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어딕트 「...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음. 역시 떠나는군.」 쇼츠 어딕트 「이 잔디가 그리울 겁니다. 하지만... 『시대를 만들어나가지 못한 우마무스메』에 속해 있다면 어쩔 수 없겠죠.」 「자책하지 말게. 달리기는 『시대』나 『세계』 같은 거창한 무대 위를 뛰는 종목이 아니야. 두 다리로 이겨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두 다리로 딛고 있는 발밑의 땅이지... 앞으로는 어떡할 계획인가?」 쇼츠 어딕트 「글쎄요, 어디 코치나 트레이너 채용을 구해 보든지, 아니면 라멘집이라도...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 마침, 보잘것없지만 내가 알아 둔 자리가 하나 비었는데 말이야.」
【봄 피리어드】 2턴: 9/18~10/1
벚꽃이 떨어지고 한층 더 파릇한 새싹 기운이 츠나지의 산자락에 깃들었습니다. 등교길을 따라 피어 있는 들꽃들을 보며, 앞날의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는 나날을 보내 보아요.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9/23), 우니상(9/30)
【마츠리 전전야 체육제】 9/25~10/1 (situplay>1596959105>1-2)
나츠마츠리가 다가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 츠나센 학원에서도 지역사회와의 협력 하에, 나츠마츠리를 앞둔 시기에 체육제를 열기 시작했죠. 자, 온천여행권을 쟁취할 시간입니다. 【링크】
적어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하지는 않는다, 뒤늦게라도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걸로 지금은 됐다.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실망하는 건 안 된다. 기대에 부응한다면 칭찬하고, 그러지 못했다면 격려해야 하는 법이다. 그게 무엇이든 길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건 아닌데, 아무래도 이 주변에서 나는 재료들로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
츠나지는 해산물이 유명하다. 그래서 카페테리아의 메뉴도 거의 해산물이지 않은가. 해산물에 담긴 영양분은 아주 좋지만, 너무 비슷한 것만 먹다 보면 조금은 질릴 법도 하지. 그렇다고 다이고 자신이 해산물에 질렸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양껏 해산물을 먹어본 적은 처음이라 약간 주춤했을 뿐.
"진짜? 다행이네~"
다른 주먹밥들은 평소에 만드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에비텐무스의 경우에는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 히다이에게 전수받은 튀김과 자신있는 주먹밥의 조합, 어떻게든 합쳐 보려고 고향집에 연락했더니 어릴 때 많이 해 줬던 에비텐무스 레시피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우튀김이랑 같이 먹을 방법이 없나 찾아봤더니 이런 게 있더라고, 어릴 때 자주 먹었는데 먹어본지가 오래라 까먹고 있었어."
오리지날 레시피냐는 말까지 들으니 기분이 상당히 좋다. 다이고는 웃으면서 에비텐무스를 하나 집어 물었다. 바삭한 식감과 촉촉한 쌀, 그리고 김의 감칠맛이 함께 느껴지는... 음 맛있다.
"응 그렇지, 레이니도 나간다고 했어."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운동회에 나가고 싶어할까 조금 의문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열심히 해주는 모습이 아주 좋아서, 다이고는 미소를 지으며 주먹밥을 씹어 삼켰다. 그리고 야채무침까지 함께 먹어주면, 다소 느끼할 수 있는 것까지 잡아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식사.
죽을뻔 했다는 너의 말에, 나는 눈을 휘며 작게 웃었다. 죽을 뻔 했다라. 그거, 잘 알지. 레이스에서 목숨을 걸고 뛰는 우마무스메, 솔직히 지금 단계에서는 나만 있는줄 알았는데. 뭐, 전력으로 뛴다는건 믿어 의심치 않지만.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있는건. 그것도 미승리전에서, 목숨을 걸고 뛴다는것은. 아아. 눈을 몇번 깜빡이고서는 널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냐, 라는 말에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도시락을 비우는 널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 시니어가 아니라. 클래식이었지."
"미안, 벼랑 끝 까지 몰려있던게 길어서, 좀 헷갈렸네."
제법 어리숙해보일법한 말실수였기에, 좀 부끄러운듯. 뺨을 긁적이면서 대답했고.
"그거, 변명이랑 다를바 없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어?"
진지한 목소리로, 네게 그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학원을 졸업한 뒤, 겨울이 오면 끝이야. 우리의 선수 생명은 아주 짧아. 봄 한철에만 볼수 있는 벚꽃이 그래서 아름답듯."
"드림트로피?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 하핫. 지방 G3레이스에서 허덕이는 우리에게 과연 그런 허울 좋은 말들이, 쉽게 다가올수 있을까?"
"무엇을 얻고 잃느냐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우리에겐 분명히 끝이 다가오는 시간이 있고, 꿈을 놓아주어야 할 때가 다가오는 시간이 있고, 꿈을 마침내 이룰 시간이 있어."
"우리의 앞에 놓여진건, 수많은 가능성이잖아. 그러니까 두려워. 그리고..."
"그 두려움을 안고 한걸음 더, 나아가야하지. 그렇지만, 응. 두렵네. 그게 지금 내 솔직한 심정."
나는 약하니까. 너희처럼 빛나지 않으니까. 그저 변명으로 나를 빛내고 있는거다. 광택제를 바르는거라고. 그런데 말이야.
"너희는 아직 피어나고 있잖냐."
나? 당연히 아니지. 피어나고 말고의 이야기가 아니다. 애초에 불가능에 도전하는 중에 있으니 아직 피어나기는 커녕 무엇도 이루지 못했다. 겨우 1승. 이제 겨우 1승. 목표인 개선문까지는 아직 멀기만 하다. 그래, 이루지 못할 꿈이다. 허울 좋은 말이지. 그게 뭐 어쨌냐. 내가 꿈을 꾸겠다는데!!! 내가 꿈을 꾸겠다는데 네놈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래, 너의 두려움을 내가 안다. 외면하려고 하면 할수록 목을 죄어오는 압박감에 죽고싶어지겠지. 아 그래 나 역시 그렇다. 아직도 그날의 꿈을 꾸는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해서 이불에 안겨 떨며 밤을 지새운다고. 그 개같은 시선이 무섭다. 나는 이렇게 홀로 서있는데 그 녀석들의 눈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렇게 무서우면 지금은 내 등을 보고 달려."
"길잡이가 필요한거 아니냐!!! 최악의 선택지는 내가 먼저 갈테니까 진정이 되면 따라잡으러 오라고."
"우린 아직 세번째코너를 돌지도 않았어. 스퍼트를 거는건 나중이라도 괜찮아."
물론 나는 추입이라도 처음부터 전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지만 말이다!!! 탁 하고 마지막 그릇이 내려놓아진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새우튀김도 이제는 바닥을 보였고 동시에 공복도 어느정도는 채워졌다. 그리고 좋은 것도 보았다.
"거기서 말할거면 타카라즈카지. 난 마구로고 뭐고 모조리 이겨서!!! 개선문에 갈거니까. 내 뒤에서 스퍼트를 걸거면 그 정도는 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