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60079> [1:1/BL] 나의 가장 차가운 날과 그대의 가장 무거운 날들 - 1 :: 92

◆d4gP2gXPj.

2023-09-25 21:16:18 - 2023-12-04 01:09:51

0 ◆d4gP2gXPj. (UuBsmQdB3A)

2023-09-25 (모두 수고..) 21:16:18

나의 가장 차가운 날과
그대의 가장 무거운 날들이
환상의 해변에서 그렇게 잠이 들겠죠

/ 여름바다, 그대와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 이채

>>1 설 다온
>>2 정 현

1 ◆d4gP2gXPj. (UuBsmQdB3A)

2023-09-25 (모두 수고..) 21:17:23

이름: 설 다온
나이: 17

성격: #자존심 #까칠함 #충동적

외모: 큰 바람이 일면 흔적도 없이 휩쓸려갈 것 같았다. 색채 옅은 피부빛과 머리카락, 눈동자, 얇은 몸의 선, 숙녀를 연상시키리만치 긴 속눈썹은 중성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덧없는 분위기를 더했다.

172cm의 키에 마른 어깨가 드러나는 검은 민소매나 반바지를 자주 입었다. 희디흰 피부였으나 생기라면 무릎이나 손가락처럼 몸의 말단부에 도는 붉은 기로 찾아볼 수 있었다.

피부는 유독 얇아 조심하지 않으면 생채기가 금세 생겼다. 겨울이면 입술이며 손등이 자주 트곤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늘 립밤이나 핸드크림을 소지하고 다니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핏기도는 입술로 생사과를 깨물어 삼키면 묘하게도 불온한 장면을 보는 듯이 초대받지 않은 관객을 매료시켰다.

여름에 참 어울리지 않는 소년이었다. 역으로 여름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작열하는 태양의 빛 아래서 한때의 흔적처럼 녹아버린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무더위에 짜증내며 손으로 쥐고 펄럭이는 옷의 목덜미 밑으로 곧게 뻗은 쇄골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귀에는 늘 피어싱이 있었는데 내킬 때마다 달라졌다. 금보다는 은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픽크루 주소: https://picrew.me/ja/image_maker/14619

기타: 밤중 놀이터에서 잘 발견되곤 했다. 미끄럼틀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스마트폰 중독. 스마트폰은 늘 새로운 기종으로 구해서 가지고 다녔다.

면역력이 약했다.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도 잦았고 여름에도 감기에 걸려 뚱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곤 했다.

립밤이나 핸드크림을 늘 가지고 다녔다. 보통 무향이었지만 더러 향기를 품고 있을 때도 있었다. 코튼, 프리지아, 체리.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집착하려 하는 이도 더러 있었으나 향기만 남기고 빠져나갈 줄을 알았다.

2 ◆UBe7y4MwAQ (5r//dJYKls)

2023-09-26 (FIRE!) 00:31:02

이름: 정 현

나이: 17세

성격: 마이불친절페이스. 생긴 대로 한성깔 하며, 무심하거나, 데면데면하거나, 까칠하다. 그렇지만 인성이 박살난 건 아니라 어른에게는 나름 예절바르게 대하며, 틱틱대는 걸 받아주거나 치고받으면서 다가갈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는 굳이 내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그의 좀더 물렁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며, 꽤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도.

외모: 그 성격이 참 잘 어울리는 얼굴이라 하겠다. 두덩이 푹 파여 기미가 살짝 끼어서는 상대방을 쏘아보는 듯한 날카로운 이국적인 눈매와 초점이 또렷이 잡힌 금색 눈동자, 약간 찌푸려진 모습이 기본인 눈썹, 귀티가 묻어나는 콧날과 싸늘한 입매 등 이목구비만으로도 쉽게 넘보기 힘든 인상에, 184cm가 조금 안 되는 키와 넓은 어깨, 꾸준한 운동으로 쌓아올린 것이 분명한 슬림하고 단단한 근육질 체격까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상이다.
교복은 일단 가지런히 입고 다니나, 바지며 외투는 일반 기성 교복처럼 헐렁하지 않고 맵시있게 떨어지도록 손을 댄 듯하다. 셔츠나 넥타이를 빼먹거나 해서 선도부나 선생님에게 꼬투리잡힐 짓은 하지 않지만, 안에 받쳐입은 티셔츠나 벨트, 신발 등등에 G찌나 발렌시A가, G방시, 알렉산더맥Q 등 학생 신분에는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로고가 박혀있는 것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오히려 사복이 상당히 검박한 편인데, 눈에 띄는 장식 없는 대중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스포티한 일상복들을 선호한다. 학교에서와 달리, 밖에서 아는 사람 마주치는 게 싫다고 일부러 눈에 잘 안 띄게 입고 다닌다.

픽크루 주소: https://www.neka.cc/composer/10902

기타:
- 성깔 있는 생김새와 차림새에 실제로도 한성깔 하는지라 처음 보면 노는 무리, 그것도 리더격임직한 인물로 오해하기 쉬우나 전혀 아니다. 건들거리는 자세로 앉아서 모의고사 1~2등급권을 유지하는, 성적만 따지고 보면 모범생. 스킨은 양아치, 성적은 모범생, 마음가짐은 양아치 반 모범생 반인 이상한 혼종이다.
- 전학온 이튿날, 양아치 셋이 현에게 접근해 같이 담배를 피러 가자고 했으나 단호히 거부했다가 싸움이 붙었다. 혼자서 셋을 때려눕혀 징계위원회가 열렸으나, 양아치들이 현에게 먼저 폭력을 시도한 정황과 '담배를 피러 가자길래 거부했더니 먼저 때렸다'는 현의 항변에 큰 징계 없이 훈계로 끝났다. 그 이후엔 양아치들 사이에서 재수없는 새X, 건드리면 안될 놈 등으로 경원시되고 있으며, 모범생들 사이에서도 양아치 무리만큼이나 무서운 애라는 인상이 남아 꺼림칙하게 여겨지고 있다.
- 인간관계를 선호하지 않는 현은 이런 분위기를 오히려 반기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코드 맞는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 길을 잃고 삥까지 뜯겨 핸드폰도 지갑도 없이 개고생한 이후, 외삼촌의 격투기 체육관에 다니며 무에타이와 킥복싱을 배우고 있다. 선수로 데뷔해도 잘나갈 것이라는 삼촌의 평가가 있지만, 현에게 격투기는 체력관리 겸 타인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한 자구책 정도라서 그쪽 진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모양이다.
- 흡연자. 민폐될 만한 곳에서는 함부로 피지 않는다. 종이담배도 피우곤 하지만, 불쾌한 냄새를 남기지 않는 전자담배 쪽을 더 선호한다. 착한 참치들은 이러시면 안됩니다.
-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갖고 있다. 내년이 되면 이종 소형 면허도 딸 생각이라고.
-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말하고 다니지는 않지만, 국내 유수의 중견기업 맹호그룹의 CEO인 정천수의 다섯 남매 중 셋째. '용돈은 두둑이 줄 테니 너희 알아서 자라라'라는 방침의 방임주의적인 아버지와, 자식들이 어느 분야에서든 두각을 드러내기를 원하는 냉정한 어머니의 태도 차이에서 오는 부조화 때문에 집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여 밖으로 도는 일이 잦다. 사실상 반쯤 가출상태로, 하릴없이 도시를 떠돌다 삼촌의 체육관이나 숙박업소에서 숙면을 해결하는 일이 대다수. 옷가지며 책들, 생필품 등은 이미 체육관의 자기 사물함에 다 옮겨놨다.
- 이래저래 방황중이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문무양도에 얼굴도 반반해 아쉬울 게 없는 삶이나, 마음 붙일 데가 없다. 돈을 알뜰하게 쓰는 듯싶다가도 명품에 뭉턱뭉턱 돈을 쓰는 것도 그 증상이리라. 타인은 지겨우나 혼자는 쓸쓸하고, 일단 공부는 성실히 하고 있는데 이게 어디 소용인지도 모르겠다. 뭔가 되고는 있는데 미친 듯이 출세가도를 내달리는 형과 누나에 비교하자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집에 가고 싶은데 어머니와 가족들이 있는 그곳은 왜인지 집이라 여기지 못하겠고, 분명 어딘가 집이 있을 텐데 돌아가는 길을 오래전에 잃었다.

3 ◆UBe7y4MwAQ (5r//dJYKls)

2023-09-26 (FIRE!) 00:46:56

해성광역시
수도인 한경특별시와 인접해 있는 해성광역시는 이전부터 이상적인 입지로 인해 동아시아 최대의 무역항으로 꼽히는 도시였으며, 아시아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에 따라 화려한 도심과 진보된 인프라, 각국에서 유입되는 문화와 사치품 등이 집약된 끝에 아시아의 상징적인 도시들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각종 마천루들과 조명들과 전광판들이 화려하면서도 난잡하게 얽힌 미궁과 같은 야경은 몇 편의 명작의 배경이 되었으며, 부유함과 혼란함이 공존하는 지나치게 빨리 발달해버린, 화려하고도 공허한 21세기 현대 도시의 대표와도 같은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나아온 발걸음들은, 결국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잃어버린 낙원으로 귀결되는 말로를 맞이했습니다.
지나치게 빨리 발달했으며 많은 것들이 드나드는 도시인 만큼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런 환경에 비해서도 치안은 좋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국내 평균 치안에 비하자면 이런저런 문제나 사건이 터지는 일이 잦기에 헬성이라는 불미스러운 멸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사립주성고등학교
학교의 설립연혁까지 설명하려면 지금의 도시며 학교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모든 게 진지하고 암울했던 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하니 젖혀둡시다. 현재는 주성교육장학재단법인의 관할 하에 있는 이 학교는 해성광역시에서 명문이라 일컬어질 만한 몇 학교들 중 한 곳이긴 하지만, 해성광역시 시내에 너무 인접한 탓에 해성의 화려한 혼돈의 기류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면학 분위기를 유지하며 건실한 학창생활을 유지하는 모범생들도 많으나, 젊음을 한껏 즐기는 하루살이 양아치들도 많습니다. 둘 다 하는 녀석들도 이따금 있습니다. 범생이들이나 평범한 학생들이 나쁜 물이 드는 경우가 가장 많은 학교이기도 합니다. 창문 밖으로 고개만 내밀어도 해성 중심가의 야경이 한가득 펼쳐지니, 이상적인 면학 분위기라 할 수는 없습니다.
시설은 해성의 고등학교 중 최고라 할 만합니다. 여러 번의 재건축과 증개축과 유지보수를 거친 고급스러운 건물과 사시사철 쾌적한 온습도를 유지하는 고급 냉난방 시스템, 동아리나 취미활동을 위한 도서관이나 체육시설, 교내 편의점 등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남녀공학이나, 남학생 반과 여학생 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학비는 비쌉니다만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선생님의 안내에 잘 따른다면 웬만해서는 보통의 공립학교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의 학비로 학교를 다닐 수 있습니다.

4 ◆d4gP2gXPj. (yY2JsEvW2w)

2023-09-26 (FIRE!) 13:03:10

도시랑 학교설정이 멋지구려 (기립박수!!) 짜느라 고생하셨소

5 정현주 ◆UBe7y4MwAQ (pECRqoRlfo)

2023-09-26 (FIRE!) 13:24:19

(이제...나메달아도되는거맞겠지)(줍수) 인천이랑 부산이랑 홍콩을 짬뽕했는데 맛있게 봐줘서 고마워.. 해성 야경은 대략 이런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어. >>3에 짤 첨부하려고 했는데 깜빡했다 88
다온주도 이내 청춘에 목마른 손 잡아주시고 예쁜 아이 데려와주셔서 정말 고맙소...

6 다온주 ◆d4gP2gXPj. (.RpwaUQ62c)

2023-09-26 (FIRE!) 16:58:24

최고야....맛있어....(우적우적!!) 이미지도 너무 마음에 드오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오
나야말로 고맙소... BL은 처음 돌려보지만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싶었다오
이이제 뭐부터 하면 되려나?! 바로 일상??! 원하는 상황이 있으시오??

7 다온주 ◆d4gP2gXPj. (Jz3OWu9A6c)

2023-09-26 (FIRE!) 17:03:26

입학 전부터 시작하면 되려나?? 사실 다온이로는 사계절을 묘사해보고 싶은데 느긋하게 흘러가는 1:1이 될 것 같다보니 애매하다오
대충 사계절은 현실시간에 맞춰 묘사한 이후에 (가을이 두번 될 수도 가을부터 시작할 수도 있음)나중에 학년 올리고 싶으면 올리는 것도 괜찮을 법 하고?!?!

8 정현주 ◆UBe7y4MwAQ (moyqrl6cTk)

2023-09-26 (FIRE!) 17:39:40

어쩌면 우리 운명의 만남인지도 모르겠소... 소 참치도 그랬소
사전 관계라던가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하셔도 좋소! (그러지 않고 초대면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그것도 좋소)

사계절을 묘사하고 싶으면 봄부터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현실 시간선이랑 스레 시간선을 굳이 일치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물론 시작지점을 일치시키지 않을 이유도 없으니 가을부터 시작하고 정현이가 2학기 시작 며칠 후에 전학왔다고 하는 것도 좋아!
입학 전이라면 첫만남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해보고 싶은거야?

9 다온주 ◆d4gP2gXPj. (huxfiSJJWQ)

2023-09-26 (FIRE!) 17:59:01

운명!!!(두근!) 초대면으로 괜찮다고 생각하오 그럼 봄부터?!?
사실은 정현주가 짜온 배경이 너무 멋져서(...) 밤을 배경으로 돌려보고 싶었다고 하오

10 정현주 ◆UBe7y4MwAQ (moyqrl6cTk)

2023-09-26 (FIRE!) 18:10:44

봄부터 하고 싶으면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오

사실 놀이터에 자주 보인다기에 한밤중 아무도 없는 놀이터(아니면 시내 어느 외진 곳의 흡연부스라던가)에서 전자구름과자()중인 현이를 보고 다온이가 다가온다던가 하는 첫장면을 생각했어
거기에다 입학 전이 아니라 입학 후+정현이의 기타 란에 있는 사건이 터진 뒤라 다온이도 그 사건에 대한 썰을 듣고 현이에게 호기심이 생긴 뒤라고 해두고 이런 장면으로 시작하면 맛깔지지 않나 하는 망상을 한스푼 첨가👀
(물론 서순을 뒤집어서 현이가 흡연하는 모습을 먼저 봤다가 학기 시작하고 나서 그런 사건이 터지고, 징계위원회 치르고 나와서 언짢아보이는 현이를 다온이가 건드리는 것도 재밌겠소만)

11 다온주 ◆d4gP2gXPj. (QPCgRQjPPs)

2023-09-26 (FIRE!) 18:29:31

첫번째 상황이 맛깔나구려.... 맛을 잘 아는 참치를 만나서 기쁘오

선레를 소 참치가 올려도 받아도 괜찮소만 다온이의 첫등장은 내일이 될 것 같소

12 정현주 ◆UBe7y4MwAQ (moyqrl6cTk)

2023-09-26 (FIRE!) 18:41:53

지금까지 당신같은 취향 잘맞는 참치를 기다려왔다우. (눈물주룩)
그러고보니 슬슬 알바 시간이구려.. 오늘도 알바 날먹하시길 바라겠소

선레는 내가 쓸게! 배경은 좀 한적한 곳의 놀이터가 좋을까, 아니면 시내 어딘가가 좋을까?

13 다온주 ◆d4gP2gXPj. (Lp3kirVbn2)

2023-09-26 (FIRE!) 18:44:40

(주룩주룩!!) 장소는 둘 다 좋소!! 굳이 고르자면 후자가 좋소이만 (놀이터는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아서) 현이가 잘 나타날 것 같은 장소로 하면 될 것이오 천천히 기다리겠소
정현주 좋은 하루 되시오~~

14 정 현 (moyqrl6cTk)

2023-09-26 (FIRE!) 19:26:34


( 이미지 출처 : https://www.pxfuel.com/ko/desktop-wallpaper-nvazk )

미궁- 해성광역시의 중심가 중 가장 번듯한 중심가를 이르는 말이다. 원래는 하나의 번듯한 지명으로서 좀더 고상한 한자를 쓰는 고상한 어원이 있었던 듯하지만, 지금에서는 발음만 같고 뜻도 한자도 다른 迷宮Labyrinth이라고 여겨도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모두가 이 곳에서는 길을 잃고 미아가 되기 마련이다. 네온사인과 전광판, 콘크리트와 유리, 설계와 급조, 부와 빈이 얼기설기 뒤엉켜서 계획이라곤 없이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도시를 일컫기에 그보다 좋은 낱말이 어디에 있을까.

그 미궁에서도 미궁의 외곽지, 그나마 이 도시에서 가장 번듯한 것들이 끝날락말락하는 어느 경계선- 아직 중심가의 소음이 채 다 흐려지지는 않는 그 어느 지점에서, 어느 소년이 무심히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로 뻗어올라가는 마천루들의 실루엣이 뿜어내는 인공 은하수가 잠깐 소년의 눈에 걸린다. 그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는 이내 눈을 감고, 입에서 창백한 연기를 길게 후─ 하고 불어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계절은 지났다. 그리고 주변으로 훅 퍼져가는 톡 쏘는 매캐한 냄새와, 그의 손끝에서 명을 다할락 말락 끝을 향해 타들어가는 짧은 꽁초. 무엇보다 그가 서있는 곳은 흡연구역 간판이 붙어있는, 외따른 어느 난간의 옆이었다.

이 소년은 비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는 문득 이것도 환멸이 나는지, 감았던 눈을 뜨고 손끝에서 명을 다해가는 꽁초를 못마땅하게 힐끔 바라본다.

15 다온 - 정현 (i7QK1wIBtA)

2023-09-27 (水) 06:29:12

싸구려 빛으로 촘촘히 짜여진 도시 해성광역시, 불야성이 만들어낸 백야 아닌 백야에 지나치게 빨리 적응해버린 것은 역시 죄일까. 모조 보석 같은 네온사인을 바라보고 있자면 밤낮할 것 없이 두 눈이 뻐근했는데, 어느때부턴가 그런 신호도 없게 되었다. 마치 태양광 아래서 넓게 펼쳐진 초원과 산맥을 보고 있노라면 망막에 아무런 피로감도 들지 않는 것처럼. 마치 너따위의 존재에게는 이 정도의 피곤하고 비리비리하게 흩어지는 빛 정도가 어울리노라고 이르는 듯이. 어쨌거나 그 중심 거리에서는 여느 때처럼 젊은이들이 하하호호거리며 얼마 남지 않은 청춘의 시기를 재지 않고 앞다투어 불태우던 그 날, 얼마 떨어진 외곽에서는 누군가가 뻔히 보이는 흡연구역 팻말을 무시하고서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었고, 또 어둠 속에서 상대 소년을 부감하듯 내려다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꼬아올린 다리를, 어둠속에서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나저러나 상대는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둠을 배경삼아 있었으니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었다.

"....."

팔의 자세를 바꾸었더니, 뺨이 살짝 눌려왔다. 참 재미있지 그래. 남들이 담배를 피우러 가자고 하면 필요 이상으로 날뛰었다던 녀석이 스스로 제 폐를 불살라 버리는 걸 보면. 모범생인 줄 알았더니, 반대의 부류인지, 아니면 그것도 아닌 건지. 그 모순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모순은 짚고 넘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품에서 보랏빛이 도는 담배갑을 꺼내 그 안을 본 소년은 그 안에서 돗대를 꺼내고 빈 곽은 미련없이 바닥에 던진다. 이제 담배갑은 쥐가 파먹다 남은 무언가와 종이 뭉치들, 누군가 뱉고 간 풍선껌과 비오는 날의 흙이 묻은 장화 한 짝과 같은 처지가 되어 오래, 오래 누구도 눈여겨 보는 이 없이 이 풍경 안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미련없이 손을 툭툭 턴 소년은 그제야 꼰 다리를 푼다. 동시에 철판을 짚고 있던 팔에 조금 힘을 넣어 앞으로 박차고 나면, 신고 있던 단화의 굽을 더러운 거리와 마찰하며 따각따각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나는 급할 것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는 듯 느긋하게 소년의 앞에 다가선 또다른 소년이다. 얇은 입술에 예쁘게 물려있는 담배 안에는 남몰래 포도향이 나는 캡슐이 들어있다. 아직 터트리진 않아서 무향에 가깝지만, 오히려 새로이 나타난 소년에게서 나는 어딘지 모를 향취가 아직은 담배의 향보다 진한 듯하다. 소년은 자기 소개를 하지도, 상대의 이름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에 제가 문 담배의 끄트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한다.

"블."

담배가 물려있기에 잇사이로 새는 발음. 올려다보는 눈에는 당연한 것을 요구하는 듯한 눈빛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다. 그 위에는 속눈썹이 가지런히 얹혀있는데 그것을 감상하고 있으면 어느새 눈을 깜빡인 소년이 다시 요구해오는 것이다.

"불, 안 줘?"

잠깐 입을 비웠던 것은 그 말을 하기 위해서였기에 다시 담배를 물고서 가만히 상대를 응시한다. 진짜로 상대가 얌전히 불을 붙여줄 것이라 믿는 건지, 혹은 시험해보려는 느낌도 든다. 어느 것 하나 알 수 없는 가운데 정답을 찾아내는 데에 익숙한 그라면 소년의 속내를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

16 다온주 ◆d4gP2gXPj. (i7QK1wIBtA)

2023-09-27 (水) 06:30:37

이미지와 브금과 필력이 자아내는 하모니 최고지다.... (분위기에 압살됨)(엄지척!)

17 정현 - 다온 (FUOLvy5bfs)

2023-09-27 (水) 07:59:37

언제부터인가 그는 주변의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저마다 얼굴에 위선과 가식이 두껍게 발려 있어서, 사람인지 마네킹인지 분간이 안 가 불편하고 거북했다. 가족을 대하자니 아비는 오만을 어미는 고압을 바르고 있어 대하기 더 힘겨웠다. 그래서 그들을 피해 바깥으로 나왔는데, 여기는 저마다 허세와 치졸을 얼굴에 바르고 있다.

며칠 전 일 때문에 매캐한 담배연기가 더 거북하다. 오늘은 담배 기분 아니라고 거절했더니 얕잡아보는 거냐고 멱살을 잡혔고, 치겠다? 하고 반문했더니 눈 깔라고 주먹을 날려온다. 삼류 소설 건달도 이렇게 유치하게 시비는 안 걸겠다. 아래쪽 동네는 원래 이런가? 그가 나고 자란 곳에서는 이럴 때 일방적인 피해자가 된 뒤 법의 손으로 정당한 금융보복을 해주는 것이 상식이나, 문득 이 아랫동네 상식은 이런가 싶어 로마 법 따라준다는 기분으로 끕을 맞춰 대응해줬다. 먼저 한 대 맞아준 것과, 두둑하게 따둔 성적이 도움이 되어 어른들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나마 어른들은 윗동네에서 배운 점잖은 상식이 통해 다행이다.

그러나 그래서 남은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얼굴에도 무언가 덕지덕지 발려있지 않은가. 어른들에게 가식떨고, 이게 상식입네 위선부리고, 치졸하게 운동한 가락 믿고 링 위에도 올라본 적 없을 잔챙이들을 때렸다. 다행히도 아퀴가 이래저래 편하게 굴러가서 일은 그 입맛에 맞게 돌아갔으나, 결국 나 또한 이런 사람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허세 아닌가. 소년은 자신의 얼굴 위에도 뭔가 엉망진창으로 발려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나 어떻게 해야 됐었더라. 나는 어떤 사람이더라. 뭐가 하고 싶어서, 어떻게 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더라... 담배 연기가 새삼 쓰지만, 그 역겨운 쓴맛을 씻어낼 게 마찬가지 쓴맛밖에 없다. 오늘은 담배 기분이다. 나쁜 방향으로.

옆에서 툭, 목소리가 치고 들어오는 게 그 때였다. 소년, 현은 힐끔 하고 말 걸어온 이를 곁눈질했다. 호박색 눈이 미궁의 원경을 담아 공허히 빛난다. 그냥 무시한다- 원래라면 현은 그렇게 반응했겠으나, 불, 안 줘? 하고 당연한 것을 달라는 듯 뻔뻔하게 물어오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져 현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자기보다 반 뼘쯤 작을까, 야경의 빛을 머금은 머리를 한 녀석을. 초면이 아니라는 것까진 알겠으나 이름은 모르는 녀석이다. 뻔뻔함은 있었으나, 오히려 그래서 얼굴에 뭐가 발린 게 없는 것 같이 느껴져서, 현은 자기도 모르게 자기 손을 힐끔 내려다보고는 거의 다 타들어가고 있는 꽁초를 쥔 손을 그 녀석에게로- 정확히는 그녀석이 물고 있는 담뱃대 끝에 내민다.

(다온이 그것으로 불을 붙였다면)

자기 스스로도 자기답지 않다 싶은 호의를 상대가 받아들여 그걸로 불을 붙이면, 때마침 현의 손에 들려있던 꽁초는 마지막 끄트머리를 태우고 명을 다한다. 현은 필터만 남은 꽁초를 저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 흡연구역이 희귀한 요즘 세상에서, 골초들의 죄를 몇 없는 몸으로 짊어지고 있는 쓰레기통, 사실상 대형 재떨이는 힘겹게 새 손님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현은 새 담배를 꺼냈다. 모히또 향이 옅게 퍼진다. 입에 물고 캡슐을 터뜨리며, 라이터를 꺼내 꽁초 끝으로 가져간다. 라이터 버튼을 누르나 응당 들어와야 할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아- 가스가 다 됐구나. 현은 새 장초를 문 채로 이마를 구겼다.

18 정현주 ◆UBe7y4MwAQ (FUOLvy5bfs)

2023-09-27 (水) 08:06:04

>>17 "라이터 버튼을 누르나 응당 들어와야 할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뒤에 "몇 번을 더 딸깍여봐도 마찬가지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그걸 까먹고 마솝버튼을 누른 슬픈 아침

정답을 찾아내는 데에 익숙한-이라는 문장에 그만 내면묘사에 삘을 받아서 답레 앞쪽에 뭔가 긴게 4문단이 붙은 이 참치..
실질적인 답레는 아래쪽 4문단이고, 위쪽 4문단은 사실상 현이가 성미와 달리 다온이에게 불을 내어준 데에는 이런 내막이 있습니다 하는 변명(?) 느낌이니 편하게 읽고 편한 분량으로 답레 써줘~

>>16 분위기가 마음에 드셨다니 기쁩니다. (셰프st)

19 정현주 ◆UBe7y4MwAQ (FUOLvy5bfs)

2023-09-27 (水) 08:07:27

뻔뻔한 게 벌써부터 뻔뻔한 길냥이느낌 깐족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아침부터 행복합니다

20 다온 - 정현 (i7QK1wIBtA)

2023-09-27 (水) 23:32:18

상대방이 내민 담배 꽁초의 불이 수월하게 옮겨붙도록 담배 끝을 빨면서도 소년의 붉은 시선은 꿋꿋이 상대방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곳저곳 훑듯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그러면서도 내놓는 것은 여상한 침묵이었다. 가까스로 옮겨붙은 담뱃불에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 포도향이 섞인 연기를 흐리게 피워낸다. 불쾌한 첫 맛을 어떻게든 해 보려고 섞어넣은 멘솔의 시원함이 감각을 희롱하도록 내버려둔다. 여기까지도 소년에게선 고맙다는 물론 가타부타 말도 나오는 게 없다. 상대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나 싶더니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그와 동시에 재밌다는 듯 소년의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뻔히 보이는 흡연구역 표시는 지키지 않고, 쓰레기통의 역할은 지켜? 다른 녀석들의 맞담은 거부하고 나는 또 괜찮아? 지켜볼수록 모순적인 녀석이다. 그래서 퍽 재미있다.

그래서 역사적인 첫 마디는 어떻게 건네 볼까. 이 모순을 지적해볼까. 그러면 화를 벌컥 낼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까. 주먹부터 날릴까. 아니면 엉뚱한 소리를 해 볼까. 날씨나 담배 얘기부터 던져볼까... 연기를 뱉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매몰되어 가던 중 상대방이 라이터를 딸깍이는 소리가 들린다. 불을 빌려주던 이가 정작 제 담뱃불은 붙이지 못하고 있다니 이건 또 무슨 모순인가.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조금 키득거리고 말았다.

적당한 길이로 잘린 검지손가락의 손톱, 그 끝으로 상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그리고 자신의 담배를 왼손으로 능숙하게 붙잡고서 그 끝으로 당신을 향한다. 후-. 날숨을 뱉자 꽁초 끝의 불이 밝아지며 당신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듯하다.

그래서 맡겨놓은 불 찾아갈래? 소년은 그러면서도 전혀 발끝을 올리거나 하는 배려를 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네가 알아서 숙여,

-라고 무언의 지시를 하듯이.

21 다온주 ◆d4gP2gXPj. (i7QK1wIBtA)

2023-09-27 (水) 23:33:59

내면묘사 너.무.좋.아. 다온이는 천천히 풀어내고 싶어서 내면 묘사가 길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런 묘사라면 언제든 환영이오~

>>19 우리 길냥이 잘 좀 부탁드리오 (큰절)

22 정현 - 다온 (7jadgacGF2)

2023-09-28 (거의 끝나감) 04:04:57

좀더 엄격히 평가하자면 이도저도 아니라는 말이 맞겠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커녕 자신이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도 모르는 방랑자라고 생각하면, 꽤 어울리는 꼬락서니다. 공부는 잘하면서 장래같은 것은 생각해둔 바 없고, 지금도 정작 미궁으로 들어가지는 않으면서 미궁의 야경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아직 다온이 즐길 만한 재미는 많이 남았다.

쯧 하고 혀를 차며 가스가 다 된 라이터를 주머니에 쑤셔넣던 소년은 다온의 손길에 다시 다온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차가운 얼굴이 창백한 날숨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휩싸인다. 그 바람에 현은 눈을 조금 찌푸렸다. 그 살짝 찌푸려진 눈을 원래대로 다시 뜨지 못하도록 막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막대 끝에 올라앉은 불잉걸을 다시 내미는 모습은 분명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배려라 할 만했으나. 좀더 아래 시점에서 흔들림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이 배려를 모종의 교활하게 잘 조율된 도발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현을 긁어보자는 다온의 의도는 꽤 성공을 거뒀다. 잠깐 다온을 쏘아보던 현은 입에 꽁초를 문 채로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현은 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다온의 턱끝으로 손을 슥 뻗어왔다. 담배연기에 서늘히 식은 손끝이 자신의 턱에 닿는 것을 다온이 피하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의 고개를 숙이면서 다온의 턱도 지긋이 밀어올릴 것이다. 고개 정도는 들라는 것처럼.

23 정현주 ◆UBe7y4MwAQ (7jadgacGF2)

2023-09-28 (거의 끝나감) 04:06:48

우마이....... 우마이
우리 집 뭔지모를 양아치도 모쪼록 잘 부탁하는 바이오.. (맞절)
내면묘사는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자연스러운 답레와 분량을 추구합니다

24 다온 - 정현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06:38:39

"...! ....."

손이 다가온다. 턱이 들어올려지는 것을 막지는 않았으나 눈빛은 일변한다. 자신이 어떤 상위의 신격이라도 된다는 듯 관망하며 여유부리던 것이, 상대에 의해 손을 댈 수 있는 존재로 순식간에 전락한 것이 자못 맘에 들지 않는 듯하다. 불이 옮겨붙는 걸 확인하자마자 상대의 손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리고서 분한 듯 담배연기를 쓰게 한 모금 삼키지 않는가.

"손 대도 좋다고 말한 기억은 없는데,"

그 때였다. 상대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기로 한 것은. 굳이 말하자면 조금 높은 축에 속할까. 그러나 갸날프다 말할 수는 없는 소년의 목소리에는 미궁의 밤 풍경과 포도향, 그리고 사춘기를 곱게 지낸 듯한 소년의 외모와 결코 뗄려야 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고개의 각도를 조금 틀어 상대를 뜯어보듯 올려다보는 모양이 사뭇 도발적이다.

"키스할 때도 그런 식이야?"

25 다온주 ◆d4gP2gXPj.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06:39:34

그렇구려 왔다갔다하는 분량을 이해해주면 고맙겠소(땀삐질!)

우마이....

26 정현 - 다온 (E4QxZfBCVQ)

2023-09-28 (거의 끝나감) 10:15:34


예기치 못했던 탐탁찮은 돌발상황에 다온의 눈빛이 변하는데도 아무런 상관하지 않고, 소년은 표정에 변화 하나 없이 그냥 무덤덤히 그대로 담뱃불을 옮겨붙인다. 불잉걸이 포도향에서 모히또향으로 느릿하게 옮겨붙는다. 놔주려고 손을 떼려는 찰나에 턱이 먼저 손끝에서 빠져나갔으나, 그는 불 붙은 담배를 물고 자기 손끝을 한번 힐끔 눈짓하는 것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돌려 첫 모금을 길게 뿜어내는 것이다.

그때 옆에서 선명한 목소리에, 난간에 팔을 기대던 현의 시선이 다온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고 혀끝에 걸린 창백한 연기의 꼬리를 마저 내뱉어 털어내고 나서야, 현은 필터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입술에서 담배를 떼어냈다. 가까이에서 본 그의 입술은 말라 있었다. 따지듯 도발하듯 질문을 꺼내는 어조보다 질문의 내용이 참 당돌했다. 현의 입가에 실소가 걸렸다.

"그건 왜."

별걸 다 묻네, 하는 어조. 대답을 거부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전에 현은 대답도 거부도 아닌 걸 하나 더 내놨다.

"사람마다 다르지."

맞도발이다.

27 정현주 ◆UBe7y4MwAQ (E4QxZfBCVQ)

2023-09-28 (거의 끝나감) 10:19:06

본 참치도 분량 엉망진창으로 마구마구 들쑥날쑥할 예정이라 이해라기보단 공감이 될 것 같소..

첨부한 노래는 정현이 목소리가 이렇지 않을까- 싶어 첨부한 노래야. 다온이 목소리 묘사 듣고 문득 생각난 노래도 있으나 우선 다온주피셜을 기다리겠소

청게 재밌다~~~~~~

28 다온 - 정현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13:50:55

"글쎄~"

사실 대답의 내용이 중요했던 건 아니다. 당신이 한 순간이라도 콜록거리거나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더라면 그런 질문을 던진 보람이 있었을 것이나 입을 놀린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런 낌새조차 없었으니 소년은 자연히 알게 되는 것이다. 귀여운 구석은 없는 녀석이구나. 덩치는 커도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조그마한 오리 태엽 장난감처럼 제 입맛대로 다룰 수 있는 상대인가 싶었는데, 확연히 아니라는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칫-, 저도 모르게 혀를 찬다.

"사람이 참 다양한가 봐."

너스레를 떨고서, 당신을 응시하는 붉은 시선이 묘하게 이전보다 타오르는 듯하였다.

"그 중에서도 난, 만만해 보이고? 아니면 건드리고 싶게 생겼나?"

그런 얘기야 자주 듣지만. 따지고 보면 진짜 키스는 아니었다만... 맞도발에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내면의 목소리와 짚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두 목소리가 충돌해 소년은 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난간에 거꾸로 기대는 소년의 손끝에서는 담배가 시간을 연소시켜 긴장을 뱉어내며 조용히 타들어가고 있다.

"너 내 이름 모르지. 설 다온이야. 기억해 둬."
"난 이런 거 두 번 말하기 싫어하니까."

자기소개라기보다는 경고의 소리 같다. 그렇게 말해놓고서는 어깨가 들썩이는 모양이, 소리없이 웃는 듯하다.

29 다온주 ◆d4gP2gXPj.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13:52:54

끄는 듯한 목소리가 매력있소... 다온주는 목떡 찾아오는 데엔 재주가 없다오(쩜쩜쩜..)

이 팽팽함 무엇(흔들풍선 됢!!)

30 정현주 ◆UBe7y4MwAQ (p8pyCPxf5E)

2023-09-28 (거의 끝나감) 14:09:54


Goodnight Goodnight - 에이프릴 세컨드

혹시 어떠실까 몰라 소 참치가 멋대로 상상한 다온이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 가져와보았소.. 더 소년틱하다거나 더 굵은 목소리라거나 하면 말씀해주시오
한가하게 놀거나 용돈 많이 받는 추석 보내길 바라~~

아 예상만으로 행복했는데 예상보다 더 맛있거든요 이거

31 정현주 ◆UBe7y4MwAQ (p8pyCPxf5E)

2023-09-28 (거의 끝나감) 14:45:36

나머지는 다썼는데 좀 느슨하게 갈지 아님 더 팽팽하게 땡겨볼지 고민이라는 거시에오...!!

32 정현 - 다온 (p8pyCPxf5E)

2023-09-28 (거의 끝나감) 14:57:56

꽁초 끝에서 나오는 연기가 잦아들더니 빨간 불꽃이 좀더 뚜렷해진다. 사람이 참 다양하다고 하는 소리는 기실 빈정상해 빈정대는 느낌이었으나, 말이야 맞는 말이다. 좀더 유순하고 다정한 녀석이 상대였다면 이쪽도 좀더 유순하게 숙여줄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마 같은 반일 녀석은(학기 초라 아직 같은 반에 누구누구가 있는지 다 모르겠다), 유순 같은 착한 단어와 거리가 멀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굳이 말하자면 앙큼 정도일까. 뒤집어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가 다온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드리고 싶게 생겼나? 하는 은근한 항의에, 현은 쓰라린 연기를 한번 길게 뱉었다. 그리고 입을 떼려 했으나, 먼저 자기소개를 해온 다온에게 고개를 반쯤 돌리고는 입에서 꽁초를 떼고 자기 이름을 마주 대어주었다.

"나는 현. 정현."

외자 이름과 성씨를 헷갈릴 일 없이 따로 불러주고는, 소년은 뒤이어 못다한 대답을 한다.

"왜, 너 어떻냐고?"

33 정현 - 다온 (p8pyCPxf5E)

2023-09-28 (거의 끝나감) 14:58:16

그는 비스듬히 웃었다.

"직접 알아보던가. 길게 떠드는 거 좋아하지 않거든."

내가 널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여기고 싶어하는지. 해답지마냥 말로 해주는 거 시시하잖아? 조금씩 타들어가는 꽁초를 손에 쥔 채로, 생각보다 만만찮은 클래스메이트는 그렇게 말하듯 삐딱하게 웃고 있었다.

# https://www.neka.cc/composer/10902

34 다온 - 정현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16:22:10

"알아. 유명인."

정현이라는 전학생이 어떤 난리를 피웠다더라 하는 소문은 가만히 있어도 귀에 들어올 만 한데다 그 자신도 흥미있게 들었으니 잊어버릴 리도 없다. 당연히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상황에 익숙한 소년은 지금의 불공정한 상황에 다소간의 불만은 있었으나 지금부터 당신이 자신의 이름을 틀리게 기억하거나 잊지만 않으면 될 일이라고 애써 위안한다. 너 어떻냐고, 거기에 은근히 대답을 기다리느라 담배를 쥔 손을 저만의 리듬에 맞추어 까딱이던 움직임이 멈춘 것은 모른 채.

"아, 그러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정말이지 찔러볼 구석 하나 없다. 기분이 상했다는 목소리를 숨길 길이 없다. 피우던 담배를 발 밑에 내던지고는 단화의 굽으로 밟아 이리저리 짓뭉갠다. 불씨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힘없이 꺼져간다.

"그럼 만난 김에 길게 떠들어나 볼까 했던 나는 자리를 피해 줄게. 조용하고 긴 밤 보내셔, 정 씨."

난간에서 무게를 떼자 조잡하게 붙어있던 이음매가 낡은 소리를 낸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서 손을 대충 흔들고 멀어져가려 한다. 빈정은 상했다만, 아직 궁금한 게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기분을 악화시킨다.

35 다온주 ◆d4gP2gXPj.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16:23:40

목떡이 아주 좋소 여기서 좀 더 앳된 느낌을 상상하면 될 듯 하오

다행이오 우마이 우마이.. 소스가 따로 필요없구려 현주도 추석 잘 보내시오!!

36 정현주 ◆UBe7y4MwAQ (2B0ra/W1VQ)

2023-09-28 (거의 끝나감) 16:43:33

(((좀 느슨하게 할지 팽팽하게 할지 고민하다 후자로 했는데 느슨하게 갈걸그랬다아악)))

(이걸 어떻게 잡으면 좋은가 답레를 물려야 하는가)

여기서 더 앳되면 마후마후 정도 느낌이겠구료 고맙소..

37 정현주 ◆UBe7y4MwAQ (X6Ozt7aL8g)

2023-09-28 (거의 끝나감) 17:53:31

정현이가 여기서 할 만한 반응이 그냥 이대로 보내주거나 아니면 이쪽에서 먼저 긁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 이대로 괜찮은가 모르겠소... 힌트..힌트가 필요하다

38 다온주 ◆d4gP2gXPj.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18:08:43

ㅋㅋㅋㅋㅋㅋㅋ이대로 괜찮을 것 같은데...?? 막레를 받을 생각이었지만 이어가도좋소 생각해보고 답레주시오

39 다온주 ◆d4gP2gXPj. (OI/AF5IDQc)

2023-09-28 (거의 끝나감) 18:28:39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가만있자.... 붙잡고싶소?? 먼저 긁는다면 어떤 식으로??
잘못 긁으면 염증날수있소

40 정현 - 다온 (Sq00lsvo8Q)

2023-09-28 (거의 끝나감) 18:44:30

"유명인···"

뜬금없는 타이틀에, 하, 하고 실소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유명인이라는 소리가 묘하게 탐탁찮았다. 물론 귀찮게 다가오는 일이 줄어든 건 좋고, 뒤에서 뭐라 떠들건 알 바 아니지만, 떠드는 소리가 있다는 자체가 묘하게 신경이 거슬린 탓이었다. 자기 줏대대로 살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은 없는데, 새삼스레 왜 그런 데에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자신이 이도저도 아닌 채로 길을 잃은 꼴이라는 게 괜히 실감되어, 심경이 더 복잡해졌다.

그래서 정현은, 포도나무에 뛰어오르려다가 신 포도일 거야! 하고 팩 뒤돌아가는 여우의 뒤통수에 때아닌 심술을 부려 한 마디 툭 던졌다.

"도망가게?"

짓궂게 한 마디 하고는, 문득 그제서야 인제사 두어 모금 빤 꽁초에 담뱃재가 길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재를 탁탁 털었다. 그리곤 한 마디 더 암상맞게 얹어준다.

"나같은 거랑 길게 떠들 거리가 있을까 모르겠는데. 뭐, 잘 가라, 엉큼한 놈."

41 정현주 ◆UBe7y4MwAQ (Sq00lsvo8Q)

2023-09-28 (거의 끝나감) 18:45:13

우와아아악잠깐스톱

그.............. 대충 저런모양인데 잠깐보류괜찮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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