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은 남학생의 말을 들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존엄하고 위대하신 존재의 앞에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구나 싶다. 이 남학생 역시 제사장 가문이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러지 않은 것이 좀 아쉬워진다. 오직 자신만이 주목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모시는 존재에 대해 경외하고 주의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에.
입 안에 들어있는 것을 전부 씹어 넘기고 묻어있는 것들을 닦아내고 있으니 다시 이야기가 들려온다. 제 눈을 가늘게 뜨며 남학생을 바라본다. 지금 여기가 기숙사가 아니라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예나 지금이나- 항상 안 맞고 삐그덕대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은.
"하,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아직까지도 이렇게 제 포용력을 넘어서서 신경을 긁어댈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남학생을 한참 바라보다가 불길하게 미소짓는다. 그게 결국 너의 포용심이라면 나는 늘 그래왔듯 받아줄테지만, 이해의 과정 속에 자신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는 것이 있다면 참는 건 힘든 일이지. 그나마 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었기에 다짜고짜 멱살잡이를 하는 정도로는 이어지지 않았으나, 이런 걸로 수틀리면 그냥 넘어가는 편은 아니었기에 몸을 일으켜 허리를 숙이고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아무리 흑룡이라고는 해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 사람이 주는 애정은 오직 나만이 받을 수 있어. 그리고 내 사람에게 애정을 주는 것도 오직 나만이 해야만 하는 일이며, 내 사람을 다치게 하든. 죽이든. 모든 건 나에게 선택의 권리가 있어야만 해. 아직도 내가 네 걱정처럼 내 몸뚱아리 하나 간수 못 할 사람으로 보이니? 그리고, 난 너한테 나 대신 다치라는 허락을 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결국 그 무엇을 겪더라도 그것은 오직 자신만이 받아내야 마땅한 것이며, 자신의 것이라고 한 번 낙인찍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는 그 끝이 가늠되지 않을 욕심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당연하게도 눈 앞의 남학생 또한 자신에게는 그런 의미였기도 했다. 모든 것은 오직 자신이 주관해야만 하는데 왜. 어째서. 한번 정신이 팔리면 다른것까지 신경쓰지 못하는 것이 가현이었기에 그때그때 보이는 반응은 없을지언정, 제 뒤틀린 애정만큼은 미친듯 타올랐었다. 눈꼬리마저 휘어지며 고운 곡선을 그리다가, 이윽고 가현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제 뒤틀린 애정을 한껏 선보이기에는 아직 못 들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다시 평소처럼 잔잔한 겉껍데기를 뒤집어쓰며.
"어....?"
진짜야? 하고 되묻는 가현은 보기 드물게 놀란 표정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언제 위협적으로 나왔냐는 양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모습이, 대충 봐도 추측이 빗나갔구나 하는 것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것들은 흑룡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품고 있겠으나- 그냥 살아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게 굉장히 의외였다. 농질 또한 자신과 비슷할 것이라고만 여겼는데- 이런 점에서는 또 다르구나.
"으응, 얼추 비슷하기는 해. 살아만 있으면 된다는거 빼면. 말이지..."
너무 자신의 관점에서 사람을 판단했기에, 오류가 생긴 것일까? 하지만 그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자신은 MA를 믿고, MA가 늘 옳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절대 깨어져선 안 된다. 절대적인 존재를 향한 시선도 그러한데, 사람을 향한 시선은 오죽할까. 절대 어긋나지 않고. 절대 틀리지 않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게다가- 자신은 사랑을 그렇게 해석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때의 농질과 같은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당신의 속마음마저도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째서?
"... 조금, 혼란스럽네... 속 좀 달랠 겸. 시원한 거 먹으러 가자."
눈 앞이 핑 도는것만 같아 가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우동그릇을 마저 비워냈다. 입안 가득 면발을 가득 채워넣고도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공허히 맴돌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보이며,가현은 계산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제 믿음이ㅡ 그리고 제 관점이. 틀려서는 안 되는 일인데.
가현의 분위기가 변하는걸 보고도 윤하는 느긋한 태도를 바꿀 생각은 없어보였다. 처음 겪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격적으로 느낄만한 분위기였음에도 평온하게 입에 들어가있는 우동면만 씹어넘긴 그는 가현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처음 만나고서 얼마간은 이렇게 투닥거리는 날이 더 많았었다. 그야 서로 다른 사람이고 매일 같이 보는 사람이랑 싸우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아직도 예전과 똑같기에 너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며 그는 가현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그런건 재미 없잖아. 네가 원하는대로만 움직이는 인형은 쉽사리 질리기 마련이거든. 내가 네 것이고 네 맘대로 해도 되는 사람은 맞지만 종종 이런 엇나감이 있어야 더욱 재밌는 법이란다. "
컵에 반쯤 차올라 찰랑이는 물을 마시며 한번 말을 고른 윤하는 이어서 답했다.
" 내가 욕망에 희박하긴해도 네가 주는 애정만큼은 얼마를 주던 부족하거든. 그러니 작은 일탈이라 생각해줘. "
눈 하나 깜짝하지않고 말을 마친 그는 남은 우동을 마저 먹어치웠다. 그도 만만치않게 뒤틀려있는지라 가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게 아니었다. 허나 이렇게 상황이 전개될땐 그도 태연하게 받아치곤했고 오늘도 다르지 않았을뿐이다. 어차피 가현이 이렇게 말해도 다음번에 또 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행동할테니 말이다.
윤하가 농질의 말을 전해주자 가현은 보기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 보기 힘든 표정이네, 하고 흥미로움을 느끼며 그는 가현의 반응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생각하던 것과 농질이 생각하던 것이 조금 다른 모양인듯 했다. 그와 그녀가 다르듯이 그녀와 농질도 다른 사람이라 완벽하게 같은 해석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일텐데 어째서 저런 반응인 것일까.
" 그럼 마실건 내가 살께. "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먼저 가게 문을 나섰다. 계산은 가현이 하는듯 했으니 마실건 자신이 사면 되니까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현은 아닌듯하면서도 자신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느낀 다름에 혼란스러워하는듯 했다. 여기서 자신이 말을 얹어봤자 도움 되는 것은 없으니 그저 가현이 하고싶은대로 할 뿐이다.
"우리 윤하~ 왜 오늘따라 그렇게 엇나가려고 하는 걸까, 응? 내가 질려버리는 기준을 몰라서 그러는것도 아닌데. 다시 저학년때처럼 서로 이해 못하는걸 그대로 드러나고 티내기를 바라는거야?"
가현은 히죽 웃으며 눈 앞의 남학생을 바라본다. 포용 이상의 것은 본성일수밖에 없는가. 제아무리 포용의 절정을 찍는 6학년이 되었다고 한들, 남의 모든 걸 이해하기란 그렇게나 힘든 것인가. 결국 자신도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는 충분히 이해할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내로남불은 아니니까. 그저- 자신의 사람이 바라는대로, 한껏 어울려줄 뿐이다.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그냥 평범하게 갈구할 수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나를 자극해야 하냐구. 바보야."
늘 제 감정을 꾹꾹 숨기다가도 기회가 오면 그 거짓된 모습을 갈아치우고 제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게 자신이었으나, 그게 결코 이 남학생이 싫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자신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낌없이 사랑을 퍼다줄수 있는 사람인데 그걸 몰라준다는 것이 약간의 불만 사항이었다. 툴툴대면서도 서로 척을 지지는 않겠다는 의미를 담아 말하며 손가락으로 남학생의 볼을 쿡 찌른다. 앞으로는 조금 더 나를 이해해주길 바래. 그리고, 절대 허락 없이 다치지 마. 컵에 따라진 물을 단숨에 마시고는 계산을 위해 일어선다.
이윽고 계산을 마친 가현은 가게 문을 열고서 나왔다.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것이 농질과 자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것 같은게 조금 놀라웠다. 자신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것에 관련된 것은 훗날 밝혀지게 되겠으나, 적어도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완전히 서술하기에는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정도였다.
"좋아~ 아까 날 그렇게 괴롭혔으니까, 제일 비싼거 위주로 많이 시켜버릴거야."
그새 생각 정리가 완료된건지, 다시 늘 비쳐보이던 잔잔한 미소를 걸친 채 가현은 몸을 착 붙였다. 결국에는 이 남학생도 자신을 엿먹이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니. 정말 엿먹일 의도였다면- 애시당초 MA님을 거론하는 부분부터 비틀린 방향으로 나아갔겠지. 항상 그랬듯이 그 어떤 감정의 변화가 찾아오더라도 그 끝은 늘 포용으로 맺어지게 되었다. 지금 역시 예외란 없었다. 느긋한 발걸음으로 카페로 걸어 나서며, 사람 구경도 하듯 주위를 열심히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이 시선으로 좀 더 겹쳐보이는 것이 없는지 찾아보는 것에 가까웠으나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역시 사감님들에게는 뭔가 있다니까.
"카페도 가고. 충분히 배부르다 싶으면 다른곳도 가자. 아까 그 가게, 맛은 있지만 양이 좀 적었거든~ 너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리고 가는 동안 당연하게도 가현의 입은 쉴 새가 없었다. 생각보다 식사가 일찍 끝난것에 대해서는 아마 자신과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어릴때는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면 가현이 벽을 쾅치곤 했다. 그러면 이젠 그 화제의 대화는 끝. 처음엔 싸우자는줄 알고 거기서 더욱 투닥이곤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그걸 암묵적인 신호로 받아들였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아예 벽을 칠것 같으면 알아서 자제하곤 했다. 그렇게 몇년의 세월을 지내왔지만 그럼에도 서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에 가끔씩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가현의 뜻을 알고 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조금이라도 더 나눠갖겠다는 욕심이라고 생각해줘. "
자신의 볼을 쿡하고 찌른 가현의 손가락을 보며 윤하는 웃어버렸다. 그 손가락이 뜻하는 바를 잘 알기에 그도 손가락으로 가현의 볼을 살짝 찌르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것이 뒷말까지 동의를 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현이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그녀를 데리고 자주 가는 카페로 향한다. 열심히 두리번거리는 가현을 보며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답한다.
" 양보단 질에 집중하는 가게인가봐. 배부르게 먹을 양은 아니었지? "
그래도 맛있는걸 먹었으니 조금은 만족할 수 있다. 카페로 가는 동안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말소리가 둘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진다. 거의 매일을 얘기하는데도 화제가 끊어지지 않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말이다. 카페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휴게실에 위치한 자신들의 테이블처럼 창가에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은 그는 가현에게 마실 것과 따로 먹고싶은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선 주문을 하러 향했다.
" 가현아. 내가 우리 집안에 대해서 제대로 얘기해준적 없지? "
자신이 마실 것과 가현이 말한 것까지 주문을 하고서 돌아온 그는 가벼운 어투로 말을 꺼냈다. 평소엔 별로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싶었다.
어렸을 적. 감정 컨트롤이 잘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어린애다운 면모가 남아있을 그 때의 자신은 좀 수틀린다 하면 말을 더 꺼내는 대신 행동이 앞섰다. 장소가 어디든, 보는 눈이 몇이나 되든 아랑곳 않고 벽을 쳐대며 이야기의 끝을 알렸다. 허나 지금, 어느정도의 사리분별이 가능해지고 임씨 가문답게 주위에 조금이나마 신경을 기울일수 있게 된 시점에서는 괜한 주목을 피해가려 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 남학생과의 대화도 어지간하면 끊을 일 없이 완만하게 잘 풀어나갈수 있게 되었기에 그 빈도가 줄었지만. 가현은 제가 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양 주먹을 꾹 쥐어 보였다.
볼이 찔려 옴폭 들어갔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가현은 눈빛에 불만을 한껏 담았다. 진작 말해줬다면 제 애정을 한껏 보여줬을텐데. 그래도 지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 그만이랄까.
"맞아~ 그래도 이런 감성.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포만감과는 또 다른 만족을 채워갈수 있는 음식점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
가성비를 따진다면 나쁘다고 할 수도 있는 가격이었으나 가현은 물건의 값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싸든 싸든, 어느 방향이건 당장 자신이 어떻게든 만족할수만 있게 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 통과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가현의 만족을 충족시키지 못한 가게는 지금까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맛도 없고 비싸며 서비스조차 엉망인 가게라고 해도 그것이 인간미라며 웃어 넘기는 것이 가현이었다. 좋게 말하면 포용심이 넓은 사람인데, 나쁘게 말하면 상대가 성장할 여지를 쥐어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적당한 비판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으음. 듣고 보니까 그러네? 아직 너희 가문에 대해서는 파악한게 많이 없는데..."
말차 몽블랑, 우유맛 아이스크림, 그리고 카페 마끼아또까지 선전포고 한 그대로 널널하게 시킨 가현은 남학생의 말에 흥미를 표한다. 희게 새어버린 머리와 하얀 기운이 침범한 붉은 눈이 모씨 가문에서 재앙으로 통하게 된다는 것 정도는 들었으나 그 이상은 들은 적 없었다. 뭔가 들을 욕심이 생길만 하면 남학생은 쓴 웃음으로 그 상황을 넘겼으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도 주변에 항상 누군가가 끼어있었으니. 생각해보면 이렇게 단 둘이서 조용히 대화를 나눠본것도 조금 지난 일이지 싶었다. 휴게실에서 대화할 때는 항상 신입생 한두명을 제물마냥 끼워놓고 있었으니까.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너희 가문에 관한 이야기."
상대가 먼저 이야기해줄 것처럼 운을 띄웠으니, 굴러들어온 기회를 차버리는 건 임씨가문 실격인 일이지. 가현은 이때다 싶었는지 호기심을 품고 남학생을 바라본다.
천부는 늘 북새통을 이룬다. 여러 사람 마주하고 지나치는 곳이니 시끌벅적함은 당연하다지만, 사람 사는 소리가 이렇게 요란법석할 줄은! 북부에서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회는 그런 부자연스러운 익숙해지려 부단히 노력했지마는, 6년 내내 사람들과 대화하기는커녕 나가는 날이 줄어들고 말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아회는 영 나가지 않으려 들었고, 그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바깥으로 나서는 날이 잦아졌다. 해가 서쪽에서 뜰 것 같은 발언이지만 조용한 장소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천부 구석진 곳에는 찻집이 하나 있으니 정처 없이 떠돌다 찾게 된 장소요 이곳은 아회에게 있어 바깥에서 몸을 숨기는 작은 안식처다.
주인장은 조용하고, 학생도 없다시피 하여 소란이 일어날 일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차와 가배, 한과는 고사하고 서양식 다과마저 맛있는 곳이니 어찌 이곳을 한 번만 발걸음 할 수 있으랴. 주에 한 번은 들러 가배와 다과를 들며 책을 읽곤 하였으니 오늘도 아회 이곳 구석진 자리에서 여가시간 보내던 찰나였다.
"……."
정확히는 가배 적당히 식을 때까지 기다리며 무언가 쓰고 있었으니. 흘리는 글씨 자 대지 아니하여도 한치의 오차 없으며 평온하기 그지없다. 그래.
모든 것을 짊어지고, 모든 인간성을 소실하고 난 후. 제가 가문원들의 마음에 쏙 들어 제사장 후보니 차기 당주니 하는 자리에 앉게 된 시절, 백씨 가문과의 교류가 있었다.
제아무리 보잘것 없는 가문이고, 맥이 끊길락 말락 하는 굉장히 적은 규모라고는 하지만 임씨 가문이 눈독들이기에는 그 무엇보다 좋은 가문이었다. 그야 당연히- 자신들의 바램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았으니까. 최초 선조까지 넘어가는 먼 과거. 그 어떤 인간보다도 MA가 좋아하는 호박밭을 잘 가꾸어 어여삐 여겨지던 자들. 현 시점인 지금조차도 몇 안되는 인원들을 이끌며 신당 주위의 자연을 독점하며 가꾸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임씨 가문에게 있어 눈엣가시임과 동시에, 배워갈 것 많은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정원사'로써의 지식과 요령을 배워가며 인용하고, 백씨 가문의 맥이 끊길 적 그것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백씨 가문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정원사가 되기 위해. 커다란 야망을 친절 뒤에 덮어 가리며 그들과 교류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보고 배우라고 이 자리에 데려온 가현의 관심은 교류와는 다른 곳에 꽂히기 시작했다. 백씨 가문 내에서 유독 소심했으며, 시선에 잘 띄지 않았던 사람. 제 가문 어른들이 백씨 가문원들과 소통할 적,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얼추 전해듣고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 가현 역시도 그 이야기를 귀띔들었다. 소심한 성격은 둘째치고, 정원사로써 너무나도 불완전한 재능을 가졌으니. 우리 가문의 교류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사람이다. 우리는 효율 있는 교류를 해야만 하니- 가급적이면 다가서는것을 삼가고 어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라.
거절하지 못할 아버지의 당부를 들었음에도, 어린 가현의 시선에는 그녀가 계속 밟혔다. 어째서일까. 그 이유는 십 년이 넘게 흐른 지금조차도 확실히 단정짓지 못할 것이었으나 그럼에도 가현에게는 교류 다음으로 신경쓰이는 존재가 그녀였다.
"언니. 언니는 왜 항상 혼자서 있어?"
순수함이라곤 이미 MA를 알현할 적 말아먹었으나, 그 나잇대 어린애들이 늘 그렇듯 악의적이지 않은 의도를 담아 그 사람에게 자그마한 고사리손 내밀며 활짝 웃었다.
"으음. 나랑 같이 놀자! 혼자 있는건 외롭잖아. MA님도 같은 인간끼리 소외시키는 거랑.. 누군가 외로워하는 건 원하시지 않을거야!"
지금 와서 다시 되짚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개꿈같은 말이었으나- 그때의 자신은 아직 모르는게 많은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순수한 이야기에 어떻게 답했을까. 소심함을 감추지 못하고 망설였을까? 오히려 반기며 작은 손 마주잡고 웃어줬을까? 저와 같은 혈육들의 피를 흠뻑 머금고서 더럽힐대로 더럽혀진 손이었지만, 그럼에도 좋아해줬을까. 그저 불분명한 기억의 조각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에 후회란 없었다는 것이다. 아는 것이라고는 오직 MA의 존엄성과 압도적인 분위기 뿐이었던 자신에게, 그녀는 너무나도 색다른 의미를 심어주었다.
같이 대화를 나누며 세상 물정이라곤 전혀 알지 못했던 어린 가현에게 다양한 것을 알려주었고,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가현은 항상 먼저 다가가 동틀 무렵의 참새 새끼마냥 쉴새 없이 재잘거렸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당신이 제게 마음의 문을 열어줄 때까지. 먼저 다가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을 보고 웃어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어울려 놀아줄 때까지. 임씨 가문의 어른들이 따로 가현을 부르는 일이 있지 않았다면 가현은 항상 그녀의 곁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자신의 가문에서는, 이렇게 자신과 잘 놀아주고 많은 대화를 나누어준 사람이 없었으니까. 인정받고 나서도 제 존재를 어여삐 여겨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메말라버린 눈물샘이 다시 채워지는 일 없었으나 뚫려있는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워주는 그 느낌. 소실된 인간성의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꾸어주는 느낌만큼은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허나 그런 행복은 항상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가문간의 교류가 끝나면 자신은 계속 이 곳에 있을 수 없었으니. 짧지 않은 기간동안 서로 교류했기에 점차 정이 들어버린 것일까. 헤어지고 나면 또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점이 가현에게 있어서는 끝내 이겨내지 못할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어린 아이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 언니. 나중에, 나랑 또 만나면... 그때도 나하고 많이 놀아주는거야. 알겠지? 자, 약속.."
담담하지만 서운함이 씻겨 나가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기약 없는 약속을 전하며, 새끼손가락 내밀어 걸었다. 훗날 반드시 다시 만나자고. 그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절대 잊지 말자고.
그렇게 긴 시간이 흘러 자신이 학당에 입학하게 될 무렵. 곱게 차려입고 단장한 채 흑룡 기숙사로 첫 걸음을 내딛으며, 앞으로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할 방으로 들어갈 적, 가현은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설마. 설마..
".... 언니? 진짜 언니야?!"
자신을 알아보았을지, 못 알아보았을지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가현은 제 몸 날려 그녀를 힘껏 껴안았을테니까. 너무나도 반가워서. 뭔가를 배워가는 학당이라곤 여기 한 곳 뿐이었으니 당연한 만남이었겠으나, 그런 당연함따위 상관 없게 만들어질 만큼 좋아서. 그리고 그만큼 보고 싶었으니까. 벅차오르는 제 기분을 그저 힘껏 안아주는 것으로 표현해내며, 가현은 그 어느때보다도 맑고 순수하게 웃었다.
"나. 언니랑 다시 만났어. 못볼 줄 알았는데, 또 만났어... 절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야. 내 룸메이트, 이대로 그냥 고정시켜달라고 사감님께 건의할거야."
".... 서화 언니랑 나랑. 언제까지고 함께 있고 싶으니까..!"
졸업이니 뭐니 하는 진부하면서도 뻔한 결말따윈 바라보지 않는다.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 나아가는 것을 꺼려한다고 해 봐야, 이 세상은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을테니. 기약 없는 불투명함 따위를 겁낼 자신이 아니다. 그런 것에 겁을 집어먹었다면 이미 제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테지.
이후의 학당 생활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임씨 가문은 제사장 가문에 공통적으로 전해지는 금술을 제외한다면 특별한 가계도술이 없었고, 특화된 도술조차 없었기 때문에, 가현은 항상 도술 면에서 조금 뒤쳐지기 일쑤였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배웠던 것 또한 도술이 아닌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였다. 수업이 끝나고 도술같은 건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이라 판단하고 해이해질 적이면, 서화가 보여주는 도술을 보며 신기해하고.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조금이나마 향상심에 불탈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건 아니더라도 자신과 놀아줄 적 보여주었던 도술들만큼은, 끝까지 파고들어 완벽하게 익히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기도 했다.
"이걸 이렇게, 그리고 이것도 이렇게 하면... 얍. 어때? 예전보다 많이 늘었지!"
그리고 가현은 그렇게 익힌 도술을 항상 서화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면서 이 정도면 많이 늘지 않았냐며 마냥 웃었다. 학년의 차이. 그리고 재능의 차이는 늘 존재했기 때문에 서화가 보여준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하찮아보이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저 방긋 웃으면서 다음에 더 노력해야겠다며. 그렇게 즐거운 나날들을 하루하루 보낸다.
어렸을 적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도 다시 물어보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은. 유독 정확한 답을 들려주지 않았던 질문이 몇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미소짓는 서화를 마주 바라보며, 아무렴 어떠냐고 가볍게 넘기게 되었다. 그래.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정이란 있는 법이겠지. 그렇다면 이 역시 자연스러운 것. 나는 포용해야만 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야.
허나. 그런 이유 모를 포용심마저 반쯤 꺾여 애매모호하게 되는 순간도 없지 않았다. 유독 서화와 친해 보였던 여학생. 목과 머리에 어여쁜 파란 리본을 매단 여학생이 기숙사에 찾아올 적이면, 가현은 일단은 함께 반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켠이 밍숭맹숭했다. 이 학당에 먼저 왔다는 이유 하나로 서화와 친해졌다는 사실이 황당하면서도, 조금 불편했다. 독기의 영향을 적게 받던 그 시절은- 그저 서화와 그 사람이 함께 놀며 자신까지도 신경써주고 있다는 장점 하나만을 바라보며 애써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학년. 그리고 또 한 학년이 올라가며, 그 여학생을 보는 일이 늘어나고 교류가 잦아지며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흑룡의 독기에 아주 조금씩 영향을 받아가며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버리게 되어, 이젠 그 여학생도 자신의 사람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었다. 친구의 친구는 자신의 친구라고 하지 않던가. 비록 질투심은 들 지언정- 과거처럼 불편히 여기지는 않게 되었다.
항상 그렇게 좋은 일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을. 신도 무심하시지. 항상 인생은 극적으로 변하기 마련이었으며, 이제 막 4학년이 되던 시점의 가현에게도 그 변화는 평등히 적용되었다.
"......"
참혹하다 못해 차마 맨 눈으로 지켜보기 힘든 광경. 학당 전체에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았으며, 피가 흘러 웅덩이를 이루고. 신체 일부가 잘려나간 수많은 시체 한가운데 서서 끝내 미소짓던 그녀의 모습. 학당은 발칵 뒤집어졌고, 절대 떨어지지 않겠노라고 외쳤던 자신의 약속마저 물거품이 되어 흩어져버리게 되었다. 항상 찾아와주던 파란 리본을 맨 여학생의 시신 앞에 서서. 그 광경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가현은- 남들이 느끼는 분노 대신 허탈함을 느꼈다.
어째서. 왜 당신이 내쫓겼어야 했는가. 왜 자신의 사람들은 이리도 허탈하게 제 곁을 떠나가고야 마는가. 금방이라도 주저앉아 버릴 양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제 방까지 향하고. 문을 닫기가 무섭게 가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알다.
신 님. 어째서 인생이라는 것은 이리도 덧없는 것인가요.
왜 온전한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항상 모든 것을 잃게 될 뿐인가요.
당신이 쥐어준 카드만으로.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의문이 많아서. 그저. 저는.
실소를 흘리며, 탁한 시선 속 이젠 비어버린 기숙사 방 안을 한 없이 바라본다. 기어코 이렇게 또 자신의 곁을 떠나는구나.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어. 학업이 끝나도. 주말이 찾아와도. 한결같이 반겨주고 예뻐해주던 그 사람은- 이젠 여기에 없어. 그런 당연한 아픔에 앞서 자신을 더더욱 괴롭게 하였던 것은- 끝내 자신에게는 상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이었으니. 차라리 그렇게 나갈 것이라면. 그렇게 쉽게 제 곁을 떠날 것이었다면- 자신도 그들과 똑같이. 당신의 손으로 직접 죽여주지 그랬냐면서. 한탄 섞인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 속에서, 무언가 한 가지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래. 처음에도 그러지 않았는가. 아쉬움을 담은 채 헤어졌으나, 결국 다시 만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번 역시 그것과 동일할 것이다. 앞으로도 만날 기회란 남아있을 것이다. 가현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그래. 애시당초 애정 따위는- 살아있는 모습으로 나누기에는 더없이 모자라며, 방해되는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었으니. 어째서 그 동안 당연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을까?
".... 언니. 언니의 사랑. 내가 그것을 못 받은게 그저 한이지만.... 그래도. 분명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그렇지..?"
그렇다면 자신은 그 날을 다시 기약하며 기다릴 뿐이다. 오늘 자신이 받지 못한 애정을, 다시 그 날 한껏 받겠노라고 다짐한다.
오직 죽음으로써 완성될 수 있는 영원한 애정을. 덧 없는 몸뚱아리를 버리고, 신에게 나아가며 만들어나갈수 있는 그 영원함을 바라며, 자신의 신념을 더욱 확고히 다진다. 결국 자신에게 있어 사랑과 애정은 제 손에 쥐어진 칼날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으며. 당신 또한 그렇게 느끼기를 바라고 믿으며.
훗날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어떤 모습으로든 영원토록 제 곁에 두어가며 평생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놓겠노라는. 비틀린 다짐을 이어가며 가현은 끝내 웃음지었다.
>>119-120 아아, 세상에나. 세상에나... 농질에게 단순히 룸메였단 이유로 집착하던 것이 아니었군요. 인간성의 공백을 채워주던, 메마른 땅의 단비같은 존재였군요. 농질이 독기로 인하여 미쳐버렸을 때 자신을 죽이지 않았단 점에서 복잡한 심정도, 그 이후 뒤틀려가는 모습도 모두 선명하게 와닿는 독백이었어요...🥹 끝내 가현이도 독기에 물들고, MA를 만난 뒤 광신하는 모습과 맞물려 비틀린 애정을 만드니... 어찌 애절하고 매콤한 진미가 아닐 수 있을까요... 가현주는 천재만재셔요...!!!!
>>123 맞아! 개연성 생각해보면 이걸 좀 더 일찍 공개했어야 하는데 과거의 나 MA랑 가문에만 꽂혀 있다보니 좀 늦게 풀게 되었다며.. ^-^ 하나만 집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지금의 임가현이 되었다~ 그런 느낌이지! 아냐 어장 사람들이 천재만재인 것이다.. 설정 통과시켜준 캡틴도 천재만재인 것이다 ^-^~~
궁기는 가만히 팔짱을 낀 채, 멀리서 제 동생이 하는 행동을 봤습니다. 뭐, 눈동자 부분이 뻥 뚫린 검은색 호랑이 반가면 너머를 불가살이 본다면 '말 걸면 죽일 표정이다' 라고 대답하겠지만요. 그는 가볍게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뚝을 몇 차례 두드리다,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사람이 없는 장소? 아주 좋죠. 지금의 궁기 입장에서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휘익, 가벼운 발걸음으로 찻집에 들어섰습니다.
' .... '
시험해볼까. 궁기가 말 없이, 조용히 아회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안 보이는 걸 매우 잘 알고 있던 이였으니, 그는 주먹을 쥐어서 아회가 있는 탁자에 가볍게 똑똑 두드렸습니다.
주의를 딱 환기시킬 수 있을 정도로만. 작으면서도 또렷하게. 그리고 여즉 입을 꾹 다문 채로 아회가 어떤 반응을 할 지 궁금해하며, 그는 다시 한 번, 탁자에 작게 노크했습니다.
식어가는 가배 향 느끼며 밑단에 굵은 설탕 알갱이가 박힌 카스텔라는 아직 입도 대지 않았지만 평온한 한때였다. 무언가를 써내리며 고심하다가도, 다시금 만년필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걸어왔을 때도 그랬다. 사람이 온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듯이,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누군가 탁자를 두드렸을 때, 아회는 평온히 미소를 지었다. 소리가 난 방향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생각했건만."
아회 자그맣게 한숨 쉰다.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장난이오? 오라비- 하고 말 건네지 아니하고."
안다. 온화에게선 늘 특유의 향이 난다. 매캐한 남령초의 냄새, 혹은 술 내음은 이 정도 거리면 순식간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을 아는 흑룡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말을 붙였을 터이다. 흑룡의 사람이라면 벌써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았을 터이며, 세작이라면 이런 짓을 벌이지 않았을 터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인가. 아회는 모르겠다는 양, 조심스럽게 만년필을 내려놓으며 나긋나긋 입을 벌렸다.
"평소 같으면 벌써 그대가 내 품에 안아서 숨이 막혔을 터인데, 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료……."
손등을 겹치듯 테이블 위로 올렸음에도 가늘게 떨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핏줄이 돋아난 손. 그래, 그는 제법 맹랑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으니 누구인지 대충 짐작하면서도, 모르는 척, 그 사람 역으로 떠보기 위해 이러는 것일 터다.
"그래, 앉지 않겠소? 마침 자리가 비는 것 같으니."
눈웃음. 아회의 이 사근사근한 태도는 같은 적룡 기숙사들도 모를 터인데! 아니, 어서 앉으라는 듯 종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제지하지 않는다면 손의 떨림을 감추려는 듯 조심스럽게 테이블 아래 무릎으로 내려두려 들었을 것이다.
아아, 신이시여. 아직도 당신 앞에 무릎꿇고 조아리지 않고, 당신에게 경배하고 경외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이 존재하건만. 어째서 이단을 살려두신단 말씀이옵니까. 가현은 지금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멱살을 잡을 분위기로 실루엣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녀석. 자신이 모시는 그 존재가, 그리도 덧없고 품위 떨어지는 단어 하나로 정의될수 있는 존재란 말인가? 점차 고조되는 자신의 기분을 억누르며 미소를 여전히 머금은 채 우유가 담긴 잔을 기울여 속을 식힌다. 재밌네. 과연 언제까지 저 모독적인 입을 놀릴수 있을지 재어볼까.
허나 그 뒤로 들려온 말들은 어쩌면 이 사람도 평범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지금껏 제 눈을 알아챈 것을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냈던 존재는 하 사감 뿐이다. 그렇다고 하 사감과 같은 류로 취급하기에는- 태초의 어머니라고 부르며 끊임 없는 경외를 표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
"...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거죠? 평범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봐요?"
잔을 입에서 뗀 가현은 본격적으로 흥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생각은 버리고,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신께서 명하셨답니다. 눈을 가려줄테니 물건을 찾아보라고. 물건의 위치를 알고 나서도 그냥 놓아두신 것이라면- 분명 무슨 뜻이 담겨있지 않겠나요? 물건을 찾아 바쳐야만 하는 것이라던가."
여전히 물건을 바쳐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던 가현은 고개를 슬쩍 기울인다. 계속 가지고 있다가는 독이라고? 당신이 돌려줄 수도 있다고? 도대체 이게 무슨.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딱. 딱. 딱. 딱. 제 걸음 소리 마냥 울리는 소리에 피식 웃는다. 다섯을 베고도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리도 보채는지! 하지만 오늘은 기껏해야 요괴 하나 베는 것 고작이다. 바란다 하여 무한히 선사해 줄 만큼 의지 없는 인간 아니었으니.
채근하는 검을 무시하며 안으로 들자 제 것과 달리 독한 향이 물씬 풍겨온다. 향의 근원은 한 담뱃대였고 그걸 든 남자가 아래에서 들은 형씨이겠거니. 누구인지 확인한 후에는 안을 휘 둘러본다. 야물딱지게 어질러놓은 방을 보고 휘익 휘파람 불었다. 누구냐는 물음에는 그제야 대답했다.
"내 말이오? 형씨 옘병 때려고치러 온 사람이오."
딱 봐도 정신이 온전치 못 해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등짝을 후려치려고 한다. 검으로- 하려다가 봐줬다. 손바닥 쫙 펴서 힘차게 후려갈기고 깔깔 웃어제꼈을 것이다.
"갖고 싶은게 있으면 직접 만들든가 얌전히 기다리든가 해야지! 으이? 남으 사업장에서 이러는 거 아니올시다! 형씨!"
거센 손짓만큼 호쾌하게 떠들고 검 다시 허리에 꿰었다. 더 보채기 전에 요괴 잡으러 가야겠지만 방금 좀 걸리는 말을 들어서. 남자의 정신이 어떤가 낯빛 스윽 들여다보고 묻는다.
요란스럽기도 하지. 배달을 가야 한단 말도, 키가 정말로 크단 말도 한참 밑에서 들리니 이 조그마한 존재들이 여간 고생이 아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웅성웅성, 왁자지껄. 그 요란법석한 북새통에서 아회 불현듯 떠올린 것이 있었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존재들이 혈서는 어떻게 쓴 거지...? 하나를 희생하기라도 했나...? 아니면 여럿 모였나...? 어찌 되었든 참 다급했겠구나.
"예, 돕겠습니다."
잠시 조용하더니만 그나마 귓가에 들리는 소리로 상황 이해가 간다. 땅신령이구나, 힘들 법도 하지.
천부의 인파 속에서 연은 간신히 빠져나와 TOLK TO TOLK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잠시 지친 몸을 출입문에 기대며 창밖을 건너다보면, 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뒤덮여 있다. 천부가 이렇게 붐빌 것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도착하고서 연은 전에 일을 도와주러 들렸던 카페를 찾으려다 저 인파 속에 섞여 버렸으니,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던 것이었다. 돌아갈 때는 상황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숨을 고르며 생각하던 연은 카운터로 다가가 저번에 먹었던 크림 조각 케이크와, 새콤한 과일 맛 음료를 주문한다. 그때 한 번 맛을 보았던 것이 마음에 쏙 들었던지라. 들리면 한 번 더 찾아가야지 했던 것이 지금에서야 찾아올 수 있었으니. 자리에 앉아 기다리면, 그 기다리는 조차 즐거운 것이라. 다리 휘휘 흔들며 연은 케이크가 나오길 기다린다.
환장할 노릇이다. 인간이랜다. 게다가 코 꿰인 유일한 인간. 그런 인간이면서 어찌 이런 모독적인 말들을! 자신이 이루어내지 못한것에 대한 격한 질투심과 광신이 한데 섞여 형용할 수 없는 괴랄한 감정을 자아내고 있었다. 일단 꾹꾹 눌러 참았으나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참자. 참자. 일단 참아야 뭘 더 알아갈 수 있을테니까. 빵을 입 안 가득 채워 넣으며 분을 삭인다. 코 꿰인 유일한 인간이라 하지 않는가. 지난번 하 사감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 존재와 연관이 있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돌이키지 못할 결과를 마주하겠지. 자신의 가려진 시야를 알아차린 것은 그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럼 이 시야가 어째서 남아있는거죠? 이상한 일이예요. 어떤 부분이 아직 그 분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했길래.."
고개를 모로 갸웃 기울이던 가현은 그 말에 눈을 몇번 깜빡였다. 엿 먹이고 나온 집안이라. 지금 당장 가현의 상식 상으로는 떠오르는 집안이 하나 있기는 했다. 허나, 명확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일단 넘겨짚고.
"으음~ 찍혔을 리가요. 요즘 저희를 꽤 자주 찾아오시기는 한답니다."
입학식부터 시작해서, 지난번 수업까지. 일년에 몇번 볼까말까한 존재를 벌써 두번씩이나 본 것에 대한 의아함을 담아 말하며 가현은 그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헌데. 신 님과 관계가 있다고 하신다면.. 혹시 당신도 제사장 가문이었나요?"
여러 요청이 적힌 목록 위에 검지를 얹는다. 하나, 둘... 글씨를 다 읽을 때마다 한 칸씩 내려가던 손가락이 곧 마지막 요청에서 멈춘다. 총 다섯. 평범해 보이는 것부터 글씨에서부터 다급함이 느껴지는 것까지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어디로 가야 지루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이번에는 반대로 아래에서 위로 훑어 올라가던 손가락이 네번째 요청에서 멈춘다. 붉은 글씨는 이걸 포함해서 2개지만, 선물가게보단 주술용품점이 더 눈길을 끌었다.
그냥 깜빡한 것일수도 있구나. 응.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존엄한 존재 앞에서 제가 어떤 불만을 표할 수 있겠냐만은. 그렇게 노력하고 또 노력했건만. 결국 자신 역시 잊혀질 뿐이구나. 제 왼쪽 눈 위로 손을 올려 매만지며, 조금 쓸쓸해 보이던 가현은 그새 태도를 고쳤다. 고작 이 정도로 꺾일 신념이었다면 지금껏 품고 살지 않았을 것. 분명 자신이 충족시키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겨 의심치 않았다.
"그. 직접 찾아오시기도 하시나요? 자주 방문하셔요?"
직접 물어봐주겠다는 말에 눈을 빛내며 또 질문을 한가득 늘어놓는다. 마음이 한없이 설레여오기 시작한다. 다시. 다시 또 그 무궁무진한 존엄성을.
"..... 당신에 대해 들은 적 있는것 같아요. 가문 어른들 사이에서. 으응, 당연히 신기하죠. 파문당했는데도 신 님에게 어여삐 여겨지시며 일상을 영위하고 계신 거잖아요?"
이쯤 되니 자신이 들었던 그 사람이 맞는게 확실해졌다. 해씨 가문의 파문된 아이. 그게 이 사람이었구나. 사실 신기하다기보단 질투심이 더 컸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끝내 가지지 못했는데. 그걸 이 사람은 이렇게나 당연히. 허나 그것을 쉬이 티내지 않으며. 임씨 가문 특유의 웃음 너머로 감추며, 가현은 빵을 마저 먹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빵 하나는 진짜 맛있는걸. 적당한 기공에 잘 구워진 겉과 촉촉한 속의 조화라니. 이것도 꽤 자주 먹을것 같았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먼지와 잡동사니에 발이 멈춘다. 옷이 더러워질 것 같다. 그대로 입구에 선 채로 제 주변을 날아다니는 먼지를 치우기 위해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안을 살핀다. 그제야 밑에 깔린 팔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급한지 구경하려고 했더니 다른 의미로 급해 보이긴 한다. 천천히 걸어가 팔 앞에 선다.
"이봐요. 살아있나요? 살아있으면 대답하고, 아니면... 음, 그래도 대답해줬으면 좋겠네요."
하품을 하는 모습. 잡동사니에 깔린 상황에서, 그만 졸아버린 걸까. 연은 포장된 사각형의 물건을 받아 들고, 이전에 들렸던 카페의 이름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헌데 아직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면 이 세 개는 너무 작은 모래알 세 개 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 연은 당신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럼 남은 건 하나 뿐이네. 니오는 고개를 끄덕이곤 동그랗게 체크했다. 빵 먹는 일이 제일 쉬워보였다. 쉬운 일 하고 뭐라도 보상을 받는다면 그거야말로 남는 장사일것이다. 문제라면 밥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가 좀 부르다는 정도였지만 이 정도는 좀 뛰면 소화되리라고 생각했다. 니오는 가볼까~ 하고 몸을 풀어주곤 빵집으로 향했다. 한 번에 가지않고 이리저리 빙빙 돌면서 일부러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뛰었다. 그러다보니 약속시간에 거의 늦을 뻔 해서 막판엔 전력질주하여 쾅! 하고 문을 열고 헉헉 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게. 그 분이 가려주셔서 이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그 분이 보는 시선이라고? 가현은 뭔가 깨달은 듯 빵을 씹는걸 멈췄다. 인간의 모습이 아예 지워진 상태로 실루엣만 보이는 저 사람. 도대체 어떤 사연이 얽히고 얽혔기에 이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분의 마음에 든 이유는 알것만 같았다. 증오하는 인간의 모습이 전혀 비쳐보이지 않으니.
그렇다면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이젠 질투를 넘어 호기심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더. 더 많은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옳으신 말씀이예요. 그저 잠시 가려주신 시야일 뿐, 온전히 제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 식으로 그 분과 가까워지려 드는 것은 분명히 모독일테니... 후훗. 그래도 부러워요~ 저의 바램과 딱 맞는 삶을 살고 계시는 것 같아서."
그렇게 여기기 시작하니 저 말이 마냥 밉게 들리지도 않았다. 신성모독이라는 점은 여전히 거슬렸지만 그만큼 신뢰받고 있는 인간이라는 뜻이겠지.
"살아서 파문당한 사람이 당신 혼자. 라면, 파문당한 다른 사람들은 목숨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 했다는 이야기죠? 어떤 연유로 파문당하게 되신 건가요?"
우유도 한 모금 마시며 자신의 의문을 한가득 쏟아내던 가현은 질문에 방긋 웃었다.
"맛있어요! 앞으로도 자주 찾아와서 이것저것 다 사가고 싶을 만큼요. 예전부터 빵 굽는걸 좋아하셨던 건가요?"
니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땀을 닦고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다. 니오는 천천히 허리를 피고 가볍게 목례하며 인사했다.
" 하아... 하아.. 네. 하아.. 쿠즈노하 니오, 하아.. 라고 합니다.. "
숨이 턱 끝까지 올라차는 느낌. 아무리 체술에 자신이 있다고는 해도 그 긴 숲을 통째로 달려왔더니 이건 체력적으로 조금 무리였다. 소화시키겠다고 일부러 빙빙 돌아왔더니 숲을 통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지. 그것도 늦을 것 같아서 달려왔더니 이건 전속력으로 장애물 경주를 한 셈이었다.
" 아, 에? 아, 언니야! 우와- 여기서 다 만나네. 우연이야 운명이야? 아하하! "
니오는 가현을 보곤 조금 맑게 웃었을지도 모른다. 그야 지금은 별다른 위협도 위해도 없이 우연히 만난 상황이었으니까.
" 마실거.. 일단은 물! 물로 부탁드릴게요. 학당에서부터 숲을 지나서 막 뛰어왔더니 숨이 엄청 차가지고.. 폐가 터질 것 같아요. "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리고 부탁을 들어주러온 사람이라던가 좋아보이는 사람에게는 일부러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댈 이유가 없다. 니오는 자리에 앉아 먹고 싶은 만큼 빵을 고르란 말에 '우선은 1라운드~' 라고 흥얼거리며 적당한 녀석으로 두 어개를 집어들었다.
말하기 싫은 과거라는 말에 가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주인에게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이것은 자신이 해주는 배려였다. 세상을 살며 사연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픈 과거 앞에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것은 그저 더 캐묻지 않고 그럴 수 있다며 포용하는 것 뿐이었다.
손님이 더 왔다- 라는 말에 가현은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낯빛에 화색을 띈다.
"어머나~ 너도 여기로 온거야? 이건 필히 운명일거라고 믿어~"
아아. 이 것을 우연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찾아온 여학생을 한껏 반기며 가현은 미소짓는다. 아. 웃어줬어. 기뻐.
"좀 천천히 오지 그랬어~? 맞다. 그보다. 제 시야가 가려졌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아무렇게나 놓여서 바닥을 굴러다니는 것들 중에서도 위험한 것들이 있다니. 연은 잡동사니의 산을 바라본다. 따로 어딘가에 보관하지 않고, 저렇게 관리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물건에 대해서는 가게 주인인 당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생각하다 연은 초아를 본다. 자신과 같은 청룡 아이. 들고 있는 물건을 한 손으로 고쳐 품에 안아 들고서 빈 다른 손을 초아에게 흔들어 보이며 연은 생긋 웃어보인다.
"안녕. 배달 파이팅이야."
인사하며 응원의 말을 건네다, 작은 병을 받아 드는 것을 보고서 돌아선다. 자신의 목적지인 TOLK TO TOLK 카페 앞으로 향한다.
대답하며 머릿속으로 포목점의 위치를 대략적으로나마 떠올려본다. 그냥 주고 오기만 하면 되는 거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다. 더미를 받아들며 힐끔 연을 본다. 우연히 고른 곳에서 같은 청룡의 사람을 만나니 괜스레 더 반갑게 느껴진다. 아쉽게도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저와는 목적지가 다른 듯하지만.
"당신도요! 잘 다녀와요."
따라서 양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곧 더미를 받아든다.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하고, 고개를 기울여 옆을 보기도 한다. 주술용품점이니 당연히 관련된 물품이겠지만, 정확히 무언지 아는 것이 아니기에 호기심이 생긴다. 궁금한 건 또 그저 안에 품어두기만 할 수 없는 성정인지라. 출발하기 전 남자를 향해 물어본다.
"커플이요..? 아하핫, 맙소사~ 니오. 우리 사귀는 사이로 보이나봐. 좀 더 가까이 붙어도 돼?"
기회를 놓치지 않은 가현의 장난스러운 말이 이어졌다. 여학생의 답이 들리기도 전에 몸을 가까이 해 어깨에 제 뺨을 톡 기댔다. 허나 정말 사귀는 사이는 아니기에 그 이상 나아가지는 않았다. 누군가와 연애감정을 느껴본 적 없는게 자신이었으며, 제 애정과 사랑의 방식은 당신들의 평범한 방식과는 많이 다른 부류의 것이었으니. 만에하나 정말 연애하는 사이였다면 그냥 얌전히 앉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이미 거기부터 평범한 빵집 주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가현은 제 손등 냄새를 맡아보았다. 외출 전 바르고 나온 화장품의 잔향밖에는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린다. 거울을 볼 때도 제 보라색 눈동자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같은 제사장 가문이라고 해도- 이렇게 다를수가 있나. 그리고 그 의문은 머지 않아 가라앉는다.
"네.....? 신 님께서요? 우셨다고요?"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양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빵집 주인을 바라본다. 아마 입학식에 그 분이 난입하셨을 적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정말? 진짜로? 너무나도 예상 밖의 상황에 가현은 어안이 벙번해졌다.
남자의 행태는 갈수록 가관이었다! 여기까지 확인도 않고 따라오더니 이제는 하란다고 다 해? 웃고 싶은데 웃음을 참아야 한다니. 세상에 이런 고문이 달리 있을까!
하지만 아직은 참아야 해. 조금만. 들은 것은 다 듣고 그 다음에-
왜 소리를 찾느냐 물으니 계속 듣고 싶다는 진부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숨도 죽인 채 동굴로 들어가는 남자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렇구려. 음. 거 때려도 말려도 안 될 거 같으니. 음. 음음."
저 혼자 고개 끄덕끄덕 하며 천천히 남자의 뒤를 쫓는다. 한 걸음. 딱! 또 한 걸음. 딱! 서로 박자 맞추며 조용히 검집에서 검을 뽑는다. 스으읍 숨 들이쉬고. 찰랑 안경 떨어져 가슴팍에 대롱거린다. 동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빛 등지고 서니, 드리운 음영에 붉은 안광 흐른다.
자. 밥 먹을 시간이다.
"흐히."
검 빼어들고 지체없이 달려 남자에게 검을 휘두른다.
시작은 발목. 힘줄을 잘라 도망치지 못 하게 하고. 다음은 무릎. 근육을 베어 일어서지 못 하게 하자. 그리고 허리. 뼈를 베어 반신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손목을 잘라 무엇도 잡지 못 하게 팔뚝을 그어 기는 것도 온전치 못 하게 어깨를 찔러 무력하게 만들어 그 얼굴을 머리를 목을-
의문스럽게 천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 분명하게 눈앞에 선 이가 카페 주인이 아님을 연은 안다. 눈을 깜빡이며, 제 손에 들린 물건을 건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던 연은 상대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목소리가 마치 잠으로 현혹하는 것 같으니. 연은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 걸음 살짝 멀어지며 말한다.
니오는 받은 물은 한 번에 전부 들이켰다. 꿀꺽, 꿀꺽, 꿀꺽. 하고 세 번에 나눠서 빈 컵을 만든 니오는 그제야 살겠다는 듯 파하~ 하고 기분 좋은 한 숨을 내쉬며 몇 번인가 더 숨을 고르고 옷 소매로 이마에 난 땀을 살짝 닦았다.
" 그렇게 사이좋아보이나요~ 그래도 언니야가 아깝다구요. "
항상 이런 식이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한 번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전의 모든 나쁜 일들이 잊혀지고 만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한 번 좋은 인상이 남으면 이전에 칼로 위협당했던 것들이 잊혀진다는 이야기지. 니오는 머리를 살짝 기대고는 에헤헤~ 하고 웃어보일 뿐이었다.
" 에, 도술 느낌이 안 나는 학생? 그거 분명.. 신기하네.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데? "
건장한 목소리. 아회는 이 목소리를 잘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지. 그때 형님과 같이 있던 사람이구나. 자신에 대해 전혀 연연하지 않던 그 인간. 어쩔까, 아회 짧은 시간 동안 속으로 이리 재어보고 저리 재어본다. 형님이 계신 것 같지 않으니 이 자리에서 뒤엎어버릴까? 목숨을 걸고 싸워볼까? 아니, 아니다. 여기서 죽기 위해 학당에서 온 것이 아니지.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이 사람, 제법 친절하니 형님께도 꼼짝 못하던 것 같던데.
"아, 또 뵙는군요. 잘못 오신 것이 아닙니다."
아회 사근사근 말 붙인다. 제 형의 기에 눌리듯 아무 말도 못 하고 더듬더듬 얘기하던 때와 판이하게 다르다. 어조는 많은 풍파에 시달렸는지 기운이 없고 삭막하지만, 제법 나긋한 편이었다. 여러모로 압도적인 공포를 가진 제 형님과는 다른 면모였다.
"공께서…… 땅신령 님들의 은인 되시는지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소포를 슬쩍 들어 보인다.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여러모로……. 덧붙이는 것은 의뭉스러운 말이었을 터다. 아직 소포를 주지 아니하였으니, 아회 이를 빌미로 살풋 지어 보인 미소 사이에서 은근히 답을 종용하고 있었다.
한 차례 '식사'가 끝난 후. 조용해진 검과 가쁜 숨 몰아쉬는 제가 있었다. 동굴 안에 가득한 혈향이 달콤해서. 사방에 펼쳐져 흘러내리는 살점의 향연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고개 살짝 뒤로 젖히고 천천히 숨 쉬었다. 잘게 떨리는 손으로 제 목 한 번 감싸고 그대로 쓸어내렸다.
짧은 환희 만끽하고 검 휘둘러 묻은 피 털어낸다. 동굴 벽에 다시금 번지는 붉은 선 보며 히죽 웃었다. 깨끗해진 검 갈무리해 넣으며 하- 긴 한숨 내쉬었다.
이 여운. 이대로 흘려보내기에 너무 아쉬운데.
천천히 뒤로 물러나 동굴 밖으로 나간다. 일부러 평소보다 느긋히 걸으며 주변을 휘익 둘러보았다.
선물.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은 남자의 선물이다. 하지만 정말로? 상대의 겉모습에서 의심을 하는 자신의 못 된 버릇을 생각해도, 무언가 꺼림직한 것이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연은 들고 있는 물건을 쉽게 남자에게 건네주지 못하였을까. 정말로 주인일 수도 있지만, 만약 중간에서 물건을 채가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문제가 되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배달부인 자신이 져야 하는 것이니. 연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 하며 짐짓 놀란듯한 얼굴로 말한다.
"미안해. 물건을 잘 못 들고 왔어. 금방 돌아가서 다시 가져올 건데. 기다려 줄 수 있어?"
오늘은 무슨 날이라도 되는가? 항상 두려워하기만 하던 이 여학생이 자신에게 머리를 대어줌도 모자라, 사이 좋아 보이나봐 하며 친근하게 다가와줬다. 이런 거. 처음이야. 행복해. 기뻐...
"그렇게까지 아까운 사람은 아닌데 말야. 응?"
눈꼬리를 곱게 휘며 속삭이듯 말한 가현은 여학생의 머리를 한껏 쓰담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귀는 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있어 그만큼 소중한 사람은 맞았으니까. 아까 자신에게 내와줬던 빵을 하나 더 집으며 달콤함을 한껏 만끽했다.
"네에. 그렇게 강조하신다면 그렇게 믿을게요.."
재차 말하는 것에 가현은 체념하고 밉지 않게 투덜거리는 투로 답했다. 존엄한 존재에게 코까지 꿰인 사람인데다가 남들 이상으로 뛰어난 감을 가졌으면서 끝까지 평범한 빵집 주인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 세상 누가 이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조금 안 평범한 빵집 주인이 되어줄순 없는걸까. 앞의 평범하다는 단어만 어떻게 하면 참 좋을텐데.
"..... 아하, 그. 그 존엄하신 존재께서.. 이 덧없는 소녀를.... 흐핫... 아하하하하핫...!"
뒤의 말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가현은 미친듯 웃어대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런 중요한 말을 왜 이제서야! 신이시여, 존엄하신 존재이시여. 저만 아쉬움을 간직한 채 백일몽에서 나온줄만 알았는데, 당신이 저를 그렇게까지 어여삐 여기고 있을 줄은 몰랐답니다. 아아ㅡ 당신과 저 사이. 그 사이를 가로막는 모든 것을 전부 부숴버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저는 빼앗긴 게 아니랍니다. 저는 절대 누구에게도 빼앗겨지지 않을 사람이랍니다. 저는 그저ㅡ 당신 하나만을 바라보고 섬기며 당신의 곁에 한 걸음 더 나아갈 날을 바란 채 지금껏 이 덧없는 몸뚱아리 이끌고 짧은 명 부여쥐고 살아있을 뿐인데. 어찌 제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겠사옵니까. 아까 전, 조금 쓸쓸했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채로 가현은 지금의 황홀경을 한껏 만끽한다.
".... 아아,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이 시야만큼은. 제가 평생 가지고 살 순 없겠지요... 그 분께서 방문하실 적. 꼭 한번 여쭈어봐주시길 바래요. 그 전에 제가 이 시야가 지워지는 조건을 알게 되거나 만족시킨다면- 꼭 돌려드리겠노라고 다짐한 것까지..."
남자가 하는 말을 연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깨비는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물로 갈 것이라는 것은 또 무엇을 말하는 것 인지. 연은 휘휘 고개를 젓는다. 물은 더 이상 싫어. 마음의 제일 아래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어떤 감정에 머릿속이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 같아져 연은 깊게 숨을 고른다.
"말했잖아. 잘 못 들고 왔다고. 그리고... 정말 주인 맞아?"
의심스럽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며 연은 물건을 품에 꼭 안는다. 그리고서 남자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부터 너무나 수상하고, 꺼림직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라.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연은 상대에게 책을 넘기지 않는다. 느릿해 보이던 그가 성큼 다가옴에 있어 연은 겁을 먹고서 그대로 돌아서 어디든지 상대가 쫓아오지 못할 곳으로 도망치려 한다.
진심으로 감탄한 듯 가볍게 양손바닥을 부딪혀 소리 한번 낸다. 보물 중 하나라더니 말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었나 보다. 실수인 척 중간에 들고 갈 걸 그랬나 싶을 만큼 그 효능이 신기하다. 그래도 그러지 않은 덕분에 이렇게 또 착한 일 하나 적립 완료했으니 나름대로 뿌듯하다. 정확히 하자면 제가 아닌 주술용품점의 주인이 좋은 일 한 거지만, 원래 사소한 건 따지는 법 아니랬다.
"그럼 다음 번에 손님으로 보자구요."
가볍게 손 흔들어주고, 포목점을 나선다. 그리고는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 다시 주술용품점으로 향한다.
" 예에- 뭐, 익숙해지면 몇 가지 보여드릴게요. 아마 안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
사람은 어디가지 않는단 것인지 마법으로 넘어온 지금도 성과를 보이는 것은 파괴마법 쪽이었다. 깨고 부수고 불태우고 베어내고 찌르고 갈라내는 그런 것들. 분명 망가진 것을 고치거나 하는 마법도 있을 터인데 성향을 보이는 것은 그 쪽의 마법들. 뒤에 들려온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가 가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려운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 히이... "
저 광소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 저 광소에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다. 이전에 몇 번이나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는 항상 저 광소가 함께였던것 같다. 니오는 부비적대던 머리를 떼어내고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었다.
" 아,하하. 평범한,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
애초에 생각해보면 기숙사 옮긴 것도 '학당에 이름 한 줄 크게 남기기 위해서' 였으니까. 그 광소 이후로 살짝 창백해진 니오는 이왕 의심받은 김에 더 오붓하게 돌아가자는 말에 손을 뺏기고 말 없이 그리고 조금은 과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 아까 전 도깨비라 말한 것이 주술점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상대가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주술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잘못된 선택일 것이다. 상대와 더 만나지 않으려면 아예 천부에서 벗어나는 것이 답일 테니. 연은 몸을 돌리며 재빨리 학당으로 도망치려 했다.
불가살은 울고 싶었습니다. 아니, 여기서 형제 인증을 이렇게 하기 있기 없기? 궁기에게서 늘 느꼈던 위압감이 느껴져, 그는 괜시리 당신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 그, 그렇지... 많이, 격하지.. 응! '
격하다는 말에 공감했지만, 아마 반 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중입니다. 눈에서 무언가가 흐르지만, 그것은 눈물이 아니라 식은땀이라고 격하게 주장할 것입니다. 가자마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궁기라면 그러고도 남을 자였습니다.
학당으로 도망쳐와 가쁜 숨을 고르고 있으면,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 상대가 정말 이 책의 주인이며, 얼굴을 가리고 있었을 뿐. 선량한 사람이었다면? 또한 배달을 해달라던 이 물건을 가지고 도망쳤으니. 이것은 도둑질을 한 것이 되는 게 아닌지. 그런 생각에 연은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돌아가면 상대를 다시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데. 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상대가 없어서 돌아왔다고 변명하기로 생각하며 가게로 돌아간다. 혹시나 상대를 마주칠까 주변을 살피며 도착하면, 문을 살짝 열어 내부를 보다 안으로 들어서려 한다.
가현의 꾹 쥔 두 주먹 위에 자신의 손을 살짝 얹으며 웃어보인다. 웃으면서 얘기하다가도 벽치기를 할때쯤엔 표정도 바뀌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 가끔은 그때가 그립기도 했었다. 가현이 그렇게 벽을 치면 윤하도 하던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던 입을 꾹 닫고 바라보았다. 가현과 이야기하는 시간은 지금이야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지만 그때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니 가현과 사이가 틀어지는걸 바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그런 반응이 나왔었다.
"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올만한 곳이지. "
분위기도 괜찮고 맛도 괜찮으니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겠다는 생각을 머릿속 잘 끄집어낼 수 있는 영역에 저장해둔다. 다음에 누군가가 그런 것으로 고민하고 있으면 추천해줄만한 코스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가는 것은 조금 별로인 곳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가게의 전략이라면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말차 몽블랑에 아이스크림에 마끼아또까지. 아무리 방금 양이 적었다곤해도 저렇게 먹을 수 있는건가 싶었지만 여학생들에겐 간식배가 따로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니 그는 자신의 몫인 아이스밀크티를 주문하고선 자리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꺼려했을텐데 자신이 먼저 이야기의 운을 트는 것을 보면 분명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윤하는 어디부터 이야기해야할까, 하고 고민하는듯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운중(雲中) 모 가(家). 말 그대로 구름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고하지. "
자신의 진짜 성씨를 말해주며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천천히 예전의 이야기부터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도포에 그려져있는 문양, 까마귀가 구름 한가운데서 바라보고 있는 그 문양이 가문의 것이라고 말한 그는 검은색에 둘러쌓여 살던 가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머리도, 옷도 검은색 일색인 그들의 몸에서 다른 색이 있다면 피부와 오른쪽의 붉은 눈이라는 것을.
" 나는 가문의 적자. 전(前) 가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나서 원래라면 가문을 이끌어갔어야했던 아이야. "
비록 제사장 가문에 비해선 별 볼 일이 없는 가문이긴 해도 몰락하기 전까진 꽤나 위세가 있던 가문이었기에 만약 몰락하지 않았더라면 그 또한 가문의 적자라는 입장에서 좀 더 다른 이들에게 알려져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 이 가문은 백(白), 그러니까 흰 것을 매우 경계하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어. 집 안의 어떤 것도 흰 기운이 도는 것은 들여선 안되고 죽었을때 들어가는 관도 검은색, 그리고 관 주변을 특별한 검은색의 가루로 원을 그려 흰 것의 침입을 막기까지 하니까 말이야. "
어르신의 장례식에서 자신이 뿌린 그 검은 가루를 말하는 것이었다. 가문의 직계만 열 수 있는 상자 속에 들어있는 그 검은 가루는 만드는 방법이 가주에게만 전해내려오고 있었으나 가문의 몰락과 함께 제조법 또한 알 수 없게 되어버려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만이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 그렇다면 왜 나는 이런 모양새일까. 그야 난 백침(白侵)이니까. 흰 것에 물들어버린 아이가 태어나면 가문에 큰 일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있었지. 예전에도 종종 그런 아이들이 태어났었고 그 아이들은 머리가 밀리고 눈이 뽑힌채로 여생을 지내야했어. 죽이면 또 다른 큰 일이 일어난다기에 죽이지도 못하는 이들이 저지른 만행이지. "
다행인 점은 몇세대에 걸쳐서 태어난다는 것과 직계에선 한번도 태어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허나 윤하가 태어나면서 직계에도 처음으로 백침이 태어나버렸고 처음 겪는 상황에 뒷처리를 진즉에 하지 못한 그의 가문은,
" 그게 내가 태어나서인지 아니면 아다리가 잘 맞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우리 가문은 순식간에 몰락해버렸어. 단체로 미쳐버린 것처럼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기 시작했다고하지. 우리 부모님도 서로가 죽을때까지 죽였다고 했으니 말이야. "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여기까지 이야기했을때 주문했던 것들이 나왔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한 음료과 간식들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먹을만한 것들은 아닌 것 같은데 어차피 상대는 가현이고 그런 것에 연연할 아이가 아니니 그도 맘편히 이야기 할 수 있었다.
" 다행히도 그 참사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방계 사람들은 곡옥 구석에 숨어지내기 시작했어. 이상하지. 단순히 가문이 망한건데 큰 죄를 지은 것처럼 구석에 숨어서 그렇게 살고 있을까? 아직 그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어. 하지만 곧 알아낼 수 있을꺼야. "
이야기가 여기까지 다다르자 묘한 희열에 찬 얼굴이 된 그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곡옥쪽을 바라보는 것은 확실했다. 아무래도 그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는,
" 불쌍한 사람들. 하나 남은 직계가 그 '재앙'이라 죽이지도 못하고 조치도 하지 못한채 그저 방치에 학대만 일삼았지. 어릴땐 아프고 서러웠지만 이젠 다 이해해줄 수 있어. 다 이해해줄 수 있지만 ... "
몽블랑과 함께 나온 포크를 집은 그는 손에서 포크를 살살 돌리다가 테이블을 살짝쿵 찍으며 말했다.
" 이해해주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별개잖아 가현아. 그치? 그들도 하고싶은대로 했을뿐이니까 나도 하고싶은대로 할 뿐이야. 가현아, 이제 스무명 남았어. "
이야기는 거기서 끝인듯 했다. 방금까지의 분위기는 어디가고 맛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인 그는 어서 먹자며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살짝 떠서 입에 넣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가현은 향해 있었다. 마치 평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얘, 너도 어차피 그 여자와 똑같단다. 아닌 척, 고결한 척, 모든 순수함을 다 떠안은 척 그리 살다가 언젠가는 정결한 것을 네 손으로 더럽히겠지. 아닐 것 같더냐? 내 역으로 묻자꾸나. 왜 학당 내부에서 ─의 동생임을 숨기고 살더니. "신령 님. 시생이 졸업하면…… 혹은 그 이전에, 학당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꼭 가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알겠지요?"
1. 먼저 선물을 주고, 받은 뒤 다식인 걸 확인하면 잠시 덤덤히 상자를 매만지다 감사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호랑이 가면을 쓴 쪽빛 머리의 남성이었다'라는 사실을 들으면 애써 미소를 짓는답니다. "그렇군." 하면서 잠시 말이 없어지다가도, 그 사람이 누구냐 물어보면 "……일전 은혜를 입었던 분이오." 같은 말로 얼버무릴 거예요. 그리고 온화가 떠나고 나면 호수에 던져 버리려다 덜덜 떨더니 그대로 주저 앉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울어버릴지도.
2. '호랑이 가면을 쓴 쪽빛 머리의 남성이 전해달라 했다'는 말을 먼저 한다면, 아회는 받지 않으려 들 거예요. 아니면 받기가 무섭게 손에 쥔 상자가 우그러지고 다식이 뭉개지겠죠. 그리고 그 사람이 대체 누구길래? 라고 묻는다면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일 거예요. 온화가 평소처럼 살갑게 안거나 다가오면 어깨를 딱 붙잡고 밀어내면서 "다시는 묻지 말고, 그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마시오. 낭자의 선행임은 알지만 앞으로는 어떤 것이든 의심하시오. 알겠소?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라고 나지막하게 경고할 거예요. "내 반복은 격을 떨어지게 하니 두 번 입 열지 않을 것이오." 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내면요, 음, 어, 아.
"격 떨어지게 굴지 말라 했을 텐데 내가 그리도 우스운 사람이지. 결국 인간은 다 그런 법이야……. 경고를 중히 여기지 않아 늘 사달을 내고 나를 탓해." 라며 스스로 멀어지고 자리를 뜨려 할 거예요, 응.
>>400 만약 꺾었던 꽃이 시든다면, 가현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질까요. 마음에 드는 대상에 대한 소유욕이 분명히 느껴지는 답변이네요. 그리고 캐붕은... 모두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신경 쓰시는 만큼 정말 매력 있게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오열하지 말아요. (가현주 둥가둥가)
남학생의 이야기가 시작될 적, 가현은 그 내용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하 사감님과 이야기를 나눌때와는 다르게 자신이 뭔가 의문이 들만하면 그 의문을 바로바로 해소시켜주는 이야기들이 이어졌기에 가현은 말 중간중간 끼어들어 의문을 표하는 것 대신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었다. 하 사감님도 이렇게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끝까지 형제들 위치를 안 알려주겠다며 고집을 부리시고 말이야. 야속하다니까.
"으음~ 생각보다 단숨에 이것저것 다 알려줬는걸. 네가 항상 가문으로 불려갈 때 싫은 티를 내던게 왜 그랬는지 알것 같아~"
그렇게 듣게 된 이야기들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이었다. 설마하니 제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 것들을 제때제때 반응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가현의 두뇌 회전은 꽤 느렸다. 가뜩이나 농질 건으로 충격이 큰 상태였기에 더더욱. 눈동자를 도륵 굴리며 가현은 잠시 침묵한다. 그러니까 이게 그렇게 된 일이란 말이지.
"하지만, 윤하? 이해랑 포용은 공존할 수 없어. 내가 내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리 내가 흑룡 사람이라고 해도 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당장 자신도 모든 걸 포용한다고 그렇게 떠들고 다니지만, 조금이나마 MA의 이름을 더럽히고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에 한해서는 자비가 없었던 것처럼. 포용과 이해 둘 중 무엇이 먼저냐고 묻는다면 또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었지만 적어도 자신은 이해에 조금 더 큰 방향성을 두고 있었다. 가현은 남학생 쪽으로 간 포크를 집어 몽블랑을 크게 떠 한입 가득 넣었다. 역시 몽블랑은 차가울때 먹는게 제일 최고라니까. 한참동안 입 안에서 퍼지는 행복한 달달함을 즐기며, 그 와중에도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정리하던 가현은 드디어 생각을 마쳤다는 양 말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네가 그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단 말이지. 네가 진정으로 용서하지 못할 사람들이라면 그런 사람들에게 이해 따위는 무의미해. 가끔은 자비롭지 않을 필요도 있어야 하는 법이야. 포용은 아름다운 단어이지만- 그 아름다운 단어조차 적용시키기 싫은 부류의 사람들이 늘 있으니. 그 정도 어긋남은, 흑룡 기숙사 사람이라면 누구나 포용해줄 수 있을거야~"
정확히 단어 하나로 단정짓기는 힘든 가현의 생각이었으나, 일단 자신이 느낀 것은 그러했다. 제게 소중한 사람을 함부로 대했다는 점에 대한 분노가 섞여 있었으며, 그럼에도 제가 나서지 않아도 이 남학생이 충분히 해결할만한 열쇠를 쥐고 있는것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대신, 좀 더 시원한 복수를 위해 그것을 부추길 뿐이었다.
"그보다 스무 명? 너네 가문 사람들이 그정도 남았다는 이야기야?"
지금 당장으로써는 해석하지 못할 의문을 표출하며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이스크림도 입 안에 넣는다.
>>400 앗, 가현이의 진단...! 얼마만에 반응하는 건지! 악마를 마주해도 거래를 할까 생각하는군요. 몸은 악마 따위가 가져갈 수 없노라, 이 말이 참 무시무시해요... 자신은 제물로 바쳐질 운명임을 알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기 때문에...(덜덜) 아, 아! 네, 맞아요, 믿고 있어요! 공평하고 자비로워요! MA망은 최고의 정당우먼이에요!!(비명) 어째서 꽃이 사람을 빗댄 것 같단 생각이 들을까요... 마음에 드는 꽃이라면 나만... 집착과 사랑이란! 소중한 사람을 구하는군요. 100명의 일반인은 사실 제물로 바칠 것 같단 적폐도 떠오르고 있어요, 응... MA 님의 뜻이겠거니 받아들이는 점도 매력적이어라. 신경 쓰는 점은 늘 보고 있어요! 캐붕이라지만 저는 그 사실 자체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저도 아회 하나 굴리기가 힘든데, 매력 포인트가 넘쳐나는 가현이를 잘 표현해주시는 가현주는 늘 멋지고 빛이 난다 생각해요. 눈이 내린 곳에... 네, 갈래요! 갈래요! 같이 구경해요! 취미 활동은 거절하지 않는군요... 대단한 포용심이에요. 길을 잃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자유분방함이 느껴지고요. 오늘 진단은 정말 알차고 맛있네요! >:3 냠냠, 즐겁게 먹었어요!
>>406 (쓰담쓰담) 아회는... 응, 조금 복잡한 아이니까요. 아니에요! 준 형님이 잘못이라고...할..까요? >:3 그래도 온화에게 바로 사과할 거예요. 내가 감정이 격해져서 그렇다느니 하면서. 그리고 음. 사실 두번째도 심하면 운답니다. 그런데 첫번째랑은 다르게 거의 정신이 나간 듯 알면서도 줬다고 혼비백산하게 울부짖을 뿐이지...🙄 (끄덕)
>>407 꺾었던 꽃이 시들면 형태 살리고 잘 말려서 책갈피 만들어놓지 않을까 싶어! 비록 향기도 못 즐기고 형태도 온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놔둔다면 반영구적으로 질릴때까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랑 같이? ^-^ ㅋㅋㅋㅋㅋㅋㅋ 꽃도 꽃이지만 사람한테도 충분히 적용하고 있는 그런 애정이니까... 하 매력 있다니 다행이야 가끔 캐붕나는건 이게 임가현이지or초기 설정에서 벗어나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모먼트지 하면서 넘기기는 하는데 내가 보기에도 심한건 흠칫흠칫 하거든 ^-ㅠ 둥가둥가도 받았으니 힘낸다!! 더더욱 열심히 묘사해보겠어~~! (방방)(꺄꺄)
자캐가_폐기된_초안의_자신과_만난다면 : 이전에도 밝힌 적이 있지만, 아회는 도화 학당 오픈 하루 전에 급하게 만들어진 아이라서 후보군만 남아있답니다... 그렇지만 초안이라 해야 할지, 캐릭터성을 위해 여럿 고민하던 것 중 하나만 밝히자면요...
"이것이 진정 소인의 첫 모습이라 그 소리요?" "왜? 꼽니?" "말세로군." "말세인 건 누구나 알지. 요지를 말하렴." "그리고 단단히 미쳤고." "재밌기도 하지." "그쪽도 제법 우스우니 무 가에 광대가 있었군." "어미를 닮았지." "다시 말해봐." "못 들었니? 형님께서 제법 아끼셔서 그 꼴이 났나 봐? 가여운 우리 어머니 닮았다고. 너도 많이 들을 텐데, 어머니를 닮아 태어났구나, 라고." "이 새끼가……." "받아들여. 세상은 그런 법이야. 그리고 난 또 다른 너잖니. 너도 결국 스스로를 그리 생각하고 있으면서." "……." "아, 그런 표정. 정말이지- 착하면서 순수하기도 해라." "그 빌어먹을 어머니를 닮아서 소리는 집어치우지." "드디어 대화할 생각이 들었구나?"
으음... 별로 다를 것은 없지만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는 아이거든요. 약간... 자신의 처지를 알고도 절대 품위를 잃지 않고 당당한 로판 악녀상...?
1. 「약속을 한 사람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 "사정이 있겠지. 근처의 카페로 가서 시간이나 보내다 가야겠구료." "이번에 서신을 주고받는 '친우'라면 명복이라도 빌어줘야 하나."
2. 「남을 돕다가 내릴 역을 지나칠 것 같을 때의 행동은?」 : "……어차피 내 도사요. 축지법이라도 써야지."
아회 어깨 으쓱인다.
3. 「자신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걸로 편해진다면?」 : "……늘 그 생각을 꾸짖고 산다오." "북부에 봄을 불러 와? 광인이지, 가문의 사람들이 말했듯 내가 머리가 꽃밭일 뿐인 녀석이라고, 결국 망상에 빠진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데 고작 내 마음 하나가 편하다고 해서 처한 상황이 달라지겠소?"
"유감스러우나 난 인정하지 않는다, 미욱한 것아. 네 무엇을 안다고." *토도독 소리.* (계속 잘못됨을 인정하라 요구할 때.)
*소리가 멈췄다.* "자네." "오늘, 날씨 참 좋지?" "장의사가 오기 전까지 좋은 날씨 실컷 봐두는 게 좋을 게야." "……농담 같이 보였나? 이번엔 농담이 아닌데." "살고 싶으면 마땅한 예우를 보여야지. 무엇 하고 있나? 그리 굼떠서야." (3번의 요구가 지난 후.)
>>409 ㅋㅋㅋㅋㅋㅋㅋㅋ 평일의 시작은 늘 진단과 함께.. 니까 말이지 ^-ㅠ 그만큼 알차게 느껴지도록 써봤는데 잘 맛봐줬다니 그저 고마울 뿐이야~~! 악마! 거래! 너무나도 당연한 모먼트라 바로 떠올릴것 같았고 운명도 이미 정해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근데 정당우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주당 공산당 그런거 하나 만들어야 할것 같은 느낌이야(?)(가현:(흐뭇)) 그렇게 느꼈다면 정답! 사물에 적용하는 집착 모먼트 사람한테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겹쳐보이는 느낌으로 해봤지! 그리고 그 적폐 너무나도 맛있는걸 ^q^ 공식 채용하며 한술 더 얹자면 나머지 100명 제물로 바치고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평생 어우러지게 해달라는 그런 소원을 빌것같기도 하고~~ 으아앗 그렇게 생각해주니 마냥 고마울 뿐이야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성도 있다 보니까 어쩔수 없이 캐붕도 나고 괴롭고 하지만 좋은 평가들 앞에서 나 임가현주 더더욱 힘낸다..! 그리고 멀티를 못 해서 그때그때 평을 못한다 뿐이지 나중에 진행겉은거 다 끝나고 정주행할때마다 아회도 아회의 캐릭터성 잘 드러나고 이야기 속에 잘 녹아나고 있는걸! ^-^ 좋아 나중에 아회주랑 임가현이랑 눈구경하는 일상을 굴려야만..(제 4의 벽 부수며)(쫓겨나며)
>>411 아나 축지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식헌터 진단 즐기기 전에 일단 빵터지고 들어갑니다 세상맙소사.. 그 평온한 모습으로 투다다다 달려가버려.. 목적지는 제 심장입니다 내릴역은 없으니 부디 평안히 계셔달라며 ^q^ 하 아늬 일단 첫번째부터 너무 맛있잖아 후보군 중 하나랑 기싸움 500% 해버리는 아회라니 여기가 천국인가요 맛집인가요(오열) 품위 잃지 않는 초안 아회의 당당함에 나 임가현주 500번 이상 치여죽었음을 알리며 즐길 뿐이야 만약 저런 당당한 느낌으로 결정되었다면 궁기한테 보여주는 반응도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을까? 엄살 안 부리는거 장하면서 찡하고 역시 이상향은 구원받는 쪽이구나 북부에 반드시 봄이 오기를 빌겠어..!
친우... 불가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곁에 있는 사람이 사람이니만큼 연락도 없이 안 나타나면 결말은 뻔할것이기 때문에... 진단 첫 스타트도 맛있게 끊었는데 마무리마저도 훌륭하게 맛있다 진짜 딱 3번 참아주고 그 이상은 안참는 저 모먼트가 너무 멋있는것.. 스스로 자신이 느끼는 걸 꾸짖고 태클 걸면서도 임시방편 따위로 평생을 만족할수 없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점도 잘못되었다고 인정 안하는것도 최고야 그럼그럼 당연히 잘못되었을리가 없지 잘못된건 세상이야~~! (?)
>>413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꽃에 국한될 뿐이지 사람까지 미라 만들고 인간박제 만들고 하지는 않을거야..? 임가현이라면 충분히 그럴것 같긴 한데() 그럼그럼~ 설정도 탄탄해지고 스토리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부분이나 그 과정에 있는 약간의 캐붕도 자연스럽게 녹여낼수 있을 때가 분명히 오겠지 :3 기대에 부응할수 있도록 해볼게!!
>>411 한마디를 지지 않는군요. 로판의 악녀상이라니, 초기와 지금 아회의 대화에서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의 이상을 좇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요. 질문에 아회가 그리 무섭게 반응하는 것이 이해가 가요. 그리고... 세 번은 봐준다니. 이 얼마나 마음씨 넓은지..
>>421 오랜만에 보는 연이 진단도 절대 놓칠수 없지 ^q^ 아늬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지금은 그리워하고 있다면 이미 저걸 다 겪어봤다는 그런 뜻인거잖아(오열) 뭐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며.. 첫사랑에 대해서도 미묘하면서 비관적인 저 느낌이 분명 뭐가 있다고 임가현주에게 강하게 알리고 있음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몸짓으로라도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씨가 고와서 분명 도움이 잘 전해질수 있을거라고 믿어 ^-ㅠ 짠하지만.. 미식이다... 최고야 ^Q^
>>421 >>423 아, 우리 연이, 다른 버림받은 것들이 그러하듯이란 말이 많이 걸려요. 결국 그리움으로 승화해버렸군요, 많은 아픔을 홀로 견뎌냈을 텐데.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고 싶어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군요, 어쩌면 첫번째 진단과 이어지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남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응원하는 모습이, 어쩜 이리도 착한지! 몸짓으로 돕는 것도 순하니 참 귀여웁기도 하지...
꿀물을 마신다, 라. 어찌 되었든 요지는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군요. 으음,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쳐도 뜬 눈으로 있는 건 지루할 터인데... 연이에게 같이 잘 수 있는 인형 친구가 생기면 좋을 텐데요...
아, 음, 아회요? 잠이 영 오지 않는다면 바깥으로 나가서 정처없이 떠돈답니다. 아마 한동안 호수만 바라보다가 돌아오면 아침일 것 같네요. 최근에는 땅신령이 자다 깰까봐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나 봐요...😗
>>422 >>어디선가 본적 있는 2분만에 꿀잠자는 수면법<<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 열심히 수면법 따라하다 오히려 생각 많아져서 못 잘것 같은 느낌이에요... 새벽 산책을 즐기는구나, 응. 확실히 그게 좋긴 하겠죠!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정처없이 걷다가~ 돌아오면 쿨쿨 잠들 수 있으니까요...(끄덕)
>>425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해파리다.. 나는 해파리다.. 이러면서 어깨에 힘 빼는건 성공할건데 막 순서 꼬이고 어? 이게 아닌가? 하면서 잠 다 깨버리고.. 그럼그럼 잠 안올때는 산책하면서 생각 정리하고 마음 정리하는것만큼 좋은건 없으니까~~! 아회는 잠 안오면 호수 보면서 물멍 때리는구나 분위기 대박미칠것 같은데 땅신령님 생각해서 안 나가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읽는거 완전 대박 귀여워.. 뽀짝해... ㅠㅠ
내 주의를 끄는 그대 당최 누구인가? 그는 역으로 떠보기 위해 일부러 타인으로 착각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어지간히 돌아버린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그 사람이요 흉내를 낼 리가 없을 테니까.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을 때, 평온한 미소가 깨지지 않도록 일순 포갠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돋아난 핏줄을 뒤로 손가락 마디가 움찔 떨리며 새하얘진다. 아, 하필이면. 둘 중 하나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당신이다.
"아, 형님이셨군요. 그간, 무탈, 하셨는지요."
후배냐는 질문에는 이제야 당신이 누구인 줄 알았다는 듯 자연스레 흘려 넘기려 든다. 무릎 위로 손을 포개며 떨림을 억누르기 위하 무진 집중했다. 떨어서는 안 된다. 태연하게 굴어야만 했다. 일부러 함정을 파지 않았던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대화를 유도했는데, 여기서 꼬리를 말아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늘은 무슨 배짱인지, 아니면 천운이 도왔는지 울음이 나올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가주님께서 여럿 신경을 써주시는 터라, 이전만큼 자주 앓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아버지라 불러본 적이 없었다. 아니, 가문 내부에서도 아버지보다는 가주님이라 더 자주 불렀지. 여전히 그 명칭을 이어가며 덜덜 떨던 손에 마지막으로 힘준다. 뚝, 손가락 관절 옅게 꺾이는 소리를 뒤로 아회 고이 포갠 손 다시 테이블 위로 올려두며 머뭇거리다, 입 벌린다.
"형님을 부정해야 무에 쓰겠는지, 이 어리석은 아우가 늦게 깨달았을 뿐이렵니다."
여전히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떨리는 손을 말아 쥐자 그나마 떨림이 가신다. 형님, 신 아회는 잊을 수 없습니다, 형님께서 그때 제게 행했던……. 감정이 요동친다. 심장이 거세게 방망이질 친다. 모두 꾹 눌러 담는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오늘은 울거나 혼절하지 않을 기회가 왔다. 사랑스러운 아우를 바란다면 어울려주는 수밖에 없다. 다만 그때처럼 비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거울을 깨며 몇 번이고 다짐했지 않은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예. 여전히 좋아합니다."
가족임을 잊어버리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종이를 슬쩍 옆으로 밀어내며, 아회 덤덤히도 읊조렸다. 다시금 다행을 거듭한다. 말을 더듬지 않다니, 참 다행이지.
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호랑이 가면을 쓴 이를 건너다보며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이 카페에 처음 들렸을 때 보았던 사람. 어깨에 얹고 있던 징그러운 뱀은 오늘은 없는 걸까. 기이한 문신을 가지고 있던 당신의 동료도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의도로 말을 걸어오는 것일까. 주변을 살피던 연은 이어지는 상대의 말에 혼란스러워한다. 의문스럽다는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다, 이어지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수상해 보였지만 케이크와 음료를 선물로 두고 갔으니 나빠보이진 않던 이. 학당을 졸업한 선배라, 후배일 자신에게 관심이 가는 것일지도 모르니. 고민하던 연은 어깨를 으쓱이나 잘 모르는 사람과 오래 대화를 섞고 싶지는 않았기에 경고하듯 말한다.
종종 그런 날 있지 않나. 평소 잘 먹던 것도 못 먹겠고. 잘 하던 것도 영 손에 안 잡히고. 만사가 밍숭맹숭한 날.
제게는 오늘이 딱 그랬다. 아침부터 영- 상태가 좋질 않더라니. 저녁엔 방에 돌아와 옷 갈아입고 잠깐 눕자마자 까무룩 잠들었다. 잠결에 딱딱 대는 소리 들린 것 같으나 묘하게 둔감해진 귀가 적절히 소리를 걸러내어 한 숨 푹 자고 말았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창 밖은 깜깜 복도는 조용.
참 좋은 새벽이다. 그래. 시간을 제대로 조졌군.
"흐아-함."
어쨌거나 잠은 깼으니 일어나기로 했다. 비실비실 일어나서 세수 한 번 하니 새삼 배가 고파졌다. 아니. 술이 고파졌다. 원래라면 저녁에 나가 얼근하게 마시고 한 병 들고 와서 이 시간 쯤 마셨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못 했으니 당연히 마실 술도 없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다른 기숙사라면 모를까 적룡에는 술 나올 곳이 한 곳 있었으니까. 히히- 혼자 실없이 웃으면서 실내용 얇은 원피스 위에 적룡 두루마기만 슥 걸쳤다. 머리는 묶었지만 안경도 귀걸이도 벗어둔 채 곰방대도 없이 역린만 챙겨 들었다. 검의 늑대 조각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또 쫓아올 테니 같이 가자. 아이고. 팔자에도 없는 애완검을 들였어. 내가."
킬킬킬... 혼잣말에 또 웃고 방을 나선다.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지 복도는 물론 기숙사 전체가 적막하다. 잘 시간이 다 이렇지. 빈 복도를 홀로 걸으니 꼭 귀신이라도 된 것 같다만. 오늘은 누구 놀리러 갈 생각도 안 든다. 계속 설렁설렁 걸어서 한 방으로 향했다. 적룡 기숙사에서 유일하게 술이 있는 곳. 물론 순순히 얻어마실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일단 시도나 해보자.
걷고 걸은 끝에 하 사감의 방 앞에 멈춰서 제법 얌전하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두드리고 딱 3초 기다린 다음에 문 손잡이 잡아 잠겨있지 않았다면 열어재끼려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가문의 치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윤하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에 불과했다. 어차피 금방 없어져버릴 가문에 명예란게 필요한지도 의문이었고 만일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산산조각 내버릴 뿐이었다. 그의 이름 가장 첫자 또한 그에겐 그저 증오의 대상일뿐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말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한번에 다 털어버렸으니 가현 입장의 반응도 이해가 갔다.
가현의 말에 그는 묵묵히 자신의 밀크티만 홀짝일뿐이었다. 이해와 포용은 공존할 수 없다, 라는 그녀의 말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있는 것이었다. 윤하는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해할 수 있다가 더욱 정확한 말일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당사자의 입장에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가문이 몰락해버렸으니 남은 자들 입장에선 자신이 더욱 두려웠을테니 말이다.
" 그래, 네 말대로 내가 이해할 필요는 없겠지. 가끔은 두려웠거든. 시간이 점점 지나서 이 감정이 희석되고 이성이 좀 더 자리를 잡았을때 내가 이 사람들을 용서할까봐 말이야. "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는 가끔 착잡한 심정에 빠질때가 있었다. 특히나 가문에는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도 조금은 남아있었기에 아이들의 얼굴을 볼때마다 자신이 하는 짓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그럴때마다 자신이 저렇게 어릴때 당했던 짓들을 곱씹으며 버텨냈지만 나약해지는 자신을 볼때마다 몰려오는 자괴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일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 네 말을 들으니 그럴 필요는 없겠네.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 "
다시금 아이스크림으로 스푼을 가져간 그는 스푼에 반쯤 차도록 아이스크림을 퍼서 입안에 넣고선 단맛을 음미했다. 깔끔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고 그 시원함이 머리를 자극해 복잡해지던 생각을 조금은 풀어둘 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는 잠깐 멈췄던 말을 이었다.
" 내가 나약해질 것 같으면 꼭 다시 말해줬으면 좋겠어. "
물론 그럴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법이니까. 그렇게 다시 빨대로 밀크티를 크게 한번 쪽 빨아들이니 가현의 질문이 들려왔다. 그는 빨대를 입에 문채 고개를 끄덕이고선 웃으며 덧붙였다.
" 나까지 스무명. "
해맑은 웃음. 천진난만함이라고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웃음 속에는 자신의 몸을 흐르는 피조차 용서하지 못한다는 감정 또한 느껴졌다. 아예 자신의 가문이 존재했던 흔적을 없애버리려는 그는 자신마저 그 흔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슬픈 목소리에 눈썹의 각도가 느슨하게 꺾여 여덟 팔 자를 그린다. 한때는 이 목소리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갖은 재롱을 부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위로하곤 했는데, 이제는 어조에서 거짓임을 너무나도 쉽게 알게 되는구나. 입안이 써야 하는데 어째서 오늘은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니, 아무런 상념에도 잠기지 말자.
"그분께서 형님께 말씀은 전해드렸답니까? 형님을 언급하시길래 말을 전해달라 하였는데."
나긋한 목소리로 되묻고는, 시선을 마주하듯이 고개를 들어 당신을 쳐다봤다. 감긴 눈이라고 한들 당신을 볼 수 있다는 듯. 방금 전에 했던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 내가 말을 전해달라 했는데 그 사람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정도의 존재인가, 아니라면 할 일이 있지 않은가, 만일 말을 전했다 쳐도 내게 할 말이 있지 않은가.
"외람된 말씀이오나 아버지이지 않습니까. 그 자체로도…."
값어치가 있다고 말하기엔, 아무래도 가족에게 값어치를 따지는 것은 어렵다는 듯 말을 천천히 줄인다. "존경스러운 분이지요." 손의 떨림이 멈추면 몸이 떨릴까 걱정이 되었건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는 모양이다.
''어찌 이 아우가 어리석지 아니하겠습니까. 10년 전 일찍이 졸업하신 형님에 비견하면 영민하다 하기엔 모자라지요."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왜 당연하게 내 입맛을 기억하고 있는 거지? 무슨 낯으로 그런 얘기를 꺼내지? 한 짓이 있잖아. 그때 당신도, 나도 죄를 씻을 수 있었을 텐데, 나를 그런 꼴로 만들고 결국엔 혼자 지긋지긋한 북부를 떠나서─
"아, 참으로……."
기쁩니다.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마치 어린 시절의 한때처럼 해사하게 미소 지었다.
"마침 이곳은 석류와 로젤 열매로 만든 차가 그리도 맛이 있다 히덥니다. 향도 뛰어나고, 맛도 일품이라지요."
천천히 아회 자리에서 일어서 허리 앞으로 숙인다. 어찌 형님을 일어서게 할 수 있겠습니까? 못난 아우가 가까이 다가가는 수밖에 없지요. 그때처럼 다가가면 되는 겝니다, 암. 피하지만 않는다면 천천히 손 뻗어 양 뺨 부여잡으려 하더니, 고개 살짝 당기듯 하려 했을 것이다. 친근한 사이라는 듯.
"뜨겁게 마시거니와 색도 마침 붉은색입니다, 형님. 좋아하시잖아요? 붉은색."
정원이 아주 새빨갛던데 싫어할 리가 없지요……. 아회 감겼던 눈 뜨인다. 당신과 눈 온전히 마주하려 하며 서서히 호선 긋는다.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어찌나 좋은지 학당에 입학했더니 장인들이 선추도 홍옥으로 깎아주지 무업니까. 아우가 좋아하는 겁니다, 형님. 그러니 이 정도 무례는 봐주실 것이지요, 응?"
동생이잖아요. 호선 그은 눈 뒤로 나지막이 속삭인다. 둘째 부인 닮아서 어여쁜 것 빼곤 아무것도 없는 동생.
나즈막한 발소리 대신하듯 검 울어대는 소리 났다. 그런 검 달래듯 품에 안고 쓰다듬었다. 안 돼. 지금은 밥 없어.
하 사감의 방 앞. 문 두드리고 열려던 손 무색하게 안쪽에서 벌컥 열렸다. 열리자마자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의 하 사감- 보다 펄럭이는 하얀 가운 먼저 보인다. 거기까지면 놀라지 않았을 것인데. 대뜸 나온 말이 화 내는 목소리 아니라 어벙해졌다. 눈 크게 뜨고 입 벌어진 채 하 사감 빤히 보고 있으니 들어오란 듯 옆으로 비켜선다. 그것 보고 뭐랄까 홀린 것 마냥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고서야 퍼뜩 정신 차려 별 희안한 것 보는 눈으로 하 사감 돌아보았다.
"이 시간에 싸돌아댕긴다고 화도 안 내고 왜 그러시오? 징그럽게."
이제 보니 하 사감 얼굴 좀 벌겋다. 술 마셨다고 저런 거 같진 않은데. 온화 자연스레 품에 안은 검 보았다. 이것 돌려주러 온 줄 알고 들떴나? 진짜인가? 묻는 말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돌려주긴. 어림도 없지. 한 팔로 역린 더 꼭 안고 한 손 들어 하 사감이 든 와인병 가리켰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얘는 어딜 가든 쫓아오니까 데려온 것 뿐이오. 거 술 좀 나눠주소! 저녁에 자느라 못 나갔단 말이네."
알콜 부족인지 다른 이유인지. 묘하게 투덜대는 말투로 말을 하곤 늦게서야 방 안을 둘러본다. 천천히 빙 둘러보는 것이 뭐가 있나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앉을 곳 찾는 거 같기도 한데. 술 얻어내는게 먼저인지 둘러본 끝에 와인병 보고 하 사람 얼굴 본다. 그것 빨리 내놓으라는 듯.
"변할 리 없는걸? 강하게 자리잡은 신념은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지는 법이며.. 타오르는 증오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꺼지지 않으니까. 두려워할건 없다고 생각해."
첫 번째 대목에서는 자신의 상황을. 두 번째 대목에서는 하 사감님에게 들은 MA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이야기한다. 제아무리 자신의 이성이 자리잡게 되더라도 그 이성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점차 세를 불리는 것이 신념이며 제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씻겨나가지 않을 인간들의 업보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었으니. 시간이 흘러 희석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자신의 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급하게 해치우려 할 필요 없어. 뭐든 느긋하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어가봐~ 서두르다간 분명 중요한 것 한두개를 놓치고 그때 가서 후회하게 될걸?"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느낀것 중 하나는 빠르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빠르고 정확하기까지 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두가지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일에 있어서 급하게. 아마추어처럼 나서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공들여가며 가장 완벽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찾는것이 더 옳을 것이다. 이 남학생의 복수에 있어서도 크게 다를건 없다고 느꼈다. 진정으로 그들을 용서할 수 없고 씻겨나가지 않을 원한을 품고 있다면 사람은 더욱 치밀해져야만 한다. 계산적으로. 그리고 이익을 따져가면서.
몽블랑을 한입 더 먹으려던 가현은- 그 말에 포크를 놓고 형용할수 없는 미소를 머금으며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자. 이게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말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저 의도가 뭘까. 잡아달라고? 아니면 응원하라고? 자신은 끝내 저 남학생의 죽음으로 향하게 될 불순한 계획을 애원하며 막을 만큼 오지랖 넓고 선한 사람은 아니나, 그렇다고 제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길을 향하겠다고 이러고 있는걸 그냥 봐주고 있을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게 내가 벽을 때리는 꼴이 보고 싶은걸까? 그렇다면 기꺼이 보여줘야지. 다시금 가현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금방이라도 벽을 향할 기세를 내뿜다가- 이윽고 멈춘다. 아까 우동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깍지를 끼고 가현은 히죽 웃는다.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대화를 끊어버릴 순 없지. 슬슬 재밌어지려고 하니까.
".... 아하하~ 참 곤란한 난제를 던져주는구나,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면서 잘도 그 인원에 널 포함시키고 있네?"
비뚜름한 시선이 눈 앞의 남학생을 향한다. 하여튼 이래서 미친다니까. 그냥 좋게 좋게 예뻐해달라고 하면- 어디 덧나기라도 하는걸까. 그렇게만 이야기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골머리를 썩혀가면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과거부터 그런 것이었다고는 하지만, 포용심이 정점에 달한 이 시점에서 저런 이야기까지 들어버렸으니 여간 환장하는게 아니지 싶다. 우동집에서도 이야기를 시작할 적 그렇게 강조했건만 뭐가 아직 성에 안 차는걸까.
"내가 널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응? 붙잡을까, 아니면 방관할까, 그것도 싫다면 저학년때처럼 그만 하라고 벽을 때려버릴까. 이도저도 다 아니라면..."
영원히. 내 곁을 평생 떠나가지 못하도록 네 발목 묶어 우리 집 한켠에 고이 모셔둘까. 비틀린 미소가 입술을 타고 오른다. 자신의 집착을 그렇게나 갈망하고 있다면. 끝내 제 속 긁어가면서, 우동집에서 그렇게 어필했던것조차 끝내 몰라주고 자신을 무시한 채 마음대로 군다면. 네가 이야기한대로 나도 조금 내 마음대로 굴어도 괜찮잖아?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의 애정을 무시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저를 위해주는 모습이 비쳐지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자신 역시 별달리 할 수 있는게 없었지만. 제 사람을 향한 애정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것의 반대급부로, 관심이 식어버린다면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었다.
"자꾸 그렇게 재미 없게 군다면- 나도 그냥은 안 넘어가."
허나 지금은 그것과는 별개였기에, 끝내 뒤틀린 애정을 가리지 못한 채 여실없이 드러내며 가현은 웃었다. 집착의 끝을 보여줘야 그 갈증 해소할 수 있겠니. 그리 덧붙이고 나서야 포크를 들어 몽블랑을 한 입 먹을수 있었다.
무엇을 제대로 말하나 싶었더니만, 순수한 선의였다라! 손가락이 일정한 박자로 파도치듯 움직인다. 토도도독, 한 번 더 물 흐르듯 부드러우나 단단한 소리를 내고 나서야 그는 생각을 끝마칠 수 있었다.
"……아무 짓도 하지 말라 명하셨다 들었습니다."
사람을 선택하게끔, 본성을 드러내게끔 해서 가장 유용할 사람을 곁에 두게 한다라. 지극히 당신 다운 생각이고, 당신이 베푸는 선의이자 애정이겠지. 우스웠다. 나의 형님께서는 여전히 높은 곳, 제 앉아있는 곳을 기준으로 삼으니 진창 밑에서 구르던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고하신 행동을 보여주시는구나. 그것이 내게 있어 기만인 줄을 모르고. 아니, 몰라야지. 알고도 그랬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뺨을 할퀴고 물어뜯다 죽임 당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니.
"기실 그 부분에서 섭섭했습니다. 제 나이도 곧 약관이거니와, 아무 짓도 안 하는 것은……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형님을 만나기 전까지 무엇이라 불리었는지."
저는 여기에서도 유령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갖은 수모와 풍파로 인해 감정이라곤 잿더미가 되어버린 목소리로 덤덤히 읊조린다. 하고 싶었던 말을 눌러 담으며 다른 말을 꺼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제 곁엔 아무도 없었으면 했는데 왜 기껏 채워둔 물 잔을 엎지르십니까?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 드러내서는 안 될 것이 있고, 드러내야 할 것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드러낼 것이 다른 방향으로 있지 않은가.
잘 새겨들었다. 그래, 새겨듣기만 했다. 타인이 돌발행동을 할 줄은 몰랐던 당신이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당신이 방금 전까지 누구의 동생이겠느냐 얘기하던 존재가, 새겨들을 것만 같던 존재가 대담히도 이런 사달 벌이니 어떤 생각을 할까. 역겹다? 죽여버리고 싶다? 쓸모가 없다? 이런 것이 내 동생이라니, 짜증이 날 지경이다?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형님께서 좋아하는 것은 저 또한 좋아하는 것인데 틀릴 리가 없어야지요."
어느 쪽이든 나랑 같은 생각을 하면 좋을 텐데. 내가 가진 생각을 내어줄 테니 그 머리를 비집고 좀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도끼를 가져와 그 속을 갈라내야만 볼 수 있을까. 그래, 어릴 적에 첫 요괴를 잡은 손도끼가 남아있을 터인데, 그걸 쓰면 좋을까. 태연하게 생각하던 아회의 눈은 새파란 시선을 그대로 마주하고 있었다.
"무례를 용서하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뺨을 부여잡은 손가락 중 엄지가 더듬더듬 움직인다. 가면이 만져지자 아쉽다는 듯 해사하기 지었던 미소 애달파진다.
"다만 간만의 상봉이거늘, 아쉽습니다……."
나긋하게 부탁하는 것이 가면 한 번만 벗어달라는 것 같다. 허락하지 아니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설마 얼굴 더듬다 눈을 후벼파기라도 하겠나. 그럴 일은 없다.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대신 느릿하게 한쪽 손 떼더니 손가락 까딱인다. 품 속에서 부적 둥실 떠오르며 두 냥 정도 감싸곤 날아간다. 주문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에 시간을 쓸 여력 따윈 없다는 듯, 그리하고 나서야 "눈치가 있다면 빠르게 내오겠지요." 따위의 말을 지껄였다.
심장 절반이 어쩌구 하는 말에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은 온화 고개 작게 도리질 쳤다. 항상 혼내던가 화내던가 둘 중 하나인 사람, 아니, 사감이 사근사근하니 괴리감 엄청나다. 그래도 검 뽑아 승질 죽이게 할 일은 없어서 낫다. 지금은 귀찮거든.
"아- 그러니까 내가 죽지 않고 계속 만족 시켜 주면서 먹이도 주면 된다 이 말이구려?"
역린이 주인을 따르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역으로 나열하고 한 쪽 입꼬리 올렸다. 그깟 거 별 것 아니라는 듯. 그래. 뭐 별거냐. 쥐가 새끼치듯 늘어나는게 사람이요 사방 들끓는 것 요괴다. 제 죽지만 않으면 되는데 그것 어려워서 그렇지.
방 안 둘러보니 제 방과 다를게 없다. 어질러졌다는 점이 말이다. 소파며 의자 있는 것 보고 다시 하 사감 보자 어이 없다며 새 술병 불러낸다. 불러냈으면 얼른 주던지. 히죽이면서 재밌었다느니 말하길래 친히 코 앞까지 다가가 직접 그 술병 가져오려 했다. 그러려고 손 뻗었다가 돌연 궤도 살짝 틀어 하 사감의 팔 위에 사뿐 얹는다. 그리고 천천히 느릿하게 쓸어내리려 하며 싱긋- 웃는 얼굴로 말한다.
"어째 혼자 있어도 혼자인 것 같지 않더라니. 다 보고 있으셨소? 그런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소."
킥킥킥. 재밌다는 듯 우스워 죽겠다는 듯 실소 흘리고 하 사감의 팔에 슬그머니 제 팔 휘감으려 한다.
"같이 즐겼다면 나야 좋으나. 셈은 잘 못 된 듯 하오. 요괴는 서넛인가 베었고 인간만 여섯이었소."
그 주말 산에 풀어놓고 추격하여 잡았던 것은 모두 명실상부한 인간들이었다. 그들과 이전날 도륙했던 것 하나 더하면 여섯. 그리 말하고 하 사감 이끌어 소파로 향한다. 순순히 따라와서 소파에 앉아준다면? 건방지게도 그 무릎 위에 걸터앉아 감히 시선 똑바로 마주하려 했겠지. 한 손에 역린 늘어뜨리고. 한 팔 들어 하 사감 어깨에 두르려 하면서.
"보통 물건인 줄 알았으면 거기서 이것 갖겠다 하지도 않았을 거요. 보통 아닌 정도가 아니라 내 하나도 모를 것 분명하니. 차근히 얘기 좀 해주시구려. 무얼, 밤은 아직 한참 남았으이."
먼저 말을 꺼내주겠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 잠은 진즉 다 잤고 밤은 아직 길다. 얘기할 시간은 차고 넘쳤다. 꾸밈 없는 얼굴에 해사한 웃음 번졌다.
>>542 네...?😳 제가 온화를 많이 아낀다고 말했나요???? 겉으로 경박한 듯싶지만 사실은 속으로 살벌하고도 우아한 살기를 가진 여왕님인... 사형을 집행하는 집행인 느낌의...!!!! 온화야!!!!!!(야광봉)
하지만 정말로...
한번 적룡은 영원한 적룡 니오: 너 *발 한 번만 더 지*하면 물어 죽여버린다. .oO(나는 짱!) 온화: 에잉, 놀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을 뭘 그리 튕기실까, 김이 팍 새는구려! .oO(뭐라는 거야 역린이 밥으로 먹여버릴까) 아회: 인간이 다 그렇지 뭐... .oO(형님 머리 도끼로 갈라서 생각 좀 읽어보고 싶다)
1. 도화에 사역마라는 개념이 있었더라면 아마 늑대를 데리고 다녔을 거예요. 아니면 아무도 데리고 다니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땅신령을 데리고 더니지만요! 애칭을 지어줬는데, 무영無影이라 짓기에는 너무 뽀짝해서 '목화'라고 지어줬대요. 목화 님... 하면 삑 나타나서 귀인 님, 불렀어요? 불렀어요? 이러겠지... 부럽다...
2. 언급은 안 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은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요. 언젠가는 또 써야 하는데 귀찮음 병이 도져버린 결과여라.😔 아회에게 있어서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는 아주 의미가 깊답니다... 자라가며 그 차가운 북부에서 온정을 쏟으며 지켜준, 유일하고 온전한 아회의 편이었으니까요.
역린이는 개구진 느낌이 있죠... 말괄량이 제멋대로 천방지축! 그 점이 매력적이랍니다... 목화는 아회가 다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늘 소중하게 안고 다닐 느낌이에요...🤔 그러면서도 쉽게 놓아줄 것 같아요. 당장 자신이 졸업하고, 혹은 학당 내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가게로 돌아가라 할 정도니... 땅신령의 모티브를 보고 생각하는 건데, 오리지널로 가면 1일지 2일지 늘 궁금했어요...🤔🤔🤔🤔
참효자랍니다! 응, 어머니께 답장은... 6년 동안 단 한번도 오지 않았답니다. 네에... 일방적인 효도가 되어버렸지만 그걸로나마 만족한대요. 칼이라도 보내지 않은게 어디냐면서요...🫤
아 짤 보고 나 정신이 혼미해져버려~ 갠적으로 1번이 좋다 보송보송 최고... 소중히 여기면서도 쉽게 놓아주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돌아가라 하는 거~ 음 역시 아회는 주변에 정을 주려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아니면 깊게 주려 하지 않거나~ 그 이유도 상대를 위해서와 자신을 위해서 반반일거 같구? 목화야 열심히 삑삑해서 아회 햇살캐로 만들어줘~~(?)
답장이 오지 않아도 꾸준히 보낸거구나. 칼이 오지 않은게 어디냐니 참...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어머니가 그렇게 되고 아회는 궁기만 보면 치를 떨게 되었는지~ 분면 맵고 짜겠지만 극상의 맛일테지...! (츄릅)(???)
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앞에 앉은 당신을 바라본다. 동화책에서 얼굴을 가리고 나오던 인물들은 전부 다 악역이었다. 그러니 특별한 이유 없이 그 가면 뒤의 얼굴을 감추고 있는 이상, 어느 정도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은 당신의 추론을 듣고서 옷소매 안에서 제 부채를 테이블 위로 꺼내든다. 끈으로 팔에 묶여있을 부채에는 사파이어색 선추가 반짝이니 이로써 당신의 추론에 답이 될 것이었다. 연은 당신의 이야기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궁금하다는 목소리로 묻는다.
"말을 하려다 마는게 제일 치사한 짓인 건 아오? 다른 건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그러려니 하겠소만."
지금의 하 사감은 대놓고 화를 안 낸다 뿐이지 마냥 협조적인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평소처럼 버럭버럭 하면 어거지로 끌어내기라도 하겠건만. 역시 보통 존재는 아니라 이건가. 까딱하면 휘말릴 것 같아 제 이성의 끈을 팽팽히 당기면서도. 한편으론 휘말려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리길 바라는 자신이 있다. 프흐! 제 어리석음에 자조하여 웃었다.
"꼬드긴다니. 내깟 것이 꼬드기면 넘어올 거요? 넘어와준다면 내야 좋지. 주색잡기는 내 낙이니."
무슨 의도인지 혹은 저를 놀리려는 건지 순순히 소파에 앉은 하 사감 보았다. 그의 가운 차림 만큼이나 헐거운 차림새로 그의 무릎 타고 앉아 똑바로 응시했다. 하 사감이 비틀린 웃음 지으며 종당엔 제 목 제가 겨눌 거라 해도 눈썹 한 가닥 꿈틀이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손 내려 그가 새로이 불러낸 와인병 가져오려 하고 제 손에 병 쥐어지면 그 자리에서 열어 벌컥 들이키려 했을 것이다. 제 입가로 한 방울 고인 와인 또르륵 굴러 턱에서 목으로 길 흔적 남겨도 그대로 두고 혀로 젖은 입술 훑고서 말할 것이다.
"내 명줄 기구한 한낱 인간에 불과한데. 스스로 목에 칼 겨누는 것 무엇이 두려울까. 때가 되면 기꺼이 목 쯤은 내어주겠으나 그렇다고 곱게 내어줄 생각은 없는지라."
온화 슬그머니 기울인다 싶더니 하 사감의 위로 제 몸 겹치려 한다. 팔 만으로 그의 어깨 위 둘러 사이의 틈조차 없게 만들려 하며 나즈막히 중얼거린다.
"제 것 간수도 못 해 내 손에 떨구어놓고 말이 많소. 허니 얌전히 대답이나 해주시오. 내 쉬이 죽지 않고 미치지도 않고 영구히 당신의 심장 쥐고 있을 방법. 인간인 채 모든 걸 취하겠단 어리석은 조건은 붙이지 않을 테니. 알고 있는 걸 답해주시어요."
보잘 것 없는 제가 이리 간청하오니.
중얼거림 길어질수록 말투 사근사근해지고 눈 웃음 곱게 휜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하 사감을 똑바로 마주하고 밀어붙이는 몸에 쉽게 물러나 줄 기미는 없었다. 원하는 걸 얻어낼 때까지 들러붙을 듯이.
당신의 의중을 알 수 없는 반응에 연은 그저 난감할 뿐이다. 선추를 알아보면 연은 다시 부채를 소매 속으로 감추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당신의 말에 연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 된다. 아무리 일찍 졸업하였다 하더라도 자신이 어떤 기숙사였는지조차 기억을 하지 못한다니. 최소한 다니며 걸쳤던 두루마기의 색이 어떤 색인지, 부채의 선추는 어떤 색이었는지 기억할 것인데. 자기를 놀리기라도 하는 건지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던 연은 눈가를 잔뜩 찌푸린 채 당신에게 말한다.
사람은 쉽게 믿을 수 없다고. 연은 그 미소가 어딘지 꺼림직하다 느낀다. 최소 1년은 일찍 졸업했다는 당신의 말에 연은 당신을 위아래로 살펴보며 어디 기숙사였을지 생각해 본다. 청룡은 아니라고 하였고, 불타는 적룡 같지도 않은 것이라. 왜인지 흑룡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던 연은 당신의 물음에 고민에 잠긴다. 내 이야기라. 최근 들어서 있었던 소란들에 관해서는 이제는 외부자인 당신에게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선배가 다니던 때랑 크게.... 바뀌진 않았을 거야. 뭐 최근 들어서 작은 소란들이 있긴 하지만... "
아직까진 큰 일은 없으니까. 덧붙이며 말하고서 연은 가면 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지 뚫어져라 쳐다본다.
와인병 뺏긴 하 사감 혀를 차던 말던 물처럼 들이켰다. 메마른 목에 술 들어가니 그제야 좀 살 것 같기도 하다. 이 갈증만 아니라면 매 밤 깨는 일도 없을 것인데. 그리 한탄한들 일생 사라지지 않을 테지.
"희망고문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말이오. 절반이 내게 복종한들 절반이 반항하면 안 될 것 아닌가. 에잉. 못 됐긴."
저를 놀리는 것이 분명한 말에 숨김 없이 불만을 드러내며 입술에 와인병 댄다. 마셔도 갈증이 풀리는 건 잠깐이라. 병 내리자마자 마른 숨 짧게 내쉬었다. 급히 들어간 알콜에 정신이 잠깐 멍해지지만 정말 잠깐이었다. 이성 또렷한 눈으로 하 사감 보고 있으니 그가 말한다. 아니. 그가 하는 말은 그러했다. 결국 이도 저도 될 수 없음을.
"뭐요 그게. 이래도 안 돼. 저래도 안 돼. 이 무슨 X 같은 삶인지! 겨우 길 하나 찾았나 싶었거늘."
살며시 미간 찡그리며 내뱉는 말은 하 사감에게 한다기보다 혼잣말에 가까웠다. 줄곧 응시하던 눈 역시 밑을 향해 잠시나마 검게 물들었다. 하! 막혔던 숨 토하듯 내쉰 온화 비실비실 일어나려나 싶더니 에잇 하며 거진 걸치듯 제 몸 하 사감에게 기대버린다. 다소 느슨하게 기대서 제 손에 쥔 역린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것 아니면 내 살 길 보이지 않아서 그러오. 내 남은 시간 동안, 이런 물건 만들 수도, 다시 가질 일도 없을 테니."
결국 남은 시간이나마 유희 즐길 수 있음에 만족해야 하는가... 술에 잠긴 듯 음울히 중얼거리다가도 몇 모금 더 마시니 금방 평소마냥 돌아온다. 거의 빈 병 잠시 내려놓고 하 사감의 머리카락 장난 삼아 건들려 하며 떠든다.
"그나저나- 내가 다음 하 사감이 되면 당신은 어찌 되는가? 그저 하 사감을 내려놓고 떠날 뿐이오? 애초에 어째서 하 사감 따위를 하고 있는 거요? 적룡에게 심장 준 것도 아닌 듯 한데."
조잘조잘. 질문세례 퍼부은 다음엔 볼 맞대고 부비려 들었을 것이다. 늘상 누군가에게 하듯이 말이다.
전우애라. 과연 그런 것이 생길까? 속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학당 내부에서 그는 적룡 기숙사에 속해있고, 냉랭함을 넘어 초연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누군가 선 안에 들이는 걸 밀어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들어왔다고 내쫓지도 않는 사람. 그 어떤 사람이라도 선에 들어왔다고 기뻐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 안의 주인을 보고 애써 얻은 기회가 사실 수포였음을 깨닫는다. 때문에 타인도 선 안에서 잠깐 쉬어가기만 하지 오래 머무르지 않는 사람. 그는 그 정도로 타인에게 무신경한 존재였다. 인간은 다 그렇지 뭐, 로 넘겨버리는, 자신에게 전우애라. 당신은 효율적인 문제라고 했다.
"지당하신 말씀이기도 하지."
형님이니까. 때문에 고분고분 고개만 끄덕이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조금 더 생각하니,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를 알 것만 같다. 서로 닮았지만 받아들이는 시선이 다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시선이 정설이라 믿고 있다.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거니, 그리 믿는단 뜻이겠지.
"형님도 참, 그 정도로 연약하지는 아니합니다. 고작 손가락 움직이는 것일 뿐인걸요."
나긋하게 얘기하지만, 어조는 여전히 잿더미 같다. 과거의 한순간마다 죄다 끔찍하게 불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못한 잿더미, 외로이 남겨진 불씨, 잠깐의 정적. 굳어버렸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당신은 어째서 내 말에 굳고 사과하는가. 어째서 매달리듯이 그리 성심성의껏 치워주겠다 단언하는가. 미안해요, 라. 단어를 곱씹는다. 그 말을 그때 들었으면 지금 이 운명이 좀 달라졌을까. 달라지지 않았겠지. 사과가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하며, 천천히 미소를 그려냈다.
"아무렴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굳이 형님의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아우는 걱정이 됩니다. 지금도 굳이 형님 더럽힐 필요는 없으니까요……."
가면을 벗자 뺨을 더듬던 손이 느릿하게 얼굴을 훑어본다. 당신은 그 오랜 세월 동안 흠 없이 여전하구나. 어디 흉이 진 곳도 없고, 그 흠결 없는 공포로 이름을 떨쳤겠구나. 날 두고 그 오랜 시간 동안. 고이 뜨인 두 눈동자에 새파란 시선이 담긴다. 여전히 당신의 눈은 광채로 가득하다. 얼굴을 느릿하게 더듬던 손길이 감질나게 떨어진다. 붙잡을 것이면 붙잡아 보시던가, 그런 느낌으로.
"예, 새겨듣겠습니다. 사냥도, 찾는 것도 모두 좋아하는 것이니 기대가 됩니다…."
무엇일까, 공들여 찾은 것이 내게 어떤 쓸모가 있을까. 무엇을 잡아낼까. 느릿하게 미소 짓던 얼굴은 소중한 듯 제 눈가를 손으로 쓸 적, 애달프게 변모한다. 마치 그때의 과거를 떠올리듯. 아직 당신에게 있어 내가 동생이구나 증명받아 기쁘다는 듯. 아, 형님.
"저 또한 자주 나올 터이니, 형님을 마주할 날만을 고대하여도 되는 것이겠지요……?"
그쪽. 내게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구나. 애정 따위는 그때 집어치웠을 거라 생각했는데 당신은 아직 미련이 있어. 어리석은 건지, 머리가 좋은 건지. 내게 써먹을 수 있는 패를 보여주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당신도 나와 같은 피 물려받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나는 이 패를 어떻게 써먹고 무엇을 내어줘야 할까. 당신은 나와 달리 산전수전 모두 겪고도 살아남은 4명의 도사 중 하나다. 그런 당신을 상대하려면 어떤 말을 버리고 전진하여야 체크메이트로 승리를 따낼 수 있을까……. 느릿하게 눈가 쓸어주는 손길에 느른한 미소와 함께 볼을 비비며 생각했다. 아, 이래서 체스가 싫다.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니까.
"부끄럽지만 새로 사귄 벗이 있어, 서신을 쓰고 있었지요. 형님께서는 어찌 이곳에 오시었는지…."
그는 일말의 대꾸도 없이 조용히 가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가현이라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도 조금씩 결심이 흔들리고 있는 그가 그녀만큼의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의 증오는 충분히 크다고 생각하지만 남과 비교를 할 수가 없기에 그것이 정말로 큰 것일까, 하는 의문도 생겨났다. 그래도 서두르지 말라는 그녀의 말에는 충분히 동의했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선 다른 얘기를 꺼내려는데, 가현의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저 웃음. 윤하는 예상했다는듯이 조금은 멋쩍게 웃어버린다.
" 손 아프다니까. "
금방이라도 벽을 칠 것 같은 기세였는데 그녀의 손은 벽으로 향하는 대신 깍지를 끼운채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가현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윤하가 아니었고 그런 사람 앞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하고 어떤 얘기를 하지 말아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그런 얘기를 꺼냈다는 것은 몰랐다, 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 일부러라는 얘기다.
" 네 그 애정이 날 여기까지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
학당에 들어오고서 처음으로 마음이 맞았던 친구였고 그때서야 이것이 애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비록 남들에겐 뒤틀리고 잘못된 것일지라도 윤하에겐 처음부터 틀리지 않았던 것이고 지금에 와서 그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자신의 태도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허나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 종종 불안해지는 것도 있었다. 지금에서야 보여주지 알아도 알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피부로 오롯이 느껴보고 싶을때가 있었다.
" 하지만 이 몸 속에 흐르는 피는 내가 증오하는 것들과 다를 바가 없어, 가현아. "
아무리 그들을 증오하며 보기만 해도 치를 떤다지만 결국 그들과 자신은 같은 핏줄로 이어진 혈연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남이 보면 머리도 눈도 색이 다르니 같은 가문으로 보지는 않겠지만 그 자신이 그런 혐오스러움을 견디지 못할지도 몰랐다. 언젠가 모두가 사라지고 단 한명만이 남는 날에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그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 그래도 간만에 느꼈으니 만족스럽네. 오늘은 유독 목이 말랐던터라. "
그럼에도 그의 손에 든 음료는 쉬이 줄지 않고 있었으니 그 갈증은 일반적인 그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분위기가 이 이상 흘러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윤하는 작게 웃으며 그녀에게만 들리게 살짝 운을 띄웠다.
" 우리 가문엔 가계 도술이 있어. 직계만 사용할 수 있는. "
궁금하지 않아? 대외적으론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만 가현이라면 알고 있을 수도 있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꽤 대단한 이야기에 가현은 미소를 더욱 깊게 머금는다. 내가 애정을 주는 건, 마음대로 죽어버리라며 허락하는 뜻으로 주는 애정이 아닌데. 남학생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이마 위로 한숨을 불어넣는다. 이 미워할 수 없는 당돌한 아이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역시 같은 흑룡이라서 그런가. 아무리 애정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마냥 다시 빠져나와 결코 채워지지 않을 갈증만을 느낀다면- 기꺼이 채워줄 뿐이지만.
"그럼 어떻게 할까~ 그 피만 따로 쭉 뽑아내서, 내 피로 채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그 피가 싫어서 끝내 죽음을 택할 것이라면, 기꺼이 해줄 수 있는데.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원한다면 행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사람이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더라면 자신은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한것도 몸소 행할수 있을지도 모르지. 끝까지 죽음을 원한다면 차라리 제 손으로 그 끝을 장식시켜주는 것이 옳았다. 제가 손쓸 새 없이 무의미하게 떠나보내는 것은 한번의 경험으로 족하다. 선악의 개념은 가현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오래 전 인간성과 함께 그 개념마저도 모호해진 것이 자신이었다.
"네가 만족한다면 나도 만족이야. 그래도 다음에는 좀 더 평범하게 내 사랑을 갈망해줬으면 좋겠어~ 걱정 한가득 시켜가면서 갈망하지 말구. 내가 충분히 예뻐해줄수 있는데 자꾸 그러면 나도 포용과 본성 사이에서 씨름하느라 애먹거든?"
가현은 끝내 그것이 불만이었는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허락이 없는 이상 제 사람은 절대 자신을 떠나가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논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한번 겨뤄보자며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었으며 평온한 이성을 뒤흔들어두는 일과 같았으니. 허나 처음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기에, 금새 표정을 풀고 방싯 웃을 수 있었다.
이윽고 눈을 몇 차례 깜빡거린다. 자신에게 이렇게 많은 걸 알려주려고 마음먹은 그 이유가 너무나도 의문이었다. 물론 자신이야 훗날 제 가족들에게 이야기할 거리가 더욱 늘어나게 될 일이니 환영이기야 했다. 가계 도술. 남들은 거의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자신의 가문에는 공통적인 금술을 제외하면 이렇다고 할 가계 도술이 없었으니 흥미가 동하기도 했다. 일부러 작게 말한 것을 보아 자신도 조금 비밀스럽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는지 가현은 의자를 좀 더 바짝 끌어다가 앉았다.
"물론. 그런 내용이라면, 몇번을 더 들려줘도 좋아."
좀 더 다정하게 보이도록.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히고 애매모호한 답을 전하며 미소지었다. 그 속내마저 온전한 다정함을 품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당신이라면 얼추 알고 있겠지.
류온화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서툰_일은 뭔가 만드는 일~ 요리도 그렇고 간단한 공작도 하고 싶지 않아 할 정도~ 손재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서툴러서 싫대~
자캐가_소유욕을_표현하는_방식은 스킨십! 아무한테나 남발하는 거 같지만 은근히 차이가 있다~ 근데 오너도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음~ 아무튼 스킨십임~
자캐의_멘탈_회복에_걸리는_시간은 한 순간? 사건사고 겪은 그 시점 지나면 얼추 나아진다~ 그런거에 시달리는 시간이 아깝대~ 그런데 무너질 멘탈이 있는지부터 묻는게 먼저일 걸?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류온화: 144 생일 선물로 받고싶은 것은? 술. (진지) 존나 비싸고 귀하고 독한 술! (진지22) 는 반은 농담이고 ㅋㅋㅋㅋ 음~ 옷? 두루마기나 걸치는 거~ 그런 거~ 옷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옷은 가져갈 수 있으니까. 145 화가 날 때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요, 속으로 삭히는 편인가요? 화의 종류에 따라 좀 다른데 뭐 대부분은 겉으로 드러내버리지~? 드러내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주먹부터 나가는 정도가 있고 일단 한박자 참아주는 정도도 있고~
336 캐릭터가 생각하는 것은 과거or현재or미래 현재. 오직 현재. 과거는 돌아본들 이미 다 지나버린 것이니 의미가 없고 미래는... 하등 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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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애를 죽였어! 그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1) 류온화: 미안허이. 내 주변 살핀다고 살폈으나 그리 되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았나. 그 판에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명은 건졌을 것을.
2) 류온화: 무슨 잘못을 하였냐고? 정녕 몰라서 묻는 게요? 그 이가 무얼 했나! 죄를 지었지 않소! 그런 죄를 짓고도 벌 받지 아니 할 거라 여겼소? 착각도 유분수지. 죄를 지어놓고. 잘못을 하여 놓고... 어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 해! 어떻게!
네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했다면?" 류온화: (곰방대 물고 한 모금 깊게 피운다) ...그래.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게요? 슬프다? 아쉽다? 아프다? 힘들다? 오히려 당연할 것을 묻는 이유가 궁금하구려. 그것이 왜 궁금하오? 대답을 들어 나를 어찌 모욕하려고? 먼저 답해준다면 나도 할 말 한 마디쯤은 나올 지도 모르지.
"내가 널 연기하려면 뭘 따라하는 게 제일 중요할까?" 류온화: 내 진지하게 충고하건데. 하지 마시오. 누가 네 목을 잡고 협박하더라도 차라리 죽으시오. 그리 하는 것이 낫소. 어느 모로 보나.
?) 류온화: 하지 말라는 말이 사람의 말로 들리지 않았나. 혹은 그 머리 사람 것이 아니라 알아듣지 못 하였나? 아. 듣지 못 하였다고? 허면 이리 와 보시게. 내 친히 그 귀 열어 절대 잊지 못 하도록 뼈에 새겨줄 터이니.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18 자캐가_10년_전으로_간다면_가장_만나보고_싶어할_사람 어린 자신! 10년 전이면 8살인데 이 때가 가장 예쁠 때였으니까~ 그 시절의 나 자신 보러간다~ 자기애 쩔어~ 실은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 185 자캐는_손재주가_좋은가 좋...지는 않지...? 그냥 어찌저찌 보통 정도인 것~ 근데 만든 것 상태가 영 안 좋아서 결과적으로 보통 이하~
159 자캐는_고마워_라는_말을_얼마나_자주_하는가 해야 할 상황이면 하는데 고마워 할 상황보다 미안해 할 상황을 더 많이 유발하는... ㅋㅋㅋㅋㅋ 얼마나 자주 보다는 해야 할 땐 한다 정도~
>>663 아늬 야식이랑 같이 먹을 미식을 준비해주시다니 아이고 아이고 사장님 여기 맛집 장사 잘될거예요 ^Q^ 긁는 맛까지 신경써준데다가 진단이 무려 4개라니 여기가 바로 미슐랭 5스타급 맛집이라며.. 오늘의 기력 탕진해서라도 맛봐주는게 미식헌터 아니겠어~~ 존나 비싸고 귀하고 독한 술? 오케이. 임가현, 지금 당장 데낄라 레이 925 준비해.(술알못 특:검색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킨십이 소유욕 표현 방식이라니 이렇게 바람직한 설정이 어디 있겠냐며.. 약간의 차이를 알것 같기도 하고? 다 공평한것 같기도 하고 🤔 멘탈은.. 스포처럼 사실 그래서 유독 회복이 빨라보이거나 애초에 데미지조차 없었지 않을까 하는 적폐가 있음..!
드러내는 중에도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게 진짜 참맛이고 현재만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는것도 아주 바람직해 ^q^ 대사는 진짜 하나하나가 전부 맛집인데 죄에 대해서 유독 민감한 부분이 굉~~장히 뭔가 있다고 알리고있단 말이지 저기 연기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도 그렇고? 뭘까 이 이상 추측하기에는 아직 정보가 더 필요한데 이제 가문이랑 연관짓는것 외에 다른 루트로 추측해봐야겠다 ^-^.. 시스템 가동. 준비 완료. 비설의 끝이 도래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애 충만한것도 좋지만요 그 숨어있는게... 사실 이 부분은 어느정도 눈치챘던게 저번에 MA님 알현했을때의 반응 떠올려보면 그럴것 같기는 했지! 미안해할 상황 유발한다고? 놉. 그런것 없다. 뭐든 다 쌉.어.블. 이기 때문에 ^Q^ 하 오늘도 평일미식 완식 끝~~
>>664 딩동댕 정답~~ 하지만 막 시키기에는 슬슬 지갑이 얇아지고 있어서(오열) 편의점에서 빵 하나 사왔어.. 이거라도 맛나게 먹어야지 ^-ㅠ
휴게실 벽난로에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며 뜨거운 불길이 밖으로 넘실 거린다. 벽난로를 기점으로 휴게실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그리고 그런 벽난로 바로 앞에 앉은 연은 자신의 두루마기를 담요 삼아, 고개까지 떨궈가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작은 불장난이 하고 싶어져 부지깽이로 벽난로를 뒤집어 본다는 것이, 그 열기에 몸이 부드럽게 녹아든 탓이었다. 저렇게 불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나면 온몸이 쑤실 텐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잠으로 빠져들고 있으니, 앞으로 자꾸 몸이 무너지고 있어 그 모습이 불안하게도 보이는 것이었다.
피를 다 빼버리고 자신의 피로 채워준다니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경악할 얘기를 태연하게 하는 가현을 보면서 윤하는 좋다며 손뼉까지 쳐가며 맞장구를 친다. 대화내용만 안들으면 지극히 평범한 분위기인데 어째 내용이 합쳐지면 평범한 분위기는 없어지고 기괴함만 남아버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윤하는 그렇게 될수만 있다면 자기가 죽더라도 상관 없었다. 애초에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도 자신의 피를 이어준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죄스러웠기 때문이었다.
" 평범한건 자극이 덜하잖아. 너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게 누구인데. "
학당에서만 따지면 자신보다 가현과 시간을 오래 보낸 이는 존재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가현의 말에 고개는 끄덕인다. 어차피 자주 있을 일도 아니고 지금 같은 분위기는 어쩌다 가끔 일어나는 해프닝과도 비슷한 것이니까. 가현의 웃는 모습에 윤하도 마주 보고선 환한 미소를 지어준다. 다시금 잔잔해진 분위기 속에서 아이스크림만 또 한 입 먹어버린 그는 가현의 대답에 작게 답하기 시작했다.
" 구름 속에 있는 것 같다는 말처럼 우리 가문은 환술에 능통한 가문이야. 물론 가계 도술이 일반적인 환술이라는 말은 아니고. "
그는 씨익 웃으며 가현의 귀에만 들리게 더욱 톤을 낮추어 속삭이듯이 말했다.
" 그 환술에 갇히게 되면 ... 자기 자신을 학대하게 돼. 자신의 몸에 온갖 것이 다 보이게 되거든. 환술이라는걸 알아채고 부정하려해도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띄기도 하고. 저주에 더 가깝다고 해야할까. "
말해놓으니까 별거 없네. 라고 덧붙이며 윤하는 평범하게 몽블랑을 작게 잘라 입에 넣었다. 사실상 환술에 특화된 가문이고 그 중에서 가계 도술로 내려오는건 저주라고 보는게 좀 더 타당했다. 그래도 직계에게만 전해내려오는만큼 꽤나 중요한 것은 확실해보였다.
" 이 모든걸 너한테 오픈하는 이유는 ... 그냥 변덕이야. 최근에 저주에도 걸려보고 하니까 이러다간 언제 죽을지 모르겠더란 말이지. 근데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으니 ... 너라도 알아줬으면해서. "
딱히 비밀은 아니니까 막 얘기해도 괜찮아. 윤하는 웃으며 덧붙였다. 어차피 가현은 아무에게나 얘기하지 않을테고 자신이 필요하다 생각할테만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러 가까워진 가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그는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막 남발하는 스킨십이라도 상대가 아무나인지 소중한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정 최고😭 나중에 어떻게 표현될지 이게 또 궁금해지거든요 생일선물 부분 옷은 '가져갈 수 있다'고 표현한 부분 뭔가 의미심장하네요.. 분명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서 억울하다😭😭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꼭 떠올리겠어요 8살의 온화는 저도 좀 궁금하구요?? 지금도 예쁘지만 배로 예뻤을 것이 분명하다..
아 근데 손재주 서투르다는 거 두 번이나 나오니까 오히려 궁금하네요 뭔가 만들고 있는 온화 보고 싶어졌다(?
#자캐썰주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네 생김새 중 가장 특이한 점은?" 모윤하: 역시 눈이지. 양 눈의 색깔이 다르니까 말이야. 다른 곳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평범하게 보이는 편이지만 눈만큼은 특색 있지?
"관심을 즐기는 편? 신경 쓰지 않는 편? 피하는 편?" 모윤하: 관심은 언제나 환영이야~ 그래도 일부러 나서서 관심을 갈구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답을 좀 하라고!" 모윤하: ...? 아, 미안. 안듣고있었어.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만 하길래. 음,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내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를 하려는거겠지?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모윤하: 281 형제관계 > 내가 첫째인데 부모님은 나 어릴때 돌아가셨으니 형제 자매는 없지. (라곤 말하지만 오너 피셜로 이복 동생이 있음! 현재는 모브캐)
186 주변인의 신발끈이 풀렸을때는 어떻게하나요? > 풀렸다고 알려주는데 친한 사람이면 직접 묶어줘.
128 캐릭터의 집 냉장고에 대해 묘사해주세요 > 집 냉장고 ... 그냥 적당히 재료들이 잘 정리되어있는 모습? 근데 방에 있는 냉장고는 쿠키 재료들이 좀 더 많지.
온종일 밖을 돌아다니고 나면 자연히 피로가 찾아오고, 노곤한 몸은 쉴 곳을 찾아 헤매게 되는 법이다. 지금 제 심정이 딱 그러했으니 무거운 발걸음이 휴게실을 향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휴게실까지 남은 거리를 재어본다. 앞으로 열 걸음, 아홉 걸음, 여덟 걸음... 그러다 남은 걸음수가 없어졌을 때 맞추어 딱 기숙사 앞에 도달했다.
기숙사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를 잠시 즐기던 중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형체가 눈에 들어온다. 용케 잘도 자고 있구나 싶은 자세인지라 솔직히 내버려 두어도 곧 알아서 깰 성싶었다. 그렇게 우스운 꼴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만... 하필 아는 얼굴인지라 그냥 내버려 두기도 뭣하다.
짧은 생각을 끝낸 소녀는 연의 앞으로 걸어가 딱 눈높이가 맞을 것 같은 위치에 맞추어 자세를 수그린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살포시 연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
제 변질된 집착 앞에서도 경악하기는 커녕 임윤하가 되겠는데 하며 받아쳐주는 남학생을 보며 가현은 마냥 기쁘게 미소지었다. 그래. 안 좋은 이야기 말고, 이렇게 이쁜 모습만 보여줬으면 얼마나 좋아. 과거에 한참 티격태격 하더라도 아직까지 그 사이가 허물어지지 않은 채 돈독히 유지될수 있었던 것은 그리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저 포용심 하나로 정의내리기는 꽤 복잡한 것이었기는 하지만.
"하긴~ 평범한 모습들은 이미 예전에 다 보여주고도 남았지. 그래서. 이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거야?"
한 없이 자애롭고 평온한 표정으로, 그 끝이 헤아려지지 않을 깊은 집착심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그렇게 집착하고 갈망해준다면- 자신은 그 감정에 한껏 어울려줄 수 있었으니. 아까 전 민감해졌던 제 신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렇다면 기꺼이 드러내줄게. 네가 원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 너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피를 보며 마무리지어야만 하는 자신의 애정을, 이 남학생에게 한껏 쏟아주겠노라고 이야기하며 가현은 황홀한 듯 웃었다. 어차피 같은 흑룡이니까 전부 이해해줄 수 있겠으나- 문득 의문이 든 것도 있었다. 이 남학생이 과연 자신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을까.
"으음~ 꽤 흥미로운데. 근데, 윤하. 그러면 그게 너한테 걸려 있다는 말일까."
그게 아닐 수도 있기야 하겠으나- 지금껏 자신이 지켜봐온 이 남학생은 유독 자기 자신에게만 가혹한 면이 있었다. 학대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나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허나, 그렇다면 직계만 사용할 수 있는 그 가계도술을 누가 이 사람한테 걸었단 말인가. 또 하나의 탐구심이 새롭게 고개를 들고 드러나게 되었다. 가족 중 하나? 아니라면 자기 자신?
이윽고 가현은 다시 웃음을 터트릴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한 장소에서 이렇게나 감정이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내린적은 난생 처음이건만. 언제 죽을지 몰라서 자신에 대한 것들을 잔뜩 알려주는 사람이. 스스로의 명줄을 더욱 단축시킬지도 모를 애정을 원한다고? 이런 모순이 또 어디 있겠냐만은. 그런 애정이라도 원해준다는 것이 너무나 짜릿했다.
"그래~? 그럼 동네방네 다 소문내고 다녀야겠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아니. 영원히 나만 알 사실인데? 그 속내를 한껏 품고서, 가현은 빙긋 웃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오직 자신만 알 수 있게. 누가 의문을 품겠냐만은 만에 하나의 가능성마저 지워버리겠다는 듯 정말 태연하게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이러다가 다 빼앗길새라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입에 집어넣는다. 아직 나는 한스푼밖에 못 먹었단 말이야.
"응. 나야 환영이지. 보고싶어졌다면 기꺼이 해줄게~"
키 170의 멀대같은 애가 양갈래가 어울릴까 하는 의문은 가현에게 논외였다. 지금 이 순간을 한껏 만끽하겠다는 집착만이 남아있었다.
>>676 이왕 낮을거면 화끈하게 0이나 1 주면 재미라도 챙겨갈텐데 꼭 어중간한 값밖에는 안 준다며(오열) 그래도 다갓이 점지해준거니까 운도 그림실력도 평균보다는 아래라고 하자 ^q^ 가방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공부할땐 공부만 하는 애라.. 그리고 댕냥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개도 고양이도 아니지 않을까.. 그 어떤 동물도 뒤틀린 애정으로 사람을 바라보지는 않으니....
>>679 독백에서도 진행에서도 한결같이 써먹는 모먼트지! 그만큼 임가현 캐릭터성 짤 때 MA님이 큰 영향을 주었고.. 자기 사람들 앞에서? 그냥 애정(뒤틀림) 한가득 퍼부어주고 나름대로 한껏 예뻐해주는.. 그런 느낌.. 개과가 아닌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673 MA와 상당한 연관성이 보이는 진단이네요~ 역시 아이덴티티..? 개과 같으면서도 고양이과 같은 면모도 있는 게 가현이 매력 아닐까요👍 평소랑 MA님 화제가 나올 때의 태도가 다른 부분이라든지~ 아플 때 울지 않는 편이라면 보통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지 궁금해지네요🤔
>>676 이렇게 온화와의 일상 주제를 수집했다(?) 언젠가 꼭 손재주 보러 들이대보겠습니다😏
>>677 덤덤하게 이별 받아들여놓고 뒤늦게 슬퍼한다는 게😭 오히려 대놓고 부정하는 것보다 더 안타까워요 헉 윤하 이복동생이라니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얼마나 닮았을지, 아니면 아예 안 닮았을지??
>>684 지금 임가현의 캐릭터성은 MA로 인해 만들어진거나 다름없으니까 아이덴티티라고도 할 수 있지! ^-^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그 사이에서 어느 하나라고 딱 집어버리기가 어려웠어 개같으면서 고양이도 맞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아플때는 약먹고 꾹꾹 참아가면서 버티는 느낌? 상대방한테 상해 입어서 아픈거면 오히려 웃으면서 '이게 네 애정이라면 기쁠 뿐이야.' 이럴것 같고..
>>686 아늬 성능 육각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지능은 현저히 떨어지는것 같지만..? (임가현:그건 내 지능이 아니라 네 지능이겠지) 앗 ㅋㅋㅋㅋㅋㅋㅋ 간식거리는 기숙사에서 먹기 때문에! 가방에는 공부에 필요한 것밖에 없는거야~~ 그런 의미에서 온화는 개과인지 고양이인지 둘중 하나로 정하자면 뭘까 ^q^??
살짝 입을 벌린 채 졸고 있는 꼴은 정말 우스운 것이지만. 그대로 둘 수는 없겠지. 초아가 어깨를 잡는 순간, 연은 퍼뜩 놀라며 눈을 뜬다. 그러며 비스듬하게 아래로 향해있던 얼굴이 당신에게 향한다. "누구야?" 깨어났지만 아직까지도 몽롱하게 잠에 잠겨 있는 것인지. 연은 막 깨어난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을 깨운 이를 찾는다. 눈앞에 보이는 얼굴이 어른어른 번져 보이니, 낯선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지라. 연은 계속해서 닫히는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리며 오른팔을 들어 눈을 비빈다. 그제야 멀쩡해진 시야로 널 보면 놀란 듯 뚫어져라 바라보았을까. 절 깨운 이가 너인 것에 연은 제 바보 같던 꼴은 생각도 못 하고 천연스럽게 히물히물 웃는다.
"안녕."
그러고서 연은 다시 꿈뻑꿈뻑, 다시 졸음에 빠져든다. 다시 고개 꺾일 뻔 하면, 휙 들어 정신을 차리며 연은 위로 팔을 뻗어 올리며 기지개를 켜고서 입 크게 벌리며 하품을 한다.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면 연은 그제야 부끄럽다는 듯 작게 웃으며 말한다.
사용인들이 기를 죽이겠답시고 지학도 채 안 된 어린아이를 설산에 두고 내려온 소동이 벌어졌을 때, 많은 사용인들은 이번 사건도 조용히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사생아를 향한 시선은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네 어미가 함부로 몸을 굴렸기에 네가 집안을 망쳤다며 아이를 탓했고, 유령 취급을 했으며, 가주 또한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대충 물질적인 것으로 보상하며 없는 사람 취급을 했으니까. 이번에도 대충 홍옥이나 진주, 그런 값진 것으로 둘째 부인과 아이를 달래겠지. 그렇게 믿었고, 한 치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죽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하, 이거 재밌는 녀석이로고. 죽을 만큼 죄를 지었으면 죽는 것이 옳지, 무슨 소리를 하나?" "가주님,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손 발목을 분지르고 설산에 버리고 오거라. 기어서 돌아오면 내 너의 아내까지는 살려주도록 하마." "가주님!!!" "끌고 가라."
그렇지만 무 씨 집안의 가주는 사건을 묵인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생아라 한들 자신의 피를 이었는데, 그 피를 아무렇게나 대한다는 건 무 씨 집안의 기강이 떨어졌단 뜻이라며 사건에 관여한 사용인을 모조리 처리했다. 그리고 사건이 마무리될 때, 청지기를 향해 넌지시 일렀다.
"미시未時에 돌아오마." "또 어딜 그리 가십니까?" "내 주인께서 부르지 않나." "제발, 마님이 돕고 계시지만 내정 일도 버겁습니다, 슬슬 은퇴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싫다면?" "감히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내 유년 시절 같이 보내줬으니 목은 자르지 않으마." "빌어먹을 제사장 녀석들에게 언제까지 휘둘리실 생각이십니까?" "하하, 청지기, 불경한 소리야, 내 제사장 호위인데도 어찌 그런 말을 해." "…가주님께서 전대 가주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세상 살아보니 알겠더구나, 호위 일은 해야지. 그렇지만."
가주의 푸른 시선이 딱 내리박혔다.
"내 비굴하게 꼬리를 만 것이 아니고, 휘둘리는 것도 아니다. 내 주인께서는 내 말을 철썩같이 믿으니 말이다. 넌지시 말 하나 흘렸다고 제 가문 재산 내게 다 바칠 정도면 말 다했지." "…소문이 퍼질 텐데요?" "내 거기까지 생각을 안 했을 리가. 곧 산제물 바친단 핑계로 서로 다투다 명맥도 죄 끊기고 흔적도 없어질 집안이다. 나는 그 사이에서 막으려 했던 비운의 주인공이 될 터이고. 재밌겠지? 이것 또한 내 제사장에게 베푸는 사랑인 게야." "예, 참… 재밌겠습니다……." "아참, 아들 둘에게 가계 도술을 가르칠 때가 되었구나. 신시申時에 내 방으로 그 아이도 오라고 해." "예?"
청지기는 진심이냐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가주는 뒷짐을 지며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그럼, 내 아들이라고 말했잖느냐." "마님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화련이도 어찌 되었든 무 씨 집안의 씨를 밴 몸이고…… 그 아이가 올해 몇이더라?" "…아직 지학도 안 넘었습니다." "그래, 아무튼 그 기간 동안 여기에 버티고 있었으니 그 여자는 이겨낼 수 있을 게야. 그만큼의 가치가 있단 뜻이지 않겠나?" "예… 그렇겠지요." "그럼 잘 부탁하네."
껄껄 웃으며 사라져버리는 가주를 보며 청지기는 떨떠름한 시선으로 사라진 자리를 한참이고 쳐다봤다. 아무리 내 주인 된 사람이라도 참 무책임한 사람이다. 청지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으로는 두루마기를 펼쳐 괜찮은 사용인을 고르고 있었다. 뭐, 가주님께서 흥미를 가졌으면 그 사생아도 썩 괜찮은 녀석일 테니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이번에 사생아가 제대로 하면 전속 시비는 누구로 할지 정하는 것이었다. 사생아가 내로라하는 천재인 첫째 도련님을 뛰어넘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사람 노릇 정도는 하겠지. 그 정도면 짐 하나는 덜어줄 수 있겠다. 지나가는 사용인을 불러 세운 청지기는 내일 아침 사생아를 가주의 방으로 데려오라는 말과 더불어 "이번엔 잘 꾸며서 데려오고!"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한 뒤에야 그를 놓아줄 수 있었다.
그 시각, 아회는 어미의 품에서 얌전히 자수를 두고 있었다. 이따금 바늘에 찔리는 건 아프지만, 꼬물거리며 이것저것 수를 놓으면 그것만큼 재미난 일이 없었다. 하물며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자수 말곤 거의 없었다. 책은 탕약에 젖어 너덜너덜하니 글자를 읽을 수 없었고, 공은 아무도 같이 차주지 않는다. 말벗도 없는 것은 당연했다. 덕분에 아직도 가끔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못해 말을 더듬는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어머니 곁에 딱 붙어서,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를 따라 하는 일밖에 없었다. 오늘은 토끼를 놓았고, 내일은 꽃을 놓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어머니가 알려준, 령도의 바다를 수놓고 싶다…. 화련은 아회를 품에 안으며 살갑게 물었다. 요즘 들어 화련은 아회를 품에 안는 날이 늘어났다. 그때 몸이 찼던 것이 많은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래도 지금은 그때 부르텄던 살도 모두 아물고 괜찮은데. 하지만 어머니 품이 나쁠 리가 없어, 아회는 얌전히 안겨있기로 했다.
"이건 뭐니? 땅신령?" "으음, 어머니랑 같이 화원에서 본 눈토끼예요." "아, 세상에, 정말 잘 놓았구나! 내 보물 같은 아이, 어쩜 이리 자수도 잘 놓는지!" "어머니, 저도 언젠가는 바다를 보고 싶어요." "꼭 같이 보러 가자꾸나. 어미가 태어난 령도가 어떤 곳인지 알려줄 테니까." "정말요?" "물론이지!" "하지만 저는 북부 사람인데……." "괜찮아, MA 님은 자비로우니, 언젠가는 죄를 용서해 주실 거란다." "응,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다에서 같이 놀 수 있으면 좋을 텐데. MA 님은 수영을 잘 하실까요?" "어머, 너도 참! 누굴 닮아 이리 사랑스러운지 모르겠구나!"
웃음꽃이 필 적, 누군가 방을 똑똑 두드렸다. 아회와 화련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누구지? 이 시간에 오는 사람은 없다. 둘 다 별채에 고립된 존재니까. 화련은 목을 가다듬었다.
"들어오세요." "둘째 마님." "…본채의 분이,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요?" "가주님 명입니다요, 신시까지 아드님만 방으로 모시랍니다." "잠깐, 무슨 일인지는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별채 사람이 내정에 간섭하시고 싶은 겁니까? 아이 꾸미면 데리고 갈 테니 그렇게 아십쇼." "가지 마세요! 설명을 하고─"
사용인이 건들거리다 문을 닫고 나가버리자 화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정도가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우리 아이에게 무슨 짓을 벌일지 어떻게 알고! 아회는 품 속에서 화련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다, 이내 자수 놓던 것을 내려 두고는 몸을 돌렸다.
"괜찮아요, 다녀올게요." "네게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 네가 위로를 하면 안 되는데. 미안하구나." "다 괜찮을 거예요."
화련은 고사리 손이 등을 토닥일 적, 아회를 강하게 한 번 끌어안고는 다짐하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래, 본채로는 처음 가는 아이다. 우리 아이가 잘못되지 않도록 하자. 도련님, 당신의 아이에요. 아회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MA 님, 우리 아이를 보필해 주세요……. 화련은 속으로 기도하며 아회를 꾸며주기 위해 옷장을 열었다. 아, 큰일이다. 사용인들의 괴롭힘 때문에 옷이 없다.
그래도 해내야지.
아회는 거만한 걸음걸이의 사용인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여러 시선이 한 번에 꽂혀서 무섭지만, 그래도 떨지 않으려 애썼다. 긴 머리는 굵고 낮게 땋아내렸고, 최대한 허름하지 않은 옷을 골라 입었다. 사람들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쟤야?" "그래, 그 사생아." "옷은 또 왜 저런담?" "제 처지가 저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거지. 이제 보니 마님의 자리를 꿰차려 한 그 요부를 쏙 빼닮았어." "저런 애가 왜 여길 오는지, 원." "모르지, 그 요부가 또 꼬리라도 쳤을지." "우리 마님은 어쩌고!" "쉿, 조용!"
아회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구제할 수 없는 죄인인 걸까, 그렇지만 어머니가 말씀하셨어. 오늘은 떨지 말라고. 아회는 옷자락을 꾹 쥐었다. 주름이 졌지만 이미 옷이 허름해서 별다른 흔적은 남지 않았다. 사용인의 발걸음이 멈출 적, 아회도 급하게 발걸음을 멈췄다.
"들어가십쇼." "아, 그게." "어서."
툭툭, 등을 두들기자 아회는 떠밀리듯 문 앞에 서게 됐다. 들어와라, 가끔 마님과 함께 웃던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릴 적, 아회는 허리를 꼿꼿히 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어머니께서 주신 부적을 찢으면 된댔어.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문이 열렸을 때, 아회는 조심조심 방 안으로 들어가며 어머니가 알려준 인사를 더듬더듬 뱉었다.
아회는 떨리려는 몸을 애써 부여잡듯 하며 시선을 올렸다. 온통 화려한 것이 즐비하고, 눈이 부실 정도의 방은 한눈에 보아도 넓었다. 쪽빛 칠이 되어 금빛 세공을 한 둥그런 목조 기둥, 대리석으로 된 말끔한 바닥, 곳곳에 놓인 고풍스럽다 못해 과분할 정도의 사치스러운 장식품…… 거기다 고급스러운 침대 겸 옥좌는 목재로 만들어지고 발이 쳐져 있었을 테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고 안의 주인을 보이고 있었다. 아회는 그 사람을 처음 보았으나 아버지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과는 달리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도는 밤하늘 같은 머리카락에, 다부진 체격을 채 가릴 수 없는 옷은 앞섶이 풀어져 있었지만, 자신을 영 탐탁지 않게 쳐다보는 저 눈이 아회를 쏙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저분이 아버지구나. 아버지, 그러니까, 가주는 손을 휘휘 저었다.
"네 화련이를 많이 닮았구나." "……그게." "탓하려는 게 아니다. 저기 가서 앉거라." "네…."
아회는 조심스럽게 마련된 자리를 향해 걸어가 앉았다. 맞은편에 놓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누구지? 처음 보는 청년이었다. 가주는 그런 아회를 유심히 쳐다보다, 청년을 향해 주의를 끌곤 아회를 슥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너는 처음 보겠구나. 네 별채로 갈 일은 없을 터이니. 이쪽은 네 동생, 그러니까……." "아, 아회, 입니다." "그래. 아회. 화련이의 아들이지. 앞으로 같이 가계 도술을 배울 터이니 이름 정도는 알아 두거라."
아, 저분이 도련님이시구나. 아회는 자연스럽게 손을 모았다. 마님의 사람께는 늘 예를 갖춰야 한다 했다. 사용인에게도, 도련님께도.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미처 못 보고 무례를 저질러버렸다. 아회가 꾸벅, 앉은 채로 크게 고개를 숙이자 청년은 그런 아회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회는 입을 합 다물었다. 미소만 지었는데 귀품이 흘러넘쳤다. 이제 보니 도련님은 머리도 쪽빛이고, 무 가의 특징도, 아버지도 닮았다. 어머니를 닮은 자신보다 더 무 가에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하긴, 나는 사생아니까. 아회가 시선을 내리깔자 가주는 딱, 소리가 나게 불 올리지 않은 곰방대를 침대 가장자리에 두들기며 끌끌 웃었다.
"무 씨 집안의 사람들은 함부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게 가족이거나, MA거나, 제사장이라 할지언정." "……알겠습니다." "화련이도 참, 이 집안에서 바깥 사람을 닮게 키우면 어쩌잔 건지. 토끼가 늘어나면 표독한 고양이가 잡아먹는다 했는데도 원. 약해 빠졌단 말이지." "……어, 어머니는!" "음?"
갑작스러운 외침에 가주는 부적을 손짓 한 번으로 불러오다 말고 아회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쭉정이 같던 녀석이 어찌 저리도 당돌하게 외치는지 흥미가 생겼다. 아회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피하려다, 결심했는지 고개를 슥 들었다. 시선을 마주한 가주의 눈이 슬슬 휘었다.
"어머니는 약하지 않습니다……." "호오. 더 얘기해 봐라." "그게, 그게… 어머니는 호랑이가 와서 저를 한 입에 삼켜 잡아가도 송곳니를 부러뜨리고 그걸로 뱃가죽을 찢어 꺼내주실 거라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외쳐버린 얘기였다. 아회는 우물쭈물 대다, 숨을 뱉듯 한 번에 이야기를 꺼내고 입을 꾹 다물었다. 가주는 그런 아회를 흥미롭다는 듯 쳐다봤다. 이 녀석 보소? 어미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눈빛이 앙칼지더니 지금은 눈을 피하지 않는다.
"……정녕 화련이가 그리 말했다고?" "예."
잠시 정적이 일었다. 어머니가 사고 치지 말랬는데, 어쩌지? 불안감이 확 밀려왔다. 내가 괜한 말을 한 건 아닐까? 어머니께 누를 끼친 건 아닐까? 가주님이 어머니를 미워하시면 어쩌지? 그렇지만 시선은 절대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런 모습과 더불어 정적이 괜한 기우였다는 듯, 껄껄 웃는 소리가 퍼졌다.
"하, 하하!! 하하하! 그래, 그래! 너 역시 무 씨 집안사람이구나. 네 어미가 너를 지키고자 그리 말할 정도인데, 너도 어미를 지키고 싶겠지? 받아라."
툭, 무언가를 던져주자 아회는 혹여나 작은 손에서 떨어질까 소중히 잡아채 손아귀에 쥐었다. 눈을 굴려 바라보니, 부적이었다. 아회는 가주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네 오늘 하는 것을 보겠다. 너도 부적을 꺼내거라. 우리 가문이 어째서 귀기 무 씨인지 알려주도록 하마."
그렇게 부적이 불타오르고, 아회는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가주의 모습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아회는 다시금 부적이 불타며 옷깃을 정돈하는 가주를 한참이고 경외의 시선으로 쳐다봤다.
"─아, 아회야. 너도 눈에 잘 담았느냐?" "보았습니다." "ㄴ, 네." "우리는 주인 된 자를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한다. 전장을 돌며, 숨통을 끊어야지. 그리고 인간이 가장 오랜 기간 맞서 싸우며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두려움과 경외의 존재가 되거라. 그리하면 너희는 언젠가 귀기 무 씨라 불릴 것이다. 부적은 경면주사가 아닌 피로 써야 하니. 피를 두려워 말거라. 지금은 내 피로 쓴 부적을 주지만 언젠가는 직접 그려야 할 게야." "새겨듣겠습니다." "그리고 아회." "ㄴ, 네!" "네 아직 어리고 학당도 재학하지 않았으니 내 임의로 도력을 불어넣어 주마. 내 네게 제법 기대를 품고 있으니 어디 잘 해보거라." "네…."
가주가 다가와 아회의 머리에 큼직한 손을 올리고 부적이 불탄 이후, 가주는 희열을 감출 수 없었다. 조만간 사용인을 죄 죽여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아이를 교육하고 말 것이다, 그래, 너도 결국 내 아이구나! 화련이가 아주 쓸만한 것을 낳았구나!
"하하, 어떻게 이런 경사가. 둘이구나, 둘. ─아, 네 눈앞의 동생이 보이느냐?" "…예." "아회야, 네 눈앞의 형이 보이느냐? 하하!" "……." "너희는 결국 무 씨 집안의 피를 받았어. 그래, MA가 내게 쓸모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주었으니, 무 씨 집안이 용서받은 것이 맞단 생각이 드는구나. 그렇지?"
아회는 무어라 떠들며 웃는 아버지께 차마 집중할 수 없었다. 도련님께서 지은 미소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온화한 저 미소가 시선을 빼앗는다.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형님도 존경스럽다. 몇 번에 걸친 자신과 달리 한 번에 도술을 성공하셨다. 밤하늘과도 같은 저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다시금 눈이 마주쳤을 때, 아회는 자신의 삶이 변하리라 직감했다. 아, 존경스러운 분. 저분을 한 번이라도 형님이라 부르고 따를 수만 있다면……. 오늘은 꼭 어머니께 알려드리고 말 테야. 수업을 받았다고, 멋진 분을 뵈었다고, 그리고 그분이 나의 형이었다고, 그리고…….
"아회야." "예, 어머니." "잘 기억해라. 이 어미는 너를 사랑한다, 무엇보다 사랑해……."
아, 이 유령 도련님. 본가로 오기가 무섭게 어딜 간 거야? 새벽에 불침번을 서다 좀 졸았단 이유로 안이 휑 비었을 줄이야. 별채는 으스스하다.
"아니, 이 새벽에 도련님은 어딜 가신 거야?" "날 찾니?" "응?"
나무 위로 시선을 올리니 엎드리듯 늘어져있는 모습은 차분한 도련님이라기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짐승 같네. 머리를 풀고 있어서 그런가? 어찌 되었든 좀 짜증이 난다. 호위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거긴 위험해요! 내려오세요!" "본가에서 내가 위험할 곳은 없는데, 무슨 소리람." "나무가 부러질 수도 있어요, 도련님!" "너. 몇 냥이니?" "예? 저요? 열 냥인데요?"
턱을 괸 도련님께서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둘째 마님을 닮았다더니, 저런 사람인가?
"얘, 내가 그보다 많은 돈을 줄 수 있다면, 어찌할 거니?" "지금 저 매수하시는 거예요?" "아니,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되거든. 네가 말한, 스산하기 짝이 없는 곳에 물건을 보내주는 거." "……설마 다 들으셨어요?" "응." "만약 제가 거절한다면요?"
도련님께서 자신의 손톱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지금 여기에서 혀를 자르겠단 뜻이구나. 나는 입을 딱 다물었다.
"그냥, 가도 좋아." "네?" "너는 내 호위니까 잘 해줄 거라 믿었을 뿐이지. 가주님께 고해도 좋단다." "아니, 그."
처음 보는 표정에 나는 벙찌고 말았다. 뭐, 14살 먹은 애가 저런 표정을 지어? 아, 젠장.
"할게요. 뭔데요?"
***
고드름 숲은 대담한 호위 일을 맡는대도 참 무섭다. 으슥하고, 햇빛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제대로 드는 날엔 고드름이 빛을 반사해서 눈이 너무 아프다! 거기다 가끔 고드름이 뚝 끊겨 떨어지면, 자칫하다 오늘 단명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날카롭다.
그렇지만…….
"그런 표정인데 사람이 어떻게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냐…."
아이고, 내 팔자야.
***
"고마워, 정말 고마워." "저, 그런데, 도련님." "응……?" "거기에 있는 거요. 혹시……."
도련님.
"……부디 비밀로 해줘."
또 그런 표정이네. 차라리 울면 좋을 텐데.
***
그 이후로 유령 도련님이 말을 많이 거신다. 호위 녀석들은 뭐, 끼리끼리 어울린다는데 어쩌겠나. 나는 더 얘기할 수밖에. 그 도련님이 글쎄, 날 부려먹는다니까. 어느 날이다.
"네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예?"
나는 멋쩍은 듯 뺨을 긁었다.
"저는 그렇게 재밌는 사람이 아닌데요." "너는 행복했니?" "……."
또 그 표정. 이쯤 되면 어떤 의도인지 뻔히 알겠다. 힘들어서 어디라도 기대고 싶겠지. 내가 들은 열 냥 어치의 정보로만 해도 삶이 좀 고되던데.
"저는 그 뭐야, 제사장 집안 서자로 태어났는데요……." "불편하면 얘기하지 않아도 돼." "아뇨, 아뇨. 그냥, 남 앞에서 이런 얘기 꺼내는 건 처음이라."
내 얘기를 듣는 도련님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누구도 내 얘기를 이렇게 들어준 적이 없는데. 나는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점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랬구나." "그래도 지금은 뭐." "응?" "…그, 도련님 모시게 됐으니까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하는 말에 도련님은 활짝 웃었지만 영 모르겠다. 웃는 얼굴 너머로 계속 그 얼굴이 겹치니까, 점차 연민이 들었다 해야 하나? 그래, 죄책감이다. 앞으로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도련님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야, 마음에 바르는 연고가 있다면 좋을 텐데.
***
도련님은 내가 부탁을 들어줄 때마다 복잡한 표정을 지으신다.
또 저 얼굴. 세상 모든 슬픔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참으려는 얼굴. 도련님. 저는 그런 슬픈 표정을 지으면 거절할 수 없어요. 안쓰러운 것이 아니에요. 그건 기만이잖아요? 도련님께서 꿋꿋하게 살아가려 하는데, 소문에 휘둘리고 도련님 흉을 봤던 과거의 나 자신이 한심해지거든요.
어휴, 이래서 호위하지 말라고 하나 봅니다.
***
점차 우리의 유대감은 깊어졌다. 도련님은 처음 듣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바다에 가고 싶었어."
내가 알던 열 냥의 가치를 깨부수는 이야기를. 나는 그날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
어느덧 도련님이 18세의 마지막 시기를 보낸다.
"아룁니다." "얘기하거라." "오늘도 물건은 잘 가져다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보약인데, 가주님께서 챙겨달라 하셨습니다." "더 할 말이 있으리라 믿는단다." "독은 없는데, 맛도 없습니다." "그럼 그렇지. 고마워." "곧 6학년이군요." "응. 벌써 6학년이네." "방학까지 나흘 남았으니 내 찾아가마." "……채비하겠습니다." "준비는 다 되었더니?" "물론이지요." "너는…… 늘 열 냥 이상의 이야기를 들었지. 오늘도 내 말벗이 되어주련."
도련님은 지팡이를 느릿하게 매만진다. 나는 알겠다는 듯 도련님께 깊이 오체투지를 했다.
"……얘, 내가 드디어 6학년이야. 학당을 졸업할 때니, 어찌 허망하지 않겠니.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어." "도련님." "내가 죽음을 봐버렸단다. 너무나도 많이. " "……." "살고자 했고, 인간은 원래 그런 법이지. 그렇지만 나의 죽음이 타인의 죽음보다 어찌 같겠더니?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말이지만 나는 죄인이지 않더니."
도련님께서 또 그 표정을 짓는다.
아, 도련님.
"나는…… 늘 기꺼이 죽고자 했단다. 내 죽음이 타인의 죽음보다 가볍길 바라고 있었단다. 늘 그랬어. 언제쯤 나는 죽을 수 있을까, 내 태어남 자체가 잘못인데 왜 나는 죽지 못했던 걸까, 차라리 날 죽여주지, 그 사람은 왜 나를 살려서 삶에 박아두고 간 걸까. 내가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도련님께서 한없이 작은 몸을 웅크린다. 제발, 안 됩니다, 도련님!
"차라리 언젠가 있을 내 죽음에, 동등한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을 뿐이야…… 아, 미안하구나. 네게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했어. 새벽이라 정신이 없었구나. 흘려 들어줘."
그런 표정을 지으면, 저는─
***
[이 미천한 몸이나마 MA 님께 바칩니다. 이 기도를 들어주시며 나의 죽음이 앞으로 살아갈 자의 삶과 동등한 가치가 있기를.]
도련님은 목매단 시체를 올려다봤다.
"얘, 나는 너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네게 늘 내 진심을 얘기했단다. 너를 귀애하였지. 그런데 어쩌겠니,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는데."
네가 주도했던 모든 이야기가 열 냥의 가치를 소비했음은 알아야지.
"그렇지 않더냐."
늑대를 닮은 호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질러라. 누구도 오해를 사지 않게끔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도."
또 그 표정이다.
"너는 오래 살아주거라. 가급적이면 졸업할 때까지면 좋겠구나."
세상 슬픔을 다 끌어안은 표정. 허름한 창고에 불이 붙는다. 열 냥의 값어치는 쓸모를 다했다.
유현: 사람은 본래 격한 신체활동을 싫어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인간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생물은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답니다. 그러니 제가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몸을 움직이는 건 본능을 거스르는 위대한 의지의 투쟁이 아닐까요?
유현주: 짧게 말해
유현: 힘들어요 살려주세요
텍스트로나마 캐를 고생시켰더니 좀 낫네요 와아~ 운동 후 스트레칭도 잘 해줬대요 메데타시😊
그래, 아주 한심하니 갱생될 여지가 없는 범죄자. 다시 생각하는 것으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라 연은 그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털어내며, 지우려는 듯 고개를 휘휘 젓는다. 그리고 친절하게 대답하는 당신의 말에 연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외부 자일 당신이 저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지. 연은 고갤 기울이며 묻는다.
"어떻게 도와주게?"
선배로써 조언이라도 해주려는 것일까. 10년도 더 되었다는 말에는 연은 당신의 나이가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본다. 제 학년을 묻는 말에는 연은 오른손을 들어 엄지만 접은 채 나머지 손가락을 다 펴며 말한다.
천재 선배의 조언이나, 아이디어라면 당연히 어리고 바보 같은 제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보다 훌륭할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에서는 물어볼 것도 없는데. 이후에는 또 어떻게 당신에게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지금을 즐기라는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연은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만 갸웃거린다. 이어지는 말에는 으- 하며 질린다는 얼굴이 된다. 용서받지 못하게 된 이들이 끝까지 일상을 놓지 못하는 꼴이란. 안쓰럽고, 꼴사나운 것이다.
"응.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든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
단련 시키라는 당신의 조언엔 연은 제 손을 모아 손장난을 치며 말한다. 그런 태도로 보아하니 말만 그럴 뿐,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듯 하다.
이도 저도 아니 되면서도 분명히 쥔 것은 있는 지금. 그 지금이 낫지 않느냐. 제겐 그렇게 들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주 나쁠 것도 없었다. 눈 앞만 보며 살아온 것과 지금이 무슨 차이 있는가. 오히려 지금이 낫다. 그리 생각하니 저도 피식 웃음이 새었다.
"듣고보니 그런 것도 같네. 내 여기 들어와 이리 굴 수 있을 거라 상상도 못 했거늘. 지금만 보면 나쁘진 않으이."
말하고보니 제 말에 제가 우스워 킬킬 웃었다. 웃다가도 금방 투덜대고 침울해졌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진다. 언뜻 변덕스러워 보이나 붉은 눈 항시 담담하여 보이는 것 그럴 뿐 임이 오롯하다. 제 붙잡는 팔에 가만히 몸 내맡기던 온화 문득 눈 깜빡였다.
"아. 그것 들었소. 여기 아닌 곳에 보내어진 신수 중에 인간을 감싸다 추방된 신수가 있었다지. 기린이었나."
하 사감의 말에 수업 중 들었던 것 주절대며 제 마시던 와인병 집었다. 남은 것 모조리 마시고 빈 병은 적당히 바닥에 굴려버린다. 데구르르 굴러가는 병 보고 어린 애 마냥 키득키득 웃는다. 웃던 눈이 힐끔 하 사감 보았다. 귀한 것 잘 알아봤다길래 그 정도는 기본이 아니냐는 듯 어깨 으쓱였다. 어릴 적부터 이런저런 물건 많이 보고 만지기도 하며 자랐으니. 그리고 솔직히 이건 못 알아보는게 바보 아닌가. 생각하며 검에 붙은 늑대 조각 슬쩍 어루만졌다.
"흠- 정 안 되면 이것 놓고 하 사감이나 해볼까 했는데. 것도 영 아니네. 지금도 답답한 것을 버틸 자신은 없으니. 음. 앞으로도 열심히 하 사감 소리 들으시구려!"
하 사감 할려다 안 하겠다고, 농지거리 하듯 가볍게 말한다. 무슨 놀이를 할까 말까 정하듯이. 냐하하! 웃은 온화 맥주캔 보고 저도 달라는 듯 손 뻗었다. 그가 따서 입 대기 전에 제가 먼저 가려가려고 한 손 쭉 뻗고서 입은 계속 떠들었다.
"기껏해야 백년 살까 말까 한 인생인데. 그것 반의 반도 아니된다면 그야 뭐가 일어나든 기구하다 여기지 않을 수 있겠나. 허나 각각 놓고 보면 상대적인 거요. 내 삶의 1년이나 당신의 100년이나. 애초에 사는 궤가 다른 것들끼리 서로 대어봐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 해서도 아니 되지. 그래도 나는 당신의 지금이 부럽소. 뒤섞여 스스로를 잊고 잃었을지언정 제대로 눈 뜨고 있지 않은가. 나는 한 순간이면 전부 끝나버리는 것을."
간신히 쥐고 있는 것 하나 놓치면 그것으로 제 삶은 끝이다. 어쩌면 모든 인간 그럴 지도 모르나. 에잇. 되었다. 입 꾹 닫고 눈도 꼭 감았다 떴다. 여태 쥐고 있던 역린 잘 세워서 소파에 기대놓고 빈 손 마저 하 사감에게 두른다. 잘 붙들린 몸 괜히 부비적대며 능실능실 웃어보였다.
"뒤섞였어도 기억이나 경험은 이 한 몸에 고스란히 있을 것 아니오. 거 얘기 좀 해주소. 형제라 부르는 것 보니 서로 오간 것 있지 않겠소. 말이든 뭐든. 아니면 다른 형제 얘기나 뭐 그런 것도 좋네만?"
감히 그들의 얘기를 술안주거리로 해달라, 발칙한 요구를 한 온화였으나 한 술 더 뜨듯 검지로 하 사감의 얼굴 콕콕 누르려고도 한다.
꽤 깊이 잠들었었는지 깨는 데 시간이 걸린다. 저런 자세로 푹 잘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복 아닐까. 실없는 생각 속에서 당신의 잠이 깨기를 기다리며 소녀는 딱 눈높이에 맞는 그 위치를 고수했다. 그러다 누구냐 묻는 말에 "누구냐고 물으면 섭섭한데-" 하며 부러 말끝을 늘인다.
"안녕하세요. 깨자마자 보이는 게 내 얼굴이라 더 반갑지 않나요?"
자못 뻔뻔해 보이는 기세로 인사를 받아치며, 제자리라는 듯 연의 옆자리에 풀썩 앉는다. 바로 앞에 벽난로가 있어서인지 꽤 따뜻하다. 절로 몸이 노곤해지는 게 이곳에서 자고 있던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공용 휴게실만 아니었다만 그냥 이대로 누워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리라.
"꽤 본격적으로 졸고 있던데요. 피곤했나요?"
소녀는 제 무릎을 받침대 삼아 팔을 괴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팔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만 돌려 연을 바라본다.
아, 어느 쪽으로든 해석할 수 있는 이 말이 즐겁다. 내가 당신을 대신해 손을 더럽힐 수도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당신이 내가 있기 때문에 참아주는 것일까. 정황상 후자겠지만 무 씨 집안의 내로라하는 천재요 형님이라면 전자도 충분히 생각했을 것만 같아 벌써부터 등골이 오싹하다.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어디까지 닮았다고 생각할까, 얼마나 다르리라 믿고 있을까, 그렇다면 도박수를 던질 때, 당신은 과연 어디까지 용인해 줄까…….
"아무렴요, 어찌 형님을 기다리게 하겠습니까?" 애닳는 목소리가 귀에 내리 꽂힌다. 어째서 그런 목소리로 묻는 걸까 의문이 든다. 당신이 아무리 애처로이 부르짖어도 닿지 않을 터인데. 아무런 말 없이 입꼬리만 올려 미소 짓는다. 내가 자비를 베푸는 연고라 함을 알고 싶습니까, 어째서 당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지 아니한다 생각하십니까. 늘 그렇듯 이 미련한 아우는 함구하겠습니다. 당신이 궁금해 미칠 때까지. 제법 잘 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제가 입 딱 다무는 일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이라면……. 저에 대한 재미보다 더 깊은 건 싫은데."
소곤소곤 얘기하는 목소리에 채 감정이 식어가는 것은 당신의 눈웃음 뒤로 이어진 언사 때문이다. 벌써부터, 라. 너무나도 일찍 잃었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 쳐도 당신이 무얼 할 수 있습니까? 당신이 돌아갔을 때 다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까? 그 지고하신 도련님이? 속에서 다른 감정이 감질나게 뇌리를 스친다. 뺨을 스친 방향으로 고개가 서서히 모로 기운다. 날선 송곳니 살짝 보이며 요요히 웃음 지었다. 아. 역시 저 머리를 갈라내서 생각을 좀 읽어보고 싶다.
"세상엔 후회할 일이 많다는데, 고작 그런 이유로 후회를 연상케 하는 발언은 무 씨 집안 답지 아니합니다, 형님……."
감정이 희미하게끔 속삭인다. 당신이 떠나고 나서, 첫째 도련님 없이 사생아만 남아버린 가문에서 어떤 삶을 살고 무엇을 잃었는지 그 편린 잠깐 보여주듯, 어린 날의 순진무구하던 아우는 불타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잿더미 됐다는 듯이. 그렇지만 당신에게 여전히 감정은 남아있단 여지를 보인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까지는 당신이 생각해야겠지만, 적어도 당신이 바라는 나의 감정이 부정적이길 바랄 뿐이다. 후회를 의논하기엔 너무 늦었잖아.
"시생의 벗이라면 형님께서도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형님의 사람이니까. 말을 삼키며 천천히 자리에 되돌아가듯 앉는다. 점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조심조심 걸어오더니 차 한 잔과 다과를 내려놓고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리를 떠날 적, 아회는 미적지근한 커피가 든 잔을 들었다. "드시지요. 혹 기미가 필요하신지요?" 쓸데없는 농담 한마디와 함께. 망가지지 않는 사람이라.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 무슨 사달을 벌이겠다 그 소리로고.
경고하듯 말하는 당신의 말에 연은 손장난을 그만두고 시선을 들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불길한 소리 하고는. 연이 눈썹을 모으자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사감님의 폭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처럼 말하는 것에, 연은 뭐라고 했냐며 되묻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미소 짓는 당신과 다르게,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려 연은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로 바라보니 또 다시 당신을 꺼림직해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환하게 꽃이 피어난 것 같은 얼굴, 모두가 소중하나 같은 청룡이라 더 소중한 후배님. 잠결에 순간 못 알아봄이 미안한 것이다. 연은 그런 말에 장난스럽게 답하며 네가 편하게 앉을 수 있게 제 무릎을 모아 당기며 자리를 만들어준다. 사실 절반 정도는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이다. 너라면 냅다 이불부터 걷으며 자신을 깨우는 룸메이트 보다 더 상냥하게 깨워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것이니. 연은 이어지는 너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늘 항상 피곤한데, 오늘은 더더욱 그러네."
따라 물끄레 너를 바라보며 말간 웃음이 걸린다. 타오르는 모닥불을에 잠깐 시선을 두다, 다시 널 본다.
그의 어린 시절은 철저한 무시와 혐오로 점철 되어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어버렸으니 본인들에겐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절대 당연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하나 남은 직계라는 사실에 최소한의 교육과 교류만 하면서도 학대를 일삼은 그들 사이에서 윤하의 가치관은 제대로 쌓아올리기 힘들었다. 거기에 학당에서 가장 오래본 사람이 가현이기에 뒤늦게나마 쌓이게 된 가치관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었다.
" 아무리 마셔도 목이 마르다면 언제고 물에 빠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가현아. "
가현의 애정이란 윤하가 살면서 가장 처음 받아본 관심이었으니 그 의미가 남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갈구하지는 않았지만 이따금 참을 수 없을 것 같을때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날도 있었다. 그가 가현을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걸 생각한적도 없으니까. 그 끝이 비극이더라도 그에겐 희극일테니.
" 구체적으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건 아니야. 강박을 느끼게 만든다고 보면 되려나. "
도술에 걸렸음을 알고 저항하려고 해도 웬만한 정신력의 사람들은 동시에 몰려오는 강박에 결국 자기 자신을 해하고 만다. 정말 강력하게 건다면 본인이 걸렸음을 인지하지 못할 수준까지 간다곤 하는데 그렇게 걸려면 조건도 까다롭고 일반적인 부적으로는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실 자신도 사용해본적은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걸고 싶어도 걸 수가 없었다. 가문이 몰락하면서 거의 실전 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도술이니까.
" 모든 사람들이 모씨 가문이 되어버린다고? "
가현이 말은 그렇게 해도 정말로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걸 잘 알기에 장난으로 받아넘긴다. 그런 행동은 손해만 볼 뿐인데 자기가 아는 가현은 손해만 보는 일은 거의 안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가현이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밖에서 또 사줄테니 걱정말라며 웃으며 말한 그는 슬슬 다 먹어가는 간식들을 보며 말했다.
" 이젠 좀 배가 차는 느낌이지? "
아무래도 그 우동집은 우동 말고 다른 사이드도 먹을 수 있게 양을 일부러 적게 주는듯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먹으면 한끼 가격이 너무 비싸지니까 그렇게까지 거하게 먹는 날은 자주 없을텐데 말이다. 그는 가현을 바라보며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고 말한뒤에 먼저 계산을 하러 일어났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한창 더울법한 시간대를 지나서 그런지 쾌적한 바람이 그를 반겼다.
한번 깨워줄 때마다 차와 쿠키 정도는 되어야 수지가 맞아요- 늘어놓으며 장난스레 웃는 게 구태여 농담이라 덧붙이지 않아도 뜻은 자명했다.
"바빴어요? 뭐 하느라 그리 피곤해요."
여전히 팔을 괸 자세 그대로 연의 얼굴을 살핀다. 얼핏 보기엔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잠도 깬듯하고, 웃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정 피곤해 보이면 기숙사 방까지 데려다줄 요량이다.
"글쎄요. 좀 피곤한가? 사실 쉬러 왔던 건 맞는데요. 그래도 졸리진 않았는데..."
온종일 돌아다니느라 피로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당장 침대에 눕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데 따스한 온기에 규칙적으로 타닥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아주 꿈나라로 향하는 일등석이 따로 없다. 눈을 몇번 깜빡이다가 이러다 아예 잠들겠다 싶어 부릅 뜬다.
"누가 자고 있는 바람에 잠이 옮았어요!"
얼토당토않는 책임 전가를 하며 수그리고 있던 상체를 곧게 편다. 이러면 조금이나마 잠이 달아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무사히 제 목적대로 맥주캔을 손에 넣자 히히 웃으며 따개를 딸깍거렸다. 딸깍. 딸깍. 치익. 마개 열고 위에 올라온 거품을 혀끝으로 건드린다. 거품 좀 죽으면 한 모금 마시고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맞춰 저도 킬킬댔다. 인간의 편을 들고 인간을 아꼈다가 추방당하고 죽은 신수들. 격이 떨어진 기. 아버지 품에서 들었으면 오래된 옛 이야기 같을 것이 이리도 생생할 수가 있을까. 맥주 홀짝이며 듣다가 흐음- 하고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100년은 무슨.
"기껏해야 1년 반, 아니지. 1년 남짓인데."
별 것 아닌 듯 주워넘기고 고개 기울여 제 해달란 얘기 해주는 하 사감 본다. 형제 아홉 중에 다섯째와 일곱째가 섞였고 천성 포악한 것이 일곱째란다. 역린도 그의 것이라길래 세워 둔 역린 힐끔거렸다. 그럼 나머지 반인 다섯째는 누구일까? 이것도 마저 물어볼까?
"그럼 다른 다섯째는? 어, 음, 허면 지금의 당신은 어느 쪽이오?"
참지 않고 바로 물어보며 저 받치는 팔에 맞춰 자세 조금 고치던 온화 눈 깜빡였다. 하지 말라며 으르렁대는 것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말 들었을 때에도 볼에 검지 콕 누르고 있었으나 듣고서도 두어번 더 콕콕댔다. 그러고 고개 들어 제 눈 하 사감의 시선과 맞추더니 히죽 눈과 입 호선 그렸다.
"그리 말하면 내 동해버리잖소. 물면 어찌 물려 그러나. 기왕이면 목이 좋은데. 내 목은 무는 감 어떨까. 한 번 물어보실런지?"
웃는 낯으로 궁금한 것처럼 말을 하고 제 손으로 제 옷깃 끌어내리기까지 한다. 입은 것이라곤 한벌옷 하나에 적룡 두루마기 걸쳤을 뿐이니 슬쩍 당겨 내리는 것으로 흰 어깨와 목덜미 한 쪽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건지. 정녕 물어주길 원하는 건지. 의도 불분명하나 재차 손 올려 하 사감의 얼굴 스윽 어루만진다. 그리고 웃는 소리. 그 행동 결코 순수한 흥미 만은 아닌 듯 하다.
"끝내 그렇게 갈망하던 물 속에서 맞이하는 최후라~ 남들이 듣는다면 분명 비웃을 일이야. 그렇지?"
남들이라고 함은 자신을 제외한 것이었으니, 되려 그런 길을 원한다면 저야 환영이었다. 무의미하고 덧없는 최후 대신 자신과 함께 맞이하는 최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자. 안 떨어지게 꽉 잡아. 함께 끝까지 가라앉자. 빛 따윈 존재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영원히 함께 춤춰보자. 덧없음과 무의미함 따위조차도 존재하지 않을 끝없는 물 속에서 한없이 가라앉으며- 함께 어우러지며 춤추지 않으련? 제 깊은 애정이 다시금 방향성을 잡았다. 종점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가끔은, 자신에게 소중하기에 차라리 평범한 사람과 만나 평범한 애정을 한껏 느꼈으면 하는 바램도 들 법 했으나 가현에게 그런 당연한 것을 느낄 감성이 있었다면 좀 더 옳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일단 너한테 걸려있는 건 아니란 말이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어~ 안 그래도 네 몸 아끼지 않는데 그것까지 걸려있으면 큰일이잖아?"
어쩌면 예전부터 티격태격 했음은, 제 사람이 그렇게 제 몸 챙기지 않고 막 다룬다는 점이 불만이었기에 자주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려고만 하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가계도술이 안 걸려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새 간식거리는 동이 났고, 마지막으로 제가 시켜둔 음료를 마셔가며 남학생의 말에 눈웃음을 보이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꾸하기도 하였다. 비록 생각보다는 많이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무리로는 꼭 달짝지근한 것들이 입 안 가득 들어차야 성이 풀리는 것이었으며, 이래야 한끼 식사를 완벽하게 끝내는 느낌이 났다. 더웠던 오전과는 달리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니 선선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아직 여름은 아니란 말이지. 제 귓가를 스쳐가는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가, 남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나저나 오늘따라 꽤 감성적이야. 응?"
농질 언니의 저주가 되돌아갔던 그 일이 그렇게나 충격이었던 걸까. 뭔가 정말로 죽기 전 이것저것 다 보고 알려주고 정리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라 묘하면서도 신선했다. 이전부터 종종 그러기는 했으나 지금 이렇게 제 애정을 또 다시 갈구하는 점이나, 갑작스럽게 자기 가문 이야기를 다 풀어주는 점이나, 그래놓고서 뜬금없이 자신이 양갈래머리를 한 게 보고 싶다며 머리끈 사주겠다고 하는 점이나. 끝내 그렇게 다 정리하고 나서- 자신에게 잡혀 평생을 영원히 함께 살아간다면 조금 쪽팔릴텐데. 가현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 말하고는 남학생과의 거리를 좁힌다.
"따로 봐둔 디자인은 있어? 이왕 양갈래머리 한번 해 보는거, 나한테 잘 어울릴 머리끈이라면 더 좋을것 같은데~"
네가 전에 선물했던 머리띠처럼.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머리띠를 손 끝으로 살짝 만지작거리며 미소짓는다.
멸망_후_세계에_혼자_살아남는다면_자캐는 : 과연 어떨까요, 혼자 살아남아 정처없이 떠돌까요, 언젠가 돌아올 삶의 순환을 위해 나무를 심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세계를 바라보다 내가 신이 되리라 다짐할까요, 비참하게 목숨을 끊을까요……. 아회는 아마 한참이고 세계를 지켜보다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을 것 같아요. 내가 증오한 건 세계가 아닌데.
자캐의_형제_남매_설정을_풀어보자 : 우와아, 배다른 형제로 궁기가 있답니다... 이외에는 없어요. 무 가와 엮이지 않는단 조건 하에, 극 초기설정(후보)에는 두 명의 형님과 세 명의 누이가 있었는데, 이건 후보군 설정이니까요, 응.
자캐는_S_아니면_M : ? 이게 무슨 태그람 세상에나! (비명!) 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443 자캐는_어떤_이유로든_대답할_수_없는_질문에_침묵_vs_대답할수없다고말함_vs_말돌림_vs_기타 :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면 침묵하겠죠. 늘 그렇듯이요. 그 대답할 수 없음이 이 세상에서는 신의 눈치를 보는 걸지도 모르고, 죽음과 연관됐을지도 모르는걸요.
#자캐썰주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아회: 335 미래로 갈 수 있다면 언제 쯤으로 가고싶은지? : "굳이 가야겠소?" 라며 고개를 저어요.
285 한 번 만난 사람을 잘 기억하나요? : 음, 사실 아회는 누군가를 인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어제 본 사람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그렇지만 자극적인 특징으로 기억하는 것은 잘 해서, 목소리나 향기 같은 특징이 뚜렷하다면 기억하고, 그 외에는 잘 기억하지 못해요. 정신적인 문제랍니다. 008 지금까지 꾼 꿈 중에서 가장 끔찍했던 꿈은? : 다들 아실 거라 믿어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너의 진심으로 말하는 모습은?" 아회: "진심이 아닌 적이 있었겠소? 내 늘 진심이지." "때로는 침묵도 진심이라오."
"어떤 부분에 성적인 감정을 느껴?" 아회: "오늘도 파렴치한 말로 장성한 사내를 희롱해…… 놓으시오, 놓아, 대체 그런 끔찍한 질문을 왜 하는 게요!" "뭐, 뭐라고? 쓸 곳이 있을 거라고? 갈! 음습하기 짝이 없어!"
"평생의 목표를 처참하게 실패했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돼?" 아회: (아회는 눈을 가늘게 떠 당신을 응시하곤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사냥 당하겠지. 북부에 봄을 불러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자들이 많으니 말이오. 특히나 제사장들 말입세. 그렇게 죽을 것이라,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였건만." "……최근 내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가진 감정이 만약 생각하는 것과 같다면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를 삶이 기다릴 것만 같구료."
가현의 말에 웃으며 맞장구친다. 접시물에 코박혀 죽는다는 말처럼 남에게는 마냥 어이없고 비웃을만한 일이겠지만 그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오늘따라 잔뜩 보여주는 이유는 그도 잘 알지 못했다. 다만 평소엔 옴짝달싹도 안하는 변덕이 오늘만큼은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하며 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가현이 자신을 심연의 끝자락으로 몰고 가더라도 묵묵히 따라갈 사람이 윤하였다.
" 나한테 걸 수 있는 사람들은 하나 빼고 다 죽었어. 애초에 직계만 사용할 수 있는 도술이니까. "
그렇다고 나 자신에게 사용할 정도는 아니고. 자신에게 사용할 바엔 지금도 언제 그에게 해코지를 당할지 두려워할 가문 사람들에게 사용하는게 더 나을 것이다. 가현의 마끼아또까지 바닥을 보이고 식사 이후의 디저트 타임이 끝나간다. 계산까지 마치고서 거리로 나온 그는 가현의 말에 흐음,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침묵했다가 천천히 답했다.
" 좀 더 솔직해지기로 했어. "
농질의 저주에 걸렸던 것이 트리거가 되긴 했으나 이전부터 조금씩 드러내오던 것들이었다. 단지 이번에 한번에 터져나온 것일뿐. 거기에 가문 사람들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정리하는 것도 있었다. 남을 저주하려면 구멍을 두개는 파라는 말도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는 남들을 더 우선시해서 살았으니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삶에선 자신을 조금이나마 더 챙기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길 가다보면 어울릴만한게 있지 않을까~ "
머리띠는 잘 어울리는데 머리끈은 또 잘 어울릴만한걸 찾아야할듯 싶었다. 머리끈 말고 머리핀도 보이면 사주고 싶어질지도 모르고. 일단 노점상들이 많이 있는 곳부터 가기 위해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금세 많아져서 혹여 부딪힐까 가현을 자신쪽으로 좀 더 끌어당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 나중에 당주가 되면 ... 가장 처음으로 하고싶은 일이 있어? "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자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가현의 생각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자신도 가문을 이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까.
아회 진단 오늘도 내용 쏠쏠하고 맛있어~ (뇸뇸) 세계가 멸망한 것을 자신이 원하지 않았다며 불만스러워 하는구나. 그래도 자결만은 안돼~~ 나무 심어줘 나무 엄청 많이 >:3 호오 남매 잔뜩인 아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형님누이에 하도 시달려서 해탈한 건 똑같았을라나? ㅋㅋㅋ 진단... 은근히 아회한테 이런 질문 잘 주더라~? 그래서 아회 어느쪽(끌려감) 아회의 침묵은 참 많은 의미가 담겨있지~ 저번에 일상 하면서 생각한건데 온화는 아회 침묵할 때가 제일 즐겁지 않을까~ 진짜 격한 반응 말고는 텀이 있으니까 이번엔 뭐라고 할려나 두근두근 하는거지~ ㅋㅋㅋ >< 오렌지를 씨앗부터 키우는 아회? 우왕... 작은 화분 같은거 선물해주고 나중에 얼마나 키웠는지 보고 싶네~ 어라 근데 그거 슬펐...어...? (동공지진)(두렵다!) 미래는 굳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미리 결과를 알고 싶지 않은걸까? (갸웃) 왠지 반반일거 같은 적폐~ 후후 온화는 이미 담배와 술로 각인 완료지~ 어 잠깐 이거 좋은건가? 어? @.@ 으으 아회야 악몽 꾸지 말고 잘 자야해... ;ㅅ; 침묵도 진심이라~ 가끔 아회가 눈 감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침묵한 동안 눈으로 말할 거 같거든... 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진짜 진단 아회한테 이런 질문 진심이야 ㅋㅋㅋㅋㅋ 아니 그래서 어디냐니까(끌려감 2차) 에 어 계획 실패하면 죽어...? 아니면 죽는 것만 못하게 살아야 해...? 북부 무서워! 궁기는 더 무서워! 아회 절대 성공해!!! :ㅁ
>>882 미식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내가 존재한다 미식헌터 임가현주의 썰타임 ^q^ 오늘 미식은 어제 새벽에 올라왔던 독백이랑 연관 있는게 보이네 이래서 어장은 안심할수가 없음.. 잠온다고 자러 가버리면 미식을 바로 못먹음 젠장
선택지 하나하나 전부 맛있지만 결국에는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게 이게 참 별미라며... 증오한건 세계가 아닌데 이 부분에서 참 많은게 느껴져서 짠해 안되겠어 전에 했던 말이지만 산제물 500000명 바쳐버려 50만의 죽음으로 세계멸망을 막을 수 있다면 가성비 혜자 아닐까 ^q^?? 후보군 설정으로 갔으면 궁기 외에도 남매가 꽤 많았겠구나! 뭔가.. 지금까지 보여준 아회 설정을 보면 그 남매 사이에서도 피튀기는 혈투랑 정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적폐가 있고 ^-^ 아끼던 충복... 나는 그거 불태워서 처리하는 부분에서 아회가 적룡했다(?)고 느꼈는데 스스로 목을 매단거였구나..! 의외의 드루이드 속성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가야겠소 하지만 그 미래가 아회가 바라는 미래라면 또 대답이 어떻게 바뀔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될지도 궁금하고~~
누군가를 인지하는건 힘들어하지만 자극적인 특징으로 기억하는거+스포 내용이 아주 찰떡이야 과거사 떠올려보면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봄... 꿈은 지난번 독백일까 아니면 입학식때 MA님일까! 침묵도 진심인거 백번 공감하는데 성적인 감정... 다 그런게 있어 시켜봐 비킬일이 있으니까 ^Q^ (가현주 나가.) 오늘도 마무리까지 완벽하구나.. 기어코 사냥당하는 마무리가 참 짠하고 >>특히나 제사장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가현 참아라 칼 잡지 마라.. 아직 아회의 목표 실패하지 않았다..(?) 만난 누군가는 누굴까 궁기? 불가살? 🤔
앗1 유현주 어서와~ 처음 인사해보네! 적룡 대표 망나니(?) 온화 굴리는 온화주야~ 잘 부탁해~
첫 인사 겸 유현이 진단도 꼼꼼히 먹어야지~ 아직 캐해가 완전하지 않아서 딱 보이는 대로 보자면~ 유현이는 선만 안 넘으면 무난하게 교류할 수 있을 거 같은 타입이구나~ 하지만 할 말은 참지 않고 다 해버릴 거 같구? 장신구는 거슬리는 걸 따지는 걸 보면 거치적대는게 싫은 걸까~ 선물한다면 팔찌나 반지로(메모) 보이는 거 외에 뭘 숨기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지켜보겠다구~
>>885 유현이의 기념적인 첫 진단! 세세한 캐해는 늘 사람을 즐겁게 만든답니다. 하물며 창문을 닫아 줄 수 있느냐 물으며 부드러이 웃는다고요...? 이 세상의 모든 창문을 닫아줄게...(아회주의 문단속 시작)(?) 2시간이나 씻는 건... 응, 그렇죠. 목욕이 더 낫죠..(끄덕) 으음, 으으음, 사실 아까 운동 캐해 때문에 그런지...ㅋㅋㅋㅋ... 계단이 6층...? 그냥 엘베 기다릴래... 이러는 것 같기도 하고, 어째 그냥 오르고 말지 싶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너덜너덜 종이 인간 캐해가 떠나가질 않네요, 큰일났다... 분명 나를 싫어하시게 될 텐데, 라.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벌써부터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도화 학당의 모든 캐는 갓캐라서 엄청난 서사를 보여주시겠죠...😮 당연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 체력(아님)? 시력? 아니면 북부 사람은 꿈꾸지 못할 평온한 삶? 아아아, 궁금해...!!(손톱 잘근잘근) 팔찌와 반지...(메모) 예쁜 팔찌랑 반지를 찬 미인캐는 늘 옳아요!
첫 진단도 정말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냠... 테이스티!😋
어어, 그리고 놀리면 낡고 지친답니다...! 아회는 해탈한 티벳여우라서 낡고 지쳐있어요!(?)
"그래? 그런 면에서는 예전보다 낫네. 방금은 너무 솔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네 뜻이 그렇다면야."
애시당초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도 않았으나 차라리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쪽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게 된다. 적어도 과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의미한 감정소모만 하려 하던 것보다야 훨씬 발전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적어도 자신이 집착하고 매달렸던 것이 쓸모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하였다.
시장은 넓고 제게 어울릴만한 머리끈 역시 많을테니, 지금은 양전히 이 시장을 거닐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느긋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니 남학생이 자신을 그 쪽으로 끌어당긴다. 저항 없이 순순히 끌려오며 몸을 착 붙이며 가현은 방긋 웃었다. 기뻐. 늘 지금같은 일상이 이어진다면 자신은 얼마나 행복할까. 훗날 이 관계가 어떻게 바뀐다고 해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수 있겠지. 이윽고 남학생의 질문이 들리자 가현은 길게 운을 띄웠다.
"음- 글쎄. 정말 이것저것 많기야 하겠지만, 그 시점에서는 전 당주가 되어버릴 아버지의 염원을 이뤄드리는 것 정도?"
바라는 목표가 같다면 일단은 함께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여겼으니까. 그 이후는 그때의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었기는 하지만, 가현의 성격 하나는 임씨 가문원들의 성격과 똑닮아있다는 것 정도만 확실히 할 수 있었다.
호기심을 채우고 필요성이 다했다 여겨지는 것들에게는 더 이상의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가차없이 내다버리는 그 성향 하나만큼은. 그들과 많이 닮았지.
"그런 다음에는, 내가 바라는 대로 그 분에게 푹 빠져드는 삶을 살까 싶기도 해~ 분명 바쁘고 힘들겠지만, 그게 그 분을 조금이나마 더 만족시켜드릴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면.."
설령 제아무리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일이라고 해도, 그 것이 그 분의 마음에 들 수만 있다면 인간 따위가 정해놓은 선악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저 무한한 존엄성을 담은 존재에게 경외를 표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 존재의 무한한 영광을 위해 제 한몸 불사를테니. 자신에게 해악이 되는 일이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라도 그것 하나만큼은 명확했다. 결국 자신은 신의 이름으로 재앙을 섬기는 교주일 뿐일지어니.
"아무튼 그렇다 정도~? 너도 함께할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네가 제사장 가문이 아니라는게 아쉬울 뿐이야~"
그냥 확 데려와버릴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가현은 미소지었다. 만약 정말로 그랬다가는 자신이 원하는 길과 조금 엇나간 방향으로 가야만 할 테니. 훗날 제 심정의 변화가 생기지 않고서야 그럴 일은 없었지만은.
오너도 아직 캐해가 완벽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맛좋은 캐썰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7 특별히 모나지도 않고 여유로운 느낌이죠. 사실 선 넘어도 화 안 내는 카피바라예요(?) 그리고 정답! 퀴즈를 맞히셨으니 상으로 '온화의 장신구 취향 썰을 뜯길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891 ㅋㅋㅋㅋㅋ거짓말 안 하고 순간 압도당햇어요...😇 하지만 그만큼 썰풀이하는 즐거움이 배가 되니까 좋다! 나도 정진해서 저 말고 다른 뉴비(희망사항)를 압도시키고 말겠어! (๑•̀ㅂ•́)و✧ 저도 중간중간 갱신하고 있다가 사라지기도 했구...현생은 MA님도 어떻게 못하니까 어쩔 수 없죠!
>>885 자 그러니까 신고식은 미식헌터 모드 켠 임가현주와 함깨해주지 않을래 ^q^??? 창문 닫아달라고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부드러움이 묻어난다 이 학당 최고의 쏘스윗맨 유현이... 샤워는 15분만 하는구나 샤워시간의 30분을 따끈한 물 맞으면서 멍때리면서 느끼는 그 행복함을 몰라주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층 올라가는거 보통일이 아니지 추울때는 그나마 할만하진 않지만 더울때는 더더욱 지옥일거라며.. 엘베 오기까지 기다리는 유현이 아주 리스펙~~
생에 최악의 실수가 뭐길래 그러는걸까 알려줘도 싫어하지 않을 자신 500%니까 나중에 비설 차차 풀리게된다면 꼭 듣고싶어지는 것! 당신에겐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것 이거는 유현이의 젠틀함인가 아니면 비설에 관련된건가 아리송하면서도 그럴싸하고 좋아 ^q^ 오케이 유현이한테는 팔찌랑 반지.. (메모 슥슥) 나는 이런 정성스러운 진단을 미식이라고 불러 ^Q^b 오늘자 미식.. 완식 완료~~
>>887 이렇게 아회는 나무맨이 되고...(?) 남매 잔뜩인 아회라, 음, 으음. 일단 누이가 3명이란 점에서 네모의 꿈이 3배럭... 히이이... 어느 쪽인지는 몰라요!(비명) 정말 모르겠어요...! 침묵을 즐기는 온화... 그렇지만 아회가 눈 뜬 캐가 되어 눈으로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3(대체) 선물 받으면 언젠가... 이것 보시오... 싹이 자랐소... 줄기가 컸소...(4년 뒤) 첫 열매를 수확했소...(?) 으음... 슬펐대요. 두렵죠, 응. 온화는 그게 매력이니까요!!!! 좋은 꿈을 꾸겠대요~ 포근하고 달콤한 꿈이지요... 케이크를 먹어라 무아회... 형님께서 광공이라 아우는 광공 클리셰를 따르고 싶지 않다나봐요...🤔 괜찮아 아회야 요즘 피폐물 광공들은 감금 시켜도 밥은 잘 주더라(무책임)
>>888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제 새벽에 미식이 두 개나 올라왔지요! (당당) 으아악 산제물 너무 많이 바치는 거 아니냐구요 가현아 말려줘...! ㅋㅋ..ㅋㅋㅋㅋ결국 아회도 암투 피폐물의 희생양인 거고요 응..(아무말) 앗, 그 독백 후반부는 제가 따로 적어둔 게 있는데 풀까? 아님 말까? 생각보다 더 매운데 어떡하지 이걸 지금 공개해?🙄 싶어서 따로 저장해두긴 했답니다... 아니 아회가 적룡했다 ㅋㅋㅋ
>>898 내가 뭐든 다 먹기는 하거든?? 그런데 야채는 싫어..() 하 내가 오늘 칼퇴하고 정주행하면서 이마를 몇번이나 쳤개요 ^-ㅠ 가주님이랑 마주하면서도 어머니 이야기 앞에서는 절대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제 뜻 전하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이라며.. 오잉 그 산제물 임가현이 바치는거라 소용없다 나 임가현주.. 아회를 위해.. 임가현 빙의하여 산제물 완전 많이 바칠 것... 어어어 그렇단 말이지?? 나 임가현주 음식이든 진단이든 매운맛에 뿅가죽는데 올려주면 맛있게 즐길수 있음 오늘은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채워뒀으니 더더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렇게 사전에 적룡하다의 의미 하나를 더 추가할수 있게 되니 영광이고~~
바라는 미래라고 할지라도 바로 가지 않는건 분명 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게 있기 때문이겠지..! 그 티벳여우 모먼트 뒤에 숨은 달콤살벌앙큼함이 진짜 날 쉴새없이 치여죽게 만드는 포인트라는 점 기억해주길 바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그렇고 그런게 있지~~ 임가현 칼 내려놔 어허 쓰읍() 궁기였구나! 광공이라도 좋아 캐미가 넘치잖어.. 일상 돌리고 있을땐 일상에 몰입할수 있도록 반응 최소화 시키지만 썰풀타임이 오면 나 참지않지 아회한테 광공모먼트 많이많이 뿜어내줘라 궁기!!
그 농담에 연은 히히 소리 내어 웃는다. 그 정도면 다과회를 몇 번이고 열어 줄 수 있는 것인데. 정말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아쉬운 것이다. 무엇 때문에 피곤하냐는 네 질문에 연은 눈을 크게 뜨다, 은근슬쩍 시선을 피한다. 그러는 모습은 마치 무언가 잘 못한 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말하기 부끄러운데. 우물쭈물, 연은 입만 방싯 거리다가 더듬더듬 부끄럽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바쁜.... 건 아니고. 악몽... 때문에 밤에 무서워서 잠을 잘 못 잤어."
한 살이나 더 먹어놓고, 하는 짓은 어린아이가 따로 없는 것이다. 그러며 보면 저 만큼이나 너도 피곤해 보이는 것인데. 네 눈이 점점 감기며 졸기 시작하는 것을 재미있게 보다가, 이어지는 책임 전가에 연은 짐짓 입술을 비죽 내밀다가,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온기가 담요처럼 우리를 감싸고, 타고 있을 장작불을 보다 보면 멍하니 잠이 오는 것은 모두가 그렇구나. 연은 소파 아래로 다리를 쭉 펴며 네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피곤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러며 연은 자세를 좀 더 편하게 고쳐 앉는다. 널 꼬드기며 소곤소곤 말한다.
"피곤하다 느낄 때일수록 푹 쉬어야지. 따뜻하고, 푹신하잖아. 여기서 잔대도 사감님이 뭐라 하지 않으실 테니까."
>>892 아회주의 문단속ㅋㅋㅋㅋㅋㅋㅋ 당신들의 드립 최고...😊 앗 사실 종이인간 캐해 맞아요. 화유현 팔굽혀펴기 최대 기록 7개 윗몸일으키기 10개 밥도 깨작거림 유연성 나무토막... 암튼 공설이고 팩트고 우주의 진리임(유현: 제게 너무 각박하신데요~) 앗아 엄청난 서사요...?(꼬질꼬질한 밑천 숨기기...) 그렇게 거창한 비밀은 아니지만! 아회주의 추리에서 나온 선택지들이 꽤 흥미로운 관계로 참고하겠습니다😙👍🏻
낡고 지친 티벳여우 귀여워... 무참하게 정수리를 복복 쓰다듬어주고 싶은 표현인데 실제로 쓰다듬어도 되나요
>>895 오라 달콤한 쌉싸름한 신고식이여!! ʕ •̀ o •́ ʔ 화유현씨는 무자비한 사이코패스라서 따뜻한 샤워 멍때리기의 즐거움을 모른대요(?) 아참 마침 지금 계절도 여름이네요?? 이제 엘리베이터를 써도 될 합법적인 이유가 생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식이 폭풍처럼 지나갔어... 완식하셨다니 기쁘네요 가현주 배 통통 두드리기😊
>>896 아앗 같이 쳐주시다니 상냥해...(감동) 카피바라는 화를 안 낼 뿐 때로는 식사 중인 작은 동물들의 밥그릇을 무참하게 밟고 지나가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일면이 있죠... ː̗̀(ꙨꙨ)ː̖́ 그런 의미에서도 잘 맞는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신난다 들이대줘 온화야~!!!! ㅋㅋㅋㅋㅋㅋㅋ와아 머리띠 최고 피어스 최고~하고 읽다가 왠지 장?신구?라고 하기에 애매한 것들이랑 눈 마주쳤는데요?? 아하 수감자 AU구나!(?)
네엡 혹시라도 부담 갖지 않도록 자유롭게 해 볼게요! MA님이... 현실...? 아앗 갑자기 산치체크가....😱
>>9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따스함을 몰라준다니 아쉬운걸.. 언젠가는 꼭 알아주길 바라며... ^q^ 그럼그럼 이제 곧 여름이니까 합법 엘베 사용가능~~ 겨울에는 추우니까 집에 빨리 들어가야해서 엘베사용 쌉가능이지만(찡긋!) ㅋㅋㅋㅋㅋㅋ 내가 완식 못할건 없어 캐릭터 서사에 맞는 방향이기만 하다면 뭐든 수용할 수 있지 ^-^~~
109 운동화 vs 구두 vs 샌들 운동화! 왜냐면 구두나 샌들은 싸울 때 적합하지 않아서-래요. 활동성이 떨어지니까 :/...
105 도장, 싸인 중 선호하는 것or 자주 사용하는 것 싸인! 입니다. 왜냐면 도장이 없기 때문에 :/....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키가 그 정도밖에 안 돼?" 쿠즈노하 니오: 뒤지고 싶으셔? 허리 반으로 접어줄까? 아니면 다리를 반으로 잘라줘야 그 주둥아리가 좀 고쳐지려나?
"전부 네가 망쳤잖아! 어떻게 할 거야!" 쿠즈노하 니오: 이런 미*년이, 이제와서 다 내 탓이다? 진짜 뒤지고 싶으셔? 그럼 애초에 니가 하던가 아니면 그러면 안될 것 같다고 언지를 주던가 왜 이제 와서 지*이지? 아~ 됐다 됐어. 너 이리와, 진짜 허리 반으로 접어줄라니까.
"나 오늘 너무 스트레스받았어..." 쿠즈노하 니오(호감도 상): 엇-차! 그래, 스트레스 받게 한 건 어디의 누구? 이름만 대. 내가 가서 죽여놓고 올테니까. 쿠즈노하 니오(호감도 중): 정신력의 문제야, 정신력.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어. 자, 나랑 같이 나가서 세 바퀴만 뛰고 오자. 그럼 머리 좀 가벼워 질거야. 쿠즈노하 니오(호감도 하): 뭐 어쩌라는거지? 난 너 때문에 지금 스트레스 받는데. 계속 징징댈거면 꺼져, 나까지 기분 안 좋아지니까.
아회는 모로 누우며 느릿하게 제 손톱을 내려다 봤다. 길쭉한 손가락마다 모난 곳 없이 옥수수알 영근 듯 큼직하게 박힌 손톱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본보기로." "많이 아꼈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내 호위란 아이가 나를 욕하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 않더냐. 그것도 열 냥의 가치를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면 말이야. 붙잡혔을 때 입이 얼마나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하나?" "……." "사실 그 아이는 혀를 깨물어서라도 입을 무겁게 했을 게야. 열 냥의 가치 이상의 것을 들었고, 해냈으니. 기실 내 똑같이 환영받지 못한 존재라 나를 많이 겹쳐 보았고, 의형제라도 맺을까 생각을 할 정도로 아꼈다."
그럼에도 어찌 본보기라 하였느냐. 느릿하게 웃는 모습에 호위 하나는 뒷짐을 지고 자세를 다시 고쳤다.
"죽음을 초월한 충정은 없을 거라 믿었다." "예?" "그 아이가 진심으로 나를 생각했던 거면, 나를 따르는 사람들도 기꺼이 목을 매달 수 있겠지. 하여 넌지시 흘렸다. 날 위해 죽어달라고. 잘 갈아둔 칼 같은 녀석이라 처음엔 철썩같이 믿고 따르더니만, 막상 올라서니 두려운지 울더군. 난 이해해. 진짜 죽어버리면 어쩌지? 여기서 정말 끝나면 어쩌지? 그런 본능적인 감정을 어찌 이기겠더냐? 그런데 그 아이가 내 얼굴을 마주보더구나." "……." "그래서 속삭여줬지. 난 널 이해하는데 넌 날 믿지 않아. 그래서 기뻐. 너의 충심을 알게 되어서, 내가 열심히 만들어온 내 사람들의 충심이 이 정도라는 걸 깨닫게 되어서. 이제 그만 둬도 좋아, 내려오렴. 그랬더니 날 똑바로 마주보며 디딤대를 제 발로 걷어차더라. 진정 나의 충정이었던 거야."
>>904 미식헌터 임가현주 또 다시 등장 ^Q^ 술응 안 마시는구나 흑흑 어른 되고 나서도 안 마시는거야?? 항상 싸우는 분위기랑은 정반대로 도도하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와인 마셔주는 적폐가 있는데..? 호감도 상이랑 하가 굉장히 극단적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냐고 무한으로 물어보고싶게 만들어져.. 잠옷 입고서 일기쓰는 니오 귀엽다 ^q^ 일기 살짝 훔쳐보고싶기도 하고~~
활동성 떨어져서 운동화 신는 건 이해하지만 구두 굽으로 자근자근 밟아주면 상대가 더 아파한대(소근소근) 역시 니오는 키에 민감하구나 키 관련으로는 니오한테 절대 뭐라고 하지 말것..! 오늘도 이런 *친년이로 시작하는 진단이 너무 최고다 좋아좋아 허리 반으로 접어서 토스트기에 밀어 넣어버려~~! 스트레스 상중하 세가지 맛 오늘도 너무 잘 즐겼고 임가현 한번쯤 앙탈부리게 하고 싶다.. 나도 오늘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 하고 앵겨보고 싶음...() 미식 완-식 끝 ^Q^
>>705 오케이 또 다른 미식 접수완료. 할라피뇨 치즈 불닭급으로 맵지만?? 나는 이런것도 좋아해??? 이게 스스로 목을 매단것도 있는데 역시 아회가 적룡한것도 있었잖아 하 이런 미식 진짜 최고라며.. 예전에는 사용인한테 괴롭힘받고 그런것만 보다가 가주님 마음에 든 시점부터 사용인 대신 호위가 곁에 있고 그 호위들을 제대로 부릴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가 아주 짜릿해 ^q^ 죽음마저도 불사할 충신이라면 비록 자극한게 있기는 하지만 잃은 게 아쉽고 슬플수밖에 없지 응...
>>훌륭한 본보기가 생겼으니 너도 할 수 있지?<<
어렸을때랑 180도 다른 분위기라 나 임가현주 짜릿짜릿해서 죽어요 와 이 어쩜.. 어쩜 이렇게 완벽한 대사가 있을 수 있지?? 오늘자 미식 훌륭하게 완식 완료 ^Q^ 내일 회사? 전혀 두렵지 않음.
>>902 >>907 종이인간 캐해가 맞다니...! ㅋㅋㅋㅋ악 기록 너무 하찮은 거 아니냐구요... 유현이에게 각박하지만 그 점도 유현이의 매력이어라! 밑천이 꼬질꼬질하다뇨 어장 고고학자들 눈에는 값어치가 있다구요! 최고야! 보고 말 테야! 흥미를 가져주셨다니 기뻐요...🥰
어, 쓰다듬으면 아회는 고장 난답니다...!(?) 인간이 다 이런가?의 연장선이 되겠네요...는 으아악 웃는 상의 유현이 너무너무 예뻐요 웃어줘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아줘 행복해줘(야광봉) 유현주도 푹 주무시길 바라요...! 어제 하루 고생하셨답니다!
>>904 니오가 선호하는 주류를 알 수 없다니 슬퍼요! 그렇지만 나중에 크면 니오도 술을 마시겠죠...?🤔 과연 니오는 무슨 술을 좋아할 것인가... 두근두근. 호감도 하는 예쁘다 해도 시비로 받아들이냐구요...ㅋㅋㅋ 귀여워... 호감도 상도 결국 아픈 건 똑같지만 귀여워요... 응, 나 샌드백이니까 더 때려도 돼 팍팍 쳐도 돼... 일기 쓰는 니오는 늘 사랑스럽단 생각이 들어요. 기분이 나빴던 날엔 잠깐 손에 힘이 들어가서 꾹꾹 '기분이 나빴어.' 같은 글자가 써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니오는 드라이로 말린다..(메모) 샌들은 활동성이 떨어지죠, 응. 운동화도 딱 옷에 어울리게 서너 개의 색이 있을 것 같아요. 도장 없는 니오 귀여워... 도장 만들자 니오야... 허리 반으로 접는다는 거 ㅋㅋㅋㅋ 니오는 키에 민감하죠, 응. 아이덴티티 대사를 말하게 하는 마법의 주문인 걸까요? 자기 잘못도 있을 텐데 적반하장으로 네가 망쳤잖아! 같은 말을 하는 못된 친구는 역시 시원하게 욕을 해주는군요, 잘했어, 니오야...! 스트레스 받은 사람을 위로해주는 것도 듬직하지만 정신ㅋㅋㅋ력ㅋㅋㅋㅋ살려주세요...! (3바퀴 뛰고 엎어짐) 호감도 하에겐 늘 가차없는 모습... 항상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니오 진단에 행복하답니다.🥰
시니컬한 아회가 본모습일지도...!!!(아회: 라기엔 그대는 시니컬한 캐릭터를 못 돌리잖소.) 아, 그랬지...🫤 아회가 말하길 자긴 티벳여우래요...(?)
>>909 매콤! 하지요... 사용인에게 저거, 그거, 걔, 유령으로 불리며 괴롭힘 받던 아회는 지금 가문 내부에서 도련님 소리는 들을 정도가 되었답니다... 어렸을 때는 분명 어머니 얘기에는 굴하지 않고 다른 순간엔 소극적이었는데. 아마 어린 아회가 지금의 아회를 마주하면 많이 놀랄 것 같죠. 응. 훌륭한 본보기...😇 아마 저 뒤로 가늘게 뜬 눈을 스윽 휠 것 같아요...(덜덜)
앗! 응애 도화 캐릭터와 현재의 캐릭터가 만나는 게 보고싶어졌다! 그런데 몇몇 분은 유년기에 좀... 캐릭터가 많이 마음의 방황을 하던 시기라서 서로 만나면 멘탈이 깨질 것 같아 두렵기도 하네요...(시트캐 독백들 쭈욱 훑어봄)
>>909 헉 미식헌터다 다들 도망가~~~~ 개인적으로는 성인 되기 전에 마셨으면 좋겠어요... 후훗.. 후후훗.... 술인줄 모르고 원샷 때리고 취해서 난장판 벌였으면 좋겠다~ 술냄새 풀풀 풍기면서 한 손엔 술병 들고 막 식당 같은데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곡옥의 쿠즈노하! 이 몸! 쿠즈노하 니오다! 나 이길 수 있는 놈 나와! 악!!!' 하고 난장판 피운다거나.. 얼굴 빨개져서 '언니야가, 그럴 때마다. 나는, 진짜 무섭고, 힘들다고.' 하면서 술기운 빌려서 툴툴대기라던가... 가현이가 언제부터 예뻤냐고 물어보면 '아,아하하..' 하고 조금 어색하게 반응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 한 번에 반응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이 있어서. 매일같이 한다면 어느새부턴가는 익숙해져서 주먹으로 툭 치면서 '뭐야아~~' 할지도!
뭔가 니오! 하면 욕부터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런 캐릭터성이 저는 참 좋답니다 우후훗! 아니 근데 가현이 앙탈은 좀 많이 귀한데 이거.. 군침이 꿀꺽... 어떠려나요. 니오, '언니야 왜그래? 어라라..' 하고 당황은 좀 하겠다만 스트레스 받았다고 칭얼대면 얘기 좀 들어주다가 '응. 그럼 그 새*, 어느 기숙사의 누구인지만 말해. 그럼 내가 가서 허리 접어놓을게' 하고 웃어주기! 가현이가 호감도 상에 속해서 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안하면..! 그 스트레스의 칼날이 잘못해서 자기한테 돌아오면 분명 좋은 결과는 못 볼 것임을 알기에...!
>>913 나 임가현주 이런 성장서사에 좋아죽는 편 ^q^ 유령을 벗어나서 이젠 도련님 소리 듣게 되었으니 나중에 또 어떻게 될지도 보고싶어진다 땅신령들이 재잘거리던 것처럼 귀인님 은인님 소리 들을 수 있을때까지 응원하겠어~~ 맞아 지금은 소극적이랑은 완전 정반대니까.. 지근의 아회가 어린 아회한테 무슨 말을 해줄지도 궁금하고? 아니 눈웃음이라고요 실눈캐의 눈웃음이라고요 ^Q^.... (임가현주, 여기 잠들다)
응애 임가현이랑 지금의 임가현.. 만나면 은근 캐미 잘 맞을지도 몰라 지금 임가현이 응애 임가현 쓰담쓰담 해주면서 '다 괜찮을거야. 네가 느낀 공포와 절망은, 너를 쓰러트리기엔 한 없이 보잘겋없는 것들이니까. 앞으로도 그 분께 대한 신념만 잃지 말아주렴?' 이럴것같고? 🤔
>>914 히히 도망못가~~ 칼퇴한 날 새벽의 미식헌터에게서는 더더욱 도망못가 ^q^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저 당당함 너무 좋다 그냥 달달한 주스라고 뻥치고 칵테일 쉐킷해서 주고싶다... 종류가 뭐든 주고싶다 (임가현주 특:술알못임.) 언젠가 일상에서 술 한번 줘보고싶기도 하고~~ 술기운 빌려서 툴툴대는거 짱좋아 최고좋아 얘도 술은 그럭저럭 마실 뿐이라 '하지만 이게 내 애정인걸. 이런거, 싫어..?' 하고 뾰로통함+살벌함 반반 섞어서 물어봐주고 할것인데 그 말 반응도 너무 좋다 앞으로 많이많이 물어봐야지~~! 익숙해져서 주먹톡 할때까지 잔뜩 써먹을 것 ^Q^
아 그럼그럼 노빠꾸로 욕박는 캐릭터성이 얼마나 매력적이게요~~ 일단 한번 들이박고 보는 타입이라는게 확실히 드러나줘서 완전 최고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도 어쨌든 사람(?)이라서 가끔은 앙탈부리고 싶을때도 있고 좀 칭얼거리고 싶을때도 있고 하는것~~ 하 완전 든든해서 좋아 호감도 상인것도 좋은데 또 이게 마냥 좋아서 그러는것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인것도 좋아.. 한참 이야기 풀어놓고 허리 접어놓는다고 하면 임가현 한껏 뿌듯해져서 '정말? 나 기뻐. 우리 니오밖에 없다니까~' 하고 무해하게 웃어준다..
>>916 달달한맛 나는 그런 술 있잖아요~ 술같지 않은 술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컥벌컥 마시고 '으에, 언니야. 이거 쥬스가 상한 것 같은데..?' 같은 그런거 ㅋㅋㅋㅋㅋㅋ 술기운 빌려서 툴툴대면서 한 손에 술병 들고 가현이 어깨 툭툭 치면서 '좋아, 좋은데. 너 말이야, 너.' 하고 정신나가서 반말하기.. 눈 반쯤 풀려서 '네 그 표정이 맘에 안든다고. 알아?' 하고 기대듯이 쓰러져서 잠들기... 그리고 웅얼웅얼하면서 반전주는거 좋지 않아요? '그래도 언니야 좋으니까... 니오 더 예뻐해줘...' 같은거! 그러고 잠들어버려! 악! 아아악!!!
무섭든 어쩌든 호감도 상인건 변함 없으니까요~ 호감도에 가현이에 대한 공포심도 어느정도 같이 잘 섞여들면 '응. 언니야. 내가 가서 허리 반으로 접어놓고 올게. *새끼, 뒤졌어.' 하고 혼잣말 하면서 방 나가기.. 그리고 두 시간 후에 여기저기 상처에 피도 좀 난 상태로 머리채 붙잡고 끌고와서 '언니야! 내가 잡아왔어!' 하고 해맑게 웃기... 그리고 보는 앞에서 '야, 잘 들어. 이제부터 내가 널 뒤지게 팰거야. 언니야, 잘 봐둬!' 하고 공포의 폭력쇼... 같은거 하면 안되겠죠! 네!
>>915 과연 무엇이라 불릴지는...! >:3 지금의 아회가 어린 아회를 만나면, 아마 어린 아회도 내심 알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둘 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지금의 아회가 '두려움은 네가 만드는 것이지 느낄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느낄 때이지. 네 지금은 양껏 두려워해도 좋다. 숨길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울고, 두려워하고, 화내고, 웃고, 짜증 내고.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표출해라. 미래는 그래도 순리대로 올 터이니.' 이 말만 해주고 말 것 같네요. 응.
가현이는 MA 님의 신념을 믿게끔 길을 잡아주는군요. 멋지기도 하지... 어린 가현이도, 지금의 가현이도 꼬옥 안아주겠아요!
>>917 쥬스가 상한것 같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최고다.. 임가현 세상 흐뭇하게 그 모습 바라보면서 '그래? 잘 모르겠는데~ 이러면 안 상했다는거 믿을거지?' 하고 지도 술 원샷 때려버림.. 언니라고 안 하고 너라고 하는거에 일담 임가현주 오십번 치여죽었고 ^q^ '표정.. 원한다면 고칠게. 응?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줘야 마음에 들어할까..' 이러면서 횡설수설하다가 품에 톡 기대주면 당연하다는 듯 안아줄건데 반전주는거 안 좋아하는 사람 없음 임가현주 이런 반전 짱 좋아함 ^q^!! '평생 예뻐해줄게. 좀 더 어리광부려줘. 기쁨도, 아픔도, 쾌락도 전부 나눌 수 있을 때까지...' 이러면서 같이 잠들어버렷~~
하 변함없는 호감도 상 너무 좋다 ^-^ 임가현 얌전히 기다려주다가 데려오면 '응. 걔 맞아. 이제 어떻게 날 만족시켜줄래?' 하고 당연하다는 듯 다리꼬고 앉아서 관람모드 들어감 근데 공포의 폭력쇼?? 임가현주는 오히려 환영이라며 ^q^ 임가현도 그거 만족스럽게 보다가 됐다 이제 화 풀렸다 싶으면 '그쯤 하면 될 것 같은데~? 역시 나한테는 우리 니오밖에 없다니까?' 하고 한껏 칭찬해주기..
>>918 헉 어떻게 되었을지는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는걸까?? 너무 좋다 둘이 마주보고 말없이 앉아있는거.. 아가 티벳여우랑 좀 큰 티벳여우랑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라 괜히 흐뭇해지고 그래 ^q^ 두려움은 네가 만드는 것 이거 이번 독백이랑 연관지어보면 굉장히 맞는말이라며.. 표현하고 싶은거 다 표현하라고 해주는것도 좋은데 어차피 미래는 순리대로 올 터이니 이게 참.. 네가 하고싶은거 다 하더라도 미래는 정해져있다 하는거랑 비슷한 느낌이라 짜릿하다!
맞아 아무래도 자기 자신의 삶의 방향성이 그런 쪽이기도 하고 신념을 잃는 순간 미래의 자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안심시켜줄것 같고 그러네~~ 멋지다기엔 과분하지만 안아주는건 둘다 좋대! 나도 어린 아회랑 지금 아회 꼬옥 안아줄거야 :D
>>913 으악 이걸 못 보고 지나치다니🥲🥲🥲🥲🥲🥲 보통 기분 좋거나 보통인 날에는 끄적끄적하고 자기 기분도 적고 노래 가사나 자작시도 적어주고..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그렇네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았어.' 하고 꾹꾹 눌러 쓴 글씨! 더 최악인 날에는... '전부 뒈져버려.' 같은 그런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계별로 심오해지는 그런거...! 니오 도장은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네요 싸인도 모르겠어.. 만들어볼까요🤔 역시 니오는 위로해줄 때도 말보단 행동이니까요~ 감성젖은 말 같은건 잘 못하는 타입..🥲 아니 그래도 역시 가끔은 시니컬한 아회도 보고싶습니다.. 토도도독 하는게 아니라 진짜 말로 날 세워서 위협하는 그런것..!
>>919 언제나 이 음주 모먼트는 맛있네요.. 언젠가 진득한 술 파티를...((잡혀감) 아니 횡설수설하는거 되게 의외라면 의외의 모습이라 귀여웟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쳐. 뭔지는 니가 알아야지. 아니야? 짜증나게이씨...'하고 툴툴대기.. 술 마시면 주종(?)역전 인가요!ㅋㅋㅋㅋㅋ 평생 예뻐해준대 넘 조아.. 가현이 손 꼭 잡고 무해하게 잠들고 싶다...
만족에다가 다리꼬고 관람이라니 ㅋㅋㅋ 니오 대판 싸우고 들어온 건 전혀 신경 안써주는게 진짜 너무 좋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줘팸해서 손도 빨개지고 피도 좀 나고.. 살짝 피칠갑하고 그 정도면 됐다고 하면 다시 머리채 잡고 끌고 나가서 던져버리기~ 가현이 앞에 조금 어색하게 앉아서 '에헤, 니오 잘했어..?' 하고 피 슥슥 닦기..아아아악!!!!!
>>924 진득한 술파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감님 몰래 한잔 하고 들어와버려..?() 임가현 오너피셜로 술 그렇게 잘 마시는 편은 아니다보니 더더욱 그럼.. 술기운 돌면 원본보다 조금 더 순한맛 되는거야! 주종역전 가능할지도 모르지~~ '짜증나? 왜? 어째서어...' 이러고 왜? 까지는 평소에 몰아붙이던 그 말투로 말하다가 뒤에 가서는 또 헬렐레 해버리는 그런 맛이라며 ^q^ 세상 무해하게 잠들어주는거 최고야.. 짱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자신을 위해 움직여주는 거니까 이 정도 상처쯤은 넘어가야지? 하는 오만함 모먼트라며.. 하 진짜 살벌하게 묵사발 내버려주는게 완전 믿음직하고 좋아 저 싸움실력으로 임가현 패버렸으면 주종역전 진작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 '응. 최고로 만족스러워~ 다친건 조금 마음 아픈데. 약 좀 발라줄까?' 이러고 그제서야 챙겨주는 그런거.. 피도 직접 자기 손으로 닦아줄것
>>926 술 들어가면 순해지는구나 메모...(희번뜩) 앗 갑자기 평소에 몰아붙이는 말투 나오면 순간 술이 깼다가 또 헬렐래 하면 긴장 풀려서 술기운 2배로 돌구.. '안 고치면 너, 정신 차릴때 까지 패줄거야.' 하고 반쯤 진심으로 말하구.. 왜냐면 그 무서운 성격이나 표정만 고쳐지면 그야말로 단점없는 퍼펙트니까요🫠
아 저 오만함 모먼트 어쩜조아 악!!!!!!!넘조아!!!!!!!니오가 쌈박질은 잘하는데 가현이는 그.. 쌈박질보단 뭔가 정신력으로 갉아먹는 느낌이라, 그리고 진짜 죽일 것 같아서 감히 못 덤비는 그런거죵ㅋㅋㅋㅋㅋㅋㅋ 약 발라준다 하면 니오 따끔거려도 그냥 이 악물고 '읏, 읏,' 하고 참는 그런거.. 피도 닦아준다니 최고잖아~~ '이거 더러운거야 언니야...'하고 부끄러운듯 손 살살 잡아빼기..🫠🫠🫠🫠
>>92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점을 잡힌 기분이야..? 미안하다 임가현 하지만 어쩔수없는 일~~ '나 팰거야? 아픈거, 싫은데..' 하고 힝구해져있고 ㅋㅋㅋㅋㅋ 나중에 술깨고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기억하면 이때 한 이야기들로 니오 한가득 놀려먹어보고 싶은 것! 단점 없는 퍼펙트라니 고맙지만 절대 고쳐질 일이 없을거기 때문에... ^q^
앗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전에 일상에서 정신력 그 부분 나왔던것 같기도 하고! 이 악물고 참아주면 장하다면서 너중에 사탕이라도 몇개 쥐어주고.. 손 살살 잡아빼면 다시 손 뻗어기지고 마저 닦아주면서 '전혀 안 더러운걸~ 내 사람의 피니까. 내가 보증해.' 이러고 손가락 슥 핥으면서 농염하게 웃기.. 속내는 네 피 말고도 수많은 피를 묻혀온게 나인데 이 정도로 더럽다고 여길 리 있겠니. 이런 속바겉촉 모먼트... (잡혀감)
평이한 웃음에 마주 웃듯 입가는 호선을 긋고 눈은 느릿하게 내리 감긴다.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이 손길이, 감촉이 익숙하다. 당신의 손은 돌이킬 수 없는 피와 죄로 범벅이 졌는데도, 이 상냥한 손길만은 여전하구나. 차라리 달라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언젠가 당신의 목에 칼을 찔러 박는 날, 괜한 상념과 한탄에 젖어 거사를 그르칠 사소한 흠이 생겨나진 않을 것 같은데. 잔인한가? 그렇다면 차라리 그때 날 죽였어야지, 당신이 만든 존재다. 나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당신도 잿더미가 되어주어야지. 나를 단 하루라도 형제라 생각했다면 동등한 가치를 보여줘야지…….
"기대하시지요."
나서게 되면 안타까울 터이니, 그대는 눈으로 담기만 하라. 담을 눈이 남았지 않은가. 가치를 계산할 정도의 머리가 남았지 않은가, 불현듯 감정 하나가 일렁인다.
그런 당신이 내 속을 계산해 본 적은 있나? 그 재미가 나를 다시금 두고 갈 정도는 아니겠지? 지금도 혹시.
갑작스럽게 치고 드는 생각과 함께 불편함을 느낀다. 불편함의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머리는 부정하려 애썼다. 나는 당신을 지금 끔찍한 불구대천의 원수라 여기는데 어째서 그 여김을 스스로 꺼림칙하게 받아들이는가, 당신의 재미 따위는 알 바가 아닌데 왜 아쉽게 여겼지? 어리석은 것, 네 그때 대가리를 덜 깨부쉈구나.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감정이다! 상념을 묶어두고 다시금 마음 깊은 바다로 가라앉히고자 못을 박기 위해, 그는 애써 답을 미루며 호선을 유지했다. 그래, 잠시 머리를 쓸었던 빌어먹을 손길 탓에 내가 긴장을 늦춘 것이겠지, 어리석은 것. 네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제 벗은 형님의 재미난 구경엔 미치지 못하겠으나 가치는 있으니 염려 마시지요."
재차 가치를 거듭하곤 가배 한 모금 넘긴다. 입안이 쓰다. 아무것도 넣지 말라 했으나 그 쓴맛과는 조금 궤를 달리한다. 가라앉은 감정 덕분에 다시금 불편함을 느끼진 않지만, 이번엔 증오에 가까운 쪽의 불편함이 덜컥 희열과 함께 치솟아 곤란하다. 내가 이렇게 감정이 널뛰기하는 사람이 아니거늘, 부끄럽기도 하지. 그렇지만 당신이 너무 아깝다고, 그래, '너무'라는 말을 붙였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잔을 내려놓는다.
"그렇군요……."
당신도 결국 인간이었다. 써먹을 수 있는 패를 여럿 내어주며 그중 몇 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순수한 호의로 이루어진, 빌어먹을 인간. 그 혈연이 당최 무엇이길래 나를 아직도 동생으로 대함과 동시에 기대를 하고, 내게 실망과 희망을 구분 지으며 들며, 그 정이 무엇이길래 그리 매정하게 가놓고 뒤로는 나를 위해 움직이는가. 인간아, 어리석은 존재야.
"……."
사냥. 그 단어에 마침내 눈을 떠 반쪽의 피가 섞인 형제를 마주한다. 외적으로는 닮았다 싶은 것은 거의 없는, 남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커피잔은 테이블 위에 다소곳이 올라간지 오래건만 손에서 떼지 못하고 가만히 형제 마주하기만 한다. 눈썹이 여덟 팔 자를 그리며 느릿하게 끝을 떨어뜨리고, 속눈썹은 물 찬 제비와도 같은 호선을 위태로이 긋는다. 입매는 고운 호선을 그었으나 어딘가 금이 간 것만 같다. 필히 가인과도 같은 단아한 미소이나 애처롭게도 깊은 수심을 눌러 담으려 애쓰는 듯싶다. 만고의 슬픔을 끌어안고도 애써 웃고 참아내려는 감이 없잖아 있는 안면으로, 해탈해버린 듯 덤덤히 입 벌렸다.
살생 즐기며 폭주하는 일곱째와 식음 즐기나 폭주는 하지 않는 다섯째. 그리고 그 둘 누구도 아닌 이. 지금은 그저 사감일 뿐이라는 그를 마주 응시했다. 잠시간은 저도 웃음기를 지웠지만 자칭 훌륭한 사감님이라 할 때는 피식 웃었다.
"아이고 그러시나. 거 참 훌륭하시구려. 하 사감님."
제대로 부른 그 호칭이 어쩐지 놀리는 것 같다면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목덜미를 드러내고 물어보란 듯 굴 때는 살짝 들뜬 듯 하더니. 하 사감이 확 다가올 땐 뺨을 붉히며 입술을 살며시 깨물기까지 했다. 하지만 물지 않고 상체를 무르자 붉어진 얼굴인 채 볼 부풀리고 궁시렁거렸다.
"흥. 감질맛나게 하긴! 내 기억해둘테니 나중에 딴 소리나 마소."
남김없이 먹어준다는 말에도 전혀 떨지 않고 되려 기억해두겠다며 입술 비죽 내밀었다. 죽는 것이 두렵지도 않은지. 혹은 그것 바라는지. 아니면 그저 한 때의 놀이마냥 구는 걸지. 겉뵈기론 놀림 당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 사감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저도 홀짝홀짝 캔에 든 맥주를 마셨다. 다 마신 그와 달리 3분의 1쯤 남은 것 들고 입맛을 다시다가 저 향한 시선 느끼고 마주 곁눈질 했다. 이제 와서 저걸 묻네. 이 밤에 왜 왔냐는 질문에 당연한 것 묻는다는 양 어깨 으쓱였다.
"이유는 오자마자 다 얘기 했잖소. 술 얻어마시고 그 김에 저것이랑 이것저것 물으러 왔지. 이렇게까지 내 편한게 굴어줄 줄은 몰랐지만서도."
저것이라 함은 두 말 할 것 없이 역린이요 이것저것도 이미 앞서 말한 것들이다. 죽지 않고, 미치지 않고, 역린 쥐고 살 수 있는 방법. 수확이 아주 없지는 않았으나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버렸다. 죽지 않게 된들 미쳐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지 않나. 에휴. 혼자 작게 한숨 내쉬고 캔에 남은 맥주 단번에 들이켰다. 빈 캔 근처에 적당히 휙 던져놓고 하 사감에게 기대 편히 늘어진다. 평소와 같은 기세등등함도 능글맞음도 같이 늘어진 그 사이, 느슨해진 신경줄 사이 작은 중얼거림 입술 새로 새어나왔다.
"홀로는 외롭지..."
날숨과 같이 읊조리곤 고개 숙여 잠시 제 머리칼에 얼굴 감추었다. 그 얼굴 쓸어내리는 손이 잘게 떨리는 것도 같았으나. 손 내리고 고개 들자 언제 그랬는 양 흰 얼굴에 능청스러움 한 가득이다. 히- 하고 웃음 새로 지은 온화 팔 들어 하 사감 감싸안는다. 고개 든 채 그의 어깨에 턱 올리고 떠들었다.
"만약에 말이네. 내가 하 사감이 되어 더는 사감이 아니게 되면 그 때에도 떠나지 않고 여기 있을 수는 없소? 뭐 다른 것 가르치는 도사로 있으면 되지 않나. 그리 되면 새로이 이름도 하나 짓고 말이오. 꼭 떠날 필요는 없어뵈는데."
형님은 아실까요, 알고 계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표정 하나하나가, 웃을 적엔 어디부터 호선이 그이는 지, 어디가 찡그려지는지, 어디에 주름이 지고 어떤 방향이 조금 더 올라가는지 이 하잘것없는 눈에 모조리 담기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내가 소경처럼 손으로 당신의 얼굴 윤곽을 더듬었던 이유는 당신이 실존하는 것인지, 내 오늘 또 몽중에서 헛된 망상이나 꾸고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것이 몽중도, 내 망상으로 비롯된 것이라면 내 결국 견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허상이라면 내 추잡한 망상에 괜히 당신을 몰아세우며 내 잣대로만 보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역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진실로 형님을 마주하였으니 오늘 결심을 세웁니다…….
"말더듬이 동생은 싫으신지요. 예전 모습과 같아서 좋으실 줄 알았는데."
짚은 점을 유연히 흘려 넘긴다. 과거를 빗대어 자신을 표현한다. 나는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그리 표현하듯. 상념은 과거로 흘러간다. 만고의 수심 끌어안고 홀로 버티는 그 애처로운 미소의 의미를 당신은 알까. 나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감정을 당신이 어찌 알겠습니까?
"잠시 옛날 일이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그만."
사냥의 당일, 어머니는 피투성이가 된 저를 안고 한참을 우셨습니다. 아회야, 너는 무 씨 집안의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무 씨 그 자체가 될 필요는 없어. 한참을 저를 다독이다 다짐하듯 말씀하셨습니다. 령도에 가자, 아회야. 우리, 바다를 보자. 그리고 마님께서는 저희 어머니를 몰아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간단한 사냥이라는 단어가 제게 있어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건만. 형님은 역시 낮에 뜨는 달처럼 저와 섞일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 또한 형님의 사정을 깊게 헤아릴 수 없지마는. 아회는 여전히 표정을 갈무리하지 않았다. 어쩌면 못했다가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내려놓은지 제법 지난 잔이건만 입안은 여전히 쓰다. 차라리 내 망상 속의, 잣대로 판단하던 흉몽 속의 당신이었더라면 이 자리에서 마음 놓고 칼이라도 꺼내 찔러들었을 텐데.
"형님."
덤덤하던 감정에 작은 파문이 인다. 물결은 느릿하게 퍼져가며 목을 비집고 나오는 발음 하나하나를 채운다. 잿더미의 열감은 아지랑이를 피워 올린다. 애정이 담겼고, 후회가 담겼으며, 해탈이 담겼다. 잔에서 손을 뗀다.
"가주님께서 말씀하셨길 바랄 뿐입니다. 사냥을 마친 날, 가주님께서 저를 위한 잔치를 열었다고."
품에서 부적 떠오르더니 불타오른다. 흠결이라곤 굳은살 빼곤 없던 손에 잔털 돋아났을 적, 아회는 느릿하게 제 손을 하나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손톱은 마치 메스처럼 반대쪽 손의 손바닥을 갈라내듯 그었다. 붉은 실과 같은 선이 돋아나고 피가 송골송골 맺혔다. 깊게 긋기라도 하였는지 벌어진 틈새가 큼직하다. 손바닥을 오목하게 하자 금세 작은 웅덩이가 고일 정도로.
"아무리 귀한 음식이 나오고, 웃음이 꽃 피며, 어머니께서 귀한 옷을 선물받았다 한들 무엇 합니까. 그 자리에 형님이 없어 이 아우는 외로이 날밤 새어가는 잔치를 지켜보기만 했는데."
주먹을 쥐자 붉은 피가 제 몫의 커피잔에 쏟아져 들어간다. 형님, 제가 오늘 결심하고, 피로 하여금 맹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약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번엔 제가 사냥하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실 수 있는지."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음을, 내가 가장 처절한 순간을 그 눈에 찔러박아 다시는 기억에서 잊지 못하게 만들어주겠노라고. 그리고 맥이 뛰는 목을 꼭, 제 손으로 찢어내겠다고. 그렇게 잘린 목을 안고 내 겪은 일 이제 들리지 않을 뭉개진 귀에 속삭이겠노라고. 역시 형님은 다른 사람에게 사냥당하기엔 아까운 맹수이니 내가 사냥하여 가죽을 벗겨야지요. 손바닥을 오목하게 하여 웅덩이를 다시금 만들곤, 당신이 있는 맞은편을 향해 느릿하게 뻗었다.
"물론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 형님께 강요하겠습니까?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10년 만에 회포는 풀지 못할망정 이 아우가 부탁드리는 것이 염치없는 짓이지요."
자, 역겨운 반쪽짜리 피로 맹세할 시간입니다. 깊은 감정의 침잠은 여전히도, 안면에서 깨어지지 못했다.
하 사감 목소리에 화가 드러나도 온화 눈 빤히 뜨고 깜빡일 뿐이다. 그러다 그가 웃으면 저도 웃었다. 목에 둘러진 띠 제외하면 걸친 것 가린 것 없는 흰 얼굴에 표정이 생생하다. 되려 쉬이 무너질 것만 같이.
"그런 것 홀랑 말해주면 내야 좋지. 잘 기억해두겠소."
저 역시 키득이며 말하고 조용히 생각한다. 제가 역린 쥐고 있는 동안은 싫어도 어느 정도 따라준다는 의미일까. 저에겐 유용한 정보이나 그것 그대로 이용해도 좋을지 망설임 생긴다. 그래도, 아직은 순순히 역린 놓을 마음 역시 없으니. 알아낸 것 쓸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할 것이다. 어느 길도 파멸이 예정되어 있다면 끝까지 발악하다 갈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꺼낸 물음이었다. 제가 하 사감을 잇거든 떠나지 말고 있어주면 안 되겠냐던 그 말은. 그에게는 한낱 인간이 영구히 역린 취하려는 욕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아니, 어쩌면 그게 맞을 지도 모르지만, 그저 묻는 것이 잘못은 아니잖은가. 봐. 말이라도 꺼내보니 여지가 생겼잖아?
"도사 아니면 어떠나. 그런 척 하면 되지. 일하기 싫은 건 이해하오만. 흐음?"
하 사감이 쓰는 불이 그의 것이 아님은 의외였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럼 혹시 다른 사감들도?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유예를 주겠다는 말에 괜히 심통난 척 볼을 부풀렸다.
"조건이 까다롭잖소! 내가 아는 것이라곤 살생 좋아하고 먹고 마시는 것 좋아한다 뿐인데. 귀뜸 하나 정도는 주소. 무엇이 그 흥미 동하게 할 수 있을지."
맨땅에 머리 박으라는 거냐며 귀뜸 한 마디 정도는 해달라 투덜대던 온화 문득 작게 하품했다. 저녁부터 늘어지게 자긴 했으나 아직은 밤이고 동 틀 시간은 멀었다. 졸음에 겨운 아이 칭얼이듯 하 사감에게 기대 볼 부비고 재차 하품한 온화 그리 말했다.
"무어에 흥미 동하나 그 대답 듣고, 한숨 자고 일어날 때까지 있을 거요. 내 자는 동안 예민하니 내던지고 그러지 마오. 그랬다간 온종일 저것 괴롭힐 것이여..."
슬슬 늘어지는 목소리 말하고 한 손은 소파 더듬어 놓았던 역린 재차 쥔다. 금방 잠에 떨어질 듯 눈 끔뻑이면서도 기어코 들을 것은 다 듣고 감을 건지 줄곧 하 사감 얼굴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