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으로서의 트레이너답다 해야 할지 코우답다 해야 할지. 진솔하고 올곧은 대답이 돌아왔다. 사미다레는 그에 발그레한 기운 가시지 않은 낯으로 웃었다. 우승을 노리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코우는 명예나 영광을 요구하지 않았으니까. 한 해를 잘 보내는 것은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묵묵히, 그리고 착실하게 달려야겠지.
"네! 그러면… 다음 트레이닝 때, 다시 만나요."
제 무릎 위에 올린 두 손 꼭 쥐며 건네는 말에는 어렴풋하나마 명백한 확신이 담겨 있다. 오늘 코우를 봤을 적 허둥거리던 것도, 트랙 위에서 처음 조우했을 때의 불안도, 이제는 조금쯤 흐려졌다 해도 괜찮겠다. 덕분에 기분이 꽤 개운해졌다.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곧 자리를 뜰 듯한 투로 말해선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사미다레는 핫, 하고 무언가 생각났다는 티 나게 굴더니 코우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귓가에 조심조심 속삭이는데…….
>>692 상을 받은 미즈호의 낯빛은, 많이 상기되어 있었으나 그렇다고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니시카타 미즈호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오고 있었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은 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사람, 일부러 이러는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며, 미즈호는 코우의 어깨에 기대오며 슬그머니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후후, 이 참에 코우 씨께 한가지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싶은데, 괜찮은가요? "
새해 이후 줄곧 생각해 오던 것을, 이제 와서 말을 꺼낼 때가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즈호는 말을 계속하였다.
"사실 저도, 지금까지 코우 씨처럼 담당 아이와 기간을 두고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거든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아이와 저는 일종의 승부에 가까운 [ 내기 ] 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누구의 트레이닝의 방식이 더 성공적인가에 대해서. " "그 아이가 말하길, [ 트레이너의 반대편에서 서서 대적해보고 싶어졌다 ] 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마땅히 그에 맞는 자리에 앉혀주고 싶어졌답니다. "
나와 대적할 [ 격 ] 에 맞는 자리를. 검증된 승리의 자리를. 어줍잖은 자리에 소개시켜줄 생각은 절대로 한 끝만큼도 없다. 한 번이라도 중앙을 겪은 자라면 마땅히 그에 맞는 자리에 보내줘야만 나에게도, 그 아이에게도 격에 맞을 것이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코우에게 이렇게 말해오려 하였다.
학교의 가정실은 보통 아무에게나 열려있지는 않다. 하지만 열리는 기준 자체는 빡빡하지 않은 편이라서 트레이너의 허락이 있다면 제한된 용도에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곳이다. 그리고 그런 가정실에 주로 접근하는 것은 트레이너들보다는 학생들인데, 그들이 일 년 내내 이용하는 건 아니다. 정확히는 이용 횟수가 늘어나는 때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최근은 점점 가정실 이용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리고 오늘은 다이고가 가정실을 열어주기로 된 날이다. 딱히 날이 정해진 건 아니고 우연히 자리에 있었을 때 연락이 와서 열어주기로 한 것. 다만 지금 당장은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트레이너실로 오면 가정실 열쇠를 주기로 했다.
"어디보자, 여기엔 이걸 넣으면 되고..."
즉 누군가 트레이너실에 방문할 예정이지만 당장 다이고는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스트라토 이적 건에 대해서 추천장 써주는 건 어느정도 이미 처음부터 결정이 되 있었음 결정은 무스메의 선택이니 ㄹㅇ상관 없는데 추천 면에 있어선 미즈호 녀석 진짜로 도쿄 아니면 추천장 안쓰려 할듯 이유?? 이번에 생각 묘사에서 제대로 나왔습니다만 본인이 인정한 라이벌이 아니고서야 보내줄 생각이 없어요 이 Crazygirl은
내일부터 찰렌타인데이. 그렇다, 라이벌에게는 칼로리 폭탄을 안겨줘서 선전포고를 하고 친구에게는 초코를 나눠주며 우정을 확인하는 기간! 주니어 시즌에는 라이벌 이전에 제대로 뛸 마음이 없어서-사실 지금도 그닥 없긴하다- 진심 초코는 안 만들었는데, 올해는 어쩔까나. 일단 우정 초코를 누구누구에게 줘야하는지 머리 속으로 리스트를 만들다보니 어느새 트레이너실 앞에 도착해있었다. 상투적인 노크를 두어번, 똑똑- 두드린다. 대답이 들려올 때까지 대기하는게 원래 매너겠지만, 뭐 상관없나. 대답이 돌아오기 전에 문을 벌컥 열었다. 뭐 어때. 난 분명 노크했다. 못들었다고? 내 알빠임??
"실~례합니다~ 아무도 없나??“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문을 벌컥 열고 당당하게 들어가진 않고, 그냥 고개만 빼꼼 내밀어서 가정실 열쇠를 주기로 한 트레이너를 찾는다. 오, 우마그린 발견. 아는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여서 곧바로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지만 집중하고 있던 다이고는 듣지 못했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실례한다는 메이사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으나, 노트북에 얼굴을 처박듯이 하고 있는 다이고 쪽으로 메이사가 걸어와서는 이름(이 아니다)을 부르자 그제야 다이고는 인상을 쓴 채 고갤 들었다.
"엉? 아, 메이사? 뭐 때문에 왔어?"
가정실 열쇠를 줘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다이고는 무심코 용건을 묻다가 메이사로부터 용건을 듣고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 맞다, 가정실 열어주기로 했지- 바빠가지고 까먹고 있었어!"
어디에다 뒀더라... 분명 받아서 어딘가 뒀는데 일을 하느라 잊어버린 다이고. 머리에 과부하가 오기 직전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메이사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727 그렇다한들, 자기 담당을 적으로 만나는게 싫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담당을 어디로 보내는게 가장 좋은가?로 생각했을 때 사적 감정 없이 단순히 자기가 인정한 라이벌의 팀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넘어간다는게 좋은 의미의 이해타산적이라는 거심. 나쁜 의미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