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 요약의 경우에도 #을 통해 남겨줘야 내가 확인하기 편함! 내가 시간마다 전부다 확인하는 게 아니라서, 가끔 이렇게 찾기 어려우면 못 보고 지나갈 때가 종종 있음!!!//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의지하기 위해 자신을 구도할 목적으로써 신을 존재하게 만들었다. 얼핏 보면 광오한 말이면서도, 수많은 신화들이 남긴 구원과 심판의 서사들을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몇몇 사제들의 눈빛은 린에게 썩 호의적이진 않다. 역시나 신학을 공부하는 학자들답게 린의 말을 물어뜯으려는 듯, 여러 말을 곱씹던 중 앉아서 토론을 나누던 모든 학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쪽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그곳에서 걸어오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린은 자신의 신앙이 꿰뚫리고 있다는 감각을 받는다. 나이가 한참이나 들어보이는, 삶의 열의를 잃어가는 연푸른 눈동자. 이제는 색이 바래 비치면 은빛에 가깝게 보이는 푸석한 금발의 머리카락. 얼굴에는 진한 흔적의 주름이 느껴지는 노인은 린에게 물음을 던진다.
" 그러나 그렇다면 신의 존재는 인간의 발전에 방해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삶이 비록 물가에 내려진 아이라고 한들, 신께서는 우리에게 울타리를 내어주셨지 물가로 향하려 하면 다리를 치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신성은 이중적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심판을 한다 하고, 그에 따르면 복을 준다 하지요. 그러나 반대로 본다면 따르지 않은 말들은 지탄받을 행위들이며 복이 오는 행위는 무환한 일들이기 마련입니다. "
즉 노인은 린의 말에 동의하지 않되,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신의 존재란 인간의 자유성으로 증명되며, 신은 그런 인간들의 위험과 안온을 위해 '벌과 상'이라는 이름으로써 그들을 이끄는 존재. 즉, 린의 엄격한 양육자라는 말과 달리 사제의 의견은 '자애로운 교육자'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곤 그는 린의 눈동자를 가만히 꿰뚫어보았다.
백색의 빛이 터져나오고, 강한 오한을 느낀 린이 한 걸음 물러나지만 추기경의 눈은 여전히 린을 마주하고 있다. 거짓을 말할 수도, 그렇다고 이 눈을 너머 도망갈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린은 자신의 몸에 있는 수많은 실들과 그 실들 중 가장 큰 하나의 새끼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백색의 실 끝에는 한 소년이 실을 쥐고 있었다. 수많은 실들이 소년의 옷가지와 몸과 같은 곳들로 이어지고 있었다면. 오직 단 하나, 린의 줄만을 그는 붙잡고 있었다. 린은 눈물을 흘린다. 단지 존재하리라, 단지 존재하리니, 그렇게 믿은 신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운명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줄을 묶고 그것을 단순히 연결할 뿐만 아니라 소중히 대하기 위해 쥐고 있었음을 린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린은 앞을 바라본다. 늙은 사제의 몸에는 수많은 실과 더불어 손 하나가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있다. 그 손은 만약 신을 부정하는 자가 본다 하더라도 그 존재를 인정할 만큼 고고하고, 그만큼 고귀한 힘을 사제에게 불어넣고 있었다.
곧, 사제는 남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러나 린에게는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 하야시시타의 딸, 나시네여. ˚
모든 것을 꿰뚫어본 그 존재는 린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꿰뚫어본 듯 했다. 무너졌고, 무너져내린 인간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는 듯한 절대적인 존재는.
˝ 네 길을 부정하지 말고 걸으라. 내려둚과 헛디딤 속에 그대의 양치기가 걸음을 준비하리라. ˝
가족을 잃었던 것도, 새롭게 얻었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던 친구들도, 잃어버렸고, 무너졌던 나시네에게. 말했다.
슬퍼해도 된다. 분노해도 된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을 주저하지 말고, 무너지지 말고. 옳다 생각하는 길을 걸어라. 그런다면.
- …
나시네의 신. 쥬도는 린을 이끌 것이라는 그 말. 곧 빛이 거둬지고 린은 머릿속이 아닌, 더 깊은 곳에서 오는 듯한 흔들림을 견디기 위해 두 손을 모은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은 교인처럼 보여. 모두 침묵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