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시캔이 끝났다. 응원을 열심히 했던 것이 보람이라도 있는 건지, 정말 그레 쨩이 이겨줬다. 응원하는 입장에선, 응원하는 상대가 힘내주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비록 이번에는 꽤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지방의 G3 경기 같은 건, 츠나지에 유배된 직후에는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어느새 츠나지에, 츠나센에, 친구들과 트레이너들에 점점 스며들고 있게 된건가. 그렇대도 여길 떠나갈 때는 쿨하게 나가주겠지만.
응원복을 고이 접고 폼폼을 캐비넷에 넣어둔다. 이쪽도 응원하느라 너무 지쳤지만, 응원 팻말을 목에 걸고 방 한가운데 서서, 오늘의 주인공을 기다린다.
"…아, 좀 늦으려나~."
트레이너나 팀이 있다면, 그들과의 시간도 있을 거고. 아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올지도….
뭐야 대자보가 새로 붙은 줄 알았더니 얼마 전이랑 똑같잖아. 이와시캔이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졌다. 1착을 차지한건 한 번 같이 뛰어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지만... 뭐 그렇다고 기억나지는 않는다. 고작해야 그것뿐. 애초에 어제 경기는 보러가지도 않았으니까.3관이라는 첫번째 목표가 깨졌음에도 그냥 강한녀석은 많구나-같은 인상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건 알지만 화 낸다고 실력이 느는것도 아닌데. 지금까지는 너무 화를 내고 다녔던건 아닐까? 고작해야 5일이지만 어쩐지 마음의 여유가 늘어난것 같은 기분...
"..."
아니다. 솔직히 지금 너무 빡친다. 누가 최면이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이와시캔 1착의 주역을 찾아가서 주먹질하다 경기인생은 고사하고 남은 인생도 미친듯이 험난해질정도로. 진정...해야겠지? 미간에 잡힌 주름이 지워지지 않아서 한쪽 엄지와 감지로 꾹 꾹 잡아누른다. 풀어라 풀어. 다른 계획정도는 있으니까.
"당장은 반다나... 최종은 마구로..."
해소를 위해 가져온 대자보를 펼쳤다. 이와시캔의 출주자명단만 적어놓은 심플한 구성. 대자보옆에는 감사하게도 공간이 조금 남아있어서 이리저리 대보며 붙이려해본다. 이런걸로 마음이라도 풀어야하는거 아니야
OP전의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있었다. 이러나 저러나 제가 1착이고 마사바 쨩이 2착이고… 이건 바뀐 게 아니지만, 5착과 6착이 바뀌어서 원래 5착으로 들어온 녀석이 6착이어서 인기투표에 실리지도 않은 건 슬프잖아. 음음, OP전의 투표를 다시 하자면 여지껏 받았던 스티커들이 모두 없어지는건 좀 슬프지만, 괜찮다! 어차피 마지막엔 다들 그저 나만을 사랑하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전부 하나씩 붙여줘야지~ 하고 간 중앙 게시판엔 노란 머리의 우마무스메가 서 있었다. 잠시 숨어서 지켜보고 있자니, 대자보를 붙이려고 하는 건가? 상황을 살펴보다 나왔다. 우와, 키 어마무하게 커…!
"좋은아침~ 혹시 승부 조작이라도 할 생각인건가요!?"
농담농담, 상대쪽에서 어떤 소리를 하기도 전에 빠르게 뒤에 덧붙이곤 네 손에 들린 대자보 힐끗 본다. 그리고 고개 들어 당신 바라본다. 역시 가까이에 서 있으니까… 엄청 크다….
이상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뭐야 귀신인가... 아니 진정할게 아니잖아 이거. 자세히보니 시선의 조금 아래에 뭔가 귀여워보이는 우마무스메가 보이고 있었다. 그...이름이... 아니 모르겠다. 애초에 본적도 없는데 뭘 이름이야.
"이게 그렇게 보이면 병원이라도 가보는건 어떠냐."
대자보를 펼쳐서는 그 말딸의 얼굴에 가져대다시피 가까이 들이밀었다. 승부 조작이라니!!! 급한건 맞지만 그딴 비겁한 짓은 해본적도 없다!!! ...잠깐만 그러고보니 이쪽도 뭔가 다르다. 벽에 붙어있는거 이거. 뭔가... 저번이랑 명단이 다른데? 5착이 바뀐것 같다. 그래도 결과에 차이는 없었지만. 이거 하나로 조작했다고 하기에는 좀... 오류라도 있던건가?
>>641 키즈나 워크스는 정말로 충실하게 일을 잘 해주었다. 그것도 츠나센 학원의 [ 학교 수영복 ] 을 입혀주면서까지. ......스위밍이라고 해서 래시가드니 그런 옷이 나올 것이라 상상하고 주문했던 니시카타 미즈호는 정말이지 코우가 그 인형을 들고 있는 모습에 얼굴이 새빨개 질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망측한 모습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트레이너에게도 똑같이 저런 것을 입혀놓을수가 있는지! 선물로 주는 거냐는 코우의 물음에 미즈호는 양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는,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실, 팀원과 위닝라이브 후 축하연을 받고, 그리고 가족도 축하해 준것은 기쁜 일이였다. 하지만 츠나지의 소문이 퍼지는 속도를 간과한 것일까. 자신이 아는 같은 반 애는 물론이요, 배불뚝이 아저씨도 가십 좋아하는 tmi아주머니도 자신을 알아보니 돌아오는데 곤혹이 아닐수 없었다. 그렇기에, 방에 들어오는 언그레이는 눈에 띄게 지쳐 있었다.
말을 잘 걸고 살가롭긴 하지만, 원래 성정은 내향적에 가까웠기에. 그리고...사실 녹초가 된 점도 없잖아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아..."
그렇기에, 방의 문을 열자 보이는 당신에, 작게 놀라고 마는 것이였다. 그래도 씻고 기다리지. 저녁도 그런 상태로 먹고 온거야? 당황할수 밖에 없는 광경이였다.
저도 응원하러 갔었는데! 하지만 보지는 못했다. 그날, 이렇게 커다란 키의 우마무스메는 이와시캔이 열리는 경기장에 서 있지 않았었다.
심플하지만 이름이 가득 적힌 대자보. 게시판에 붙이려고 이리 대고 저리 대고 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여기에 게시할 생각인 것 같기는 한데…. 설마 인기투표인가요?? 힐긋, 다른 인기투표 대자보들을 본다. 저기에 비하면 많이 심플하잖아. 하지만 아쉽게도, 그에겐 이 대자보를 꾸며줄 펜도 스티커도 없었다.
"제가 조작을요~!? 이렇게 선량하고 악의 없이 생긴 제가요!?"
한껏 억울하단 표정 짓는다. 그러더니 OP전 5착의 이름을 터억, 짚는다. 포 이그젬플을 지나 치카노 하나코, 그 위로 리걸리 아시게, 마사바 콩코드를 지나 가르키고 있던 것은 저스트 러브 미.
>>728 wwwwwwwwwwwwwwwwwwwwwwwww아니 그러면 봉제인형 주문하면 츠나센 교복 입은 미즈호 인형을 고이 장식해둘수 있다는 것??? 안되겠다 당장 토큰 모아서 주문하러간다wwwwwwwwww wwwwwwwwww하 미치겠다 왜 밋쨩이냐니 자고 일어나서 꼭 본다wwwwwwww
만족스럽다. 이 정도면. 물론 더 흥분해서, 1착 한 걸 봤느냐 -마치 일주일 전의 제가 제 룸메이트에게 그랬던 것처럼.- 할 수도 있겠지만 지쳐보이는 것도 같고, 이래저래 늘어놓는 말들이 귀찮아하는 투는 절대 아니어서. 다행이다, 늦은 밤이라는 시간을 망각한게 무색할 정도로 다행이었다.
"그러네요, 트리플 반다나라~."
츠나센에 막 와서는 트리플 반다나에 나가 상을 쓸어와 중앙에 돌아갈거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몇 개월을 다니고 난 지금쯤 되면은 조금 해이해지기는 했다. 크게 개의치 않을 정도로. 하지만 다들 반다나 반다나. 역시, 트리플 반다나인건가. 따고 싶냐면 따고싶다지만, 이젠 잘 모르겠다. 돌아가기 위한 수단? 아니면… 드물게 표정이 잠시 진지해졌다가, 고개 휘휘 저었다.
"ー트리플 반다나도 사카나 삼관도 전부 딸 수 있지만 제가 봐주고 있는 거라구요~! 사카나 삼관도 나가기엔 피곤해, 귀찮고, 힘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