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8 실제로 어릴때의 윤하는 심부름값으로 간식비를 받고 싶어했었지 ... 가문에서 말고 학당에 들어온 이후에 말이야 :3 지금은 좀 넉넉해져서 그런 일은 없지만! 온화가 부르면 아마 좋다고 넘어가지 않을까? 소저가 먼저 불러주셨군요! 하면서 말이야~~ 하 우리 윤하는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 뫄님이 싫어할 것 같단 말이지!
생각보다 사감님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기 시작한다. 맥주보다 포도주의 알코올 도수가 더 높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겠지. 제 이야기들이 그만큼 사감님의 속을 긁어놓았다는 걸 증명하기도 하겠다. 평범한 이야기였다면 맥주 정도로 버티셨을 분이니.
허나, 사감님이 알려준 정보들은 충분히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는 것 뿐이었다. 당연히 자신이 직접 부여한 불사의 권리를 다시 가져가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겠으나 그렇게까지 아끼는 인간의 불사를 도로 뺏어갔던 이유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의문은 거기서 그치기로 했다. 자신은 신의 대행인도 아니고, 신의 과거를 꼬치꼬치 캐묻고 알아내는 역사학자도 아니다. 사감님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너무 과한 호기심은 결국 화를 불러올 것이기에. 독이 든 성배는 이쯤 기울이기로 하고.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용의 자식이라는 것을 밝힌 시점에서 알게 되었지만 MA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만약 그 날. 끝내 사감님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면 그 산의 땅속에 묻히게 될 목은 더 늘어나게 되었겠지. 결국 이 존재들은 죽지 않으며, 자신들은 수명이 유한하고 너무나도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으니.
"그렇군요. 사감님께서 제게 알려주시지 않으셨다면, 분명 저는 끝까지 모르고 있었을거예요. 감사합니다~"
죽지 않고 늙지도 않는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직접 해주는 이야기. 모종의 이유로 뒤섞이게 된 이후로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는 어느 쪽의 기억인지도 모르게 된 이야기. 그 것들을 들으며, 자신이 감히 재어볼수 없는 오랜 세월을, 이 분들은 몸소 지켜보고 느꼈구나 싶다. 물고기 쪽일까. 늑대 쪽일까. 섞여서 놀았다니 보여지는 느낌은 뭔가 물고기 쪽 경험일거 같은데. 사감님의 모습에 겹쳐 보이는 물고기와 늑대의 반쪽을 눈동자를 굴려 번갈아 보는 가현이었다. 이윽고 그 다음 이야기가 들릴 적. 가현은 씩 웃는다.
"..... 아하..?"
이단의 목이었구나? 침울한 사감님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처음 머금었던 해사한 미소가 더더욱 짙어진다. 안쓰럽고도 딱한 일이다. 신에게 반기를 들고 참수되는 끔찍한 일을 겪으며. 제 형제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을 남겨주면서도 결국 인간은 신을 이기지 못했으며 세상은 한번 뒤집어졌지. 참혹하기 그지없는 개죽음이 아닐 수 없다고 여겼다. 차라리,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만큼은 막았다고 한다면 조금 의미 있는 죽음이었겠으나. 그나저나 신기하여라. 신 님께서는 어째서 이단자의 목을 찾아오라고 하신 것일까. 그저 그 여덟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으응. 여전히 급하시네요~ 그래도 좋아요. 달콤한 이야기를 한껏 들려주셨으니... 저도 제가 아는 것들을 말씀드릴게요."
"그 목은 학당의 건물이나 기숙사 근처에 있는 게 아니랍니다. 어딘가의 땅 속 깊이 묻혀있지요. 그리고...... 저는 그것이 묻혀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답니다?"
사감의 물음에 가현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 이후 무엇인가를 더 말하려는 듯 가현의 입술이 달싹이다가 호선을 그리며 위로 휘어진다. 한참 그렇게 침묵만을 유지하던 가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 허나 저는 그것까지 알려드릴 생각은 없답니다. 만일 제가 물건이 있는 장소를 알려드려 사감님께서 그것이 어디 있는지 알아낸다고 한들, 무엇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
애시당초 정확한 위치를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아는 것들을 이야기해주겠다고 했지, 아는 것들을 '전부' 이야기하겠다는 말은 안 했기도 하고 처음부터 간단한 정보를 교환하자고 애매모호한 딜을 넣었다. 그리고 이 사감님은 자신의 말에 그 어떠한 의구심도 가지지 않고 그 딜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말한 가벼운 정보 속에 사감님이 그토록 원하는 목의 정확한 위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여겼겠지. 애초에 조건에 들어있지도 않았던 것을. 재차 되묻거나 확인하지도 않고 당연히 말해줄 것이라고 여겼다면. 자신은 그 기대를 무참히 밟아낼 뿐이었다.
게다가 끝내 형제들의 위치를 말해주지 않아 제 의문을 해소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알려줄 이유는 더더욱 없을 뿐더러, 신에게 찍힐 것이 두려워 자신에게 손길조차 대지 못했던 이 존재가. 만약 자신이 정말 위치를 알려줘, 신이 찾아오라고 명한 목을 대신 가져가버리면 신의 미움을 살 것-그 전에 자신도 무사하진 못하겠으나-이 뻔한데. 그게 두려워서 움직일 순 있나? 비효율적인 정보 교환은 사절일 뿐더러, 만에하나 멍청한 판단을 해 자신만 신의 미움을 사게 될 가능성을 막아버리기 위해 가현은 추가적인 정보 대신 도발을 택했다.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하 사감을 돌아보았다.
"또한, 신께서 제게 직접 가져오라고 명하신 목입니다. 절대 다른 누군가가 저 대신 제게 명하신 물건을 가져가는 꼴은 못 보지요. 하물며 인간보다 훨씬 우월하고 뛰어난 존재인 사감님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답니다?"
당신이 어떤 존재이든. 인간보다 얼마나 강하든. 끝내 마지막까지 주목받아야 할 것은 오직 저 하나 뿐이니까요. 가현은 마냥 해사하게 웃으며, 처음의 그 느릿하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나섰다. 부디 사감님께서도 오늘의 대화가 즐거우셨기를 바란답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며 꾸벅 인사하고는 조용히 문을 닫는다. 뭔가를 부수는 듯한 요란스러운 소리가 연이어 들렸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한다고 해 봐야...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답니다. "
"결국 물건을 찾아내는건 저일 것이며, 목은 당신들이 아닌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에게 바쳐질테니."
"마지막에 웃음짓는 건 저희 임씨 가문 뿐..." 아니. 오직 저 하나 뿐이니까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쪽 입꼬리만 슥 끌어올려 예사롭지 않은 웃음을 흘리며 조용히 중얼거리며, 가현은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막레다~~! 캡틴 너무너무 고생 많았고 짜릿하고 재밌는 일상이었어 ^-^!! 임가현주는 이 일상을 기억했다가 훗날 떡밥 회수되면 다시 떠올릴 것입니다
1. 엄청 소심했고 존재감이 옅어서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가문 사람들이 지금 모습 보고 "얘가 얘라고...?!" 하고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 :3
1-1. 조금 많이 안 좋게 봤어요. 저 넓은 곳을 관리할 정원사가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가문 내부에서 얘가 진짜 우리 집안 애가 맞나, 자체검증까지 했었을 정도랍니다. 재능 자체가 0점이다 못해 내핵 뜷고 들어간 수준이었어요. 지금은 뭐... 예.... 그렇게 됐다(?)
2. 잘 놀아줬을 거예요. 학당 입학 초기에는 도술을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놀아줬을 겁니다. 식물 관련해선 뭐.... 자세한 설명을 생략합니다(?) 그리고 아마 대답을 해주지는 않고 미소로 대신했을 거예요.
콜~~! 음 보자보자 저번에 이야기한대로 천부 나가서 머리끈 등등 사다주면서 데이트(?) 즐겨도 되고 윤하 본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만났다고 해도 되고 간단하고 오붓하게 담소 나눠도 되고~~ 일단 당장 생각난건 이 셋인데 이외에 추가적으로 원하는 상황 있으면 그걸로 가도 무관하다!
곡옥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저택.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경첩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대문이 열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말 좋은 것을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도포를 입은 소년이 걸어나왔다. 허리를 조이고 있던 끈을 살짝 풀어낸 그는 다시 닫혀 보이지 않는 대문쪽을 슬쩍 돌아보았다가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작게 울부짖는 소리가 이미 금이 가고 넝쿨로 뒤덮인 담 너머로 들려온다.
단정하게 보이기 위해 잘 만져둔 머리까지 살짝 헝클어뜨린 소년은 곡옥을 곧장 벗어나 천부로 향하고 있었다. 애초에 일년에 곡옥에 오는 것을 싫어하여 일년에 오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가문에서 일이 있음을 알리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천천히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잠이 좀 부족한듯 싶어 그는 천부로 향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였다. 천부. 중앙 지역이자 학당이 위치한 이곳은 당연하게도 번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었다. 기숙사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늦어진 시간 때문에 학당에 들렀다 가기엔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 그는 입은 옷 그대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예전부터 여기저기 같이 돌아다니곤 했고 학당에서 같이 나가는 일이 많았지만 오늘 같은 경우엔 또 만나는 장소가 정해져있었다.
" 아직 안온건가? "
약속 장소에 도착해 분홍색 홍채를 가진 눈이 장소 이곳저곳을 훑는다. 아직 도착을 안한 것인지 도착했는데 자신이 못찾는 것인지. 어쨌든 약속 시간에 거의 딱맞춰 도착한지라 그는 천천히 주변을 걸으며 가현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