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던 가현의 탐구심이 조금 잠잠해진다. 사감님의 이야기가 옳다. 이 내용은 멋대로 발설해서도. 그리고 멋대로 물어보아서도 안 되는 무게가 실린 이야기였으니. 인간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존엄하신 존재와 연관이 깊을 터인데, 어째서 자신은 또 그것을 망각했는가. 제아무리 인간 따위가 신의 마음에 들겠노라고 발악한다고 한들 진정 옳은 판단을 내릴수 있는 건 인간 따위가 아니었다. 결국 자신도 그 인간의 한계를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게 새삼 실감이 났으나, 그렇다고 자신이 울분에 차고 한탄스러워할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한계. 그것이 인간만 가질 수 있는 탐욕이며, 동시에 신께서 주신 불완전함이라고 한다면. 자신은 그것을 한껏 휘둘러 제 것으로 만을 뿐이다.
"...? 이상하네요. 그 분께서 변하시기 전, 인간들에게 불사를 쥐어주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뭔가 일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차라리 모든 것이 뒤집힌 후 죽었다면 상황이 이해가 갔을 것인데, 그와는 반대인 점이 더더욱 자신에게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사연이 있어 보이는 사감님의 모습을 볼 때, 자신이 들었던. 그리고 듣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
그보다 이 사감님, 아까 전에 맥주를 깐 것으로는 성이 안 차셨는지 이젠 포도주를 병째로 들이마시고 계신다. 희안한 광경에 가현은 그 모습을 잠시 눈으로 담았다. 술 엄청 좋아하시는구나. 나중에 제 오빠들한테 부탁해서 오늘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신 것에 대한 보답이라며 선물해드릴까.
"아아.. 그렇죠. 농질 언니. 백씨 가문... 음. 선조님들의 그런 점 만큼은 본받고 싶네요~"
이윽고 가현은 눈을 감고 감상에 빠진다. 백씨 가문. 정원사로써의 힘은 결코 무시하지 못할 가문. 허나 머지않아 몰락할 만큼 규모가 작은 가문이기에, 제 가문 어른들이 눈에 핏줄을 터트려가며 그 노하우를 알기 위해 집착하고 있었지. 제 선조의 이야기 역시 가문 어르신들이 그렇게 자랑질하던 것이었다. 제사장 후보 교육을 받을 적, 이미 세뇌된 사람조차도 알겠으니까 제발 그만 이야기하라고 진저리칠 만큼 머릿속에 강제주입되었던 내용이니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사감님의 이야기에서 한 명 겹쳐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보리. 그 아이도 MA님께서 굉장히 자주 몸을 빌리셨다고 했지. 어쩌면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들도 모르는 기준을, 가현 따위가 알 길이 없지.
"..."
일단 확실한 건 머리카락 색깔이나 헤어 스타일은 아닌것 같기는 했다. 보리는 백발에다가 양갈래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또 한가지 확실한 건, 육체를 빌린 인간과 보리가 겹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은 가현에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노란색. 양갈래. 어쩌면 백일몽에서 깨어나기 전- 모든게 멈췄을 때 아주 잠깐 보았던 모습이 그 사람이었을까. 금발. 그리고 양갈래. 그 단어가 머릿속을 자꾸 맴돌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거. 염색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꿔볼까. 그 사람이랑 비슷하다며 좋아하신다면 다행이지만, 어찌 감히 자신 따위가 그럴 수 있겠는가. 분명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싫어하시겠지. 하지만. 자신이 직접적으로 물어본 것은 아니었음에도, 취향이라고 할 만한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그 어떤것을 쥐어준다고 해도 사양할 수 있을 만큼 아찔하고 황홀했다. 돈. 명예. 권력. 사랑. 행복. 인간이 가장 탐내는 그 어떤 가치들조차 지금의 기분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뿐이다.
"..... 크흠. 그... 렇군요. 그으, 신 님이 변하시기 전에는 굉장히 자애로우면서도 무한한 사랑을 품은 분이셨군요..."
간신히 그 황홀경에서 빠져나왔으나 얼굴 가득히 지은 미소는 여전히 배덕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머릿속으로 더 망상했다가는 당장 코피를 뿜으며 쓰러질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어쩐지 굉장히 더워졌기에 가현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옷깃을 쥐고 살살 팔랑인다. 왕이시여. 존엄하신 존재이시여. 이런 저라도, 아주 약간의 눈길이라도 받을 수만 있다면... 아. 안 된다. 더 나아갔다가는 자신은 정말 황홀감에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묘하게 가빠진 호흡을 애써 가라앉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자아. 만족스러운 이야기들을 한껏 들었으니.. 이제 제가 아는 걸 마저 말씀드리면 되는거죠?"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있답니다. 그 목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 흥분하셨던 건가요?"
어차피 자신이 아는 건 이제 정말로 몇 없었다. 가능한 한 이 미끼를 최대한 우려먹어야만 한다.
>>619 조퇴라니... 많이 덥고 춥고 요란한 날씨 때문일까요, 너무 무리하지 않고 오늘은 푹 쉬셨으면...(보듬보듬)
>>620 자존감 부분과 더불어서, 학당 내에서 소중한 사람이 많다는 부분에서 의외로 맞물리지 않을 듯싶어요...👀 특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요... 적폐 한 스푼 더 얹자면 아회가 드물게 눈 가늘게 뜨고 휘어 웃으면서 "비극은 본인에게 일어나면 좋겠지? 자네, 안 그렇게 봤는데 참 잔인한 사람이구만. 흑룡들이란 알다가도 모르겠어." 하고 말할 여지가 있어서... 받아들이기에 따라 걱정일 수도, 비아냥일 수도 있는 말을요... 어버법... 아회 맴매!!!!!!(아회: 아야)
>>621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감기 걸리기 딱 좋지 ... 약먹고 푹 자면 새벽에 애매하게 깰 것 같은데 ㅠ 그래도 아프면 푹 자는게 최고긴하지 ...
>>622 헉 아회의 그런 모먼트 최고잖아! 확실히 말해준 그런 부분에선 비슷한 면이 많네. 아회가 그런 말하면 평소처럼 웃으면서 " 그런가요? 어차피 누군가 희생할거라면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 제가 낫지 않을까요? 당신들의 분노는 언제나 방향성을 갖고 있으니 말이에요. " 라고 말하면서 차를 권해줄 것 같네.
4도사 진단이다~! 궁기는 어떻게 하나하나 일케 소름이 돋니... 하지만 그래서 좋아(?) 농질... 진짜 한결같아서 슬슬 존경스러워지려고해~ 인어는 백치미가 보이는데 너 신이 되고싶니...? 불가살 ㅋㅋㅋ 맨날 쥐어잡혀 살긴 해도 나름 이득을 취하고 있구나? 대체 뭘 이루기 위해 일족을 몰살시켰는지 궁금해져~
>>623 약 사서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오늘은 푹 쉬기예요, 알겠죠...? (보듬보듬) 이제 또 날씨가 얼마나 더 오락가락 할지. 그럴수록 다른 분들의 컨디션이 나빠질까 걱정이에요... 푹 주무시고, 건강하게 뵙기여요...🥲
>>624 서로 가문에서 내쳐진 듯한 부분이 비슷하니, 참 좋아요. 평소처럼 웃는 윤하... 기 센 아이+기 센 아이 조합은 늘 옳답니다... 아회는 윤하의 말에 실소 비슷한 것을 툭 흘릴 거예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겠나.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뿐이지."라면서, 찻잔을 들 것 같네요. "그대 흑룡이라 다행인 줄 알아. 남들이 흑룡 새끼들 반쯤 돌아있어 끔찍하게 싫다 하여도 나는 그 이해하기 버거운 성질머리에 어울려주는 성품이라, 그대 여기에 독을 탔어도 기꺼이 마셔줬을 터이니." 아마 아회에게 있어서 윤하는 닮았지만 방향성이 달라 미묘하게 거슬리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미워하긴 어려운 아이일 것 같아요. 그래서 친절하되 상냥하지는 않고, 상냥하지 않은 뾰족한 말이되 증오 담지 않고 틱틱대는...?
>>626 제일 정상적인 것 같으면서 제일 무서운 궁기궁기 ... 궁기의 그 아이는 대체 누구일까!! :3 농질은 정말 흑룡 중의 흑룡이구나 ... 모두를 사랑한다니 사과를 주길 잘했어! (아님) 얀데레적 모먼트는 언제나 조아 ... ㅋㅋㅋㅋㅋㅋ 불가살에게 요리금지령을 당한 인어 ... 익명의 B씨는 익명의 G씨에게 그만 ... 물속에 있는건 누구일까? 불가살도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 평범했다면 쇠붙이를 먹는 차력사 같은거 했을것 같아~~
>>630 악의가 있어도 윤하는 예민하게 반응하진 않을 것 같네! 일단 윤하의 뇌물 1호인 쿠키 봉지부터 주면서 시작하지 않을까~~ 그래도 말하는걸 보면 적룡다워서 좋다! 윤하도 기가 센 편이지 ... 유약해보이면서도 어느 부분에선 절대 안지려하니까. 가문에서 내쳐진건 비슷하지만 윤하는 방향이 좀 틀어진 편이긴 하지 ... " 학당에 들어오기 전에 깨달았으면 적룡이었을텐데 말입니다. " 라고 하면서 웃을 것 같네!
>>626 농질이!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농질이에겐 선행 자체도 사랑스럽게 보일 것 같아요... 언제나 사랑에 빠진, 꽃밭 속의 사랑둥이 농질이로군요... 이건 사랑이야! 디즈니 공주님 같지만 피바다인 점이 무시무시하지만요, 응. 주문한 음식이 달라도 애정이라고 받아들이면 안 돼요...!! 맛있는 거 바라던 거 잔뜩 먹어야죠!!😭 바라던 걸 돌려준다...에서 고개를 기울이다 사랑인 걸 알았을 때의 공포란... 흑룡의 사랑은 두렵기도 하여라. 저주를 사랑의 되돌림으로 안다는 것이 더욱 두려워라. 노력해도 부질없는 것조차 누군가의 사랑일 때면, 정말이지. 정말이지... 독기란 무서운 존재로군요... 일기를 쓰는 면모는 참 수줍네요. 비밀을 간직할수록 아름다워진다니, 앙큼하기도 하지.
인어는 역시,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순진무구한 아이 느낌이 강하다고 재차 말하게 되네요. 그런데 본성이 정해져 있노라 스스로 깨달았을까요, 아니면 누가 그렇게 얘기해서 나는 본성이 정해져있다 믿는 걸까요. 꽤나 의미심장한 대답이라 주목하게 되네요. 인어... 불가살이 요리 못 하게 하냐구요 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요리를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요리에 대해 지나치게 무지한 나머지 '쌀은 어떤 세제로 씻어...?'가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적폐가 있어요. 불가살은 요리를 잘 한다...(메모) 아니. 특히 궁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희생해서 소원을 이루는 것은 역시 MA 님이죠. 큰 대가를 바라시는... 물 속에 있는 사람을 절대 빼내지 않겠노라, 소중한 것은 역시 물 속에 있군요. 구할 사람도 당연히 물 속에 있을 것만 같아요... 꼬로록. (익사함)
불가살... >일단 궁기가 범인이야< 이 부분에서 많은 것을 겪었구나 싶어요... 너는 모든 걸 봤구나, 불가살아...(덜덜) 무례한 질문을 들었을 때 너도 죽을 거야, 라고 하는 이 부분. 화끈해서 좋네요! 괜히 불가살이라 불리는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좋아요. 몸집이 커진다니, 도술이겠지요, 너무나도 매력적이야... 집안 전체를 도륙해서 얻어낸 것,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과연 무엇일까, 옥석과 관계가 있을까, 두근두근... 고백을 받으면 궁기와 농질을 주의해야 한다... 농질의 저주는 알겠지만, 궁기는 어째서...? 가치를 떨어뜨린단 이유로 죽이는 걸까요, 방해가 되니까...?🤔 속이기 전에 궁기 선에서 처리가 된다니, 응, 무서워요. 불가살이 처리한다는 점도 날카로우니 무섭구... 외로울 땐 쇠붙이를 먹는다...(메모) 금은보화...를... 준다...(메모) 불가살을 만날 때는... 풀치장을 할 것...(?)
오늘도... 형님은... 마지막...이랍니다... 덜덜덜. 가치가 있는 주변 사람이 귀찮을 정도로 의존하...는 건 4도사를 뜻하는 걸까요, 무시무시한 궁기... 가치가 없다면 잘라낸다니, 참 무서운 말이에요. 그렇지만 '친히'라고 오만한 모습 드러내는 것도 좋네요... 내 문제만은 아닌가, 라...(유심히 지켜보며 메모) 대체 무슨 꿈을 꾼 건가요, 대체 무슨...!(사망) 운치를 즐길 줄 아는 궁기... 의외라면 의외겠네요, 효율을 따지며 지나칠 줄 알았는데...😮 있지요, 응. MA 님이 계시죠. 그러지 않고서야, 라는 말이 조금 신경 쓰이긴 하네요. 뭔가 겪은 걸까요. 꿈도 가치를 재어보고 파냐구요, 으악, 가치 광공이다! 손에 들린 건 제 목일 것이 분명해요... 이득도 무시무시한데, 악, 악악! 악악악!(비명) 막지 말아요! 방해 받을게요! 친절하고 멋지지만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