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장인단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잘한 의뢰를 받곤 합니다. 이번에는 따라가는 느낌이지만요.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 있는 여선입니다... 어둠이 깔린 곳에서 눈을 몇 번 깜박입니다만..
"그럼 그 나무를 먼저 찾는게 선행되어야 할까요?" 나무가 모여있는 숲에서 어두울 때 발광한다면 찾는 게 강산의 말처럼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어떤 몬스터가 좋아하는지는 아시나용?" 그 보석을 좋아하는 몬스터가 징그러우면 꺅 할지도 모르잖아요? 라는 말을 가볍게 건네려 하면서 앞을 바라봅니다. 사실 본인 눈빛이 여기에서 어떻게 보일까? 싶은 호기심도 있었나봐요. 본인 눈빛이 어둠 속에서 좀 반짝거린다고 자부하는 만큼 말이지요.(*몬스터에게 반응 없을 예정)
완성인 줄 알았던 검이 아직 완성이 아니었다고 하니, 강산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하고 다시 검이 완성되길 기다린다. 그리고 검이 완성되자 그제서야 박수를 친다. 알렌이 검을 넘겨받아서 테스트를 해볼 때 안전 거리를 두고 지켜보다가, 검이 강하게 빛나자 "우왓!"하고 놀라기도 한다.
"확실히 의념에 반응하는 성질이 있네요. 좀 많이 눈에 띄겠지만 은밀 행동이나 기습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지도요?"
곧 의념 시안을 활성화해서 검을 든 알렌의 움직임을 살피며 말한다. 어쩌면 강산의 눈에는 검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 의념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숙련도? 허, 당신 지금 장난치는 거야? 우리가 바보로 보여?"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멍하게 쳐다보다가 화난 얼굴로 뭐라 할 찰나에 린이 앞으로 나섰다.
"죄송하여요. 제 동료가 조금 엉뚱한 면이 있어서, 귀공을 놀리거나 희롱할 의도는 없사와요." "아니에요. 저희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오빠도 좀 진정해봐. 선의로 치료해주시러 온 분께 그러면 어떡해."
"하, 알아서 잘해봐라." 남자는 못마땅하게 흘겨보다가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녀가 설명을 제대로 못해 생긴 일이어요. 소녀의 불찰입니다. 그리고 바라는 것이라면, 아까 오라버니분께서 말씀하셨듯 저희도 귀하의 길드에서 값어치 있을 보상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건 알고있사와요. 그러니 소녀는 여러분께 정보를 사고자 하여요. 제대로 된 정보는 현장에 계신 분들만 알 수 있는 것이니 말이어요." 차분하게 눈을 내리깔며 설명을 하다 다시 눈웃음 짓고 똑바로 갈색머리의 소녀를 쳐다보며 말한다. "이 정도면 납득 가능할까요?"
뒤의 남자가 쳇, 혀를 차고 고개를 건성으로 까닥인다.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연다.
"길드장님은 바로 이 건물에 계세요. 다른 길드와 전투가 있었는데...기습적으로 저주에 당하셔서." "증상은 나병과 비슷하고 환부는 오른팔과 복부에요."
//14 숙련도나 경험도 레벨에 맞게 제대로 된 상대가 아니면 딱히 효용이 있지 않아...약소길드의 인원이면 대다수가 레벨 10~20정도이니까 여선이 이런저런 경험이 된다고 말하는 건 대답을 회피하거나 진지한 분위기에서 아니 뭐 이 정도야~ 식으로 놀리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겠더라...
이득의 문제가 아니라도 경험이라는 측면은 나름 진심이었는데. 싶은 생각을 한 여선입니다. 일종의 의념 낭비적인 걸 돌아볼 수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화를 낼 만하다... 라는 걸 아예 모르지는 않아서, 여선은 그냥 좀 입다물고 있기로 합니다. 여기서 뭘 더 말하면 오히려 화를 돋굴 것 같다는 기분도 있었나?
"놀리거나.. 희롱할 생각은 없었어요." 적당히 차분하게 이정도로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꼭 한마디씩 더 붙이면 여선이는 화를 내게 만들 수 있어보이는 기분이니까.
"그럼.. 디버프 적인 느낌에 가까우려나요" 증상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분석과 치료..를 통해 해주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나 보네요. 물론 저주의 해주는 주술사가 더 잘하겠지만! 아마 심각한 수준이라면 전투를 재현하고 제네바 선언*기술 참조! 을 사용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검에 맺혀있던 빛은 얼핏 화려해 보이지만, 의념 시안으로 본다면 그것이 훅 불면 흩어질 듯 불안정한 것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강산은 조금 긴장한 듯 상황을 지켜본다. 검에 모여 있던 빛이 흐려지는가 했더니 오히려 뭉쳐지며 더욱 강하게 빛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건가 싶었던 순간.
"와아!"
알렌이 기어이 검으로 철판을 베어내는 것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박수쳐준다.
"저도 오늘 멋진 구경을 했네요. 가만...그렇다는 건, 방금 검에서 나온 빛은...이 무기 자체가 원래 빛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건가요?"
돌탑을 살펴보지만 당장은 특별히 바스락 바스락, 마른 잎과 가지들이 지나가는 길에 밟히며 소리를 낸다.
"저기 뭔가 빛나는 게 보이네. 저 쪽 가볼ㄲ...으헉!"
수풀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쪽을 가리키며 말하는데, 나무 사이에서 뭔가 튀어나온다. 강산이 말했던 몬스터들이었다.
-까악. -까악, 까악.
검은 새들이 어느 새 여러 방향에서 튀어나와 강산과 여선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하나하나는 지구의 비둘기만한 크기였으나, 그 수가 상당히 많았다.
"아직 보석은 구경도 못했는데, 불빛과 소리에 이끌린건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강산이 혹시 빼앗길까 싶어 랜턴을 양 손으로 고쳐쥔다. 새들은 자기들끼리 의논하듯 떠들더니 곧 포위를 풀었지만, 일행이 방금 강산이 가리켰던 방향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바로 다시 다가와 통행을 방해할 것이다, 마치 두 명을 어디론가로 데려가려는 것처럼. 밀쳐내려 시도하면 잠깐 피한 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겠지.
▶ 이벤피스티 ◀ 주위 광석들에게 에너지를 나눠주는 과정을 거쳐, 광물의 질을 증폭시키는 성질을 가진 특이한 형질의 광물.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발견되는 광물의 양이 한정적이다. 특히 주위 광물로부터 에너지를 모두 분출한 후에는 광물의 성질을 완전히 잃어 평범한 돌처럼 변하는 이유 때문에 구 제작자들에게는 환상의 광물로도 불린 바 있다. 인위적인 환경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이유로 인해 그 가격이 매우 유동적이며, 물품이 가진 성질에 의해 제작 난이도가 매우 높다. 보통의 경우 이벤피스티를 가공하여 서클릿, 반지 등의 물품으로 가공하는 경우가 많다. ▶ 대장인 재료 아이템 ▶ 나태한 광석 - 제작에 성공할 시 한가함閑 속성과 관련된 효과가 아이템에 인첸트된다. ◆ 제한 : 야금술(A) 이상, 광물 억제(B) 이상, 물질 이해(A) 이상, 조광술(B) 이상.
여선이 까마귀에게 메스를 뻗자 곧 그 주변의 다른 까마귀 두 세마리가 여선에게 반격하려 했지만, 강산이 그 사이에 팔을 뻗어 까마귀들을 막아서자 그들은 더 공격하지 않고 뒤로 물러난다. 한 번 봐준 걸지도.
"으응...원래 우리가 가려던 방향이긴 한데 거기가 이미 적진이었던 건가."
강산은 골치아프다는 듯 말하지만, 그렇지만 일단은 따라가볼 생각인 것 같다.
"까마귀 각각은 레벨이 높진 않은 듯 보이니 싸우려면야 싸울 순 있겠지만...주변이 숲인 데다가 이 녀석들 홈 그라운드라 상대하기 귀찮긴 하겠군. 뭔가 이러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선제 공격하지 말고 따라가보자."
까마귀 떼가 유도하는 대로 희미하게 빛나는 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면, 그 주변에 일행이 보았던 돌탑들이 더 많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까마귀 몇 마리가 한가운데에 놓인 가장 큰 돌탑의 돌 몇 개를 치우자 그 아래에서 연한 노란색으로 빛나는 동글동글한 것들이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곧 그냥 내 줄 생각은 없다는 듯 그 위에 배를 깔고 앉아서 몸으로 막아버리지만.
"...저거 우리 의뢰 목표인 것 같은데, 이 녀석들 혹시 우리랑 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건가?"
건물로 들어가 방 문을 여니 길드의 힐러로 보이는 단발의 여자가 다크서클이 드리워진 얼굴로 꾸벅 졸고 있다. "하라씨 전에 얘기했던 분들이에요." "헉, 으헉. 아. 헐 진짜?." 인기척에 놀랐는지 여자가 몰래 딴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황급히 고개를 든다. 여전히 졸음이 덜 가신 얼굴로 횡설수설하는 모양을 소녀가 안쓰럽게 보다 뒤를 돌아 여선과 린에게 어제 또 밤을 새신 모양이에요. 라 속삭인다.
"아유 반가워라. 진하라라고 해요. 환자분은 여기 뒤의 침대에 계세요." 피로와 반가움이 역력한 얼굴로 뒤의 커튼을 걷으니 소녀가 설명한 대로 오른팔과 복부에 붕대를 맨 남자가 의식없이 누워있다. "...아무래도 저주다보니 힐러인 저는 해주가 어렵더라고요." 괜찮을까요. 말이 적힌 눈빛으로 하라가 여선을 바라본다.
건물로 향하는 것에 아주 잠깐 저주의 해주..에 관해서 조금 무거운 감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길드의 힐러로 보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묘하게 불안해보이는 얼굴이 잠깐 드러났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르죠?
"해주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주라서 힐러가 해주가 어려운데 본인이 뭘...하지 같은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여선이 할 수 있는 걸 죄다 동원하면 해주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시도해볼게요." '디버프 해제에 관한 기술 하나쯤 배워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같은 생각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여선주가 생각하는 건 기본적으로 저주가 있는 부분을 결손시킨 뒤 수술로 결손디버프를 없앤 뒤에 그래도 해주가 안되면 분석과 의념의 속성적 면과 아이템 등등을 사용해서 해제한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천천히, 아물 기색을 보이지 않던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나고 저주의 흔적이 사라져 간다. 졸린 눈을 비비다가 그 작은 기적 아닌 기적에 단발의 여자, 하라가 토끼눈을 뜨고 이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린과 소녀가 뒤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온다. 대충 재료를 훔친 후 그 배분에 관해서 길드간 내분이 있었다는 얘기가 오간다. "참 각박하죠. 사는게."
멍하게 쳐다보다 뒤의 대화를 들었는지 하라가 씁쓸하게 웃는다. "저희라고 왜 이름있는 헌터나 가디언이 되고 싶지 않았겠어요. 누군가에게 영웅이 되는 거 사실 어릴적에 다들 한번씩은 꿈꾸잖아요." "게다가 요새 헌터는 저물어간다는 소리도 들리고, 가디언만큼 능력있는 사람이 없다. 제 이익만 챙기다. 규합을 못한다. 등등 참 싫은 말이 많네요. 정작 나 자신의 모습만 봐도 반박할 수가 없는데 말이에요."
남자의 숨소리가 편안해지고 환자의 위태로운 그것보다는 자는 사람의 새근거림으로 돌아온다. "...고마워요." 부러워요. 한 마디를 삼키고 묘하게 쓰게 보이는 미소와 함께 인사한다. //18
진짜 힘들어. 같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망념이 확 치솟는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표정관리를 잘 할 수 있었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정보적인 면을 반쯤은 흘려들으면서 씁쓸하게 웃는 하라를 슬쩍 보고는..
"세상이나 사는게 각박한 걸 부정하진 않아요" "앞에 누군가가 있어도 개별적인 사람들을 전부 이끄는 건 힘든 일인 것도 있겠죠?" 어디에나 낙오는 생기고,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해도 그 결과가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광경이나.." "한발짝씩 나아가면 그게 어디건 끝은 날 테니까요. 어쩌면 그 끝을 보람차게 살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쓸데없는 말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선은 나름의 위로를 건넨 것일지도 모른다. 인사에는 천만에요. 라는 말을 부드럽게 건네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