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정신없을 시기, 여러분의 발치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을 약간 내리면 이마가 축축하게 젖어 앞머리가 착 달라붙고 볼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엎어진 조그만 학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도착했을 때부터 울상이던 늘봄은 곧 물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제발..."
그마저도 금세 달아오른 학당처럼 활활 타올라 버렸지만.
"제발 좀!! 저희 진짜 쪄죽겠어요!! 쪄죽는다고!! 그마안!!"
훌륭한 청룡의 예시로다. 하지만 성질 내지 않기도 어려웠던 게, 더위에 완전히 당해버려 여기까진 거의 기다시피 해서 왔기 때문에... 으으, 애들 대부분 기절해 있어서 다행이다. 다행은 아니지만 다행이야... 늘봄은 고개만 빼꼼 들고 반쯤 넋 빠진 눈으로 주변을 살피다가 유현에게 불길이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곤 즉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괜찮아?! 아, 진짜 쫌!! 애한테 뭐 하는 거냐구요!!"
바로 부적을 꺼낸다. 비, 물, 물벼락! 비를 내리겠다! 비를 내려 주세요! 대형 물벼락을 내립시다!!
형제의 것을 취했구나. 사자 머리가 된 춘 사감의 말에 킥- 하고 웃었다. 얼굴 위로 흐르는 땀 슥 밀어내니 눈매도 휘어 웃고 있었다.
"그것 이제 아셨소? 어허. 오해하진 마시게. 내가 달라 한 것도 아니고 그이가 넘겨준 것이니."
억지로 뺏은 것도 아니고 주니까 받은 것 뿐이라고. 이 상황에 여유롭게 설명하다가 불길 날아가자 절로 고개 돌려 그 방향 보았다. 불길이 향한 이 유현인 것 보고 아이고- 하며 미간 찡그린다.
"유우야- 아무리 더워도 그것 잘 보고 피해야지! 네 고운 얼굴에 흉 나면 어쩌려고! 얼굴 밖에 없는 녀석이."
그리고 또 키득키득. 웃으며 춘 사감 돌아보는데 웃음 사이로 살짝 진지함 비추었다.
"무얼 이해하려 했소. 당신들은 신수고 우린 인간이오. 이해하려 한다고 될 것 같소? 돌아온게 배신이라. 좋을대로 생각하고 좋을대로 행동한다라. 되묻겠소. 춘 사감이여. 당신들은 신수인 것 감추고 사감 노릇 하며 우리네 인간을 좋을대로 하려고 하지 않았소? 지켜줄 마냥 사감의 좌에 앉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지켜준 적 있소? 당신이 한 말 똑같이 돌려 드리리다. 사감이라 하여 믿었으나 제대로 지킴 받아본 것 없으니 그 배신감 어찌 할 테요. 당신네들 이리 날뛸 적마다 우리더러 죽든 말든 알아서 해보라 집어넣어지니 이것은 당신네들 좋을대로 구는 것 아니오? 어이. 춘 사감이여.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시게. 거!"
말 끝에 분노 표하듯 목소리 높였다. 아직은 역린 뽑아들지 않은 채 춘 사감만 뚫어져라 응시했다.
말이 통했나? 모든 것 불살라버릴 것만 같던 열기가 일순간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불길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으니.
"혹시 이해하려 노력하기 전에 설명은 충분히 해 주셨나요? 이미 했으나 저희가 못 알아들은 것이라면 죄송하지만, 지금도 저희로서는 이해 못 할 소리 하시니 마음대로 하렵니다."
당신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목적이 무언지, 왜 인간 싫다 하면서도 사감 노릇 충실히 행하고 있었는지, 지금껏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있겠거니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입장에선 쓸데없는 투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 아니지. 사실 이유를 알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유현은 그리 생겨먹은 인간이었으니.
"……."
그렇기에 불덩이 맞아 살이 익어가도 상대와 같이 진노하지 못한다. 공포에 질리지도,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허둥거릴 수도 없다. 고통은 참으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썩 반길 만한 감각은 아니다.
"그래서, 분풀이라도 하시니 기분이 좀 나으십니까? 제가 구워지니 당신이 가진 문제도 소호는 나아졌고?"
열기가 누그러지면 아직 조금이나마 이성이 있어 대화가 가능한 것인지, 기대를 가지기도 잠깐이다. 괴기하게 목만 돌아가는 모습에 놀란 연은 이어 춘 사감이 불길을 더 강하게 피워내자 짜증이 치솟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궁기가 해주었던 조언을 지금 그대로 따라야 할까? 더 뒤틀어진 결과를 불러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지만. 연은 제 피를 섞었던 물병을 꺼내어 춘 사감에게 내던지려 한다.
온화주우우우...🥺 응, 제 잘못은 아니지요, 응...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 잊으려고는 하는데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네요...🤦♀️ 뭔가 하고싶은 얘기는 목에 걸리는데 도저히 뱉기가 어려운지라 화를 내기 보다는 차분하게 식혀내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으으, 으으으... 우우...😭 온화주도 어제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온화주도 편안히 쉬고 좋은 일요일 되길 바라요...!🥹
갑자기 그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놀라고 당황하는 법이야. 말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하구. (토닥토닥) 잊으려고 한다던가 식히려고 한다던가 그런 생각도 다 내려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도록 해봐. 잔잔한 브금 틀어두고 하염없이 듣다보면 저절로 심신 안정 될거야. :) 혼란한 와중에 내 생각도 해줘서 고마워 아회주~ 아회주도 늦었는데 금방 가라앉아서 나머지 밤 편안하게 쉴 수 있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