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굳었다. 말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내 아둔한 머리가 굴러간다. 내가 방금 들은 이야기의 저의를 파악하기 위해. 그야, 상식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야기니까.
첫째, 네가 거짓을 말하고 있을 경우.
1-1. 일종의 떠보기. 장난으로 받아줄 수도 있었다구요 하고 있는 경우. 하지만 이 경우라면, 너는 야나기하라 코우라는 네 연인을 두고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농담을 하는 사람이 된다.
1-2. 메이사 프로키온을 나에게 반영구적으로 '맡길' 의향인 경우. 내가 정 떨어질 법한 말만 하고, 협조해줄까말까, 너 그런 소문 신경 써? 이 쫄보야. 하며 성질을 긁어대서 완전히 정떼기를 하고 있다면. 글쎄, 난 그런다고 메이사 프로키온을 오래 맡을 마음이 없다. 애초에 니시카타의 부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이 경우라면 너는 헛다리를 짚은 멍청이가 된다.
둘째,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경우.
아니, 이렇게 나누는 게 무슨 소용이야. 셋 다 전부 같은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인데...
"너..."
나는, 니시카타 미즈호라는 여자가 불쌍했다. 음흉한 소문이 도는 당사자와 주먹다짐으로 해결 볼 생각도 안 해, 도발을 해도 꽁무니를 빼고 결국 주먹질 하나도 못하는 남자의 짝인 게 불쌍했다. 그래서 자기에게 무슨 소문이 엮였는지 파악도 못하고 그저 방긋방긋 웃고 있는 게.
누가 누굴 불쌍해 하고 있던 거야, 불쌍한 쪽은... ...아니, 다 무슨 소용이냐. 불쌍한 녀석따위 애초에 없었는데.
헛웃음이 난다. 냄새나는 것에 뚜껑을 덮었었다. 그걸 네가 단지째로 걷어찼다. 너에 대한 서운함, 배신감, 불신감, 실망감, 답답함, 투사했던 경멸과 혐오가 전부 뚜껑을 박차고 나와 흘러나온다. 이 판도라 같은 사람은 참, 왜 꼭 건드려도 이런 곳을 건드리는 걸까?
"하하, 너 진짜..."
이제 너에겐 아무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최저구나."
그것이 내 명확한 진단이다. 그래서 나는 상쾌해졌다.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난 명백히 최선을 다했고, 모든 게 망쳐졌을 뿐이다. 네 변덕 하나에 따라서.
이제 나는 너를 편하게 대한다. 애초에 다른 이들보다는 비교적 편하게 대했다. 언젠가부터 말을 놓고 있었으니까. 그야, 불쌍함도 하나의 감정이고 친밀감과 가깝다고, 나는 다이고에게 하듯 너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몇 꺼풀은 더 있었다. '유우가군은 싸가지가 없으니까 말에 소프트스킬을 좀 넣도록 해' 라는 방침에 따라 껴입고 껴입은 것들이 있었다. 그걸 내려놓는다면, 그 대상은 어떤 사람일까.
있는 그대로 나를 이해해줄 친애하는 사람. 혹은, 더 볼 필요도 없어 거리낄 것도 없는 사람.
네가 어느 쪽일지는 명백하지. 그래서 나는 너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숨막히는 위아래 문화와 이마가 익을 것 같던 운동장의 열기와 은은했던 무릎통증과 코치의 힐난과,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우마무스메에 대한 열등감으로 벼려진 내 말을 '거리낄 것 없이' 던질 수 있다.
나는 마주 악수했다. 손바닥에는 땀 한 방울 배어있지 않았다. 약간 차갑게도 느껴지는 네 손을 붙잡았다.
"미즈호야, 잘 들어둬."
"사바캔이 끝나고 너는 나랑 메이사 프로키온을 만나러 갈 거야. 그 때 네가 해야 할 말은 정해져 있어."
"너에게 덤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서 미안하다. 그 당시에도 경황이 없어 섭섭하게 대해 정말 죄스럽게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미안하다."
"이 이외의 말은 필요 없어. 만약 괜한 말을 해서 1착한 기분을 상하게 만들면...너 진짜 가만 안 둔다."
손을 놓았다. 나는 전혀 화나있지도 격앙이 되어있지도 않았다. 이제 소문이고 뭐고 아무 상관이 없어. 멋대로 해버리라 그래. 그런 상쾌함이 있었기에 오히려 산뜻했다.
어, 오늘 단속 있었나. 하지만 완벽하게 하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무적이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그건 지각하기 아슬아슬한 시간에 교문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 하지만하지만? 걸리지 않으면 문제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통과하려다가- 어째서인지 교문에서 복장단속을 하던 임시 담당 또레나에게 잡혔다. 아니, 우째서야.
"에- 나 제대로 하복 입고 왔는—"
약간 불만이 섞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무슨 종이가 눈 앞에 들이밀어진다. 뭐야 이게. 체험학습 계획서?
"...수업을 짼다니 그게 교사가 할 말이야...? 이 아저씨..."
트레이닝의 일환으로 체험학습인가? 근데 그런 것 치고 당당하게 수업을 째자고 말하고 있잖아. 어이, 이런 교사로 괜찮은거냐고 츠나센! 하지만 수업을 째는 건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인데? 게다가 인솔자도 있고 계획서도 있으니 이건 짼다기보다는, 그, 아무튼 합법에 가까운 거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 교실-이 아니라 교무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서류를 담임에게 제출. 아, 담임 표정이 애매하지만 대충 '사바캔 대비 트레이닝이 아?닐까요?'라는 말을 흘리자 어쨌든 받아줬다. 펜을 빌려서 서명하고 나서 다시 교문 쪽으로, 몬다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오~ 등교와 하교를 동시에 하다니 뭔가 기분 째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