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경비병들은 당신에게 잠깐 보내던 시선을 멜루나에게 돌립니다. 연무장 바닥은 잘 쓸려 있습니다. 비질을 누가 하는지, 꽤 훌륭할 정도입니다. 당신의 짐은 모두 잘 있고,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귀를 기울이려다가, 다른 소리를 잡아냅니다.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발소리입니다. 이 상황도 곧 끝나려나봅니다.
>>56 티케는 당신의 손길에 약간 만족한 눈치입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휙, 들더니 입구 방향을 바라봅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귀를 기울이면 아마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대화를 계속합니다. 확실히, 이 자리에 금패 모험가는 없습니다. 일부러 은패까지만 데려온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52 (멜루나는 경비들의 미심쩍인 눈빛을 알아차린다. 사실 알아차린다, 라고 할 것도 없이 그것은 굉장히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오히려 멜루나쪽에서도 그런 시선들을 있는 힘껏 못 본 채 하고 있었다.) 칫… 불러놓고 한다는게… 모험가라고 다들 시간이 남아 도는 줄 아나? (뭐, 굳이 말하자면 지금은 남아 돌고 있었지만… 아무튼 이런 곳에 강제로 부름을 받아 온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상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음료수는 없었지만, 멜루나에게는 별로 상관 없었다. 실제로 목이 마른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서있는 상태에서 빠져나오는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흐음. 좀 더 돌아다녀 볼까… (어쨌든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59 경비들은 당신의 말에 무어라 대꾸하려다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향해 급히 빠릿한 자세로 경례합니다. 당신은 입구 가까이 다가온 실루엣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키가 크고 전신에 판금 갑옷을 두른, 큰 몸집의 기사입니다. 기사는 철그럭, 철그럭,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러다 곧 여기 모인 모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섭니다.
>>61 당신의 예민한 귀에 쇠 부딪치는 소리는 꽤 요란스럽습니다. 기사가 천천히 걸어가더니 연무장 가장자리에 섭니다. 아마 이 상황에 대한 무슨 말이라도 해줄 것 같습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풀어진 활줄을 조이고 기름을 먹이다 보면 어느새 석궁은 사용하기 딱 좋은 상태로 정비된다. 상태도 확인할 겸 어디 벽이나 천장에라도 한 발 쏘아 볼까... 잠시 충동이 들긴 했지만 곧 고개를 젓는다. 딱히 사고가 걱정돼서는 아니고, 그냥 화살 아까워서.) 그래서 이게 뭐 하자는 거야? (정비가 끝날 때까지 아무 안내도 없자 짜증이 좀 더 치솟는다. 배낭에 반쯤 기대어 누운 채 출입구 방향만 빠안히 노려본다.)
>>63 티케는 크응, 하고 한 번 짧게 울음소리를 냅니다. 갑옷의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합니다. 사실 평범한 사람이 듣기에도 그리 좋은 소리는 아닙니다. 다행히, 당장 도망가야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눈에도 연설 준비 중인 기사가 보입니다.
>>65 무기 손질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상황에서도 분명 그럴 겁니다. 다행히,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연무장 가장자리에 서더니 큰 목소리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전체> 기사는 딱 봐도 높으신 분처럼 차려입었습니다. 은색 갑옷에 진홍색 망토는 평범한 사람이 입기엔 무리가 있지요. 어쨌든, 그가 입을 엽니다.
"제군들은 이제부터 '마물' 토벌에 향할 것이다."
기사는 계속 설명합니다. 위치는 남쪽 숲이고, 순간이동 마법으로 근처까지 이동한 뒤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네요.
여러분은 '마물'에 대한 지식을 떠올립니다! 마물이란, 마기에 사로잡힌 동물이나 식물을 말합니다. 누군가는 전설 속 마족의 소행이라고도 하지만,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마물은 언제나 사람을 향한 이유 모를 무한한 증오를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렇게 토벌대가 꾸려지는 일이 꽤 많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더 떠올릴 수 있습니다. 토벌대는 주로 공개 모집을 한다는 사실말이죠...... 아무리 좋게 여겨도 이건 공개 모집과는 거리가 많이 멉니다.
기사는 뒤따라온 마법사에게 손짓하여 순간이동용 마법진을 바닥에 그리게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줄세워 마법진에 차례로 올라가게 합니다.
>>70 (마물 토벌?) 아니, 잠깐. (마법진 위에 올라가기 전, 걸음을 멈춘 멜루나는 반기를 들듯 입을 열었다. 물론 이건 반기였다.) 갑자기 끽해야 은등급 정도 되는 조무래기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서는, 이번엔 다짜고짜 토벌에 나가라는 거야? 이 마법진 너머에 고블린 무리가 있을지 헬카이트가 있을지 모르는데도? 하, 거참 대단하신 의뢰셔. 사람 잘 못 본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상, 모험가는 항상 리스크를 진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리스크를 지고 싶었다.) 있잖아,모험가 나부랭이를 불렀으면 모험가 나부랭이답게 취급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최소한 보수라도 말해주는게 상도덕 아니야? (남에 의하여 멋대로 움직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 자체가 굉장히 신경을 거스르는 듯, 멜루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은 루디와 멜루나의 말을 묵살합니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보는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기사는 마법진 앞에 멈춰선 멜루나를 슬쩍 밀어넣기까지 합니다.
어찌 되었든, 여러분은 마법진에 올라섭니다. 그러자 초원 지형이 나타납니다. 주변은 탁 트여 있습니다. 한 군데만 빼고요. 여러분의 정면에는 숲이 있습니다. 거리가 꽤 있는데도 규모가 꽤 되는지 눈에 들어오는 부피감이 장난 아니네요. 대기하던 병사들이 여러분의 경로를 안내하며 이탈자가 없는지 살핍니다.
(멜루나는 단번에 떠밀려졌다!) 야…!! 잠-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전송은 완료된 직후였다.) 이익…! 너네들은 무슨…!! 이게 그냥 소풍가는 건 줄 알아?! 뭘 형편좋게 따라주고 있는 건데? 이대로 저녀석들 바라는 대로 개죽음 당해줘도 좋다는 거야!? (갈 곳 사라진 분노는 당연히 주변의 파티원, 혹은 모험가들에게 고스란히 향했고…)
숲에 가까워질수록 불길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보아하니 병사들은 숲 내부까지 진입하진 않는 모양입니다. 모험가들은 각자 장비를 정비하거나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차하면 사용하려고 순간이동이 각인된 마석을 손에 꼭 쥐고 있네요.
>>90 티케는 내려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행군 속도가 약간 빠른 편이라, 내려놔도 고양이 걸음으로는 아마 뒤쳐지거나 따라잡아도 지칠 겁니다. 하지만 계속 안고 있는다면 전투에 지장이 갈 겁니다. 가방에 티케를 넣으시겠습니까?
>>93 대부분은 산 송장처럼 움직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당신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이봐, 상대는 왕궁이야. 그리고 우린 등록된 모험가들이고. 도망쳐도 수배령이 내려질 게 분명해. 차라리 여기서 간신히 도망칠 수 있기나 바라자고." 도망칠 수 있으면 그나마... 희망적이겠네요.
>>98 (그딴게 되겠냐고… 소란을 피우는 모험가를 보며 귀가 아프다는 듯이 혀를 찬다. 왕국이고 모험가고 죄다 왜 이 모양인지. 그렇지만 놈들의 말이 완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원래 하급 모험가의 삶이란게 원래 불한당보다 못한 것이었다. 깡패나 할 걸 그랬나. 멜루나는 막막한 지금 상황에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골이 아파져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여기서 뭘 한탕 해보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개인적으로 그런 왕바보가 이 파티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파티원들에게 의견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