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막 문을 연 카페테리아는, 음식을 준비하는 분주한 소리만이 들려와서, 요란스러운걸 좋아하지 않는 레이니・왈츠에게는 기분이 좋다. 밥을 먹기 위해선 조금 기다려야 하긴 하만. 레이니・왈츠는 유리창에 바싹 붙어, 한참 분주하게 준비중인 카페테리아 안쪽을 바라보면서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든다.
“새우튀김... 오늘도 나오겠지...”
에비후라이 좋아! (물론 무제한 배식이여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지만), 제일 먼저 들어가 새우튀김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먹으리라, 하는 포부를 가지며 레이니・왈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1등이겠지.
이른 아침, 새벽 훈련을 끝내고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발목의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풀업, 친업, 벤치프레스 등의 훈련은 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오히려 근력을 늘릴 찬스였다. 167cm, (매우 양호)kg 정도면 충분할까. 체지방량 9% 이하를 노려보는것도 괜찮겠지. 그러기 위해서 우선은... 잔뜩 먹어야했다.
카페테리아에서, 에비 후라이를 산처럼 쌓아놓고, 타르타르 소스는 아예 대접으로 쌓아 둔 채 나는 높은 밥의 산을 한입씩, 빠르면서도 씹는 소리는 나지 않게 먹고 있었다. 잔뜩 먹고 또 먹어서 우선 체중을 늘린 다음, 가혹한 컷팅을 통해 지방을 전부 근육으로 바꾼다. 영양을 최대한 많이 섭취해 근성장을 도모하고, 그렇게 늘어난 근육으로 발목과 다리의 부담을 최대한 줄인다. 뭐, 산처럼 쌓은 에비 후라이가 영양학적으로 옳냐는 물음엔 긍정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겠지만... 그간 맛없는 감자와 브로콜리로 버틴것도, 이후에 또 그걸 해야하는것도. 레이스에서 대차로 패배한것과 부상을 입은것도. 짜증나는 일 투성이인데, 이정도 보상은 있어도 좋겠지.
'...이정도 양을 먹는 건 오랜만이네.'
뭐, 전부 먹을 수 있지만. 갓 만들어 따끈따끈한 에비 후라이를 맛있게 먹고있는데, 카페테리아에 누군가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이 향했고.
채 말을 잇지 못한다. 바보같이 되묻기나 하고. 그녀가 자신을 안아오는 행동에, 힘이 탁 풀리는 것만 같다. 욱신거리는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다.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던 코우는, 미즈호가 눈물을 닦아주자 그제서야 입을 연다.
"...다행이야, 정말..."
여전히 울음기 남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코우는, 아예 미즈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슬퍼서가 아니다, 「안심되어서」다. 참 꼴사납지, 이 나이 먹고서. 울음소리는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더 이상 쏟아낼 눈물이 없을 때, 그제서야 코우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상기된 뺨과, 붉어진 눈가,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밝게 미소지어보인다.
그 날의 미 승리전에서. 그렇게 덧붙이며. 그래서, 너는 어느 쪽이지? 날 동정하기라도 할 셈? 아니면, 좋은 승부였다며 웃으며 손을 내미는 쪽? 난 기뻐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살며시 네 의중을 파악하려 하며, 옅게 미소지었지만, 어설프게 젓가락을 쥔 손엔 힘이 잔뜩 들어가 주먹을 쥐었다. ...곧이어 그것을 눈치챘는지, 주먹 쥔 손의 힘을 풀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내 앞의 의자를 빼어 앉는 널 바라보았다. 옥색 빛으로 물든 예쁜 머리카락, 미묘하게 다른 두 눈동자의 색.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 새겨진 흉터.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렇게 생각하다, 네 시선이 내 새우튀김으로 향하자 망설임 없이 네게로 접시를 가볍게 밀었다.
"배고파? 혼자 먹긴 좀 많아서, 같이 먹어도 좋은데. 소스도 좀 덜어줄까?"
"팀메이트인, 레이니 왈츠 양."
트레이너, 왜 팀메이트들이 다 이렇게 껄끄러운 사람들 뿐인거야. ...사실 문제가 있는건 내쪽이겠지.
"전에 단체 채팅방에서 봤어. 뭐, 어찌 되었든 이젠 팀메이트니까. 인사하고 싶어서, 마침 네가 보여서 말을 걸었어. 앞으로 잘 부탁할게."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 져버렸잖아?’ 레이니・왈츠는, 마침내 산더미같은 새우튀김의 산에서 겨우 눈을 돌려, 유키무라를 바라보았다. 아, 이런 유형. 알고 있다. 하지만, 레이니・왈츠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똑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는, 아니여서.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잠깐의 고민을 거친다.
“...유키무라양은, 혹시 그런 타입인가요. 1착이 아니면 가치가 없어. 패자에게는, 아무도 시선을 돌려주지 않으니까.”
너무 빤히 새우튀김을 바라보았나 싶어서, 이어지는 말에는 고개를 가로저어 거부의 표시를 표했다. 새우튀김... 사실 준다면 좋지만, 정말 좋지만.
“배고픈건 맞지만, 미스터 시라기가 남긴 숙제가 하나 있어서요. 전, 그것부터 빠르게 해치우고 싶어서.”
크로스백을 열어, 종이 상자를 꺼내, 테이블위에 올려둔다. 포장지를 뜯어, 상자를 열면, 곱게 담겨있는 초콜릿이 보인다. 팥이니, 달지 않다고 했었다. 아침이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겠지.
“잘 부탁드린다는 말은, 제 쪽에서 먼저 드려야 할 처지가 아닐까요. 이쪽에서, 앞으로 폐를 많이 끼칠것 같아서.”
너는 마침내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너의 눈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안쪽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 처럼.
"그렇다고, 한다면?"
옅게 웃으면서, 짤막하게 물어보았다. 어쩌면 나이스 네이처 처럼 브론즈 콜렉터로써도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여기선 아니야.
내가 뛰는 레이스는 G3 레이스. 나이스 네이처가 뛰는 레이스는 G1 레이스. 격차가 다르다. 그곳에서라면, 나도 주연의 옆에서 조연으로써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반짝거리는 우마돌로써...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4착은? 5착은? 16착은? 하물며 G2에서의 16착은? G3에서의 2착은? 전부 부질없잖아. 내 달리기는 하루 우라라 처럼 즐거운 달리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전부 의미 없는게 당연하잖아. 저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고파 보이는데, 별로 먹고 싶지 않은걸까? 같은 생각을 하는데.
"시라기라... 아, 그 짧은 머리의 트레이너? 헤에."
그 사람에게 스카우트 받은거야? 같은 질문을 하면서, 힘겹게... 제대로 젓가락을 쥐었다. 젓가락질을 잘 하지 못하는걸 들키는건 좀 부끄럽잖아. 서툴게 새우튀김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조용히 씹으면서, 네가 올려놓은 초콜릿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받은거야? 성의를 소중하게 여기나 보네."
"그런데, 그걸로 괜찮겠어? 밥부터 먹고 디저트로 먹어도 괜찮지만. 뭐, 어쨌든... 나누어 주기엔 충분하다는 얘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