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문득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어릴 적, 뒷골목에서 살던 그 때와 같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하루를 구차하게 연명할 수 있는 자그마한 연료뿐. 내일은 다르겠지 내일은 다르겠지 하며 살던 소년은 지금도 변함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저 사는 곳이, 입는 옷이, 먹는 것이, 더럽고, 낡고, 누추하고, 상한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만 빼면.
토고가 "여얼심히 고생해봐라."라고 하는 순간, 강산은 토고로부터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 자신이 모르는, 그가 알던 토고와는 다른 위화감을 주는 무언가. 그러나 강산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저번에 그 이야기 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제가 원하는 결말의 방향은 같습니다. 다만...좀 생각해보니까, 그게 저 혼자만 강해져서는...그냥 강해지기만 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렇기에 아무것도 못 느낀 척 말할 뿐이다. 그리고 아주 잠깐, 말을 멈추며 계속 모르는 척 할까 망설였지만....
"저는 저희가 단순히 강해져서 살아남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여러분이 살아남아서 꿈을 이루는 것입니다. 또, 여러분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엔 마음 속 깊은 곳의 말을 입밖으로 뱉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토고에게 기어이 뭔가를 꺼내서 쥐어주려는 것이다. 술병 하나와 10000GP 칩이었다.
▶ 칠리 데킬라 ◀ 도기가 들고 도망친 위스키. 알 수 없는 재료들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술에서 느껴지는 매운 향이 불길한 느낌을 준다. 심지어 던지면 폭발한다. 이거 뭐야 ▶ 고급 소모 아이템 ▶ 내가 코인샵 매콤위스키야!!! - 던질 시 B등급의 마도와 동일한 위력을 낸다. ▶ 이 맛에 술 마시는 거다. - 섭취 시 취함 디버프에 빠져 명중률이 감소하지만 기술의 효과가 30% 증가한다.
"이건 아이템이니까 혹시나 무기가 파괴됐을 시 등의 상황에 쓰세요. 술이 드시고 싶으시면 이 돈으로 사드시고요. 원하지 않으시면 안 받으셔도 됩니다. 제가 마음에 안 드시면 마음에 안 든다고 하고 절교를 때리셔도 되고요. 하지만 형님에게 절교선언 듣거나 통수맞기 전까지 전 토고 형님을 친구로 생각할 겁니다. 가끔 이렇게 멋대로 챙겨주기도 할 거고요."
//19번째. 토고 뭔가 어째 부정적인 감정이 많아보여서 불안한 것.... 이런다고 강산이가 토고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요.
토고는 가늘게 눈을 뜬다. 눈 앞의 그는 어리지만 확고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자신에겐 없는 넓은 아량도 가지고 있지. 훌륭한 마도 실력과 악기 연주 능력, 그리고 멀티 캐스팅과 가문의 비전이라는 마도사가 부러워 할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어딜 보더라도 엄친아. 한 때 방랑하였다고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좋은 양식이 되어 지금은 꿈을 지닌 청년.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꿈은 안 꾸는 게 좋다고."
모두 살아남아서 꿈을 이룬다. 이 얼마나 허황된 꿈인가. 자신의 앞가림은 충분하다는 건가? 혹은 타인의 불행따윈 자기가 짊어질 수 있으며 해결할 수 있다는 과신인가? 토고는 그 꿈을 지닌 청년을 비웃는다. 제대로 된 꿈조차 가져본 적 없이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으로 살아온 비틀린 자가 취하기엔 너무나 추한 행동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 뿌리 내린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행동일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무도 모르겠지.
"내는 필요 없다."
보통의 토고라면, 굴러 들어온 호박이라면서 받았겠지만, 토고는 거절한다. 그러고는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아니다. 됐다. 니 필요한 데 써라." 라며 다시 한 번 거절의 뜻을 밝힌다. 그때, 토고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필시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생각이겠지.
>>715 "강력한 직감 Lv.1" (*직감이지만 인게임에서는 운이 좋거나 영감의 일종인 것처럼 묘사되기도 합니다.) "관찰력 Lv.3" "날렵함 Lv.1" "응급처치 Lv.3" "손재주 Lv.1" "의약품", 그 외 여러 의약품 아이템 "흘러가는 자의 보조자" (획득 즉시 관찰력 +1렙)
여기서 의약품은 소모템이긴 한데...의약품이랑 응급처치를 같이 가지고 있으면 의약품을 소모해서 죽을 위기에서 살아날 수 있어요. 그리고 여선이라면 왠지 의약품 써도 금방 또 구해놓을 것 같은...
내가 피똥싸게 고생해봐야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고 내 손에 쥐어진 것들은 하나 둘 사라지는데 내가 있는 곳은 위태로워 진다. 이번 일이 잘 끝난다고 해도, 희생을 치루고 해결된다고 해도, 그 다음은? 또 다음은? 계속 이런 일이 반복 될 텐데 고생하고 노력하는 이유가 있나?
이런 회의감.
강산이에게 저러는 이유는
지금 멘탈 자체가 안 좋아져서 세상 전부 다 아니꼽게 보는 거 + 자신과 대비되는 강산이의 모습에 노력따윈 부질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
"꼭 모두를 살려야 한다고, 모두가 있어줬으면 한다고 고집을 부릴 생각인 건 아닙니다. 나가는 사람은....여기 있는 것 자체가 불행하다면, 나가더라도 붙잡지 않을 거에요."
토고의 분위기 때문인가. 강산의 목소리에서 점점 풀이 죽어가고 있었다. 선물을 내밀었던 손이 어색하다. 나를 싫어하느냐고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강산은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
"...그래요."
그렇기에 그냥 웃어넘기고 만다.
"아무래도 제가 형님 시간을 너무 뺏은 것 같네요. 전 다시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뜰 채비를 한다. 평소의 그라면 "나중에 또 뵙시다."같은 말로 끝냈겠지만.
"무사하시길 바랍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또 보자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오늘은 그 대신 그런 말을 남기고는 팔을 흔들며 멀어져 갈 뿐이다.
오히려 토고한테 본인 이야기를 해봐라고 해도 별 일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넘어갔을거야. 마이너스 아니여!! 그리고 이건... 누가 어떻게 하느냐..라기 보다는 그냥... 특별반이 처한 상황 자체가 좋아지지 않는 한 불가능할거야. 혹은 로또 당첨된다거나. 정신력 회복은.. 안 먹힐 거라고 생각해. 약간 우울증 있는 사람이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신나게 논다고 해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갑자기 우울함이 밀려와 원상태로 돌아가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