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구치 요이카는 지난 겨울을 떠올렸다. 서양 신의 명절에도 요이카는 집안에만 있었고, 심지어 정월에도 그렇게 재미있어하는 하네츠키를 치러 나오지 않았다. 감기라는 핑계도 없이 침대에 나무처럼 뿌리박은 채 몇 달을 누워 있는 것은 등허리가 찌르르할 만큼 괴롭고 외로웠다. 누워서, 밝은 말과 쿨한 인사를 치열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머릿속에서 완성된 문구는 「즐거웠어」뿐이었다.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이에게 그 말을 전하러 긴 거리를 걸어가면 분명 난처해하겠지. 길을 찾지 못하고 주저앉겠지. 모모타로도 도쿄 타워도 보이지 않겠지.
결국 키구치 요이카는 관두어야만 했다.
그것이⋯ 분해서, 서러워서, 슬프고 화가 나서 요이카는 될 대로 되라고, 힘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숲까지 뛰쳐나와서,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스스로가 꼴사나워 성질을 냈다. 아직도 세상의 반짝이는 것들에게 미련을 거두지도 못한 채로, 그 반짝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스스로가 밉고 또 미워서, 하지만, 신기하게도 뱃속의 원한은 번개를 내리지도 폭우를 쏟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수백 년만에 가장 고요해져 있었다. 어쩌면 차분해진 것일지도, 심지어 편안해하고 있을지도⋯. 요이카는 문득, 씨앗이 담긴 물병을 들고 온 것을 기억해 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물에 비친 별빛이 고흐의 화폭에서처럼 찬연하게 일렁거려서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낀다.
요이카는 속삭였다.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나면 너도 나만큼 키가 커져 있을까, 아니 고작 며칠, 몇 시간 사이에 너는 나보다 훌쩍 커져 있지 않을까. 요이카는 손목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그만 벌어진 손틈으로 물병을 놓쳐서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물통에서 빠져나온 씨앗이 웅덩이에 반쯤 잠긴 채로 바닥에 잠자듯이 누워 있다.
엎지른 것을 주워담는 대신, 손톱으로 주위의 흙을 긁어모아 씨앗을 덮었다. 그러자⋯ 바닥에 깔린 낙엽 사이에서 코다마가 나타났다.
키구치 요이카는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들어라, 작은 아이야.」
그리고 나직하게 말하듯이 또는 흐느끼듯이 이야기했다.
「이제는 네가 대신 앞으로 나아가게 될 거야. 너만의 삶을 살고, 너만의 죽음을 겪으며, 칸나즈키가 되면 네가 이즈모에 나가서 수많은 인간의 연을 잇게 되겠지.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의 빈 여백으로 사라진단다. 무너진 성의 마룻바닥으로, 불타 없어진 교량의 대들보로, 아무도 찾지 않는 신사의 도리이로⋯. 짧으면 오십 년, 길면 백 년을 천천히 늙어서 가미즈나의 사람들과 같이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다가 죽듯이 없어지게 될 거야.」
그러니, 이제는 화를 내도 괜찮아. 울고 질투해도 괜찮아. 뱃속의 원령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태어나고 처음 잘렸던 순간부터 그들은 요이카와 하나였다. 나쁜 마음도 심술도 모두 요이카의 것이었다. 이제 비로소 요이카가 그들의 말을 듣기 시작했을 뿐⋯.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라고⋯. 마음껏 화내고, 원없이 슬퍼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키구치 요이카는 아직 싹이 트지도 않은 씨앗에게 그 말을 해 주는 대신, 조용히 씨앗에 덮인 흙을 북돋우고 토닥여 주었다. 이제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옆자리에 시치미를 떼고 앉은 신으로서 인간 행세를 하며 살아가며 인간과 꼭 닮은 모습으로 늙어 갈, 모든 힘을 내려놓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왠지 실없이 웃음이 나왔으니까.
키구치 요이카는 오래 전, 아주 오래 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 기억은 화상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빛무리의 형상으로만 떠올랐고 음성을 들을 수 없어서 가느다란 진동으로만 느껴졌다. 이를테면 먼지같이 아주 작고 오래된 것이라 그것이 어느 땅의 흙이었는지, 어느 사람의 살이었는지, 또는 어느 낙엽의 부스러기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잘게 부스러져 있었다. 그만큼 오래되고, 아주 오래된 기억은 하나뿐이었다. 키구치 요이카는 뺨에 흘러드는 햇살을 추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태어나기 전의 기억이었다.
씨앗이었던 시절의 요이카는 자기 머리 위에 놓인 조각들을 마치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처럼 붙잡고 낑낑대면서 때로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열십자는 격자 사이에 숨어 있고, 한 칸이 통째로 입구자를 만드는 거야.」 그 사람은 그렇게 힌트를 주었다. 그러나 요이카는 아직도 그 파자 퀴즈의 정답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을뿐더러, 이젠 대답을 들려 줄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키구치 요이카는 생각나지 않는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은 태어나기 전의 기억이었다. 싹을 틔우고 세상에 나오기 전의 기억.
현생이 너무 바빠서 마지막 날은 아니지만 나는 엔딩아닌 엔딩을 내고 퇴장해야 할 것 같네~
아마 케이는 대학에 진학할거고 발레나 가부키극을 취미로 보러다닐 것이고. 아마 인간세상의 여러가지를 체험한 뒤에는 다시금 신계로 돌아가서 일을 하지 않을까? 나름 보람도 있는 일이라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는 모양이야.
아쉬운 점은 페어인 사에와 감정적인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이려나. 아마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가을 마츠리 때 익명으로 꽃과 모찌를 보냈었는데 파랑으로 보낼지 분홍으로 보낼지 고민하다가 결국 쓰는 것을 깜빡하고 제출해버렸지 뭐야 ㅋㅋㅋ...... 혼란을 주어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캡에게 보냅니다.......() 사에에 대한 케이의 마음은 팬심과 사랑의 그 중간 어디께쯤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스레 참여하면서 모든 캐릭터들이 다 좋았어서 너무 즐거웠어. 일상을 많이 돌리지 못한게 너무 한으로 남는다..... 이 현생을 어떻게 해버리지 않으면....... 으으........ 어쨌든 정말 다른 이들의 서사를 지켜보는 것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어. 이 스레를 열어준 캡에게 너무 고맙고 참여해준 다른 참치들에게도 너무 고맙고. 언젠가 못다말 스레를 갱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이제 서로 헤어지지만 익명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 그리고 일대일은 내가 열심히 눈팅 관전할게 ㅋㅋㅋ! 다들 고생했고 고마웠어~~!!
이제는 정말 헤어질 때가 되었다는 게 정말 아깝고 슬프다🥲 나도 케이의 일상 지켜보면서 많이 즐거웠어.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아직도 들지만, 케이의 미래 이야기를 들으니까 좀 후련해지네!ヾ(๑ㆁᗜㆁ๑)ノ” 지금까지 고마웠어. 언젠가 모르는 얼굴로 다시 만난다면 그때도 즐겁게 놀아 보자! 케이가 마지막까지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기를, 케이주의 일상이 즐겁기를 바랄게😊