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죽음을 겪고 또 많은 삶을 보았다. 그러나 그 중 되살아난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바티칸에서 접하게 된 문서를 곱씹으며 린은 기억상으론 두 번 죽음을 겪게 될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뇌했다. 그 존재 대한 그녀의 생각은 신성모독적인 용납할 수 없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철회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직접 대면하게 된다면,
"어떤 의미도 부여 받지 않은 삶 그 자체는 숭고하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이를 끝맺는 죽음또한 그 삶에 걸맞는 형태여야 마땅하여요." "그러니 여러분은 각자의 삶이 어떠했고 끝이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서로 돌아가면서 대화를...어머나?"
선명한 인기척에 린은 뒤를 돌아봤다. 왠지 모르게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반장님이 서서 살짝 어이없어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기도시간이어요." 상큼하게, 맑고 자신있게 언제나의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한다. 그러나 묘하게 단호해 보인다.
"강산군의 말씀에 따르면 꽤나 고초를 겪으셨다 들었사온데...모쪼록 무탈해 보이니 다행이어요."
"저희가 평소에도 다사다난함은 맞는 사실이오나 소녀가 들은 바로는," 말을 한 번 끊고 한 번 태식의 얼굴을 바라본다. 살짝 눈치를 보는 것처럼 살피며 망설이다가 한 숨 같은 숨을 내쉬고 말을 꺼낸다.
"...1세대 분들이 학교에 오셨다 하더군요." 물론 메세지는 단톡방으로 받았고 다시 확인까지 했지만 린은 도저히 그 자세한 맥락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헨리 파웰을 사칭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 본인의 무덤을 침입했고 그 사건의 용의자로 태식이 몰렸다. 이는 태식이 헌터 협회의 전언을 무시하고 폐쇄 구역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사실만 정리하면 간단한 말이지만, 린이 생각하는 것은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무엇때문에.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태식도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저희를 적대한 이들인지라 소녀로서는 여기까지가 최선이어요. 지금 한 번으로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계속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변화가 있을것이라 믿사와요." 전형적인 종교인의 답을 하면서 린은 결국 본론은 버리고 그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질문을 한다.
확실히 1세대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때 만났으면 내 사정도 듣지 않고 죽거나 죽을때까지 맞았겠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대단하지만, 고집도 그만큼 대단한거다. 그 혼돈을 살아왔다는건 미치거나 미친거나 마찬가지거나 그럴테니까
"아마 얼굴 봤으면 내가 죽거나 했을텐데 운 좋게도 안맞났어"
지금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었지만 실감은 안난다.
"아니, 그건 전도가 아니라 그냥 고문 아니냐"
할 생각이 없는데 계속 들려주는 것 만큼 괴로운 것도 없을텐데
"앞으로? 글쎄, 특별반 평가는 점점 내려가지. 특별반의 이름으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게이트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다들 개인적으로 움직이고 개인적인 사정만 해결하고 특별반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이름으로 뭔가를 하고 다녔으니 개개인은 인정 받아도 특별반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솔직히 보여주지 못했으니까"
특별반 소속의 사람들은 특별반이 아니라 일반 길드에 들어가도 지금까지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이제 와서 뭉치자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포기했다.
"이제는 특별반의 이름으로 뭔가하는 모양이지만 너무 늦었어. 적어도 몇개월 전부터 이랬어야지."
[의념 시대에 다다르게 되면서 악기 연주의 형태는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악기 연주가 최소와 최대를 활용하여, 더 많은 표현을 보이는 것을 주로 삼던 표현의 음악 시대였다면 의념이 나타남과 동시에 연주에 필요한 표현 능력과 실력 등을 의념의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의념 시대의 음악은 묘사의 시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를 예시로 들어본다면 의념 시대 이전의 음악들은 사계라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악보에서 저만의 어레인지를 주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등으로 자신만의 색을 입히려 했다면, 의념 시대에 도달하게 되면서 일반적으론 연주할 수 없는 수 개의 음반을 동시에 치며 하나의 음악으로 표현해내거나, 의념을 활용하여 음악 자체의 형태를 드러나게 만들고 그 효과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감각의 시대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과연 단순하게 '운 좋게도'라는 말로 끝낼 수 있는 일이 맞을까. 제발 그러길 바래야겠고 생각하며 린은 질린 얼굴로 혹은 포기하고 받아들인 얼굴로 앉아있는 토끼들을 훝어보았다. 잘 묶여있고 얌전하다. 매우 만족스럽다.
"소녀의 종교를 강권하는 것은 아니어요. 얘기를 얌전히 듣고 같이 의견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에 순순히 풀어주겠다 약조하였사와요." "만일 그걸로 부족하다면 음...음식이라도 내드려야 하련지요." 마침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군가가 가져온 떡과 당근 통조림이 있으니 그걸 주면 되려나.
"..." 개인의 이유로 특별반에 들어와 열심히 전도 활동 중이던 마츠시타 린, 잠시 양심이 아픈 시간을 가지다.
"잠시 솔직하게 여쭤보아도 되련지요." "태식씨는 왜 이렇게까지 저희를, 이 반을 신경쓰시는 건가요?" //7
예체능계 기술이 유독 마도랑 관련이 많거나 방랑악사 컨셉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기술 마도로 시작하는 걸 추천하셨던 데에도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 마도는 초상현상을 다루는 기술이고 마도 이해도가 높다면 원하는 표현을 구현하는 것도 쉬워질 테니까...! (무릎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