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 "네. 정말로 신뢰하고 있답니다. 소중히 여기고 있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분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답니다. 그러니 이것만은 확실히 말해두겠어요. [ 수습 ] 이란 단어는 이 상황에 맞지 않아요. "
미즈호는 이것만은 정정하자는 듯 딱 잘라 말하고는 말을 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나의 과거에 대해 물어보았다면, 내가 이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물어보았다면 저는 언제든지 답할 준비가 되어있었답니다. 그 정도로 여러분들을 저는 신뢰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메이사 양. 돌이켜 보세요. 여러분들은 정말로 저의 대답을 듣고 신뢰해줄 생각이 되어 있었나요? " "아니면 내가 [ 없었던 일 ] 로 할 줄 알고 아예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고 있었나요. 저는 그것이 궁금해서 여쭤본 것이에요. "
잠겨져 있는 트로피룸은. 여러분들이 요청했더라면 얼마든지 열릴 문이었습니다. 메이사 프로키온. 당신은 정말로 트레이너를 제대로 신뢰하고 있습니까?
"한쪽에서의 일방적인 신뢰는 이제 보니 제 쪽인 것 같은데요. 메이사 양. " "메이사 양,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어요.......이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만큼이요.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당황해 하고 있는 메이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는, 끌어안으려 하였습니다.
"길게 이야기 하지 않을게요. 나를 믿어주세요. " "나를 믿어준다면 그에 맞는 [ 성과 ] 와 영예를 안겨줄 것이니. 찬란한 별빛을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것이니. 저는 마땅히 그럴 각오가 되어있어요. " "메이사 양은 어떤가요? 나를 믿어줄 준비가 되어 있나요? "
호쾌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어깨를 도닥여주는 언그레이 데이즈. 그리고 야나기하라 트레이너가 어떤지에 대해 묻는 말에는 미소가 살짝 가시고 머리를 긁적인다.
"뭐어, 한 일주일 정도 되었응게 그마이 자주는 안 만나봤제... 평소에 어떤 사람인가, 하므는... 보제이."
"벌써부터 참한 여성을 낚아채가뿐 난봉꾼에, 디게 표정이 딱딱히 굳어가꼬 유머감각이라곤 없어 보이믄서 말도 제대로 안해가꼬 마이 어색해비는 사람?"
장난기를 섞어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뭐, 왜, 뭐.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그래도 누구보다 우리를 믿어주고, 서포트할라캐주고, 그라믄서도 열정이 있으야. 그래사서 비둘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있어야. 일순 보므는 진짜 뭔 생각이 들어가 있나 싶이 목석같은 느낌이 처음에 들지마는... 그래도 힘들때는 분명 옆에 있어 줄 아가 그 트레이너데이."
비둘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건가 하면서 살짝 웃는 그녀. 그렇지만 그녀가 본 트레이너가 조금 맹해보이는 것은 사실인걸.
"그래보제이. 뭐어, 내는 거의 매일 여서 트레이닝 허이께. 무울론 요즘 들어가꼬 해안가가 쪼매 북적거리기는 허는디... 뭐어 뭐어, 우야겠는교."
어깨를 으쓱인다. 사실 자신으로써는 트랙에 달리기에는 아직 다리가 준비되지 않았기에... 아마 데뷔전때 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겠지.
뭐 그건.. 정곡이라 딱히 할 말이 없...지는 않은데. 잔뜩 성을 내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대충 감이 온다. 서로 방향이 엇나가고 있었던 거다. 괜히 겁이 나서 먼저 얘기하기만 기다리고 있던 나나, 물어봐주길 기다리던 저쪽이나. 뭐야, 진짜 바보같아. 한심해. 그 중에서 내가 제일 한심하잖아.
"하아아.. 뭐냐고 진짜아....으무."
길게 늘어진 말꼬리 끝에 이상한 소리가 따라 붙는다. 끌어안긴 덕분에 난 소리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귀를 파닥이며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나는 정말로 이 트레이너를 신뢰하고 있었나? 오해를 풀었으니 신뢰할 수 있는가?
"—의심이란건 말이야, 잡초같아. 앗하는 사이에 자리잡고, 길고 복잡하게 얽힌 뿌리를 내려서, 그런 주제에 겉으로 난 부분은 작아보이니 금방 없앨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뿌리를 전부 뽑지 않으면 언제든 몇번이든 다시 되살아나니까. 그리고 뿌리를 전부 없애는건 정말로 어렵고." "지금도 그래. 당장은 없애겠지만, 분명 무언가 작은 계기가 있으면 나는 또 의심해버릴거야. 아주 사소한 일로도 이건 금방 다시 살아나서 또 나를 괴롭히고... 트레이너도 괴롭게 할지도 몰라."
경계선을 넘었던 발은 다시 물러섰지만, 그다지 멀리 물러나지는 못했다. 한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언제 넘어갈지 계속 서성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안." "당신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믿지 못해서 그러는거야." "이런 나한테는 성과도 영예도, 찬란한 별빛도 줄 필요없어. 그건... 내가 아니라 진짜로 갈망하고 있는 아이들한테 줘."
미안...이라고 하면서 거절하는 말 했잖아!? 상식적으로 놓아야 하는 구간 아니야!? 왜 더 강해지는데! 기다려 줄 수 있다는 말보다 이쪽이 더 놀랍다!
"어, 얼마나 걸릴 줄 알고 기다린다고 하는거야. 클래식 시즌이 지나도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시니어도, 어쩌면 그 뒤에도..."
어쩌면 평생, 이라는 말을 꿀꺽 삼킨다. 풀어달라는 신호로 트레이너의 팔을 톡톡 건드려보지만, 이 정도로 풀릴 것 같진 않았다. 아아- 어쩔 수 없잖아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데, 걷어차고 못한다고 뛰쳐나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후폭풍이 두렵고 말이야.... 걷어차고나면 화난 트레이너한테 내가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고...
"아 진짜! 어쩔 수 없네 진짜! 같이 따라가는 것뿐이야. 알겠어? 성과나 영예 같은 건 그냥 다른 애들한테나 주라고!"
이렇게까지 하니 어쩔 수 없지, 그런 느낌으로 승낙해버린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흐름이 아니면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라는 걸 알기 때문에, 배려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은 감사하는 부분도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