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야견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슬을 마치 권갑처럼 두르고, 검으로 찌르듯이 권법을 펼친다. 야견이 알고 있는 고불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새롭게 배운 무공이라기 보다는 태어나면서 익힌 무공인것처럼 자연스럽게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철갑을 두른 권이 야견의 복부에 적중하고, 야견은 뒤로 멀리 밀려난다.
“...과연, 그렇다면 말이 되는데.”
그러나 야견의 표정은 당황에서 벗어나 있었다. 동정호에서의 싸움으로 야견은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을 배울 수 있었다. 법화심법 7성 냉심. 손속이 잔혹하고 냉정해지며, 동시에 상대에게는 미약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심법이었다. 고불의 이야기는 앞뒤가 많이 생략되었지만, 문자 그대로 생각해보면 말은 된다. 독고구검이, 고불을 만나 무공을 전수해주고 아들로 삼은 것이다.
“이거 앞으로 중원이 앞으로 엄청 떠들썩해지겠군!”
야견은 방어하는 것을 멈추기로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공격에는 공격이다! 추혼법권 8성, 지진격. 적중한다면 약한 지진을 일으킬 정도의 권격을 준비하고, 야견은 달려든다!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독고구검에 대한 희중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독고구검, 너무나 강하고 고독해서 평생을 홀로 살다 홀로 죽은 인물. 만약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기관에 들어간 인물 중 독고구검의 비급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고불 형님일지도 몰랐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파계회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으니 아마 그를 만나더라도 비급은 받지 못했겠지.
“흡ㅡ!”
야견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슬의 공세를 견디며, 고불의 몸 쪽으로 향하는 주먹을 가속시킨다. 고불의 행동은 수비라기 보다는 공격으로 공격을 받아치는 것. 아마도 독고의 무공의 본질이 그러하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1. 나 노인은 올해 일흔셋으로, 한때 교국을 주름 잡았던 명배우였으나 지금은 교국 내를 떠돌며 후계자를 양성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중으로, 예술을 사랑하며 투자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는 졸부 왕 씨 덕에 루주인 주 씨를 만나 대략 4년 정도 알고 지냈다. (중략) 루주 주 씨가 나 노인을 이곳으로 부를 때까지는 그 양반이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다. 창기로 극단을 세울 생각일랑 그만두라 했지만 주 씨가 발목을 붙들고 딱 한 사람만 가르치면 된다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했을 때 나 노인은 왕 씨의 정이 있으니 이번에는 교육하겠으나, 시정잡배를 가르치는 것이라면 그만두고 나가 버릴 것이라는 조건 하에 교육에 나섰다.
재하의 과거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3명 꼽는다면 그중에서도 1순위는 '나 노인'이라 불리는 예술인, 이름은 '나세갈'이에용... 대배우로 이름을 널리 떨치는 제자를 셋이 넘게 육성했고, 특히나 아꼈던 것은 재하였어용.
기루의 사람들에겐, 그간 목소리 높일 수 없는 불합리함이 있다손 쳐도 겁탈 시도라는 그 끔찍한 순간에도 방관하며 선을 그었다는 점과, 주 루주가 죽은 뒤에 눈에 서린 사람들의 욕망(루주가 죽어 기루가 망할 테니 저 아이라도 챙겨서 돈을 벌자.)을 꿰뚫었다 보니 내심 품고있는 '애증'이 있다면, 나 노인에게는 애정만 품고 있었으니까요.
재하의 처지를 알고 그 기루에서 빼내겠노라 적극적으로 나선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고, 재하의 가장 큰 정체성인 '경극'을 교육하기도 했으니... 과거 재하에게 귀비취주를 알려주겠노라 약조를 했으나, 소교주에게 거두어지고 오래 만나지 못한 사이 돌아가셨어용. 타 서사 인물처럼 비극적으로 죽은 것이 아닌, 노쇠하여 편히 눈 감아 돌아가신 것이 다행이기도 하고...
"우리 재하, 우리 재하… 입마관에 잘 적응했을꼬, 사람들이 괴롭히지는 않겠지……. 잘 지내었으면 좋겠구나, 꽃도 나비도 잔뜩 보며 살아야 할 텐데." "내 유언은 되었다. 무덤 장황히 짓지 말고, 대충 땅에 묻어 풀과 들꽃이나 무성히 피워주거라."
이게 유언이었고용, 입마관 시절의 재하가 무덤에 한 번 찾아가서 홀로 피땀 흘리며 배운 귀비취주를 공연하고는, 그 이후 다시는 찾지 않고 있어용. 스스로 떳떳한 사람이 되면 찾겠노라 이전에도 말을 했지만 여전히 못 가고 있고, 아마 큰 사건이 하나 지나가면 그제야 가는 독백을 쓰지 않을까... 싶은데 귀찮아서 손이 안 따라줌 아 ㅋㅋ
2. 재하에게 있어 경극이란 요소는 되게 중요한 부분이에용~ 지금의 재하는 경극이란 요소가 희미한 것 같지만, 아직도 그 요소로 하여금 굳건히 살아가고 있는 편이에용.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는 걸용!
가령 재하의 유연성은 어지간한 여고수를 능가할 정도인데다, 같은 무공을 펼쳐도 그 몸짓에 대한 예술적인 기교가 남다른 편이며(춤을 춘다고 가정하면 조금 더 파워풀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듯이용!), 평상시엔 목소리를 낮춰 사근사근할 뿐이지 실제 성량은 제법 되는 편이에용... 어릴 적부터 경극으로 다져지기도 했고, 그게 삶에 녹아든 것이니 굳건히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죵~
사실은 검을 잘 다루다 못해 빙그르 돌리기도 하는 등 검무를 잘 춰용. 우희가 칼춤을 추다 자결하는 장면 때문에 수도 없이 연습했거니와, 양손에 쥐고 추는 경우도 있어용. 하물며 아직도 다리 일자로 좍 찢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설 수 있고, 연기력도 좋은 편이라 자연스레 상황 넘어가거니와, 안 그럴 뿐이지 한 번 야마 돌아서 이성 반 정도 잃었을 때 목소리가 높아지면 옆 부서에서도 뭐야...? 지금 국장님이 화 내시는 거야? 하고 쑥덕거릴 정도로 목소리가 커져용...
근데 그 정도 개빡친 거면 소교주 뒷담 까다 걸린 수준인데 말이죵... 이 자리에서 죽을래 죽기 전까지 머리 박으면서 사죄할래 타임 시작 아닌가? 즉결처형권이 없어도 감~히 모독했으니 죽여도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 하고 있을듯🤔
3. 까칠한 예술인의 성정도 있어용. 예전에도 밝힌 적이 있지만 재하는 제법 진심이라서 '재밌어보여서', '흥미가 있어서'라는 이유를 가진 사람에겐 절대 경극을 가르치지 않아용. 그렇게 말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경극이라는 것은 하나의 삶에 동화되는 것, 그리 흥미만을 좇을 것이라면, 차라리 타인의 삶에 함부로 난입하는 무뢰한이 되어 흥미를 추구하시는 것이 더욱 즐겁지 않겠사온지요?" 하고 단칼같이 거절할 녀석이에용...
그리고 까내리면 미소 짓고 있다가 "개나 돼지같은 짐승이 알 리가 없지요. 오로지 인간과 선인만이 예술을 아는 법이오니, 소마는 앞에 계신 분께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찌 받아드리오리까?" 하고 입딜 박다가 간혹 싸움도 서슴지 않아용...
근데 이게 높으신 분이나 남둘망이라도 안 참아서 문제지 하지만 당연함... 삶 자체를 부정 당하면 누구라도 빡치지 않을 수 없음... 남둘망이 그랬으면 이마 팍 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 한숨 푹 쉬고 병나발 불어용()
4. 죽은 자는 말이 없고용, 재하는 그 사실을 잘 알아용. 자신의 삶에서 사라져가는 여러 존재 중에서, 그만큼의 원념을 가져 죽음을 거슬러 영혼이 되고 말을 떠벌릴 존재도 없고용. 그렇기 때문에 가끔 주 루주의 무덤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춘다는 사실...
한 장소에 도착하자 재하가 환히 웃었다. 모형 검을 양손에 들고 한 걸음씩 내디뎠다. 능숙한 검무와 함께 관리가 일절 되지 않아 습이 차고 아무렇게나 이끼가 낀 돌판을, 그리고 아무렇게나 쌓이고 풀이 자란 돌 위를 밟아 올라섰다. 검을 빙그르 돌리고 몸을 화려하게 움직이며 멈추지 않을 춤을 췄다. 옷자락이 휘날리고, 돌이 발에 채여 굴러떨어졌으며, 고운 노랫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한나라의 군사들이 이미 포위하여, 사방에는 온통 초나라 노랫소리뿐이네.. 대왕이 의기를 상실했는데 소첩만 어찌 홀로 살아남겠습니까……. 우미인이 자결하는 모습을 흉내내던 순간 재하는 수심 깊은 목소리로 탁하게 몇 번 웃더니 술에 곯아 떨어져 그 자리에 와운臥雲하여 잠들고 말았다.
이게 사실 술 취해서 주 루주의 무덤에서 춤추다 잠든 거에용... 이런 짓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내심 원한이 깊었던 것일지도용?
개인적으로 1~3번에서 예술인의 재하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고개 끄덕끄덕하게 되네영...나 노인에게의 교육이라던가, 야마돌면 목소리 커지는거라던가, 그리고.....남둘망이 그래도 술나발 먹고 참는다거나,...많이 참았군여 재하....개인적으로 언젠가 일상이라던가 진행에서 이런 면모를 더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최근 재하는 여러모로 바빠보여서....언젠가 가능할지...!! 그리고 4번....후...루주에 대한 애증이 보여서 딱하네요....재하야....
야견은 사슬의 폭풍을 뜷어내고 고불에게 지진격을 적중시키며, 그렇게 이죽거린다. 그러나 공격을 적중시켰음에도 고불은 아직 건재해보인다. 사슬의 폭풍 탓에 권의 위력이 반감된 탓일까? 아니면 손에 남아있는 기묘한 나무같은 촉감을 보아 고불이 몸을 지키는 무공을 배우고 있는 것일까. 여튼 결과적으로 고불은 건제하지만, 야견의 팔은 피와 상처로 너덜너덜했다.
“아아, 보여주고말고...! 왜 파계회의 권법이 추혼법권이라 불리는지 알려드리리다!”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 주먹에 적잖은 내공을 모은다. 현재 자신으 내공으로 발할 수 있는 최대의 일격, 상대의 육체가 아닌 영혼을 상처입히는 정권이다. 수련이 부족해 오의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뭐 어떠랴!
“자아! 막아보시지 독고형!”
그렇게 말하며 야견은 고불의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는다. 그러나 그 순간, 고불의 사슬이 아래로 향하며 큰 폭발을 일으킨다. 젠장! 수비가 아니라 공격으로 나올 것은 알았지만, 아래를 노릴 줄이야...! 정면으로 달려나가는 것만을 생각한 야견은 의표를 찌른 폭발에 나가떨어지고만다.
“....젠장, 졌어! 졌다고!”
야견은 팔다리를 휘둘러대며 그렇게 소리친다. 젠장, 정면에서는 우위라 생각했건만! 독고의 기술, 그 편린을 본 정도였음에도 이정도 성장이라니. 만약 대성한다면....야견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1. 모용중원이라는 캐릭터를 굴릴 때 참고하는 캐릭터는 삼국지 초기의 조조에용. 후기에서처럼 큰 세력을 차지하고 그걸 굴리는 게 아니라 안정되지만 부실한 세력(모용세가. 그러나 크기는 큰)을 가지고 그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어용. 가끔이지만 중원주가 고집을 부릴 때 중원이가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은 조조가 수많은 명참모가 있음에도 자신의 의견을 주로 삼는 것을 참고한 거기도 해용.
2. 꽤 자주 표현되는 모습이지만 중원이는 내친 사람은 다시 기용하지 않으려 해용. 실수에는 너그럽지만 배신에는 완곡한 것도, 자신의 사람을 믿는 것과도 연결되는 모습이기도 해용. 그렇다 보니 중원이 스스로도 내친 사람을 상대로는 냉혹한 편이에용.
3. 북위검에는 흉포한 북적의 기세를 닮았다는 말이 있고, 중원이는 재밌게도 북위검을 주력기로 사용해용. 왜냐면 중원이 스스로 권력을 잡은 방법이 묵인 속 친탈에 의한 공포정치에 가까워서 그래용. 상대방과의 공포로 휘어잡고 그를 통해 적의 사기를 박살내 일기토를 유도하는... 어떻게 보면 1대1에 자신이 있단 중원이의 표현이기도 하죵!
4. 그래도 가끔 보면 탁발호장신공으로 은근히 압박을 가한다거나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는 모습을 보면 무인으로써 자존심을 부리는 편!
독고의 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야견의 질문에 고불은 달리 생각나는 바가 없었다. 왜냐하면..무엇을 하고자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고불은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고불! 원래! 원하는 것! 할! 수! 있었다 고불! 원치 않는! 효도! 해야! 한다 고불!"
효도를 원치 않는 것으로 표현해도 될지 잠시 고민이 들었지만 음..원래 하기 싫음에도 꾹 참고 하는게 더 고귀한 효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고불은 그냥 말했다.
"고불! 아직! 독고!불 완전!하지 않다 고불! 마저 익혀!야 한다 고불!"
아직 구결은 익히지도 못 했으며 독고구검도 고작 2성의 성취에 불과하다. 이대로는 스스로 독고를 칭하기 아직 부족하리라. 게다가
"고불! 나!도 들었다 고불! 독고! 결국 혼자!였다! 고불! 나는 혼자! 아니다! 홀로! 아니다! 고불!"
고불은 이러니 저러니해도 혼자가 아니다.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긴 해도. 꼭 같이 다녀야 함께인 것은 아닌 법. 형제들이 있는 이상 고불은 진정으로 혼자가 될 순 없다. 그러니 생물학적 아버지가 생긴 것은 단순히 고불에게 아빠가 생긴 것 뿐만이 아니라 의형제들에게 의부가 생긴 것과 다름이 없다.
"고불! 야견! 뭐 얻었다 고불?"
물론 고불도 야견도 그곳에서 경험을 얻었고 한 단계 더 나아갔음은 고불도 안다. 하지만 스스로가 무엇을 얻었는지야 그 당사자 밖에 모르는 것도 있지 않겠는가?
오래간만에 얻은 휴가는 달콤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이날을 얼마나 바라고 또 빌어왔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탕후루 하나를 사 호수를 구경한 뒤 느긋하게 달빛을 받으며 모형 검을 닦을 계획까지 전부 세워뒀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적었으니 오늘 몰아서 해야만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바깥이 조용하면 시끄러운 법이라 했던가? 재하의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집에 착 달라붙은 두 존재 때문이다.
"세간엔 실종되고, 폐관했다 알려진 분들이 어찌 여기에 있는 것인지 들어나 볼까요?"
침대에는 늘어져 살구를 신나게 집어먹는 조그마한 여성 하나와 가면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구석에 웅크려 앉은 남성 하나가 있었다. 잘 자른 살구 반절을 야무지게 베어 물던 여성은 잉힝힝! 웃음을 흘렸다.
"음~ 오늘 여기로 가라 천마님이 시켰으니까?" "직신도 아닌 애가 뭔 소리야?" "아…… 금방 나갈 테니까……." "제발 그쪽은 울지 말고."
재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작게 앓았다. 그래, 내가 숨어 지내라고 집이 어딘지 알려준 것이 문제지……. 소중한 휴가를 멀리 떠나보내며 재하는 마지못해 침대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냥 집 안에서만 쉬어야지 어찌하겠나. 잘 가라, 내 휴가. 잘 자른 살구를 뺏자 여인이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어! 파련이 살구! 그거 현 오라방이 잘라준 건데!" "아사, 그걸 또 잘라주셨사와요?" "잘 먹으면 보기 좋으니까. 아이들인걸." "그것보다, 폐관은 이제 끝내신 것이온지?" "아, 그게, 벽곡단은, 그만 먹고 싶어서……." "성취는 있었는지요?" "……."
현사는 훌쩍였다.
"벽곡단에서 벗어난 것으로도 의미를 두어야겠군요." "맞아! 살구 먹으면서 벽곡단에서 벗어나도 되는걸~ 잉힝힝, 그것보다 살구 왜 이렇게 맛있지? 100개는 먹을 수 있겠다아."
살구를 베어 물던 재하와 가면을 벗어 압박에 두려움이라도 느꼈는지 눈물을 닦던 현사는 잡담을 멈추고 파련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볼이 빵빵하게 살구를 가득 채웠던 파련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뭐야? 두 사람 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어요." "뭐야? 뭔데? 왜 나만 빼놓고 얘기해? 이거 차별이야! 우우, 높으신 분들만 대화하는 힘을 탈취할 권한을 달라!" "아련, 살구 하나 더, 잘라줄까?" "응!"
파련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현사는 나무로 된 단검을 꺼내어 살구를 능숙하게 잘랐다. 씨앗을 빼낼 적, 침대에 대자로 뻗어 눕던 파련은 소맷단으로 입을 가리며 잉힝힝, 다시금 웃었다.
"현 오라방 최고! 파아련이는 아하가 까주는 여지랑 오라방이 잘라주는 과일이 그렇게 좋더라아-" "좋다니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어찌 오늘은 여지를 가져오지 않고 살구를 사 왔을까?" "잉힝힝! 그게에- 음- 있잖아, 사실 파련이가 오늘 시장에 갔는데!"
이야기보따리를 또 풀겠구나. 현사는 순진하게 귀를 기울였고, 재하는 범무구를 향해 무언가를 가져오라 하고 있지만 막상 귀를 열어둔 것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것이 뻔했다.
"글쎄, 한 노파가 이 파련이를 붙잡지 뭐야~? 소협, 소협. 이거 보시어요, 세상에 이리 귀한 살구가 또 있을까요?" "살구가, 귀해…?" "응! 노파가 말하기를 이 살구를 수확하기 전에 살구나무에 기대어 깜빡 잠에 들고 말았는데, 선인이 나타나 아! 이 살구는 참으로 맛이 있겠구나. 하지만 나는 인세로 내려갈 수 없는 몸! 안타깝다, 안타까워! 하고 읊조리고 가더라는 거야!" "그래서?" "은전 하나로 판다길래 사람 호구 잡냐고 하면서 가격 평균보다 더 깎아 가져왔지롱!" "아, 상인은 역시 뭔가 다르구나……. 은전 정도면, 귀한 거라 깎으려 들지 않았을 텐데…."
재하는 범무구가 여지가 한가득 담긴 바구니를 가져오자 받아들이며 현사를 미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왜?" "배고현가 사람이 그리 말하니 기분이 묘해서." "맞아, 묘하긴 해 남궁 세가 둘째 공자님이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겸손하게 구는 것 같잖아!" "……응? 그 사람은 정말 겸손했는데. 아건이처럼 착하고…." "으응? 아건이는 착한 거 말고도 귀여운 것도 있는뎅!" "아건은 선하고 굳건하지." "잠깐만, 잠깐마안, 그런데 뭐야~? 현 오라방도 그 사람 만나본 적 있어?"
현사는 멍하니 여지를 향해 손을 뻗다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응……." 대답은 느렸지만 파련의 금빛 눈이 번쩍 뜨였고, 재하는 순간 시선을 피했다.
"지인짜아?! 어디서? 어디서어!" "호남이었나, 호북을, 떠돌다가……. 나를 도와주셨어…. 아련이도 만나봤을까." "응! 대화산논검에서 광 배근 공자님을 응원하러 갔다가~ 객잔에서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전서구도 나누고 비녀도 선물 받았징, 잉힝힝."
빠드득. 두 사람의 시선이 재하의 손을 향했다. 으스러진 여지가 손을 타고 즙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 아하, 여지는 그렇게 까는 거 아니야……." "아하는 또 왜 여지 아깝게 그러구 있어? 손에 다 묻겠다~" "비녀를, 받았어?" "응! 아하도 만나본 적 있어?"
재하는 손을 아무렇게나 훌훌 털더니 고개를 돌렸다.
"없어." "지인짜아?" "없다니까." "음~ 여자의 감이 말해주는데~ 그치~ 오라방!" "난 남잔데……." "정파 녀석들이 여자라고 착각했으면 그걸로 끝이지." "너무해…." "그래서, 남궁 세가 둘째 공자님이 비녀 선물해 줬단 얘기에 왜 화를 낼까~?"
재하는 스읍, 숨을 들이마셨다. 송파련, 그가 누구인가? 청해단 단주의 귀에 바람을 불고 그 화경의 고수 벽계상의 눈에 단단히 든 인물 아닌가! 알고 싶은 것은 뭐든 알아내려 들고 그 발랄하게 들이닥치는 깡을 감히 재하가 이겨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모르면 바로 주변에서 소문부터 알아내려 들겠지. 진퇴양난이다. 재하는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렸다.
"귀의하는 거면 모를까 정파랑은 좀 그렇지 않아? 결혼 했으니까 더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일단은 위험하잖아! 감찰국장과 남궁 세가 둘째 공자의 사랑 이야기라니!" "…맞아." "누구는 그렇게 생각 안 하게? 정실도 따로 있는 데다 사파라서 두 배로 돌아버리겠지." "아, 내가… 폐관하는 사이에, 세상이 말세가, 되었구나." "백호님이랑 산삼 캐먹던 사이에 왜 세상이 불탄담, 어머어머." "…사실 아내 버리고 귀의했으면 좋겠지만 욕심이지……."
세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걸? 아, 당가랑 곤륜파는 제외하구. 파아련이는 사천 당가는 진~짜 짜증 나고, 곤륜파는 찢어 죽이고 싶어서 걔네 귀의하는 건 싫어." "……석가장, 강서 궁문도 귀의하지 않았으면 해…." "사천 당가는 남은 후계도 끊어졌으면 하옵고, 아미파는 속세로 나오지 않았으면 하옵지." "아, 그냥 정파가 좀 끔찍해잉." "……나도 사실은, 조금은." "기실 천마님과 주군께 방해가 되는 것들이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야 할 터이옵지요." "그게 맞지! 아, 이런 얘기는 술이랑 같이 하면 좋은데에~ 아하야, 아하~ 술 없어?" "있사와요. 남편 때문에 속이 좀 타서 독주가 쌓였거든." "현 오라방도 마실 거지?" "아, 나는 술을 못 하는데……." "무슨 소리야! 사람이 누구 욕할땐 술 한잔 곁들이고 안주 먹으면 그게 천마님 부추 꽃밭인 거 몰라?" "나, 난 몰라." "그럼 지금 알아!" "나, 나 몸 약한데." "여기에 안 아픈 사람 누가 있어!! 다 몸도 정신 하나씩 아픈 사람들 모였는데!"
파련이 덥석 붙잡자 현사는 다시금 힉, 놀라다 결국 눈물을 쏟았다. 재하는 그런 현사를 다독이며 능숙하게 침대 밑에서 술을 꺼냈고, 파련은 환호했다. 달콤하지 못한 휴가면 어떠하리, 양껏 마시고 취하며 이야기꽃 피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간인데. 셋은 새벽까지 술을 동내고 서로의 근황, 과거, 친분…… 각종 이야기를 하다, 결국 나란히 모이듯 누워 너 나 할 것 없이 잠에 사정없이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