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여선이 되묻자, 단호하게 대답한다. 빈센트도 어느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시종일관 웃는 것 같지만 사실 침착한 것에 가까운 사람, 아니면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싶을 정도로 좀체 진지해지지 못하는 사람. 빈센트가 본 여선은, 적어도 전투에서만큼은 후자였다.
"사실 표정만 그런 거면 그냥 개인 성격의 문제로 존중했을 겁니다. 하지만, 눈 앞에 저를 닮은 괴물이 나타났을 때도, 그 괴물이 절 거의 죽여가다시피 할 때도, 솔직히 말하면 진지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할 수 있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제가 아무거나 던져보라고 했을 때, 그건 이성이란 게 남아있는지 의문인 이한테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지란 게 아니라, 적을 봉쇄할 수 있는 기술 있으면 아무거나 써 보란 말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도, 심지어는 제가 적한테 개박살났을 때도 솔직히 말해 진지해지지 않으셨죠. 그 때 그놈이 베로니카의 사진을 보고 녹아내렸기에 망정이지, 그걸 보고도 아무런 반응 없이 하던 일. 그러니까 절 죽이는 짓을 계속했다면..."
빈센트는 목을 슥 긋는 시늉을 하면서, 여선을 똑바로 바라본다.
"...아마 그 때만큼은, 여선 씨의 천운도 고통스럽게 죽을 운명을 편안하게 죽도록 바꿔줄 뿐이지, 죽는다는 운명을 바꾸진 못했을 겁니다."
사담이 길었나?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평소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사에 진지한 면이 없는 건 여선 씨의 성격이니만큼 존중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이 할 건 전투고, 싸움이고, 죽고 죽이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전투에서만큼은, 진지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잔소리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잔소리라 싫지만... 자신의 목숨까지 걸려있다 생각하니, 안 할 수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11
아마 2년 가까이 진행하며 제가 매년 9~11월쯤 학생들을 가르친단 것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던 과외 따위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부하는 감각을 잊지 않으려 하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개중 2년 전쯤 가르친 아이가 있습니다. 사촌의 딸로 원래라면 오늘 생일이 되었을 아이입니다. 공부는 죽어도 싫어했고 게임을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래도 차분히 공부를 가르쳐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덕에 이번 년에도 스승의 날에 고맙단 인사를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제 새벽에 진행을 하던 중에 사촌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계속 울고 계시기에 불안을 느끼긴 했으나, 전해진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학에서의 적응 문제, 떨어진 성적 등으로 마음이 상한 것인지 좋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요. 아이의 마지막 내용에 제 이야기가 있어 혹시 들은 게 있지 않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다만 제게는 매번 웃음 가득한 긍정적인 아이였기에 몰랐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급히 진행을 멈추고 이동했습니다. 그 뒤는 현실의 문제나, 인증이 될 수 있어 줄여야 할 성 싶습니다.
2. 현재 캡틴의 상태
좋지 못합니다. 정확히는 문자가 머릿속에 맺히다 사라지고 이따금 통화 내용을 떠올리면 손이 떨리기도 합니다. 솔직히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용을 살필 여력이 없어 내용적으로 이상하거나 할 수 있어도 이해 바랍니다. 그래도 무작정 잠수를 탈 수는 없으니만큼 일단 어장에 와서 사정을 밝히고 지금 제 상태를 설명함이 옳다고 느꼈습니다. 어장의 책임자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면 여러분도 실망하실테니까요. 위와 같은 이유로 당분간 어장 접속이 힘들 것 같습니다. 적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진행도 접속도 어려울 듯합니다. 사실 어장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여전히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과 내용이 아쉬워 끝내겠단 생각은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얘기를 드려 죄송합니다. 조금만 저를 이해해달란 얘기 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3. 진행이 없는 기간동안 무엇을 하면 되는지에 대해
특수일상배경을 전원 사용 가능 상태로 돌려두겠습니다. 이 기간동안 자유롭게 일상을 하며 특도기를 모으시고 사용을 준비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기간과 밸런싱의 문제를 위해 '위대한 스승의 요람'의 경우 가격을 소폭 증가시킬 수밖에 없음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따금 어장서 시덥잖은 농담은 할 수 있겠으나 진행같은 심력이 길게 필요한 행동은 힘들 것 같습니다.
간밤에 좋지 못한 소식으로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충분한 휴식을 거친 후 돌아오겠습니다. 다시금 모두에게 죄송하단 말씀을 올립니다.
인터넷 보다는 현실의 본인과 주변의 상황이 더욱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해서 제가 어떻게 할 말은 없지만 어장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른 결정이 난다고 하더라도 존중할 것이며 말씀하신것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오시고 어장 보다 캡틴 스스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다 죽어가는 빈센트를 응급 수술할 때처럼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여선은 꽤나 '진지함'에 가까워진 것 같았다. 어쩌면 그 때는 진지한 상태에 더해, 동료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표정이 굳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빈센트는 그 상태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고민하는 여선을 보고 말한다.
빈센트는 여선이 고민하는 것을 본다. 오히려, 잘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어쨌든, 나아지려는 생각이 있고, 벌써부터 고민하면서, '진지'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충분히 좋은 것 같았다. 어쨌든 앞으로 좀 부탁한다는 빈센트의 입가는, 아까 전보다는 풀려 있었다.
"목숨이 걸린 일에만, 그렇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너무 가라앉을 것 같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의 모습과는 좀 달라질 수 있겠죠.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매일 전투하는 것도 아니고요."
캡틴 돌아오시면 확인하기 편하시게 이런 걸 만들어서 따로 기록해보려고 해요. https://www.evernote.com/shard/s551/sh/44990861-71ad-2f6c-1443-527bfbb643c3/GXCvevWMAv4bwL-VzgRP73E55CAm7E2EyVOMJGtTnNf5h7r9B0-q2TphHQ
여담이지만 저번 진행을 다시 보고 든 생각인데요... 캡틴 진행이 예전보다 많이 친절해졌다는 말씀을 하신 분이 계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번 진행에서 우빈이의 반응을 통해 파티원들 간의 정보 교환을 유도하고 정보 공유가 되지 않은 부분이 어디인지 집어주셨는데요. 이게 우빈이가 심마 해결돼서 유해져서+강산이가 우빈이의 은인이라서 점잖게 반응한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옛날 진행방식+다른 npc였으면 정보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출발할 순 있더라도 '뭐야 불러놓고 정보 공유 제대로 안해주네? 나중에 통수치는 거 아냐?'라고 불만을 가지고 시작하는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었다면 호감도나 특별반 평판이 깎인다든지 혹은 나중에 전투 들어갔을 때 불화가 생길 수 있다든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었겠죠?🤔
빈센트는 여선이 고민했던 내용들을 되짚어본다. '내가 안 진지했나?' '사람 죽을 때 되서나 진지했나?' '내가 문젠가? 아니면 저 사람이 문젠가?' '아니, 그 전에 진지한 것과 진지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 내가 진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빈센트는 그것들을 생각하면서, 말한다.
"고민하시면 됩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적에게 어깃장을 놓고 아군을 도울지, 어떻게 해야 판세를 우리 쪽으로 기울일 수 있고, 그를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표정, 적어도 전투에서는 보기 좋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 마신 잔을 들어올리고 카페 주인에게 반납한다. 음. 말하니까 얼마나 좋아. 신사적으로 말하고, 신사적으로 알아듣는다. 어디선가 본 "그럼 그냥 말하면 되잖아"를 실천해보았고, 그 첫 수확은... 꽤나 괜찮은 것 같았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선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