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의 꽃가루에게 감사를. 덕분에 실감나는 훌쩍거리는 연기가 가능했다. 이것이 없었더라면 저 건방진 우마무스메가 아와와와, 우, 울고 있어... 하는 일따위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정말로, 정말로 콤플렉스가 없다. 진짜다. 그렇게 저 메슥가키에게 한 방 먹였다고 좋아하고 있다보니, 아우우...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손 틈새로 엿보니 이리저리 안절부절, 오도가도 못하고 발도 구르고 우으으으... 하면서 당황한 모양새가 일품. 손수건을 꺼냈다가 말았다가, 아니 왜 마는 거냐?!
그렇게 스턴이 걸린 모양새가 꽤나 통쾌해서, 나는 웃어버리고 말았다.
"푸흡."
네, 저 1n살 어린 애한테 진심으로 우는 척하고 이겨서 진심조롱웃음 터트려버린 선생입니다. 반성? 안하겠습니다. 많이 당해줬으니까.
나는 큭, 크흡,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느지막히 얼굴에서 손을 떼고 회심의 한 방을 먹여줄 수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 다른 식당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 뭘 해도 범죄(?)만 아니면 크게 터치하지 않는 점원들, 무한리필이 가능한 음료, 그리고 산더미같은 감자튀김.... 이 모든 것이 모여 학생들의 아지트가 되기 딱 좋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평소에도 방과후에 가끔 들리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붐비는 것은 시험기간이 아닐까? 왜냐하면 지금부터 우리도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하다면- 아마도 착각이야.
"스트라토~ 파미레스에서 공부 같이 할래?" "나 영어 약하니까 좀 도와주라~"
수업이 끝나자 마자 스트라토에게 다가가 그렇게 말했다. 내가 감자튀김 살게~ 라는 말까지 붙여서. 스트라토는 평소 대화할때도 영어를 많이 쓰니까, 아마 영어 성적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이름이 영어인 주제에 영어를 잘 못하는 편이다. 에~ 영어같은건 이름만 쓸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니냐고~
요즘은 어린이는 유능하네!!! 음, 나때는 이때쯤에 달리는거랑 훈련밖에 모르는 코찔찔이 였는데. 세대가 지날수록 역시 강해진다는 건가!!! ...뭐 이제서야 기억이 안나는건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기억이 난다. 예전 모의레이스에서 같이 달렸던 그 어린애잖아. 이름은 분명.. .그... 화이트 베이스? 아 그래 언그레이. 언그레이 데이즈다.
"뭐 농담이고 공부만으로 짧은 청춘을 날려먹어버리기에 우리는 너무 젊다는거지!!! 그리고 애초에 안될 일은 손을 안대는 파거든. 오히려 벡터니 뭐니 잘도 그딴걸 외우는 구만."
사탕먹을래? 주머니에 남아있던 막대사탕을 꺼내 하나를 건내준다. 아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뭐 닳는 것도 아니고. 나도 먹어둘까. 뭔가 재미있어 보여서 샀는데. 곱창구이맛이라잖아. 얼마나 맛있는지 비교를...
"내헌티 언니 없고 두 동생만 있어야... 월반은 내 동생들이 허겄제, 내는... 하아. 여튼간에."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츳코미 하기에도 지치는 보케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허어... 일다는 그 공부 몬하므는 낸중에 레이스 끝나고 우얘 살라 카는기고? 그러다가 눈뜨고 코베이는 사기에 넘어가는기데이... 사실 벡터는 쪼매 쉬운 편이고, 가장 어려븐거는 함수짜제. 도함수 삼차함수 허수 그런거 말여. 그거는 정말 깨나 설명하기 복자븐 거라사서... 공식 외우는 거는 어려브야."
당신의 사탕은 정중히 사양한다. 사실 점심밥을 조금 든든히 먹은 것이 있기에.
"... 그, 여 시설서 토레닝 할라므는 트레이너한티 허락 맡고 사용해야하는디, 그거 보충수업 빼문 아헌티 하므는 둘다 징계 묵는다 카든가... 계속 수업 빠지므는 퇴학 당할수도 있다 카던디 말여."
진지하게 당신이 걱정된다. 강한거야 알지만... 퇴학 당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지 않을까. 퇴학이라는 건 레이스에도 못 나오게 된다는 건데.
푸흡이라고? 방금 푸흡이란 소리가 났는데? 훌쩍이는 소리가 아니잖아. 이거 명백하게 비웃는 소리잖아. 허둥지둥하던 자세 그대로 멈췄다. 아니 잠깐만... 설마....
".......이.. 이....으으으...."
날 속인거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것보다도 상대방의 허~접❤️이란 말이 더 빨랐다. 내가.. 당했어....? 내, 내, 내가 당했다고????? 이런 허접한 아저씨한테??? 역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을 꾹 쥔 채로 서 있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자존심 상해. 한순간이라도 진심으로 걱정했던 내가 바보 같아.
절 대 용 서 하 지 않 아 요
"———죽어!!!!!!!!!!"
마침 지금은 옥상 오르기를 위해 상하의 전부 체육복인 상태. 다리의 가동범위가 치마일 때보다 현저히 높은 상태다. 그리고 나는- 자랑은 아니지만, 뭐든 발로 차버리는 버릇이 있고 그건 열받았을때 훨씬 더 높은 강도와 빈도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결론이 뭐냐면. 그거다. 내 발차기의 유효 범위가 평소보다도 넓고 높았고, 하필 이 빌어먹을 아저씨냄새나는허접쓰레기한심한자식이 앉아 있었던 바람에 하필 머리가 그 위치에 있었고, 하늘이 너무 푸르고, 날은 좋고...
하여간 수많은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그날의 옥상에서는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