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토 트레이너 「교과서 같았어. 놀랄 정도로. 보폭, 발을 딛는 각도, 페이스 유지, 모두 트레이닝 교범에 나오는 그림처럼 완벽했고...」 타토 트레이너 「... 그래서 졌지. 가장 모범적이라는 건 가장 '평범'하다는 의미니까. '평범하지 않은' 키마구레 에스커에게 결국 추월당한 건 그것 때문이야. 예측당하고... 간파당했으니까. 맞아?」 포 이그잼플 「......」
타토 트레이너 「아무튼... 앞으로도 응원할게. 계속 좋은 모습 보여 줘.」 포 이그잼플 「저기, 트레이너님은... 담당 안 구하고 계세요?」 타토 트레이너 「난... 아직. 아직 신입이라서.」
【주니어 시즌(가개장)】
현재 가개장 중으로, 본편 시작 1년 전, 우마무스메들의 경우 데뷔 1년차의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인연 토큰의 획득 등은 불가능합니다. 【링크】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건 '스스로 감속하고 있기 때문'이라 당황할 일이 아니다. 이윽고 가까워지는 발소리의 주인공을 앞으로 보내고, 나는 그 뒤를 따라 달린다. ...아니.. 달린...다? 뭔가 늘 달리던 것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라서 달린다는 실감이 별로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뒤에는 아무도 없고, 앞에는 트레이너가 있다. 그리고 이제 2바퀴째의 종반 코너. 또 다시 움찔하고 앞으로 튀어나가려는걸 막는다. 좀 더, 조금만 더.
"....으음...“
종반 코너를 지나 3바퀴의 초반. 슬슬 스퍼트를 낼까?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마지막 바퀴지만 초반, 지금부터 스퍼트를 내면 2000m의 초반부에서 대쉬하는 형태가 된다. 도주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지금 속도를 덜 내고 있고, 비축해둔게 있다고 치더라도 지금 스퍼트를 내면 안 된다. 그럼 언제가 좋을까.
"조금만 더... 조금만... 그래, 지금!!“
초반은 그대로 후방에서 뛰고, 중반부터 스퍼트를 내자. 중반부터 길게 스퍼트를 넣으면 돼.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도 그럴게, 벌써 3바퀴째야. 트레이너도 지쳤겠지. 코스는 슬슬 중반에 접어든다. 3바퀴의 중반, 지금껏 눌러오던 걸 풀어놓는다. 마음껏 달리자. 보폭을 키우고, 다리에 힘을 실어 땅을 딛고 걷어찬다.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다이고는 어느새 메이사보다 앞서 달리고 있었다. 히토미미가 우마무스메 앞에서 달리는 진풍경이라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메이사의 작전이 '추입'이고, 이게 초장거리 레이스임을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꾸준히 속도를 유지하며 스테미나를 관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으니 다소의 변수는 감수해야만 했다.
"좋아, 가자!"
2바퀴가 끝나고 3바퀴가 시작되는 때, 3바퀴의 초반이자 레이스의 종반에 이르러 다이고는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종반에 맞춰 스퍼트, 2000m에 달하는 거리지만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압도적인 가속은 없어도 차근차근. 얼마 지나지 않아 중반에 이르렀을 때에는 다소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전혀 안심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우마무스메의 각력에서 오는 가속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메이사의 예상은 어느정도 들어맞았다. 다이고 역시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나 완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때문에 감속은 없었다. 그럼에도 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앞서나가기 위해 가속을 시작했지만, 어째서인지 트레이너도 똑같이 가속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어째서?! 아무리 내가 이게 달리기가 맞나?했지만 엄연히 사람 입장에서는 달리기가 맞는 속도인데?? 그런 속도로 3바퀴째 뛰었는데 이럴 체력이 남았다고??? 시라기 트레이너의 외모를 보면 딱히 놀랄 일도 아니긴 하겠지만, 아무튼 예상 외였다.
"———또, 또오...“
결승선이 바로 앞이다. 트레이너도 근소하게 앞에 있었다. 이럴 순 없어, 이번엔 진짜로 열심히 했는데— 이를 악물고 달린다. 달린다. 이 한 걸음이, 마지막 한 걸음이 트레이너보다 앞을 밟기를 간절히 바라며 내딛는다. 힘껏 몸을 앞으로 내민다.
——먼저 결승선에 들어간 것은 트레이너였다. 튀어나가는 몸이 엎어지지 않게 주의하며 천천히 감속한다. 습보에서 구보로, 구보에서 속보로, 속보에서 평보로.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 결승선을 한참 지나가서야 간신히 멈춘다. 거의 한계에 가깝게 몰아붙인 폐가, 몸이 미친 듯 산소를 갈구한다. 더트에 쓰러지듯 앉아 한동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에만 집중한다. 아니,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두 번째로 트레이너에게 졌다는 생각은 숨을 좀 고르고, 살 만해지니 찾아왔다.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동작이 조금 거친 것은, 갈 곳 없는 감정이 날뛰어서였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몸을 반쯤 접은 채 굽힌 양 허벅지에 손을 두어 몸을 지탱한다. 숨을 고르느라 들썩이는 등과 비오듯이 흐르는 땀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결국 승리는 쟁취했다, 간발의 차, 정말 아슬아슬한 승리,어쩌면 신장이라는 기본적인 요소에서 그런 차이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차이는 미미했다.
"후우..."
그렇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미미한 차이가 분명히 느껴지는 법, 더트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고, 땀을 닦아내는 메이사는 자신이 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좀 살만해 진 다이고는 터덜터덜 걸어 메이사에게 타올과 당근 쥬스를 내밀었다.
축 늘어진 귀가 살짝 움찔했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타올과 당근 주스를 내민 트레이너가 보였다. 지쳐서인지 조금 느릿한 동작으로 그것들을 받았다. 말없이 당근 주스를 마시고 타올로 땀을 닦아낸다. 조금 쉬고 나니 졌다는 분함도 조금 덜해졌고(하지만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더는 못 움직일 것 같던 다리도 조금씩 힘이 돌아오고 있었다. 당장 샤워하러 달려가고 싶다는 충동은- 아무래도 조금 더 참아야겠지만.
"하아... 이제 좀 살겠네. 아니 진짜아... 6000m는 에바야...“
내일은 진짜로 죽을만큼 다리가 아플지도... 그런 불평을 중얼거리다가 다시 생각났다. 결국 뛰면서 생각해보던거... 뭐였더라. 중간에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마치 태풍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어딘가로 날아가버린 것 같아.
느릿하게 타올과 쥬스를 받아들고 움직이는 메이사를 보던 다이고는 자신 몫의 당근주스를 따 마셨다. 그러다가 조금 한탄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웃음을 터트린다.
"크하하, 역시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훈련이라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다가 순간 사레가 들려 콜록거리던 다이고는, 이어진 메이사의 말에 응?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었더라... 아! 왜 포기하지 않는 걸까, 그거였지 아마."
음~ 하고 고갤 끄덕이던 다이고는 별 거 없다는 듯이 땀을 닦아내고 씨익 웃었다.
"이길 확률이 지극히 낮더라도 상관 없어, 난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뛰었거든."
누구나 레이스를 뛸 땐 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얼핏 보면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온다. 그 결과가 항상 승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이기겠지/지겠지 라는 생각보다, 반드시 이길 거야라는 생각이 변화를 이끈다.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시키지 말라고. 나니와가 하는 것보다 좀 어설프지만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만은 어설프지 않았다. 그게! 웃으면서 할 말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훈련을 시켜놓고서 말이야! 거기다 무슨 말이었더라~하는 시점에서 어이가 나가버린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당근 주스를 들이켰다.
"....확신이 있었다고..?“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뛰었다고? 아니 그야 진짜로 이기긴 했지만, 이긴 사람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하긴 굉장히 좀 그렇지만... 우마무스메와 뛰면서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했어, 특히 3바퀴 중반 넘어서. 트레이너가 전혀 뒤처지지 않을 때.“
이럴 리가 없어. 내가 트레이너를 제치지 못할 리가 없어. 라스트 스퍼트에서 당연히 내가 앞서겠지 싶었다. 나는 우마무스메고, 트레이너는 일반 사람이니까. 게다가 저번과 다르게 이번엔 꽤 분배도 잘 했다고 생각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어차피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