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쉬긴 했지만 쉰 것 같지도 않다. 이 상태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 리 없잖아, 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선...누군가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것만. 이것만 하고 쉬자.
강산은 메세지를 몇 개 써서 보내기 시작한다.
[우빈이가 자료 가져온 거 봤는데...]
그렇게 운을 떼고 추론한 내용을 공유한다.
가해자는 희생자의 즉사를 노리고 목이나 주요 장기 같은 급소를 노리고 움직였으며 희생자의 시체에 인간의 잇자국을 남긴 것이 발견되었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처음부터 신선한 신체 부위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들을 습격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는 기습이나 식인, 즉사 공격에 특화된 이능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탐색 혹은 접근 시 주의해야 한다. ...라고 말이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전달할 때에는 조금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파티원들에게 이제까지 자료를 살펴 추론한 결과를 정리해 공유합니다.
//빈센트는 이미 정보를 받았단 전제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뭐라고할지 타임패러독스 혹은 설정오류 방지용으로다가...? 그리고 저희끼리만 떠들면 우빈이한텐 전달이 안 될수도 있으니까요!
>>875 만율은 침묵을 이어갑니다. 그 침묵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준혁은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것보다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에게 칭찬하는 사람이 아니고 채찍질하는 사람이라고, 위대한 길드를 위해서 사소한 자식 따위는 눈 아래로 둘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도련님. "
어색한 침묵이 차츰 무너져가고, 만율의 표정은 온화했습니다. 그러나 그 표정이 더더욱 무섭게 느껴진 이유는 왜였을까요.
" 도련님께서는 손가락을 칼로 후벼파고, 안에서 부러진다면 아프지 않으십니까? "
손가락이라.
" 필요 없는 것이라, 자르고 싶으신 거라면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은 손가락 열, 발가락 열을 달고 태어나기 마련입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 손과 발을 단 채로 죽기까지 살아가지요. "
만율은 땀을 닦으며 대화를 잇습니다.
" 도련님은 스스로를 단지斷指라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아니지.. 제가 실언했군요. 당연히, 흠 정도로 생각하셨겠지요. 그러니 스스로는 길드장님처럼 되실 수 없다고, 그러니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셨을 겁니다. "
툭, 툭, 그는 호흡이 가쁜 듯 가볍게 가슴을 두드립니다. 그러면서도 두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이 준혁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말인지 추측할 수 있게 합니다.
" 대견해 하신 적 있으신지 물으셨지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 분께서도 아버지이십니다. 도련님께서 친구들과 처음으로 의견이 맞지 않는다 싸운 날에도 도련님을 타이르셨지만, 뒤로는 제게 도련님께서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웃으시곤 하셨습니다. 자신은 그 용기를 낼 수 없어서 잃고, 넘긴 게 많다고 하셨습니다. "
점점, 그 소리는, 절규처럼 변해가기도 합니다. 나이 든 노인의 목소리가 먹먹한 소음이 되어 뱉어집니다.
" 당신께서 특별반에 들어가신 때에도, 자신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분명 당신께선 들어가실 수 있으리라고 의심치 않으셨지요. 왜 돈을 빌려주지 않았는가. 왜 그깟 돈, 쥐여주지 않았는가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그 쥐여준 돈 한 푼으로, 특별반에 있을 다른 학생들에게 '북해의 도련님' 취급을 받을까 걱정하셨던 겁니다. 그런 곳에서 도련님께 잘못된 악명이 쌓이기 시작하면 유명이란 것은 허상처럼 퍼져서 당신의 실력이 아니라, 북해의 무언가로 보일 뿐이라고!! 그걸!!! 도련님께선 이해하셨습니까?!!!!! "
만율은 숨을 고르며, 준혁을 바라봅니다. 준혁을 자랑스러워하던 그 눈은 어느새. 측은하고 슬픈 것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 되었습니다.
" 실패를 겪고 성장하실 때마다, 그 실패를 위로하신 분이 누구셨는지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실패와 성공이 아니라. 당신의 시도를 위해 무엇들을 내어주셨는지 보십시오. 한 푼의 돈이니, 한 때의 안온 따위가 아니라. "
손을 붙잡고 시윤은 자석에 끌려가듯, 에브나의 달음박질에 걸음을 맞춰갑니다. 거대한 불꽃으로 이뤄진 깃발이 펄럭이고 그 귀에 연붉은 깃털 귀걸이를 낀 기사들이 자신들이 타고 온 거대한 붉은 새를 진정시키는 모습. 술에 취한 채로 길을 걷는 드위프 기사를 부축한 채로 한숨을 쉬고 있는 인간 기사의 모습도. 기사재전의 활기 속에서 에브나는 천천히 미소를 띄기 시작합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외모가 그렇다 하더라도, 에브나의 삶은 단편적이었고, 시윤은 어떻게든 에브나의 탈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에브나를 감싸고 있었으니까요.
" 이거 봐 재클린! "
짹짹거리는 새들의 소란 속에서, 작은 새들을 손에 올린 에브나가 방긋 웃습니다.
" 새가 자신을 따라오면 예쁜 풍경을 보여주겠대. "
그 풍경이 궁금한 듯 보이네요.
>>883 [ 어렵지 않지. ] [ 간단해. 지금의 주술이라는 영역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먼. 그러니까.. 의념시대 이전이나,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게이트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아아주 오래된 묘다. 이 소리야. ] [ 이번 내부에서는 특히 평범한 영도 아니고, 용의 령이 꽤나 분노한 것처럼 보이긴 한다만.. 이유는 모르겠다. 다른 종 령과 말이 통할리도 없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