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토 씨와의 '그 내기' 가 있고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날도 니시카타 미즈호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볼까 하여 운동장에 나와있는 상황이었다. 평소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무 일이 없는 날이었다면 그저 조용히 운동장응 응시하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 날은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었다.
" ? "
니시카타 미즈호는, 이 날 '내가 지금 사람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가? ' 라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게, 저기 뛰고 있는 우마무스메는.....
분명 누가보더라도 몸을 무리하게 사용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트레이너 니시카타와의 만남은 그런 연유로 나와는 다른 경험을 겪었던 그녀의 입장으로서는 위험해 보이고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짐작할 수가 있다. 반대로 나 역시 내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지 않았으니 의견적으로 대립했던 것이고.
"달릴 수 있을때 끝을 보고싶다. 그게 맞는 문장이겠죠."
다이고의 질문에 긍정하듯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까지는 홀로 서는 길을 달려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분명 꿈같은 그곳에 닿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언제 다시 과거처럼 물거품이 될까 조바심이 생겼다. 그렇다면.
"홀로 달리는 여정은 언젠가 한계에 이르겠죠. 저도 저 나름대로 이 팀이 제 여정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시험해보고싶습니다. 그것만큼은 진심이네요."
"파앗. 화악. 뾰이뾰이" "화살보다 빠른 우마무스메 전설을 총알보다 빠른 우마무스메 전설로 또 쓰고싶지는 않은걸." 농담입니다.
"음... 싸우고 싶진 않아." "하지만 아무리 힘이 쎄다고 해도 쪼끄마한 뱁새 위에 비둘기나 까마귀가 올라타 있으면 뱁새를 안쓰럽게 볼거잖아 언그레이양도" 곰곰히 생각하다가 뱁새같다는 생각이 말로 튀어나와버리고 말았다.그러니까 우마무스메 학대혐의같은 거 걸릴 것 같은걸. 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피리카는 우마무스메의 '힘'을 알긴 하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으면 스스로 걷는다 이게 바로 지구에 선 닝겐의 마음인 것이야." 그리고 한발짝 내딛고는... 다음 발짝을 떼지 못하고는...
"물론 나는 훈련으로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 쪽이야, 타고나길 허약하게 태어난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하는 것도 그런 이유잖아?"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라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상식은 아니다. 그렇기에 다이고는 엑세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엑세서 스스로도 혹독하다고 말할 만큼의 훈련,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멀쩡하게 강해져 올 수 있었던 건 요행이라고 볼 수 있겠지.
"그 끝이 어떤 방식이어도 좋은 건 아니잖아, 그렇지?"
달릴 수 없게 되는 것 역시 하나의 끝이다. 달리는 게 아니라도 우마무스메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아마 대부분의 아이에게 달리지 못하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나 마찬가지겠지. 다이고는 새삼 스턴트를 하다가 다쳤을 때를 떠올려 본다. 허리가 다쳤을 땐 정말 끔찍했는데.
"네 말대로야, 언젠가 한계는 찾아오겠지. 그리고 그 때 너 혼자라면 너는 그 한계를 혼자서 넘어서려고 할 거고... 언제나처럼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채로."
다이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경주는 혼자 달리는 게 아니잖아? 팀에 소속되면 힘들게 병합 훈련을 하거나 모의 레이스를 할 상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이거 엄청 큰 어드밴티지다?"
츠나지 공립 우마무스메 트레이닝 센터. 통칭 츠나센으로 불리는 이곳은 츠나지에 있는 트레이닝 센터 학원이다. 트레이닝 센터 학원답게 트랙은 있지만, 중앙과 지방의 비교를 떠나 그냥 보더라도 관리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더트 코스가 전부. 마장 상태가 불량인 것을 상정한 연습 코스인지, 아니면 관리할 예산이 부족한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메이사는 무조건 후자가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코스에서 메이사는 달리고 있었다.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새로 짜준 훈련 메뉴는 아니고, 그냥 속 시원하게 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아, 후우... ...좀 더 달릴까...“
트레이너가 짜준 코스도 아니고, 혼자서 하는 자주 트레이닝도 아닌 그냥 달리기. 병주 상대도 없이 혼자 더트 트랙을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이라 지겨울만도 하지만, 오늘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어째선지 모르게 달리고 싶은 날이었다.
잠시 트랙에서 나온 메이사는 근처에 두었던 물병을 들어 물을 들이켰다. 입가를 슥 훔치며 아무렇게나 두던 시선 끝에, 하야나미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 비쳤다. 아, 예의 그 임시 팀원이다. 히죽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은, 마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애매모호한 얼굴로 임시 팀원을 바라보는 메이사의 귀는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447 분명, 잘못 본게 맞을 것이다. '그녀' 는 지금 이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는 도쿄의 한 병원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스스로도 이미 직접 보고 온 적이 있기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멈추어 서는 무라사키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나온 이름은, 전혀 다른 어느 '누군가' 의 이름이었다.
"......다이애나? "
믿을 수 없다는 듯 무라사키를 바라보던 미즈호는, 이내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달려오다시피 내려오며 무라사키를 향해 말을 걸으려 하였다. 하지만 은발의 소녀 앞에서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 무라사키 데네브 ] 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나는 니시카타 트레이너 조정안에 따라 가결된 정도의 조깅을 하고있었다. 교내에서 할 수있는 활동은 아무래도 중앙의 최신 시설보다는 박한 편이지만, 이곳이라고 한들 트랙은 있었기에 단순 조깅 코스에서 슬며시 끼워넣듯 그 거리를 들린다.
조금 초라한 더트의 환경이다. 관리비가 안나오는 모양인지 삭막한 느낌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그곳을 익숙한 얼굴이 빙글빙글 맴돌고 있었다. 그냥 호기심에 그것을 멍하니 보고있자니 조깅 중이었다는 사실도 조금 잊어먹었다는 사실에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시선이 마주쳤기에 그 멍함도 풀린채로 말이다.
언제들어도 대사가 아니라 나레이션 같은 말투. 가게 손님일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신경쓰지 않았지만 뭐랄까, 그냥 가게 단골이 아니라 임시 팀원이라는 좀 더 가까운 카테고리에 속하게 된 상대에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스트라토 액세서의 말대로 메이사는 지금 혼란에 빠져있었다.
"—아, 트랙 쓰려고?“
보아하니 상대도 달리는 도중, 혹은 달리려고 온 상태로 보였기에 메이사는 슬쩍 물어봤다. 만약 트랙을 쓰려고 온 거라면 얌전히 비켜주는 쪽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협력이라곤 하지만 경력부터 시작해서 이론이라면 담당인 미즈호 쪽이 훨씬 앞선다고 생각한 다이고였기에, 이렇게까지 반응해주는 걸 보면 기분이 꽤 괜찮았다. 실전에 있어서의 변수와 임기응변에 대해서 듣는다고 해도, 직접 듣는 게 아니라 메시지로 주고받는 걸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아이도 있을 텐데.
"그렇다면 다행이네, 여기 와서 제대로 이야기를 해본 건 엑세서가 처음이라서 더 그랬나 봐."
성실한 아이라서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하다가 무심코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곤 혹시나 싶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