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한정된 범위 안에 대충 많은 수가 몰렸다. 자신이 한번에 광역 공격을 하기 힘든 만큼 다수의 적들을 한 곳에 몰아넣을 필요가 있었다. 마침 파트너가 마도사기도 하니 이참에 한 번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나 마도사는 마도사라고 따로 언질을 주지 않았지만 바로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하며 린은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길로 삼아 어둠과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단순한 무기를 든, 아마도 해적단에서 졸병 위치를 당담하고 있을 듯한 토끼들이 순식간에 몇 명씩 쓰러진다.
"@#!@&%$#@#!&?#@!" 혼란의 틈을 타 나무 덩쿨 사이로 들어온, 조그만 제복에 훈장이 달린 모자를 쓴 토끼가 난장판을 바라보더니 뭐라 말한다. 허둥지둥 이를 알아들은건지 토끼들이 서로 넘어지고 구르면서 제빨리 짧은 다리로 도망치고 있는 하얀 가운의 토끼에게 달려간다. 아마도 목표물이 연구원임을 알아듣고 보호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 같다.
"순순히 칩을 내놓는 게 서로에게 좋을것이어요!" 저런 어쌔신이 참을성을 잃고 버서커가 되어버렸다. 자꾸 토끼들이 자신이 향하는 방향에 몰려드니 일이 늦어진단 마음에 깔끔하던 단검의 궤적이 성급해진다. 쏟아지는 떡폭탄 세례에 이를 갈던 린은 결국...
[강산군, 망념을 사용하여 단숨에 돌파하겠사와요.] '이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물건을 다 채가겠어.' 아무래도 견제하던 쪽이 이 쪽이 아니라 다른 쪽이었던 모양이다.
무기가 부딪치고 토끼들의 몸이 쓰러지는 소리에 강산은 조명을 가린 벽을 없앤다. 그리고 메모리칩을 가진 토끼에게 접근하려고 보니...
"앗, 어느틈에!"
분명히 린의 단검에 맞고 쓰러진 줄 알았던 흰 가운의 토끼가, 어느 새 다시 일어나서 달려가 자신에게 손을 뻗는 다른 토끼들에게 합류하려 하고 있었다.
"오케이, 버프랑 엄호 간다."
어쩐지 조바심을 내며 서두르는 듯한 린의 모습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조금 걱정되지만, 일단은 임무에 집중하기로 한다. 강산은 멀티 캐스팅을 쓰기 위해 엘 데모르를 해제하고, 자신과 린에게 신속 버프 마도를 건다. 린이 적진을 돌파할 때 강산은 뒤따르며 자신들 쪽으로 향하는 떡 폭탄이며 광선총 공격 같은 것들을 마도로 맞받아친다.
"괜찮은 작전이라고 들어서 냉큼 받았다니까용." 토끼탈을 쓰고 잠입해서 파괴공작! 물론 이 파괴공작은 조디라는 분이라던가.. 마도사들이 뭔가 더 잘할 것 같지만 두 분은 아무리 찾아도 없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전신토끼탈은 너무 무겁고 시야확보가 영 아니었는걸요" 전신토끼탈이 있긴 있었구만? 여선이 말하기를.. 의념을 좀 더 아이템에 넣는 대신 가볍고 유니폼스러워졌다...고 합니다. 여선이 먼저 입고 나오려 합니다. 짠! 이라면서 나온 건... 뭐 조금은 봐줄 만한 옷일 것 같습니다.
입고 나온걸 보면, 적어도 여자애가 입으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물론 적지 한복판에서 남자인 내가 입고 다녀야 한다는건 뭐라고 해야할까, 심히 복잡한 기분이다마는... 그렇다고 '복장이 귀여우니까 작전 안할래' 라고 떼 쓰면, 그건 그거대로 어이가 없는 짓이고...
"하긴 토끼귀로 움직이는 강화슈트는 매우 귀여울 것 같으니까용" 조금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말을 하고는..
"그치만 토끼귀와 귀여운 옷을 입고 강하게라면 역시 멋지게 보일수도..." *아닙니다. 꼴깍이와 토끼옷을 장비한 시윤이 고인물스럽다면.. 여선은 그냥.. 토끼잠옷 입음 정도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이제.. 슬쩍 일행에 섞이면 된다고 하네용.." "물론 가장 안전한 건 둘을 처리하고 쓱이지만용.." 그리고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우주해적토깽이들 사이에 섞이면 이미 있던 단원인가! 하고 그들이 신경쓰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파괴공작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걸어가려 합니다.
신이시여 모든 것을 이 일격에 걸겠나이다. 잔뜩 다리에 힘을 주고 망념의 힘으로 강화한다. 힘과 거북함이 동시에 차오르는 느낌과 함께 바로, 그림자를 타고 빠르게 돌진한다. 1보에 음속을 돌파 2보에 간극을 없애고 3보에 검으로 끊는다.
<ruby 무명삼단찌르기!>"피안천향환무!"</ruby> 의념기를 쓰진 않았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눈에 불을 켜고 돌진을 한다. 하얀 떡폭탄과 어지러운 공격이 날아오지만 반 이상은 강산의 보조에 닿지 않고 반은 집념과 근성으로 피해낸다. 푹, 단검이 푹신한 무언가를 찌르고 들어가는게 손을 타고 느껴진다.
"어떻게..." 깜짝 놀란 토끼눈을 한 연구원 토끼의 바로 앞, 단검이 푹신한 방어구를 뚫고 토끼의 목에 닿았다. 하지만 닿았을 뿐이다. 그러나
"소녀의 목적은 애당초 귀하가 아니었으니 말이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는 린의 손아귀에는 메모리 칩이 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