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가정실은 보통 아무에게나 열려있지는 않다. 하지만 열리는 기준 자체는 빡빡하지 않은 편이라서 트레이너의 허락이 있다면 제한된 용도에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곳이다. 그리고 그런 가정실에 주로 접근하는 것은 트레이너들보다는 학생들인데, 그들이 일 년 내내 이용하는 건 아니다. 정확히는 이용 횟수가 늘어나는 때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최근은 점점 가정실 이용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리고 오늘은 다이고가 가정실을 열어주기로 된 날이다. 딱히 날이 정해진 건 아니고 우연히 자리에 있었을 때 연락이 와서 열어주기로 한 것. 다만 지금 당장은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트레이너실로 오면 가정실 열쇠를 주기로 했다.
"어디보자, 여기엔 이걸 넣으면 되고..."
즉 누군가 트레이너실에 방문할 예정이지만 당장 다이고는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스트라토 이적 건에 대해서 추천장 써주는 건 어느정도 이미 처음부터 결정이 되 있었음 결정은 무스메의 선택이니 ㄹㅇ상관 없는데 추천 면에 있어선 미즈호 녀석 진짜로 도쿄 아니면 추천장 안쓰려 할듯 이유?? 이번에 생각 묘사에서 제대로 나왔습니다만 본인이 인정한 라이벌이 아니고서야 보내줄 생각이 없어요 이 Crazygirl은
내일부터 찰렌타인데이. 그렇다, 라이벌에게는 칼로리 폭탄을 안겨줘서 선전포고를 하고 친구에게는 초코를 나눠주며 우정을 확인하는 기간! 주니어 시즌에는 라이벌 이전에 제대로 뛸 마음이 없어서-사실 지금도 그닥 없긴하다- 진심 초코는 안 만들었는데, 올해는 어쩔까나. 일단 우정 초코를 누구누구에게 줘야하는지 머리 속으로 리스트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트레이너실 앞에 도착해있었다. 상투적인 노크를 두어번, 똑똑- 두드린다. 대답이 들려올 때까지 대기하는게 원래 매너겠지만, 뭐 상관없나. 대답이 돌아오기 전에 문을 벌컥 열었다. 뭐 어때. 난 분명 노크했다. 못들었다고? 내 알빠임??
"실~례합니다~ 아무도 없나??“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문을 벌컥 열고 당당하게 들어가진 않고, 그냥 고개만 빼꼼 내밀어서 가정실 열쇠를 주기로 한 트레이너를 찾는다. 오, 우마그린 발견. 아는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여서 곧바로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지만 집중하고 있던 다이고는 듣지 못했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실례한다는 메이사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으나, 노트북에 얼굴을 처박듯이 하고 있는 다이고 쪽으로 메이사가 걸어와서는 이름(이 아니다)을 부르자 그제야 다이고는 인상을 쓴 채 고갤 들었다.
"엉? 아, 메이사? 뭐 때문에 왔어?"
가정실 열쇠를 줘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다이고는 무심코 용건을 묻다가 메이사로부터 용건을 듣고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 맞다, 가정실 열어주기로 했지- 바빠가지고 까먹고 있었어!"
어디에다 뒀더라... 분명 받아서 어딘가 뒀는데 일을 하느라 잊어버린 다이고. 머리에 과부하가 오기 직전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메이사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727 그렇다한들, 자기 담당을 적으로 만나는게 싫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담당을 어디로 보내는게 가장 좋은가?로 생각했을 때 사적 감정 없이 단순히 자기가 인정한 라이벌의 팀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넘어간다는게 좋은 의미의 이해타산적이라는 거심. 나쁜 의미가 아니라!
에~ 잊어버렸어? 기억력 허접♥ 에이징 커브 와버렸냐구♥같은 말은 찡그린 얼굴을 보자 쑥 들어가버렸다. 인상 쓴 우마그린 처음볼지도.. 또레나네 집에서 봤던가? 그땐 빵봉투도 있었고 다른게 이것저것 팡팡 터져서 기억이 잘 안나네.. 아무튼 처음보는듯한 인상 쓴 우마그림의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대충 둘러대는 말이었지만 적중했던건지, 바빠서 까먹었다는 말에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뭐어, 느긋하게 해 느긋하게~ 그렇게 급한 건 아니니까.“
초콜릿 만들기와 트레이너의 업무 중 어떤게 급선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니까. 눈 앞의 상대가 쿠소닝겐이었다면 '아앙? 내 알빠임?? 그보다 미리 말했잖아 어서 내놔!'정도는 말했을지도 모르지만(그래도 기다리긴 했을 것이다 아마도). 아무튼 그냥 옆에서 좀 기다리지 뭐. 오, 사탕도 주잖아. 그럼 30분 정도는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와 사탕! 잘 먹겠습니다~“
사탕 하나를 골라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옆에서 빈 의자를 하나 끌어와 옆에 앉는다. 어- 별 의미는 없고 그냥 서서 기다리면 다리 아프니까. 그 정도로 아플 다리는 아니지만 뭐. 아무튼 적당히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는 떠들어도 되려나.
잠깐 쉬고 쏟아지는 일을 위해서 쉰 것 같기도 하고. 주름이 잡힌 미간을 한 채 노트북을 노려보던 다이고는 급한 건 아니라며 사탕을 하나 골라 먹는 메이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미간에 주던 힘을 잠깐 풀었다. 그러다가 메이사가 옆에 의자를 가져와 앉은 뒤, 뭐가 그렇게 바쁜지 물어보자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이제 클래식 시즌이다 보니까, 레이스 일정도 정리해둬야 하고... 내가 담당이 따로 없는 대신 좀 이것저것 애매한 일들도 하고 있거든, 아직 담당 못 찾은 애들 트레이닝 플랜도 조금 짜고..."
집중적으로는 못 봐주지만 그래도 체력관리 정도는 도와줄 수 있으니 짬짬히 시간을 내서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인 다이고는 조금 여유가 생긴 듯 미간에 힘을 좀 풀곤 옆에 놓인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