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카페에 앉아서, 자신의 손 위에서 일렁이는 불과 서늘한 얼음을 위아래로 회전시켰다. 그리고 빈센트의 시선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떠 있던 태양과, 그 태양이 비추는 모든 것에 향했다. 게이트의 모든 물리법칙과 자연 환경이 지구와 동일할 필요는 없고, 또한 그럴 의무도 없기에 당연한 일이지만, 심한 곳에 들어갔다 오면 지구에서 당연하게 여겼지만, 그곳에선 당연할 의무가 없는 모든 것이 간절하게 느껴지곤 했다.
"..."
빈센트는 주문한 카페라테를 마신다. 체르노빌을 본딴 게이트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은 탓에 어딜 가나 입에서 신맛이 가시질 않았고, 이 세상의 모든 부패를 모은 것 같은 곳에서는 부패한 모든 것들의 끔찍한 말로를 그 코로 확실하게 느꼈다. 불이 차가워지고 태양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냉혹하게 얼리며, 어둠 속에서 끝없는 작열통을 느끼는 곳도 있었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자신이 지구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여겼다. 그리고...
"...그 게이트."
빈센트는 게이트에서 있던 일을 떠올리며 한숨을 쉰다. 빈센트도 문제였지만, 다른 것도 문제였다. //1
사장은 자신의 메뉴이름 짓는 솜씨와, 그것보다 더욱 미쳐버린 메뉴 만드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투였지만, 그래도 주문은 주문이었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장을 금방 뽑아서 얼음을 타 여선의 앞에 두었다.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면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단, 제 모습을 흉내낸 그 미친놈 때문에 죽을 뻔했던 걸 살려주신 건 고맙습니다. 하지만..."
빈센트는 좋은 얘기만 하려고 앉은 건 아니라는 티를 내면서, 여선에게 묻듯이 확인한다.
"이번에 제주도도 강산 씨, 여선 씨, 그리고 저 해서 같이 가기로 했죠. 맞지 않습니까?"
빈센트가 그런 말을 한 것에 고개를 갸웃하는 표정은 저는 아무고토 몰라욧. 스럽기는 하지만..
"어... 저는 진지하려고 노력하는데요.." "그래도 일단 말을 들었으니까 좀 더 노력해볼게요!" 진지함과 가라앉음이 잘 구분이 안가는 것과 비슷하게 텐션이 높은 것과 진지하지 않음이 구분이 애매하다는.. 게 아무래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만. 지가 그걸 잘 바라보지를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엑..시럽 얼마나 더 넣어야 하지." 한펌프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렇다고 너무 넣는 것도 그런데!
빈센트는 여선이 되묻자, 단호하게 대답한다. 빈센트도 어느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시종일관 웃는 것 같지만 사실 침착한 것에 가까운 사람, 아니면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싶을 정도로 좀체 진지해지지 못하는 사람. 빈센트가 본 여선은, 적어도 전투에서만큼은 후자였다.
"사실 표정만 그런 거면 그냥 개인 성격의 문제로 존중했을 겁니다. 하지만, 눈 앞에 저를 닮은 괴물이 나타났을 때도, 그 괴물이 절 거의 죽여가다시피 할 때도, 솔직히 말하면 진지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할 수 있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제가 아무거나 던져보라고 했을 때, 그건 이성이란 게 남아있는지 의문인 이한테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지란 게 아니라, 적을 봉쇄할 수 있는 기술 있으면 아무거나 써 보란 말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도, 심지어는 제가 적한테 개박살났을 때도 솔직히 말해 진지해지지 않으셨죠. 그 때 그놈이 베로니카의 사진을 보고 녹아내렸기에 망정이지, 그걸 보고도 아무런 반응 없이 하던 일. 그러니까 절 죽이는 짓을 계속했다면..."
빈센트는 목을 슥 긋는 시늉을 하면서, 여선을 똑바로 바라본다.
"...아마 그 때만큼은, 여선 씨의 천운도 고통스럽게 죽을 운명을 편안하게 죽도록 바꿔줄 뿐이지, 죽는다는 운명을 바꾸진 못했을 겁니다."
사담이 길었나?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평소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사에 진지한 면이 없는 건 여선 씨의 성격이니만큼 존중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이 할 건 전투고, 싸움이고, 죽고 죽이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전투에서만큼은, 진지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잔소리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잔소리라 싫지만... 자신의 목숨까지 걸려있다 생각하니, 안 할 수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11
아마 2년 가까이 진행하며 제가 매년 9~11월쯤 학생들을 가르친단 것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던 과외 따위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부하는 감각을 잊지 않으려 하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개중 2년 전쯤 가르친 아이가 있습니다. 사촌의 딸로 원래라면 오늘 생일이 되었을 아이입니다. 공부는 죽어도 싫어했고 게임을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래도 차분히 공부를 가르쳐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덕에 이번 년에도 스승의 날에 고맙단 인사를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제 새벽에 진행을 하던 중에 사촌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계속 울고 계시기에 불안을 느끼긴 했으나, 전해진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학에서의 적응 문제, 떨어진 성적 등으로 마음이 상한 것인지 좋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요. 아이의 마지막 내용에 제 이야기가 있어 혹시 들은 게 있지 않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다만 제게는 매번 웃음 가득한 긍정적인 아이였기에 몰랐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급히 진행을 멈추고 이동했습니다. 그 뒤는 현실의 문제나, 인증이 될 수 있어 줄여야 할 성 싶습니다.
2. 현재 캡틴의 상태
좋지 못합니다. 정확히는 문자가 머릿속에 맺히다 사라지고 이따금 통화 내용을 떠올리면 손이 떨리기도 합니다. 솔직히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용을 살필 여력이 없어 내용적으로 이상하거나 할 수 있어도 이해 바랍니다. 그래도 무작정 잠수를 탈 수는 없으니만큼 일단 어장에 와서 사정을 밝히고 지금 제 상태를 설명함이 옳다고 느꼈습니다. 어장의 책임자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면 여러분도 실망하실테니까요. 위와 같은 이유로 당분간 어장 접속이 힘들 것 같습니다. 적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진행도 접속도 어려울 듯합니다. 사실 어장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여전히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과 내용이 아쉬워 끝내겠단 생각은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얘기를 드려 죄송합니다. 조금만 저를 이해해달란 얘기 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3. 진행이 없는 기간동안 무엇을 하면 되는지에 대해
특수일상배경을 전원 사용 가능 상태로 돌려두겠습니다. 이 기간동안 자유롭게 일상을 하며 특도기를 모으시고 사용을 준비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기간과 밸런싱의 문제를 위해 '위대한 스승의 요람'의 경우 가격을 소폭 증가시킬 수밖에 없음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따금 어장서 시덥잖은 농담은 할 수 있겠으나 진행같은 심력이 길게 필요한 행동은 힘들 것 같습니다.
간밤에 좋지 못한 소식으로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충분한 휴식을 거친 후 돌아오겠습니다. 다시금 모두에게 죄송하단 말씀을 올립니다.
인터넷 보다는 현실의 본인과 주변의 상황이 더욱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해서 제가 어떻게 할 말은 없지만 어장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른 결정이 난다고 하더라도 존중할 것이며 말씀하신것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오시고 어장 보다 캡틴 스스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