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티슈가 담긴 상자를 들고 돌아온 다이고는, 티슈가 생각보다 부드럽지 않으니까 살살 닦으라든가, 뭔가 더 필요한 건 없느냐든가 하는 말은 잇지 못했다. 그야, 말을 들을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점에서, 다이고는 방 안을 달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티슈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방 안에 퍼지기도 전에, 발을 내딛는 소리가 현관문으로 향했다.
운동화를 신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슬리퍼를 낚아채듯 신은 다이고는 자그마한 마당을 지나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미 옥색의 궤적은 자취를 감췄다. 공기에 옅게 남아, 언제든 흩어질 것이 분명한 향기를 가지고는 뒤쫓을 수 없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흩뿌려지는 향기를 따라 달린다고 해 봤자, 정해지지 않은 길을 뛸 뿐, 그러나 다이고는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이미 달리고 있었다.
허나 작정하고 달리기 시작한 우마무스메를 히토미미의 두 다리로 따라잡을 수는 없는 법. 슬슬 후덥지근해지는 기온과, 긴장감 속에서 달려 빠르게 뛰는 심장으로 인해 열이 오른 몸은, 몸이 견디지 못할 열을 내리기 위해 땀을 내고 있었다.
헉, 허억, 하고 가쁜 숨을 내쉬며 멈춰 서서는 휴대폰을 찾았다. 그러나 급하게 나오느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이고는 이를 악물었다, 벌써 집에서는 한참 나왔다. 오히려 지금은 기숙사가 더 가까울 지경이다. 결국 다이고는 다시 달렸다. 다이고는 지금 기숙사의 사감을 만나고 있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온 다이고를 보고 깜짝 놀란 사감이었지만, 숨을 고른 다이고가 용건을 이야기하자 군말없이 레이니가 기숙사에 무사히 들어왔음을 이야기해 줬다. 턱으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친 다이고는, 고르고 골랐지만 여전히 가쁜 숨을 내쉬며 사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돌아가는 길에는 달리지 않았다, 팔자에 없는 달리기를 하느라 고생한 슬리퍼는 벌써 너덜너덜하다. 슬슬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바닷가이기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땀은 천천히 말라가고, 몸은 마르는 땀에 의해 식어가고 있다. 집에 돌아가면 바로 씻어야겠다. 잘못하면 여름에 감기 걸리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지친 발걸음을 옮겨 들어선 마당 한 켠의 바이크를 보며 다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미리 수리를 맡겨 둘 걸, 지금도 달릴 수는 있지만 시동 걸기가 까다로워지고, 언제 시동이 또 꺼질지 모르는 바이크를 탈 수는 없었음을 떠올리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마당을 지나, 현관을 넘어 들어서니 보이는 테이블에는 새우튀김과, 넘어졌다 세워져 삐뚤어진 의자, 맞은 편의 의자에 있는... 웃고 있는, 레이니 인형. 집에 도착하면 바로 씻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잊은 채, 다이고는 현관문을 닫고 삐뚤어진 의자에 앉았다. 한참을 인형을 쳐다보며 앉았던 다이고는, 몸의 땀이 다 식을 때가 되어서야 테이블 위에 있는 휴대폰과 수첩을 발견하곤, 수첩을 집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수첩이 벽에 맞고 바닥에 떨어진다. ─다이고는 나중에 수첩을 줍고 안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휴대폰을 집어든 다이고는 가장 최근 주고받은 메일 위에 떠 있는 이름을 계속 쳐다보다, 메일 하나를 보내곤 뒤집어 테이블에 엎어 뒀다.
>>0 나츠마츠리가 찾아왔다. 이 시기에 가장 큰 축제! 츠나센은 물론이고 츠나지 전체가 들썩거리는 큰 행사! 그런 행사에는 노점이 따라오기마련. 외부에서 찾아오는 노점도 있지만, 츠나지에 있는 가게에서도 노점을 낸다. 그렇다. 하야나미 역시 노점을 내고 장사를 하는 중이다. 규모는 그렇게 크진 않고, 적당히 참가만 한다는 느낌이긴 하지만.
"네-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구운 오징어, 생각보다 잘 팔린단 말이지. 맛있게 구워진 오징어를 손님에게 건네고 돈을 받는다. 사실 축제는 참가하는 쪽이 더 재밌지만, 어차피 내일부턴 파파랑 마마가 노점을 할테니까. 나는 내일부터 자유란 말씀. 오히려 제일 바쁠 때 놀러가라고 해주는 거라 감사하긴 하지만, 역시 일은 귀찮네에. 잠시 한숨을 쉬다가 매대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아이쿠, 또 손님인가.
"네- 어서오세요~ 어라, 스트라토잖아? 안녕~ 축제 즐기고 있어~?"
우연이라고 할지, 좁은 츠나지인 이상 필연이라고 할지. 매대로 다가온 사람은 굉장히 친숙한 얼굴이라. 오징어를 굽던 손을 잠시 멈추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