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트레이닝을 마치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와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코우. 현재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야만 진정한 베테랑. 때문에 여가시간에도 우마무스메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기 바쁘다 관련 서적을 찾아보기 위해 서점 사이트에서 「우마무스메」 라는 키워드로 검색.
[ 평소에 틈만 나면 '허~접' 을 외치며 놀려대는 나의 소꿉친구 니시야마 에이오. 정말이지 밉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우마무스메이기에, 주인공 하마다 플레이아는 그녀의 어리광을 받아주며 서로가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왔다. 하지만 어느날 그녀가 돌연히 [ 나, G1에 나가 ] 라고 밝히면서부터 두 소녀의 관계는 급변하기 시작하는데 .... ]
새로운 얼굴, 하지만 아마 저번에 소개받은 그 트레이너겠지? 대충 짐작한 메이사는 더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그냥 본인 페이스대로 뛰라는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천천히 준비운동을 한 후에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은 천천히, 마군에 휩쓸리지 않게 뒤쪽으로 빠지면서, 하지만 너무 뒤쳐지지 않는 속도로. 도주 각질인 스트라토는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겠지만, 무심코 동요해서 튀어나가지 않도록 마음을 진정시킨다.
거리가 중반쯤 다다르자 메이사는 살짝 외곽 코스로 이동했다. 지금은 둘이서 뛰는지라 마군이라 할 게 없지만 실제 경기였다면 추입보다 앞쪽 각질인 아이들이 있을법한 지점을 피한 것이다. 그리고 초반보다 더 큰 보폭과 더 큰 파워로 더트를 딛는다. 달린다. 달린다. 저 앞을 향해서.
중반에 속도를 좀 무리하게 내서인지, 종반에는 조금 느려졌다. 맞바람의 기세가 살짝 약해지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속도를 더 높이기엔 힘이 모자란다. 그렇게 살짝 아쉬움을 남긴채로 더트 2000m 코스를 마쳤다.
괜한 기대가 아니었다. 멋대로 바라지 말자 생각했으나 내심은 바랐을지도 모른다. 사미다레는 내밀어진 손을 한 번, 그리고 트레이너의 얼굴을 한 번씩 일별한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레이스를 이야기하는 저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부터, 사미다레는 무의식 중 어떤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입 안으로 방금의 말이 다시금 맴돌았다. 담당이 되어 준다면, 된다면…….
"으음, 기쁘면서도 조금은, 초조하고……."
아, 이게 아니지! 긴장한 나머지 문장을 직역해서 알아들어 버렸다. 황급히 고갯짓하며 덧붙였다.
"저, 저는, 꿈이 확실하지 않아요. 저 자신을 자신할 수가 없어서……. 그렇더라도, 괜찮으세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한 의지 담았던 눈빛이 조금은 풀이 죽었다. 열망은 아직껏 굳건하지만 이건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니까. 마음은 기쁘나 섣불리 결정하기는 힘든 일이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니까. 쉽게 신뢰를 주기 힘든 쪽은 상대가 아닌 제 쪽이다. 저를 모르는 사람에게 무책임하게 맡겨 버리기에는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사미다레는 생각했다.
>>405 제목을 클릭해봅니다! 푸른 장미에 한 우마무스메 소녀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표지의 책의 소개문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 [ 그 무스메와 무스메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 를 작성한 미즈농 작가의 신작! 시골 마을에서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살아온 우마무스메 에리나 트라도스는, 어느날 도쿄에서 이사온 아리아 블루로즈와 인연을 맺게 된다. 푸른 장미의 머리장식이 매력적인 은발의 우마무스메인 아리아에게는, 사실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과연 에라나는 비밀을 알고도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
사미다레는 때로 우마무스메의 신체 역학 서적이나 우마무스메 유명인의 자서전과 같은 도서를 찾아보곤 한다. 고통은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읽는 편이었지만 도서관의 책은 온전한 제 소유가 아니다. 그래서 문득 책을 사고 싶어졌다. 직접 구매한다면 여유롭게 내용을 되짚고 작은 메모도 남길 수 있으니까. 사미다레는 우선 플랫폼에 '우마무스메'를 검색해 보았다. 실물 책을 사는 것도 좋지만 휴대성 방면에서는 이 편이 더 편하니까. 어, 그러니까 웹소설 사이트는 전자책 서점이라는 뜻이지?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 알고 있었으나 지적해 줄 사람이 없었다.
[ 다소 소심해 보이는 것과 반대로 강한 인상이 특징인 우마무스메 비더베어 진. 그녀는 요즘 들어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다름 아닌 같은 학교 선배 사이다 다이스키 에 대한 것이다. 완벽한 인상과는 별개로 처음 만났을 때는 엄청나게 빈틈있는 모습으로 만난 사이다. 그녀와 엮이면서 비더베어는 점점 보답받을 수 없는 사랑을 키워나가는데..... ]
생각을 좀 해보자는 듯 턱을 괸 다이고는 당근 주스를 마시는 스트라토 엑세서와 메이사 프로키온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이윽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는지, 먼저 스트라토 엑세서 쪽을 보며 입을 연다.
"엑세서의 경우는 중간에 속력을 줄였는데 아마 마지막 스퍼트를 노린 거겠죠,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도주를 전략으로 잡은 이상 같은 수준의 후방 각질의 우마무스메들의 스퍼트 이상을 내기는 어렵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함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도주란 추격을 혀용하지 않는 것이니 페이스 분배를 경기 전체에 걸쳐서 할 필요가 있어 보임다."
"그러니까, 엑세서는 누군가 추격해오는 것에 대한 감각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슴다."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아야 한다, 가장 앞을 노리고 처음부터 나서는 이상 그 자신의 페이스 이외에 더 큰 적은 없다. 그렇게 말한 뒤, 다이고는 메이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중간에 무서운 속도로 가속했고, 엑세서에게 다소의 부담감도 느끼게 했을 만한 폭발력이었으나 다소 빨리 연소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역시...
"메이사 프로키온은 아마 본인도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스퍼트를 내는 타이밍이 빨랐슴다. 롱 스퍼트를 노린 것 같지만 그 정도에서 스퍼트를 내기엔 스테미나가 부족해 보임다."
역시 코우의 예상대로 이건 교양서적이 아니었다 평범한 소설, 심지어 연애 소설이었다. 게다가 현대문학인 것도 아니고, 라노벨스러운 개요를 띡 붙여놓은. 서점에서 검색했는데 이런 책이 나오는 건 어째서지... 코우는 잠깐 황당해하다가 스크롤를 내려 리뷰란을 훑어보려 한다. 보나마나 레이스 고증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은 싸구려 펄프픽션이겠지.
어라, 연애 소설 맞나 보다. 마지막 줄까지 읽으니 확실해졌다. 겉보기와는 다른 면이 있는 두 우마무스메의 사랑……? 찾던 소설은 아니었지만 조금 궁금해진다. 이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도 전부 이런 느낌일까? 왠지 모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사미다레는 미리보기를 터치했다. 그건 그렇고 이 우마무스메, 어쩐지 장르에 대해서는 전혀 의문을 품지 않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편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