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 져버렸잖아?’ 레이니・왈츠는, 마침내 산더미같은 새우튀김의 산에서 겨우 눈을 돌려, 유키무라를 바라보았다. 아, 이런 유형. 알고 있다. 하지만, 레이니・왈츠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똑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는, 아니여서.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잠깐의 고민을 거친다.
“...유키무라양은, 혹시 그런 타입인가요. 1착이 아니면 가치가 없어. 패자에게는, 아무도 시선을 돌려주지 않으니까.”
너무 빤히 새우튀김을 바라보았나 싶어서, 이어지는 말에는 고개를 가로저어 거부의 표시를 표했다. 새우튀김... 사실 준다면 좋지만, 정말 좋지만.
“배고픈건 맞지만, 미스터 시라기가 남긴 숙제가 하나 있어서요. 전, 그것부터 빠르게 해치우고 싶어서.”
크로스백을 열어, 종이 상자를 꺼내, 테이블위에 올려둔다. 포장지를 뜯어, 상자를 열면, 곱게 담겨있는 초콜릿이 보인다. 팥이니, 달지 않다고 했었다. 아침이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겠지.
“잘 부탁드린다는 말은, 제 쪽에서 먼저 드려야 할 처지가 아닐까요. 이쪽에서, 앞으로 폐를 많이 끼칠것 같아서.”
너는 마침내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너의 눈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안쪽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 처럼.
"그렇다고, 한다면?"
옅게 웃으면서, 짤막하게 물어보았다. 어쩌면 나이스 네이처 처럼 브론즈 콜렉터로써도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여기선 아니야.
내가 뛰는 레이스는 G3 레이스. 나이스 네이처가 뛰는 레이스는 G1 레이스. 격차가 다르다. 그곳에서라면, 나도 주연의 옆에서 조연으로써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반짝거리는 우마돌로써...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4착은? 5착은? 16착은? 하물며 G2에서의 16착은? G3에서의 2착은? 전부 부질없잖아. 내 달리기는 하루 우라라 처럼 즐거운 달리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전부 의미 없는게 당연하잖아. 저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고파 보이는데, 별로 먹고 싶지 않은걸까? 같은 생각을 하는데.
"시라기라... 아, 그 짧은 머리의 트레이너? 헤에."
그 사람에게 스카우트 받은거야? 같은 질문을 하면서, 힘겹게... 제대로 젓가락을 쥐었다. 젓가락질을 잘 하지 못하는걸 들키는건 좀 부끄럽잖아. 서툴게 새우튀김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조용히 씹으면서, 네가 올려놓은 초콜릿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받은거야? 성의를 소중하게 여기나 보네."
"그런데, 그걸로 괜찮겠어? 밥부터 먹고 디저트로 먹어도 괜찮지만. 뭐, 어쨌든... 나누어 주기엔 충분하다는 얘기니까."
그냥, 확신을 얻고 싶었을 뿐이라며, 레이스에 정말 나가기 싫은 타입이라고 너는 말했다. 나는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뱉은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 앞에서 크나큰 모욕을 들은 것에, 격분하는듯. 곧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하, 하고, 스스로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것 처럼.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3초, 5초, 10초, 20초, 30초... 점점 분주하게, 꽃 피는것처럼 아침을 맞이하던 카페테리아가 싸늘하게 식어간다. 떠오른 태양이 달에 가려져, 새까맣게 물들기라도 한 것 처럼.
"너."
망설임 없이 '너' 라고 지칭하면서, 나는 바짝 네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럼 왜 레이스에 나온거야? 나오지 말지 그랬어."
"서로 꿈을 걸고 전력으로 맞부딪히는 승부의 세계에서, 아아, 레이스따위 정말 나가기 싫어, 라고?"
"날 우습게 보고... 모욕하는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한판 겨룰까? 레이스가 아닌 실전으로."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테이블을 힘껏 내리쳤다. 순식간에 테이블엔 금이 가고, 산처럼 쌓아두었던 새우튀김도, 맛있어보이던 타르타르 소스도, 그에 걸맞게 쌓여있던 밥도 전부 무너져내렸겠지. 어쩌면 네 소중한 초콜릿도. 글쎄.
네가 그 트레이너에 대해서 묻는것도, 새우튀김을 맛있게 먹던것도, 태연한 농담을 덧붙인것도 이젠 중요하지 않아졌다.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나는 꿈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있다. 하지만 넌 어떻지? 내게서 1착을 빼앗아 가놓고서, 뭐? 레이스엔 정말 나가기 싫다고? 웃기지마, 웃기지마. 그렇다면 내게 1착을 돌려주던지. 네가 빼앗은, 산산조각내버린 나의 꿈이, 그 자리에 있던 승리를 따내지 못한 다른 우마무스메의 꿈이 전부 우스워보이는거야? 이 모욕을 참고, 넘길 바엔 죽는게 나아. 퇴학이고 정학이고 부상이고, 전부 상관없어. 나는 가까이서 네 눈동자를 노려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미스 햐쿠모는, 왕관의 무게를 알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선, 너무 웃긴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알고 있어요. 미스 햐쿠모. 그건, 지금도 이렇게, 이런 방식으로, 제 목을 졸라오는걸요. 아침을 맞이하던, 포근한, 카페테리아의 풍경은, 이제 어딜가도 없다. 아, 초콜릿. 다이고한테 꼭 소감을 들려줘야 하는데... 아니, 아니다. 이제, 그럴 필요같은것도, 없겠구나.
“...이러니까, 나가기 싫은거야.”
레이니・왈츠는 그리 말하고서는, 옆 테이블의 식기통을 뒤졌다. 숟가락, 젓가락, 그리고, 나이프. 식사용 나이프라, 날은 날카롭게 세워져있지 않다. 하지만, 분노한 우마무스메가, 손에 들고, 상대를 찌른다면,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있을것이다. 어쩌면,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레이스에, 꿈을 걸고 나간다고?” “나는, 레이스에 나갈때마다, 꿈이 아니라, 죽은 사람의 환영을 쫓아서 달려.” “그리고, 결승점에 도달하면, 그 환영은 내 목을 짓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해.”
그리고, 그 환영 뿐만이 아니라... 유키무라・모모카를 향해, 레이니・왈츠는 나이프의 손잡이 부분을 내민다.
“잘 됐다.” “분한만큼, 마음껏 찌르고 난도질 해. 난, 눈물 흘리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을테니까.” “너는 네 꿈을 뺏어간 사람한테 복수할 수 있고, 나는 드디어 죽을 수 있게 돼. 서로 win-win인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