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입 안에 무언가를 먹고 있는 우마무스메, 바로 마사바 콩코드 되시겠다. 하야나미早波에서 쓰다 남은 돼지고기 부속을 가끔 튀겨서 불량식품처럼 받아오고는 하는데 이번 또한 마찬가지. 작고 열량이 높고 먹기 간편한, 항상 먹을 것을 우물거리고 있는 우마무스메에게는 둘도 없는 선택지인 것이다.
"엑, 트레이너..."
부모님 몰래 커피를 마시다가 들켜서 혼나는 표정을 짓는 마사바 콩코드. 식단과 수제 당근주스를 만들어주는 트레이너를 본다면 당연히 한 소리 들을 것이 분명하기에 나온 반응이었다. 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뭘 먹는지는 아직 모르는게 아닌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외부로 세어나가는 듯 한 표정이다.
>>189 이 따사로운 오후에 당근 주스를 들고 온 트레이너, 니시카타 미즈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저것은 식단에 맞지 않는 고기 튀김이 아닌가? 어디서 저런 것을 받아왔을까 하고 추리한 끝에 답은 명쾌하였다. 아, 이 우마무스메께서 또 하야나미에 다녀왔구나. 하고 말이다.
"마사바 씨, 단백질은 제가 충분히 식단을 짜드리지 않았나요? "
"이런 건 건강에 좋지 않답니다..." 라고 덧붙이는 목소리는, 조금은 실망한 듯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다.
"단백질을 늘리기를 바라신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질 좋은 고기 위주로 짜드리겠답니다. "
>>196 "그려... 촌구석인디 너무 열불내므르 혼자 피곤혀져야. 타꼬야끼라도 무믄서, 천천히 혀. 미즈호언니는 인자 천천히 가도 괘안찮여."
웃으며 미즈호를 보며, 처음보다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해오다, 이내 울리는 알람을 끈다.
"...와따, 벌써 시간이 그래 되었나. 딱점이네, 우얘 안기고, 몸 안에 시계라도 들어있나."
"으음, 봐주므는 좋기는 헌디, 너무 진지허게 보지는 말고, 옛날 맹키로 트레이너 놀이 헌다고 생각혀. 머리 너무 쓰므는 아퍼오이. 기양 먼데 바라보고 멍때리다 못봤다 캐도 되이께. 안보고 싶으므는 먼저 가도 되어야. 내는 왕복 2000하고 있응게, 뭐어, 내키므는 내 뭐 잘몬허고 있는지 알리주믄 좋고-"
엿차, 하고 바위 위에서 모래사장쪽으로 뛰어내려간 언그레이 데이즈, 2번정도 스트레칭을 하더니, 이내 타이머를 설정하고 손에 쥔채, 자신이 정한 목적지를 향해 스퍼트를 시작했다.
푸하하 웃으며 유치하게 손가락질을 했다. 먹음직스럽고 말고. 바로 그 하야나미의 돼지고기튀김이라고? 맛이 없을 가능성 따위는 0에 수렴한다. 그렇지 그렇지, 하고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기도 한다.
"....넵."
하지만, 정말? 언제나 먹을 것을 집어먹고 다니는 이유도 언제였던가. 또래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였을 것이다. 허수아비니 전봇대 소리를 들을 정도로 깡마른 체격에서 지금의 체형을 유지하는데도 남들보다 더 많이 먹을 필요가 있었고,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소화력이니 흡수율이니 하는 내장계의 이상. 잔병치례에 운동에 불리한 체형. 천형을 딛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겨넣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었던 인생에서 식단 외의 음식을 탐하지 않기란 어려운 것이다.
"? 흐흥, 자 아아~"
옆머리를 넘기는 모습을 보는 순간 포착한 장난의 찰나! 마사바는 돼지고기튀김을 손에 들고 미즈호를 향해 내밀었다.
>>208 이 진짜로 전봇대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을 우마무스메가 사실은 누구보다 연약한 자라는 걸 사람들이 알까? 식단을 짜주는 사람이나 그녀의 소꿉친구 정도 아니고서야 쉽게 알 수 없을 일일 것이다. 물론 식단 외의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란 것은 이해하지만 마사바는 엄연히 곧 클래식 시즌에 오를 우마무스메. 그녀에게 있어서도, 트레이너인 미즈호에게 있어서도 식단 관리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네에, 아ー…"
내미는 손길에 주저하지는 않는다. 미즈호는 돼지고기 튀김을 보기 좋게 한 입 베어물었다. 한 입, 그리고 한 입. 보기 좋게 오물거리며 미즈호는 웃는다.
>>213 "이해해 주세요. 저는 트레이너 이니까요. 그것도 당신의 전담 트레이너. 모든 것을 꼼꼼히 신경써야 한답니다. "
실망한 듯한 마사바의 표정에도 이쪽은 의연하다. 미즈호는 지긋이 미소지으며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가볍게 입을 닦으려 하였다. 아, 이 기름지고도 몸에 안 좋은 맛. 왜 마사바 씨가 이걸 먹으려 했는지 알겠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마사바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고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려 하였다.
"관련 기관이면, 메이사 양에게 이를 통보하겠다 인가요? " "좋아요. 통보하시지요. 하지만 마사바 씨, 마사바 씨에게 이런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는 것은 정말로 좋지 않답니다. "
하야나미에서 매번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지만 중요한 것은 할 말을 해야 한다. 튀김류는 확실히 몸에 좋은 것이 아니다. 장난기있게 웃으며 미즈호가 마사바에게 당근쥬스가 담긴 콜드컵을 건네려 하였다.
푸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렇게 진중한 모습의 미즈호이기에 놀릴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높은 나무일수록.. 지금도 보라, 저렇게 손수건도 챙겨 다니면서 입가를 우아하게 닦는 모습. 마치 그림동화에 나올 법 한 아가씨의 모습과 다를 바 없기에 마사바는 언젠가 재미있는 트레이너의 모습을 따내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경주 우마무스메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주는 모습에는 진중한 사람이 더 없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네에..."
꼬리를 살짝 치면서 락앤락 통을 자신의 더플백 안에 넣었다. 수업 끝나고 메이사한테 돌려줘야 해. 물론, 트레이너의 눈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 먹어치울 가능성이 높지만!
"언제나의 수제 당근 쥬스! 잘 먹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다 양 손을 뻗어 콜드 컵을 받는 마사바 콩코드. 그 자리에서 뚜껑을 열고 빠르게 꿀꺽 꿀꺽 빠르게 잔을 비우고 빈 잔을 돌려주었다.
>>217 중앙에 있을 적부터 줄곧 들어왔던 말. [ 재미없는 트레이너 ]. 그녀를 지칭하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는 말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어느정도 우마무스메를 철저히 챙기는 면이 없으면 안된다는 점은 변한 게 없다. 재미없다는 마사바의 말에도 미즈호는 그러냐는듯 그저 웃으며 이렇게 말해 올 뿐이었다.
"식단에 있어 건의 사항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길 바래요, 마사바 씨. " "저는 얼마든지... 들을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
물론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몸에 안좋은 것을 늘리면 곤란하지만, 지금보다 고기의 양을 좀 더 늘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고려해 볼 수 는 있다. 단백질 섭취는 활동량이 많은 우마무스메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당근 쥬스를 빠르게 먹는 마사바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미즈호는 문득 이렇게 마사바에게 말해오려 하였다.
"후후, 평소보다 조금 더 달콤하게 만들어 봤는데, 어떻게 마음에 드시려나 모르겠어요. "
지나치게 단 것은 좋지 않지만 당근주스에 있어서는 예외다. 우마무스메들이 좋아하는 것은 최대한 맛있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