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한 우마무스메가 있었답니다. 자신의 재능을 너무 잘 알은 나머지, 그 한걔를 뛰어넘고 싶어했던 우마무스메가 있었답니다. 소녀는 가장 철저하게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나 아직 경험이 없는 신입 트레이너에게 찾아와, 이렇게 말했답니다. “ “ [ 나를 담당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그러면 당신에게 모든 것을 안겨줄 것이니 ] “ “신입 트레이너는 처음에는 주저했습니다. 이 아이에게 내가 과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 지도 ] 를 해 줄 수 있을까? 소녀는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아니 있다 해도 그 이상을 보여줄 각오가 되어있는 아이였습니다. 이 중앙 트레센의 아이들 중에서도 유독 명예에 대한 욕망이 큰 아이였습니다. 그런 그녀를 처음에는 주저했습니다. [ 당신을 맡기엔 저는 아직 무리에요 ]. 그러자 소녀가 말했습니다. [ 정말로 무리라고 생각해? ] “
미즈호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며, 이렇게 말을 꺼냈습니다.
“[ 당신이라면 모든 걸 해내줄 수 있어. 그 니시카타 타케시의 유잃란 딸! 수많은 이름높은 우마무스메들을 배출해낸 이의 유일한 외동딸! 그런 당신을 믿기에 여기까지 온 거야. 다른 건 필요 없어. 그 야나기하라도 필요없어! 그러니 당신에게 온 거야. ] “ “[ 딱 한가지만 약속하세요. 내게 “한계 이상까지 갈 수 있는 트레이닝” 을 해 줄 것. 그것만 해준다면 모든 영예를 안겨줄 것이니. 제 모든 영예가 곧 당신의 영예가 될 거에요. ] “
하하하, 하며 헛된 소리라는 듯 웃어보인 뒤 미즈호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신입 트레이너는 처음에는 정말로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소녀의 끈질기고 끈질긴 요청 끝에, 결국 그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답니다. [ 한계 끝에 도달하게 해달라 ] 는 소녀의 요청에 응답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 “그렇게 소녀와 신입 트레이너는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
긴 이야기를 끊으려는 메이사를 주저시키려는 듯, 미즈호가 재차 이야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소녀는 실제로 트레이너에게 모든 영예를 안겨주었답니다. 사츠키상부터 시작해서 일본 더비, 그리고 킷카상까지. 모든 곳에서 신기록을 갱신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우마무스메라며 각양 각곳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소녀는 [ 한계 그 이상 ] 에 향한 열망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그걸 잘 알수 있었던 것이 소녀의 첫 재팬컵과 아리마 기념에서였답니다. “
메이사는 이미 트로피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은색과 동색이었던 트로피. 그리고 트로피에 새겨진 [ 아리마 기념 ] .
“첫 재팬컵, 그리고 아리마 기념에서의 쓰라린 패배……2착, 3착이라는 충분히 훌륭한 성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 “소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답니다. 그러는 사이 주변인들과는 더더욱 멀어지게 되었고…..소녀의 곁에는 오직 신입 트레이너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트레이닝 때마다 트레이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내게 레이스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 그러니까 이 트랙을 계속해서 뛰는 거라고. “ “신입 트레이너는 그렇지 않다고 계속 말해주려 하였습니다. 소녀에게 일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녀에게 레이스 이외에도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듣지 않았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소녀의 시니어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
후우, 하고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고 미즈호가 말을 이었습니다.
“시니어 시즌에서 다시 소녀는 눈부신 신기록을 경신하였답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눈부신 성과였습니다. 오사카배, 텐노상, 그리고 타카라즈카까지! 다시 눈부신 기록을 경신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한계가 그 이상일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 “그리고, 그 [ 아리마 기념 ] 이 찾아왔습니다. “ “소녀의 모든 것을 끊어놓은, 잔혹한 경기가. “
차마 꺼내놓기 힘든 이야기라는 듯, 잠시 숨을 다시 고르고 미즈호가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경기 전에 소녀는 신입 트레이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 이야기가 나의 마지막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니까, 한 가지만 말해둘게요. ] “ “[ 나, 당신과 함께하면서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당신의 지도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어떤 결과” 가 나오던, 슬퍼하지 마세요. ] “ “하지만 신입 트레이너에게 있어선, 그 결과가 처참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 “소녀에게도, 신입 트레이너에게도…..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경기였습니다. “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음지으며, 미즈호는 이야기합니다.
“단 한번의 실패, 단 한 번의 실패가 신입 트레이너에게 있어선 치명적인 결과였답니다. [ 중앙의 별을 무너트린 트레이너! ] [ 혹독한 성과주의자! ] 란 이야기가 오갔으니까요. 신입 트레이너는 그 비난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중앙을 나왔습니다. “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중앙을 나온 신입 트레이너에게는 다시 손길이 내밀어졌습니다. [ 나를 중앙으로 보내주세요 ] 라는 손길이. 처음에는 신입 트레이너는 주저하려 했습니다. 그 때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또다시 눈 앞에서 “가장 소중한 이” 를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
여기까지 이야기하면서, 미즈호의 언성이 점차 격해진 것을 메이사 역시 눈치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미즈호는, 메이사가 지금까지 보던 이성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감정적인 모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녀의 결정은 확고했고….. 신입 트레이너는, 소녀, 아니 [ 여러분 ] 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여러분의 레이스에 향한 열망들. [ 위 ] 를 향한 열망에 손을 빌려주지 않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것이, 그것만이 여러분에게 응답할 수 있는…. 속죄할 수 있는 신입 트레이너의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 “그래요. 신입 트레이너의 첫 우마무스메. [ 다이애나 포그린 ] 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이번에야 말로!!!!! 모두를 한계에 몰아붙이지 않고 걱정 없이 뛰게 하리라! 신입 트레이너는 그렇게 마음먹었고, 그래서 여러분을 받아들였습니다! “
가볍게, 그러나 다소 오래 숨을 고르고서야….미즈호는 메이사를 똑바로 바라본 채 말을 잇습니다.
“…… 여기까지가. 제가 이야기드릴 수 있는 이야기랍니다. “ “이 이야기를 듣고, 메이사 양은 무엇을 생각하셨나요? “
이렇게 감정이 격해진 트레이너는 처음 본다. 이 트레이너가 이렇게 감정적인 모습을 내 앞에서 보인 적이 있던가? 멸치푸딩을 꺼냈을 땐 살짝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때랑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내가 뭘 생각했냐고 물어도 말이지....
섣부르게 동정이라도 할까? 안타까운 일이라는 감상은 있긴 해. 그래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아까 말한거고. 우릴 이용해서 속죄하려는 셈이냐고 따지기라도 할까? 사실 속죄를 위해서든 뭐든 그건 딱히 상관없다. 어차피 우리-라고 하기엔 나는 좀 애매하긴 하지만-도 중앙에 가기 위해, 아니면 각각 다른 이유로 트레이너와 함께 하고 있는 거니까. 서로 어떤 이유로 같이 움직이든 깊게 관여할 필요는 없다. 그래. 역시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실망한 것은, 어째서 이걸 이때까지 우리에겐 철저히 숨겼느냐는 점이다. 아주 철저하게. 문을 잠그고 입을 닫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마냥].
"—실망했어." "그건 당신이 중앙의 별을 무너트린 트레이너라서도 아니고, 혹독한 성과주의자여서도 아니야. 애초에 그딴건 난 아무래도 좋다고. 그자식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내가 실망한 건 당신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일을 우리에게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야." "다이애나 포그린이라는 우마무스메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없었다는 것마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들었다는게, 당신의 지시를 철썩같이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 그 사실을 말해줘도 되겠다는 요만큼의 신뢰조차 없었다는게 실망스럽다는거야."
트레이너를 향해있던 귀는 뒤로 젖혀져, 불편한 감정을 있는대로 드러낸다. 어느샌가 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감정의 격함도 전염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트레이너랑 우마무스메는 이인삼각 같은 관계라고 누가 그러더라. 그래, 그 말이 맞지. 일심동체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신뢰와 이해는 있어야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관계니까."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신뢰해봤자, 제자리 걸음이나 하면 다행이지. 하."
>>267 "ー바로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당신을 부른 거에요. 메이사 양. "
미즈호는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며 메이사를 응대하였습니다. 마치 메이사가 이 이야기를 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한 모습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이상합니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왜 [ 신뢰가 없었다 ] 는 말에 이토록 밝게 웃는 것일까요?
"제가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 앞에 꺼내지 않은 것은, 여러분들이 아직 이 이야기를 들을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랍니다. 클래식 시즌이 시작되기 이전, 그 이전에 모든 것을 미리 털어놓을 생각이었으니. 시기가 이제 딱 맞군요. "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는 이인삼각 같은 관계라 하셨지요! 바로 그거랍니다. 이제 저희들은. 여러분들과 저희들은 그러기 위한 단계에 도달해야 한답니다. 모든 것을 알고도 서로 신뢰할 수 있는가? " "저는 이미 메이사 양을 만나기 전에 유키무라 씨에게 모든 것을 밝혔답니다. 그렇기에 메이사 양 앞에서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어요. 자. 이제 메이사 양이 답해줄 차례에요. "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메이사에게 일어서서 다가가, 그녀에게 손을 뻗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흠 많은 트레이너라 할지라도, 신뢰하고 따라줄 수 있나요? " "내가 많이 못난 트레이너라 할지라도, 믿어줄 수 있냐는 거에요. 메이사 양. "
언그레이의 생각을 사미다레가 알지 못해 정말 다행이었다. 알았더라면 쑥스럽고 부끄러운 감정을 차마 버텨내지 못해 전력으로 도망쳐버리는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니.
"네, 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그래,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할 수는 없으니 다음을 기약해도 될 테다. 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고 츠나지에서 지내는 한 함께할 상황은 언제든 마련되어 있으니까.
"저어, 트레이너님과는… 자주 만나 보셨나요? 저는 아직이에요."
평소엔 어떤 분이실까, 해서요……. 그런 말이 천천히 따라붙었다. 어쩐지 냉철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그가 해 주었던 말들은 퍽 상냥했었다. 차가운 분은 아니셨던 것 같아. 하지만 그렇다고 비둘기 같다기엔…… 좀? 영문 모를 대답에 사미다레의 기억 속 코우의 얼굴이 왜인지 맹하게 변질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쓰다듬 받는 데에도 조금 쭈뼛거리는 듯했으나 시간이 길어지자 긴장도 서서히 누그러졌다. 바짝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가 편히 풀어지고, 사미다레는 조금은 평온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러면, 내일… 내일 이 시간에 만나는 건 어떤가요?"
상당히 알기 쉬운 우마무스메다. 긴장할 때도 부끄러워할 때도, 지금도 어김없이 그렇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며 반짝거리는 눈동자에서 기대감 쉬이 읽혔을 테다. 잘 못 달린다는 부분에서는 조금 의아한 감정 짧게 스쳤지만. 으음, 츠나센처럼 거친 코스에 익숙지 않으신 걸까, 아니면 다리를 다치시기라도 한 걸까? 처음 만났을 적 언그레이가 이곳까지 뛰어오던 모습을 떠올린다. 발이 빠지는 모래밭에서도 능숙하게 달리고 있었으니 충분히 관리하고 있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사실은 같은 팀원과 달린단 이야기에 조금 들떠서 깊이 생각 할 여력이 안 되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런 한마디가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뭘 그렇게 환하게 웃는거야 당신 방금 내가 비꼬는 거 못 들었냐고. 이 인간의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가? 그럼 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하는거지? 하또? 우마레인저 그린? 여러 사람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아무튼 그, 어, 꽤 당황했다. 귀도 꼬리도 당황스러움을 한껏 나타내고 있었다.
"하아...?"
그래서 뭐야 이 흐름은. 그니까... 그냥... 뭐 시험해봤는데 합격~이라는거야 뭐야. 너무 어이가 없다못해 머리가 아파온다.
"—이야기를 들을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면, 언제가 되면 말해주겠다는 언질이라도 하던가." "지금껏 그렇게 숨겨놓고 이제와서는 시험삼아서 일부러 그랬다는 것처럼 얘기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모면하려고 끼워맞추는 걸로 밖에 안 들리는데? 이제 그 트로피들도 다 들켰으니, 더는 하늘도 못 가리는 처지가 되니 급하게 수습하려는 거 아니야?"
평소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장난 그 이상의 가시를 담은 말이 나온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지막 경계선 앞에서 머물던 발이 성큼 넘어가버렸으니.
"내가 먼저 물어볼게. 당신 진짜 우릴 신뢰하긴해?" "1년 가까이 '없었던 일'처럼 입다물고 있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