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아.. 아.... (모든 것을 이해했으며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다.) 수고많았습니다 증말루......
ㅋㅋㅋㅌㅋㅌㅌㅋㅋ.ㅋ.ㅋㅋㅌㅋㅋㅋ아영주의 오늘의 오마카세(라기보단 오늘은 이런 소재로 망상은 어떠십니까?에 가까운).. 슬슬 날씨가 추워지면서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들은 또 고통받기 시작할 때가 되었읍니다... 만약 둘 중 하나에게 수족냉증이 있어서 힘들어한다면? 다른 한 쪽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떻게 상대의 손을 데워 줄 것인가? 자신의 캐릭터가 수족냉증인 쪽이어도 아닌 쪽이어도 상상하면 조금 행복해집니다.
아니....... 감당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닌디,,,,,, 이거는 이제 그냥 아침댓바람에 비명 안 지르려면....폭사할 수 밖에 없잖아요.....ㅋㅋ아......ㅋㅋ..하..얘네언제사귀지????(님만힘내면되는데요.)(네...)
허걱..... 그러면 오늘내일 중으로 열심히 써서 함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볍게 하교준비하는 정도로 괜찮겠지요.....🥹
찌나, 잘 가~ 내일 봐! 인사하며 교실을 떠나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정규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교실을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왁자지껄하니 소란스럽다. 여느 때와 같이 도서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영이 텅 빈 교실에서 느지막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슬쩍 보기에도 유난히 날씨가 좋은 날.
운동화로 갈아 신고 복도를 거쳐 현관에 선다. 잠시 발을 멈추고 눈 앞에 놓인 그림자의 경계를 주시했다. 이제는 슬슬 에어컨 바람이 떠오를 정도로 날씨가 제법 더워졌다. 유독 햇살이 좋은 날이기 때문인지 그늘을 벗어나자마자 목덜미에 강하게 부딪혀 오는 햇빛이 꽤 뜨겁다. 싫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감을 좋아했으므로.
한참 운동장을 빠져나가던 발걸음이 어느 순간 멈췄다. 작은 화단 옆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별 생각 없이 잠깐 눈길만 주고서 지나갔을 그 곳에 수국이 몇 송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었다.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게 여름이 왔다. 예뻐라. 홀리듯 화단 옆에 쪼그리고 앉아선 가만히 보다가, 이내 핸드폰을 삭 꺼내 들었다. 햇살조각 묻은 푸른색이 곱다. 시들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서 남겨 놔야지. 찰칵, 찰칵, 하고, 운동장에 남은 아이들의 수가 현저히 적어질 때까지 아영은 한참을 꽃송이 앞에 있었다.
첫여름 몇 조각이 화단에 사락 내려앉아 있는 것을 보느라, 아영은 축구장 쪽에서 으레 들리곤 하던 축구부원들의 뛰어다니는 소리며, 공 뻥 걷어차는 소리며, 서로 사인 주고받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하교하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흩어져가도 축구부에서 나는 소리는 한 교시 정도 더 오래 남아있는데.
그것에는 간단한 사정이 있는데, 아침부터 이상하게 좌불안석이고 생각이 어디 다른 데로 가 있던 것 같은 코치가 오후 훈련을 진행하려던 찰나에 병원에서 아내의 산통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오늘 훈련은 내일로 미루겠으니 오늘은 다들 일찍 들어가라고 하고는 급하게 차키를 챙겨서 병원으로 달려간 탓이다. 아마 지금쯤은 건강한 아기를 안고 아내와 함께 기쁜 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고, 내일은 본관에 ○○○ 선생 득녀 축하, 낭랑고 교직원 일동이라고 쓰인 리본이 달린 화환이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원래라면 다른 학생들보다 1교시쯤 더 축구장에서 왁자한 소음을 내고 있어야 할 축구부 학생들은 이미 저마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오늘 하루는 특별히 다른 학생들과 같은 시간에 삼삼오오 이미 다 흩어져간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원래라면 아영이 내일 소문을 듣거나 본관 입구의 화환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이야기였으나─
수국을 들여다보던 아영의 옆에, 길다랗고 서늘한 그림자 하나가 더 드리웠다. 바로 위의 이야기로 말미암아, 오늘따라 다른 학생들과 같은 시간에 하교하게 된, 축구부의 어느 후배였다. 그림자를 알아채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면, 그는 고개를 까닥 하고 짧게 목례를 해보이며 안녕하세요 선배, 하고 말을 건넬 것이다.
한참을 핸드폰 화면 안에 있는 꽃송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교실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늘상 보이던 체육복 차림새의 학생들이 오늘은 없다는 것도, 운동장이 평소보다 조용하던 것도, 그리고 어느새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 한 것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제 위로 드리워진 소년의 그림자를 알아채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어림잡아 십 초 정도일까, 목덜미 위에 뜨겁게 내리쬐던 기미가 사라졌네, 싶더니... 으응?
“....!!!”
뒤늦게서야 연청을 발견한 아영이 파들짝 놀라며 몸을 떤다. 다행히 엉덩방아를 찧거나 옆으로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듯 가슴 위에 손을 올려놓고 하아ㅡ하고 삼켰던 숨을 몰아쉰다. 그로부터 심호흡을 몇 번, 진정하고 보니 남는 것는 머쓱함 뿐이라 아핫, 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깍듯한 인사에 가볍게 손을 흔들곤 쪼그렸던 무릎을 펴 일어난다. 그리곤..
[ 연청이 안녕~☺️ ]
손에 내밀어 보인 것는 평소의 수첩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이다. 흰색 메모장 위 글자에 붙은 커서가 깜빡거리고 있다. 소년이 충분히 읽었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다시 핸드폰을 가져가 무언가를 쓴다. 토독, 토도독, 톡 토독. 자판을 두드리는 리듬이 경쾌하게.
[ 오늘은 집에 일찍 가나 보네? ]
앗, 적어놓고 보니 운동장에 축구부 친구들이 하나도 없다. 나, 그렇게 오래 화단 앞에 쪼그려 있었나? 그런 것 치고는... 핸드폰 상단의 시간을 확인하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다시 휑한 운동장을 살펴보던 시선이 연청을 향한다. 묻지는 않았지만 이미 궁금함이 그득그득한 눈이다.
헉, (전혀 상상도 못 했는데 좋아해줘서 얼떨결에 청춘잘알 됨....)(얼떨결에 상 받아서 어리둥절해하는 그 짤)
쪼그린 진아영 옆에 선 연청이... 둘의 신장차이가 꽤 나지요.. 앉은 채로 올려다보면서 연청인 크구나... <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은 기분....·̑.̮·̑) 일어나서도? 내가 일어서도 여전히 크구나... 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꽃 핀 화단 앞에 있는 두 남녀 고등학생..... 상상만 해도 참 예쁘고 즐겁네요....(어쩐지 보통 의식의 흐름이 아닌 것 같다.)
월요일입니다......🙃 그치만 열심히 힘내서 한 주도 파이팅입니다!!1!1!1!!!!!!
그리고는 아영이 숨을 고르는 사이에 아영과 마찬가지로 쇽 쪼그려앉았다. 쪼그려앉아도 골격이 커서 눈높이 차이가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좀 놀라지 않을 만한 눈높이가 됐다. 그리고 그제서야 눈에 띄는 게 있었는데, 연청의 어깨에 운동하는 애들이 으레 옆에 끼고 다니는 큰가방 말고도 딱 봐도 나 기타가방이요, 하고 쓰여있는 독특한 실루엣의 가방이 하나 더 매달려있는 것이 아영의 눈에 들어왔다.
연청은 아영이 핸드폰 화면으로 써주는 문자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번 운동장을 힐끗, 뒤돌아 확인해본 뒤에 대답을 이어갔다.
"감독 선생님 사모님이 산통이 오셨대서, 오늘치 훈련을 토요일로 미뤘어요."
바로 명쾌한 해답이 나온다. 그때 위잉 하고 어디서 진동소리가 난다. 아영의 손에 들린 핸드폰은 아니니까, 아영 거 아니면 이 후배 거겠지. 연청은 그 사실을 알아채고는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냈다. "잠깐만요." 하고는 핸드폰에 온 메세지를 확인하더니, 핸드폰 위로 시선을 들어 아영을 바라보았다가 핸드폰을 휙 돌려 보여주었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체육 선생님, 지친 듯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사모님과, 세상을 본 지 얼마 안 되어 입을 짝 벌리고 울어대고 있는 볼이 토실토실한 아기가 그 좁은 프레임 안에 가득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하는 각잡힌 메시지가 주르륵. 도중에 따님 이름 메시로 하죠 같은 소릴 했다가 주장한테 어이구 미친놈아 소리를 들은, 별명이 주둥이 오프사이드인 3학년의 개그담당은 못본 체 해주자.
연청이는 좋은 애야. 연청이 자기 자신을 어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대화를 해 보았을 적부터 어렴풋이 느껴져 오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서 들으면서, 또 간혹 멀리서 바라보며 느낀 첫인상과는 어딘가 확연히 다른 것들이 연청에게는 있었다. 언뜻 차가워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소소한 배려심이 느껴지는, 이런 행동들이라던가ㅡ 그러고 보니 그 때도. 도서실의 광경을 회상하며 잠시 연청의 얼굴을 빠안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마 연청이 왜 그런지 신경쓰는 티를 낸다면 당황스레 머쓱해하며 시선을 거두겠지. 아이 참.
어머나! 놀란 눈으로 연청이 내민 휴대폰 화면을 바라본다. 사진 속에 넘쳐흐르는 행복이 화면을 통해서 뿅 튀어오는 것도 아닌데, 아영의 얼굴에도 배시시 웃음이 옮았다. 그렇구나, 방금 출산하셨구나. 고생 많으셨겠다~. 그 밑으로 장난스레 따라붙는 축구부원들의 톡에 아하핫!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리곤.
[ 그렇구나~. ] [ 그럼 오늘은 바로 돌아갈 생각?🙄 ]
영차! 쪼그렸던 몸을 쭉 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한 순간이지만 눈높이가 역전되는 순간. 별 말 없이 한 손을 슥 내민다. 아마 연청을 일으켜주려는 심산인가. 연청이 아영의 손을 잡고 일어났든, 그냥 일어났든, 아영은 잠시 연청을 보고 있다가 다시 핸드폰 자판을 톡톡 두드렸다.
[ 별 일정 없으면 같이 돌아갈까? ]
잠시 밝은 미소가 얼굴에 떴다가 사라졌다. 뭔가 물어보고싶어 하는 기색이 곧 얼굴에 덮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시선이 연청의 눈을 향했다가,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멀리서도 영준한 얼굴생김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 생김에 귀티가 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법도 하다. 흔들림없이 화면을 바라보는 바다색의 눈동자라거나, 햇빛에도 그을린 자국 하나 없는 피부라거나(이것은 강한 햇빛을 쬐면 피부가 비늘모양으로 벗겨지기에, 아침마다 신경써서 선크림을 바르고 오는 자기관리의 산물이지만), 여러 가지로 교내의 여자애들이 왜 연청을 가만두는지, 이렇다 할 연애 한번 안 해보는지 의문이 생길 법도 한 얼굴이다. 쉬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불가피한 뒷사정이 있으나, 그것은 되도록 누군가가 알지 못하게 숨기고 있는 이야기. 지금 아영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학생들 사이 소문으로 연청이 고백을 몇 번이나 받았으되 한 건도 예외 두지 않고 퇴짜를 놨다는 이야기 정도이리라. 아영의 핸드폰 화면에 내려가있던 눈이, 문득 슥 하고 들려올라와 아영의 까만 눈동자와 시선을 맞춰온다. 무슨 일 있으세요? 하고 깜빡 하고는, 아영이 시선을 피하면 다시 핸드폰으로 내려가는 시선.
"─그렇죠. 모처럼 오프인 셈이고."
정말 모범적인 운동가라면 매일의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운동시설을 찾아 오늘 오후에 하지 못한 축구부 운동만큼의 운동을 할 테고, 그 모범적 운동가의 대표주자인 주장은 그걸 실천하러 갔지만(그리고 연청을 거기 끌고 가려다, 아영이 없는 데서 또 한바탕 숨바꼭질을 한 참이다), 축구부 중에서도 정말로 그런 짓을 할 정도로 성실한 운동가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연청은 그 중에 없다.
다만, 그렇게 주장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나왔음에도, 결국 이 모처럼 맞이한 오프라 하더라도 할 일은 없다. 집으로 돌아가봐야,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서- 그때 아영이 손을 내밀어왔다. 늦여름 햇살에 잠긴 채로 아영이 손을 내미는 모습이 퍽 반짝이는 것 같다고 연청은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아영이 내미는 손을 잡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팔이 먼저 움직인 행동이었다. 연청은 엉거주춤 일어났다.
"같은 방향일까는 모르겠는데요. 제 하숙집은 ○○동에 있는데."
─다행히도, 같은 방향이다. 같은 방향인 것은 좋은데, 아영의 눈길이 다른 데로 향하는 것을 보고 뭔가 싶었다가 연청은 그제서야 자기 어깨에 대롱 매달려 있는 기타가방에, 아영보다 뒤늦게 생각이 닿는다.
머리 위에 느낌표라도 뜬 것 같은 얼굴로 눈을 크게 뜨더니, 또 자판을 톡톡 두드려 댄다. 머잖아 샥, 하고 화면을 돌리면,
[ 나도 OO동 살아! ]
잘 됐네. 빵긋! 아마 연청이 여지껏 보았던 것 중 제일 밝고 큰 미소가 걸려 있었을 것이다. 합, 너무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나? 비록 뒤늦게 튀어나온 자제심 한 방울에 금방 스러졌어도. 황급히 입술을 말아물고 잠깐 맞추었던 시선을 스으윽, 한 켠으로 밀었다가 숨길 수 없었던 멋쩍은 배싯거림과 함께 되돌아오고 마는 것이다.
한편으론 무엇 때문인지 이번에는 연청의 얼굴에 안절부절한 기색이 걸렸다. 어머나, 그 원인이 무언지 알지 못 해 그저 고개만 갸웃거리는데, 곧이어 연청이 내민 더듬거리는 말 몇 조각은 호기심을 꺾기는커녕 오히려 장작을 더 넣어 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 평범한 취미인데 이렇게까지 동요하다니? 눈을 깜빡이며 난처함 가득한 푸른 눈동자를 마주하다, 아영은 조금 더 캐묻기보단 아핫- 하고 부드럽게 미소지어주는 쪽을 택했다. 그리곤 또 다시 톡, 토독,
[ 멋진 취미를 갖고 있는데?☺️ ] [ 삼촌이 나도 어릴 때 기타를 그렇게 쳐 보고 싶다 했다던데 ] [ 코드가 잘 안 잡혀서 속상했는지 빽 울었다 하더라고. ]
...난데없이 TMI를 발사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아영 딴에는 연청이 당황한 것에 신경쓰지 않을 수 있도록 화제를 조금 틀어놓기 위한 배려였지만, 앗차, 이건 또 너무 흥미 없는 얘기였을까? 머쓱한 얼굴로 (아마 화면을 보고 있어도 뭔가 느껴질 정도로)대놓고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 .....어쨌든! ] [ 학교에까지 기타를 들고다닐 정도로 하고 있는 거면 ] [ 별 거 아니라도 대단하다구 생각해 ] [ ദ്ദിㆁᴗㆁ) ] [ 짱 ]
키가 작은데 비율 좋으면 그렇게 예쁘더라구 다만 이 경우에는 아영 선배라서 예쁜 모양이지만! (아직 덜깬머리 몹쓸주접 발사) 묘하게 우측정렬인것도 손끝 차가워지는 것도 귀여워 연청이가 어떻게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하는데 이자식 파충류나 양서류 그 비슷한거라 손발 차가워지는 게 아영선배보다 심해서 슬프다
그에 비해 연청은 이 3학년의 도서부 선배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실어증에 걸린, 키 작고, 상냥한 선배- 아영에 대한 모든 것을, 연청은 아영과 직접 만나면서 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영이 연청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있는 만큼이나, 연청 역시도 아영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타인에 대해 아는 것은 이다지도 어렵다. 그래서 연청은, 그 순간 아영이 그렇게나 환하고 해사하게 웃을 줄도 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로 무방비하게, 기습적으로 아영의 만면에 가득 피어난 미소에 직격을 당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 순간에 경도되지 않도록 시선을 피할 찰나도 허락받지 못한 채로 소년의 푸른 눈에 어느 여름날이 한움큼 담겼다.
"그러시면."
연청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그렇네요. 같이 돌아가도 되겠네요."
그나마 같이 돌아가면 좋겠네요, 가 아니라 다행이다. 어딘가 고장난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어딘가 고쳐진 것 같다... 둘 중에 무엇이 옳은 말이 될지 연청은 알 수 없어서, 그냥 속편하게 어딘가 변한 것 같다고, 자신이 어딘가 아주 약간 변한 것 같다고만 생각하기로 했다. 기타로 화제가 튀자, 연청은 애껏 다른 사람들 시선을 피해서 가지고 나온 고생을 한번에 무색하게 만든 자신의 부주의에 다시 한 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차라리 친구 기타를 잠깐 옮겨주기로 했다고 할까? 아니다. 그러기에 이미 늦었다는 건 둘째치고, 잔 거짓말을 하는 건 딱히 취향이 아니다. 연청은 반쯤 체념하고 아영이 건네는 말을 받았다.
“손 크기에 따라서, 코드 중에 잡기 좀 까다로운 게 있죠..."
그리곤 덧붙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래봬도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혼자서 연습하고 있는 거니까, 선배도 비밀로 해주셨으면 해요─"
하고 아영에게로 시선을 들어올리던 연청은 아영이 이모티콘과 참 똑닮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봐버렸고, 일순간 황급히 입을 가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방심한 순간 훅 솟구쳐올라온 웃음기를 연청은 간신히 내리누르고, 그 대신 손을 뻗어서는
비밀로 해 달라는 말에 무어라 대답하려고 다시 핸드폰 자판에 집중하며 시선을 살짝 내리깔았을 때였다. 난데없이 커다란 손이 머리 위에 훅 내려앉은 것이다. 아마 목소리가 멀쩡했다면 자기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가 나왔을지도 모르지, 반사적으로 눈을 꾹 눌러 감았다가 연쳥의 손이 거둬지고 나서야 반짝 뜬다. 우습게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머리를 쓰다듬어진 것이 얼마 만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스로기 지금껏 남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적은 많았어도 쓰다듬을 받는 것은 비교적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일이었기에. …그것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이후로는 더더욱!
특이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이상한 간질거림이야, 아영은 잠잠히 곱씹었다. 평소 자신의 감정이 뭔지 잘 알아차리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건 도저히 무어라 이야기해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저 최대한 비슷하게 느껴지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찾고 찾아 간지럽다, 라고 표현하는 수밖에. 둥그래진 눈으로 소년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상대의 행동도, 자신 안에 일어난 뭔가도 그저 의문스럽기만 해서. 음, 어쩐지 머쓱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시답잖은 말을 적어 놓았던 애꿎은 휴대폰 화면만 만지작거리다가. 톡, 톡, 토독.
[ 갈까? ]
조금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고 느꼈어도, 아영은 어쨌든 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싫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연청이도 나처럼 쓰다듬는 걸 좋아하는 친구인가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뇌가 합리화를 시전했던 탓도 조금은 있다. ‘나 의문스럽다’고 써놓았던 것 같은 얼굴은 어디로 가고, 이미 평소같은 자연스러운 미소가 또 두 볼에 걸렸다.
[ 기타를 안 들키려면 ] [ 평소랑은 조금 다른 루트로 가야하는 거 아냐? ]
그리곤 샤샤샥, 하고 장난스리 보디가드처럼 기타를 호위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해 보이곤 까르륵 웃었다.
땡그란 눈을 뜨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영의 시선에, 연청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직감했다. 생경한 의문이 가득한 시선이 왠지 모르게 낯부끄러워서, 소년은 손을 후다닥 거두고 "...죄송합니다." 하고, 우물쭈물 사과했다. 하늘같은 선배에게 무엄한 짓을 저지른 저품뿐만이 아니었다. 아영의 눈빛에 담긴 생소하고 이상한 감정이, 자신이 아영의 머리에 손을 가게 만들었던 그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무언가와 똑같은 색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였다. 연청은 내면으로 고개를 세게 절레절레 저었다. 생소한 감각이다. 귓바퀴가 뜨겁다. 아니야. 안 된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이런 것은 당치도 않아.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거야.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도망자 신세였다. 그래서 연청은 그것을 외면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게 그렇게 될 리는 또 없다. 그가 정말로 독하게 외면하는 데에 성공했더라면 아영의 갈까? 하는 제안에, 그냥 저 혼자 먼저 가겠습니다, 하고 예절바르게 멀어져갔겠으나, 연청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하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면서, 갈까, 하는 말에 "네." 하고 응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자신을 그렇게 이끌고 있는지는커녕, 자신이 이끌리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로.
그렇지만 역시,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영의 장난기 가득한 액션에 연청은 눈을 옆으로 샥 돌렸다.
"제 기타가 아니라고 하면 되기는 해요. 빌린 기타가 맞기도 하고..."
그 말마따나 이건 연청이 그 작은아버지- 고향에서의 생활에 진작에 학을 떼고 뭍으로 올라온, 연청의 친척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연청에게 그런 걸 호기심을 갖고 물어볼 만한 다른 아이들이 진작에 다 하교했기도 하고. 그래도 아영이 그렇게 말한다니 연청은,
"그래도, 다른 길로 가도 괜찮겠네요."
하고 말했다. 이미 그 도서관에서부터 다른 길의 초입으로 접어든 셈이라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로.
그렇게 네, 하고 순순하게 대답하는 소년의 마음 속에서 어떤 생각이 샘솟고 있는지는 추호도 알지 못한 채로. 또 다시 시선을 피하는 연청의 행동을 아주 잠깐 의문스러워했지만, 곧 주변에 다른 아는 사람이 보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유명인의 삶이란 이런 건가! 오, 오오. 덩달아서 주변을 살피듯 고개를 휙휙 돌리면, ....아직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 발견해서 궁금해하기 전에 슬슬 자리를 뜰 때가 된 걸지도. 이어진 마지막 말에 다시금 말간 미소를 고갯짓과 함께 지어 주고는 먼저 등을 돌려 교문을 향해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다.
잠시 별 말을 하지 않고 걷는다. 그야 걸으면서 핸드폰 자판을 정확히 두드리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거든. 대신에, 아마 연청이 무슨 말을 한다면 눈을 맞추고 집중해서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려줄 수는 있을 것이다. 유난히 볕이 좋아 많이 덥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학교 담을 따라 죽 심어진 나무들 덕에 아직까지는 햇빛의 온도가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대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늘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 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앗!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평소 연청이 학교와 집 사이를 오갈 때 어떤 루트를 이용하는지 하나도 모른다! 기껏 연청과 그의 기타 호위작전(어느새 멋대로 이름붙였다. 자신의 존재가 호위가 되는지 어떤지는 둘째 치고)이 막 시작된 참인데, 이대로 다른 학생들이 우글거리는 정류장에 도착한다면 맥도 못 추리고 실패해 버릴지도 모른다! 손을 삭 들어 주의를 끈 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메모장을 킨다.
[ 있지 ] [ 오늘은 집에 어떻게 가고 싶어? ]
쓰고 나니 연청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황급히 몇 문장을 더 적어 넣는다.
[ 오늘은 기타도 있고, 평소엔 보통 어떤 루트로 집에 가는지 모르니까.. ] [ 역시 사람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