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는 아직 토고가 마카오로 가지 않은, 특별반에 특별 의뢰가 내려오고 조금 지난 시점. 토고는 마카오로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가야 했었다. 하지만 아직, 아직은 뭔가 좀 더 빈둥거리거나 하고 싶은 게 있어 가지 않고 있었다. 오늘도 토고는 막연히 가야지..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빈둥거리다 이러다 영원히 안 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탄환이라도 살까 하고 상점가로 향했다.
상점가는 수 많은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반인부터 헌터까지 거리를 쏘다니고 있었다. 토고는 막연하게 뭐라도 사야지 하고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가 꼬르륵 거리는 배의 울림에 식당을 찾아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러다 문득 뒷골목에 맛있는 파전집이 있다는 것이 떠올라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아저씨, 저희 껌 좀 사게 돈 좀 줘요." "아저씨는 딱 보니까 돈 많아 보이는데. 기부한셈 치고 어때요?"
그리고 뒷골목에서 조금 걸었을 뿐인데 불량배를 만나 삥을 뜯기게 됐다.
'와... 임마들 뭐고?'
의념각성자이기 전에 뒷골목에서 산 경험이 있는 토고는 이런 말답지도 않은 짓거리에 조금 어이가 없었으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어딜 슨배한테 삥을 뜯는가 하는 꼰대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여튼간에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불량배들의 말소리는 거세졌고 뒷골목 바깥으로까지 조금씩 퍼지게 되었다.
토고는 이곳을 다시 찾게 될 줄은 몰랐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은 토고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이니까. 남들은 이곳에서 무언가를 잔뜩 배우고 지혜와 지식을 선사받고 성장한다지만... 토고는... 성장할 수 없으니까.
그런 생각이 드니 토고는 이곳이 싫어졌다. 차라리 책만 안 읽으면 되는 도서관이 더 나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훈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니까.
토고는 육체적 가르침을 받는 이들이 훈련하는 게이트의 훈련실에서 사방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쏴재끼며 머리를 비운다. 총을 잡는 동안엔, 잡다한 생각이 들지 않아서 후련하다.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느껴지는 반동과 퍼지는 소리와 깨끗하게 뚫리는 목표물의 구멍이 후련하니까. 그러나 훈련이 끝나면 토고는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우울감이 몰려왔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온실 속에서 고고하게 자라난다. 그 운명은 누가 정해준 것인가.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혹독한 환경에서 거칠게 자라난다. 잡초처럼 끈질기게 자라봐야 잡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운명이 토고는 미웠다. 그들을 이겨보겠다고 혹은 비웃어주겠다고 발악할 수록 격차는 점점 벌어져 자신의 위치만을 깨닫게 될 뿐이었다.
토고가 게이트의 한 쪽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있을 때, 강산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를 목격하고 멈춰선다. 저번의 대화가 떠오른다. 둘의 관계는 강산이 생각하는 것만큼 가깝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산은 그를 계속 친구로 대하겠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강산은 그 발언을 약간 후회하고 있었다.
'하....말은 쉽지.'
막상 다음에 그에게 다시 친한 척을 하자니 평소보다 배짱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애초에 친하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혼자만의 착각이었을지 모른다. 일전의 그 부정적인 신호들을 또 다시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자니 자신이 일전에 한 말이 있었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건 그 상대가 내게 실질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일 때나 가능했다. 그러므로 어쨌든 강산은 토고에게 다가간다. 일단 부딪혀 보자.
"대련 상대 구합니다~."
다가가면서 운을 떼어본다. 마침 용건을 억지로 지어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다행이었다. 강산은 이전에도 훈련과 가르침뿐만 아니라 다른 특별반 인원과의 교류(주로 대련)를 목적으로 이 게이트를 찾곤 했었다.
말은 점점 거세지고 주먹이 나오려는 찰나에 진짜 소시민 1처럼 등장해서 불량배에게 헤드락을 거는 존재가 나타났다. 그는 자기가 먼저 토고를 찜해뒀다 말했고 곽으로 보이는 것을 불량배들에게 주고 자리를 비키라 말했다. 그들은 그 말을 착실하게 듣는 듯 보였다. 참나... 토고의 눈엔 전부 다 어이없어 보였지만. 그도 그럴것이... 말로 하면 말로 이기고 싸우면 토고의 레벨이 몇인가 총 안 써도 이길 테니까.
"왐마, 이 근방 아 들 다 죽었뿟네. 남 등 쳐먹는다는게 협박으로가 적선이나 기부 받아내는 게 전부라니.. 에잉.. 내 있을 땐 그른 거 상상도 못했다. 걍 뜯어냈지."
토고는 황당하다는 듯이 한숨을 팍 내쉬고 뒷골목의 벽에 등을 기대고 그를 바라본다. 내가 쓰고 있는 헬멧을 벗고 다니라 말하는 그에게 "알빠." 한마디를 가볍게 날려준다.
그래도 귀찮은 상황 벗어나게 해준 건 고마운 거니까.
"니 누군진 몰라도 암튼, 점마들 빼낸 건 고맙데이. 근디, 임마는 안된다. 내 심볼이여."
그는 바보가 아니다. 라는 걸 토고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눈치 없는 아이마냥 웃는 얼굴이 토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렇게 태연한 척 접근할거면, 애초부터 그러질 말던가. 지 꿈을 위해 노력할 거라면, 차라리 당당하게 굴던가. 그러한 생각들이 토고의 머리와 가슴속에 뭉게뭉게 피어났다.
토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랴. 전부 다 빼고. 기본으로만."
그러면서 호드 콜레오 또한 평범한 헬멧으로 눈 깜짝할 새에 바꿔 쓴다. 사방으로 확장되던 시야가 순식간에 좁아진다. 울렁이는 시야각에 적응을 못할 뻔 했지만, 몇 번 눈을 깜빡이며 눈에 의념을 불어넣자 조금씩 시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토고는 훈련실의 세팅을 대련으로 바꾼다. 어차피, 이곳엔 둘 밖에 없었다.
"선공은 니 해라."
토고는 성심 쓴다는 듯이 말하며 그와 거리를 벌린다. 아직 대련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서로 준비 태세로 돌입하기 쉽도록 하는 행위였다.
토고는 저 멀리,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줄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해서 파전집이 어디인지 못 찾을 뻔 했다. 그러다 간판을 보니 [해김물치파전전]이라 적힌 간판을 보고선 눈치챘다. 저기에 파전집이 있다는 것을. 토고는 "아이고... 내 파전." 하며 한숨을 팍 내쉰다. 입소문이 뭔지... 걍 파전 때우고 가려고 했는데..
기분이 팍 상한 토고는 굳이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코스트여도 뺄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싶었으며 굳이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객원멤버면 뭔지 대충 알것다. 내는 편입생이다."
그에겐 간단하게 편입생이라고만 이야기를 해둔다. 어차피 서로 정체를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것 같기에 이렇게만 이야기 해도 알 것 같았다. 토고에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밥을 어디서 먹지 하는 것이니까 신경쓰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