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상황이 정해졌으니 일단 진행을 시작하겠습니다! 파티 결성 이유 같은 건 나중에 캠프파이어 앞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해보죠!
여러분은 파티 결성 보름만에 왕성 연무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인원 수 좀 맞춰달라고 누가 의뢰를 넣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국가의 부름이었던 겁니다. 연무장은 넓고,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는 백 명은 넘고 백오십은 안 될듯한 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여러분과 비슷한 모험가입니다. 딱히 등급이 높아 보이지는 않네요. 은 등급 이상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그건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지 일행과 대화를 나누거나 하고 있습니다. 딱히 규율이 잡히지 않은 오합지졸 병사들의 모습이 이럴 것 같군요.
연무장에서 나갈 수는 없지만, 돌아다니거나 잡담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잠시 시간을 때워봅시다.
참… 뭐랄까, 다들 팔자 좋으시네. (투덜거리듯 말한다. 붐비는 장소를 싫어하는 성격상, 국가에서 멋대로 불러 허례허식을 차리는 이 자리가 불편한 것이 틀림없었다. 연무장 내부를 살피는 멜루나의 붉은 눈이 지루하다는 듯 더욱 늘어졌다.) 아아- 이런 곳보다는 차라리 전에 들렀던 살롱이 훨씬 낫겠어. 그냥 몰래 나가버릴까?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는데… (누구 들으라는지 모를 소리를 하며 현재 상황을 비관했다.)
>>39 사실 허례허식이라기에는 너무...... 질서도 없고 예의도 없고 예절도 없고 꾸며진 것도 없습니다. 연무장 입구를 지키는 창 든 경비 두 명이 당신의 목소리를 듣더니 나가보라면 나가보라는 식으로 입구를 가리던 창을 치우고 비켜섭니다. 갑옷 가슴팍에 새겨진 국가의 문양을 보니 국가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놈들이 분명합니다.
>>40 티케는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불편하다는 감정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어쨌든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공간은 확실하게 아닙니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게 들립니다. "아니 글쎄, 거의 끌고 오듯 했다니까? 왜 하필 나지? 여긴 수도라서 금패도 심심찮게 보이잖아?"
(사람을 불러 놓고 설명도 없이 세워만 놓다니. 제국 왕실에 없던 반감도 생길 법한 일처리인데. 안 그래도 낭비라면 질색인 성격에 하릴없이 시간이나 죽이고 있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이래 놓고 보상 짜게 주기만 해 봐라. 모험가 생활 때려치우고 고향이나 가야지... (중얼거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결국 바닥에 대충 주저앉아 석궁을 집어든다. 남는 시간에 무기 정비나 할 셈인 듯 가방에서 이런저런 공구들까지 함께 꺼내 늘어놓았다.)
>>43 사고... 글쎄요... 짚이는 게 있으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 같은데, 어쨌든 이번 상황과 관련은 없어 보입니다. 연무장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주로 쓰는 공간인 만큼 튼튼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성벽도 말끔하니 잘 쌓여 있고, 주도면밀하게도 연무장 가장자리에 배치되어 있었을 무구들은 다 치워놓았군요. 쓸만한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나가는 길이라면 방금 병사들이 창을 치운 입구 뿐인데, 저기로 나가면 행동의 대가가 뭔지 확실하게 알 것 같습니다.
>>45 생각해보면 보상 관련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했어도 그쪽에서 어물어물 넘겼을 겁니다. 그래도 준다면, 국가가 의뢰인인 만큼 괜찮게 나올 겁니다. 그거 하나만은 다행이네요. 주변엔 당신처럼 체념하고 무장 점검이나 하는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 중에는 이상하게 굳은 표정으로 검의 날을 점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흥, 전혀 엉망이잖아. 누구 좋으라고 모험가같은 무법자들을 이렇게 모아놓은 건지…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멜루나에게 중요한 것은 연주를 하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연무장에 불러놓고 세워놓는 것 뿐이니… 그리고 경비라는 것들이 손님을 업신 여기다니. …아니, 애초에 손님으로 불려온게 맞는 거야?) 이렇게 서있다간 돌이 되겠네… (멜루나는 그렇게 중얼대며 움직였다. 나가려는 것은 아니고.) 나 잠깐 다녀올게. 의미도 없이 서있으니 목이 말라서. (나머지 파티 일행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고는 유유하게 자리를 뜬다. 여기는 음료수같은 것도 없나.)
>>50 손님...... 이라고는 못 하겠군요. 약간 좀 방치되는 기분이 듭니다. 여기서 뭔가 마시려면 배낭에 있는 식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기 술병 같은 걸로 병나발을 부는 사람이 있으니 괜찮으면 조금 얻어와도 될 것 같습니다. 경비병들은 당신의 움직임을 주시합니다. 그 눈빛은 약간... 손님이라기보다는 잡아 놓은 야생마가 탈출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농장 주인과 닮아 있습니다.
>>51 경비병들은 당신에게 잠깐 보내던 시선을 멜루나에게 돌립니다. 연무장 바닥은 잘 쓸려 있습니다. 비질을 누가 하는지, 꽤 훌륭할 정도입니다. 당신의 짐은 모두 잘 있고,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귀를 기울이려다가, 다른 소리를 잡아냅니다.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발소리입니다. 이 상황도 곧 끝나려나봅니다.
>>56 티케는 당신의 손길에 약간 만족한 눈치입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휙, 들더니 입구 방향을 바라봅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귀를 기울이면 아마 이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직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대화를 계속합니다. 확실히, 이 자리에 금패 모험가는 없습니다. 일부러 은패까지만 데려온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52 (멜루나는 경비들의 미심쩍인 눈빛을 알아차린다. 사실 알아차린다, 라고 할 것도 없이 그것은 굉장히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오히려 멜루나쪽에서도 그런 시선들을 있는 힘껏 못 본 채 하고 있었다.) 칫… 불러놓고 한다는게… 모험가라고 다들 시간이 남아 도는 줄 아나? (뭐, 굳이 말하자면 지금은 남아 돌고 있었지만… 아무튼 이런 곳에 강제로 부름을 받아 온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상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음료수는 없었지만, 멜루나에게는 별로 상관 없었다. 실제로 목이 마른 것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서있는 상태에서 빠져나오는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흐음. 좀 더 돌아다녀 볼까… (어쨌든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59 경비들은 당신의 말에 무어라 대꾸하려다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향해 급히 빠릿한 자세로 경례합니다. 당신은 입구 가까이 다가온 실루엣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키가 크고 전신에 판금 갑옷을 두른, 큰 몸집의 기사입니다. 기사는 철그럭, 철그럭,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러다 곧 여기 모인 모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섭니다.
>>61 당신의 예민한 귀에 쇠 부딪치는 소리는 꽤 요란스럽습니다. 기사가 천천히 걸어가더니 연무장 가장자리에 섭니다. 아마 이 상황에 대한 무슨 말이라도 해줄 것 같습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풀어진 활줄을 조이고 기름을 먹이다 보면 어느새 석궁은 사용하기 딱 좋은 상태로 정비된다. 상태도 확인할 겸 어디 벽이나 천장에라도 한 발 쏘아 볼까... 잠시 충동이 들긴 했지만 곧 고개를 젓는다. 딱히 사고가 걱정돼서는 아니고, 그냥 화살 아까워서.) 그래서 이게 뭐 하자는 거야? (정비가 끝날 때까지 아무 안내도 없자 짜증이 좀 더 치솟는다. 배낭에 반쯤 기대어 누운 채 출입구 방향만 빠안히 노려본다.)
>>63 티케는 크응, 하고 한 번 짧게 울음소리를 냅니다. 갑옷의 철그럭거리는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합니다. 사실 평범한 사람이 듣기에도 그리 좋은 소리는 아닙니다. 다행히, 당장 도망가야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눈에도 연설 준비 중인 기사가 보입니다.
>>65 무기 손질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상황에서도 분명 그럴 겁니다. 다행히,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연무장 가장자리에 서더니 큰 목소리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전체> 기사는 딱 봐도 높으신 분처럼 차려입었습니다. 은색 갑옷에 진홍색 망토는 평범한 사람이 입기엔 무리가 있지요. 어쨌든, 그가 입을 엽니다.
"제군들은 이제부터 '마물' 토벌에 향할 것이다."
기사는 계속 설명합니다. 위치는 남쪽 숲이고, 순간이동 마법으로 근처까지 이동한 뒤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네요.
여러분은 '마물'에 대한 지식을 떠올립니다! 마물이란, 마기에 사로잡힌 동물이나 식물을 말합니다. 누군가는 전설 속 마족의 소행이라고도 하지만,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마물은 언제나 사람을 향한 이유 모를 무한한 증오를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이렇게 토벌대가 꾸려지는 일이 꽤 많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더 떠올릴 수 있습니다. 토벌대는 주로 공개 모집을 한다는 사실말이죠...... 아무리 좋게 여겨도 이건 공개 모집과는 거리가 많이 멉니다.
기사는 뒤따라온 마법사에게 손짓하여 순간이동용 마법진을 바닥에 그리게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줄세워 마법진에 차례로 올라가게 합니다.
>>70 (마물 토벌?) 아니, 잠깐. (마법진 위에 올라가기 전, 걸음을 멈춘 멜루나는 반기를 들듯 입을 열었다. 물론 이건 반기였다.) 갑자기 끽해야 은등급 정도 되는 조무래기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서는, 이번엔 다짜고짜 토벌에 나가라는 거야? 이 마법진 너머에 고블린 무리가 있을지 헬카이트가 있을지 모르는데도? 하, 거참 대단하신 의뢰셔. 사람 잘 못 본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상, 모험가는 항상 리스크를 진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리스크를 지고 싶었다.) 있잖아,모험가 나부랭이를 불렀으면 모험가 나부랭이답게 취급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최소한 보수라도 말해주는게 상도덕 아니야? (남에 의하여 멋대로 움직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 자체가 굉장히 신경을 거스르는 듯, 멜루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들은 루디와 멜루나의 말을 묵살합니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보는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기사는 마법진 앞에 멈춰선 멜루나를 슬쩍 밀어넣기까지 합니다.
어찌 되었든, 여러분은 마법진에 올라섭니다. 그러자 초원 지형이 나타납니다. 주변은 탁 트여 있습니다. 한 군데만 빼고요. 여러분의 정면에는 숲이 있습니다. 거리가 꽤 있는데도 규모가 꽤 되는지 눈에 들어오는 부피감이 장난 아니네요. 대기하던 병사들이 여러분의 경로를 안내하며 이탈자가 없는지 살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