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하라의 흔쾌한 허락에 미즈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분명 별 다른 이유가 아닌 질문일 거라 생각하고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꺼내려 지금 이 자리를 찾은 것이 아니다. 야나기하라 코우가 아니면 답변할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온 것이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옆에 앉아도 괜찮겠지요? “ 라 말하며 빈 자리의 의자를 끌어와 조심스레 야나기하라의 옆에 앉으려 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쉰뒤, 나직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대단히 붕 뜬 이야기일 수 있지만 말입니다. 야나기하라 씨. “ “두 명 이상의 학생들이 같은 팀에 소속될 경우에, 아이들 간 관계가 심하게 나빠질 경우에 보통 야나기하라 씨는 어떻게 아이들을 중재시키시나요? “ “그리고 이미 있던 기존의 아이들이 새로 들어온 아이에 대해 경계하려 할 때, 야나기하라 씨는 어떤 식으로 잘 융화사키려 하시나요? “
당연하지만 이 이야기는 누구를 따로 지칭할 것까지도 없이 니시카타 미즈호 자신의 팀에 대한 이야기였다. 두 명 이상의 학생들. 임시 부원을 제외하면 셋이 될 예정이고, 임시 부원까지 포함하면 넷이 될 예쩡인 자신의 전담팀. 중앙에서는 한 아이만 전담해서 줄곧 맡아온 탓에 이런 식으로 많은 아이를 관리해 본적이 많지 않았다. 자문 담당으로 시라기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실전 관련 자문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 이런 방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라기 다이고, 그는…. 자신의 중앙 시절을 전혀 모르는 이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꺼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오직 자신의 중앙 시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니시카타 미즈호는 지금 꺼내려 하고 있다.
“사실 말이지요, 야나기하라 씨. 이번에 새로 제가 맡게 된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도 곧 저희 전담팀에 들어올 아이에요. 아직 정식으로 팀에 입부시키지는 않았답니다. “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쪽 옆머리를 가볍게 넘기며,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을 꺼내려 하였다.
“뭐라고 해야할지, 그 아이를 보면 이전에 맡았던 그 아이가 생각나서요. “ “예전의 기억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야나기하라 씨도 기억하시지요? 제가 중앙에서 맡았던 아이. “
다이애나 포그린. 그 이름대로 녹색 머리장식이 잘 어울렸던, 웃는 얼굴이 유난히 예쁘장 했던 우마무스메. 그리고 다이애나란 이름답게 눈부시도록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우마무스메. 사츠키상, 일본 더비, 국화상에서 모두 1위를 거머쥐고, 재팬컵과 첫 아리마 기념에서 아쉽게도 2~3위를 했지만 그 다음 봄의 텐노상과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다시 1위를 거머쥐었고, 가을의 텐노상까지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으나 실제 교우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 친구라 할 만한 아이도 많지 않아 외로이 중앙 학원 생활을 한 데다 마지막 아리마 기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입고 난 뒤 불명예스럽게 은퇴하고 만. 비운의 우마무스메. 아직도 니시카타 미즈호는 그 때의 참상을 본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은회색 머리칼의 아이를. 공허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눈길이 잊혀지지 않는다.
ー “트레이너 씨. 저는……. “
그 아이는 지금도 병실에 있다. 병실에서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더이상 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한다. 전부 [ 내가 ] 자초한 일이다. 정말로 니시카타 미즈호 그녀 자신이 제대로 하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 일만은 더이상 보기 싫어서 중앙을 나왔다……하지만 보라, 전부 소용없게 된 일이다. 계속 피하고 피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다시 똑같은 아이를 만나게 되었잖은가.
니시카타 미즈호, 그녀는 과연 이번에도 똑같은 선택을 할것인가?
“이런 걸 보고 죄책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간에 그렇습니다. 그 아이만큼은 교우 관계로든, 어느 쪽으로든 크게 상처받지 않고 레이스에 뛰게 하고 싶어요. “ “야나기하라 씨는 이미 여러 아아들을 맡아보신 베테랑이신 만큼, 아이들의 교우 관계 관리 면에서도 잘 아실 거 같아서…. 그래서 여쭤보게 되었답니다. “
니시카타 미즈호는 조심스럽게 야나기하라를 올려다보며 시선을 맞추며, 조심스레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