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만 중고교시절 미즈호는 정말로 다도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대체 왜 이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으나 흔쾌히 대답해준 니시카타 미즈호는, 이어지는 퍼펙트 원더의 후기를 들었다. 아하, 이 정도 시범으로 바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반과 종반 코너에서 살짝 힘을 빼서 뛰었다는 것은 잘 확인한 것 같다. 코너에서 힘을 빼서 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직접 눈으로 봐서 잘 안다. 어느 정도 잘 확인했다는 걸 알았는지, 그제서야 만족한 듯 니시카타 미즈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코너에 진입하기 한참 전, 코너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천천히 몸을 숙이며, 방향을 틀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발을 서서히 코너가 틀어지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뛰는 것이에요. 이 방법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답니다. "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바로 출발선에 서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이었다. 이정도 체력을 지닌 우마무스메라면, 중앙에서와 같이 쉴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뛰게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자아. 다시 뛰어보도록 하세요. 아까보다 좀 더 [ 코너 ] 에 집중해서. 한계를 뛰어넘을 준비는 되었나요? "
슬슬 저녁이 깊어가는 시간. 트레이너실의 트레이너들도 하나둘씩 퇴근하지만, 이쪽은 봄을 맞아 잔뜩 밀려온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안경을 고쳐쓴 코우는 노트북을 덮고 기지개를 켠다. 남은 일들은 내일 마저 처리하든가 하고, 이만 퇴근할 생각. 주변을 정리하고 대강 자리에서 일어난 코우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햐쿠모 트레이너. 텅 비어가는 트레이너실에 그녀 혼자만 남아있었다. 작년까지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최근 정식 계약을 맺었다고 하던가. 담당 우마무스메도 생겼다는 거 같은데, 그래서 저리 열심인 건지. 코우는 천천히 그녀의 자리로 걸어간다.
긴장때문인지 이전에 비해 조금 늦은 스타트가 초반부의 급한 실속을 만들어냈다. 뛰는 폼이 안정되지 않는가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평소의 노력이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중반의 커브에서부터 다시 가속, 이전의 최고속도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생각한다. 끝없이 고민하고 힘의 조절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느려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은 육체, 그에 맞는 커다란 힘이 마치 반대편으로 나를 밀어내는 듯 강하게 덮쳐온다. 평소와 같은 주행,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급하게 발을 쳐박으려다 내딛기 직전에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니 사실 떠오르지는 않는다. 만화였다면 여기서 회상씬인데. 하지만 확실히 길게, 커브를 반쯤 앞둔 상황에서부터 승부를 본다. 감속은 없지만 포즈는 조금 변화한다. 저돌맹진, 육중하게 나아가던 전차가 아니라 회전하는 열차와 비슷하게. 굳이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회전을 선택하기 보다는 힘 자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조금씩 몸을 튼다. 방금 전의 그 여자가 했던 것 처럼. 의식하며 감속을 더하면, 끝도 없이 떨어져내릴 것만 같았기에. 좋든 나쁘든 연비가 나쁜 몸뚱이다.
"읏샤아아아아!!!!"
그리고, 결국은 무난한 속도로 1착... 아니 뭐 혼자 달린 것에 큰 의미는 없긴 하지. 그것보다도 중요한건 따로 있다.
>>487 나는 역시 개쩔어... 자신에 도취해있다보니 박수를 치는 소리도 그 여자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조금씩 심장 박동이 줄어들고 진정되기 시작하고 나서야 들렸으니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방금건 내 인생 최고의 질주였다. 트레이너와 했던 것도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베스트'를 따진다면 방금거다.
"후우... 뭐!!! 그거야 나니까 말이지!!! 다른 녀석들이었으면 그대로 고꾸라졌을거다!!!"
본 적은 없지만.
"그나저나 잘도 알았구만. 페이스 조절이라고 해도 제대로 모르겠더라고. 내 추입은 좀 긴편이니까 실속이 좀 있어도 괜찮지 않나 했는데."
완전히 다르네. 호탕하게 웃으며 그 여자의 등을 치려다 말았다. 그러고보니 인간이었지. 우마무스메인줄 알았네.
"...? 뭔 소리여 그게."
갑작스럽게 중앙의 트레이닝이니 뭐니 하는 말에는 조금 의문이 생겼다. 아니 설마. 그럴리가 있나. 애초에 중앙에서 트레이너를 하는 양반이 여기에는 갑자기 왜 와? 볼 사람도 없을텐데. 자기네 담당 클래식은 버리는거냐.
"모르겠네!!! 뭐 딱 좋기는 했어. 나 머리 나쁜편이라 이론이니 뭐니 해도 모르겠고. 트레이닝은 책상에 앉아서 하는게 아니라 뛰면서 하는 거잖아? 이거보다 조금 더 빡세도 괜찮을것 같은데."
한쪽에 주차된 썰매를 가르켰다. 그야 나 원래는 저쪽이 주력이었으니까 말이지. 체력적으로는 괜찮지 않나 싶어. ...뭐 중앙에서 진짜 이렇게 보여주고, 달리고 보여주고 달리고 할리가 없지. 그야 중앙이잖냐. 뭔가 개쩌는 기계같은거 있는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