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으로 본 얼굴을 감추고 있으니 수상해 보일지 언정, 진정으로 후배를 아끼고 도우려는 선배가 아님을. 그런 당신이 궁기임을 춘 사감을 통하여 알고 있는 것인데. 뻔뻔하게도 짐짓 슬프다는 목소리로 말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질려오는 것이라. 연은 불만스럽다는 듯 궁기를 보다가는 제 팔짱을 끼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미소 짓는 것 따라 연 역시 초승달 꼴 휜 눈으로 웃는다.
"평범한 선배라면 수상하다 여기지 않았겠지. 하지만 선배가 누구인지 알면, 무슨 숨기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걸?"
그 호의에 숨겨진 본 목적이 무엇일지. 저를 통해서 사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서도,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일지. 당신에게 놀아나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들. 연은 최근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에 두통이 일어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말 대신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답을 대신한다.
감정은 쉽게 타오르지 않는다. 명확한 동기가 있지 않은 이상 탈 수가 없었다. 북부의 차가운 눈발이 온몸을 휘감은지 오래라, 이런 곳에 와서 쌓인 눈이 죄 녹아버린 나머지 젖어 불에 탈 수 없게 된 지 오래라. 아니라고 말하듯 말을 더듬는 부분에서 지독한 염증을 느낀다. 대화가 적었다. 아니, 서로를 알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교우란 것을 그리 깊게 파헤치지 못하여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다 이 사달이 났다. 어디서부터 꼬였느냐 책망하기엔 책망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떠올리는 상황에 웃음도 뱉지 못했다. 대신 가끔 툭 튀는 불똥처럼 노기 서린 일갈이 목을 찢듯 먼저 튀어나왔다.
북부의 방식으로, 외면하는 것을 옳다고 받아들인 자신도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하다. 아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떻게 했어야 하지? 당신의 감정을 고려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더라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떠한 수도 떠올릴 수 없었다. 노성에 멎었다가 다시금 물기 어리기 시작하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모든 수분을 다 눈물로 쏟아내고 말라 바스라져 저 호수에 뿌리는 유골처럼 흩어질 듯 위태로워 아회 또한 잠시 입을 다물었다.
"……."
능력 있는 자가, 머리 있는 자가 자신을 낮추면서까지 저리 애걸복걸한다. 다만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현실을 일깨워주기도 안타까울 정도로 처참하게 자신을 낮추는 모습에서 아회는 머리에서 순식간에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붙잡는 이 손을 뿌리쳐야만 했다. 이대로라면 잃어버릴 것이다. 다시금 전부 잃어버릴 것이다. 세상이 잔인하게도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이번엔 가족도 아닌 타인이네. 너도 참 대단하구나. 허하는 순간 죽을 터인데 고민하고 말이다. 주변이 참 잔인하게 네 심정과 정 반대로 행동하는구나. 받아들여라. 네 운명이 그러한 법이다. 아회의 입이 일자로 곧게 다물린다. 무언가 얘기하기엔 혀가 묵직했다. 겨우 입을 벌렸을 때는, 당신이 바라는 따스한 말을 도저히 뱉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보였더냐. 소중하여 그리도 쉬이 맹세를 하려 들었어."
다그침. 내뱉는 말은 그리도 매정했으나 붙잡힌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한때 당신이 무언가를 얘기했다가, 그대로 굳어 침묵을 유지했던 순간처럼. 손은 잔뜩 긴장해 핏줄이 돋은 상태였다. 잃어버린다, 죄다 잃어버린다. 차라리 잃을 것 없는 자와 함께하며 끝내 남은 모든 것마저 잃어버린다 한들 회한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모를까 당신은 잃을 것이 너무 많지 않은가. 그 사실이 차마 손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들었다.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멀어지면 잃을 것이라는 비수에 대한 두려움과, 대체 왜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지 모를 안타까움.
"신께서 뒤집어진 것엔 연유가 있던 모양이구나."
뜻 모를 이야기를 홀로 중얼거린다. 뒤집어진 것이, 혼란 추구하는 것이 옳게 된 것에 이유가 있었다. 악인은 정명하며, 전란의 혈운이 다가올 것이다, 그 사실에 다시금 손 뿌리치고 싶다가도 애걸복걸하는 당신 보며 자유로운 한쪽 손든다. 머리에 손 얹어 어색하게 쓸어주려 하면서도, 허리 숙이듯 하며 고개 푹 숙인 당신의 귓가에 나지막이 목소리 꽂아 넣으려 들었다.
"부디…… 맹세하지 말아라. 너는 지척에 깔린 위험에 발 들이기엔 여리고도 너무 많은 것을 쥐었어. 아직 여명 밝을 시간 충분한 네게 무엇이 남았는지 기억하여야지. 그런 네가 맹세해버리면 내가, 너의 주변 사람들을 볼 낯이 없지 않더냐. 너는 싸움을 잘 하며, 머리가 좋고, 도술을 잘 쓰되, 기이한 검을 가졌다. 인간성을 아직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를 지키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네 아직 여기에 발 들이기엔 지나치게 순수하지 않더냐. 하니 울지 말아라, 네 뺨을 왜 치겠더냐. 내 너를 내치지 않으마. 네가 그리 맹세하지 않아도 나는 졸업하기 전까지 떠나지 않을 터이니 이제 그치려무나."
한 수 무르기로 했다. 조건을 가진 채로. 당신과의 선후배 관계를 끊어버린다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신경을 끌까? 아니, 오히려 떨어졌으니 쓸모가 없다며 제거하려 들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중대한 사실을 알아버렸고, 사지에 몰렸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두어 방법 찾아 살려 보내는 것이 맞다.
이벤트 때마다 벌어지는 유혈사태...(아득) 분명 요괴나 타 적들도 쟤네 왜 싸워 어어 싸우지 마 어어 다친다 하면서 말릴 정도로 싸우지 않을까...하고 예상하고 있어요 (손톱 물어뜯)(닥닥닥) ㅋㅋㅋㅋㅋ 아악 다갓!!!! 다갓 떡밥 너무 많이 털어가!!! ;0;!!! 맛있지만 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