근 목화고등학교를 포함해서 다른 학교의 학생들에게도 비싼 돈을 주고 약 같은 것을 판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거든. 우리 오빠가. 그래서 조사를 했고, 어제 오빠가 너희들이 여기에서 모이는 것을 파악했어. 그래서 그 중 하나를 오늘 붙잡았는데, 워낙 저항이 심해서 일단 기절시켰고, 이어서 나는 내 능력을 사용했다.. 그 정도로만 알아둬."
"그러니까 너 뭐냐고!!"
안경을 낀 사내가 근처에 있던 쇠방망이를 들어올렸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강한 돌풍이 불었습니다. 영문없는 돌풍에 불량배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세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어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오듯이 은우가 땅에 착지했습니다.
"뭐야. 무슨 영화주인공이야? 완전 폼 잡고 내려오네."
"딱히 그럴려고 이렇게 내려온 거 아니야. 동생이 위험한 것 같아서 빠르게 끼이려고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지."
"도와달라고 한 적 없거든? 뭐, 그래도.. 일단은 신경써줘서 고맙다고는 해줄게."
"너희 뭐야! 대체!! 왜 눈앞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어!! 야! 저놈 뭔진 모르겠지만 당장 잡아!!"
바로 눈앞에서 가볍게 티격태격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안경 낀 사내는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외쳤습니다. 각자 칼부터 시작해서 몽둥이, 쇠파이프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들고 섰으나 은우는 피식 웃었습니다.
"한번만 경고할게. 좋은 말로 할 때 그거 내려놓고 손 들어. 그러면 다치진 않을거야."
"그렇게 말하면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그러겠냐? 야! 조져!"
안경 낀 사내가 은우를 향해서 쇠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주먹을 쥐더니 그 쇠방망이를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주먹과 쇠방망이가 부딪치려는 순간, 이내 은우의 전방을 향해서 강한 돌풍이 들이닥쳤고, 순식간에 불량배들은 풍압에 밀려 골목길 안의 벽에 충돌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은우는 주먹을 다시 쥐었고, 그 상태에서 주먹 안에 있던 '녹색 공'을 휙 던졌습니다.
펑.
담벼락이 일부 무너질 정도의 강한 충격이 그곳을 덮쳤습니다. 불량배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그대로 눈을 뜬 상태로 기절했고 은우는 가볍게 손을 털었습니다.
"일단 이 녀석들은 전부 포박하고, 안티스킬에게 연락하자."
"알겠어. 그건 그렇고 오빠. 이 약 말인데."
"나도 무전으로 들었어. 일단 다른 이들에겐 말하지 마. 좀 더 조사를 해볼테니까. 조만간에, 정말로 조만간에 모두 다 소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세은이 들고 있는 검은색 알약을 바라보며 은우는 조용하고, 무겁고 진지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세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195 이건 챕터1 스토리를 진행할 때 이야기할 생각이었고, 사실 첫 소집때도 살짝 이야기를 한 거긴 한데 기본적인 무장으로 삼단봉을 주긴 하는데, '살상무기'가 아니라는 가정하에 장비는 너희들이 자유롭게 해도 상관없다고 은우가 말한 적이 있답니다. 다만 '살상무기'는 안돼요.
아지가 건넨 음료를 받아들곤 이리저리 돌려 가며 관찰해 본다. 가령 상표명이나 성분표같은 것들. 아마 미숫가루같은 맛이 아닐지? 처음 맛보는 음료긴 하지만, 다행히도 입맛이 까탈스러운 편은 아니라 무난히 맛있을 것이다. 꼴깍! 한 입 삼키고는 나른하게 중얼거린다. 맛있네~.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들어오긴 했는디.“
손에 든 음료를 가볍게 흔들며 찰랑거린다. 그러고 보면 저지먼트부에 들어온 것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뭘 했는지 이야기 좀 할까 싶어 곰곰히 생각을 해 봤더니...
........ .... .
....충격! 생각보다 뭘 한 게 없다!........
이걸 허풍이라도 떨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연홍은 말이 없이, 그러나 예의 나른한 듯 웃는 그 얼굴로 정면을 주시하다가....
”.....마아... 낸 부장이나 부부장만큼 강하진 않코, 기양.... 서포트하는 느낌으로 있데이.”
티나지 않게 허풍을 떨 용기도 실력도 없었던지라, 조용히 사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우짜노, 활약같은 걸 들려 줘야 재미있을 텐데. 내는 능력도 딱히 물리적인 계열이 아닌기라~. 고개를 까딱.
“그래도... 인원도 팍 늘었으이까네, 여기저기서 저지먼트부가 활약하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 아이겠나.“
......기대된디~. 아지를 보며 웃었다. 너의 활약 또한 기대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강아지풀을 손에 들고 살랑살랑 흔든다. 작은 고양이의 뒷통수가 풀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동물과의 교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이라고 했던가.
온갖 꼬부랑 글씨가 가득한, 뭔지도 모르겠는 외국어 교재를 보는 것보다 오백만 배, 천만 배 정도는 훨씬 행복하고 즐겁다. 매일 이런 훈련만 가득하면 을매나 좋겠노, 이?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고양이의 귀여움만을 감상하다가, 냅다 한 소리 들었다. 귀엽다고만 보지 말고, 몸의 움직임이나 감정같은 걸 유심히 관찰하라나.
네에~. 하고 느릿하게 대답하기는 했으나, 얼마 안 가 결국은 다시금 고양이의 재롱잔치를 감상하는 시간으로 되돌아왔다. 지나친 귀여움도 가끔은 독이 된다!
>>283 크아아악~~|~!!!!!!!! 이 아기고영 어쩔건데~~!~!!!!ㅠㅠㅠㅠㅠ새침한 표정이 진짜대박짱이에요......🥺🥺 뭐라고요... 혜우 머리는 좀 더 이런 색에 가깝군요...... 앗싸리 내가해냄!!!!!!!!!1!!!! 아이.. 아이좋아.. 아이 귀여워....
희고, 노랗고, 분홍으로 피어난 꽃들. 사람의 시선을 끌고, 손길을 불러들이는 것들을 가만 들여다보면, 그런 꽃들 아래에는 빈 캔 이나 담배꽁초와 같은 것들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사람들은 지키라는 것을 왜 그렇게 지키지 못할까. 어려운 것도 아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이 쉬운 것조차도. 화단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라 적혀있는 팻말 아래에도 버려진 것들을 보고서 류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지금 류화는 한 손에는 봉투를, 한 손에는 집개를 든 채. 교내와 교외를 돌며 순찰 겸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화단이며 벤치 아래, 심지어 구석진 틈에도 쓰레기들이 가득했으니 유심히 살피고 다녀야 했을까. 특히나 교내 구석진 곳에서는 담배꽁초가 많이 나오는 것이었으니, 그것이 가장 못마땅스러운 것이었다. 앞으로는 순찰을 강화해야겠다며. 자리를 떠나기 전 주변에 더 주울 것이 없을까 살피고 있었으니. 우연찮게 너는 그런 류화와 마주쳤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류화는 널 의심하며 종종 지어 보이곤 하던 그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 표정은 사람 팬 건 아니죠, 담배 피우는 건 아니죠? 하는 늘 하던 의심을 말들을 해오는 것 같을까. 또 귀찮을 일이 생길 것이 분명하니 자리를 피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지만. 그렇게 떠나는 널 보고서 류화는 왜 도망을 치지, 무언가 수상하다고 느낀다. 그러니 당신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잠깐," 하는 말과 함께 다가오니. 옅게 공기 중을 떠돌고 있는 담배 냄새를 맡은 듯. 빠른 걸음으로 당신의 앞을 막아선다.
"잠깐, 잠깐. 뭐예요? 이 냄새?"
듣기에 따라 화를 내는 것 같고, 분명히 불만을 품은 말투로 네게 말하니, 류화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와 선다.
안 피웠다는 사람 근처에 서면 담배 냄새가 옅게 풍기는 것이었으니. 네가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을 잡느라 옷에 냄새가 밴 것을 류화는 모르니 여전히 너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슬쩍 피해 가려고 하면 기가 차다는 듯, 하, 하다가는 다시 네 앞을 막아선다. 그럴 줄 알았다고, 오늘 확실하게 증거를 잡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류화는 고집을 부린다.
"솔직히 말해요. 피웠죠? 그쵸?"
순순히 고백하면 선생님에게 말씀드리는 건 봐드릴 테니까요. 고백하세요. 하며 자신이 선심 쓰고 있다는 듯 말한다. 네가 진실을 말한대도 안 믿어 줄 것이 분명할텐데. 이 후배라는 녀석은 뭐든 답을 듣기 전 까진 비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내 기우는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듯, 한양은 침착하고 능숙하게 상황을 정리해갔다. 겨우 투항 권고를 하는 나와 달리 스킬아웃들의 사진을 확보하고 추가적인 투항 권고를 했다. 말과 행동 모두 여유가 넘쳤다. 그리고 자신감도 보였다. 그럴 리는 없지만, 레벨 3 쯤 되면 저렇게 당당할 수도 있는 걸까. 아니겠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상대들은 그들의 머릿수를 믿는 건지 순순히 투항하지 않았다. 한양을 향해 불쾌한 말을 하며 비꼬고 도발했다. 그 말을 한 스킬아웃은 그 다음 순간 기절했다.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한양의 빠른 움직임과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타격이 만들어 낸 현상은 실로 놀라웠다. 그 뒤에도 그랬다.
한양이 여유롭게 움직이며 설명을 해주는 동안 나는 가능한 눈으로 쫓으며 귀담아 들었다. 친히 무능력자의 기준으로 알려준다니 참 감사할 따름 아닌가. 능력을 쓰지 않고도 저만큼의 실력을 발휘하는게 내게 가능할 리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실제로 기절 가능한 기술과 신체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확실히 교육적이었다.
"네."
한양이 대치를 이어가는 동안 들은 것들을 머릿속으로 다시 복기하며 한양이 부른 안티스킬의 위치를 확인 중이었다.
"?!"
몸이 거칠게 흔들리는 충격에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기 전에 목을 조르는 팔의 불쾌한 감각과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남은 스킬아웃 중 하나가 위협적인 한양 대신 내게 달려들어 인질로 삼은 것이다. 단박에 숨이 막혀왔지만 그보다 불쾌한게, 이 팔이, 내 뒤의 기척이, 역겨운 목소리가,
있었다. 내 뒤에.
나를 인질 삼아 혼자 도망가려던 스킬아웃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붙잡은 나를 바닥에 내던지며 뒤로 주춤거렸다. 그 스킬아웃의 한쪽 허벅지에 길쭉한 물건이 꽂혀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내 손에 들고 있었던 터치펜이다. 깊지 않지만 제법 충격적으로 꽂힌 터치펜에 분노한 스킬아웃이 바닥에 주저앉은 내게 발길질을 했다. 똑같이 아파보란 심보인지 내 다리가 짓밟혔다. 교복 치마 위로 닳은 신발 자국이 푹 찍혔다. 스킬아웃은 연달아 나를 공격하려 했으나 그 한 번이 끝이었다. 내가 휘두른 손에 강하게 얼굴을 얻어맞고 기절해 쓰러졌다. 스킬아웃에게 휘두른 내 손엔 저지먼트에서 지급한 삼단봉이 쥐어져 있었다. 삼단봉을 든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스킬아웃을 보고, 그 다음 한양을 보며 물었다.
"이런 방식의 제압은 적절한가요? 선배님."
심장이 쿵쾅대고 제법 흐트러져 있었지만, 나를 챙기기보다 지금 방식이 적절한지 선배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래야 저기 주춤대며 도망치려 하는 남은 스킬아웃도 도망가기 전에 같은 방법으로 잡을 테니까.
연홍의 맞나, 가 그저 추임새인지 모르고 대답을 예쁘게 하는 아지다. 상표나 성분표를 찬찬히 보는 연홍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을 흘려본다. 당고와 비슷한 당도를 가지고 있어서 당고와 번갈아 먹었을 때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음료다. 맛있다는 반응에 한층 웃음의 밝기가 밝아진다. 부실 한켠에 조명이라도 켜진 듯하다.
"저랑 같네요오 이것저것 많이 경험했겠어요~"
음. 뭔가 들려주시려나? 자기 고개가 갸웃 기우는 건 눈치채지 못하고서 똘망똘망하게 연홍이 생각하는 것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도 좋아! 그렇게 생각한 눈이 어느새 웃고 있다.
"서포트하는 느낌이군요오~ 서포트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홍 누나는 어떤 능력이에요~?"
명단을 보는 방법도 있지만 눈앞의 상대에게 직접 듣는 게 좋은 것이다. 흐늘흐늘 그렇게 물어본다. 앞으로의 활약에 대해서는 "맡겨 주세요~!" 라며 한 손으로 충성하는 시늉을 해 보이고 헤헤 웃으며 내린다. 이 방실방실 웃기만 잘하는 후배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귀여운 아이들이 잔뜩 올라와 있길래 슬그머니 참가해 보면서 아침 갱신 😊 적절한 브릿지 파츠 있는 픽크루 찾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귀여운 걸 소개해줘서 고마워요 💕 말랑콩떡아기당고 연홍이 입에 넣고 와랄라 해버려야.......... 🤧 역시 아침은 바쁘네요ㅠㅠ 조금 있다가 다시 뵈어요 모두들 🥺
캬.... 성공했다 성공했어..... 나는 성공했어....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읍니다요........ㅠㅠ 이 귀여운찹쌀떡들 모조리 와락 끌어안고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뽀뽀세례 막 퍼붓고 싶은 마음......🥹 다들 귀여운 거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헤, 역시 그런 거였나? 그렇다면 공단 아저씨들도 너무하잖아~? 이런 맛집을 숨겨두고 자기들끼리 독점하다니 말이지. 치사하기는!"
안 되지 안 돼. 앞으로는 이 몸이 맨날...은 역시 무리겠지만! 아무튼 자주 들러줄테다. 그런데 정하 얘, 뭔가 얼굴이 조금 빨개졌지 않아? 더워서 그런가? 확실히 바깥 바람은 새찼으니까, 생각보다 기온차에 약한 애일지도...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정하가 이야기하며 손목 시계를 툭툭 건드린다. 처음엔 그 의미를 몰라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지만, 곧 따라오는 행동에 의미를 알아차리고 다시금 "오오!" 하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오오! 아니, 이야~ 굉장하잖아! 쩔자나! 역시 이게 인첨공의 수준인건가?!"
더 이상 촌놈이고 뻔뻔함이고 뭐고 없다. 왜냐하면, 종이도 아니고 냅킨에 수분으로 글씨를...! 정하는 역시 고수다. 고수야. 이런 건 확실히 바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마술같은 일이다. 영화에서도 이런 건 잘 안 나오지 않았나? 히어로무비나 블록버스터 같은 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일상적인 응용이지만, 그 점이 내게는 더욱 와닿았다.
"능력으로 수기한 귀여운 후배의 연락처, 잘 받아간다~! 헤헤, 응! 좋은게 당연하잖아! 맛집 투어 말고도 심심하면 제일 먼저 연락 할테니까~ 잘 부탁한다구? 오히려 정하가 먼저 질려버리는 거 아닐런지 몰라~"
키득이면서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뭐 나라는 녀석은 좀 하나에 꽂히면 그거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아마 당분간은 좀 귀찮게 굴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루도 안 지나서 읽씹 리스트 들어가 있는 엔딩은 싫은데! (알면 좀 자중해라 녀석아) 그러는 사이에 주문한 파스타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작은 식당이라 그런지, 사장님이 직접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장님... 범상치 않다!
"네에에?? 그래도 되는검까-?! 이러면 사장님 가게 폭삭 망해버리는거 아님까?! 아하하~ 그렇담 사양않고, 맛있게 먹겠슴다!"
이런 호의까지 받아도 되는 건가! 하지만 사양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어차피 이 이후엔 자주 들를 것 같고- (이 여자는 어떻게든 '항상 시키던 걸로' 주문을 성공 시키는 게 목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포크로 면을 둘둘 말아 입에 넣었고. 그 순간, 미간에 인상을 팍 쓰면서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큭... 뭐야 이거. 맛있잖아, 평범하게...!"
파스타는 흔히 가성비에, 만들기 쉬운 요리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깊은 맛을 내려면 웬만한 수제요리 못지 않게 수고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재료도 재료지만 이 면까지 스며든 소스... 이런 간단하지만 신경쓰기 어려운 부분들이 주인장의 기량이 제대로 돋보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있어서는 과도하게 멋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이 파스타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 본고장을 흉내내면서도 한국인의 입 맛에 적절히 로컬라이징한 것 같은 레시피가, 진심의 담백함과 충분한 고민이 느껴진다. 게다가 특히 이 디아볼로 파스타의 적절하게 매운 맛이 먹을 수록 자꾸만 식욕을 돋구고 있는 것이...
"흑, 인첨공에 이런 수준의 파스타 집이 있다니... 감동이닷."
이 이후로는 맛을 생각하고 할 것도 없이 엉엉 울면서 파스타를 우걱우걱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와중에 조연인 레몬 에이드도 좋았다. 청량하고... 뭐랄까, 신선하다. 보통 이런 집은 적당히 시중에 있는 기성품을 파는게 보통인 건데. 사장이 고집이 있어 식재료를 직접 공수하고 있다- 라며 정하가 말해준 그것은, 아무래도 에이드에게도 해당되는 말 같았다. 생각해보면 요 근래, 인첨공에 오고나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보는게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정하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나중에 제대로 갚아두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인데, 어쩐지 후배님 얼굴이 더 빨개졌네. 설마 방금 사장님 말 신경쓰고 있는 중? 귀엽다 귀여워.
"아하하, 괜찮아! 나도 여기 막 왔을 때에는 친구 없었는 걸!"
지금도 현재 사귀고 있는 중이고~ 라고할지, 딱히 친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 경계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지먼트의 동료들은 전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정하도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기쁠텐데.
"에- 그러고보니, 정하는 능력 계수? 라고 해야하나~ 레벨은 어때? 방금 그런 굉장한 것도 할 수 있었으니까 역시 레벨 3 정도는 되려나~?"
생각해보니 첫 소집때는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팀의 전력은 역시 파악해두는 편이 좋으니깐. 한 편으로는 레벨이란, 본질적으로는 '단계' 혹은 물리적인 '층'의 수를 의미하는 말이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고전게임에서 하나의 맵을 칭하는데까지 적용되고, 이후에는 여러 RPG장르에서 그것의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어쩐지 게임 감각으로 대화를 하는 것 같아, 인첨공 학생이라면 어떨진 몰라도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수업이 끝난 학교 도서관은 한산한 편이었다. 책을 빌리러 왔다 이곳에 눌러 앉게 된 까닭은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이긴다는 뜻인데, 현재 혜승은 옛 성현의 말을 따라 스스로를 알아가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소재공학]
촌스러운 파란색 그라데이션 위로 기교 없는 글씨가 그렇게 적혀있었다. 목차에서 야금학 파트를 찾아 페이지를 넘긴다. 본격적으로 금속을 다루는 이론이다. 본인이 다룰 수 있는 금속의 범위는 1학년때 대충 감을 잡았으니 이번에는 금속의 성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거다. 혜승은 안경ㅡ공부할때 꺼내 쓰고는 한다ㅡ를 고쳐쓰며 페이지를 넘겼다. 오랫동안 앉아있는 일에 재능이 있는 덕분에 괴롭지는 않았다. 한가롭고 따분한 수요일 오후였다.
>>0 현재 청윤의 레벨은 1, 능력이 존재는 하지만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나름 연습을 해보긴 했지만 은우 선배의 조언에서 연습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은 청윤이었다. 물론 직접 연습장에 가는게 가장 좋겠지만 사정상 가기 힘든 날엔 감각과 노하우를 잊지 않기 위해서 기숙사 방에서 계속해서 페트병과 캔을 쏴보기로 했다.
기숙사 방에 도착한 청윤은 넓적한 판을 들고 와 자신의 침대 머리 맡에 놓았다. 그런 뒤 그 위에 텅텅 빈 페트병과 캔을 놓곤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자리를 잡아 삿대질하듯 검지 손가락을 펴 공기탄을 한번 발사해보았다. 대부분은 잘 맞아 쓰러졌지만 5개의 표적 중 쓰러진 건 4개 뿐. 거리를 생각하면 애매한 실력이었다.
달려드는 스킬아웃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아닌 혜우에게 달려갔다는 걸 알아챈 한양. 바로 구하려고 했지만 다른 녀석이 한양에게 달려들어서 얼굴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하지만 한양은 혜우에게 시선이 팔려 있었다.
"어....?"
하지만 쇠파이프는 한양의 얼굴에 닿기 직전에 멈춰버렸다. 어찌어찌해서 본인의 시선에 쇠파이프가 들어오자마자 염동력으로 쇠파이프를 잡아서 멈춘 것이다. 한양은 그대로 오른발로 체중이 앞으로 실린 스킬아웃의 턱을 향해 앞차기를 찼다. 앞으로 밀어차는 무에타이식 '딥'이 아닌 상단으로 접어차는 태권도식 앞차기로 말이다. 강하게 차지는 않았지만 중심이 앞으로 쏠린 채로 카운터를 맞았기에 일시적으로기절하며 쇠파이프를 놓는 스킬아웃. 쇠파이프는 공중에 그대로 떠있다.
자신에게 달려든 녀석을 처리하고 다시 혜우에게 눈을 돌린 한양. 혜우는 자신을 뒤에서 잡은 스킬아웃을 뿌리치기 위해서 터치펜으로 녀석의 허벅지를 찔렀다. 일시적인 고통으로 놀란 녀석은 혜우를 뿌리치고 다리를 밟았다. 녀석은 다시 덤비려고 달려가지만 삼단봉을 정통으로 맞고 기절했다. 한양은 놀란 채로 혜우에게 달려갔다.
"괜찮아요?! 혜우양? 미안해요.. 제가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 탓이다. 후배에게 교육을 한답시고 방심해서 전력으로 상대하지 않는 내 불찰이야.'
이런 방식의 제압은 적절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혜우의 상태가 먼저인 듯 밟힌 상처를 보는 한양. 신발자국을 보고 자책을 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기 시작한다.
남은 두 녀석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혜우의 상태를 살피는 한양. 이때다 싶어서 두 녀석은 달려들다가 넘어지게 된다. 염동력으로 두 녀석의 발목을 일시적으로 잡아서 중심을 잃게 만든 뒤에 다시 풀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일을 할수 있는건, 인첨공 안에서도 손...으음...손...은아니고 한 5000명 안쪽이죠? 이렇게 말해보니까 엄청 많아보이네..."
냅킨을 조심스레 받아넣은 세나를 보며, 내 능력계수를 생각한다. 분명 저번 연구소에서 쟀을땐... 1700위 내외였던가... 냅킨을 받아드는 선배의 모습에, 새삼스레 신기할 수 도 있겠다는 감상을 가진다. 확실히, 우리는 일상에 능력이 녹아들어 있지만, 인첨공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사람이라면 신기할 수 있겠지. 우리 사촌동생도 매번 면회때마다 신기해하곤 하니까.
"별로 귀엽진 않지만요, 심심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언제든 시간나면 받을게요. 질릴만큼 연락하셔도 상관 없어요. 보통 제가 끌고다니는 편일걸요?"
항상 그러니까. 보통 뭘 하자고 해도 내가먼저하고, 어딜 가자고 한다고 하면 부담없이 따라가는 사람인지라... 뭐 정 안되면 집에 초대나 하지 뭐.
소담을 나누고 있자, 하나 둘 씩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확실히 신경썼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지, 평소보다 조금 더 해산물이 풍부하다. 이렇게 팔아서 남는게...있나? 한입 먹으려고 하는 순간, 코앞 얼굴이 크게 찌푸려지는걸 보고, 약간 걱정이되어 물어본다. 혹시 입에 안맞나?
"괜찮아요 언니..?"
이런 걱정이 기우였다는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듯, 바로 맛있다고 말하는 언니의 모습에, 조금 마음이 놓인다. 한숨을 휴우 하고 쉰 다음, 해산물과 함께, 면을 돌려 먹는다. 평소처럼 약간 단단한 면, 담백하지만 감칠맛이 가득한 한입. 평소처럼 먹고보니, 거의 접시를 빨아들이듯 먹고있는...울어?! 울면서 먹고계셔?!
"아니 언니 진짜 괜찮아요?!"
...정말 맛있어서 그런거같은데... 정말 감정이 풍부한 사람인것같다. 저렇게 자기 감정에 솔직한건, 약간 부러울지도 몰라.
그에비해 나는... 친구 없다는 말에 신경쓰여서 부끄럼이나 타고 앉아있었네...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세나언니는 나에게 자기도 친구가 별로 없다고 이야기한다. 상냥한 사람이야.
"그럼, 나이차이는 좀 나지만, 친구인셈 할까요?"
...조금 건방졌으려나?...조금 건방졌을지도 몰라.
"능력계수 으음...자세히는 기억 안나지만, 대충 1700쯤일거에요, 레벨은 4. 언니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많은걸 할 수 있을거에요...아마...이런것도?"
저 멀리, 한 30미터는 떨어진 바닷가에서, 자그마한 물줄기가 솟아올라, 수많은 물방울이 되어 하늘을 뒤덮다가.
달무리를 이루게 하고 나선, 비처럼 땅으로 떨어진다.
"사실 제 사촌들은 이런것보단, 이런걸 더 좋아하지만요."
자몽 에이드를 입에 가져대고. 빨대 끝으로 거품을 불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에이드라 거품방울이 생길 리 없었지만, 숨을 불어넣는대로 방울이 점점 커지고 결국 얼굴만큼 커졌을때쯤...
시기는 현재로부터 몇 달 전, 청윤이 1학년이던 시절이었다. 그때도 열심히 활동하던 저지먼트였던 청윤은 늘 그렇듯 순찰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학교가 조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발걸음에 뒤를 돌아보니 배트를 든 스킬아웃 둘이 다가오고 있었다.
2인 1조로 함께 순찰하던 동료가 앞을 보라고 말해 급히 다시 앞을 보니 앞에서도 스킬아웃이 다가왔다. 아무리 봐도 목표는 우리, 저지먼트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저지먼트에게 진압당하고 앙심을 품었는지, 아니면 학교 내에서 청윤의 벌점 기준이 엄격하단 소리가 돌고 있다는데 앞에서 둘, 뒤에서 둘이라. 스킬아웃들과 싸운 건 처음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봐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거, 불법인 건 아시죠?"
청윤은 딱히 긴장한 기색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옆에서 동료가 안티스킬에게 연락을 하곤 있기에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보려는 나름의 도발 수였다.
"이 상황에서도 그렇게 당당하다니, 이걸 맞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이미 눈이 뒤집힌 스킬아웃이 달려오며 배트를 휘두르려 하자 미처 삼단봉을 꺼내지도 못한 청윤은 급하게 그에게 달려들었다. 머리론 가슴을 빌고 팔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발로 손을 밟아 배트를 떨어뜨리게 했다. 하지만 직후 다른 녀석이 배트로 청윤을 공격했다.
배트가 머리를 스치듯 맞았고 얼굴 옆면이 벽에 제대로 부딪혔다. 놀라 청윤을 다급하게 부르는 일행의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앞이 흐릿했다. 땀인지 피인지 뭔가가 머리 옆으로 흘렀다. 하지만 청윤은 초점이 나간 눈으로도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머리를 맞춘 스킬아웃을 바라봤다. 당황한 스킬아웃이 미처 다시 배트를 휘두르지도 못하고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청윤은 그 불량배를 밀어붙이며 삼단봉을 꺼내 머리를 옆으로 내리쳤다.
맞은 불량배는 옆으로 쓰러지며 기절했지만, 그 사이 청윤에게 깔려있던 불량배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삼단봉을 든 손을 붙잡곤 배트로 치려고 하였다. 이에 청윤은 자신을 맞추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가까이 붙더니 얼굴을 손톱으로 붙잡곤 꽉 쥐었다. 불량배의 고통섞인 목소리도 잠시, 청윤은 조금 다리만 뒷걸음질을 치더니 벽으로 함께 달려들어 머리를 벽에 부딪혔다. 두 번은 무리였는지 결국 이 불량배도 뻗어버렸다.
때마침 일행도 두 불량배를 쓰러트렸는지 청윤에게 다가왔다. 일행은 청윤의 머리를 가리키며 피가 많이 나고 있다고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청윤은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곤 피가 흥건하자 이렇게만 말하곤 기절했다.
이후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청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들었다. 저 스킬아웃들은 저지먼트에게 한번 진압당해 앙심을 품고 있던 녀석들이었고 만만해 보이는 청윤 일행을 보고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경고의 표시를 하기 위해 습격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나마 둘이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았던 것에 배트를 제대로 휘두를 줄도 모르는 허접한 녀석들이라 살았던 것이다. 물론 그래도 불리한 상황에서 최대한 빠져나가려고 하기보단 무작정 달려들었던 것도 사실이기에 조금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배트에 맞았던 부상도 뇌진탕이라 몇주간 두통약을 달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잔소리와 두통보다도 청윤에게 더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그때 피투성이가 되어서 눈이 돌아가 막싸움을 벌였다는 게 스킬아웃과 양아치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고 퍼졌는지 그동안 엄격했던 것과 결합해 한번 탈선을 저지르면 배트에 머리를 얻어맞고도 어떻게 해서든 잡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신 나간 여자란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평상시 청윤의 모습을 아는 친구들이 많기에 탈선을 저지르는 학생들 사이에서의 소문을 제외하면 금방 잦아들었지만 자기 나름대로 잘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청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저지먼트에 들어가면 필시 육탄전이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천적인 체질과 배정된 능력을 고려해 서포트를 지망했으나, 일상적인 순찰에서까지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예상에서도 의외긴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도 그저 대처하면 그만이다. 비록 감정에 휩쓸린 대처라고 해도.
내가 한 명을 겨우 제압하는 동안, 한양은 또다시 능숙하게 공격을 막고 남은 셋 중 한 명을 제압하고 내게 달려와 내 상태를 살폈다. 나머지 둘이 도망치지 않을까 싶었지만 뒤를 보니 내 염려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한양은 내 상태를 살피면서도 능력으로 그들에게 대처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살피는 한양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거리를 두고, 표정 없이 그를 보며 대답했다.
"이런 상황도 생길 거라 예상하고 있었어요. 제 대응이 미숙한 탓이에요. 선배님이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내 목소리는 극히 평온했다. 이미 상황은 끝났고 처음부터 당황하지도 않았으니 당연했다.
한양의 능력으로 붙잡힌 스킬아웃 두 명이 바닥에 엎어졌다. 그 뒤에 안티스킬이 도착했다. 다 끝났다는 한양의 말에 말없이 치마의 신발 자국을 털었다. 아직 날이 추워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던 것이 부상의 표출을 막아주었다. 삼단봉도 정리해서 미리 허리에 착용하고 있던 홀스터에 걸었다. 정돈 끝에 접어두었던 가디건 소매를 조금 풀어 손을 덮었다. 한양에게서 벌린 거리를 유지하며 나는 다시 대답했다.
"걸을 수 있어요. 부상은 복귀하고 기숙사 가는 길에 병원에 들를 거에요."
아직은 순찰 중이다. 나는 의무를 우선하기 위해 몸의 상태를 살피는 것을 미루고, 스킬아웃을 구속 중인 안티스킬에게 다가가 사건 경위와 소속을 밝혔다. 사건의 확인과 신고 대상자의 구속을 마친 안티스킬은 빠르게 철수했을 것이다. 그 뒤에 한양을 돌아보며 다시 물었다.
"이런 경우, 상황이 종결된 후 순찰을 마저 속행하면 될까요? 그리고 아까 했던 질문의 답변도 듣고 싶습니다."
스킬아웃을 제압했던 내 방식이 적절했던 것인지, 나는 내 몸보다 그 사실을 선임자에게 확인 받는 것이 더 중요했다.
정하 : ...잠깐 저 흰색머리 선배님, 작년에 유명했던 그 선배님이야...? 우와...무서워...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왜... 아니 난 스킬아웃은 아니였으니까? 그냥 걔네랑 야아아악간 친했을 뿐이니까? 악질도 아니고 그냥 양아치같은애들이였을뿐이잖아? 내가 찔릴건 없긴한데... 저선배님이랑 부장님 눈에만 띄지 말자...
희야 tmi.. 어... 벌레를 잘 잡아! 그런데 잡다(물리적 위해)가 아니라 잡다(채집)를 잘 해서 교실에서 바퀴벌레 나오면 다들 잡아달라 할 때 확 붙잡긴 하는데 꾸물거리는 더듬이나 관절을() 신기한 듯 쳐다보더니 "얘 움직여!"하고 남한테 들이미는(...) 참사를 일으키곤 함...
근데 가끔 자기도 못 잡는 어마무시한 녀석이면 물리엔진 고장난 고양이처럼 펄쩍 뛰어서 책상 위로 도망칠 때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야구. 그렇지만 공을 잡기 위해 달리는 외야수들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은 것 같다...
"아하하, 뭐어야 남자들~! 그것밖에 안 되는 거냐? 오히려 조금 심심해지려고 하는데! 나 집에 가도 돼?"
그 목소리는 분명 운동장 전체를 내달리는 듯한 상쾌한 웃음이었지만, 명백히 그들을 향한 도발이기도 했다. 공을 잡으러 가는 그들은 이어지는 수비 실패와 똑같은 경기의 양상에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곧바로 굉장히 분한듯한 얼굴을 하고 만다.
"야, 뭐냐고 저 녀석은!! 던지는 족족 안타 내지 홈런이라니 작년 야구부 에이스도 저렇겐 못했다고!" "몰라... 아, 그러고보니 이번에 전학 온 애라던데. 2학년에 이름이 분명... '우산녀'였던가." "하? 우산녀? 뭐야 그게. 사람 이름?"
큭,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우산녀든 빠따녀든 내 알바냐! 이쪽은 고작 그 한 명 덕분에 이대로라면 거의 콜드 게임인 상황이라고! 젠장. 얼굴은 반반해서 야구 하나 모르게 생겨가지고. 적당히 놀아주고 쫓아내려고 했더니만 대체 뭐냐고. 아아, 하지만 마음대로 하게 둘 순 없지... 이쪽에게는 아직 남은 '카드'가 있다. 힘을 빌려 이기는 건 영 꼴 사납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 힘이 필요하다. 압도적인 힘이...!
"젠장... 안 되겠어. 어이, 비장의 카드다. '통곡의 왼팔'...!! 그 녀석을 불러 와!"
그렇게 교체 된 투수는 굉장한 거구. 특히나 양 팔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불어난 왼쪽 팔을 갖고 있는 큰 덩치 녀석으로, 커리큘럼을 일환으로 트레이닝을 거치다가 한 쪽 팔만 커지고 말았던―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사내다. 사내는 모자의 깊은 챙 아래 가려져 보이지 않는 눈을 한 채로 공을 받을 상대에게 담담히 선전포고한다.
"...여기서부터는 날뛰게 두지 않는다. 일단 그 기세를 눌러주지."
그가 달고 있는 칭호는, 비록 지금 그의 한탄스러운 처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나, 트레이닝으로 단련되어 무식할 정도로 비대해진 왼 팔에서부터 나오는 괴력. 그 손으로 내던지는 기교따윈 없는 초고속 직구는 도전해오는 타자 여럿의 마음을 무참히 꺾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 '통곡의 왼팔'이 되어 그렇게 불리우고 있는 것이다. 전장을 불문하고서 모종의 사연을 안고있는 상대는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 그렇지만 곧 그의 공을 받아낼 타자 위치에 서있는 세나 또한, 고작 그 정도에 물러설 정도의 위인은 아니었다.
"으음!! 그렇게 나오셔야지. 좋아, 언제든지 덤벼!"
확실히, 지금까지와의 어중이 떠중이와는 다르다. 세나는 상대를 인정한다. 하지만 그 위상을 간파하고서는 오히려 흥미로이 여겨, 씩하고 입꼬리 올려 웃음지었다. 그렇다면-
"...저 녀석, 저건...!"
이때까지 그저 마음 가는대로 배트를 휘두르던 그녀가 이번엔 수직으로 치켜든 배트를 어깨 쪽으로 끌어당겨 하나의 견고한 자세를 만들었다. 아니 뭘. 단순하기 그지 없는 자세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마치 톤보를 갖춘 무사와도 같은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왜인지. 그것은, 일생 모든 것을 담아 이번 일합만을 확실하게 때리는 것 뿐. 다른 것은 전혀 상정하지 않은 자세. ―이름, '사자왕 부수기'.
"저 녀석 설마, '통곡의 왼팔'의 공을 받아내려고 하는 건가?!"
대체 지금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런 건 상식적이지 않아!
"시끄러!"
당사자도 아니건만 오히려 자신이 질려버린 나머지 아연실색이 된 남자애에게, 그녀 말하길.
"받아내는게 아냐! 쳐내주지! 이 손으로 말야!! 헤헹, 홈 위에 다리 뻗고 서 있는 이상 그게 타자가 대답하는 방법 아니겠냐! 그러니 여기선 입 다물고 잘 봐두라고-!"
어이어이. 농담하지 말라고. 간이 큰 것도 정도가 있지. 넌 모르겠지만 놈의 강속구는 저번주 측정에서 이미 150km를 돌파했다고!? 속도만큼은 거의 세계 기록 수준이라고?! 그렇지만 타자에 선 그녀, 레벨 0의 전학생 한세나는 지금까지의 어느 순간보다도 즐겁다는 듯이 순수하게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잡담이 끝나기까지 묵묵히 대기하고 있던 '통곡의 왼팔'도 이제 중후한 거구를 움직여 투구자세를 잡기 시작한다. 그 자태가 흡사 기동하는 요새다.
"간다." "와라!!!"
아직 서있는 두 청춘의 의지가 교차하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야구였다.
>>507 오히려 이런 점이 멋있는 것 같은데요! >>514 저 양아치들도 보복 목적으로 소문을 냈다기 보단 그냥 조금 무서워서 말한게 퍼진걸거에요.. 결국 피해를 본 건 청윤이지만. >>520 참교육이 필요한 애들이에요! >>523 어마무시한 녀석이라.. 바퀴벌레나 그리마 같은 애려나요? >>526 어.. 이걸 대답해줄 줄은 몰랐는데?
고요한 거리에서 발걸음을 맞추던 그가 문득 내게 물었다. 밤을 향해 달려가는 하늘을 짙은 오렌지 빛으로 물들었고, 그의 머리색 역시 황혼 빛의 영향을 받았다. 그게 원래 무슨 빛깔이더라, 고민하고 있자니 그가 다시금 내게 물었다.
“이름말이야.”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아- 미안미안. 실없는 웃음과 함께 사과하며 잠시 생각을 더듬었다. 그의 이름이- 뭐더라? 가만가만 생각을 더듬어 봤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이렇게 같이, 노을 아래 귀갓길을 걷고 있는데도 나는 그의 이름 세 글자도 몰랐다. 그것이 문득 이상해서 걸음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깊게 집어넣은 채 빙글빙글 지은 미소가 하얗다. 아, 그래. 그는 하얀색이었다. 머리카락도 눈도, 도화지보다 희어서 기억에 남았다.
“다음에는 내 이름을 불러줘.”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어쩐지 별로 웃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혼녘과 함께 사라질 듯 아스라하기도 하고, 봄 열기에 녹아 사라질 것도 같고.
“외롭고 싶지 않아서 그래. 미안해.”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집에 돌아온 내 손에는 흰 종이로 접은 학 한 마리가 조심스레 앉아있었고. 기억 속에는 그 아이의 이름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그러니까, 그 하얀 아이의 이름은,
//0레벨이지만 그냥 이름만 남기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그마저도 금새 휘발되어 사라질 것이라면. 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모르겠-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눈이 달린 이상 이레도 산더미처럼 쌓인 초록색 물체가 브로콜리라는 건 아주 잘 알았다. 정확히는 그래서 왜 이런 걸 내 앞에? 라는 의문에서 나온 물음이었다. 본능적으로 브로콜리로부터 멀어지려던 이레는 연구원이 어깨를 잡아오는 탓에 그대로 멈추게 된다.
"이론도 슬슬 질리잖니? 오늘은 실전이야. 이 브로콜리를 사과라고 생각하고 먹어보렴."
요컨대 스스로의 미각을 교란시켜보란 의미였다. 그야 직접 느껴보는 게 감을 잡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건 안다만... 아무리 그래도 실패했을 때의 대가가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꼭 그래야..."
해요? 입을 틀어막은 브로콜리 탓에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순식간에 입안 가득 역겨운 향이 가득 찬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는 이상 뱉을 수도 없다. 어쩔 줄 몰라 양손으로 입을 가린 이레는 곧 순응한 듯 꿀꺽 삼킨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빠르게 포기하는 게 낫다.
"자, 아직 많이 남았어. 아~"
아아. 오늘 저녁밥은 브로콜리겠구나. 슬픈 생각을 하며 이레는 얌전히 두 번째 브로콜리를 받아먹었다.
>>618 혹시, 서류 업무를 할때 업무적으로 같이 처리하거나 개인적으로 부탁을 가끔 들어준다던가 하는 정도의 관계정도를 해도 될까...? 예를들면 스킬아웃 아지트같은거 알려달라고 한다던가, 아니면 어디어디 사진찍고오라고 심부름을 한다던가?
저지먼트에서 뭘 할지 아직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은것같아서! 활동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스타일보단 적당히 부탁받거나 눈에 띄는거 적당적당히 처리하는 느낌으로!...하면 좀 좋을것같아서, 세은이도 뭔가 부담없이 능력있는 반 친구한테 부탁하는게 다른 저지먼트 부원한테 부탁하는게 편할것같기도 하고?
하고, 과연 그렇게 울지는 않았지만, 정말 맛있어서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던건 사실이었다. 혹자는 오버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만, 내 입장에서는 이런 음식을 먹어보는게 정말 오랜만이라 감동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로 울거나 하는 약해 빠진 녀석은 아니니깐! 그나저나 '친구인 셈'인가~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드는 어감은 아니어서 의자를 당겨 앉아 조금 정정해본다.
"헤헤, 생색내기는. 친구인 셈이 아니라 이제 제대로 친구잖아~? 바른 자세는 좋은 거지만 내게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니까 괜찮다구."
중학교 저지먼트가 조금 빡셌다니까, 이해는 하지만서도. 내게는 그런 격식은 별로 어울리지 않다고 느낀다. 전학 온 주제에 뻐기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말이지. 연상이라고 해봤자 고작 1년 빨리 태어난 것 뿐이다. 게다가, 지금 알 게 된 것이지만...
"...엑. 정하 너, 그렇게 에이스였던 거야?!"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에 놀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내 계수가 100000 이하 언저리였기에 레벨 0이 발에 채이는 수준이라고 생각해보면 굉장히 높다는 감각적으로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내 앞의 후배님은 3도 아니고 무려 4씩이나 되는 초능력자였던 것이다. 평범하게 우등생이잖아... 가만있자, 레벨 4면은... 잘 모르긴 몰라도 최고가 5라니까 엄청 굉장한 거 아냐? 바로 밑이잖아. 진짜 엄청나구먼... 엄청나다. 응. 엄청나. (레벨 4니까 네 번 말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장도 레벨 5나 되는 국보급 인재였음에도, 어쩐지 정하만큼 와닿지는 않고 있었다. 봐주지 않는 건 둘 째치고 그다지 실력행사는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으니까 그런 거려나. 그리고 또, 한 편으로 '최고'라는 건 어쩐지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내게 있어서는 그랬다. 정하는 마침 또 솜씨를 뽐내듯이 말 그대로 초월적인 기술을 몇 가지 보여줬는데, 하나같이 눈뜨고 믿기 어려운 것들 뿐이었다. 직접적으로 이런 능력 행사를 보는 건 처음이라 너무 신기해서 빛나는 눈으로 "너, 마술사해라!" 라고 또 생각없이 말해버렸다. 그렇지만 순수한 감탄이었다구. 체에.
냅킨에 글씨 쓰는 정도는 3이나 2도 노력하는 정도로는 가능하겠지만... 건물 안에서 바닷물을 조작해 무대 효과에 가깝도록 구사하는 건 역시 4의 실력인가.
"뭐~ 나는 에어로 슈터라고, 바람을 쏘는? 그런 정도의 능력이라 레벨이 올라가도 정하 너처럼 그런 신기한 기교는 못 부릴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지금의 나는 레벨 0이라 상상도 과분할 정도지만 말이야. 후후."
에어로 슈터... 입으로 바람 부는 것도 해당 되는 거 아냐? 아직 뭐가 피부로 체감 되는 것이 없어서, 능력은 역시 잘 모르겠다고 느꼈다. 내심 능력 측정을 처음 할 때에는 레벨 3 정도 되는 통지표를 받고 '천재' 소리를 들어볼 생각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역시 일어나지 않나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었다. 레빌이 올라도 마술같은 기교는 무리다. 그렇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정하에게 생각을 조금 말해본다.
"그 대신에... 으음~ 그래! 대신, 만약 레벨이 오르면 내가 널 지켜줄테니까! 너는 위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어라~!"
뭐, 후배들 보살피는 건 어차피 레벨에 관계없이 선배가 해야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지금보니 생색부리는 건 나였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차피 전학 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 몸인데 뭐 어떤가 싶어서 그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한가하기 짝이 없는 오후였다. 물론 전날, 조금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그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던 은우였으나 일단 그 부분은 급하게 마음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 믿을만한 연구원에게 맡겨뒀으니 아마 조만간에 뭐라도 이야기를 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쭈욱 기지개를 켜며 부실 안으로 들어섰다. 조만간에 자동문으로 바꿀까 싶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구상은 아직 확실하게 잡혀있지 않았다. 일단 예산이나 그런 것을 생각해보자고 결심하며 그는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향했다.
그러는 와중 보이는 것은 후배의 뒷모습이었다. 그 어떤 색도 섞이지 않은 새하얀 머리카락. 상당히 인상깊었기에 누군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 뭔가를 하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인사나 할까 생각을 하며 그는 피식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가며 그에게 말했다.
"안녕. 후배. 저지먼트 생활은 좀 할만한 것 같니?"
자신이 아는 바, 눈앞의 이 후배는 1학년.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들어온 후의 분위기나 그런 것들은 알고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일단 확인이나 해볼까 싶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물었다.
흰 머리칼이 살랑거리는 소년이 한 명, 저지먼트 부실에 앉아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면 그건 아니다. 적어도 그의 손은 뭔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으니. ..사실 바삐 움직이진 않았다. 여유롭게 손과 손톱을 써가며 뭔가를 접고 있었을 뿐이지. 별로 집중하는 기색도 아니어서, 보라색머리 남학생이 들어오자 곧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 하얀 소년은 그를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상대는 유명인이었다. 이 넓은 도시에 얼마 없는 퍼스트 클래스이며, 무엇보다 소년이 속한 곳의 우두머리였다.
"앗, 부장님!"
우두머리라는 칭호는 그렇다 치고. 부장님이라고 부르니 뭔가 회사인 거 같기도 하고?
"물론 괜찮슴다. 다들 좋은 사람이고요."
소년은, 이경은. 알음알음 들려오는 소문들을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탈선을 저지르면 배트로 후려갈기는 사람이 있다던가, 싸움꾼인 저지먼트가 있다던가, 눈 앞의 부장님이 저기 바다에 누구 한 명 담궈버렸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딱히 비밀인 것 같지는 않았던 사실여부가 불투명한 괴소문들은 싫어도 귀에 들어왔다.
친구인 셈, 내 딴에선 어느정도 예의를 차리려고. 맞먹으러 들지 않으려고 한 말이였지만, 세나의 마음엔 들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의자를 가까이 당겨앉은채,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너의 친구야.' ... 솔직히 약간 기쁘지만, 내 핏 속에 흐르는 K-유교걸의 DNA가 반말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너무 예의를 차리는것도 실례겠지...으음...응. 최대한 편하게 해볼까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어.......요 세나언니"
역시 힘들어. 그냥 말은 천천히 놓는 방향으로 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자몽 에이드를 쪼옵 빨고있자, 세나는 꽤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나에게 그렇게까지 엘리트였냐고 되묻는다...새삼스러운데, 오히려 이렇게 강렬한 반응은 오랜만이라 조금 우쭐해진다.
좀더 칭찬하라구요 선배. 흔치 않은 레벨 4랍니다! 마술사요? 마술사는 가짜지만 전 진짜 초능력이라구요!
하지만 언니의 뒤이은 말에, 괜히 우쭐했던 기분이 약간 식는다.
"연습을 많이 했으니까요. 뭐... 대단한게 아니라곤 하진 않겠지만, 그렇게 거리를 두진 말아주세요. 그냥...뭐 팔 하나 더 달린 사람같은느낌이라구요."
...생각해보니 그쪽이 더 신기하다. 오히려 대단하다 보다는 돌연변이같은 느낌이라 기괴하지만... 그렇네, 능력자가 아닌 사람한텐, 오히려 나같은사람은 그쪽에 가까우려나?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자몽에이드를 마시고있자, 능력이 낮아 그런 대단한건 할 수 없다는 세나언니의 말이 들려온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도 레벨 2 때는, 손을 대고 있는 부분의 물기가 조금 빠르게 마르거나, 입으로 뱉는 입김을 엄청 크게 만들 수 있거나 하는 정도였으니까요. 오히려 언니는 언니대로, 더 엄청난 능력이 될지 모른다구요?"
공기 조작계라면...으음...
"발 밑에 공기를 발사해서 엄청 빠르게 날아다닌다던가? 아니면 엄청 빠르게 헤엄을 친다던가요!"
생각만해도 꽤 재미있을것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세나언니의 웃음에 참지 못해 한바탕 웃은 뒤. 레벨 4 까지 올라와, 지켜준다는 그녀의 당당한 포부에 차마 그 각오를 앞에두고 웃을 수 없어, 표정을 다지고 주먹을 앞으로 내민다.
"약속이에요?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응. 조금 오글거릴진 몰라도, 딱 좋은 약속이야. 이런 이야기를 들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다들 대단하다', '나는 저렇게 못되겠지', '나도 쟤처럼 태어났으면', 이런 이야기들만 들었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다.
물론 아직 본격적으로 큰 일이 터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좋았다. 아무 일도 없이 흘러가는 것이 제일 좋은 법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올해는 인첨공이 만들어지고 15주년. 아마 이것저것 행사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들은 것이 없었다. 아마 조만간에 공지가 나오는 것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자연히 눈길을 이경이 만든 티라노사우르스에게 향했다.
종이접기로 만든 것일까. 굉장히 잘 만드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싱긋 웃었다.
"잘 만들었네. 공룡 좋아하니?"
나도 좋아하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듯 하다가, 세은의 자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듯 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자신의 자리에 갔고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스킷을 꺼냈고 포장지를 정확히 절반으로 갈랐다. 당연히 안에 있는 비스킷도 절반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중 한쪽은 자신의 자리에 두고, 다른 한쪽은 이경에게 내밀었다.
"먹을래? 비스킷. 난 묘하게 입이 심심해서 말이야. 따로 달콤한 것은 가지고 있지 않고 이런 것밖에 없거든. 동생에게는 진짜 많긴 한데 건들면 아마 한동안 말도 못 섞을 것 같아서 말이야."
무섭단 말이야. 요즘 들어서. 이어 그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어쩔 거냐는 듯이 이경을 바라봤다.
이경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미소는 가벼웠다. 무게감 없고, 둥실거리고. 악의도 적의도 없다. 유들유들히 웃는 얼굴은 특유의 무채색이 주는 기묘함을 애매하게 허물었다. 딱 열일곱, 아직 철 없을 무렵의 남고생. 소년은 그렇게 보일듯도 했다. 무엇보다 저지먼트 부실에서 종이를 가져와 티라노사우르스를 접는 애한테 무게감이 있을 리가.
"공룡보다는, 종이를 좋아함다."
접은 형태에는 별 관심 없다는 것처럼 대답했다. 이경은 무심히 접은 공룡의 머리를 두드렸다. 힘 빠진 흔들림에도 종이티라노는 나름 굳걷히 중심을 잡았다. 톡톡, 은우의 말을 들은 이경이 티라노의 꼬리를 쳐 밀었다. 가질래요? 하고 가볍게 물었다. 그것도, 은우가 내민 비스킷을 받아가면서 한 말이다.
"주면 감사히 받죠. 티라노랑 교환하는 걸로?"
어차피 집에 둘 곳도 없다며 고개를 저은 이경은, 비스킷을 베어물었다. 바삭한 소리도, 맛도 나쁘지 않았다. 좀 더 단맛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감상은 혼자만의 것이다.
지루해, 한가해⋯⋯. 봄볕 따스한 말간 하늘 아래 우중충한 한숨. 여기, 동태 눈깔을 한 채 양손은 기계처럼 잡초를 뽑기 위해 움직이는 사내가 하나 있다. 올해 저지먼트에 입부 한 신입생으로 환경 미화를 위해 화단 관리를 맡았으나, 실은 몹시도 혈기가 왕성하여 얌전한 임무를 맡게 해 구석으로 밀어넣어졌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어쨌든 잡았으면 된 거 아닌가? 상대도 제 몸도 성한 구석 하나 없이 개판으로 만들어놨으면서 잘도 그렇게 꿍얼거렸다. 그러나 의외로 양손은 성실했는데, 문제는 상념에 묶여 저가 잡초를 뽑는 건지 꽃을 뽑는 건지도 모르고 있었다. 저세상으로 떠난 꽃을 인지조차 못한 채 죽 찢어진 흑안은 화단을 지나치는 인영을 포착했다. 낙조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좁히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다가 아! 하고 머리 위로 전구가 켜진 듯 입을 벌려 웃었다. 대강 프로필 같은 걸로 봤던 듯싶다. 저지먼트 부부장, 능력 계수 3. 이름은⋯⋯ 몰라. 아무튼, 중요한 건 우두머리 바로 밑.
낙조는 엉망진창이 된 화단을 뒤로 밀어넣으며 벌떡 일어나더니, 즐거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양손으론 손뼉을 짝짝!
“거기, 저지 어쩌구 부부장이지?”
날렵한 뺨과 이리저리 뻗친 장발에 흙이나 풀떼기 같은 걸 묻히고선 선배에게 시건방진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낙조는 환하게 웃었다.
저지먼트 부실 꾸미기 같은 거 맡기면 잘할 것 같은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진심을 시킬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애초에 꾸미기를 하는 환경미화를 한다면 모두가 다 해야하지 않겠는가. 사실 그보다 굳이 잘 보이기 위해서 그는 환경미화를 할 생각은 없었다. 가끔 대청소를 하기야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딱 그 정도였다. 자신이 이끌 저지먼트는 실적이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괜히 그런 곳에 시간을 낭비하거나, 에너지를 쓰게 할 생각은 추호더 없었기에 더더욱. 어쨌든 그가 권한 티라노사우르스를 은우는 받았다.
"좋아. 기념으로 받아둘게. 내 책상에 놔둬야겠는걸?"
비스킷을 주면서 그는 티라노사우르스를 자신의 책상 한쪽에 두었다. 기념으로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잘 가지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 부분을 손으로 톡 쳤다. 물론 쓰러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힘을 조절해서.
"어쭈. 너도 민감한 나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후배는?"
동갑이잖아? 그렇게 말을 하며 그는 장난스럽게 키득거렸다. 이어 그는 자신의 자리로 천천히 돌아갔고, 자리에 앉았다. 조금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는 듯, 그는 살며시 고민했다. 그러다 그는 이경에게 제안했다.
"후배는 저지먼트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나 그런 거 없니? 물론 저쪽 프린트물을 보면, 우리 부부장인 한양이가 만든 가이드라던가, 그런 것들이 있으니 그런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 궁금한 것이 없나 해서 말이야. 아. 물론 부원들의 개인정보나 그런 것은 안되는거 알지?"
그건 자신도 알 수 없고, 알아도 말하면 안된다는 듯, 그는 제 입에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했다.
>>715 정하 : 나 그렇게 대단한사람은 아닌데...쓰으읍... 나 못싸우는데... 그리고 특히 선배들! 선배들 엄청 무서운데요?! 스킬아웃애들이 웅성대던 절대로 엮이면 안될 사람 탑3가 전부 모카고 소속인줄 몰랐다구요!! 그냥 집 가까워서 입학신청했는데!! 뭐... 그래도, 시킬거 있으면 편하게 시켜주세요. 그런거 할때 편한 고레벨이잖아요? 아, 같이 수영장은 가고싶으시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수영은 좋아하니까
>>716 정하 : ...실례네! 소녀한테 그런거 묻는거 아냐!
>>721 정하 : 처음엔 저지먼트 친구가 도와달라고 하다가...회식까지 가서 들은건데, 어차피 이럴거면 차라리 저지먼트 소속이 되서 일하는게 낫다고 하더라구? 그렇게 중학교때 저지먼트 활동 시작했다가...어쩌다가보니 여기까지 왔어. 나름 만족중이야, 좋은 친구들도 만났고.
>>723 정하 : ?! 별로 안귀엽거든요! ... 뭐 오해야 많이 받죠, 특히 스킬아웃 애들이랑 같이 아지트에서 군고구마 구워먹으면서 놀고 있을때, 왠 저지먼트가 나타나서! 연기났다고 담배를 핀다고 그러는거에요! 능력으로 입김을 엄청 크게 만들었을 뿐인데!...확실히 스킬아웃 꼬리표가 안좋긴 해요.
>>725 정하 : ...이젠 너무 들어서 아무렇지 않아요. 으음...사고싶은거라고 하면... 저번에 봐둔 번화가 쪽 벽 하나? 건물주분한테 물어봤는데, 한 달정도만 연구비 아낄정도 돈이면 팔아준다고 하더라구요? 이제 거기엔 그림그려도 단속 안당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돈을 모으고있어요.
겸양을 부리는 것 같으나 고개가 살짝 올라가있다.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과거 양궁부에서의 실적도 좋았으니 이경의 손재주는 확실히 좋은 편이겠지. 실제로 이것저것 만드는 일도 곧잘 한다. 그걸 뭐라고 하던가? 촘촘한 망사? 판에 털실 끼우던 그거.. 아무튼 그거 어렸을 적에 좋아했었다. 좀 옛날 장난감인가?
"크레이프 사주시면 리퀘스트도 받아드려요~"
실없는 웃음이다. 하얀 안구는 은우가 티라노를 책상으로 가져가는 손길을 좆았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은 자그마한 종이 공룡을 보는 눈길이 가늘어졌다. 그것 역시 웃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어보였던, 무게감 없이 흐물거리던 것과는 결이 달랐다. 어쩐지 나긋하고 기뻐보였다. 친구가 생겼구나, 다행이다. 그 웃음은 금새, 바뀐 주제와 함께 떠나갔다.
"이야- 역시 부장님은 날카로우시네요. 물론이죠! 열일곱 새로운 학교에 들어서는 시기는 예민한 게 맞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다르죠? 그렇게 묻는 이경은, 아까 은우가 보았던 세은의 자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둘의 관계를 모르는 저지먼트 뉴비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조언할 생각이 없었다. 그럴 권리도 없고, 그럴 만한 말주변도 없고. 무엇보다 가족이지 않은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음.. 그럼.. ..저지먼트는 소란스러운가요?"
은우의 제안에 잠시,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던 이경은 살풋 웃으면서 그렇게 질문하였다. 곧 혼자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장갑이 없는 흰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며.
"예전에 저지먼트 홍보 중이던 선배님에게 질문했던 내용이에요. 당시 선배님 대답이 걸작이었는데!"
크레이프 말고도 다른 것도 많이 사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주머니 속에서 제 지갑을 꺼낸 후에 살며시 흔들다가 다시 주머니 속에 지갑을 집어넣었다. 물론 이경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 하다 못해 3학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은 뭐라도 먹으면서, 하지만 할 때는 하는 것이 바로 그의 스타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번 군것질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오빠는 곤란하기 그지 없다니까. 사춘기가 정말 제대로 들어오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야."
자신이 감당할 수 있긴 할까. 그거. 조금 걱정이 된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볼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는 와중 들려오는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소란? 글쎄. 소란스럽지 않을까? 올해 저지먼트는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분위기를 보면 뭔가 상당히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단 말이야."
현 멤버들을 떠올리며 그는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일단 떠오르는 이들이 몇몇 있었고 그런 이들 때문에라도 상당히 시끌벅적해지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그 홍보하는 선배는 어디의 누구고, 뭐라고 대답했었니? 너와 나의 비밀로 어때?"
갑자기 조용해져선 나직히 다시 나를 부르는 정하. 그 모습에 조금은 참아보려 했지만... 무리다! 풋, 하는 것을 시작으로 웃음에 제동이 전혀 걸리지 않았다!
"아하하하! 뭐야 그게! 초 어색하잖아~ 나도 당장 갑자기 편하게 하라고까진 안 한다구. 지금은 그냥... 응, 마음 정도만 먹고 있으면 결과 오케이!"
그렇게 어색하게 나오면 나도 어색해지잖아~! 그렇지만, 나아가는 데에는 언제나 시행착오는 필요한 법이니까. 저쪽도 정하지만, 지금의 이쪽도 정하다. 나는 어느쪽도 좋았다. 변하는 것은 항상 자신이다. 그래서 나는 슬며시 웃어주는 걸로 기다리겠다는 말을 대신해줬다.
"미안미안! 그냥 농담이었으니까. 그런데 팔 하나 더 달린 사람이라니... 하하, 스스로 취급이 좀 너무한 거 아냐? 아니... 오히려 그쪽이 더 희귀한가? 흐음."
레벨 4는 1700명 전후로 얼마든지 있다는 건데, 팔 하나 더 달린 사람... tv에서 밖에 본 적 없다. 아, 그러고 보면 가끔 게임하다가 팔 하나만 더있었으면 그느늑...!! 하는 때가 오긴 하는데. 그때는 확실히 도움 될지도 모르겠는걸. 그런 식으로 나는 대화 주제가 뭐였는지도 잊은채 '팔 하나 더 달린 인간'의 생각에 순간 잠겨버렸다.
"오오, 확실히... 그런데, 그때가 되면 네 스쿠터는 시시해져서 못타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큭큭 웃으면서 허무맹랑한 미래를 소재로 시시콜콜한 농을 던져본다. 하늘도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자가 되었는데 80km의 정속주행을 버티는 나라니... 그런 건 역시 잘 상상이 되지 않아! 그렇게 되기 전에 실컷 타두고 나중에 능력으로 되갚아줘야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정하에게는 기름 값도 아끼는 셈이 되니까... 호오, 오히려 이득일지도 이건.
"어어?"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앞머리를 흔든다. 여기서 능력이 갑자기 개화한 뜨거운 전개가? 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만화에서도 그러면 아무래도 욕먹지... 그저 눈 앞에 주먹이 들어와 있는 것 뿐이었다. 후배님의 작고 귀여운 주먹이었다. 그렇지만 그 얼굴에 맺힌 결의... 마냥 귀여운 것만은 아니다. 나는 조금 놀란 눈을 했다. 뭐야, 꽤 저돌적인 부분도 있잖아. 역시 재미있는 후배님이시다. 후후... 이러면 과연 받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만!
"...헷. 그래, 정하 네가 레벨 5가 됐든 6이 됐든-"
이쪽에서도 손을 꾹 말아쥐고서는 가능한 힘껏, 후배가 내민 주먹에 나의 주먹도 부딪혀준다.
"이 몸이 인첨공에 온 이상 쫓아가주겠어!"
이런 진심어린 소통은... 굉장히 오랜만인 느낌이다. 세상이란 곳에는 항상 진실만 있지 않으니까. 다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지금 이 파스타 속의 해산물들처럼 진실되게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 이후, 새로 사귄 친우와의 맹약을 맺은 세나는 기운이 너무 솟은 나머지 훈련삼아 야구부를 상대로 운동장을 엎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고 한다.
/ 정하주~~ 막레 할까요오오 왠지 그런 분위기라 각 잡아봤지만.... 어떻슴니까 ! (도야
내가 미숙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 했는데, 한양은 거듭 아니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다치면 바로 치료를 해야지 그런 사람에게 순찰을 계속 시키지도 않는다고 했다.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내가 여기서 더 할 수 있다고 나서봐야 선임자인 한양이나 부장이 불편하게 느끼니까 그런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간결한 대답 만을 입에 담았다.
"네."
한양이 막 떠나려는 안티스킬에게 나의 후송을 부탁했다. 그것에도 불만 혹은 불평을 표하지 않았다. 안티스킬이 가리킨 차로 가기 전에 대답은 다 들어야 했기에, 잠시 기다렸다. 한양은 친절하게도 내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적절한 대답을 해주었다.
"알겠어요. 명심하고 주의하겠습니다."
더이상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나는 몸을 돌려 안티스킬이 가리킨 승용차로 가려다, 멈추고 한양을 돌아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지도와 배려 감사했습니다. 선배님. 오늘의 벌충은 차후에 할게요.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인사를 남긴 후에야 정말로 자리를 벗어났다.
안티스킬의 차에 탑승해 목적지인 병원에 가기 전에 목화 고등학교에 들러달라고 부탁했다. 가방을 챙겨야 했다. 가는 차 안에서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 실제로 사람을 친 후의 감각이 아직도 손 안에 선명히 살아 있었으니까.
하고 대답한 이경은 가방에서 보라색 색종이 하나와 샤프를 꺼냈다. 그리고는 테이플 위에 두고 그 위에 뭔가를 적는 것이다. 무엇을 적는 지는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다. 말로 하고 있으니.
"부장님은.. 순찰이 아니면.. 나가지 않는.. 집돌이다..."
이 무슨 모함! 이 말을 들은 은우가 색종이 위를 확인한다면 '리퀘스트는 게시판에 올려주십셔'하는 글자와 함께 데포르메된 귀여운 티라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수 있을 것이었다. 이경은 줄곧 베실베실, 무해한 웃음을 얼굴에 걸고 있을 뿐이었다. 은우가 확인하고 나면 그 종이를 접어 학을 만들 것이었다.
"어쩌겠슴까. 가족인데. 부장님, 그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감당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물론 저는 따로 살아서 동생의 사춘기를 감당할 필요가 없지만!"
가슴을 쭉 펴고 말하고 있다.. 너와 나, 둘 만의 비밀이라는 말에 이경은 잠시 고민했다. 고민은 짧았다. 에이 그래도 별 일 있겠어? 있어도 내 탓은 아닌듯?
"으음.. 말해도 될까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살짝 망설인 뒤에 말했다.
"어딘가의 수도를 이름으로 삼고 계신 선배님인데, '저지먼트는 후배님이 생각하는 무뇌집단이 아니라고요'라고 외치셨던 거 같네요."
나는 무뇌집단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소란스러운지 물었을 뿐이지. 고요에 잠식되는 것도 달지 못해서, 난장판에 가까운 다채로움이라면 나도 색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그래서. 물어봤었지.
산책이란 단어를 들은 개나 츄르를 앞둔 고양이처럼 잔뜩 상기된 채 득달같이 달려나갈 준비만 하다가 마치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 동작을 정지시켰다. 재생 버튼이라도 눌러줘야 할 법한 행태는 삼 초 정도 지나서야 녹아내렸다. 낙조는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눈을 데굴 굴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고 대답하려다가 예. 하고 정정하는 것은 덤.
묘한 적막이 늘어지려던 순간 흙먼지 덩어리가 슬금슬금 그의 근처로 다가가 섰다.
“왜? 왜 안 싸우는데? ⋯요. 너, 가 아니고. 이름이 뭐, 뭐⋯⋯더라. 아무튼 싸워서 얼른 강해져야 한다고. ⋯요. 싸우면 좋아, 강해지는 것도 좋아. 몸이 가뿐해져. 어때, 나랑 주먹을 맞대볼 생각이 이제 들어? 요?”
놀리는 것이 아니다. 저 기대에 차 씩 웃는 얼굴. 낙조는 지금 존칭을 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시에 싸움의 장점을 설파하기까지. 장황하고 두서없는 말들을 정리하자면. 요컨대, 이런 좀 쑤시는 짓 그만하고 몸 좀 움직이고 싶다 이거다. 대충 높아 보이는 자리면 탐나는 것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착실히 화단을 정리하고자 몸을 돌렸는데⋯ 맙소사. 시야 바깥에 걸쳐있던 처참한 광경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하? 내가 다 정리하고 있었는데 누가 쑥대밭으로 만들고 간 거야? 잡히면 가만 안 둬.”
"아직 후배들이 나랑 따로 1:1로 외출을 하고 싶어하진 않을 것 같아서. 이전에도 없었고 말이야."
말하는 내용은 씁쓸할지도 모르나 정작 말하는 사람은 태연했다. 당연하지만 은우도 그 사실은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어쨌건 자신은 레벨5. 그것도 퍼스트클래스. 능력계수 7위였다. 좋건 싫건 정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이 자리에 올라서 많은 것은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것을 잃었다. 허나,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다는 듯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그거 부럽네! 하지만 나는 세은이랑 따로 떨어져서 살고 싶진 않으니까 참아볼까."
쿡쿡 소리를 내며 웃으면서 그는 비스킷을 하나 들어올린 후에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 놓여있는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이어 부팅이 끝나자 그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고 자신에게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했다. 업무, 공지, 스팸. 요즘 스팸 정말 많이 오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일단 메일을 정리하면서 들려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양이?"
수도라는 이름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무뇌집단이 아니라는 그 말에 그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작게 쿡쿡 웃었다. 대충 어떤 어조로 어떻게 말했을지 눈에 훤한 탓이었다.
"그러게. 무뇌집단은 아니지. 이래보여도 얼마나 신경써서 움직이는데. ...단지 조금 과격한 면이 있을 뿐이지. 그리고 난 평화를 위해서라면 그런 것도 조금은 필요할 수도 있다라는 주의라서 말이야."
마치 자신은 모든 것을 평화롭게 해결하지만은 않는다라는 방침을 말하듯, 그는 딱히 대답을 바라지 않는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다시 웃음소리를 쿡쿡 내며 이야기했다.
능력 연산을 방해하는 능력이라 함은, 본인 재량껏 그걸 깨우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어느 순간에 쓰는지도 중요하지 않을까? 한때 인트라넷을 휩쓸었던 안티스킬의 초능력자 진압 영상의 되감기 버튼을 다시금 눌러본다. 능력자의 능력 발동에 필요한 시간도, 본인에게 필요한 시간도 고려해보면... 손을 튕기려면 영상시간 약 4분 13초 정도에, 육성으로 소리를 내려면 4분 15초에 무언갈 해야 들이맞는다.
은우가 납득한 사실이 이경은 이상했다. 퍼스트클래스인 그가, 혹시 문제가 생길지 몰라 꺼려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해를 했을 것이다. 허나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이라면 이경은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것은 어쩌면 그의 특이성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쩌면 많은 후배들이 은우와 친해지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는 생각한다.
"우와.. 남매 사이가 참 좋으시네요. 부럽다!"
이만큼 사이가 좋으면 사춘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 이경은 은우가 괜한 걱정을 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방적인 호감이라면 모를까, 아마 사이 좋을 것 같고. 방금 접은 보라색 학의 날개를 잡고 흔들흔들 움직이며 은우가 일 하는 것을 보았다.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던 그 역시 사람 좋은 선배님의 무뇌집단이란 표현에는 웃음이 터지고 만 모양이었다.
한양 선배님 죄송함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한테 저지먼트 관련해서 가장 좋은 잡담거리는 이 정도인데!
이경은 나중에 이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검은 머리 선배에게 심심하고 심심한 사과를 남긴다. 한양을 떠올리며 천장을 보고 있던 이경은 은우의 이야기에 슬쩍 시선을 내렸다. 질문에 대한 대답,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활시위를 당길 때는 참 조용해요."
이경이 말을 꺼냈다. 실제로 그러했다. 주변이 얼마나 많은 소리로 채워져있든 시위를 당기고 있으면 고요하여서, 잡념도 사라지지만. 결국 혼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서. 너무 가까워서.
'뭐야? 반말하지 말라니깐 왜 멈춰? 나는 분명 텔레키네시스인데.. 나 소나키네시스도 쓰는 건가.. 말로 사람도 멈추게 하고..인첨공 나한테 돈 더 줘야되는거 아닌가..'
적막이 흐르다가 드디어 나온 낙조의 대답.
"내 이름은 서한양이고, 3학년이에요. 당신보다 선배거든? 그러니깐 똑바로 존대하시죠."
라고는 말했지만..존대인지 반말인지 저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어투. 대충 이 녀석이 존대를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감이 잡힌 한양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존대가 학습이 안 되어 있다..라고 판단한 한양이다. 왜 안 됐는지는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머리 아프니깐.
"어이, 후배님. 싸움얘기 그만하시고 화단이나 정리하라고요. 나 안 싸운다니깐?"
'누가 뽑았냐, 이 친구. 내가 뽑았으면 나 정말 부부장 자격이 없을지도. 괜히 이 친구가 부부장 자리로 맞짱뜨자고 한 게 아니네.'
자신은 분명 화단을 제대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얘기를 하는 낙조. 한양은 이에 대답한다.
인첨공의 대다수는 레벨0.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는 어떻게 비치는가. 그리고 이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이가 갑자기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면 어떻게 보겠는가. 그에 대한 답은 정해져있지 않았다. 허나, 그가 본 것은 많은 시샘과 질투였다. 물론 순수하게 축하해준 이도 있었으나, 이전처럼 지내는 것은 조금 힘들어진 이도 분명히 있었다. 대다수 후배들. 이를테면 올해 새로 들어온 후배들의 눈에 자신은 어떻게 보일 것인가. 그에 대해서 그는 확신을 가질 순 없었다. 그저, 이전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할 뿐. 허나 그런 생각을 굳이 말하진 않으며 은우는 딱 그 정도로 대답을 끝냈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들려오는 것 같자 은우는 살며시 눈길을 다시 이경에게 보냈다. 조용한 것보다는 시끌벅적한 것이 좋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다른 비유적인 것일까. 어느 쪽이건 의미하는 내용이 뭔진 대충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시끌벅적하게 지내면 되겠네. 조금은 힘들고, 피곤한 일도 있겠지만... 여긴 시끌벅적할테니까."
적어도 올해는. 그렇게 말을 마무리지으며 그는 비스킷을 집은 후에 입에 넣었다. 맛있네. 비스킷. 다음에 이거 또 사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쭈욱 두 팔을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참고로 나도 시끌벅적한 것이 좋아. 조용한 것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가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표현하며 그는 다시 노트북으로 화면을 옮겼고, 새로 올라온 보고서를 확인했다. 순찰 보고서. 스킬아웃이 나타났나. 그렇게 눈으로 천천히 읽으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817-819 아!!!!! 이거는 일상에서 물으면 준비 되어있는 대답이 있긴 한데요~~~~~.... 그냥 풀어도 상관없겠조!! (?? 음~~ 오너로서 대답하자면 세나는 뭔가 비교적 조금 평범한 캐릭터 같아서 뭔가 개성을 부여해주고 싶었구용 캐릭터로서는~~ 비 오는 날에는 반드시 비 맞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그 사람을 위한 거라구 말 한대여!!!
>>818 첫 인상여??? 일상에서 봐야 할 거 같은데 조금 어렵네오...... 일단은 순딩하지만 뭔가 모를 박력이 느껴진다고 생각할 거 같아용
>>819 이건 정하주의 817랑 통합할게여!!
>>825 허어어억 완전 있조~~~ 오히려 부장이랑 능력군 겹친다고 자기도 혹시 모르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구하네여 ㅋㅋ;
>>828 저두 모른대여!! (? 확실한건 160이상 200미만이에여!
>>829 "에헤이~~ 귀엽긴 뭘 귀엽다고. 응, 그래도 고맙다!" 일케 조금 부끄러워 하면서 멋쩍게 웃는대여
>>845 학생들 다 외모가 쩔었대여!! 농담이구여 ㅋㅅㅋ; 인첨공은 엄~~~청 넓은데 이게 다 학교라고 생각하니까 여러의미로 쩔었대여 (근데 저같아도 그럴듯.....)
대단하다고는 생각한다. 이 도시에서 일곱 번째로 강하다니 우와 개쩐다 하는 감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시기한다고 자신의 레벨이 오르는 것은 아니고, 질투를 품는다고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경이 이런 깨달음 비슷한 것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다소 특이할 뿐. 그는 레벨에 대한 집착이 없었다. 나쁜 사람이면 싫을 것이고, 좋은 사람이니 좋다. 이경에게 은우란 그런, 아주 대단한 우리 부장님 정도에서 끝난다.
다만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은 이름. 그저 그 뿐.
"뭘 하지 않아도 시끌벅적하다는 건 좋은 거 같아요. 즐겁고."
턱을 괴고, 보랏빛 머리의 리더를 보며 이경은 태연하게 말했다.
"이야 우리 잘 통하는 거 같네요. 나중에 같이 공원에 크레이프 먹으러 갈래요? 맛있다던데."
그러고 보면 부장님은 돈 많이 받겠지? 크레이프 하나 정도는 가볍게 사주지 않을까. 본래 선배는 후배에게 배푸는 사람이다. 하는 그런 기대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835 그 다른 사람들이 아지 애인으로 정곡을 줘팼다고 나까지 줘패면 (대충 3천원 비싸진 순살희야주)
희야가 평정심 잃을 때... 음~ 아무래도 자기 담당 연구원(삼촌이라 부르는 그 사람!)이 아닐 때랍니다~😉 싫다고 고집 피우는 수준이 아니라 엄청 예민하게 반응해~
>>837 ㅋㅋㅋㅋ 이건 오너 취향 털어가기잖아~ (이렇게 밑천까지 다 털려버림)
장발... 성별 미상..... 소매 모에..............
특히 소매 모에... 손 그리기 싫어하는 커미션주들을 위한 새로운 과제...(?)
>>841 중생아 아느냐... 목표라는 것은 허상이요 생이 끝나면 백은 남고 혼은 우주를 떠도니...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으랴...(대충 희야식 어쩌고)
농담이고 자기 자신 찾기 여행을 하기~ 애초에 대학교 진학을 하냐마냐... 가면 어디 과 가느냐... 근데 내가 가고 싶은 과가 있냐...가 문제니까 본인을 찾는다나 뭐라나~
>>846 음....
희야: 으음- 그러니까요. 이거랑 이거가 같은 패다 그거죠? 그리고 이걸 지금 희야가 가져가면 새가 다섯마리네요? 희야: 어라-? 이거 희야가 이긴 거네요-?
고스톱...🤦♀️
>>848 ㅋㅋㅋㅋㅋ... 부모님 유전자가 열일해주셔서...?(농담) 외적으로는 오너 취향이고, 내적으로는 그나마 머리카락에 시선을 두게 해서 눈으로 시선이 온전히 가지 않게끔 하는 이유가 있어~ 다른 이유도 있지만 아직 비밀~ 관리하기 힘들어서 머리는 대충 수건으로 몇 번 털고 감싸서 반쯤 마르면 머리를 빗어버린대... 그래서 늘 부스스한 나머지 웅크리면 털뭉치 내지 거대 고앵이~
>>870 피어싱~!! 중학교 1학년 때 우정 피어싱으로 뚫었던 거야~ >:3 그때는 뭣모르고 트라거스 뚫었고... '생각보다 안 아프네...?' 라고 생각했대... 어 부럽다🤔
아버지부터 할아버지를 이름으로 부르는 집안, 송 가. 놀랍게도 순도 높은 토종 한국 집안.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가서 안 샐까. 젖먹이 시절부터 고교생⋯. 유구하게 당돌한 반말질을 하였으나, 악의 없는 웃음과 바보 같지만 순수한 천성에 다들 그러려니 넘어가 줬다. 특히 후배들이 좋아하더랬다. 그러니까, 이렇게 일직선으로 튕겨진 것은. 낙조의 친화성 비결이 통하지 않은 것은 난생처음. 허나 고작 이거에 기죽을 낙조가 아니다.
“응, 선배. 아, 네, 선배.”
물론 신경은 썼다. 잘 안됐을 뿐이지. 아무튼, 낙조는 처음 생긴 ‘선배’를 힐긋 일별하더니 영 구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는지 묘하게 부루퉁한 표정으로 털썩 흙바닥에 앉았다. 화단 정리를 하라는 말에 “예에⋯⋯.” 하고 뒷말을 늘어트린 대답이 존칭어 쓰기 첫 성공이라는 점은 시원찮았지만. 나뒹구는 명을 다한 꽃들을 모아 한 군데에 모으고, 어설픈 잡초들을 설렁설렁 뽑아댔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가든을 재현해냈던 솜씨라곤 믿을 수 없이 평범하게 잘했다. 그러더니 흐음, 하고 미심쩍다는 듯 숨을 가만 흘려보냈다.
“선배, 선배. 운동 안 해? 요? 아닌데⋯ 이건 하는 몸인데⋯⋯.”
이런 몸을 가진 사람이 싸움을 싫어할 일 없다는 양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니 반으로 틀어올린 장발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렸다. 사람과 붙어있으니 한시라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선배는 더 강해지고 싶지 않아? ⋯⋯요.”
노력이 가상했다. 그건 화단 정리에도 해당이 됐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가든을 만든 게 자신이 아니라고 굳게 믿음에도, 시시함을 줄줄 흐르는 낯을 하고서도. 얌전히 정리를 하긴 했다.
>>946 어 어어 세은이랑 그런 소꿉친구인듯 소꿉친구 아닌 사이 가능할까? 세은이가 전학 온 반이 혜우랑 같은 반이었고 마침 옆자리가 되서 서로 인사하고 알고지낸? 초등학교 졸업 때까진 보통 친구사이로 지내다가 이후 중학교 진학하면서 갈라지고 고등학교때 다시 만난 걸로? 어떨까?
>>949 이거 이제 봤는데.. 음. 굳이 말하자면 세은이는 어과초와 어마금에 나오는 미사카를 모티브로 했어요.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따온 것은 아니고 그냥 분위기나 느낌 정도만 약간 어레인지 한 정도? 그래서 은근히 툴툴거리는 것도 있고, 공손히, 올바르게, 다정하게 말하기보다는 조금 툭툭 던지듯이 말하는 것은 있는데, 그럼에도 묘하게 마음이 약하고 친구들과 노는 거 굉장히 좋아해요.
은우의 경우에는... 딱히 특별한 모티브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강하기에 고독한... 그런 분위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요. 다만 너무 어둡게 사는 것보다는 가족도 있으니까 밝게 살아가는 그런 느낌? 딱 그 정도의 이미지만 가지고 만들었답니다.
>>972 세은이가 착한 아이라고 수경이를 인식하게 될 것 같네요. 그러면 쭉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 루트를 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더 심화적으로 하진 않을 것 같아서 여기서 얘기를 하는데 심화적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 있으실까요?
>>973 이건 수경이 쪽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지만 만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한 굳이 소개를 해주거나 하진 않았을 거예요. 오빠가 있다는 것은 아마 말했겠지만, 굳이 소개는 안해준다는 느낌? 딱히 독점욕이나 그런 것은 아니고 굳이? 내 친구에게 굳이 오빠를? 부탁한 것도 없는데 굳이? 이런 가벼운 정도일 것 같네요.
방긋방긋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는 아지다. 섬세한 성격이라면 '종종'도 아니고 '자주'도 아니고 '가끔' 인 점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레 카드를 정리하는 것을 돕는다. 그래봤자 손이 느려서 여로가 빠르게 카드를 겹칠 때에 아지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모아서 자아~ 하며 내밀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나야말로 고마워~ 정말 재미있다아" "운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이겼을텐데에"
가식 하나 없는 순도 100퍼센트의 미소가 여로를 향한다.
"정말??"
소원을 넘겨주려고 했다는 말에 놀란 아지의 입이 작은 o자가 된다. 금방 키득키득 웃느라고 o자는 금방 사라지지만서도.
"여로 넌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야~ 으응. 다음에도 자취방에 불러줘~ 보드게임 카페 같은 데에 가도 좋구우"
친구의 자취방에서 밤을 지내보는 건 처음이다!! 해가 지자 기숙사가 조금 걱정스러워진 아지지만 옆에 여로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걱정을 잊게 만든다.
"난 괜찮아아~ 그런데 이불은 덮고 싶다~ 우리 이번엔 이불 덮고 게임할까?"
최면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어쩌면 이런 방어력 없는 소년이라 효과가 잘 먹히는 것일지도... 밤샘하고 싶다는 충동에 아지는 자신의 몸을 맡긴다. 그렇게 밤이 깊도록 게임하며 내는 웃음소리가 있었다.
>>984 위에서도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은 굉장히 좋아해서 아마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연락은 자주 보냈을 것 같긴 한데.. 딱 한 번 중학교 1학년 겨울~증학교 2학년 봄까지는 연락을 누구에게도 안했을거고, 연락을 해서 보자고 해도 다음에 보자는 식으로 아마 힘이 없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