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코스는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감히 인생의 연고도 없는 나 조차 그것을 인생이라 칭하리라.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가장 긴 코스를 달려간다. 한치앞도 보이지않고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머나먼 코스를. 이 코스는 정해져있지도 않다. 저마다의 갈래길을 가지고 분기를 건너 서로 각기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그런 인생이라는 코스의 가장 큰 분기점이 있다면 나는 이 날을 꼽을 것이다. 그저 약한 몸을 극복하기 위해 달려왔던 내가 저 하늘 너머의 성층의 풍경을 찾는 여로를 찾는 분기점. 나는 이 날 한 사람을 만났다.
"자체 트레이닝 종료. 전 신체기능 극심한 피로 발생. 바로 수분 섭취 및 휴식이 필요합니다."
더트 코스를 존경하던 사람의 훈련랑 만큼 뛰기.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꾸준히 하는 영역에는 들어서지 못했다. 강인한 육체는 아직 머나먼 길인가 하고 푸념하며 나는 그대로 코스 옆에 붙어있는 벤치에 퍼진채로 반쯤 누워버렸다.
코스를 도는 동안 누군가 쭉 지켜보고있다는 사실은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도 이 학교에선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였다.
>>485 니시카타 미즈호는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이 말도 안되는 코스를 뛰고 있는 우마무스메를. 중앙에서도 꽤나 하드하다 여겨지는 트레이닝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고 있는 이 우마무스메는 대관절 뭐하는 무스메란 말인가? 더트 코스는 잔디에서만큼 편히 뛸 수 있는 거리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거리를 뛰고 있는 이 우마무스메는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그 코스를 계속 뛰고 있으면.......
"그 거리, 지나치게 무리하는 코스가 아닌가요? "
벤치에 퍼진 채로 반쯤 누워있는 우마무스메를 향해 니시카타 미즈호는 천천히 다가가 말을 꺼내려 하였다.
아직 오후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의 시간 코우는 한산한 실내 트레이닝실에서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줄곧 실외 코스에서 훈련했지만, 실내에서의 훈련도 가끔 필요한 법이다. 다소 열악한 환경이지만 시골 깡촌이니까 이마저도 감지덕지인 수준. 어쨌거나 코우는 트레이닝 기구들을 살펴보고, 조작하면서. 트레이닝에 적합한 상태인지 점검해본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가까이 와서 말을 걸자 머리가 좀 울려서 귀찮다는듯 퉁명하게 대꾸했다.
"통산 10회 해당 코스를 완주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약 70회의 점진적 향상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10번을 완주하기 위해서 70번정도의 실패가 있었다라는 말이다. 처음엔 당연히 반도 못가서 퍼졌다. 몇개월동안 주마다 한번씩 더트와 비슷한 환경 잔디와 비슷한 환경을 가리지않고 뛰어왔다. 지금이 더트 코스인것이지, 딱히 마장의 상태를 가리지않고 뛰었다는 표현이 좋았으리라. 학교가 더트이기에 더트에 그것을 적용한 것은 눈 앞의 사람의 말대로 정신나간 짓임에는 틀림없지만서도.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메이사가 향하는 곳은 실내 트레이닝실. 실외에서 뛰는 걸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은데다, 애초에 시설 자체가 열악해서 실내 트레이닝실을 찾는 학생들은 적은 편이었다. 즉, 언제나 한산한 장소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아무도 없겠지, 그런 생각에 메이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들어섰지만...
"—에엑, 누가 있었네?!"
먼저 트레이닝실을 점거(?)하고 있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버렸다. 차라리 우마무스메가 있었다면 아, 별일이네~ 하고 넘어갔겠지만 이 사람은 꼬리도 없고, 귀도 사람의 귀. 아무래도 우마무스메가 아니라 트레이너 쪽인 것 같다. 그럼 담당하는 학생이 있나? 한번 더 주위를 둘러보는 메이사의 눈에는 여전히 트레이너만이 비치고 있었다.
"에에... 여기 곧 쓸건가요?"
사용할 예정이 있다면 자신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다른 걸 하는 게 나을까? 그런 생각에 메이사는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말그대로의 의미였다. 그녀가 달리는 모습을 보며 여기까지 도달했다. 여전히 그녀는 내가 달리는 것에 대한 지주와도 같았다. 팬이기 이전에 내가 달릴수 있게 되었던 원인을 주었으니까. 도달해보고 싶었다.
"잘모르겠습니다. 그저, 달리다보면 그렇게 다가가고 싶었던 성층권과도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을거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쉴세없이 달리다보면 어린날 활주로 위로 거대한 쇳덩어리가 하늘너머 날아 사라지는 광경. 그것과 비슷한 감각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환상을 보고는 했다. 그 환상은 내가 바라는 것일까. 아직은 자세히는 몰랐다. 그저 그것에 닿을 수 있을거같다는 갈망이 나에게는 갈증처럼 존재했다.
>>503 "그 성층권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요. " "물론, 지금과 같은 강도로 계속 하는 것보다는 이보다 낮춰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답니다. 무리를 하지 않기 위해선. "
추측컨대 이 우마무스메가 향하고 싶은 것은 [ 중앙 ] 이나 다름없다. 본인이 바라지 않는다 해도, 본인이 하고 있는 모든 것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성층권에 대한 갈망. [ 중앙 ] 에 대한 갈망. 니시카타 미즈호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다.
"저는. 당신이 바라는 그 [ 성층권 ] 을 보고 온 트레이너랍니다. " "비록 그 성층권에 계속 있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이곳으로 오긴 했지만 말이에요. "
중앙에 있는 동안 니시카타 미즈호는 행복했지만, [ 그 사건 ] 이후부터는 더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더 이상 중앙에 있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츠나지로 오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성층권에 대한 갈망을 보이는 우마무스메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이곳에 오고 처음 만난 우마무스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어이빨이 매력적인 특징인 우마무스메.
"성층권에 다다르고 싶나요, 스트라토 씨? " "저의 플랜에 철저히 임한다면, 그 성층권에 다다를 수 있을 거랍니다. "
가볍게 웃으며 미즈호는 스트라토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악수를 하자듯 뻗은 손,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인사하자는 말과 정반대인 말이었다.
"당신의 그 무리해서 하는 플랜과 제 플랜, 누가 더 당신에게 맞는 플랜인지 시험해보지 않겠어요? "
"단련하면 강인한 우마무스메가 된다. 오직 그 믿음만으로 저는 약했던 과거와 작별할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 노력을 지금 부족하다고 하셨습니까."
솔직히 말해 내가 무리하고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잘 알고있었기에 반발하듯 나는 부족하다는 트레이너의 의견에 반박을 제시했다. 도둑이 제발저리다는 말이 어울리는 것인가.
"실례되는 표현을 하나만 하겠습니다. 성층권에서 낙하한 사람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거기에, 이어지는 트레이너의 말에 나는 그녀를 조금 신뢰하기엔 아직 성급하다는 판단에 까다로운척 지금의 신세를 빌미로 반쯤 힐난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확한 내 말의 의미는 당신이 정말로 가르칠 수 있으냐라고 묻는 것이다. 도망쳐서 나온건지 사정이 있는건지는 모른다.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는 중요한 사항이었다.
"도달하고 싶습니다."
다만.
"당신을 증명하려면 당신의 플랜, 당신의 신념. 당신의 모든 것을 증명하셔야 할겁니다."
순전히 제의를 받아들이기에는 아무것도 나는 트레이너를 신뢰할 바탕이 없었다. 홀로 훈련하던 나날 속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반쯤 내려놓고 있었으니 순전히 호의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