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_자신을_만난_미래의_자캐가_해주는_한마디 : "두려움은 네가 만드는 것이지 느낄 것이 아니다." "이해하기 어려울 터이다. 지금은 느낄 때이니. 양껏 두려워해도 좋다. 숨길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울고, 두려워하고, 화내고, 웃고, 짜증 내고.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표출해라." "……미래는 그래도 순리대로 올 터이니."
자캐에게_연애의_끝은_결혼인지_물어보자 : "……이 세계에 정조를 지키는 행위는 오히려 이상성욕이라 불리운다오. 집안의 부흥을 위해 연애도 없이 결혼하는 마당에…… 연애의 끝이 결혼이냐 묻는 건 둘 중 하나지." "머리에 꽃만 들어찼거나, 남 속내 긁으려는 것이거나."
손가락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자캐는_커뮤가_엔딩난_후에_가장_먼저_무얼하러_갔나요 : 음~ 엔딩이 나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의도했던 것보다 깊숙히 들어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 소리마저 잔잔해지고 자신이 내는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윤하는 이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다. 하늘의 색깔이 아까보단 더 어두워진 것이 아무래도 날이 저무는듯 했기 때문이었다.
어라. 곤란해지는게 하 사감이 아니다? 그 말 들으니 등골 오싹해진다. 제가 무얼 했어야 했던 것 같은데 그걸 하지 않아서 곤란해질 것 같달까. 그렇게 되면 처지가 반대가 되잖는가. 아이 귀찮게. 감이 안 좋아도 평소 찾던 수업을 들었어야 했나.
이것저것 생각은 많이 나지만 그 뿐이다. 이미 와버린 수업 바꾸는게 더 귀찮다.
"에잉. 수업 하나 날로 먹을랬더니."
자습 내주고 저랑 놀자하니 됐단다. 면담은 나중에 사감 방으로 오라길래 어깨 으쓱이고 옆에 낀 후배에게 장난질 쳤다. 거 하루 논다고 아무 일도 없을건데. 그렇지 않니? 아직 저학년인듯 뺨에 솜털 보송한 사내아이 톡톡 건들며 희롱하다가 하 사감 손짓 힐끔 보았다. 가까이 오라는 거 같으나 흥 하니 고개 돌려 무시했다. 놀아줄 것도 아니면서 왜 오래. 나눠주는 부적이나 휙 뺏듯 받아들고 팔랑팔랑 흔들었다.
이걸로 불을 피워보라- 는 건 주술 써보라는 의미겠지. 주술로 해보라니. 왠지 싫다.
"음- 통과 안 하면 수업 안 끝나오?"
부적 쓸 생각 티끌도 없어보이는 얼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제 옆구리에서 꼬물대는 후배더러 먼저 해보라고 하고서 그거 구경도 하고.
이해한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운명은 어떻게 해서든 찾아온다. 강요하지 않아도 지선이 될 운명이라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길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그 운명의 편린이라도 엿보고자 하여 발걸음한 것이지.
정갈히 차려진 다과를 응시하다가도, 한 부분에서 생각이 멈춘다. 보고자 하는 자의 잔으로도 미래를 볼 수 있다. 자주 배운다면 알게 되지 않을까, 집안 사람들의 미래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형님도. "아."
목화가 벌떡 서는 모습에 그는 유리병을 흘끔 쳐다봤다.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니 저건…… 별사탕인가? 귀엽기도 하지. 다음엔 별사탕을 하나씩 조공으로 바칠까, 이렇게 된 거 조만간 선물가게에 들러야겠다. 목화에게만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 커다란 병으로 사서 별사탕을 뿌려주면 괜찮지 않을까.
마시면서 보고 싶은 것을 생각하라. 당장 떠오르는 것은 많다. 나의 최종적인 미래, 북부에서 살아갈 자신, 혹은 수많은 갈래 중 내가 지금 가장 가능성 있을 미래……. 그 많은 요구 중에서 하나만 생각한다면.
"……."
차 천천히 마신다. 목넘김 좋은 차 향이 은은하고, 찻잔 속 들여다볼 적엔 눈이 희미하게나마, 아주 가늘게 뜨였다. 천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행운일지 불행일지는 아직 알 수 없으리라.
저 몸상태로 과연 수업을 나와도 괜찮으신 걸까? 가현은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의문에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적어도 지난번 하 사감님은 아무리 험하게 구르셨어도 이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되려 자신이 제사장 가문이 아니었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멱살을 잡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지.
"으음~ 그건 그렇고, 조금 더 쉬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랜만에 사감님을 뵈어서 좋지만~ 그래도 아직 몸 상태가 여전히 안 좋으신것 같은데요."
지난번 영 사감님이 이야기했던 그것이 문제인걸까. 무엇을 도둑맞았는지 자신은 알 길이 없었으나, 일단 확실한 건 그것과 무언가가 단단히 얽혀있다는 것이다.
오늘따라 왠지 분위기가 점잖다 했더니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자 그것도 아니게 된 듯하다. 흥 돋워진 듯한 태도 보아하니 고생이 더해질 모양이었으나,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선생과 직접 몸싸움을 하는 상황이 흔치 않으니 이 기회에 잘 봐 두는 편이 좋으리라. 이 상황에 흥미 느끼는 것은 선생 뿐만이 아니었다.
유현은 스스로 제 몸 나약하고, 심지어는 눈앞이 흐리니 반응이 빠릿빠릿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되도 않게 팔 휘적거리거나 주먹질 해 봤자 무용할 테다. 전투보다는 호신에 가까운 행동을 주로 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숨 한 번 스읍 들이쉬더니- 두 발을 나란히 땅에서 띄워 상대의 배에 꽂으려 했다. 유사 드롭킥, 마침 상대가 멱살을 단단히 잡아줬으니 그도 배짱 부린 셈이다.
불을 피울 때까지 수업이 안 끝나다던가 그런 얘기 들은 온화 작게 투덜댔다. 단순히 수업에 대한 불만일지는 모르지만. 수업이 끝나던 말던 끝까지 땡땡이나 칠까- 하다가 이럴 거면 빨리 끝내고 들어가서 낮잠이나 자자 싶었다. 품에서 부적 쥐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듯한 후배는 머리 슥슥 쓰다듬어주고 주술에 능한 학생 가리키며 가서 배우라 일러주었다. 고개 끄덕이고 쪼르르 가버리는 작달만한 남학생을 키득키득 웃으며 바라보았다. 시선 돌려 제 부적 볼 땐 웃음기 하나 없이 메마른 표정이었다.
"...하나하나 생각하자니. 종당엔 내 태어난 것이 문제로구만."
누가 들어도 상관없단 듯 중얼거리고 부적 들었다. 제 손으로 부적 쥐어 뜻대로 해본 것이 몇 번이나 되던가. 쓴 생각에 쯧- 혀 찼다. 이러니 술을 못 끊지. 못 끊어...
가현은 살짝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그래. 공적인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이야기하기 꺼려지겠지. 지난번 하 사감에게 그랬던 것처럼 따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는 편이 더 낫겠노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응. 사랑이지요. 그래도 건강한 사랑이 아픈 사랑보다 더 나은 법이니까, 얼른 나으시기를 빌게요?"
사감의 말에 맞장구치며 수업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무언의 신호를 받고 나서도 눈치없이 계속 파고들어가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저주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지만, 매개체가 없을 경우 그 저주는 불특정다수에게 똑같이 돌아가는 것이 된다. 참 아름다운 장면이지. 목표를 잃은 사랑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온전히 전해줄수 있게 되는 것이니.
"그러면 불특정 다수에게 걸린 저주는, 술사에게 돌아올때 더욱 위력이 강력해지는 건가요?"
한 사람을 콕 짚어서 저주하는 것과 다수를 저주하는 것은 다르다. 과연 누군가를 지목한 저주의 반동이 더 강할지, 아니면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훨씬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 저주의 반동이 더 강할지 궁금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