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잠깐, 코우의 눈썹이 꿈틀댄다. 역시 소문대로였었나. 히다이 트레이너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말마따나 진지한 고백은 아니었을 거다. 먼저 사과까지 해왔는데, 괜히 이쪽 화를 돋굴 일을 만들겠냐고. 뭔 수가 있으니만큼 그런 악수를 둔 거겠지. 가령, 고백하고 차였다는 소문을 낼 생각이었다던가.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했을까?
"하하하..."
실소같은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웃겨서? 아니,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 사람이 진지하게 나왔다면, 어떻게 했을 건데? 짓궂은 생각이다. 진심일리 없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얼굴에 기필코 주먹을 꽂아줄 거지만. 절대 뺏기지 않을 거니까, "...별 일 아니었네." 너도 다른 녀석들한테 눈 돌리지 마. 어색한 웃음을 지우고서, 코우는 미즈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 턱을 잡아당겨 입술을 포개어오려 한다. 입맞춤은, 오래도록 이어졌을지도.
그래도 히다이 형 앞에서 먹었던 도시락보다는 훨씬 낫다고 보는데! 레이니가 자연스럽게 히다이를 몬다이로 부른 것에 대해, 지극히 자연스러워서 자연스럽게 그 역시 넘어가 버린 다이고는 웃음을 터트리는 레이니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만다.
"뭐 뭐 넣었는지는 아는데, 지금 보니까 겉만 봐선 모르겠네..."
만들때는 신나서 재료를 집어넣었으나, 막상 만들고 나서 뭐가 뭔지 구별할 방법 따위는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복불복 주먹밥 같은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입가로 다가온 주먹밥에 말을 잇는 대신 한 입 베어문다. 우물우물, 주먹밥을 씹으면서, 그 틈에 이어지는 레이니의 목소리에 다이고는 귀를 기울였다.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지금 레이니의 입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
씹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가 싶더니, 꿀꺽 하고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버릇처럼, 아니, 버릇 대로 손이 입가를 가리고, 시선은 레이니가 아닌 다른 쪽으로 향했다. 올 것이 왔구나... 같은 감상은 아니었다. 그야, 이미 몇 번이고 대답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뜸 들였구나." "둘만 있을 때 이야기하려고."
입가를 가린 손 때문에 소리는 한 꺼풀 덮인 채로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있잖아, 레이니."
크흠,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입가를 가리던 손은 내려가고, 시선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 레이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내리든, 눈이 오든, 티 없이 맑든, 흐리든 간에." "해가 뜬 한 낮이든, 달이 뜨는 한 밤이든간에,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냥...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내 행복일지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긍정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현재 두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모든 걸 OK라고 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거절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두고 싶어서, 네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나 역시도 용기를 내 본다. 어차피 여긴 둘 밖에 없잖아.
"나도 정말 좋아해, 진심이야."
『정말로 좋아해』
그렇게 이야기하곤 웃으며 제 입가에 레이니가 가져다 댔던 주먹밥을 잡아 레이니의 입가에 내밀었다. 주먹밥 안에 담긴 건, 이미 한 번 베어물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안에 담긴 건. 참치가 맞아.
"히잉..." 창피하니 제발 부르지 말라는 말에 귀와 꼬리, 눈썹, 심지어는 수염까지(착각입니다) 축 늘어집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알겠어어, 둘이 있을 때만 그렇게 부를게에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한 고집쟁이입니다...
"에에 우는 거야아? 울지 마~ 착한 아이는 우는 거 아니에요오~?" 어느새 상황을 대강 파악한 유키무라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눈물을 똑똑 흘리기 시작하자, 알레샤는 당황한 듯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10cm 이상 차이가 나는 유키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긋나긋하게 달래보려고 합니다. 이미 쿵 하고 소리를 낼 정도로 엎어진 유키무라인만큼 키 차이가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군요, 다행(?)입니다.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에, 칼싸움 같은 거 했어어?" 칼을 겨누며 싸웠다는 말을, 장난감 칼 싸움 같은 걸로 이해한 건지 나긋하게 물어오는 알레샤, 미안하다는 말에는 괜찮아아~ 유키모모... 모모카는 착한 아이네에~ 하며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나데나데~☆
"그렇구나아~ 충전은 필요하지이-" 그러니까 얼른 먹자아? 전혀 의미가 전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충전을 위해서는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듯, 이미 찬합을 다 늘어놓곤, 젓가락으로 에비후라이 하나를 집어 타르타르 소스까지 찍어가지고는... 유키무라의 앞에 내밀고 있습니다. 고소한 기름 향이...
>>411 코우가 어째서 웃는지에 대해서 니시카타 미즈호가 파악할 길은 없다.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코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별 일 아니었다는 말은 어떤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좋은 방향으로 거절했다고 보면 괜찮을까? 뺏을 테면 뺏어보라는 말은 절대로 뺏겨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으면 되는 말과 동일했다. 보랏빛 눈동자에 비춰질 색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다른 색이 비춰질 일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즈호는 가볍게 코우의 목을 껴안아오려 하였다. 그가 입술을 겹쳐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글쎄, 만약에 장난이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별 일 아니었지요? “ 그렇다 해도 뺏겨질 일은 없답니다.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듯,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미즈호는 눈꼬리를 휘어보였다.
“후후, 별 거 아닌 일로 쉬는 건 아니니 안심하시길. “ “그냥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에요. 요새 일이 많았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