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 푸딩과 잔멸치 푸딩을 이용해 얻어낸 새로운 트레이닝 코스. 평소 뛰던 코스보다 더 길고, 더 힘들었다. 트레이너가 당근 주스에 설탕을 더 넣겠다고 한 이유가 이거였을까. 이마에 가득한 땀이 눈에 들어가기 전에 손으로 훔쳐내며 메이사는 거의 쓰러지듯 감속했다. 간신히 엎어지지 않고 균형을 가까스로 잡은 메이사는 숨을 고르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옆에는, 어째서인지 이 더트 2000m 3바퀴 코스를 같이 뛴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있었다. 평소의 기모노와 다른 정장 바지를 입고 온 것도 놀랐지만, 이 코스를 같이 뛰었다는 점에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까, 어쩌면 이거 꿈일까. 달리는 꿈은 자주 꾸니까 이것도 꿈일지도 모른다. 쉽게 진정되지 않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메이사는 천천히 손을 올려서 볼을 꼬집었다. 꿈이 아닌 것을 알려주는 미약한 통증이 전해진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그런데 웬걸! 꿈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이게 현실!'이라고 하는 게 들린 것도 같지만, 너무 힘들어서 들리는 환청같은 것이겠지.
"하아... 하... 흐으.... 힘드네...“
숨소리에 섞여 흘러나온 말에는 약간의 후회와, 그래도 원없이 뛰었다는 묘한 만족감이 서려있었다.
>>52 [ 중앙 ] 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것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마사바 씨는 아직 식단 등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고, 스트라토 씨는 점진적으로 3200m까지 늘려갈 생각이기에 체력 단련부터 꾸준히 시키는 트레이닝 코스로 짜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사양은 오늘, 처음 도입한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따라와 주었다. 가볍게 타올로 목을 닦으며 자리에 멈춰서서는, 니시카타 미즈호는 메이사를 향해 당근 주스가 듬뿍 담긴 벤티 사이즈의 콜드컵을 건네려 하였다.
"수고 많으셨어요. 메이사 양. 내일은 2400m랍니다. " "이런 식으로 2000m와 2400m를 꾸준히 반복하며 [ 안정적인 속도 ] 를 내는 것이 이 트레이닝의 목표에요. "
그 말은 즉슨, 내일도 똑같이 이와 같은 정장 바지를 입고 메이사 앞에서 시범을 보일 셈이란 것이다 이말이다.
"따라올만 하셨지요, 메이사 양? 최대한 무리가 안 가는 코스로 짜 왔답니다. 중앙의 기준으로. "
오기로 그럭저럭이란 말을 하긴 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메이사의 상태는 '그럭저럭'이 아니라 '가까스로'에 더 가까웠다. 트레이너가 건네는 컵을 건네받아 빠르게 목을 축이는 메이사. 달리는 동안에는 오히려 잊을 수 있었지만, 한바탕 달리고 나서 흥분이 좀 가라앉고 목을 축이고 나니 여러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아니, 일단 무엇보다 지금 가장 신경쓰이는건...
"—하아. 달아아... 스며든다아... ...그보다 트레이너, 진짜 사람 맞아? 귀랑 꼬리 숨기고 있는 거 아냐?“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좀 있던 메이사와 다르게 트레이너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평범한 사람이 우마무스메와 똑같이 뛰면 아마, 뭐, 죽진 않겠지만 죽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히려 죽으려고 했던 건 메이사 쪽이었다. 땀조차 흘리지 않았다면 무슨 기계인가 싶었겠지만 다행히(?) 니시카타 트레이너도 땀을 닦는 것을 봐서는 기계는 아닌 듯 하다.
>>65 "익숙해지셔야 한답니다, 메이사 양. 저희는 이런식으로 2000m, 2200m, 2400m....최종적으로는 3200m까지 무리없이 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곳의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트레이닝이지만, 어쩔 수 있나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것이랍니다. "
더트에서 이 정도로 장거리를 시도하는게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메이사 프로키온은 중장거리를 목표로 하는 우마무스메다. 그렇다면 1600m부터 시작해서 웬만한 거리는 문제 없이 다 소화해 내어야 한다. 당근 주스를 마시는 걸 지켜보던 미즈호는 메이사의 물음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어보였다.
"이 정도 강도의 트레이닝을 시범해 보인 것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익숙해 져있을 뿐이랍니다. 메이사 양. " "솔직히 말하자면 더트에서 이정도 강도로 훈련시범을 보인 것은 처음이랍니다. 메이사 양은 어떠셨나요? "
오호라 우마무스메와 히토미미가 병주훈련을 하는 이 장면은 설정붕괴라기보다는 지방말딸이 얼마나 로우파워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인듯 아무리 모브라도 인간보다는 아득히 빠른 게 정상이지만 아직 본격화 안 옴 + 마일 이상으로는 페이스를 배분할 줄 모름 + 인간의 지구력을 얕보고 막 뛰었음 3박자가 합쳐지면...
츠나지에서 이런 트레이닝 방법은 처음 본다. 그렇다면 아마 중앙에서 썼던 방법이란 것 같은데. 중앙에선 다들 이런 방식으로 하나. 메이사는 잠시 중앙의 트레이닝을 상상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메이사의 머리에 떠오르는 거라고는 츠나센의 트랙밖에 없었다.
"....뭐어 좀, 처음이니까? 좀 지치네.“
혼자서 뛸 때는 이렇진 않았다. 물론 더 적은 거리를 뛰기도 했지만, 혼자서 뛸 때는 힘이 조금 덜 들어가서 그런지 다리도 덜 아프고, 페이스 배분도 생각보다 잘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가 있으면, 그것도 이번엔 같은 우마무스메가 아니라 트레이너여서 그랬을까. 묘한 투쟁심이 생겨 길어진 거리를 깜빡하고 무작정 뛰다가 그만... 이었던 점이 없지 않았다.
"—임시 팀원하고 저번에 뛰어봤는데, 그때도 지금이랑 비슷했던 것 같아. 그- 결과쪽이 말이야. 거리는 달랐고.“
그때나 지금이나, 막판에 따라잡지 못하고 계속 뒤처지기만 한다. 다시 생각하니 조금 분했다.
오후 트레이닝을 방금 마친, 이른 저녁시간. 코우는 트레이닝 코스 외곽 벤치에 걸터앉아서 챙겨나온 차트에 오늘의 훈련 성과를 정리하고 있다 성적이 나쁘지는 않지만, 약속했던 대로 1착을 거머쥐게 해주려면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그녀의 방식에 맞춰 트레이닝을 거듭해나가면 될 것이다. 그만큼 코우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한편으론, 누가 다가와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열중해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