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란 것은 약간은 용기를 북돋게 하고, 적당히는 정신을 흐리게 하며, 주취 하게 된다면 본성을 드러낸다고들 한다. 오늘은 적당히와 주취의 사이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가고자 했다. 자신의 주량을 모르니 적당히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않을까. 첫 술이란 것에서 가슴을 저도 모르게 졸이게 된다. 역시 그 적당히와 주취의 사이를 모르기 때문에서 비롯되는 미지의 공포나 언뜻 느끼던 향취에서의 거부감 때문이다.
"역시나."
첫 술을 들이켜기 전 언뜻 본 광경은 제 추측이 정확했음을 보여준다. 놀란 것 분명해보이는 당신을 바라보고 더 알아볼까 싶다가도 익숙하지 않은 맛에 인상 찌푸리게 됐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다고도 할 수 없다. 물이나 차와는 사뭇 다르게 목구멍을 미끄러지듯 넘어가는 느낌도 그렇고, 속을 훑는 온기도 그러하지만 특히 비강에 넘치는 이 느낌이 특히 그렇다. 아회는 잔을 내려두며 당신을 꽁한 시선으로 쳐다보더니 점차 그마저도 굳어간다. 당신의 행동 때문이다. 격한 기침과 기울어지는 몸을 보니 지탱이라도 해주어야 하나 싶어 손 뻗다가도, 스스로 다스리는 모습에 들었던 손 가만히 잔 매만지는 것으로 대신한다. 도움 받지 않으려는 모습이었으니 어찌 손 대겠나. 아회는 잠시 침묵하다 깊게 심호흡 하듯 한숨을 쉬었다.
"화야, 내 학당에서 사람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구나…."
무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지금이라도 쉬고 싶다면 푹 쉬라는 듯 목소리는 나긋했다. 자신이 따를까 싶던 잔은 어느새 당신이 채워버리고, 아회는 한 방 먹었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먼저 물었건만 능란하게 빠져나가는 것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 누군들 사정 있기 마련이고 제 이야기는 돌리고 싶은 사유 있겠지.
"아주 다 털어가지 그러니?"
그렇다고 자신을 터는 방향으로 사유 돌릴 줄은 몰랐는데! 그렇다고 자신마저 빠져나가면 이 담소는 파토가 날 것이 분명하니, 곶감에 자연스럽게 손 가더니 잇새로 슬쩍 베어 물고는 다른 손으로 술잔 쥐었다. 단어를 정리하고자 잠시 침묵 있더니만 술잔이 다시금 입가로 향했다.
"……한 번쯤은 손 뻗어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신수에게 조언이라도 얻어보고자 했다가 하 사감과 입씨름으로 번졌는데, 대뜸 제 반려가 슬퍼할 것이라 하며 대화 끝내더구나. 처음엔 그게 무슨 상관이지 싶었는데, 네가 딱 춘 사감님께 반려니 무어니 얘기를 꺼내니 어찌 모르겠더니? 더군다나 신수에게 행한 선조의 죄를 나는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르고자 한단다. 내가 그런 것을 알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이미 지난 일이거니와 신수들은 그 후손조차 같은 존재라고 단정지었는데, 숨겨진 과거를 파헤친다고 해서 앎이 갸륵하노라 용서할 리가 없지 않더니."
아회는 눈을 들어 당신을 쳐다보았다. 이제 보니 당신은 이렇게 생겼구나. 삼 년간 눈 감고 사느라, 하물며 반 푼의 눈으로는 정신 없으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이리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잠시 침묵하며 잔을 기울이곤 오만상을 썼다. 그것이 술이 쓴 탓인지, 다른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명색이 신수란 것이 자기들만 아는 내용을 얘기하면서 인간을 깔보고 무조건적인 이해와 협조를 요구하는 것이나 먹어도 되냐는 말밖에 할 줄 모르더구나."
곶감 다시금 베어무는 날선 송곳니가 찐득한 속내 뜯어내는 것이 맹수가 고기 뜯듯 어딘가 거칠었다.
"편견을 품고 싶지는 않다마는 신수들이 원래 다 그런 건지. 사감들이 제대로 된 상식을 갖춘 존재로 보이기는 처음이었단다."
마냥 즐겁고 싶었다. 한치 앞날도 내다보지 않고 그저 디뎌지는 대로 밟히는 대로 나아가며 그 끝에 깎아지른 절벽 나오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훌쩍 이 한 몸 던질 수 있게. 현실이 문득 코 앞으로 다가올 적이나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 실감할 적마다 그저 웃으며 외면했다. 여태 그리 살았으니. 면전에서 염려하는 말 들어도 맹하니 웃을 뿐이다.
"죽긴 누가 죽어. 내 숭한 꼴 좀 보였다고 면박 주는 게요? 에잉 못 됐긴."
겨우 추스른 숨으로 한다는 소리가 그렇다. 가슴팍에 손 얹고 조금만 깊게 숨 쉴라 치면 손톱으로 쇠 긁듯 시익대는 소리 금새 흐르는대도. 훌쩍 술 마시더니 제 손으로 다시 잔 채웠다. 한쪽 다리 세워 거기에 기대듯 자세 바꾸며 고집스럽게 앉아 있었다.
"그럼. 샅주머니 구멍날만치 털어드릴 거요."
화두 돌린 것도 모자라 아회에게 향해버리니 네 그럴 거냐 싶었겠지. 그래도 오늘 같은 날 다음에 또 언제일까 싶으니 기회 될 때 털어야 하지 않겠나. 사실 그다지 생각 없었는데 저리 말하니 평소와 같은 오기 슬금 올라온 탓도 있다. 소리 없이 히죽 웃으며 턱 괴고 보자 아회 손에 곶감 하나 들려간다. 그 곶감 한 입 무는 것. 그리고 다시 술잔 쥐는 것. 하나하나 눈으로 쫓으며 들려오는 말은 귀담아 들었다. 가잔 먼저 반려 알게 된 것에 작게 숨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리 된 것이었나."
입씨름 했다 하니 제 반려- 이자 사감인 그이 성격에 과격한 반응 나오지 않았을 리가 없다. 농이든 아니든 해를 가하려 했으나 제가 아회와 가까이 지내니 에이 됐다 하며 관두었을까. 그런 후에 때마침 제게서 반려라는 말 나오고 그것도 춘 사감 앞이었으니 조각 딱딱 맞아들었겠지. 달리 숨겨야 할 이유 없었으니 설명할 과정 덜어서 편해졌다. 그리고 다른 것은-
"...신수의 눈에는 인간 개개인이 구분되지 않고 구분하려 하지도 않아서 그럴 거요. 오라비 말마따나 사감들은 사감 노릇이라도 하려 하니 그나마 소통 되는 것이지."
신수들이 말 안 통하는 것이나 그 불쾌한 시선에 대해서는 저도 익히 느꼈으므로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하여 일전 하 사감에게 들었던 말 토대로 제 생각 얘기하고 조용히 술잔 비웠다. 연거푸 마셔도 온화 얼굴 평온하기만 했다. 다만 아회 눈에 비친 것은 평소보다 희멀겋고. 거진 헐벗은 차림이나 드러난 곳곳 붕대에 약바른 천 덕지덕지하여 남사스럽기보다 안쓰러운 꼴이다. 시선 눈치 챈 듯 아회와 눈 마주칠 적엔 그 모든 것 무슨 대수냐는 듯 히- 하고 맹추마냥 웃는 온화였지만은.
"나도 겪어본 신수래야 사감들에 도사 빙자한 그들 뿐이지만은. 아. 알고 계셨소? 요전에 체력 단련 수업 때 현진 도사도 사실 신수였소. 사감들보다 위에 누이인 듯 하던데. 운 나쁘게랄지 수업 중에 잡혀버렸지 뭐요. 그러면서 내가 역린 좀 취했기로서니 대뜸 나를 자기네들 막내 여의주를 훔쳐갔나 봐야겠다 하질 않나. 막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는! 내 받은 것 도로 가져가겠다 하질 않나. 보고도 모르냔 말이네. 명색이 신수면서! 손은 또 어찌나 가차없던지. 내 이런 몸뚱인데도 주먹질 연거푸 날려 팔 하나 부러지는 줄 알았소."
한 두 마디로 시작한 볼멘소리 금새 터진 듯 술술 잘도 나온다. 투덜투덜. 불만 가득한 소리 하며 다시금 술잔 채웠다. 제 것 한 가득. 아회의 잔도 비었다면 같이.
"인간은 못 믿겠다길래 하나 쯤은 예외로 둬달라니 못 믿은 세월이 너무 길어 못하겠다 하질 않나. 뭘 좀 진득히도 못 하면 그기 무슨 신수요. 날 찾아왔담서 애먼 수업 가가지고 왜 안 왔냐 따지기나 하고. 신수가 인간보다 더 해 아주."
궁시렁궁시렁. 떠들면서 방금 채운 술잔 금새 비워버렸다. 어찌 보면 저 혼자만 물 마시는 줄 알겠다. 쓴 소리도 내지 않으니.
염려해도 저리 웃지만 누가 모를까, 숨소리부터 그리 좋지 않거늘 능글맞게 넘어가려는 모습 달갑지 않다. 저 반질반질한 이마에 다시금 딱밤이라도 놓아야 하나 싶지만 환자에게 손을 댈 수도 없으니 "내 못된 걸 이제 알았느냐." 하며 한숨 다시금 쉬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못 하는 말이 없어."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약조한 것도 있거니와 딱히 비밀도 아니니 하나하나 천천히 고하기로 했다. 곶감 씹으니 자연스러운 단맛 배어 나온다. 호랑이 곶감 무서워한다지만 일단 자신은 사람이니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 설겅설겅 곶감 씹어 삼켰을 적 당신의 이야기에 고개 끄덕인다. 지고한 존재들은 본디 인간을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애초에 인간 또한 무언가에 관심 깊은 자 아니면 굳이 구분 짓지 않고 곤충을 벌레라 통칭하고 어류를 물고기라 통칭하듯. 그런 느낌에 가까우리라.
"……."
술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저리 잘 마신다던데,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에 남겨보려 애써본다. 붉은 색만 기억이 났지만 이번엔 얼굴이라도 익혀보고 싶었다. 하지만 잘 되질 않는다. 자신의 눈이 문제는 아니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붕대요 약 바른 천 칭칭 동여맸는데 어찌 면구에 집중을 할 수 있을까. 눈이 마주쳤을 때 웃어버리는 모습 보며 아회는 눈을 반쯤 치켜떴다. 자랑이냐는 듯.
"현진 도사도 신수였다고?"
이대로면 아예 학당 모든 도사들을 신수들이 바꿔치기하게 생겼다. 이야기 들었을 적 자연스럽게 상황 겹쳐 보인다. 여의주 운운하는 것도 그렇고, 받은 것 가져가겠다 으름장 놓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불만의 물꼬가 터졌을 때, 아회는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암. 일단 결론부터 지어놓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납득하려 들지 않으니 앞뒤로 꽉 막혔지. 북부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아니거늘."
신수가 인간보다 더 하다는 말에 특히나 공감하듯 하더니만 채운 잔 동시에 들이켰다. 다른 점 있다면 아회는 술 들이켰을 때 이제야 익숙해질 듯하면서도 익숙하지 못해 인상 미미하게 찌푸려지고, 당신은 물 마시듯 쭉쭉 넘기고 있다. 속에 퍼지는 느낌이 미묘하여 입술 꾹 다물던 아회는 곶감 입에 물고는 그대로 무릎 위에 팔꿈치를 올리며 턱을 괴었다. 미묘하게 삐딱한 모습이었지만 어찌하랴, 한 번 불만의 물꼬 터지면 정적인 자세로 대화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지 않나. 하물며 술자리에선 더욱. 곶감 질겅거리며 입속으로 들어가고는 목울대 움직였다.
"그 누이라는 신수는 반려라는 것도 믿지 않고 여의주나 훔쳐 갔노라 멋대로 단정 지어 주먹질에 겁박이요, 형제인 신수는 침이나 흘리며 인간 잡아먹을 생각에 멋대로 제 눈알 받아 가라 강요를 하질 않나, 싫다니까 조상 얘기를 꺼내며 나무에 매달고 있으니 그 방자함이 끝이 없어. 저번에 듣기로는 하 사감 말로는 와서는 안 될 것이라 하였는데 학당에서는 그런 불청객들을 언제까지 내버려 둘지 모르겠구나."
누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형제도 문제다. 참지 않다 누구 하나 잡아먹으면 그땐 어쩌려고? 이번엔 자신이 잔 채워주겠다는 듯 빈손 뻗었다. 만일 병 제 쪽으로 주었더라면 당신 잔 따라주고 제 몫도 채웠으리라. 아, 맞다. 그제야 떠오른 듯 아회는 당신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잠깐, 그럼 그 답답한 신수가 네 시누이 되겠구나. 너도 고생 참 많겠어."
새삼 충격적인 발언 아무렇지도 않게 뱉으니 당신이 아는 북부 사람들이란 본디 그런 듯싶다. 아니라고? 뒤집힌 세상에 무엇을 바라랴.
자캐식으로_네게_내_목숨을_바칠게 : "모두 그쪽을 위한 일이었어. 이 순간만을 위해서 하루도 도망치지 않았어……,: "그러니 부디, 마지막 공물 받으소서."
10년_전의_자캐가_현재_자신의_삶을_본다면 : 궁기가 떠나기 전이라면 그 내막을 알게 되면서 부정하려 들겠지만, 궁기가 떠난 이후라면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받아들일 거예요.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지금 아회가 모든 수를 다 보았고 그 누구도 끌어들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겠다 무영까지 놓아준 상태이니 그대로 가고자 할지도 모르겠어요.
자캐가_자주_꾸는_꿈 : 눈을 잃었던 시점의 꿈이랑,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눈으로 봤을 때의 꿈을 자주 꿔요. 특히 전자를 압도적으로 많이 꾼답니다. 그럴 때마다 일어나서 가만히 자기 눈을 덮어 가리다가 마음을 다스려요.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아회, 어서오세요. 오늘 당신이 표현할 대사는...
1. 『내가 먼저 말하려 했는데』 : "선수를 뺏겼구려. 같은 뜻이니 더 붙이진 않겠소."
"아. 그." "이쪽이 먼저 꺼지라고 말하려 했는데……."
2. 『내가 졌어』 : "졌소." "에잉, 이래서 체스가 싫다니까……."
"……부디 어울려주시는 동안 즐거웠길 바라겠습니다." "결국엔 이리 될 것임에도 어리석었지."
3. 『사라져』 : "또 제안하러 온 것이라면 오늘은 대화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지금 주변에 아무것도 없길 바라니 편의를 봐주시지요. 아니, 아니지." "편의조차 봐주지 않고 그리 굴고자 하니 이쪽이 떠나는 것이 옳지요." "쫓아올 생각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만일 인간의 도움 필요한 신수에게 그 어떤 인간도 손 뻗지 않고…… 그렇게 신수가 날뛸 적 인간들은 제 학우요 가족 죽어가는 꼴 보고만 있지 않을 터이니…… 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하잘것없는 인간이라 한들 신의 안배요 사랑 받는 자도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런 존재들은 신께서도 묵인하시지요. 자연의 이치대로 말입니다. 아니면 당신들이 그리도 학을 떼는 용에게 붙어먹는 존재라면? 과연 용께서 당신들을 신경이나 쓸까요." "물론 '만일'입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어야지요, 그렇지요?" "그러니, 부디 그만 두지 않겠습니까?"
"제발, 내버려 두십시오. 두 번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혼자 있게 해줘." "내가, 당신을 온전히 증오할 수 있게……."
이전 같았으면 바로 앓는 소리 내며 위신이 어쩌고 체면을 어쩌고 했을 상스러운 소리를 그저 담담하게 받아치는 아회라. 요건 또 새로운 느낌이다. 마냥 샌님인 줄 알았더만 어쩜 재주 좋게 숨기고 있었는지. 여태 일부러 샌님인 척 했나? 생각하면 심술이 솟으면서도 그건 그거대로 재밌었으니 그러려니 하자 싶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되었지 뭘.
저는 술 마시고. 아회는 곶감 씹으며. 주저리주저리 요근래 신수들과 있었던 일화며 불만이며 늘어놓으니 아회도 고개 끄덕이고 그런다. 저에 버금가게 성가신 일 겪었던 것이겠지. 그러다 눈 마주쳐 히죽 웃으니 저 저. 눈빛으로 타박한다. 그래서 연유 모르겠단 듯 입술 비죽 내밀고 눈 크게 깜빡이고 어깨까지 으쓱였다. 그렇다고 정말 몰랐을까. 다 아니 그랬지.
"음. 현진 도사가 신수였다는 것 아니라. 그 날하고 아마 이전 수업에도 신수가 현진 도사인 척 했단 거요. 진짜는 어디서 끝내주는 휴가를 보내는 중이라나. 이제 생각하니 그리 홀랑 가버린 도사도 도사구만."
혹시나 제 말에 오해 생길까 싶어 정정해주다가 그 누이 신수 했던 말 생각나 그것도 말했다. 도사라는 작자가 학생들 두고 휭하니 가버려도 되느냔 말이다. 나중에 진짜가 돌아오거든 경외의 마음 담아 주먹다짐을 신청해버릴까. 안 받아주겠지만.
"북부 사람도 그 정도는 아니라니. 무 오라비야. 그런 농도 칠 줄 알았소? 보면 볼수록 웃긴 사람이구만?"
같이 신수에 대한 불만 늘어놓던 아회 한 말에 온화 다시금 큭큭대며 웃었다. 제 몸에 자극 되지 않게끔 소리 가능한 줄여 웃는데 이것 참 답답해 돌아가시것다. 에잉! 이 몸뚱이만 아니었어도! 짧게 웃곤 아회 보았다. 삐딱한 자세로 곶감 질겅질겅 씹는데 저게 또 나름 어울려서 웃음이 피식 피식 새었다. 빈 잔 만지작대며 아회 얘기 듣다가 문득 걸리는 것 있어 입을 열었다.
"눈알 받으라 했다고? 음- 아마 누굴 먹으려고 그런 건 아닐 테요. 춘 사감 때나 이번이나 보아하니 경을 치지만 않으면 학생이 먹힐 일은 없어 보이고. 무엇보다 눈이라. 내 들은 것 있어 유추하건데 오라비 눈 통해 학당 안 보려고 한 걸 거요. 신수들이 이 학당 안은 잘 안 보인다 했으니."
그리고 그건- 말을 해도 되려나. 조금 머뭇거리며 말 끊었다가 아회 손 뻗는 것 보고 술병 집어 그 손에 들려주었다. 그리고 제 잔 들어 술 무사히 따를 수 있게 받치려고도 하고. 술 받으며 생각하다 대뜸 아회가 그런 소리 하는 바람에 잔 놓칠 뻔 했지만.
"아니 이 오라비가. 참 나. 지금도 가만 못 둬서 안달인데 잘도 그 대접을 해주것소. 내가 아무리 용써봐야 인간 나부랭인데."
인간 나부랭이고. 어쩌면 이 노릇마저 삽시간에 끝나버릴지 모르는데. 하는 말은 일단 혀 뒤로 삼켰다. 조금 이따. 조금 후에. 지금은 말고. 라며. 슬그머니 화두 돌려 앞서 고민하던 것 그냥 꺼내버린다.
"아무튼. 아무튼 조금 전에 눈 말이오. 오라비 통해 학당 안 보려는 것이 맞다면 그들은 제 형제 목을 찾고 있는 거요. 먼 옛날 인간의 편 들었다가 목이 떨어진 형제가 있는데. 이 땅 전부를 뒤져도 목을 못 찾았더이다. 허면 남은 곳 여기 뿐인데. 신수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눈을 빌려주며 동시에 시야를 빌리려 한 것이겠지요. 제 형제의 목 찾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그 막내? 신수의 여의주도 찾으려 하는지도 모르고."
줄줄 얘기 늘어놓다가 아. 하고 무언가 깨달은 듯 눈 끔뻑였다. 그 뒤에 질문 하나 아회에게 향했다. 별 것 아닌 듯 태연하게.
"혹시 말인데. 하 사감과 춘 사감 사이에 다른 사감 일 친 적 있소? 내 거기 있었을지 모르나. 기억이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