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책이라면... 저런 괴물딱지가 되거나, 아니면 저런 괴물이 붙은 책이 되느니 불태워져서, 이 세상을 뒤덮은 망각으로 사라져버리고 말리라.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런 책들을 위한 최고의 방침을 생각한다. 다행히도 강산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빈센트는 강산의 현란한 마도 구성을 보면서, 자신도 거들기로 한다.
"저건 이면이건 본면이건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빈센트는 상대를 본다. 온 몸이 묶인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는데, 고통은 알 바 아니었지만, 몸이 점점 불어오르는 것 같았다. 빈센트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불어오른느 모습을 보고, 무언가 안 좋은 가능성을 알아챈 빈센트는, 강산과 빈센트 둘. 그리고 저 숭배자 사이에 두꺼운 아크릴 벽을 세운다. 그리고...
펑!!!!!!!!!
거대한 폭발음. 그리고 거대한 피해는... 빈센트가 세운 강화 아크릴 벽이 막아냈다. 잔혹할 정도로 녹아내린 벽이 이걸 그대로 맞았다면 두 사람이 처했을 운명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빈센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강산에게 엄지를 내민다.
"잘 하셨습니다. 평균 레벨이 108이라길래 죽을 줄 알았는데, 그건 이 게이트를 아예 클로징할 때나 책을 읽고도 안 미치기 위한 기준치였나 보군요."
...라고 말하는데, 표지들이 다 발광하기 시작했다. 케르베로스, 거기에 있던 세 마리 강아지들은 서로에게 돌진하더니 온 몸이 부서져 하나로 뭉칠 때까지 뒤얽히고, 목가적인 풍경에서는 그 풍경 속에 갇힌 이들이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며 온갖 발악을 한다. 아무래도... 이 곳은 정말 미친 곳 같았다.
"강산 씨. 일단 나가는 게 어떨까요?" //14 늦어서 죄송합니다! 본가 갔다가 올라오느라 이제 답레 올리네요 다음 답레는 밥먹고 드리겠습니다
빈센트가 저것이 이 게이트 속 책들의 말로일 것이라 말하자 강산이 잠시 멈칫한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나티닌 적을 일격에 쓰러트리는 것만 생각하느라 그것이 주변 책들에 입힐 피해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마도는 이미 시전되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강산의 표정이 더욱 굳는다.
다행히 빈센트의 적절한 대처로 일행은 물론 다른 책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 또한 막을 수 있었지만...의념의 힘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바닥에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빈센트가 그에게 안도의 한숨울 내쉬며 엄지를 들어보여도. 상당히 놀랐는지 강산의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게이트의 책을 망가뜨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에(강산 본인은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있지만), 적을 쓰러트린 지 몇 초 만에 다른 책들에도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진정될 턱이 있나.
"형님, 방금 그것은 책이 아닙니다. 책일 수가 없습니다. 다른 책들은 최소한 저희를 직접 공격하진 않잖습니까. 이용객을 덮치는 책이 있었으면 방금 그 사서가 진작 저희에게 경고했을 겁니다. 아니면 저희가 너무 멀리 온 것이거나요."
침착한 듯 말하려 하지만 말하는 속도로부터 숨기지 못한 불안감과 다급함이 묻어나온다.
"여기서 당장 나가야 합니다. 빨리요!"
그렇게 말하고는 빈센트를 이끌고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빈센트가 충분히 가깝다면, 아마 그를 붙잡고 로프 커넥트까지 동원해 달아나려 했을 것이다. 지금 강산의 수준으로는 로프 없이도 로프 커넥트를 사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빈센트는 강산에게 질질 끌려나가면서 책들에서 나오는 이면 숭배자인지, 아니면 뭔지를 본다. 마침내 뭉쳐진 케르베로스가 표지라는 창살을 뚫고 나오려고 발악하고, 평온한 들판에 있던 괴물들이 이를 악물고 빈센트와 강산에게 손을 뻗어서 어떻게든 잡으려고 했다. 빈센트는 자신의 발치에 불의 벽을 만들어서 그놈들이 강산과 빈센트를 쫓기 전에 한번 더 고민할 여지를 남기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까지 끌려가면 강산에게 말했을 것이다.
"저기, 여기부턴 제 발로 걸어도 될 것 같은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나서 한숨을 쉴 것이다.
"이 게이트, 그냥 책만 안 열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그렇게 말하는데, 갑자기 마음 속에서 "돌리지 마. 똑바로 봐!"라는 목소리가 들려서 흠칫한다. 빈센트는 강산을 옆에 두고, 허공을 이리저리 바라본다. 아마 주변인이 본다면 미친 인간인가 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니 상황이니 말이다.
...뭔가 좀 전부터 저랑 빈센트주의 게이트 설정 해석이 팽팽하게 충돌하는 느낌입니다.🤔 저는 책=/=몬스터로 생각하고 있는데, 빈센트주는 책도 출현 몬스터의 범위에 넣고 계신듯한. (그래서 강산이가 저건 책이 아니다!한 건데 그 직후 책들이 일행들을 공격한다는 묘사를 넣어서 의미가 없어졌네요...)
사실 설정이야 명시되지 않은 부분이 적당히 지어낼 수도 있는거니까 너무 저한테 맞춰주신 필요는 없긴한데... 도서관 어딘가에는 책 자체가 위험한 몬스터인 것들도...없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다만 제가 기억하기로 진짜 위험한 적들은 사서들이 격리한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설정이 충돌하는 것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저는 퀘스트 제목에서 책에게 공격받기보다는 인내심을 꾸준히 시험당하는 그런 쪽을 생각했는데,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서 그 편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아무래도 웃을 상황이 아니긴 하죠, 라는 말에 뒤를 돌아본 강산의 표정이 희게 질린다. 그리고는 빈센트를 붙잡고 신속 능력치와 건강 능력치를 강화하며, 바로 로프 커넥트에 더해 의념보까지 쓰며 미친듯이 빨리 그 자리에서 달아난다. 그러기를 몇 초. 여기서부턴 제 발로 걸어도 될 것 같다고 하는 빈센트의 말을 듣고서야 강산은 빈센트를 놓아준다. 그리고 몇 초간 숨을 고르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과한다.
"형님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그만...."
그리고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본다. 도망치다 보니 다시 궤종시계와 대화한 자리 근처까지 와 있었다.
-무언가 놀랄 일이 있으셨습니까?
"습격을 받았어요."
강산과 대화했던 그 자리에 돌아와 있던 궤종시계가 강산의 말을 듣고 묻자...강산이 바로 답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에 습격당한 것인지 설명하기 전에 약간 머뭇거린다. ...그것은 정말로 이면 숭배자였을까? 혹은 환각?
"책에서 몬스터가 나왔는데...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궤종시계에게 증언하는 강산의 눈이 혼란으로 조금씩 흔들린다.
-그렇습니까? 남서쪽을 보고 오셨었죠?
강산이 "아마도 그럴거에요."라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이자...궤종시계는 몇 초간 강산과 빈센트를 말없이 보더니 그제서야 "점검이 필요하겠군요. 알겠습니다."라고 하며, 강산과 빈센트가 갔던 방향으로 멀어져간다. 강산은 "예...수고하십시오."라고 답하고 빈센트를 돌아본다.
궤종시계는 강산의 이야기를 듣더니, '점검'이 필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쪽으로 간다. 아까 전에는 꺼림칙했던 놈이건만, 이제는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사람 마음의 감사함을 한번 더 엿본 빈센트는, 이번에는 환각을 보고 있었다. 저것이 이면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끔찍하고, 충격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게이트 너머의 인간들, 또다른 지성체들, 그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접하지 말아야 할 지식을 접하고 겪는 최후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게... 보인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이름조차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공포스러운 고대 생물을 불러내고자 주문서를 탐독했던 이에게 두족류의 빨판과 뻗어나오는 감염성 종양, 그리고 마치 병에서 쏟아진 물처럼 번지는 곰팡이로 덕지덕지 덮인 촉수가 그의 영혼을 관통하고 뿌리를 박는다. 뿌리 박힌 심장에서 뻗어나온 파멸의 새싹은 줄기가 되고, 가지가 되어 한때 그가 보았던 모든 이들에게 퍼져 그들의 운명에도 영원한 파멸의 씨앗을 뿌린다. 그 모습이 보기 힘들어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자신의 머리를 발작적으로 긁는 검은 인영이 보였다. 마치 그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퍼내려는 것처럼, 이내는 자신이 읽고 만 책의 모서리에 자신의 머리를 찍었다. 그리고...
"...빈센트?"
빈센트는, 눈 앞에 선 것을 보고 놀라서 말한다. 빈센트, 자기 자신이 서 있었다. 빈센트는 그걸 보고, 누가 불러도 도저히 듣지 않을 정도로 충격에 빠져 멍하니 바라보았다. 또다른 빈센트, 아니, 이면의 빈센트라 해야 하나? 그는 빈센트를 빤히 바라보고, 옆에 서 있는 강산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