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궁기가 선물을 보내면 어떤 반응인가요? 과거와 현재 둘 다!! A. 아와와와와, 매콤하여라..
과거에는 "정말……? 형님께서 보내주신 거예요?"하고 사용인에게 되물어 보고, 정말 궁기가 보낸 것이 맞노라 하면 발그레한 뺨으로 수줍게 웃었을 거예요. 조용하게 살던 유령이 아니라, 삶을 인정받은 그 나이의 아회가 되었겠지요. 선물이 무엇이든지 소중히 품에 안았을 거고, 고이 모셔두며 간직하려 들었을 거예요. 만일 장신구라면 형님 돌아오는 날에 착용하고 보여드리러 달려가겠죠. 어쩌면 형님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면서 품에 폭 안기려 들었을지도 몰라요!😉
현재의 경우라면 어떻게 알고 선물을 보냈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거예요. 그 다음엔 당신이 어떻게 선물을 보낼 수 있지?라며 깊은 감정의 침잠을 느낄 거예요. "……네가 내게 이런 걸 줘서는 안 되잖아. 염치도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날 능멸하지, 날 조롱하는 것이야……." 분노, 절망,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선물을 불태우기 위해 부적을 꺼낼 거예요.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어리석은 새끼." 끝없이 속으로 자책하면서도 덤덤히 하루를 살아가는 아회만이 남겠죠. 선물은 구석에 틀어박혔지만, 나름대로 고이 모셔져 있고요.🙄
"으응, 그런건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가문에서는 제가 졸업하고 나서 당주 자리에 앉으면 그제서야 이것저것 알려줄 거 같으니까요?"
가현은 마냥 방실방실 웃었다. 어차피 자신은 졸업하고 제사장이며 당주며 정식으로 오르게 될 사람. 가현이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던 동안 가문 어른들은 섵불리 입을 열지 않았었다. 제대로 길을 들여놓았고, 이미 그들에게 신뢰도 잔뜩 쌓았건만. 성인이 되고 난다면 본격적으로 알려주겠노라는 갈증을 더 느끼게 하는 약속만이 남아 있었다. 때문에 하 사감님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신 님에게 그런 자애로운 면모 또한 존재했었다니... 이래서 저는... 음, 그러면 그 분께서 용을 만들고. 그 용이 낳은 자식이 하 사감님을 포함한 형제분들이라는 말씀이시죠?"
마치 어르신들 옆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마냥 사감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 최대한 몰입하며, 빙글빙글 돌리는 검지를 눈으로 열심히 쫓던 가현은 어렴풋이 의문점을 느끼며, 또 하나의 확신인지 뭔지 모를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면 분명 다른 사감님들도 뭔가 있다. 이미 존엄하신 존재가 직접 가려주신 눈으로 보았던 게 있지 않던가. 하 사감님을 잘 구슬리거나, 아니면 다른 사감님들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아니라면. 실례를 무릅쓰고서라도 MA님에게 명하신 물건을 돌려드릴 적 물어보거나. 여러 방법이 떠올랐으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신기하네요. 그러면, 어찌 자신의 손주뻘 되는 형제분을 그 분께서 죽여버리신 것일까요."
뭔가 사연이 있겠으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여기에 얽힌 사연을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비극에 대해 같이 원통해하지는 못 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모시는 존재에 대한 것들을 조금 일찍이라도 더 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는 하나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버린다면 참기란 힘든 법. 이윽고 가현은 어깨를 으쓱인다. 저런. 역시 공짜로 모든 걸 얻어갈수는 없나.
"아이 참. 너무 급하세요~ 아직 저희가 이야기할 시간은 많고, 제가 듣고싶은 것도 많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무언가의 목이 사감님에게 중요한 것이라면 독촉은 못 써요~"
당신이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나, 정보를 쥐고 휘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제가 훨씬 유리하답니다. 그러니 잡아먹을 듯 굴지는 마셔요. 이야기 안 해버리는 수가 있으니. 가현의 말에 담겨있는 뜻을 해석하자면 그런 협박이었다. 불분명했던 갑과 을의 개념이 가현의 머릿속에서 확실하게 잡혔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다른 사감님들 또한 쥐고 계실 것이었으나, 하 사감이 원하는 정보는 신을 제외한다면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ㅡ 제가 갑이고. 사감이 을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무력 이상의 강함을 가진 것은 지식이라고 하지. 오만함을 한껏 담은 웃음을 입술 너머로 새어보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던 내용은... 그 머리가 숨겨져있는 장소는 다른 곳이 아니라 이 학당 어딘가라는 것. 그리고..."
가현은 거기까지 말할 적 감질나게 말을 끊었다. 가현의 시선이 하 사감을 향하며 곱게 휘어진다. 더 심도 있는 정보를 원하신다면, 제 물음에도 당신이 알고 계시는 것을 말씀해주셔야 한답니다. 즉 더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물음에 자신이 만족할만한 대답을 들려달라는 것이었다. 당돌하면서도 확실한 무언의 압박이 담긴 눈빛으로 사감님을 빤히 바라보았다.
/괜찮아~~ 하 사감님의 캐릭터성이 잘 담겨있어서 볼때마다 흐뭇해져 ^Q^ 임가현 여지껏 안 두들겨맞은것만 해도 하사감님 인성 부처님급이라는게 증명된다며... (임가현 봄)(안봄)(가현:내가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